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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사랑한다고 말해줘: Kabanata 641 - Kabanata 650

663 Kabanata

제641화

주말 아침.민하윤은 침대에 누워 반쯤 잠든 채 욕실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꿈속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다음 순간 누군가가 몸을 덮치듯 다가왔다.상쾌한 민트 향이 순식간에 코끝을 가득 채웠다.창가에서는 산들바람이 커튼을 살랑였고 몽롱한 정신 사이로 하도진의 부드럽게 달래는 목소리가 들렸다.“뭐 하는 거예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하윤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고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하도진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고 채워지지 않은 욕망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의사가 말한 임신 초기는 몇 개월까지야?”민하윤은 멍하니 있다가 얼굴을 붉히며 이불 속으로 숨어 버리며 말했다.“몰라요.”그때 아래층에서 두 어르신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민하윤은 손을 뻗어 하도진의 어깨를 밀며 말했다.“가서 좀 봐요.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싸우시는 것 같아요.”“응.”하도진은 입으로는 대답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고 여전히 원래 자세 그대로였다.민하윤은 몸 어딘가가 뜨거워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피하려 했지만 하도진이 어깨를 붙잡아 꼼짝할 수 없었다.“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벌써 잊었어요?”하도진은 깊은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봤고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있었다.“잊지 않았어.”하도진은 잠시 멈췄다가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나 좀 도와주면 안 돼?”하도진은 민하윤의 손목을 잡아 천천히 아래로 이끌었다.잘게 쪼개진 입맞춤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민하윤은 부끄럽고 화가 난 나머지 고개를 들고 하도진의 목을 덥석 깨물었다....어느 순간 아래층의 말다툼 소리도 뚝 끊겼고 방 안에는 두 사람의 고르지 못한 숨소리만 남았다.모든 게 끝난 뒤 하도진은 한결 개운해진 얼굴로 민하윤의 이마에 젖어 붙은 머리카락을 걷어 냈다.그러고는 그곳에 서늘한 입맞춤을 남겼다.간단히 샤워를 마친 하도진은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김옥자는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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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마당에서 뭘 그렇게 뜯어고치는 거예요?”민하윤은 가방에서 말린 매실 한 봉지를 뜯으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그 얘기만 나오면 하도진은 머리가 아팠다.하도진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말도 마. 두 분이 싸우길래 내가 말리러 갔더니 결국 나만 양쪽에서 욕먹었어. 어느 편에서도 환영 못 받았다니까.”민하윤은 안쓰럽다는 듯 하도진을 바라보더니 말린 매실을 내밀었다.“먹을래요?”하도진은 뒤로 기대앉은 채 손을 뻗지 않았다.대신 입을 벌리고 먹여 달라는 듯 기다렸다.민하윤은 운전 중인 기사님을 재빨리 흘끗 바라봤다.기사는 태연하게 앞만 보고 있었다.그제야 민하윤은 말린 매실 하나를 집어 하도진의 입에 넣어 줬다.그러자 하도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매실은 뱉기도 그렇고 삼키기도 힘들 만큼 시었다.“넌 안 셔?”민하윤은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하도진은 진심으로 민하윤의 미각을 의심하기 시작했다.그러다가 얼마 전 먹었던 포도가 떠올랐다.그것도 하나같이 기가 막힐 정도로 셨는데 민하윤은 유독 잘 먹었다.“할아버지께서 마당에 심으셨던 포도도 맛있던데요. 새콤달콤해서 좋았어요.”민하윤은 진심으로 칭찬하며 눈꼬리를 살짝 휘었다.“어제 그 한 접시는 제가 다 먹었어요.”하도진은 멍하니 민하윤을 바라봤다.차는 어느새 고가도로에 올라섰고 앞뒤로 차가 꽉 막혀 있었다.“할머니는 그 포도가 너무 시다고 하시면서 할아버지한테 빨리 포도 선반을 다 뜯으라고 하셨어. 우리가 나올 때 마당이 엉망이었던 것도 그거 철거하느라 그런 거였어.”민하윤의 얼굴에 아쉬움이 번졌다.“정말 아쉽네요. 선반에 달린 포도도 다 버리는 거예요?”“그러게... 왜 나오기 전에 말 안 했어?”하도진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조금 가져오고 싶긴 했는데 두 분이 아직 싸우고 계시니까 괜히 말 꺼내기가 그랬어요. 됐어요. 별일도 아닌데요.”민하윤은 하도진이 신경 쓸까 봐 얼른 화제를 넘겼다.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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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하도진은 집에 시디신 포도를 한 바구니 가득 가져왔다.그것도 모자라 일부러 과일 전용 냉장고까지 하나 새로 샀다.그 안에는 포도뿐 아니라 덜 익은 키위, 망고, 아보카도, 신맛이 강한 참다래까지 가득 들어 있었다.민하윤은 임신한 뒤 입맛이 유난히 이상해졌다.예전에는 매운 음식 없이는 못 살던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올리브유 한 방울조차 싫어할 정도였다.민하윤은 집안 도우미에게도 몇 번이고 당부했다.물에 삶을 수 있는 건 굳이 볶지 말고 찔 수 있는 건 튀기거나 굽지 말라고 했다.한마디로 기름진 음식은 아예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하도진도 그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다.2주 내내 퇴근하고 배가 등에 붙을 만큼 허기진 채 식탁에 앉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건 푸짐한 채소 요리뿐이었다.고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국에도 기름 한 방울 뜨지 않았다.처음에는 사정을 모르던 하도진이 나지혜에게 화를 냈다.“하윤이는 지금 몸이 특별한 때잖아요. 영양을 제일 잘 챙겨야 하는데 의사도 빈혈이 있고 영양 상태가 좀 부족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이런 것만 먹여요? 저희 부부가 스님이 된 것도 아니고 절에 들어가 수련하는 것도 아닌데 한 상 가득 채식만 차린 이유가 뭐예요?”하도진은 옆을 가리키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삼색이랑 새끼 고양이들도 고기로 된 간식이랑 멸치 먹잖아요. 아주머니도 원래 이렇게 요리 안 하셨잖아요. 식비 예산에 제한 둔 적도 없는데 요 며칠 계속 이렇잖아요... 먹을 거라고는 온통 풀뿐이네요.”나지혜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다 사모님이 원하신 거예요. 고기 냄새를 못 견디시고 음식에 기름도 넣지 말라고 특별히 말씀하셨어요.”순간 멈칫한 하도진은 냉장고 두 대를 열어 봤다.한쪽에는 채소만 가득했고 다른 한쪽에는 과일만 빼곡했다.그나마 가장 고기다운 음식이라고는 달걀뿐이었다.민하윤이 퇴근해 돌아왔을 때는 집안 분위기가 어딘가 이상했다.나지혜는 부엌에서 국을 끓이고 있었고 하도진은 원망 가득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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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빈혈이 하루이틀 만에 좋아지는 것도 아니잖아요.”“그럼 아기들의 발육 수치는? 주수보다 큰 편이야? 작은 편이야?”그제야 두 질문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 민하윤은 먼저 하도진의 손을 잡고 조용히 물었다.“대체 왜 그래요?”“임신하고 입맛이 없고 취향이 바뀐 건 이해해. 그런데 어떻게 야채만 먹어? 그나마 먹는다는 고기류가 달걀뿐이잖아.”하도진의 목소리가 점점 무거워졌다.“매일 채소 아니면 과일만 먹고 반찬도 죄다 삶거나 찐 것뿐이고... 이러니 몸이 버티겠어? 몸매 관리하는 거야? 지금 다이어트 식단 먹는 거냐고? 삼색이랑 새끼 고양이들이 먹는 게 너보다 영양가 있겠네. 네 몸은 그렇다 쳐도 배 속의 두 아이는 생각 안 해? 네가 제대로 먹어야 아기들도 잘 크지.”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이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저도 정말 먹고 싶은데 못 먹겠어요. 그런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리는데... 어떻게 입에 넣고 삼켜요?”민하윤은 작게 덧붙였다.“대신 영양제 많이 샀어요. 비타민이랑 칼슘, 철분제도 있고요.”민하윤은 실제로 얼마 전 약국에서 온갖 영양제를 한가득 사 왔다.어유, 각종 비타민과 칼슘, 철분제까지 병이 수두룩했다.하지만 밥은 제대로 먹지 않으면서 알록달록한 알약만 삼킨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하도진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더니 혼자 통유리창 앞으로 걸어가 감정을 가라앉혔다.하도진은 굳이 화내고 싶지 않았고 민하윤에게 짜증을 쏟아붓는 건 더더욱 싫었다.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그때, 부엌에서 갑자기 진한 고기 냄새가 퍼져 나왔다.민하윤은 코끝을 움찔하더니 순간 얼굴빛이 확 변했다.속 깊은 곳에서 메스꺼움이 치밀어 오르자 민하윤은 입과 코를 틀어막고 화장실로 뛰어갔다.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긴장한 표정으로 뒤따랐다.민하윤은 세면대에 기대 속이 뒤집힐 만큼 토했지만 하도진은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다.그저 등을 부드럽게 쓸어 주고 미지근한 물과 휴지를 건넬 뿐이었다.결국 나지혜가 끓인 삼계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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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민하윤이 계단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자 나지혜가 찐 새우 한 접시를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사모님, 아침 드세요.”민하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마지못해 식탁 반대편에 앉았다.하도진은 여전히 우아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고 손 옆에는 13인치 태블릿이 놓여 있었다.평소 마넬 증시 흐름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는 하도진은 화면만 집중해서 바라볼 뿐, 처음부터 끝까지 민하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민하윤도 굳이 신경 쓰지 않았고 타조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삶은 달걀을 조금씩 먹었다.그때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민하윤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그러자 두 사람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민하윤은 얼른 입안의 달걀흰자를 씹어 삼킨 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왜요?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하지만 하도진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눈꺼풀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시선을 흰 접시에 남은 달걀노른자 두 개로 옮겼다.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지만 민하윤은 바로 하도진의 눈빛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들었다.민하윤은 하도진의 눈빛에 눌려 어쩔 수 없이 젓가락으로 노른자를 집어 조금씩 베어 먹었다.표정은 괴로워 죽겠다는 듯했지만 감히 남길 수는 없었다.하도진은 태블릿 화면을 끄고 직접 새우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새우살이 가득 담긴 그릇 하나가 민하윤 앞으로 밀려왔다.그때 나지혜가 생강을 조금 넣은 식초 종지를 함께 내왔다.“저희 고향에서는 새우를 이렇게 먹어요. 한번 찍어 드셔 보세요. 입덧이 좀 덜할 수도 있어요.”그 말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동시에 나지혜를 바라봤다.그러고는 서로 눈빛을 한번 주고받았다.나지혜는 앞치마를 어색하게 움켜쥐었다.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알아차린 듯 머쓱하게 웃었다.“제가 예전에 고향에서 몇 년 산후도우미로 일하다가 나중에 가사도우미로 바꿨거든요.”나지혜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사모님께서 요즘 입맛도 없으시고 잠도 많아지고 추위도 많이 타시잖아요.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 냄새도 전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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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하도진은 어떻게든 민하윤에게 달라붙어 조금이라도 사랑을 받아 내려고 했다.하지만 열흘 넘게 이어진 냉전 동안 두 사람은 몸을 닿기는커녕 같은 침대에 눕지도 않았다.서로의 일정을 일부러 피해 다니다 보니 얼굴 한번 마주치는 것조차 드문 일이 되어 버렸다.그런데 오늘 하도진이 먼저 냉전을 깨고 나섰다.민하윤의 손목을 붙잡은 것도 모자라 엄지로 민하윤의 피부를 천천히 쓸었다.순간 전기가 흐르는 듯한 간질거림이 온몸으로 번졌다.민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반사적으로 손을 빼려 했다.“날 피하지 마.”하도진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에는 참아 온 감정과 옅은 불쾌감이 묻어 있었다.나지혜는 눈치 빠르게 현관으로 향했고 열쇠를 챙기며 말했다.“시장에 가서 신선한 새우랑 채소 좀 사 올게요. 저녁에는 사모님 좋아하시는 단호박 수프를 해 드릴게요.”그렇게 되니 넓은 별장에는 순식간에 두 사람만 남았다.민하윤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괜히 어색해졌다.“놔요.”말투를 들어 보니 민하윤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다.하도진은 한숨을 내쉬더니 민하윤을 가볍게 끌어당겨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하윤아, 이 문제는 나도 양보 못 해.”하도진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난 네 뱃속의 두 아이만 걱정하는 게 아니야. 네 몸도 똑같이 걱정돼.”“그런데 정말 못 먹겠어요. 입덧이 너무 심해요.”“알아. 그래도 최대한 먹어야 해. 조금이라도 노력해서 먹어.”민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더는 대꾸하지 않았다.하도진은 그대로 민하윤을 번쩍 안아 들고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뭐 하는 거예요?”하도진은 민하윤을 체중계 위에 내려놓았다.옆에 있던 마커펜을 집어 들더니 숫자와 날짜를 벽에 붙인 메모판에 적었다.그제야 민하윤은 현관 한쪽에 흰색 보드가 새로 생겼다는 걸 알아차렸다.51kg이었다.임신 전보다 4.5kg 정도 늘어난 몸무게였다.하도진이 숫자를 가리켰다.“네가 보기에는 이게 쌍둥이를 임신한 6개월 차 임산부의 정상적인 몸무게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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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차는 북해 대로로 부드럽게 들어섰다.이 일대는 명원에서도 의료 인프라가 손꼽히는 곳이었다.상업지구와 오피스텔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고 관광지나 외부 관광객의 왕래도 거의 없었다.주변에는 최고 수준의 병원들과 고위 간부들을 위한 요양 시설이 밀집해 있었다.민하윤은 아이보리색 숄을 두르고 있었다.안에는 연분홍색 니트 카디건 원피스를 입었는데 길이가 발목까지 내려왔다.디자인은 단정하고 수수했다.민하윤은 허리가 여전히 가늘어 뒤에서 보면 임산부라고는 전혀 생각하기 어려웠다.원피스도 아주 넉넉한 핏은 아니어서 정면에서는 아랫배가 살짝 나온 정도만 드러났다.고운 캐시미어 소재라 얇고 가벼우면서도 따뜻했다.그때 하도진이 갑자기 손을 내밀더니 조심스럽게 민하윤의 아랫배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하도진의 깊고 어두웠던 눈동자가 서서히 밝아졌다.그 눈빛에는 아주 작은 기대와 기쁨, 그리고 깊은 애정이 스며 있었다.하지만 그런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다시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담담한 얼굴로 돌아갔다.그런데도 민하윤은 주변의 분위기가 왠지 무겁게 느껴졌다.민하윤은 하도진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맨날 그렇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지 마세요. 무서워요.”“응.”하도진은 대답을 했지만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도대체 기쁜 건지 걱정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웃어 보라고요.”하도진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입꼬리를 올려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차갑고 옅은 미소가 하도진의 얼굴에 걸렸다.민하윤은 다시 좌석에 등을 기대었지만 마음 한구석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민하윤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고 낙엽이 거리를 따라 흩날렸다.도로 양옆에는 플라타너스가 길게 늘어서 있었고 크고 누렇게 마른 잎들이 듬성듬성 떨어지고 있었다.시간은 정말 빨랐다.눈 깜짝할 사이 몇 년이 흘렀다.몇 년 전.민하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혼자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아무런 증상도 없이 태아의 심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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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23주 정도 됐어요.”“와, 그런데 배가 정말 작네요! 원래 몸매가 마르셔서 그런가? 첫아이라 그럴 수도 있어요. 초산이면 배가 단단해서 원래 잘 안 나오기도 하거든요.”그때 몇몇 임신부가 하나둘 대화에 끼어들었다.그중 나이가 조금 더 있는 두 사람은 경험이 많은지 젊은 임신부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줬다.덕분에 분위기도 조금 누그러졌다.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던 터라 몇 사람은 그대로 이야기를 이어 갔다.“네, 첫아이예요.”“그럼 이상할 것도 없네요. 워낙 마르기도 했고 초산이면 배도 덜 나오니까 23주면 아직 6개월도 안 됐잖아요.”그러자 민하윤은 맞장구치며 살짝 웃었고 쌍둥이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한번 시작된 이야기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고 이내 화제는 출산으로 넘어갔다.“저는 다음 달에 출산이에요. 의사가 아기가 너무 커서 제왕절개를 할 가능성이 높대요. 배를 가른다고 생각하면 벌써 무서워요.”한 젊은 임신부가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털어놓았다.“해외에서 낳을 생각은 없어요? 아니면 지벤이라든가...”누군가 묻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멈췄다.“요즘은 그쪽 규정이 워낙 까다롭잖아요. 남편도 지금 중요한 시기라 국내에서 낳기로 했어요. 그래도 여기에는 산부인과로 유명한 문 교수님이 계시니까 좀 안심되죠.”원래 말수가 적고 낯선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민하윤은 그저 예의 있게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대화를 듣다 보니 이들 대부분은 출산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상태로 마지막 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었다.“아기가 너무 크면 낳기 힘든 것도 문제지만 너무 작으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역시 예정일까지 잘 채우고 건강하게 나오는 게 제일이죠.”“그러니까요. 우리 아파트에 사는 엄마 중에도 체구가 작은 여자가 있는데 아마 저분이랑 비슷했을 거예요.”말하던 여자는 민하윤을 한번 바라봤다.“임신했을 때도 밥을 잘 안 먹더니 아기가 태어났는데 2.25킬로밖에 안 나갔대요. 결국 두 달이나 인큐베이터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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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두 사람은 잠시 더 기다린 뒤에야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진료실로 들어갔다.문 교수님은 이미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병원의 요청으로 다시 진료에 복귀한 상태였다.고령인 만큼 하루 외래 예약은 10명만 받았고 수술 일정은 잡기가 더 어려웠다.문선미는 늘 그렇듯 표정이 엄격했다.은백색 머리를 낮게 틀어 올렸고 목에는 돋보기안경을 걸고 있었다.“전에 유산한 적이 있죠?”민하윤은 한 손을 아랫배에 얹은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쌍둥이고... 지금 몇 주차예요?”그러자 하도진이 재빨리 대신 대답했다.“23주 3일입니다.”문선미는 컴퓨터 화면에서 시선을 떼 민하윤을 바라봤다.손을 뻗어 배를 가볍게 만져 보더니 표정이 조금 굳었다.“아기들이 주수에 비해 작은 편이고 양수도 적네요.”가뜩이나 긴장하고 있던 민하윤은 문선미의 심각한 얼굴을 보자 더욱 불안해졌다.“우선 옆 진료실로 가세요. 4D 초음파부터 해 봅시다.”원칙상 보호자는 검사실에 동행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사정이 남달랐기에 보호자의 동행도 허용됐고 4D 초음파 영상도 전 과정을 녹화해 산모에게 제공했다.두 사람은 화면을 통해 처음으로 배 속 두 아기의 얼굴을 보게 됐다.아직 이목구비가 또렷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제법 사람다운 모습이었다.그런데 한 아기는 검사하는 내내 몸을 뒤척이며 등을 돌렸다.얼굴까지 야무지게 가린 채 좀처럼 보여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장난꾸러기 아기의 얼굴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민하윤에게 복도로 나가 조금 걷고 움직여 보라고 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진료실을 나와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민하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하도진은 다정하게 민하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민하윤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아까 선생님이 아기들이 작다고 했잖아요. 혹시 제가 제대로 안 먹어서 그런 걸까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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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말을 마친 문선미는 옆에 있던 수련의에게 물었다.“아까 네가 초음파 봤을 때도 이쪽 아기가 잘 안 보였어?”“네. 아기가 계속 몸을 돌리면서 얼굴을 가리더라고요.”민하윤은 점점 걱정이 됐다.복도에서 문선미가 알려 준 대로 난간을 잡고 상체를 낮추면서도 불안한 얼굴로 하도진에게 물었다.“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니겠죠? 두 번이나 했는데 얼굴을 못 찍었잖아요. 원래 이런 경우도 있나요?”하도진도 속으로는 초조했지만 자신까지 불안한 기색을 보이면 민하윤이 더 겁먹을까 봐 애써 태연한 척했다.“별일 아닐 거야. 자고 있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조금 움직이다 보면 자세 바꾸겠지.”조금 억지스러운 위로였지만 민하윤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그저 문선미의 지시대로 난간을 붙잡고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마침 진료실에서 나온 간호사가 복도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다가왔다.“아빠가 아기한테 말 좀 걸어 보세요. 달래기도 하고 살짝 협박도 해 보고요.”‘그러면 정말 효과가 있으려나?’민하윤이 속으로 의아해하는 사이, 하도진은 벌써 민하윤 앞에 쪼그려 앉더니 배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고 아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아가야, 한번 돌아눕자꾸나. 착하지? 얌전히 한 번만 돌아누우면 나중에 태어나서 아빠가 백화점에서 제일 예쁜 원피스랑 리본이랑 유리구두 다 사 줄게. 엄마를 그만 힘들게 하고 얼른 돌아누워 봐.”민하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고 팔에 소름까지 돋았다.이렇게 다정한 하도진은 처음 봤다.목소리까지 한껏 부드럽게 낮춰 말하는 모습이 낯설 정도였다.민하윤도 한숨을 내쉬며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아가야, 한 번만 돌아누워 줘. 엄마 힘들어.”하도진은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됐어. 그냥 다음에 다시 오자.”“그냥 이렇게 포기할 수 없어요. 여기까지 왔는데... 다음 주에는 또 출근해야 하고 다음 주말까지 기다리면 검사 시기도 지나가잖아요.”민하윤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더 열심히 난간을 잡고 상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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