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진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검지를 작게 흔들며 말했다.“그럴 리가. 내 딸 이름은 당연히 흔하지 않고 멋진 걸로 지어야지. 기왕이면 좀 카리스마도 있었으면 좋겠어.”그 순간, 민하윤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씰룩였다. 하지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예를... 들면요?”민하윤의 질문에 하도진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급기야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2층 서재로 올라가 천문 지리부터 고전 시가, 불경과 철학서까지 닥치는 대로 뒤지기 시작했다. 듣기 좋으면서도 흔하지 않고 의미까지 깊은 이름을 반드시 찾아내겠다는 기세였다.사실 이름을 짓겠다는 건 순간적인 생각만은 아니었다.하지만 아무리 책을 뒤져 봐도 하도진의 마음에 쏙 드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민하윤은 진작 그 일을 잊어버린 뒤였다.그날 밤, 샤워를 마치고 머리까지 말린 민하윤은 침대에 누워 만화를 볼 준비를 했다.요즘 푹 빠진 순정 로맨스 만화가 하나 있었는데 풋풋한 연애에 코믹한 내용까지 섞여 있어 민하윤의 몇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이불까지 덮고 태블릿을 집어 든 순간, 커다란 손이 민하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생각해 봤는데 딸이면 그냥 돈 주고 작명 전문가한테 맡기자. 이름은 대충 지으면 안 되잖아. 특히 여자애는 이름이 예쁜 것도 장점이지.”“네, 네...”민하윤은 건성건성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도진이 방심한 틈을 타 태블릿을 다시 가져왔다.“그러면 이름은 전문가한테 맡겨요. 우리도 머리 아플 일 없잖아요. 아들이어도 신중하게 지어야 해요.”“아들은 아무거나 지어도 돼. 어차피 부르는 이름인데 말이야.”민하윤은 어이가 없었다.‘정말 차별도 적당히 해야지.’쌍둥이의 태명은 설날, 김옥자가 절에서 받아 온 이름으로 정해졌다.김옥자는 모두 4개의 이름을 가져왔다.“스님께서 남자아이 둘, 여자아이 둘씩 이름을 지어 주셨어. 쌍둥이라도 성별에 맞춰 하나씩 고르면 된다고 하시더구나.”김옥자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천천히 펼쳤다.힘 있는 붓글씨에서는 은은한 향기가 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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