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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사랑한다고 말해줘: Kabanata 621 - Kabanata 630

663 Kabanata

제621화

끝이 보이지 않는 해변 위로 뜨거운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았다.민하윤이 부드러운 모래 위에 발을 내딛자 달궈진 모래가 여린 피부를 따갑게 찔렀다.민하윤은 멀리 놓인 선베드 위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새빨간 색의 옷을 입은 여자를 단번에 알아봤다.예상대로 가까이 다가가자 이남주가 선베드에서 벌떡 일어나 선글라스를 벗었다.이남주는 선글라스를 손에 흔들며 큰 소리로 민하윤을 불렀다.“하윤 언니, 여기요!”민하윤이 다가오자 이남주는 감탄을 터뜨렸다.“와, 오늘 진짜 너무 예쁜데요?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해요.”이남주는 입맛을 다시며 민하윤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민하윤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훑어보던 이남주는 갑자기 민하윤의 등을 손바닥으로 툭 쳤다.아프지는 않았지만 제법 힘이 실려 있었다.“이 답답한 겉옷부터 벗어요. 그리고 허리 좀 펴고 당당하게 다니라고요!”민하윤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남주가 먼저 손을 뻗어 민하윤이 걸친 얇은 시스루 셔츠를 벗겨 버렸다.그러자 햇빛이 옥처럼 희고 매끄러운 피부 위로 쏟아졌다.물빛이 도는 수영 원피스를 입은 민하윤은 온몸에서 빛이 나는 듯했다.마르긴 했지만 앙상하지 않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몸의 곡선은 아름다웠다.해초처럼 새까만 긴 머리카락이 가느다란 등 위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렸다.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닿을 듯 길게 내려와 한 손에 잡힐 것 같은 가는 허리를 살짝 드러냈다.게다가 민소매 디자인 덕분에 희고 매끄러운 어깨가 그대로 보이자 길고 우아한 목선은 도도한 백조를 떠올리게 했다.원래도 민하윤은 화려하고 매혹적인 얼굴이었지만 오늘은 화장에도 작은 변화를 줬다.민하윤은 일부러 살짝 올라간 눈꼬리 아래에 작은 점 하나를 찍었다.오뚝한 콧대 위에도 눈에 잘 띄지 않을 만큼 자그마한 점을 더했다.본래도 선명하고 화려한 이목구비였기에 두 개의 점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림의 마지막 획처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민하윤에게 한층 더 농염한 분위기를 더했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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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실례지만 혹시 싱글이세요? 괜찮으시다면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민하윤은 반걸음 뒤로 물러났고 미처 거절하기도 전에 해변가에서 낯익은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걸 보고 화들짝 놀랐다.“좀 곤란하네요. 죄송해요.”말을 마친 민하윤은 곧바로 이남주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민하윤은 한순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이 한참 걸어 나온 뒤에도 이남주는 잘생긴 혼혈 남자를 잊지 못하고 아쉬워했다.“여기까지 오는 내내 남자들이 언니한테 눈을 떼지도 못했잖아요. 다들 몰래 눈빛 보내고 관심을 보이는데 언니만 남자들의 시선을 무슨 재앙처럼 피한다니까요.”민하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지만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민하윤은 주변을 몇 번이나 둘러보았지만 조금 전 스쳐 간 낯익은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내가 잘못 본 건가? 다른 사람을 착각했나?’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누군가 품에 갓 딴 코코넛 하나를 민하윤에게 불쑥 안겨 줬다.민하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젊고 앳된 얼굴의 서용우가 서 있었다.서용우는 쑥스럽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고 두 볼에는 수상할 만큼 붉은 기운이 번져 있었다.“신선한 코코넛이에요. 여기 특산물이래요.”이남주가 옆에서 의미심장하게 혀를 차자 서용우는 눈치 빠르게 이남주에게도 하나 건넸다.“민 부장님, 오늘 옷이... 정말 잘 어울리세요.”이남주는 일부러 서용우를 놀리듯 코코넛 빨대를 입에 문 채 물었다.“민 부장님은 예쁘고... 저는요?”어린 서용우가 연애에 능숙한 이남주의 장난을 감당할 리 없었다.서용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예, 예뻐요. 두 분 다 예쁘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서용우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후배 놀리기를 좋아하는 이남주는 성공했다는 듯 코코넛을 든 채 배를 잡고 웃었다.“쟤는 저한테 눈길 한 번 제대로 못 준 것 같은데요? 하윤 씨한테 한 칭찬은 진심이고 저한테 한 건 그냥 사회생활이네요.”민하윤은 난감한 듯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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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이남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피식 웃었고 민하윤의 속셈을 훤히 알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멀쩡한데 왜 또 뭘 둘러서 가리는 거예요?”그러자 민하윤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빌었다.“제발 저를 좀 봐줘요.”그제야 이남주는 정말로 더 이상 민하윤을 놀리지 않았다.다시 선글라스를 쓰고는 탄탄한 몸을 가진 잘생긴 남자들을 대놓고 구경하며 여유를 즐겼다.하지만 민하윤은 좀처럼 마음을 놓지 못했다.시간을 가늠하며 혼자 몰래 호텔로 돌아갈 기회를 노렸지만 하필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바다에서 놀던 관광객들이 모두 해변으로 돌아와 삼삼오오 모래사장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많기에 빠져나가기 좋은 타이밍이 아니었다.햇빛도 더 이상 뜨겁지 않았고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왔다.그러자 민하윤은 또 졸음이 밀려들었다.잔뜩 긴장해 있던 민하윤의 신경이 어느 순간 툭 끊어지듯 풀렸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무거운 졸음이었다.민하윤은 꽤 오랫동안 잠들었다.바닷가에 남아 있던 마지막 주황빛 노을마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민하윤은 큰 수건을 몸에 두른 채 선베드 위에 앉았다.멀지 않은 해변에는 이미 접이식 나무 테이블과 비치 의자들이 늘어서 있었다.커다란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붉은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옆 선베드는 진작 텅 비어 있었고 이남주도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은행 동료들이 모여 앉아 있었고 간간이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민하윤의 마음속에 문득 쓸쓸함이 밀려들었다.다른 사람들도 깊이 잠들었다가 깨어나면 세상에 혼자 버려진 기분이 드는지는 알 수 없었다.다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즐거워 보였다.자기만 선베드 위에 버려진 사람처럼 오후 내내 잠들어 있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민하윤은 그 순간 정말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재미없는 사람들과 함께 오후 내내 시간만 허비했다.민하윤은 수건을 단단히 여미고 모닥불 파티가 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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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구준오는 진심 어린 얼굴로 두 손까지 모으면서 부탁했다.구준오가 이 정도까지 말하는데 민하윤도 더는 거절하기 어려웠다.잠시 망설이던 민하윤이 말했다.“그럼 옷이라도 갈아입고 올까요?”“아니요. 아니에요. 지금도 아주 예뻐요. 하윤 씨 동료들도 다들 시원하게 입었잖아요. 추우면 제 겉옷을 걸치면 되고요.”구준오는 민하윤이 그대로 도망갈까 봐 한사코 호텔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민하윤은 고개를 숙이다 우연히 구준오가 신은 구두로 시선이 갔다.구두 위에는 선명한 발자국과 먼지가 묻어 있었다.하도진이 어떤 식으로 구준오를 협박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민하윤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구준오와 함께 모닥불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돌아갔다.하도진은 흰 셔츠를 입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모습이었다.평소보다 훨씬 산뜻하고 편안해 보여 얼핏 보면 젊고 활기찬 분위기까지 풍겼다.민하윤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자리에 두 사람이 없다는 걸 발견했다.바로 임형섭과 이남주였다.미처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서용우가 재빨리 접이식 의자를 가져오면서 말했다.“민 부장님, 여기요. 여기 자리가 있어요!”민하윤은 몰래 하도진을 흘끗 바라봤다.마침 깊고 새까만 하도진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하도진의 눈빛은 분명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거기 한번 앉아 보기만 해.”민하윤은 마른침을 삼키더니 그대로 서 있었다.눈치 빠른 구준오가 즉시 자기 의자를 빼 주며 상황을 정리했다.“괜찮아요. 여기 앉으세요.”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재빠르게 눈빛을 주고받았다.구경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은행 안에서 돌던 소문이 사실이라고 확신했다.스타 라이트의 대표가 투자 부서의 민하윤을 쫓아다닌다는 소문이었다.전에도 회의실에서 이미 낌새가 보였다.스타 라이트의 대표가 저녁 약속이 있다며 민하윤을 직접 데리고 나갔었다.서용우는 민망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민하윤은 어쩔 수 없이 구준오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아내인 민하윤이 바로 자기 옆에 앉았으니 하도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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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어왔지만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흩어 놓지는 못했다.민하윤은 점점 생각에 잠겼다가 옆에 있던 동료에게 이끌려 게임에 끼게 됐다.두세 차례가 지나자 민하윤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서 밀려났다.민하윤은 그저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잠깐 불려 왔다가 다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되어버렸다.하지만 민하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원래부터 직장 내 인간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성격도 아니었다.민하윤이 멍하니 딴생각하는 사이에 사람들은 일제히 이쪽을 바라봤다.그러자 민하윤은 순간 멈칫했다.그제야 빈 술병의 입구가 정확히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민하윤은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애초부터 게임에 관심이 없었던 탓에 처음 규칙을 설명할 때도 제대로 듣지 않았다.“게임 규칙이 뭐예요?”“빈 병이 가리킨 사람이 진실게임이랑 벌칙 중 하나를 고르는 거예요. 진실게임을 선택하면 질문 두 개에 대답해야 하고 벌칙을 고르면 주어진 미션 하나를 수행하면 돼요.”동료가 친절하게 설명했다.“선택한 걸 못 하면 술 3잔을 마셔야 해요. 남자는 도수 높은 위스키, 여자는 도수 낮은 칵테일을 마시면 되고요. 한 판이 끝나면 방금 걸린 사람이 다시 병을 돌려서 다음 사람을 뽑고 그 사람한테 줄 질문이나 미션도 정하는 거예요.”민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대충 알아듣기는 했지만 지금 자신의 상황에는 어느 쪽도 만만하지 않았다.위험하거나 격한 벌칙은 할 수 없었고 도수가 낮은 칵테일이라 해도 술은 마실 수 없었다.“민 부장님, 진실게임 할래요? 아니면 벌칙으로 갈까요?”직전 판에 걸렸던 남자 직원이 신이 난 얼굴로 술병을 바로 세우며 물었다.남자는 기대에 찬 눈으로 민하윤을 바라봤다.그러자 민하윤은 망설였다.하지만 벌칙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서핑을 하라거나 이성과 포옹이나 키스를 하라고 할 수도 있었다.결국 민하윤은 이를 악물고 선택했다.“진실게임으로 할게요.”그 말이 떨어지자 해변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던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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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하도진은 두 손을 맞잡고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봤다.하도진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조용히 민하윤의 대답을 기다렸다.그 순간, 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피할 수 없는 질문이었기에 결국 솔직하게 답했다.“싱글은 아니에요. 지금 진지하고 안정적으로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민하윤의 대답은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자리에 있던 모두를 술렁이게 했다.하도진도 민하윤이 정말 사실대로 말할 줄은 몰랐다.두 사람의 결혼 사실까지 공개한 건 아니었지만 민하윤은 적어도 거리낌없이 연인이 있다고 인정했다.주변 남자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는 걸 보자 하도진의 기분도 단번에 좋아졌다.특히 그동안 민하윤에게 부지런히 잘 보이려 했던 젊은 남자는 아직 감정을 숨기는 데 서툴렀다.민하윤의 대답을 듣자마자 실망한 기색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좋아요. 그럼 두 번째 질문이요.”질문을 맡은 직원은 충격이 컸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무엇을 물어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민 부장님은 구 대표님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대놓고 화제를 구준오에게 돌리자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이건 사실상 민하윤과 구준오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라고 몰아붙이는 질문이나 다름없었다.민하윤은 영문을 몰랐다.사람들이 왜 자신과 구준오를 엮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잠시 생각한 뒤 게임답게 성실히 대답했다.“이성적이고 성숙한 젊은 기업가라고 생각해요. 사업도 성공했고 차분하면서 매력도 있고요.”그 순간, 하도진의 손이 움찔하더니 곧 차가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하도진의 웃음이 어색한 정적을 깨뜨리자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도진에게 향했다.“그럼 다른 게임으로 바꿀까요? 아니면 시간도 늦었으니 이만...”이 행장님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끝까지 말하지도 못했다.“아니요. 게임도 꽤 재미있네요. 저 때문에 신경 쓰지 마세요.”하도진은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저으며 말했고 입가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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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사실 걸릴 확률은 높지 않아요. 여기만 해도 마흔 명 가까이 되잖아요. 병 입구가 조금만 비켜 가도 하 대표님은 아닐 테니까요.”셀리나는 하도진을 게임에 끌어들여 이번 기회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을 뿐이었다.눈치 빠른 셀리나도 하도진 같은 신분의 사람이 자신들과 이런 유치한 게임을 진지하게 즐길 리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셀리나가 알아서 모든 말을 해 버리자 사람들은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맞장구쳤다.민하윤은 몸을 살짝 일으켜 술병을 잡고 힘껏 돌렸다.그러자 모두가 긴장한 얼굴로 빙글빙글 도는 병을 바라봤다.수십 쌍의 눈이 테이블 위에 쏠린 가운데 빠르게 돌던 술병의 속도가 서서히 느려졌다.그러가다 술병 입구는 애매한 구석을 가리키며 멈췄다.사람들이 그 방향을 따라 바라보니 마침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의 빈자리였다.“그럼 이번 판은 무효인가요?”“다시 돌려야 하나요?”그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다들 뭐 하고 있어요?”술병 입구가 향한 곳에 훤칠한 남자가 나타났다.알고 보니 뒤늦게 도착한 임형섭이었다.임형섭은 하루 종일 은행을 대표해 S급 고객들을 수행하며 모든 일정을 책임졌다.저녁이 다 되어서야 임형섭이 해변까지 찾아온 것이었다.“임 행장님, 얼른 의자 가져와서 앉으세요. 일찍 오는 것보다 때맞춰 오는 게 낫다더니 술병이 딱 행장님 쪽을 가리켰어요.”동료들이 신이 나서 임형섭을 불렀다.“게임에 참여하셔야 해요. 이번에는 민 부장님이 미션을 정할 차례거든요.”임형섭은 영문도 모른 채 사람들에게 떠밀려 자리에 앉았다.“진실게임이요? 벌칙이요?”사람들은 일제히 떠들며 분위기를 띄웠다.은행에서 어느 정도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면 임형섭이 부장으로 일하던 시절, 민하윤을 은행에 추천해 입사시켰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실제로 무슨 감정이 오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공교롭게도 구준오까지 이 자리에 있었다.사람들은 전 남자 친구와 현 남자 친구가 한자리에 모이는 흥미진진한 상황을 놓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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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진실게임이든 벌칙이든 결국 게임이라는 명목 아래 자기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뿐이죠.”하도진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제가 이 게임에 참여한 이상 발뺌할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처럼 게임에서 질까 봐 피하지도 않고요.”하도진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그 노골적인 비아냥이 임형섭의 마음과 자존심을 동시에 찔렀다.임형섭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애써 감정을 가라앉힌 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돌아왔다.“좋아요. 그러면 하 대표님은 진실게임과 벌칙 중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습니까?”“진실게임이면 뭘 묻고 벌칙이면 뭘 시킬 생각이죠?”“진실게임을 고르신다면 묻고 싶은 게 있어요.”임형섭은 하도진을 똑바로 바라봤다.“하 대표님의 마음속에는 아직 첫사랑의 자리가 남아 있습니까? 7년이나 이어진 감정을 정말 그렇게 쉽게 내려놓을 수 있었나요?”하도진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옅게 웃었다.“임 행장님은 저를 참 잘 아시네요.”하도진이 느긋하게 되물었다.“그럼 벌칙을 선택하면 무슨 미션을 주실 겁니까?”“옷을 전부 벗고 바다에 뛰어드십시오.”그 말이 떨어지자 주변에서 일제히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이 행장님은 얼굴이 일그러진 채 임형섭에게 계속 눈치를 줬다.“임 행장님이 아직 젊어서 표현을 좀 과하게 한 겁니다. 그냥 바다에서 수영이나... 서핑을 하라는 뜻이겠죠.”해명할수록 상황은 더 이상해졌고 이 행장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좋아요. 못 할 것도 없죠.”하도진은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셔츠 단추를 풀며 그대로 몸을 돌려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순간 멍해진 민하윤은 곧 이 미친 남자가 정말 바다에 뛰어들 생각이라는 걸 깨닫고 의자를 꽉 붙잡은 채,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야, 너 미쳤어? 그냥 게임인데 왜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받아들여!”구준오는 벌떡 일어나 임형섭의 멱살을 움켜잡았다.“저 자식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도 무사하지 못할 거야!”구준오는 임형섭에게 협박하듯 말을 내뱉더니 미친 듯이 하도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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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민하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에 정신이 멍해졌고 온몸에서도 힘이 빠졌다.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하도진을 에워쌌고 걱정과 안부가 사방에서 쏟아졌다.그 틈을 타서 조용히 빠져나온 민하윤은 다리에 힘이 풀려 발걸음이 휘청거렸다.부드러운 모래를 밟을 때마다 민하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하 대표님이랑 임 행장님 사이에 무슨 원한이라도 있나? 게임이라기보다... 복수하는 것 같던데.”“하 대표님이 유부남이었어? 그럼 셀리나가 재벌 가문에 시집가려던 꿈도 물 건너간 거네?”“하 대표님의 왼손 약지에 낀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 못 봤어? 난 진도에 온 첫날부터 봤어. 대체 누가 그렇게 복이 많아서 저런 완벽한 남자랑 결혼했을까?”“하 대표님이 싱글이어도 셀리나한테 관심 없었을걸? 돈 많은 사람이 바보도 아니고 보는 눈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목소리 좀 낮춰. 셀리나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인사 평가에서 일부러 C를 줄 수도 있어.”귓가에 들어오는 말들이 하나같이 거슬린 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카드키를 들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자 등 뒤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민하윤이 돌아보는 순간 상대가 성큼 들어와 몸을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하도진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커다란 손이 어깨를 단단히 붙잡아 민하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여기는 엘리베이터예요. 누가 보면 어떡해요!”민하윤는 목소리가 떨렸고 저항할 힘도 없었다.목덜미에 입술이 닿을 때마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 짜릿한 간지러움이 번졌다.“내 방으로 와.”하도진은 거칠게 최상층 버튼을 눌렀다.그러고는 민하윤에게 바짝 다가서며 허리를 밀착했다.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위로 올라갔고 하도진의 입맞춤은 거칠고 집요했다.숨 쉴 틈도 없이 파고드는 탓에 민하윤은 눈앞이 아찔해지고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하도진은 민하윤을 번쩍 안아 들었다.방문이 세게 닫히자 하도진은 가까스로 욕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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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두 사람은 해가 질 때까지 방 안에 머물렀고 그동안 민하윤의 휴대폰이 몇 번이나 울렸다.확인해 보니 이남주가 메시지를 잔뜩 보내 놓았다.[언니, 이번 진도 출장... 진짜 오길 잘했어요. 엄청나게 잘생긴 남자 모델이랑 잤어요.][역시 연하가 최고네요! 완전 만족! 대만족!]민하윤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하도진을 슬쩍 바라본 뒤 찔리는 마음에 휴대폰을 얼른 내려놓았다.‘누가 물어봤다고 저런 후기를 보내는 건지...’민하윤은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다.하도진은 잠깐 스쳐 간 화면에서 본 몇 개 단어를 놓치지 않았다.하도진은 민하윤을 품에 안고 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부드럽게 정리해 줬다.“왜? 이번에 진도까지 와서 특별한 만남이라도 기대했어?”하도진은 느긋하게 덧붙였다.“네 남편도 아직 한창이야. 눈으로만 보고 못 쓰는 나이는 아니잖아.”민하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고 당황스럽고 부끄러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니에요. 저랑 상관없는 얘기예요. 저는 요즘 마음도 아주 평온하고 특별히 원하는 것도 없어요.”“그래?”하도진은 민하윤을 끌어안은 채 턱을 이마에 살짝 기대고 귓가에 속삭였다.“여보, 요즘은 과학적으로 육아하는 시대잖아. 그렇다고 날 계속 굶길 생각은 아니지?”민하윤은 하마터면 자기 침에 사레가 들릴 뻔했고 사정없이 하도진을 노려봤다.“말을 왜 그렇게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해요? 우리 아기도 배 속에서 다 듣고 있잖아요.”“아직 작은 배아일 뿐이야. 사과만 한지도 모르는데 사람 말을 어떻게 알아들어?”하도진은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게다가 우리 아기가 돌 틈에서 튀어나온 것도 아니잖아. 사람이 태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뭐가 부끄러워?”하도진은 말로 억지를 부리는 데 능했다.몇 마디 만에 민하윤이 반박할 말을 잃게 했다.하지만 민하윤을 정말 조용하게 만든 건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거칠고 깊은 입맞춤이었다.하도진에게 있어서 입술로 입을 막으면 그만이었다....진도 출장을 마치기 하루 전.민하윤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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