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Bab 191 - Bab 200

270 Bab

제191화

유빈은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다. 감정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디서 흔들리며, 어떤 순간에 무너지는지까지 훤히 꿰고 있었다.유연은 그런 오빠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단순했다. 유연이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늘 불안했고, 그래서 자꾸만 자신을 잃어갔다.‘오빠는 정말... 이런 쪽으로는 빠삭하다니까.’유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리고 주저 없이 유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차라리 오빠가 심지설을 만나보는 건 어때?”유빈이 눈을 들어 유연을 보았다.“오빠 정도면 잘생겼고, 돈도 있고, 여자 마음도 잘 알잖아. 오빠가 여자한테 차인 적 한 번이라도 있었어? 심지설이 내 새언니가 되면, 영민 오빠도 포기할 수밖에 없잖아.”유빈은 말문이 막힌 듯 웃음부터 흘렸다.말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무슨 소리야. 그런 이유로 나더러 심지설을 만나라고?”유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억울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오빠, 한 번만 도와줘. 오빠가 심지설 마음만 잡아주면, 난 더 이상 심지설 때문에 영민 오빠한테 매달리지 않아도 되잖아.”유빈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전 스쳐 지나간 지설의 옆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멈췄던 그 장면이 지워지지 않았다.“생각은 해볼게.”유빈이 말을 이었다.“일단 집으로 가자. 너도 요즘 많이 지쳐 있잖아.”유연은 며칠 동안 영민을 챙기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오빠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응, 알겠어.”...지설은 출근길에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는 민호안을 만났다.처음에는 호안이 자신을 기다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호안은 가볍게 고개만 숙여 인사만 했을 뿐, 다른 말을 꺼내지 않았다.지설은 그대로 호안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두 사람 사이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호안이 버튼을 눌렀다.‘법무법인 도진’이었다.그제야 지설은 호안의 목적지를 알았다.아마도 진지원을 둘러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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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지설의 몸이 차갑게 식었다.영민이 정말로 변한 줄 알았다. 적어도 지설 앞에서는 더 이상 계산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영민은 여전히 한 수 한 수 따져가며 지설을 코너로 몰아가고 있었다.‘결국 나한테는 계속 이러는구나.’호안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럼... 진지원은 완전히 피해자는 아니었던 건가요? 우울증 때문에 그랬던 게 아니라, 부영민의 지시를 받은 거였어요?”도진이 차분하게 설명했다.“그 당시 진지원 본인도 민호안 씨를 해칠 의도가 있었을 겁니다. 다만, 부영민의 개입이 분명히 있었죠. 그렇다고 해도 고의로 상해를 가한 사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제가 맡을 수 없습니다.”지설과 호안은 동시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무실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도진이 지설을 바라보며 말했다.“지설 씨, 당분간은 부영민에게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 그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고, 지설 씨가 느끼는 죄책감을 아주 능숙하게 이용합니다.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어요.”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말해줘서 고마워요.”호안은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전... 그동안 진지원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부영민이랑 같이 움직였다는 건 상상도 못 했네요.”도진은 감정을 섞지 않고 정리하듯 말했다.“미안해할 부분은 여전히 있습니다. 진지원이 어떤 의도로 다가왔든, 민호안 씨도 진지원의 감정을 가볍게 대했던 건 사실이니까요.”그 말에 호안은 더 이상 고개를 들지 못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변명하듯 말했다.“그땐... 제가 너무 어렸고, 생각이 부족했어요.”도진은 흔들림 없이 답했다.“그런 건 합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잘못은 잘못입니다.”호안은 더 말하지 못했다.그는 본능적으로 지설을 바라봤다. 지설의 표정에서 실망이나 혐오를 보게 될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지설은 호안을 보지 않았다.지설은 도진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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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영민이 예전에 지설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도진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병실 문 앞에서 기다렸다.문이 닫히고 도진이 밖으로 나간 걸 확인한 뒤에야 영민의 마음은 조금 느슨해졌다.영민은 침대에 기대 앉은 채 지설을 바라봤다.“오늘 회사 안 갔다며. 일부러 나 보러 온 거야? 나 걱정돼서?”기대가 섞인 시선이 지설을 향했다.하지만 지설은 흔들리지 않았다. 시선은 차분했고, 말투는 냉정했다.“진지원을 K시에 데려오라고 한 거, 너지?”영민의 몸이 굳었다.잠시 후 이를 악물며 말했다.“기도진이 말한 거야? 지설아, 걔 말 믿지 마. 걔는 네가 계속 나를 오해하게 학고 싶은 거야.”지설은 짧게 웃었다.“도진 씨는 나한테 거짓말한 적 없어. 거짓말은 항상 네가 했지.”그 말이 영민의 가슴을 찔렀다.영민은 숨을 고르며 설명하려 했다.“그런 게 아니야. 난 진지원이 너를 다치게 할 줄은 몰랐어. 그때는 그냥 민호안한테 실망하게 하고 싶었을 뿐이야. 걔가 더는 너한테 들이대지 못하게 하려고...”지설의 입가에 냉기가 맺혔다.“그래?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그럼 왜 진지원 부모한테 돈을 주면서, 동시에 진지원을 꼭 감옥에 넣으려고 했어? 부영민, 너 정말 비열해.”지설의 질문이 이어질수록 영민의 손은 점점 굳게 말려 들어갔다. 입술을 세게 꾹 다물었다.더 변명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영민도 알고 있었다.지설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영민을 신뢰하지 않았다.이번 일로 지설은 완전히 선을 그을 것이다.영민은 갑자기 환자복을 젖혔다. 등에 남아 있는 깊은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다.그리고 씁쓸하게 웃었다.“다 계획적이었다고 해도, 난 진짜로 널 대신해서 칼을 맞았어. 이 상처 좀 봐. 내 마음이 이 정도인데 가짜라고 할 수 있어?”지설의 시선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그 마음... 난 전혀 필요 없어.”위험을 끌어들인 사람이 바로 영민이었다.그리고 그 뒤에 나타나 구해줬다고 말한다.지설에게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지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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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장화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 애는 사생아야. 데려와서 민씨 집안 호적에 올리면, 앞으로 어느 좋은 집안 딸이 너랑 결혼하겠어? 정신 차려. 우리 민씨 집안 회사가 더 높이 올라가려면, 상향혼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야.”호안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장화미의 고함이 귀를 찔렀지만, 뜻을 굽힐 생각은 없었다.“어쨌든 전 제 아들로 인정할 겁니다.”그 아이는 분명 자신의 핏줄이었고, 외면할 수 없었다.장화미는 몸이 떨릴 정도로 분노했다.“너는 집에도 잘 안 들어오잖아. 아이를 데려오든 말든 뭐가 달라져? 이 일은 내가 결정해. 네가 아이를 데려오고 싶으면, 결혼한 다음에나 생각해.”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호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향했다. 아무 말 없이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며 장화미는 결국 눈가를 훔쳤다.“결국 남의 자식이야. 아무리 키워도 소용없네. 말 몇 마디 했다고 집을 나가?”혼잣말처럼 내뱉은 뒤, 장화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화가 조금 가라앉자, 생각이 또렷해졌다.‘이대로 둘 수는 없어.’아들의 문제는 방치할 수 없었다.결국 답은 하나였다. 최대한 빨리 혼처를 정해야 했다.장화미는 바로 움직였다. 호안에게 연달아 맞선 약속을 잡아줬다.하지만 호안은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만남 자리마다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었고,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장화미는 점점 의심이 들었다.‘이렇게까지 맞선을 피한다는 건... 혹시 마음에 둔 여자가 있는 건가?’장화미는 사람을 시켜 민호안의 최근 동선을 조사하게 했다.어떤 여자가 이렇게 아들을 꽉 쥐고 흔들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도대체 어떤 불여우가...’...지설은 요즘 학원 홍보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오랜만에 숨을 고를 틈이 생겼을 때, 은화가 다시 학원 확장 이야기를 꺼냈다.“오늘 출근하면서 보니까 위층 사무실이 통째로 비었더라. 알아보니까 K시에서 수익이 안 나서 본사에서 철수했대.”“임대 계약은 아직 남아 있다던데, 관리사무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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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지설은 사무실 문을 나서자마자 장화미를 발견했다.민호안의 어머니인 장화미가 왜 여기까지 직접 찾아왔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표정은 최대한 정중하게 유지했다.“사모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어요. 여기는 좀 그런데 밖에서 이야기하실까요?”지난번 소란을 떠올리며, 지설은 더 이상 업무 공간에서 사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게다가 장화미는 한눈에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언성이 높아지기라도 하면, 학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게 분명했다.은화도 뒤따라 나왔다.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저 사람이 소리라도 지르면 바로 나가야지. 무슨 수를 쓰든 내보내야 해.’은화의 시선에는 경계가 가득했다.지설은 그런 은화를 힐끗 보며, ‘괜찮다’는 의미의 눈빛을 보냈다.그리고 다시 장화미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사모님, 이쪽으로 오세요.”지설이 먼저 걸음을 옮기자, 장화미는 콧소리를 내며 뒤를 따랐다.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근처 카페에 도착한 뒤, 지설이 먼저 입을 열었다.“사모님,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장화미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내 아들이 너 좋아한다더라. 꽤 진지하게.”지설은 그 말에 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민호안 씨와는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어요. 사모님이 걱정하실 일 없어요. 저는 민호안 씨에게 어떤 감정도 없어요.”“정말?”장화미는 쉽게 믿지 않았다.요즘 세상에 신분 좋은 남자를 마다할 여자가 어디 있겠는가?물러서는 척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장화미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 민산철과 결혼했다. 본인이 재혼이라는 건 상관없었지만, 아들은 절대 이혼녀와 결혼하는 선택을 하게 둘 수 없었다.장화미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네 속셈 다 알아. 결국 돈 아니야? 하지만 내가 반대하면, 호안이가 아무리 널 좋아해도 우리 집 문턱은 못 넘어. 진지원이 그 예야.”“얼마면 되겠어. 너무 터무니없지만 않으면 줄게.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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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장화미가 지설의 말을 믿어도 되겠다고 막 생각하던 참이었다.그때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사설탐정에게서 온 메시지였다.호안의 최근 소비 내역이 정리돼 있었다.지설이 참가한 대회 온라인 투표를 위해 호안이 쓴 돈만 4억 원이 넘었다.지설이 운영하는 학원 실적을 올리겠다며, 직원들에게 개인 돈으로 이용권을 끊어주고 소비를 유도한 금액이 10억 원에 달했다.거기서 끝이 아니었다.며칠 전, 호안은 지설이 사는 동네 근처의 상업용 사무실 한 층을 통째로 매입했다.의도를 따질 필요도 없었다.지설에게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장화미의 가슴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고고하게 보였던 지설의 태도가, 이제는 뻔뻔하게 느껴졌다.‘입으로는 거리 두겠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다 받아먹고 있었네.’장화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커피잔을 집어 들고 벌떡 일어섰다.계산대 쪽으로 향하던 지설의 뒤를 따라갔다.지설은 막 계산을 마친 상태였다.뒤에서 다가오는 장화미의 행동을 알지 못했다.커피가 쏟아지기 직전, 옆에서 뻗어 나온 손이 지설의 팔을 잡아당겼다.지설의 몸이 옆으로 밀리며 커피는 바닥에 쏟아졌다.장화미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자 격분해 소리를 질렀다.“이런 천박한 것아, 어디서 깨끗한 척이야! 내 아들이랑 아무 사이 아니라고 해놓고, 그럼 내 아들이 준 건 왜 다 받아? 선물은 잘도 챙기면서!”지설은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말을 꺼내려 했지만, 옆에 있던 남자가 먼저 나섰다.“사모님, 말씀하시는 게 좀 이상하네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선물하는 건 흔한 일 아닙니까? 그걸 왜 이렇게 공격적으로 말씀하시죠?”장화미는 물러서지 않았다.“흔한 선물이라니? 몇천만 원, 몇억 원씩 쓰는 게 흔한 일이야? 그런 걸 받을 자격이나 있어?”남자는 가볍게 웃었다.“얼마나 대단한 금액인가 했더니, 고작 그 정도인가요? 심지설 씨 같은 분이라면, 전 재산을 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장화미는 비웃듯 웃었다.“당신이 뭔데 우리 아들이랑 비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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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지설은 입꼬리만 억지로 올려서 겨우 웃는 낯으로 말했다.“오늘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주 대표님. 그런데 저는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유빈은 그대로 물러서지 않고 한 걸음 따라붙었다.“제가 도와줬는데, 저녁 한 끼 정도는 같이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지설은 표정을 바꾸지 않은 채 차분하게 답했다.“죄송합니다, 주 대표님.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주 대표님 정도의 재력과 위치라면 함께 식사하고 싶어 하는 수없이 많은 분이 줄 섰을 거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남기고 지설은 망설임 없이 걸음을 재촉했다.유빈은 멀어지는 지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웃음을 지었다.흥미가 묻어 있는 웃음이었다.‘부영민의 전처라... 확실히 쉽지 않은 사람이네.’유빈이 그동안 만나온 여자들은 대부분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들이었다.이렇게 자기 일에 중심이 분명한 사람은 드물었다.‘유연이 말이 틀리진 않았어.’유빈은 마음속으로 계산을 굴렸다. 정말로 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설과 제대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퇴근 후, 지설은 우연히 도진과 마주쳤다.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지만, 서로 바쁜 일정 탓에 얼굴을 보는 날은 많지 않았다.지설은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갔다.도진은 통화 중이었는데, 지설을 보자 곧바로 통화를 마무리했다.“저녁 같이 먹을래요?”두 사람은 늘 이렇게 짧은 틈을 쪼개서 식사 약속을 잡았다.지설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근처에 있는 중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뒤, 도진이 먼저 말을 꺼냈다.“우변한테 들었어요. 위층 사무실 임대 알아보고 있다면서요?”지설은 살짝 웃었다.은화가 결국 이야기를 흘린 모양이었다.“역시 다 알고 있네요. 그래도 이건 저희가 직접 부동산이랑 이야기하려고요.”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건물 쪽에서도 지설이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는 알고 있을 터였다.“요즘 부영민이 또 연락하진 않죠?”“그렇진 않아요. 요즘은 조용해요.”도진은 자연스럽게 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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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지설은 넓은 거실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기 변호사님 수입이 꽤 되는 편이네.’속으로 감탄이 나왔다.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기 변호사님 정도면 집을 사는 게 어렵지 않으셨을 텐데, 예전에는 왜 그 집에 계속 사셨어요?”도진이 전에 살던 집은 생활하기엔 충분했지만, 지금과 비교하면 확실히 소박한 편이었다.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처음 K시에 와서 로펌을 열 때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싫었어요. 자금 사정도 넉넉하지 않았고요. 그래서 그때는 거기에 살았어요.”“그 뒤로 돈은 벌었지만, 살다 보니 익숙해졌고 로펌이랑도 가까워서 굳이 옮길 필요를 못 느꼈어요.”“그런데 이번엔 왜 갑자기 이사를 생각하신 거예요?”도진은 잠시 지설을 바라봤다. 말하지 않는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남았다.지설은 이유 없이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고,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그래도 기 변호사님이 여기로 이사 오시면, 저희는 이웃으로 지내긴 힘들어지겠네요.”도진은 지설을 바라보며 생각이 스쳤다.‘당신이 원한다면 같이 살아도 괜찮은데...’ 하지만 그런 말은 꺼내지 않았다.“금방 들어올 건 아니에요. 그래도 계속 이웃으로 지내고 싶으면, 열심히 돈 벌어서 제 옆집 하나 사시면 되죠.”농담처럼 한 말이었지만, 지설은 그 말이 나쁘지 않게 들렸다.‘지금은 무리지만, 언젠가는 가능할지도 몰라.’단지도 마음에 들었고, 도진과 가까이 지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집을 둘러본 뒤 가구 판매장으로 이동했다.지설은 이런 곳에 와본 게 거의 처음이었다.영민과 함께한 3년 동안, 지설의 생활은 온통 집에 묶여 있었다.집 안의 가구와 소품은 모두 영민의 선택이었고, 지설에게는 아무 권한도 없었다.이제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도진은 물건을 하나 고를 때마다 지설의 의견을 물었다.“이 색감은 어때요?”지설은 예전엔 부족함 없이 자란 사람이었다.좋은 물건을 보는 눈도, 디자인과 색을 조합하는 감각도 여전히 살아 있었다.지설이 제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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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지설은 그제야 깨달았다.예심애는 지설이 기억하던 것처럼 온화하고 선한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에 잘해줬던 것도, 모두 지설의 아버지가 예심애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심씨 집안의 회사가 무너졌을 때, 예심애가 가장 먼저 관계를 끊은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더 이상 얻을 게 없어진 순간, 부담만 남을 테니까.‘그런데... 이제 와서 왜 엄마를 찾아온 거지?’수년 동안 연락 한번 없던 사람이었다.예심애는 지설을 보자 눈이 반짝였다.“우리 지설이 예전이랑 완전히 달라졌네. 더 예뻐졌어. 요즘은 혼자서 사업도 한다며? 역시 형부 딸이야, 장사 수완은 그대로 물려받았네.”예연숙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무슨 소리야. 아빠 반의반도 못 따라가. 전에 투자했다가 돈도 꽤 날렸어. 내가 늘 말하지만, 여자는 그냥 돈 많고 괜찮은 남자 만나서 사는 게 제일이야. 괜히 이런저런 일 벌여서 사람만 피곤하게 만들어.”예심애는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언니는 일부러 자랑하는 거지? 우리 창만이도 저런 능력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 걔는 뭘 해도 손해만 보거든. 다행히 남편이 있어서 먹고는 살지, 아니었으면 지금쯤 진짜 막막했을 거야.”예심애는 일부러 그동안의 사정을 길게 늘어놓았다.남편을 따라 지방을 오가며 사업을 했고, 쉽지 않았지만 결국 자리를 잡았다는 이야기였다. 이제야 여유가 생겨 예연숙을 찾아올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였다.예연숙은 원래 동생에게 마음이 약했다.게다가 예심애 가족이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예전 일에 대한 서운함도 자연스럽게 잊었다.그 뒤로 예심애는 말을 더 달콤하게 만들었다.지설에게 능력 있는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이야기까지 꺼내자, 예연숙의 태도는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예연숙은 가만히 서 있는 지설을 보며 말했다.“거기서 뭐 하고 서 있어. 이모 왔는데 인사도 안 해?”지설은 잠시 망설였지만, 어머니 체면은 세워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표정은 담담한 채로 입을 열었다.“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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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솔직히 말하면, 내 팔자는 네 팔자만도 못해.”예연숙이 한숨을 섞어 말했다.“너는 아들이라도 있잖아. 나는 딸 하나뿐이야. 나중에 내가 누구를 믿고 살겠어. 결국 사위밖에 더 있어? 근데 얘는 결혼도 안 하겠다고 하니, 내가 속이 안 타겠냐.”예심애는 웃으며 바로 받아쳤다.“언니가 왜 그렇게 생각해? 내가 언니 동생이잖아. 그럼 우리 창만이도 언니 아들이지. 나중에 효도는 똑같이 할 거야.”옆에 앉아 있던 송창만도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이모, 나중에 나이 드시면 우리 집으로 오세요. 엄마랑 같이 제가 잘 모실게요.”예연숙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래, 역시 아들 있는 집은 다르네.”지설은 그 장면이 우습게 느껴졌다. 병원비를 누가 냈는지, 간병인을 누가 붙여 놓았는지, 생활비를 누가 대고 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예심애 모자의 달콤한 몇 마디 말이, 지설이 해온 모든 것보다 더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었다.‘정말 허탈하네.’예심애와 송창만이 병실을 나간 뒤, 지설이 어머니에게 말했다.“엄마, 이모네한테 그렇게 마음 다 주지 마. 십수 년 동안 한 번도 안 찾아왔잖아. 갑자기 나타난 게 이상하지 않아?”예연숙은 딸이 예민하다는 듯 말했다.“네가 괜히 사람을 나쁘게 보는 거야. 네 이모는 나보다 여덟 살이나 어리고, 어릴 때 내가 키우다시피 했어. 무슨 꿍꿍이가 있겠어?”예연숙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동안 못 온 것도 사정이 있었겠지. 남편 챙기고, 애 키우느라 얼마나 바빴겠어. 한가하게 병문안 다닐 처지가 아니었을 거야.”“그리고 지금이라도 찾아왔잖아. 너 결혼 상대도 소개해 주겠다고 하고. 그게 다 너 걱정해서 그런 거 아니겠어? 너 말이야, 이모를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마. 친척끼리 서로 의지하면 좋은 거지.”지설은 미간을 찌푸렸다.“이모네가 사업도 잘된다면서 병문안 오면서 과일 하나 안 들고 온 건 왜일까? 그리고 창만이를 나한테 붙이겠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내 학원 아직 자리도 못 잡았는데...”예연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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