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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사랑한다고 말해줘: Kabanata 651 - Kabanata 660

663 Kabanata

제651화

민하윤은 검사대에 누운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정신이 반쯤 딴 데로 가 있던 민하윤은 의사의 말을 듣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2주 뒤에 다시 와서 재검하세요. 지금으로서는 아기들이 주수에 비해 조금 작은 편입니다. 쌍둥이는 임신 후기로 갈수록 자궁수축이 잦아질 수 있으니 조산 가능성도 주의해야 하고요.”그 말에 민하윤은 기분이 확 가라앉았고 병원을 나올 때까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하도진은 직접 트렌치코트를 민하윤의 어깨에 둘러 주고 안쓰럽다는 듯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잘못을 알았으면 고치면 되는 거야. 이제 내가 억지로 먹으라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하도진은 민하윤을 달래듯 말했다.“의사 선생님도 그러셨잖아. 임신 후기로 갈수록 아기들이 네 몸에서 영양을 많이 가져간대. 네가 제대로 안 먹으면 아기들도 작게 크고 네 몸도 버티기 힘들어.”민하윤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할수록 속상하고 억울했지만 민하윤은 마음속으로 단단히 결심했다.‘오늘부터는 정말 제대로 먹을 거야.’민하윤은 고기도 먹고 채소도 먹고 영양을 골고루 챙길 생각이었다.자기 배가 이렇게 작은데 그 안에 있는 두 아기는 얼마나 작고 여릴까 싶었다.차가 큰길로 들어서자 민하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 배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회사 사람들이 무역센터 쪽에 중화요리집이 새로 생겼다고 하던데요.”하도진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민하윤을 홱 바라봤다.그러고는 곧바로 기쁜 표정으로 기사에게 말했다.“차 돌려서 무역센터로 가 주세요.”하도진은 민하윤을 보며 덧붙였다.“중화요리가 아니라 뭐든 상관없어. 네가 먹고 싶고 먹을 수만 있으면 한식이든 양식이든 다 좋아.”무역센터 일대는 사람으로 붐볐다.두 사람은 길가에서 먼저 내렸고 기사는 근처 상가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옮겼다.새로 생긴 중화요리 전문점은 인테리어가 꽤 세련됐다.복고풍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고 입구에 들어서자 초록색과 짙은 자홍색 테이블과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분위기는 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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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2화

하도진은 민하윤을 흘끗 바라보더니 물었다.“뭘 모르는 척해? 넌 진작에 둘이 사귀는 거 알고 있었지?”“네?”하도진은 느긋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손가락으로 찻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내가 모를 줄 알았어? 너희끼리 따로 단톡방 만들어서 맨날 남 얘기하고 연애 얘기하잖아. 언제 구이현이랑 그렇게 친해진 거야?”“무슨 단톡방이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민하윤은 찔리는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꽉 쥐었다.사실 세 사람은 지난 몇 달 동안 사적으로 자주 만나 밥도 먹고 놀러 다니며 급격히 가까워졌다.단톡방도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울렸다.잠깐 휴대폰을 안 보고 있으면 읽지 않은 문자가 백 개씩 쌓이는 건 정상이었다.얼마 전 백누리는 단톡방에 게시물 하나를 공유하며 선언하기도 했다.[얘들아, 나한테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내 휴대폰부터 무조건 초기화해 줘. 특히 우리 단톡방 기록은 흔적도 없이 싹 지워 버려.]민하윤은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한마디하려다가 무심코 게시물을 눌렀다.제목은 이랬다.[여자끼리의 채팅 대화 내용은 대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그때만 해도 민하윤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하도진의 추궁을 받고 있자니 생각은 하나뿐이었다.‘내 휴대폰은 무조건 지켜야 해.’세 사람의 채팅 내용만큼은 절대 다른 사람한테 들켜서는 안 됐다.“그래?”하도진이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봤다.“내가 네 카카오톡 상단 고정에 ‘청순 여대생 실시간 수다방’이라는 방이 있는 걸 봤는데... 설마 육아 단톡방이라고 하지는 않겠지?”민하윤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제 휴대폰 몰래 봤어요? 우리 채팅 내용도 봤어요?”“그건 아니야. 일부러 본 건 아니고 그날 알림이 떠서 우연히 본 거야.”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 사이 두 사람 사이에는 또 조그만 불씨가 붙었다.하도진은 괜히 이 말을 꺼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이렇게 화낼 줄 알았으면 죽어도 못 본 척했을 것이다.민하윤은 생각할수록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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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3화

두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가는 내내 하도진의 시선은 민하윤의 살짝 나온 배에 고정돼 있었다.“뭘 그렇게 봐요!”계속 쳐다보니 민하윤은 괜히 신경이 쓰였다.“아까 4D 초음파 찍을 때 끝까지 말 안 듣던 녀석 있잖아. 혹시 아들이 아닐까라고 생각 중이야.”하도진은 제법 진지한 얼굴이었다.“의사 선생님이 여자애한테 장난꾸러기니 말썽꾸러기니 그런 표현을 쓰겠어?”민하윤은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든 딸이든 전혀 상관없었다.그냥 블라인드 박스 하나 뜯는 기분으로 기다릴 생각이었다.출산하는 날이 오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니 의사가 무심코 한 말에도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저도 몰라요.”하도진은 한숨을 쉬더니 민하윤의 배 오른쪽에 손을 올렸다.그러더니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그럼 이 얌전한 아기는 무조건 딸이겠네. 여자애들은 역시 똑똑하고 얌전하지.”민하윤이 칼날 같은 눈빛으로 쏘아보자 하도진은 헛기침을 했다.“난 그냥 여자애들이 얌전하고 영리하다고 칭찬한 거야. 아들이 안 좋다는 뜻은 아니야.”“네...”하도진은 너무 노골적으로 차별하고 있었다.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벌써 이러는데 막상 태어나면 편애가 얼마나 심해질지 뻔했다.“하윤아, 넌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그러자 민하윤은 배 위에 올려 둔 하도진의 손을 툭 쳐 내며 말했다.“둘 다 좋아요. 제가 열 달 동안 품고 힘들게 낳을 아이들인데 똑같이 좋아하고 똑같이 사랑할 거예요.”“그래.”하도진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냉정한 얼굴이 살짝 처지더니 흥미를 잃은 듯 좌석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차는 별장 단지 안으로 들어섰다.울창했던 나무들은 앙상해졌고 누렇게 마른 낙엽이 길가에 가득했다.민하윤은 날짜를 가늠해 봤다.예정일은 내년 3월 말에서 4월 초쯤이었으니 아이들은 아마 봄에 태어날 것이다.민하윤은 쓸쓸한 가을보다는 봄이 훨씬 좋았다.옆에 앉은 하도진은 그 후로도 계속 기운이 없었다.그런 상태는 밤에 샤워를 마치고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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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4화

하도진은 웃기만 하고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의 약속을 어긴 건 아니었다.임신 사실을 미리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송지훈이 눈치가 빠르고 감이 좋아서 혼자 알아챈 것뿐이었다.그날 이후 하도진은 매일 밤 태교에 열중했다.하도진은 늘 제법 진지한 얼굴로 민하윤의 배를 향해 말했다.“내가 아빠야. 잘 기억해. 아빠라고... 우리 예쁘고 보들보들한 딸아, 아빠가 꽃무늬 원피스랑 인형을 옷장 가득 사 놨어. 엄마의 뱃속에서 얌전히 있어야 해.”민하윤은 옆에서 사과를 베어 먹다가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매일 밤 다정하게 이어지는 태교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하도진은 늘 민하윤의 배 오른쪽에만 대고 말을 걸었지만 왼쪽은 철저히 무시했다.“지금 배 속 아기 한 명한테만 얘기하는 거예요?”하도진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뭐... 그렇지.”물론 속으로 이미 남녀 쌍둥이라고 확신한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그러면 다른 아기한테도 좀 말해 줘요.”민하윤이 의아하게 묻자 하도진은 잠시 고민했다.그러고는 마지못해 몸을 일으켜 이번에는 왼쪽 배를 향해 말했다.“음... 첫째야, 뱃속에서 동생을 괴롭히지 마. 나와서도 그러면 아빠한테 혼날 줄 알아...”하도진의 말에 민하윤은 할 말을 잃었다....민하윤은 원래 성격이 온순해서 좀처럼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임신 후 호르몬 변화가 심해지면서 감정 기복도 커졌다.가볍게는 토라지고 짜증을 내는 정도였지만 심할 때는 지금처럼 하도진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냉전에 들어가기도 했다.임신 7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 두 사람은 또 한 번 보기 드문 냉전을 시작했다.이번에는 꽤 오래갔다.사건은 2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12월의 둘째 주말은 민하윤의 시어머니 채선화의 생일이었다.민하윤은 일을 잠시 미뤄 두고 미리 백화점에 가 실크 숄 하나를 골랐다.채선화의 직업을 생각하면 책이나 문구류를 선물하는 건 괜히 아는 척하는 것 같았다.그렇다고 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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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5화

그동안 민하윤이 마음껏 먹은 보람은 확실히 있었다.임신 7개월이 된 민하윤은 여전히 팔다리가 가늘었다.발이 조금 붓고 배가 단단하게 뭉치는 것 말고는 임신으로 인한 큰 변화도 없었다.뒤에서 보면 여전히 날씬하고 가녀린 몸매였다.하지만 정면에서 보면 아예 달랐다.이제는 아무리 넉넉한 옷을 입어도 공처럼 둥글게 나온 배를 감출 수 없었다.동그랗게 불러온 배는 마치 커다란 수박 하나를 품에 안고 있는 것 같았다.민하윤은 울상을 한 채 2층 드레스룸 전신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 봤다.“실내에서는 외투를 입고 있을 수도 없고... 이제는 정말 못 숨기겠네요.”하도진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뒤에서 민하윤을 끌어안으며 장난스럽게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느긋하게 말했다.“못 숨기겠으면 이제 그만 숨겨. 벌써 7개월인데 설마 진짜 애들을 낳고 나서야 안고 찾아가서 깜짝 선물할 생각이야?”민하윤은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기에 뒤로 몸을 빼며 하도진을 밀어냈다.“장난치지 마세요. 저 지금 진지하다고요.”하도진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다.“나도 진지해. 정말이야. 우리 엄마한테 숄을 열 개 주고 노트북을 스무 대 사 줘도 별 감흥 없을걸? 그런데 예쁜 손녀 둘을 선물하면 엄마는 그날 밤 잠도 못 잘 만큼 좋아하실 거야.”민하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더니 눈을 크게 뜨고 하도진을 노려봤다.“제가 산 선물 몰래 봤어요?”“몰래 본 건 아니야. 옷장에서 넥타이 고르다가 선물 상자 두 개가 보여서 그냥 본 거지.”민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들을수록 기분이 나빴다.대체 무슨 근거로 채선화가 자신이 준비한 숄과 노트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말 좀 똑바로 해요. 마음에 안 든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 어머님이 그 두 선물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 아니면 선물하는 제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거예요?”하지만 하도진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머릿속은 정작 엉뚱한 생각으로 가득했다.민하윤이 임신하고 나서 뭔가 달라진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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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6화

“선물도 예쁘고 정성껏 골랐잖아. 실용적이기도 하고 어디 내놔도 손색없고. 우리 엄마가 왜 싫어하겠어? 아까는 내가 말을 잘못했어. 그렇다고 괜히 엄마한테까지 화내지는 마. 네가 생일날 안 가면 엄마도 섭섭하잖아.”하도진은 민하윤을 끌어안고 달랬지만 돌아오는 건 이불 너머의 주먹질과 발길질뿐이었다.하도진은 피하면서도 계속 달랬다.“진짜 내가 잘못했어. 말을 잘못한 거야. 그러니까 그만 화내. 배 속에 아기도 둘이나 있는데 계속 울다가 몸 상하면 어떡해?”민하윤은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하도진을 외면한 채,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며 입을 닫아 버렸다. 하도진은 그제야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민하윤은 임신한 뒤 감정 기복이 심해져 가끔 사소한 일에도 화를 내거나 토라지곤 했다. 차라리 화를 내면 달래기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예 말을 끊고 모른 척해 버리면 훨씬 난감했다.아래층에서는 아직 유청원이 기다리고 있었고 한두 시간이면 가족 식사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결국 하도진은 한숨을 내쉬고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들고 내려갔다. 하도진은 선물을 유청원에게 건넸다.“본가에 가져다주세요. 다른 말은 하지 마시고 제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사모님이 곁에서 돌보고 있다고만 하세요. 이 선물은 전부 사모님이 준비한 거고요. 어머님께는 제가 직접 전화드릴게요.”유청원은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선물을 뒷좌석에 실은 뒤 혼자 차를 몰고 하씨 본가로 향했다.......채선화는 전화를 끊고 소파 위에 놓인 선물들을 바라봤고 표정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준혁은 아내의 눈치를 살피다가 탁자를 탁 쳤다.“도진이도 갈수록 너무하네. 오늘이 무슨 날인데 직접 오지도 않고.”“됐어요. 몸이 안 좋다잖아요. 그 애 성격 당신도 알면서 그래요. 좋은 일만 말하지, 힘든 건 좀처럼 티를 안 내잖아요. 내일 우리가 한번 가 봐요.”하준혁이 옆에서 말했다.“내일은 장인어른, 장모님하고 남명에 친척들 만나러 가기로 했잖아.”“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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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7화

민하윤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어두운 거실 소파에 한 남자가 느긋하게 기대앉아 있는 게 보였다.멀찍이서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민하윤은 코를 훌쩍였지만 참지 못한 눈물이 또 그릇 안으로 떨어졌다.하도진은 한숨을 내쉬며 결국 먼저 손을 들었다. 관자놀이를 받치고 있던 손을 내리고 옆자리 소파를 툭툭 두드렸다.“이리 와.”민하윤은 다가갈 생각이 없는 듯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하도진은 잠시 소파에 기대 있다가 몇 초 뒤 몸을 일으켜 천천히 주방으로 걸어왔다.자연스럽게 민하윤 맞은편에 앉은 하도진은 손등으로 그릇을 살짝 만져 봤다. 긴 속눈썹이 눈가에 옅은 그림자를 드리웠다.“말 들어. 죽 식었으니까 그만 먹어.”민하윤은 고집스럽게 그릇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 맺혀 있으면서도 빼앗기기 싫다는 듯 한 손으로 그릇을 붙들고 다른 손으로 숟가락을 들어 계속 죽을 떠먹었다.사실 이제 그렇게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다. 그저 먼저 물러서기는 싫었고 아직 화도 남아 있었다. 혼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도진이 자신을 달래 주길 바랐다.그때 하도진이 갑자기 민하윤의 손목을 붙잡았다.거실에는 불이 꺼져 있어 고요하고 어두웠고 식탁 위의 따뜻한 조명 하나만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나무 바닥 위에 드리워졌다.“우리 이제 그만 싸우면 안 돼?”민하윤은 하도진을 한번 노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도진은 손가락으로 민하윤의 가느다란 손목을 살살 쓸었다.“이제 곧 엄마 될 사람이 왜 자꾸 애처럼 토라져?”말을 하다 말고 하도진은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괜히 이 한마디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될까 싶어 조심스럽게 민하윤의 눈치를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민하윤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민하윤은 벌떡 일어나 그의 손을 세게 뿌리쳤다. 하지만 민하윤은 임신 7개월의 몸이었다. 자칫 잘못 잡아당겼다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조심스러웠다.하도진은 차마 힘으로 붙잡지 못하고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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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8화

하도진은 얇은 입술을 달싹이며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말해.”“계속 사모님 양동생의 동향을 지켜보라고 하셨잖습니까. 최근 국내 재산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루이로 이민을 준비 중인 걸 확인했습니다.”관자놀이를 짚고 있던 하도진은 그 말을 듣자 눈을 번쩍 떴다.“혼자 가는 거야?”“거액을 들고 도망친 진서우도 현재 그루이에 있습니다. 신분을 바꾸고 가명으로 숨어 지내고 있고요. 민하윤 씨의 양부모는 호적에 변동이 없고 그루이 이민을 신청한 기록도 없습니다.”서명인은 룸미러로 하도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양동생의 이민 신청을 막아 둘까요?”하도진은 싸늘하게 웃었다.“그럴 필요 없어. 명원에 계속 남아 있으면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 그냥 보내. 대신 양부모 쪽은 계속 지켜봐. 하윤이 생활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서명인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12월의 명원은 미세먼지가 짙었고 기온도 급격히 떨어졌다. 민하윤은 몸이 무거워지면서 움직이는 것도 점점 불편해졌고 외출도 귀찮아졌다.하도진은 여러 도시를 오가느라 바빴고 별장에는 난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민하윤은 갈수록 몸이 무거워져 이제는 아래층에 내려가는 것조차 꺼렸다.나지혜는 하루 세 끼를 준비해 방까지 가져다줬다.민하윤은 출산휴가를 미리 쓸까 고민했지만 아이를 낳은 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곁에 있고 싶었다. 결국 은행에서 몇 년 동안 쌓아 둔 연차를 한꺼번에 쓰기로 하고 온라인으로 휴가 신청을 올렸다.집에서 쉬기 시작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이남주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갑자기 웬 연차예요? 무슨 일 있어요?”민하윤은 사과를 베어 먹으며 대답했다.“몇 년 동안 쌓아 둔 거라 그냥 이번에 한꺼번에 쓰려고요.”“요즘 일하는 게 영 이상하던데요. 맡고 있던 프로젝트도 전부 넘겼잖아요. 설마 일 그만두고 집에서 전업주부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민하윤은 웃기만 하고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흘러 어느덧 새해 첫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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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9화

“......당신의 눈에는 웃음만 가득하길. 당신이 흘리는 모든 눈물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길...... 이 세상이 정말 노래할 만한 곳이라면 그건 당신이 있어 이렇게 북적이고 따뜻해졌기 때문이겠죠. 하늘도 넓고 땅도 넓지만 세상은 생각보다 더 막막한 곳이에요. 더는 그대를 속이고 싶지 않아요. 부디 내 마음을 알아주길.”민하윤은 차창을 내렸다. 내쉰 숨이 하얀 입김이 되어 금세 흩어졌다.잔뜩 흐린 하늘에서는 어느새 투명한 눈송이가 촘촘하게 떨어지고 있었다.“눈 오네요.”......명원 공항.서명인은 여행 가방을 밀며 검은 코트를 입은 하도진의 뒤를 바짝 따라갔다.하도진은 반듯하게 다려진 맞춤 정장 위에 같은 계열의 캐시미어 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짙은 눈동자, 굳게 다문 입술까지 차가운 인상을 더해 쉽게 다가가기 힘든 분위기였다.“대표님, 오늘 유청원 씨가 공항으로 마중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래. 가족들과 새해 보내라고 해.”“그게 아니라, 김옥자 여사님께서 사모님을 본가로 불러 식사하기로 하셨답니다. 유청원 씨는 별장으로 사모님을 모시러 갔고요.”하도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뒤돌아 서명인을 바라보는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스쳤다.“그렇게 중요한 일을 왜 이제 말해?”서명인은 찔리는 듯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놓쳤습니다.”“차 다시 잡아. 바로 본가로 가.”하도진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걸음을 재촉했다. 동시에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한편 민하윤은 캐시미어 코트를 단단히 여미고 있었다. 일부러 두 사이즈 크게 산 옷이었는데 이제는 별로 넉넉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불러온 배를 가리기에는 충분했다.다행히 체질 때문인지 임신 후 먹은 음식은 대부분 배로만 간 듯, 몸매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유청원은 부축해 주고 싶었지만 상대가 안주인이라 선뜻 손을 댈 수도 없었다. 결국 선물과 민하윤의 핸드백을 들고 곁에 서서 몇 번이고 당부했다.“사모님, 천천히 가세요. 방금 눈이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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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0화

민하윤은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어른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무심코 코트 주머니를 더듬었는데 텅 비어 있었다.‘휴대폰은 어디 갔지? 르네 별장에 두고 온 건가? 아니면 가방 안에 있나?’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집안 도우미가 현관으로 다가와 민하윤을 맞았다.“안은 따뜻하니까 외투 벗으세요.”민하윤은 괜히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넉넉한 검은색 캐시미어 코트 덕분에 공처럼 불러온 배가 그나마 가려지고 있었다.힘겹게 신발을 갈아 신은 민하윤은 뒤뚱뒤뚱 작은 걸음으로 거실에 들어섰다.집 안은 새해를 맞아 말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곳곳에는 정성껏 기른 화분이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에는 탐스럽게 핀 수선화 한 화분과 자단나무 다기 세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호두나무 무늬가 들어간 과일 접시마다 땅콩엿과 초콜릿, 명원식 전통 과자와 각종 견과류가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탁자 위가 빈틈없이 풍성했다. 거실에는 네 어른이 모두 모여 있었고 TV에서는 신년 특집 공연이 나오고 있었다. 주방 쪽에서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민하윤은 긴장한 나머지 얼굴까지 조금 창백해졌다.김옥자는 민하윤을 보자 반갑게 손짓하며 옆자리를 두드렸다.“하윤아, 이리 와서 앉아. 밖에 춥지? 눈은 많이 오고?”몸이 무거워진 민하윤은 넉넉한 코트로 겨우 배를 가리고 있었다.다행히 그때 거실 전화가 울리면서 어른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민하윤은 어른들께 인사를 드린 뒤 얌전히 김옥자 옆에 앉았다.“도진아… 네가 어떻게 네 아내를 혼자 보내? 그래서 그랬구나. 응, 하윤이는 방금 왔어. 아직 밥은 안 먹었고. 멀쩡해. 아무 일 없어. 그래, 천천히 와. 네가 도착하면 그때 같이 먹자.”김옥자는 전화를 끊고 얼굴 가득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채선화도 기대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어머님, 도진이 전화예요?”“응.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고가도로가 막힌다더구나. 하윤이는 도착했는지, 왜 연락이 안 되는지 묻는데 목소리가 어찌나 급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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