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Bab 181 - Bab 190

270 Bab

제181화

은화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맞다니까. 너 몰랐지? 내가 다른 학원들 몇 군데 돌아다니면서 조사했는데, 거긴 일부러 잘생긴 남자 강사를 뽑더라. 그래야 엄마 고객들 잘 모인대! 우리도 배워야지!”학원 홍보를 위해서라니, 지설은 마지못해 수긍했다.“알겠어요. 한 번 해보죠.”...지설과 동행한 여자 강사는 첫 번째 채용 장소로 K시의 명인예술대학교를 찾았다.올해 취업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지원자 수는 늘었고, 신생 작은 학원임에도 불구하고 이력서를 제출하려는 지원자 학생들이 길게 줄 서 있었다.지설과 여자 강사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쉴 틈 없이 지원자들을 받았다.해가 기울 즈음에서야 겨우 일정을 마쳤다.짐을 정리해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갈까 하던 찰나, 캠퍼스 정문 앞에 벤틀리가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익숙한 실루엣이 내렸다.민호안이었다.오늘의 호안은 평소의 장난스러운 분위기를 걷어내고, 진중한 느낌의 비즈니스 정장 차림이었다.도시적인 인상이 더 강해졌다.“민호안 씨?”지설은 눈이 살짝 동그래졌다.호안은 자연스레 다가와 지설의 손에 들린 채용 서류함을 넘겨받았다.“하루 종일 고생했죠? 제 차 타요. 제가 밥 살게요.”지설은 거절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여자 강사가 알아서 등을 떠밀었다.결국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탔다.차 안에서 지설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호안은 여유 있게 웃었다.“명인예술대학 옆에 있는 고성대학교에서도 오늘 채용이 있었어요. 거기서 먼저 지설 씨 봤어요. 끝나기를 기다린 거죠.”곧바로 덧붙였다.“괜히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요즘은 진짜 열심히 일해요. 아버지 회사에서 부대표 맡고 있고요. 이번엔 좀 제대로 보여드릴게요. 예전이랑 다르다는 거.”그 옆에 앉아있던 여자 강사는 바로 분위기를 파악했다.“부원장님, 저는 먼저 돌아가서 오늘 받은 이력서랑 명단 정리해둘게요!”말 끝나기 무섭게 여강사는 문을 열고 내려 택시를 잡아 떠났다.호안은 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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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은화의 답장이 거의 즉시 도착했다.[그건 완전 다른 문제야. 걔네가 필요해서 돈을 내는 거고, 우린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잖아. 가격이 정해져 있는 거래인데 무슨 빚이야? 공짜로 얻어먹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면 그냥 밥 한 끼 사면 끝나는 일이지. 어차피 민호안, 너한테 밥 얻어먹으면 좋아할걸?]은화의 말에 지설도 더 이상 반박할 이유가 없었다.‘그래... 일단 매출부터 올리고 보자.’지설은 호안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은화 원장님하고 상의했습니다. 저희가 민 부대표님 쪽 프로그램 협력 건... 수락하기로 했어요. 감사드리고, 오늘 식사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호안은 고개를 저었다.“뭐가 민 부대표님이에요. 그렇게 부르지 말고 그냥 호안이라고 부르세요. 밥 먹고, 오후에 우리 회사로 가서 계약 세부사항 같이 얘기하죠.”호안의 눈빛에는 은근한 기쁨이 스며 있었다.지설과 단둘이 있을 시간이 더 생긴다는 사실이 그를 들뜨게 만든 듯했다....두 사람은 근처의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메뉴판을 펼쳐든 지설은 가격이 꽤 있는 걸 알면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지금은 수입도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오늘은 자신이 사야 맞았다.호안이 학원에 새로운 계약 기회를 가져다준 만큼, 자신이 대접하는 게 당연한 예의였다.둘이 메뉴를 고르는 사이, 출입구 쪽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천천히 들어섰다.그 인물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핸드폰을 꺼내 빠르게 메시지를 보냈다.[부 대표님, 사모님이 오늘도 민호안 씨하고 식사 중입니다. 위치 보내드립니다.]그 남자는 영민이 지설 주변에 붙여둔 사설탐정이었다.지설 주변 남성을 감시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특히 지설이 남자와 단둘이 있는지, 교제할 가능성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했다.영민은 메시지를 읽고 표정이 굳어졌다. 곧바로 다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에 시켜둔 일, 진지원 찾는 거. 어떻게 됐지?]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렀다.“이미 찾았습니다. 지금 K시에 있는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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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지설은 민산철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잠시 굳어 있었다.뭐라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아 어색하게 손만 모으고 있었는데, 호안이 먼저 나섰다.“아버지, 지설 씨 놀라게 계속 이렇게 있지 마시고요. 아버지는 가서 아버지 일 보세요.”호안은 아버지 앞에서만큼은 늘 거리낌이 없었다.민산철은 그 모습이 오히려 재미있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이 레스토랑 사장하고 친해서 하는 말인데. 내가 얘기하면 너희 오늘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단다.”민씨 집안은 초부유층은 아니지만 지역에서는 영향력 있고 연줄이 넓었다.민산철은 그 점을 살려 은근히 재력을 내비치며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했으나, 호안이 잽싸게 나섰다.“아버지, 저희 할 얘기 있어요. 아버지는 먼저 들어가세요.”민산철은 아쉬운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자신을 뽐낼 기회를 막아버린 아들이 못마땅해 보였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 너희 젊은 사람들끼리 얘기해. 시간 날 때 집으로 와. 네 엄마가 맛있는 거 해놓을 거다.”말을 남기고서도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아쉬워하다가 식당 밖으로 사라졌다.아버지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호안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우리 아버지 원래 저래요. 아버지 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지설은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부담스럽거나 불쾌하다기보다는 예상 밖의 친절함에 그냥 어색할 뿐이었다....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하려던 찰나였다.출입구 쪽에서 누군가가 숨 가쁘게 뛰어들어왔다.머리가 흐트러지고 얼굴이 핼쑥한 젊은 여자가 바로 지설과 호안 쪽으로 달려왔다.이어서 호안의 팔을 잡자마자 울음이 터졌다.“호안 씨! 드디어 찾았어! 제발... 우리 아이 좀 살려줘!”지설이 놀라 자리에서 일어날 뻔했고, 호안의 표정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진지원? 갑자기 여기서 왜 이러는 거야?”지설은 눈을 깜빡이며 둘을 번갈아 보았다.호안의 표정에는 불쾌함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엿보였다.“지설 씨, 오해하지 마세요. 진지원 씨라고 하는데 이미 끝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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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지원은 인생 마지막 희망을 아이에게 걸었다.하지만 결과는 처참할 만큼 명확했다.지원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호안은 지원에게 돌아오지 않았다.‘왜... 왜 난 아무것도 못 가진 거야.’지원의 시선이 지설에게 꽂히자, 그 눈동자 속에 광기가 번졌다.‘다 이런 여자들 때문이야. 다 뺏어갔어... 민호안을...’지원은 테이블 위에 있던 스테이크 나이프를 번쩍 집어 들었다.이어서 지설의 가슴을 향해 그대로 내리꽂았다.‘이 여자만 없어지면... 민호안은 내 거야.’지설은 지원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정신이 아찔해졌다.그녀는 몸을 틀어 피하려 했지만, 지원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당장 튀어나가도 회피가 불가능한 거리였다.그때, 강하게 밀쳐오는 그림자 하나가 지설을 감싸듯 덮쳤다.몸이 뒤로 밀리며 시야가 흩어졌고, 지원의 광기 어린 얼굴 너머로, 한 남자의 실루엣이 지설을 막아선 채 서 있었다.지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손을 뻗었다. 손바닥이 따뜻한 액체에 젖었다.짙은 붉은색이 지설의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영민이었다.‘부영민... 날 대신해서 이걸 맞은 거야?’지설은 숨이 멎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그동안 쌓인 원망도 분노도, 지금은 모두 뒤로 밀려났다.“119... 119...”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눌렀다.영민은 얼굴이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었지만, 지설의 어깨를 잡고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네가 날 걱정하는 얼굴을 또 볼 수 있어서... 참 좋다.”지설의 눈가가 뜨겁게 흔들렸는데, 예전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눈앞의 피와 쓰러져 가는 몸은 분명히 지설을 지키려 한 행동이었다.그건 지설도 부정할 수 없었다....한편, 호안은 지원을 바닥에 제압하고 있었다.지원은 팔을 휘저으며 미친 듯 울부짖었다.“민호안! 왜 막아! 내가 저 여자 죽여야 해! 그래야 네가 내 거가 되는 거잖아!”식당 손님들은 이미 모두 도망쳤고, 사장은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하고 있었다.경찰이 도착하면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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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귀가 안 들려? 내가 뭐라고 하는지 못 알아들어? 너 같은 년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죄해야 맞아!”장경은의 날 선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그때, 한쪽에서 차분하고 단정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사모님, 심지설 씨는 사람이에요. 물건이 아닙니다. 이렇게 사람을 함부로 모욕하는 건, 아무리 봐도 무례한 행동입니다.”지설이 돌아보니, 도진이 와 있었다.도진의 침착한 얼굴을 보자마자 지설의 심장에 가득 차 있던 불안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장경은은 도진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었다.“너는 또 뭐야? 네가 뭔데 나한테 대들어?”도진의 표정은 흔들림이 하나도 없었다.“사모님이 방금 심지설 씨에게 하신 말씀, 전부 들었습니다. 사모님이 ‘아들을 돌볼 사람’을 원하시면, 정식 절차에 따라 가사도우미를 고용하셨어야죠.”“하지만 사모님께서는 며느리라는 이유로 심지설 씨에게 남편 사랑, 간병, 집안일까지 모두 떠맡기고, 그걸로도 모자라 지속적으로 모욕하고 압박해 왔습니다.”장경은의 얼굴이 굳어졌다.도진은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심지설 씨는 사모님 아드님과 ‘법적 부부’였습니다. 따라서 부영민 씨는 장모님 부양의무를 법적으로도 함께 부담해야 했습니다.”장경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그래도! 우리가 사부인 병원비 다 내줬고, 지금 영민이가 저 년 때문에 다친 것도 사실이잖아! 이렇게 큰 은혜를 입고, 보답도 안 해?”지설은 더는 듣고 있을 수 없었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난 3년간, 제가 부영민 씨 옆에서 어떤 식으로 살았는지... 사모님은 절대 못 하셨을 거예요.”“부영민 씨가 다시 걸을 수 있게 된 건 의사 선생님 덕도 있지만, 제가 밤낮없이 간호한 노력도 있었습니다. 그게... 은혜로 안 보입니까?”장경은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심지설, 이혼하더니 입이 아주 살아났네. 내가 널 못 건드릴 것 같아?”장경은이 손을 들며 지설을 때릴 기세로 다가왔다.하지만 도진이 재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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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영민은 아직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해 장경은의 말을 들을 수도, 대답할 수도 없었다.그날 밤, 지설과 도진은 함께 병원에 남아 영민이 깨어나기를 기다렸다.영민이 눈을 뜬 것은 새벽이었다.흐릿한 눈동자가 처음 찾은 사람은 장경은이었다.영민의 얼굴에 실망이 스쳤다.“엄마... 지설이는?”장경은의 눈빛이 바로 차가워졌다.“네 꼴 좀 봐라. 그렇게 다쳐놓고도 지설이부터 찾냐? 그 못돼 먹은 년이 널 어떻게 했는데, 왜 그런 애를 감싸!”잔소리가 이어지자 영민은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그는 결국 장경은의 말을 끊었다.“엄마, 지설이 보고 싶어.”장경은은 못마땅한 표정이었지만, 아들이 원하니 어쩔 수 없었다.“기다려. 복도에 있더라. 불러올게.”장경은은 일어나 병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 의자에 앉아 있는 지설을 보자마자 인상을 팍 쓰고 내뱉었다.“영민이 깼다. 얼른 들어가서 돌봐. 내 아들 기분 상하게 하면 가만 안 둬!”지설은 장경은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도진을 향해 말했다.“저 들어가볼게요. 도진 씨는 여기서 기다려주세요.”도진이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녀오세요.”...지설이 병실에 들어가자, 하얗게 질린 얼굴의 영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지설을 보자마자, 깊은 안도감이 어렸다.“지설... 와줘서 고마워.”이어 약하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나... 아직 회복하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아. 그동안... 내 옆에 있어 줄 수는 없을까? 나 좀... 돌봐줘.”지설의 표정은 담담했다.“날 대신해줘서 정말 고마워. 치료비는 내가 책임질게. 며칠 동안은 들르면서 상태 볼 거야. 간호가 필요하면 전문 간병인 불러줄게.”“그리고... 네가 보답을 요구한다면, 과하지 않은 선에서는 들어줄 수도 있어.”영민의 눈동자가 일순간 흔들렸다.“그럼... 내 요구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는 것’이면?”지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그건 과한 요구야. 못 해. 딴 거 말해.”그 단호함에 영민의 표정이 무너졌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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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영민은 침대에 반쯤 기댄 채 지설을 바라보며 답답한 듯 말했다.“지설아, 나 좀 적으로 보지 말아줄래? 나 이제 진짜로 바꾸려고 해. 네가 싫어했던 것들... 다 안 할 거야.”“너 예쁘잖아. 그러니까 이상한 남자들이 꼬일까 봐 걱정돼서 그래. 기도진은... 그나마 괜찮아. 제대로 된 사람 같고.”“근데 그 민호안은... 정말 아니야. 완전 막 사는 스타일이야. 너랑 안 맞아.”지설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본인이 할 말은 아니지.’입 밖으로 나온 지설의 음성은 차갑게 떨어졌다.“민호안 씨가 연애 스타일은 지저분할 수 있어도 적어도 날 해하려고 한 적은 없어. 그리고 그 사람은 너보다 훨씬 예의 있고, 나를 존중할 줄 알아. 그러니까 다른 사람 욕하면서 본인의 행동을 가리려고 하지 마.”영민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마음 한쪽이 뻥 뚫린 듯한 표정이었다.“난 내가 요즘 얼마나 변했는지... 네가 좀 알아줄 줄 알았어. 정말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너한테 난 여전히 싫어하는 그 부영민이야?”지설은 피곤하다는 듯 숨을 길게 뱉었다.“그만하자. 지금 이런 말 해봐야 의미 없어. 우린 이미 끝났어. 이제 너는 회복에 집중해. 난 나갈게.”지설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영민은 여자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앉아 있었다.‘예전엔... 저럴 때마다 내가 외면했지. 이제는 내가 버려지는 쪽이네.’쓴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그 시각, 경찰 조사를 마친 호안은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복도에서 지설을 발견하자 한껏 무거운 눈빛으로 다가왔다.“죄송합니다, 지설 씨. 제 과거 행동 때문에... 진지원이 지설 씨를 다치게 할 뻔했어요.”호안의 눈가는 붉게 맺혀 있었다. 절망감이 그대로 묻어났다.그는 이제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지원과의 사이에 실제로 아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호안은 눈을 감았다 뜨며 낮게 말했다.“저희 어머니한테 물어봤어요. 정말... 아이가 있더군요. 그런데 전... 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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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지설은 호안의 마지막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옆에서 지켜보던 도진이 아주 미묘하게 눈썹을 올렸다.‘나도 아직 확실히 자리 잡은 사이도 아닌데...’‘저 사람은 벌써 대기표 받을 생각까지 하네?’호안을 배웅한 후, 지설은 영민이 필요하다는 간병인을 따로 불렀다.하지만 장경은과 영민 모두 그 제안을 거절했다.장경은은 대놓고 ‘가사도우미 따위 필요 없다’라고 잘라 말했고, 영민은 다른 이유였다.지설이 직접 오기를 바랐기 때문이다.지설은 두 사람의 반응을 보고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그럼... 매일 시간 내서 들를게.”두 사람 사이에 어떤 상처가 있었든, 영민이 지설을 구한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았다.지설은 그 빚을 외면할 마음이 없었다....다음 날, 지설이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문틈으로 보이는 풍경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유연이 있었다.유연은 부드럽게 물수건으로 영민의 손을 닦아주고, 사과를 작게 잘라 영민의 입에 직접 넣어주고 있었다.명문가에서 버릇없기로 소문난 유연이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돌보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하지만 정작 영민은 무표정했다.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지설은 가슴이 찌릿하게 쿡 눌렸다.‘나도 예전에 저랬지.’‘그때도 영민은 이렇게 차갑게 굴었어.’영민은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는 순간, 그 마음을 흙처럼 짓밟는 사람이었다.그건 어쩌면 타고난 버릇이었다.지설은 준비해 온 과일을 내려놓으며 가볍게 물었다.“오늘은 좀 어때?”영민은 지설을 보자마자 눈빛이 환해졌다.“몸 상태... 안 좋아.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유연의 시선이 번개처럼 지설을 향했다. 질투가 서려 있었다.지설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주유연 씨 간호가 부족했어?”유연은 움찔했다.영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좋다, 싫다 아무 말도 없었다.그저 애처로운 눈으로 지설만 바라봤다.지설은 그 시선을 외면하고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필요한 거 있어요?”그건 단순한 인사치레였다. 유연이 있는데, 굳이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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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유연은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거칠게 닦았다.“미친놈...” 그렇게 욕설을 뱉더니 병실 문을 벌컥 열고 뛰쳐나왔다.문을 닫는 소리와 동시에 유연의 시선이 바로 문 앞에 서 있던 지설과 맞부딪혔다.둘 사이에 팽팽한 기류가 흘렀다.유연의 눈빛은 곧장 적의를 띠며 지설을 찌를 듯 바라봤다.지설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 얘기 좀 할까?”...두 사람은 병원 근처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자리에 앉자마자 유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 진짜 기분 좋겠다. 예전엔 오빠가 널 얼마나 싫어했는지 알지? 근데 지금은 너한테 미쳐서 난리잖아. 너... 이겼다고 생각하지?”지설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유연을 바라봤다. 눈빛이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다.“난 그걸 원하지도 않아.”유연은 냉소적으로 웃었다.“그런 말은 네가 오빠 마음 얻었으니까 할 수 있는 거야! 여유 부리는 거지. 웃기지 마.”지설은 잠시 말을 멈추고 유연을 바라봤다.유연의 어깨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표정엔 초조함과 상실감이 뒤섞여 있었다.‘부영민이의 사랑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게 두려운 거겠지.’지설은 천천히 물었다.“전에 내가 말했던 조언... 왜 안 들었어? 부영민 붙잡고 싶으면, 네가 FH그룹으로 압박하라고 했잖아. 그 사람한텐 그게 제일 치명적인 약점이야. 그렇게 했으면 넌 무조건 이겼어.”유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이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힘없이 주저앉았다.“나... 그걸 못 하겠더라.”잠시 침묵이 흘렀다.유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3년 전, 내가 먼저 오빠 떠났을 때, 그때는 진짜 이 정도로 사랑하는 줄 몰랐어. 근데 시간이 지나보니까...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오빠였어. 오빠밖에 없었어.”유연은 손등으로 눈을 훔쳤지만, 눈물은 다시 고여올랐다.“내가 떠난 걸로 오빠 많이 상처받았잖아. 그게 너무 미안했어. 근데... 그런 오빠를 내가 어떻게 다시 협박해? 그 사람 힘들어하는 거 보면... 난 못 하겠어.”지설은 묵묵히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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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부영민이 예전엔 널 좋아했고, 지금은 날 좋아해. 그러면 다음엔?”지설의 목소리는 잔잔했지만, 말은 칼날 같았다.“부영민이 또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 그땐 어떻게 할 건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오히려 네가 포기하길 바라. 왜냐하면...”지설은 말을 잠시 멈추고 천천히 이어갔다.“부영민... 진짜 별로야.”유연의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영민 오빠 그런 사람 아니야.”지설은 가볍게 웃었다.‘저런 순한 애가 저런 남자한테 어떻게 버틸까.’‘사실 주유연이 포기하는 게 서로에게 더 나았다.’‘FH그룹도 곧 흔들릴 텐데... 무너지면 더 좋지.’‘부영민이 돈줄 끊기면 어떤 여자에게도 저러지 못할걸.’지설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어쨌든, 넌 지금 내가 이렇게 말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다. 넌 이미 너무 깊이 들어갔어.”유연은 이가 부딪힐 정도로 이를 악물었다.“너,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그런 말 하는 건데?”지설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됐어. 그냥 방금 말은 못 들은 걸로 해.”‘주유연은 뭘 말해줘도 이해 못 할 거다.’지설은 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부영민이 날 구해준 건 기정사실이라 난 계속 병문안 올 거야. 하지만 걱정 마. 너 있을 때만 올게.”그 말만 남기고 지설은 계산을 마친 뒤 카페를 나섰다.유연은 지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말도 안 되는 패배감이 몰려왔다.카페 문이 닫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문 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유연 앞으로 걸어왔다.유빈이었다.유빈은 지설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멈칫했다.‘심지설... 예전이랑 완전히 다르네.’‘전에 보던 그 겁 많고 축 처진 애가 맞나?’‘지금은 딱 봐도 자기 일 잘하는 프로다워.’유빈은 안으로 들어가 울상이 된 동생을 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유빈은 사실 동생이 영민에게 매달리는 걸 정말 바라지 않았다.유연은 원래 밝고 당당한 아이였다.하지만 영민에게 집착하게 된 뒤로 성격이 흐트러지고 날카로워졌다.유빈은 여러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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