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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한다고 말해줘: Chapter 681 - Chapter 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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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아기들은요? 언제 데려와요?”하도진은 면봉에 미지근한 물을 묻혀 민하윤의 마른 입술을 조심스럽게 적셔 주고 있었다.그 말에 손이 잠시 멈췄다.“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있어. 당분간 거기 있어야 한대.”민하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왜요?”예전에 산전 검진을 받으러 다닐 때 본 병실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그런데 왜 내 아기들은 인큐베이터에 있어야 하는 걸까.’“예정일보다 2주 일찍 태어났고 몸무게도 조금 적어서 그렇대. 당분간 인큐베이터에서 지켜보자고 했어.”하도진은 이불 끝을 잘 여며 주고 몸을 숙여 민하윤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넌 몸을 회복하는 것만 생각해. 다른 건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민하윤은 고개를 푹 숙였고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본가에서는 민하윤을 위해 닭백숙을 푹 고아 보내왔다.채선화는 보온병에 국물을 덜어 기름을 걷어 낸 뒤 직접 숟가락으로 떠서 민하윤의 입에 가져다줬다.민하윤이 수술실에서 나온 뒤부터 채선화는 예전의 거리감 있는 태도를 완전히 내려놓고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겼다.제왕절개 후 간호사가 자궁 수축 상태를 확인하려고 배를 눌렀을 때는 너무 아파 식은땀이 온몸에 흘렀고 머리카락도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었다.채선화는 직접 민하윤의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주었다.잠시 후 수액을 갈러 들어온 간호사는 두 사람을 친 모녀로 착각한 듯 웃으며 말했다.“어머, 어머니랑 정말 많이 닮으셨네요. 특히 눈이 똑같아요. 두 분 다 눈매가 참 예쁘세요.”민하윤이 아니라고 설명하려던 순간, 간호사는 이미 웃으며 병실을 나가 버렸다.그뿐만이 아니었다.채선화는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민하윤의 목과 몸에 밴 땀을 닦아 주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는 것까지 도와줬다.민하윤은 갑자기 달라진 시어머니의 태도가 아직은 낯설었다.민하윤은 오히려 어쩔 줄 몰라 하며 몇 번이나 괜찮다고 사양했다.“넌 이제 막 애를 낳았잖아. 몸도 많이 약해져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어.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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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하도진은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래도 궁금한 건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면 모유랑 분유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왜 대부분은 모유 수유를 권하는 거예요?”“모유 수유는 엄마 한 사람만 고생하면 되잖아요. 돈도 안 들고, 애가 배고프면 바로 먹이면 되고요. 분유는 다르죠. 누구든 타서 먹일 수 있으니까 엄마 혼자 고생할 필요는 없지만 대신 돈이 많이 들죠.”“맞아요. 우리 둘째도 분유가 워낙 비싸서 두 살까지 먹였더니 허리가 휘는 줄 알았어요.”직원들은 저마다 경험담을 보탰다.하도진은 나름대로 이야기를 들어 본 끝에 단순한 결론을 내렸다.모유든 분유든 아이가 잘 먹고 자라면 그만이었다. 그렇다면 민하윤이 덜 힘든 쪽을 택하면 됐다.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하도진은 이미 마음을 정해 뒀다.쌍둥이는 처음부터 분유를 먹일 생각이었다. 국내 제품이 마음에 걸리면 수입산 액상 분유를 먹이면 그만이었다.출산하는 동안 하도진이 대신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그러니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민하윤을 더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그때 김옥자가 또 한마디 보탰다.“내일 사람 시켜서 시장에서 신선한 붕어 몇 마리 사다가 푹 끓여 보내라고 해야겠어.”하도진은 이제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라 결국 참지 못하고 반박했다.“할머니, 요즘은 산후조리도 육아도 다 과학적으로 해요. 옛날 방식은 이제 좀 포기하셔도 돼요.”그러자 김옥자가 바로 눈을 부릅떴다.“나는 네가 말하는 그 과학이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이론을 만든 과학자들은 다 남자 아니냐? 그 사람들이 애를 낳아 봤겠니?”하도진은 바로 포기했다.“알았어요. 알겠다고요. 다 기억할게요. 이제 그만 들어가세요. 하윤이 혼자 오래 둘 수 없어요.”하도진은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두 어르신을 겨우 돌려보낼 수 있었다.두 사람이 떠나자 하도진은 다시 병실로 올라와 민하윤에게 말했다.“살면서 우리 엄마가 누구를 저렇게까지 챙기는 건 처음 봤어.”그러자 민하윤도 고개를 끄덕였다.평소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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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송지훈이 전화를 끊자 품에 안겨 있던 구이현이 작게 칭얼거렸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던 중에 방해받은 게 못마땅한 모양이었다.“무슨 일이에요?”송지훈은 웃으며 연락처를 찾는 한편 손끝으로 구이현의 귓불을 가볍게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좋은 일이야. 도진의 아내가 오늘 밤에 출산했대. 아들 쌍둥이래.”구이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침대 옆 조명을 켰다.“언제요? 오늘 밤에요?”구이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에는 아직 옅은 홍조가 남아 있었고 눈빛에도 조금 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단톡방에서 예정일이 3월 말일지 4월 초로 넘어갈지 얘기했잖아요. 어떻게 2주나 빨리 낳았대요?”송지훈은 그대로 다른 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연결되길 기다리며 차분하게 설명했다.“저녁에 욕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대. 그 바람에 조산했고 진통을 지켜보다가 결국 제왕절개수술을 했나 봐. 그래도 산모랑 애들 다 무사하대.”욕실에서 넘어져 조산했다는 말을 들은 구이현은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얼른 바닥에 떨어진 셔츠를 주워 입으려 했지만 송지훈이 재빨리 낚아챘다.그러자 하얀 셔츠는 다시 가볍게 날아 카펫 위로 떨어졌다.“뭐 하는 거예요? 저 병원 가서 하윤 언니 봐야 해요.”송지훈이 대답하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됐다.송지훈은 검지를 입술 앞에 세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누나,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송지훈은 미안한 듯 웃으며 말을 이었다.“급하게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어서요. 저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정말 친한 친구가 있는데 하도진이라고 해요. 오늘 아내가 쌍둥이 아들을 낳았어요. 좋은 일이긴 한데 문제가 좀 생겼어요. 산모가 아직 모유가 안 나오고 해외에서 액상 분유를 주문해도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 도착한대요. 지금 아기들은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 있어서 병원에서 주는 걸 먹일 수는 있는데 그래도 부모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제품을 먹이고 싶은가 봐요.”송지훈은 잠시 말을 골랐다.“시안이가 지난달에 태어났잖아요. 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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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서명인은 출근길 정체가 시작되기 전에 액상 분유 한 상자를 무사히 병원까지 가져다줬다.신생아실 간호사들이 분유마다 아기 이름을 표시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까지 직접 확인한 뒤에야 산부인과 병동으로 향했다.서명인은 미리 주문해 둔 과일 바구니와 꽃다발도 챙겼다.문을 열자 하도진의 눈 밑에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고 서명인 역시 밤을 꼬박 새운 얼굴이었다.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들어와.”“대표님, 감사합니다.”서명인은 병실로 들어가 민하윤에게 꽃다발과 과일 바구니를 건넸다.“사모님, 무사히 출산하신 거 축하합니다. 제가 따로 준비한 건데 별건 아니지만 받아 주세요.”민하윤은 아직 기운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화장기 없는 얼굴은 수척했고 양 갈래로 땋은 머리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산후조리 모자를 쓴 채 힘없이 침대에 기대앉아 있었다.“고마워요.”하도진은 바로 본론부터 물었다.“액상 분유는 신생아실에 가져다줬어?”서명인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냉장해 보관하는 것까지 확인했습니다.”회사에서 수백억짜리 계약을 처리할 때보다 더 철저했다.두 아들의 밥이 달린 문제이니 하도진에게는 그 어떤 업무보다 중요한 일이었다.서명인은 새벽 2시에 집에서 출발해 4시부터 송지훈의 사촌 누나 집 앞에서 기다렸다. 그리고 정확히 5시가 되자 초인종을 눌렀다.실례가 되든 말든 어쩔 수 없었다.갓난아기들 밥은 기다려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하도진은 서명인의 짙은 다크서클을 한번 보더니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올해 연말 보너스는 두 배로 줄게.”그 순간, 서명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정말입니까? 대표님, 감사합니다!”“항공 특송 오는 것도 계속 확인해. 도착하는 즉시 분유부터 병원으로 가져오고 같은 걸 한 번 더 주문해서 송지훈의 사촌 누나네 집으로 보내.”하도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덧붙였다.“선물도 따로 준비해서 같이 보내. 급한 불을 꺼줬으니 감사 표시는 해야지.”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민하윤은 영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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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하회주와 하명연의 돌잔치는 국성 호텔에서 열렸다. 초대 손님이 워낙 많아 동쪽과 서쪽 두 연회장으로 나눠 손님을 맞았다.동쪽 연회장에는 집안 어르신들의 지인들이 모였다. 하진석이 초대한 가까운 후배와 오랜 전우들, 하준혁의 사업 파트너들, 그리고 채선화와 친분이 있는 학계 교수와 지인들이 대부분이었다.서쪽 연회장에는 하도진과 민하윤 부부의 친구들이 자리했다.연회장 입구부터 알록달록한 풍선과 꽃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안내 보드에는 귀여운 쌍둥이 사진과 함께 두 아이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하회주, 하명연.]구준오는 고은율과 함께 도착했다.접수대 앞에서 축의금을 내려던 순간, 진호영이 불쑥 나타나 구준오의 손에 든 봉투를 낚아채더니 무게를 재듯 손바닥 위에서 몇 번 흔들었다.“와, 구 대표님은 통도 크시네. 봉투가 무슨 벽돌처럼 두터워? 이렇게까지 많이 넣었어?”진호영은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구준오에 비하면 자기가 준비한 봉투는 차마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구준오는 진호영을 한번 흘겨보고 봉투를 다시 빼앗아 접수대에 건넸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고은율의 팔을 잡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졸지에 혼자 남은 진호영은 접수 직원과 어색하게 눈이 마주쳤다.“하하... 친구 좀 기다렸다가 같이 할게요.”진호영은 슬그머니 꺼내려던 봉투를 다시 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었다.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송지훈이 재채기를 했다.진호영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눈을 반짝이며 다가가려다가 송지훈의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여자는 하얀 원피스에 데님 재킷을 걸쳤다. 편한 차림인데도 늘씬한 몸매와 하얀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가 단번에 눈에 들어왔다.행사에 여자와 동행하는 것 자체야 이상할 게 없었다.문제는 늘 혼자 다니던 송지훈이 여자를 데리고 왔다는 사실이었다.진호영은 의아한 얼굴로 여자를 자세히 바라보다가 누군지 알아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현아, 오랜만이다. 더 예뻐졌네?”진호영은 능글맞게 두 팔을 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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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사실 진호영이 인색한 것도 아니었다.여기에 있는 친구 중 돈이 없는 사람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하도진 정도면 국내 손꼽히는 재력가인데 축의금이 400만이든 2,000만이든 그에게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하도진에게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축의금을 얼마 받든 신경도 쓰지 않을 사람이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하나같이 두툼한 봉투를 내놓는 걸 보자 진호영은 그제야 자신이 너무 안일했다는 걸 깨달았다.진호영은 두 손을 접수대에 짚고 몸을 살짝 숙였다.“혹시 카드도 돼요?”“네?”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멈칫했다.송지훈과 구이현마저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는 가운데 직원은 정말로 테이블 아래에서 새 카드 단말기를 꺼냈다.“네. 가능합니다. 카드 결제나 계좌이체 모두 돼요.”진호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준비해 온 400만 원짜리 봉투는 슬그머니 깊숙이 감추고 호기롭게 카드를 두 번 긁어 총 4,000만 원을 냈다.그러자 금세 어깨가 으쓱해진 진호영은 두 사람 앞을 당당하게 지나가며 말했다.“안 들어가? 그럼 난 먼저 조카들 보러 갈 거야.”그러자 구이현은 송지훈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우리 너무 적게 낸 거 아닐까요?”송지훈은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지갑에서 골드 카드를 꺼내 다시 접수대로 돌아갔다....한 달 동안 몸조리를 잘한 덕분인지 민하윤은 안색이 무척 좋아 보였고 전보다 살도 조금 붙어 한층 건강해 보였다.니트 카디건 안에 흰색 롱 원피스를 입었고 어느새 다시 길어진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흘러내렸으며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차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옆에는 유모차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각종 선물 상자가 한가득 쌓여 있었다.아이들에게 들어온 금 장신구부터 민하윤에게 선물한 옷과 화장품까지 모두 오늘 받은 선물이었다.사람들은 유모차 주변에 둘러서서 두 아기를 구경하며 한마디씩 감탄했다.“속눈썹이 진짜 길고 눈도 크고 정말 반짝반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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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민하윤은 웃으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유모차 안의 두 아기를 바라봤다.“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어요. 전 둘 다 좋아요.”그때 진호영이 몸을 숙여 유모차 안의 두 아기를 들여다봤다. 보면 볼수록 귀여워 눈을 떼지 못했다.“자, 삼촌 보고 한번 웃어 봐. 응?”하지만 아기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진호영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해져 잠시 머쓱하게 서 있다가 괜히 민하윤에게 말을 걸었다.“얘가 형이에요? 동생이에요?”“형이에요. 주주가 첫째예요.”하회주, 애칭은 주주였다.주주는 성격부터 하도진을 쏙 빼닮았다. 좀처럼 웃지 않는 데다가 생김새도 꼭 어린 하도진 같았다.주주는 주변을 둘러싼 낯선 어른들을 심각한 얼굴로 하나하나 살펴볼 뿐, 울지도 않고 웃지도 않았다.진호영은 곧 옆 유모차에 누운 둘째에게 관심을 돌렸다.동생은 형보다 볼살이 조금 더 통통했고 피부는 둘 다 똑같이 하얬다.성격은 형과 정반대였다.누가 놀아 줘도 방긋방긋 잘 웃었다.웃을 때마다 두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고 오른쪽 볼에는 옅은 보조개까지 들어갔다. 꼭 작은 천사 같아 보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녹았다.진호영은 아까의 민망함도 잊고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작은 볼을 살짝 건드렸다.아직 손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아기는 우연히 손을 얼굴 쪽으로 가져왔다가 진호영의 손가락을 덥석 움켜쥐었다.따뜻하고 보드라운 작은 손이 자신의 손가락을 꼭 잡자 진호영은 순간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다.“형수님, 얘를 저에게 주시면 안 돼요?”민하윤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깜빡였다.“네?”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짝!”그 순간, 하도진의 손바닥이 진호영의 등에 제대로 내려앉았다.“너 애를 훔쳐 가려고 왔냐? 갖고 싶으면 네가 낳아. 왜 남의 아들을 탐내?”하도진은 어이가 없다는 듯 한마디 더 했다.“달라고? 그 말이 입에서 나오냐?”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자기 아들을 노리는 사람이 생겼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형, 얘가 먼저 내 손을 잡았잖아! 날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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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형 주주가 울기 시작하면 동생 연이는 한술 더 떴다.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더 커지면서 둘이 누가 더 크게 우나 경쟁이라도 하듯 집이 떠나갈 정도로 울어 댔다.이건 그야말로 도무지 끊을 수 없는 이상한 법칙 같았다.둘의 환상적인 호흡 덕분에 산후조리 기간 내내 쌍둥이 울음 합창이 수시로 펼쳐졌다. 산후 도우미가 한 명을 안으면 하도진이 다른 한 명을 맡아야 했고 어느 한쪽만 쉴 수 있는 법은 없었다.새벽 두 시라도 아기 침대에서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산후 도우미와 하도진은 동시에 잠에서 깼다. 말하지 않아도 한 명씩 나눠 안고 방 안을 서성거리며 달래는 게 어느새 익숙해질 정도였다.구이현은 잔뜩 긴장한 채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았다.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시한폭탄이라도 안고 있는 것 같았다.“너 발레 했잖아. 그런데 몸이 왜 이렇게 뻣뻣해? 긴장하지 마.”민하윤은 웃음을 참지 못하며 놀리는 동시에 휴대폰 카메라를 들었다.구이현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긴장했지만 카메라가 자신을 향하자 역시 무대에 서던 사람답게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었다.그렇게 구이현은 첫째 주주와의 첫 사진을 예쁘게 남겼다.“이번에는 둘째를 나한테 줘 봐.”아까부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진호영은 구이현이 무사히 아기를 안는 걸 보자 바로 손을 내밀었다.진호영도 자기가 찜한 천사 같은 연이를 꼭 한번 안아 보고 싶었다.그때 하도진이 혀를 차며 재빨리 진호영의 손등을 쳐 냈다.“너같이 손 큰 남자가 뭘 안아? 애가 이렇게 물렁물렁한데 제대로 안을 수나 있겠어?”진호영은 기가 막혀 눈만 부릅떴다.결국 진호영은 구이현이 첫째를 내려놓고 다시 둘째까지 안는 모습을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송지훈은 그런 구이현의 옆에 서서 부드럽게 웃었다.그러고는 둘만 들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낮췄다.“그렇게 아기가 좋으면 우리도 하나 낳을까?”송지훈의 입가에는 장난스러운 미소가 번졌다.“우리 애면 마음껏 안고 놀아도 되잖아.”그 말에 구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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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두 아이의 백일잔치는 한 제누오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이번에는 하도진과 민하윤 부부의 가까운 친구들만 초대했다.하도진은 양팔에 자기 축소판 같은 두 아들을 하나씩 안고 있었다.부자 셋은 나란히 흰색 정장에 같은 계열의 체크 넥타이까지 맞춰 맸다. 민하윤이 잠깐 한눈을 판 사이 하도진은 두 아이의 머리까지 2대 8 가르마로 반듯하게 넘겨 놓았다.덕분에 아직 백일밖에 안 된 아기들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점잖고 어른스러워 보였다.하도진은 친구들 앞에서 두 아들을 실컷 자랑하는 것도 모자라 먼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은 선배라도 된 것처럼 결혼과 출산을 재촉했다.하도진은 표정부터 얄미웠다.“너희도 좀 서둘러. 이러다 2년만 더 지나면 너희 애 태어날 때 우리 애들은 벌써 수능 준비하겠다.”그러자 구준오가 코웃음을 쳤다.“그 정도까진 아니거든.”하도진은 두 아이를 안은 채 일부러 구준오 앞을 어슬렁거렸다.“누가 알아? 다들 아직 결혼할 기미도 안 보이는데 애는 언제 낳고 언제 키우려고 그러는 거야?”그러다가 하도진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뭐 이 중에 누가 순서 좀 건너뛰면 모르지. 결혼 전에 애부터 생기면 우리 아들들이랑 같은 반이 될 수도 있겠지.”하도진은 묘한 말을 남기고 두 아들을 안은 채 다른 테이블로 자랑하러 갔다.별 뜻 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뜨끔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늘 침착하던 송지훈이 갑자기 물을 잘못 삼켜 거칠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르자 진호영이 친절하게 등을 두드려 줬다.“왜 그렇게 놀라? 설마 진짜 속도위반할 생각이야? 그것도 괜찮겠네. 도진이 형 콧대 좀 제대로 꺾어 줘.”송지훈은 진호영의 손을 밀어내고 냅킨으로 입을 가린 채 겨우 숨을 골랐다.그러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구준오의 깊고 싸늘한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송지훈.”구준오가 술잔을 탁 내려놓았다.“나랑 먼 친척인 동생이 하나 있는데 너랑 동갑이고 의사야. 한번 소개해 줄까? 같은 분야니까 말도 잘 통할 거고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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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얼마나 만났는데? 언제 한번 우리한테도 소개해 줘. 네 첫사랑이 어떤 사람인지 진짜 궁금하네.”송지훈은 진호영을 흘겨보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네가 알아서 뭐 하게?”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백누리가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백누리는 연이를 품에 안은 채 슬쩍 옆 테이블 빈자리에 앉았다.“송지훈 씨, 연애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의외네요. 생각보다 순정파시네요.”백누리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잘생겼는데 학창 시절에 쫓아다니던 여자애들이 없었나요?”구이현은 연이의 턱받이를 갈아 주는 척하면서 몰래 백누리의 옆구리를 꼬집었다.쓸데없는 말 좀 그만하라는 뜻이었다.“있었죠.”진호영은 백누리 앞에서 아는 척이라도 하고 싶은지 생각도 없이 친구의 과거를 줄줄 털어놨다.“고등학교 때 우리 건물에 피아노 하던 여자애 하나 있었어요. 은율이 누나랑 같은 반이었던가요? 쉬는 시간마다 지훈이 형한테 편지 주고 초콜릿 주고 직접 구운 쿠키 같은 것도 갖다줬어요.”고은율도 기억난다는 듯 웃었다.“나도 그 얘기 들은 것 같아. 그 애 나중에 전학 갔잖아.”백누리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구이현을 힐끗 바라봤다.“세상에... 대체 얼마나 상처를 줬길래 전학까지 갔대요?”“얘가 그때 진짜 독했어요.”진호영은 점점 신이 났고 옆에서 송지훈이 차갑게 노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편지든 선물이든 한 번도 제대로 안 보고 다 쓰레기통에 버렸거든요. 그러다가 그 여자애가 결국 복도에서 지훈이를 붙잡고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고백했어요. 그런데 얘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요. 안 할 거면 말고요.”백누리는 한창 재미있게 듣고 있다가 인상을 찌푸렸다.그러자 진호영은 두 손을 들며 웃었다.“알았어요. 알았다고요.”“얘가 제일 먼저 그 여자애한테 이름이 뭐냐고 물었어요. 그러고는 교실로 들어가서 전교 성적표를 들고나와 그 애한테 자기 등수가 어디냐고 찾아보라고 했어요.”진호영은 그때의 송지훈을 흉내 내듯 턱을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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