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268 챕터

제201화

지설의 눈가가 저절로 붉어졌다.“언제부터 그런 일이 있었던 거야?”예연숙은 지설의 손을 꼭 잡았다.“진작에 다 기억났어. 아니면 엄마가 왜 그렇게 너한테 부자랑 결혼하라고 몰아붙였겠니. 너한테는 아버지라는 버팀목도 없고, 나는 병까지 앓고 있잖아. 매달 약값만 해도 적은 돈이 아닌데, 앞으로 네 삶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지설의 마음속이 복잡해졌다.지설은 눈물을 닦고 조심스럽게 말했다.“엄마, 나 믿어줘. 나 혼자서도 벌 수 있어. 우리 둘이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어. 그리고 도진 씨도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은 아니야. 능력도 있고, 자기 힘으로 집도 한 채 마련했어...”지설은 도진이 산 집의 위치와 대략적인 가격을 어머니에게 설명했다.하지만 예연숙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아무리 잘났어도 집을 몇 채나 살 수 있겠니? 네가 부영민이랑 이혼할 때는 집 한 채라도 네 앞으로 남겼잖아. 그 사람은 너한테 뭘 남겨줄 수 있는데?”“아무리 사건을 많이 맡아도 재벌이랑 비교가 되겠어? 너도 아버지 덕에 좋은 생활 해봤잖아. 더 높은 데로 올라가고 싶지 않니?”지설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엄마는 왜 항상 나를 못 믿어?”예연숙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여자는 말이야, 결국 자기 팔자라는 게 있는 거야. 가정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올바른 길이야.”“그렇게 열심히 살아도 결혼하면 결국 애 낳고 키워야 하잖아. 일도 하고 가정도 챙길 시간이 어디 있어?”“그렇다고 애를 전부 가사도우미나 시댁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너희 아버지 돈 많을 때 집에 가사도우미를 두긴 했지만, 엄마도 너를 가사도우미 손에 맡기는 건 마음이 놓이지 않았어.”“알아? 예전에 이웃집에 장씨네가 있었는데, 맞벌이하면서 애를 가사도우미한테 맡겼거든. 나중엔 그 집 애가 가사도우미를 엄마라고 부르더라.”“그거 보고 나는 마음을 굳혔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설이 너는 내가 직접 키워야겠다고. 가사도우미랑 정들어 살게 할 수는 없잖아.”“지설아, 여자는 포기할 줄도 알아
더 보기

제202화

지설은 예전에 도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도진의 고향이 B시라는 것, 그리고 도환과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는 점. 그래서 두 사람은 그냥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이고, 성이 같은 건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그 이상으로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지설은 담담하게 말했다.“기 변호사님은 아마 기씨 가문 분들과 친분이 좀 있어서 인사차 들른 것 같아요. 홍영희 어르신을 찾아뵌 것도 그 정도일 거고요.”“그런가요?”유빈은 속으로 고개를 갸웃했다.‘그렇게 단순한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도진에 대해 사람을 시켜 알아보긴 했지만, 결과는 이상할 정도로 깔끔했다.B시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가족관계나 성장 배경, 그 어떤 정보도 확인되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가려 놓은 것처럼.유빈은 지설이 도진과 가까운 사이라고 생각했기에 적어도 도진의 정체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을 거라 예상했다.하지만 지설의 반응을 보니, 그녀 역시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그렇다면 좀 아쉽네요. 심지설 씨는 뭔가 알고 계실 줄 알았습니다.”유빈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기 변호사님의 분위기나 능력을 보면,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 같지는 않거든요. 심지설 씨랑 그렇게 가까운데도, 가족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나요? 이렇게 보면, 기도진 변호사가 심지설 씨께 아주 솔직한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지설은 그 말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도진이 가족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캐묻고 싶지도 않았다.‘말하고 싶을 때가 되면, 언젠가는 말하겠지.’사람마다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다.지설 자신 역시 지난 결혼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먼저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유빈이 계속 도진에 대해 캐묻는 걸 보며, 지설은 오히려 웃음이 났다.“제가 기 변호사님을 전부 다 안다고는 할 수 없어요. 그래도 그분이 저에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문제죠. 그 부분까지 주 대표님께서 신경 쓰실 필요는 없을 것
더 보기

제203화

도진은 병원을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환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할머니 K시에 오셨어.]도진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할머니가 왜 갑자기...?’홍영희는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B시에 있어도 본가에는 거의 머무르지 않았고, 집 안에 따로 마련된 불당에서 지내는 날이 많았다.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불당 옆에는 홍영희 한 사람만을 위한 의료진과 시설까지 갖춰져 있었다.그런 할머니가 아무 말 없이 K시까지 왔다.‘설마... 나 때문인가?’도진은 결국 발길을 돌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을 열자마자 향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탁자 위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었고, 그 앞에는 향 세 개가 꽂혀 있었으며 예불을 위한 공양물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도진은 이마를 짚으며 작게 숨을 내쉬었다.‘여전하시네...’홍영희는 막 불상 앞에서 절을 마친 참이었고, 손자를 보자마자 손짓했다.“도진이 왔어? 너도 얼른 와서 절해.”도진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하신 걸로 충분합니다.”“그게 어떻게 같아?”홍영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내가 점쟁이한테 들었는데, 올해 너한테 큰 고비가 하나 온대. 그걸 못 넘기면 큰일 난다더라. 그래서 내가 일부러 B시에서 여기까지 온 거야. 네 그 고비 좀 막아 보려고.”도진은 미간을 좁혔다.“할머니, 그런 건 다 근거 없는 말입니다. 너무 믿지 마세요.”“무슨 근거 없어. 그 점쟁이 말 아주 잘 맞아.”홍영희는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네 형은 일찍 결혼할 거고, 너는 서른이 넘어도 결혼이 어렵다고 했는데, 다 맞았잖아.”도진은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그 정도는 주변만 조금 살펴봐도 알 수 있는 이야기였다.그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할머니는 K시에 얼마나 계실 생각이세요? 의료진도 다 같이 오신 건가요?”“다 데리고 왔지.”홍영희는 손을 내저었다.“그건 신경 쓰지 말고, 지금은 너 자신이 제일 중요해. 그런데 예린이랑은 요즘 어떻게 돼 가니?”도진의
더 보기

제204화

예린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홍영희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이 반짝였다.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할머니, K시에 오셨어요? 정말요? 너무 좋아요. 어디 계세요? 제가 바로 찾아뵐게요.]“급할 거 없어.”홍영희가 말을 끊었다.“너한테 전화한 건, 할 말이 있어서야. 예린아, 다음 주말에 도진이 로펌에서 삼아도에 단체로 간다더라. 너도 같이 갈래?”예린의 마음이 흔들렸다.‘같이 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하지만 기대만큼 두려움도 컸다.예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솔직하게 말했다.[저야 당연히 가고 싶죠. 그런데 할머니... 도진 오빠가 저를 데려가 주지 않을 거예요.]예전에 그를 붙잡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언급했을 때도, 도진은 찾아오지 않았다.그런 상황이었는데, 삼아도까지 함께 가자고 할 리 없었다.“그건 걱정하지 마.”홍영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내가 여기까지 온 게 다 이유가 있어. 이번엔 할머니가 네 편이야. 내가 다 알아서 해 주마.”그 말을 듣는 순간, 예린의 마음속에서 불안이 한꺼번에 가라앉았다.‘할머니가 내 편이면...’[정말요? 할머니가 계시면, 도진 오빠도 조금씩은 제 마음을 봐줄 거예요.]예린의 꿈은 어릴 적부터 단 하나였다.도진의 아내가 되는 것. 그 생각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그럼!”홍영희는 만족스럽게 웃었다.“너는 그냥 기씨 가문 며느리 될 준비나 해.”홍영희는 예린이 도진의 차가운 태도에 상처받아 물러설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예린을 보니, 그럴 걱정은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지설은 은화와 함께 관리사무소에서 학원 위층 사무실 임대 문제를 상의하고 있었다.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기대와 달랐다.이미 위층 한 개 층은 다른 사람에게 임대가 완료되었다는 것이었다.두 사람 모두 표정이 가라앉았다.지설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물었다.“혹시, 그 층을 임대한 분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성은 부 씨입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지
더 보기

제205화

지설은 가볍게 웃었다.“도진 씨야말로 정말 바쁜 사람이잖아요. 오늘 재판 일정이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마주치는 게 쉽지 않죠.”은화가 혀를 찼다.“너희 둘 다 완전 워커홀릭이네. 집도 가깝고, 일하는 곳도 위아래 층인데 이렇게 안 마주치기 쉽겠냐?”그러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하긴, 나중에 영민이가 이 건물로 오면 상황이 좀 달라지겠지. 그때도 기 변호사님이 그렇게 바쁜지 한번 보자고, 하하.”은화는 전형적인 구경꾼 모드로 말을 던졌다.지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입맛이 뚝 떨어졌다.‘정말로 부영민이 이 건물로 오게 되면...’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두 사람은 결국 건물 아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예상대로 도진은 보이지 않았다.은화는 ‘아쉽다’라고 말하면서도, 해물 향이 진한 성게볶음밥 한 그릇을 말끔히 웠다.그런데 식사를 거의 마칠 즈음, 은화의 몸이 갑자기 굳었다.강한 메스꺼움이 밀려온 듯, 은화는 입을 막고 헛구역질했다.금세 배 쪽에서 통증이 이어졌고, 기운이 빠진 듯 의자에 몸을 기댔다.“뭐 잘못 먹은 거 아냐?”지설이 걱정스레 물었다.은화는 대답할 여력도 없어 보였다.지설은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은화를 부축해 병원으로 향했다.여러 검사를 거친 뒤, 의사의 말을 듣고서야 상황을 알게 되었다.은화는 임신 중이었다.지설은 은화를 바라보며 놀라움과 걱정이 뒤섞인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하지만 당사자인 은화는 의외로 담담했다.“이 아이, 낳지 않을 거야.”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충분히 생각하신 거면, 저는 존중해요.”은화는 지설을 보며 웃었다.“아이 아빠가 누군지 안 물어봐?”지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은화가 말하고 싶다면 말할 것이고, 말하고 싶지 않다면 그 선택도 존중할 생각이었다.한참을 있다가 은화가 숨을 내쉬듯 말했다.“내 첫사랑이야. 얼마 전에 헤어지고 혼자였을 때 다시 만났어. 그런데 최근에 또 날 정리하더라. 다른 여자랑 잘 되더니, 결혼까지 생각 중이래.”“난 몇 년을 그 사람 대
더 보기

제206화

예연숙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임신했다고? 그런데 아이를 지운다고?”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이고, 그거 다 업보다, 업보야.”지설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엄마, 나중에 은화 선배 만나면 아무 말도 하지 마. 지금은 예전이랑 달라. 여자에게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선택할 권리가 있어.”“자기 뱃속에 있는 아이를 안 낳겠다는 게 말이 돼?”예연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돈 아무리 많이 벌고 부자가 돼도 친자식 하나 있는 것만 못해!”예연숙은 멈추지 않았다.“게다가 미혼으로 임신한 거잖아. 밖으로 소문이라도 나면 얼마나 흉해. 남녀가 감정만 가지고 만나다 보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여자야. 남자는 편하고, 여자는 상처만 남는 거지.”“상대가 결혼하겠다고 했으면, 애를 지울 생각이나 했겠어? 결국 남자 마음 하나 못 붙잡은 거잖아.”“그래서 여자는 일에 너무 매달리면 안 되는 거야. 돈을 아무리 벌어도 인생이 엉망이면 다 소용없다.”지설의 손이 굳었다.은화는 지설이 가장 힘들 때 손을 내민 사람이었다.그 덕분에 지설은 일자리를 얻었고, 버틸 수 있었다.더는 은화에 대한 엄마의 오해를 듣고 있을 수 없었다.“엄마, 난 은화 선배가 잘못했다고 생각 안 해.”지설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선배는 충분히 고민했고, 지금 이 시점에서는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없다고 판단한 거야.”“낳아 놓고 제대로 키우지 못하면 그게 더 무책임한 거 아니야?”지설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그리고 여자가 꼭 누군가의 아내가 되거나, 아이의 엄마가 돼야만 인생에 의미가 있는 건 아니잖아.”“여자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 자기 일도 하면서 자기 삶을 살면 안 돼?”예연숙은 잠시 말을 잃었다.딸이 이렇게까지 정면으로 반박할 줄은 몰랐다.이내 얼굴이 굳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 그런 생각 하다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해. 엄마 말이 맞아. 이건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삶의 지혜야.”지설은 말없이
더 보기

제207화

지설은 가볍게 웃었다.“봐, 너는 여전히 그대로야. 이것도 원하고 저것도 원해.”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주씨 집안의 도움을 받고 싶으면, 나까지 가지려고 하지 마. 솔직히 말해서, 그런 태도 진짜 역겨워. 주유연이 어떻게 너를 참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못 참아.”말을 마치자 지설은 영민을 밀치고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그러고는 근처 식당에서 국수 한 그릇을 포장해 와 사무실에서 먹었다.절반쯤 먹었을 때, 송창만이 고급스러운 포장 상자를 몇 개 들고 들어왔다.지설은 미간을 좁혔다.송창만은 지설 책상 위에 박스를 올려두고 하나씩 열었다.윤기가 흐르는 요리들, 누가 봐도 고급 개인 식당 음식이었다.“누나, 아까 아래에서 사람 하나 만났는데, 우리 건물 윗층에 있는 부 대표님 같더라? 엄청 큰 회사 운영한다고 하던데, 왜 갑자기 여기로 사무실 옮겼는지는 모르겠어.”“나랑 한참 얘기하더니, 비서 시켜서 이런 것도 사다 주고. 나 혼자 먹기 뭐해서 누나랑 같이 먹으려고 가져왔어.”지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앞으로 그 사람이랑 말 섞지 마. 그리고 그 사람이 준 건 손대지도 마.”창만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왜? 누나, 그 부 대표님 꽤 괜찮아 보이던데. 누나한테 관심 있는 것도 딱 보이던데, 한 번쯤 만나 볼 생각 없어?”지설은 단호했다.“송창만,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내 개인사에 끼어들지 마. 왜냐고 묻지도 말고. 이것들 다 치워.”창만은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그 정도 인물이 누나랑 엮이면 나도 덕 좀 볼 줄 알았는데...’결국 창만은 음식들을 다시 챙겨 나갔다.자리에 앉은 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영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부 대표님, 음식은 누나한테 전해 드렸는데요, 누나가 안 드시네요.]영민은 곧 답장을 보냈다.[괜찮아, 창만아. 나중에 시간 되면 또 보자.]창만의 마음이 들떴다.‘이 정도 레벨의 인물과 엮일 수 있다니...’사실 창만의 어머니는 자기 언니 예연숙에게 거짓말했다.창
더 보기

제208화

유연은 이를 악물었다.“그 여자, 아직도 부영민을 마음에 두고 있어서 안 넘어오는 거야?”유빈은 차분하게 답했다.“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여.”잠시 생각하듯 말을 이었다.“내가 보기엔, 심지설은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은 아닐 거야. 그보다 너 부영민 붙잡고 싶다며. 요즘 FH그룹이 XS그룹이랑 협업하려는 거 알지? 네가 그 프로젝트 하나 따오면, 부영민이 널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어.”“XS그룹?”유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오빠도 못 한 일을 내가 어떻게 해?”유빈은 이미 다른 길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홍영희 어르신께서 지금 K시에 계신다는 얘기 들었어.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그쪽에서 만남 자체를 피하더라. 근데 같은 여자인 너라면 다를 수도 있어.”유빈은 여동생이 영민에게만 집착하는 게 못마땅했다. 이왕이면 회사 일에 힘을 쓰길 바랐다.만약 유연이 홍영희의 호감을 얻는다면, 주씨 집안에도, 부씨 집안에도 이득이 될 것이다.‘해낼 수 있나, 없나... 그건 유연의 몫이겠지.’유연은 잠시 고민했다.최근 영민의 태도는 눈에 띄게 차가워지고 있었다.‘이번엔 한번 운명을 걸어보자.’유연이 정말로 프로젝트를 따오면, 영민의 시선도 달라질 수 있었다.게다가 XS그룹과의 협업이 시작되면, 영민은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이어서 그는 지설을 찾아갈 여유도 사라질 것이다.영민이 얼마나 현실적인 사람인지, 유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자신이 여전히 쓸모 있는 존재라면, 영민은 떠나지 못할 것이다.유연은 결심한 듯 말했다.“알겠어, 오빠. 나 해볼게.”...유연은 먼저 영민을 찾아갔다.영민은 유연이 왔다는 말을 듣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사무실을 옮긴 일로 따질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묵묵히 기다렸다.그러나 유연의 태도는 예상과 달랐다.“오빠, 근무 환경 바꾼 거야?”유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꽤 괜찮아 보이네. 혹시 홍영희 어르신께서 계시는 병원이랑 가까워서 온 건가?”영민은 눈을
더 보기

제209화

유연은 오랜만에 영민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게 된 상황이 마음에 들어서, 그 시간을 꽤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기분이 좋은 듯 영민 곁에 앉았지만, 정작 영민의 표정은 무덤덤했다.그는 가까이 다가오는 유연을 반기는 기색도 없었다.예전의 영민이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유연에게 이렇게까지 냉담하지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거리를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묘했다.한번 마음을 거둬들이고 나면, 예전에 사랑했던 척했던 일조차 버거워진다....그날 퇴근 후, 지설은 평소처럼 은화를 보러 병원에 갔다.병원 복도를 지나가다 우연히 영민과 주유연을 발견했다.지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사람처럼 시선을 돌린 채 그대로 걸어갔다.그때 유연의 목소리가 들렸다.“심지설, 너도 병원 왔어? 이런 데서 보네.”지설은 웃음 같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그러게. 참 우연이네.”유연이 물었다.“진료 보러 온 거야, 아니면 누굴 만나러 온 거야?”“친구 보러 왔어.”지설의 대답은 짧았다.유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창업한 지도 꽤 됐지? 일은 잘되고 있어?”“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잠시 뜸을 들인 뒤 덧붙였다.“아, 그리고 나랑 영민 오빠, 곧 결혼해. 청첩장 보내 줄게. 꼭 와.”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더는 그 둘을 보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복도 끝을 돌려서자, 뒤에서 급히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지설아.”지설은 멈추지 않고, 뒤돌아보지도 않았다.영민이 걸음을 재촉해 지설의 손목을 붙잡았다.“아니야.”“주유연이 말한 거, 사실 아니야. 난 결혼할 생각 없어. 주유연이랑은 그냥 사업 파트너 관계야.”그제야 지설은 영민을 바라봤다.그 시선을 마주한 영민의 눈이 밝아졌다.서둘러 말을 이었다.“내 마음속엔 너밖에 없어. 사무실도 네 옆으로 옮겼잖아. 매일 그렇게 시간 들여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다 너 때문이야.”지설은 담담하게 말했다.“부 대표님이 스스로
더 보기

제210화

지설과 함께 처음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하필이면 도진이라는 사실이 영민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영민은 질투심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었다.동시에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지설을 얼마나 무심하게 대했는지, 얼마나 지설의 수고와 헌신을 당연하게 여겼는지.‘그때 내가 조금만 더 잘해 줬다면...’지설과의 시간 속에 좋은 기억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면,지설은 그렇게 쉽게 돌아서지 않았을까?도진이 지설과 여행을 간다고 해서, 영민이 막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따라갈 수는 있었다.자신이 함께 간다면, 도진과 지설 사이에 감정이 깊어질 틈은 주지 않을 것이다....병실 문 앞에서 유연은 한참 동안 기다린 끝에 마침내 홍영희가 나오는 모습을 봤다.영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유연은 혼자서 먼저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어르신, 저는 주유연입니다.”말투는 최대한 공손했다.“저희 주씨 집안이랑 기씨 가문은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어요. 어르신께서 K시에 오셨다고 들어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홍영희는 유연을 한 번 훑어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즘 들어 이런 식으로 접근해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일일이 상대할 생각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홍영희는 옆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짧게 눈짓했다.경호원은 곧바로 이해한 듯, 유연을 향해 정중하지만 분명한 제스처를 취했다.이대로 있으면 끌려 나갈 수도 있다는 걸, 유연도 알고 있었다.결국 이를 악물고, 홍영희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조금 뒤, 영민이 나타났다.유연은 곧바로 불만을 터뜨렸다.“오빠, 아까 어디 갔던 거야?”“홍영희 어르신께서 겨우 나왔는데, 놓쳤잖아.”영민이 물었다.“그분이랑 인사는 했어?”유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 표정이 굳었다.“했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어.”영민도 노인을 상대하는 데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우리도 그분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아. 취향도 모른 채 찾아간 거니까, 관심 없을 수도 있지.”유연은 입술을 삐죽 내
더 보기
이전
1
...
1920212223
...
27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