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도 결국 남자이다 보니, 우란은 당연히 도진의 체면을 세워줄 수밖에 없었다.우란은 도진을 바라보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대표님, 오늘 옷차림이 평소와는 좀 다르신데요?”말이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도진에게 모였다.지설도 함께 도진을 바라봤다.평소 도진은 정장이나 셔츠 차림이 대부분이었고, 색감도 검정이나 흰색, 회색 위주였다.그런데 오늘 도진은 비교적 캐주얼한 후드티를 입었다.머리도 깔끔하게 넘기지 않아, 늘 풍기던 묵직한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져 보였다.잘 정돈된 인상 대신, 또래보다 조금 더 차분한 대학생 같은 느낌이 더해졌다.우란은 그제야 무언가를 알아챈 듯 지설을 바라봤다.그리고 일부러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어머, 지설 씨도 오늘 후드티네요? 설마 두 분, 커플룩이에요?”지설은 그 말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아니에요.”당연히 커플룩일 리 없었다.도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직원에게 신호를 보내, 자신과 지설 앞에 놓인 술잔을 주스로 바꿔 달라고 했다.지설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다들 술 마시는데, 저희만 안 마셔도 괜찮을까요?”도진은 웃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우리 로펌은 술자리 문화 안 해요. 제가 안 마시면, 아무도 지설 씨한테 술 권하지 않을 거예요.”지설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사실 회식 자리에서 술잔을 받는 게 늘 부담스러웠다.도진은 업무에서는 엄격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상당히 편한 사람이었다.모두에게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주문하게 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지켜보며 가끔 농담도 받아줬다.어떤 회식 자리는 불필요한 농담이나 여직원에게 술을 강권하거나, 노래나 춤을 억지로 시키는 분위기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하지만 ‘법무법인 도진’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여자 변호사들의 존재감이 훨씬 강했고, 말솜씨도 날카로워 남자 변호사들이 함부로 굴기 어려웠다.도진이 술자리 문화를 싫어하고, 여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분명히 해 온 덕분에 남자 직원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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