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설과 함께 처음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하필이면 도진이라는 사실이 영민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영민은 질투심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었다.동시에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다.지설을 얼마나 무심하게 대했는지, 얼마나 지설의 수고와 헌신을 당연하게 여겼는지.‘그때 내가 조금만 더 잘해 줬다면...’지설과의 시간 속에 좋은 기억이 더 많이 쌓여 있었다면,지설은 그렇게 쉽게 돌아서지 않았을까?도진이 지설과 여행을 간다고 해서, 영민이 막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따라갈 수는 있었다.자신이 함께 간다면, 도진과 지설 사이에 감정이 깊어질 틈은 주지 않을 것이다....병실 문 앞에서 유연은 한참 동안 기다린 끝에 마침내 홍영희가 나오는 모습을 봤다.영민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유연은 혼자서 먼저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어르신, 저는 주유연입니다.”말투는 최대한 공손했다.“저희 주씨 집안이랑 기씨 가문은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어요. 어르신께서 K시에 오셨다고 들어서, 인사드리러 왔습니다.”홍영희는 유연을 한 번 훑어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즘 들어 이런 식으로 접근해 오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일일이 상대할 생각도, 그럴 여유도 없었다.홍영희는 옆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짧게 눈짓했다.경호원은 곧바로 이해한 듯, 유연을 향해 정중하지만 분명한 제스처를 취했다.이대로 있으면 끌려 나갈 수도 있다는 걸, 유연도 알고 있었다.결국 이를 악물고, 홍영희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조금 뒤, 영민이 나타났다.유연은 곧바로 불만을 터뜨렸다.“오빠, 아까 어디 갔던 거야?”“홍영희 어르신께서 겨우 나왔는데, 놓쳤잖아.”영민이 물었다.“그분이랑 인사는 했어?”유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 표정이 굳었다.“했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어.”영민도 노인을 상대하는 데는 딱히 방법이 없었다.“우리도 그분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잖아. 취향도 모른 채 찾아간 거니까, 관심 없을 수도 있지.”유연은 입술을 삐죽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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