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앞에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달은 영민은, 지설이 없는 이곳에 남아 있어 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씩씩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옷에 묻은 커피 얼룩을 대충 닦아내고 나서야 그는 병원을 나섰다.일요일 저녁, 지설은 옷장을 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우아하면서도 단정한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메이크업도 평소보다 공들여서 하고, 머리는 고데기로 살짝 웨이브를 넣었다.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본 지설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미소를 지었다.‘결혼 전엔 늘 이렇게 나를 가꾸고, 당당했었지.’그때의 지설은 자신이 괜찮은 여자라고 믿었고, 가끔 마음에 드는 또래 남자와 약속을 잡기도 했다. 비록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언젠가는 진심으로 설레는 사랑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다.그러나 영민과 결혼한 뒤로, 점점 자신을 꾸미지 않게 되었다. 영민의 차가운 말투와 무심한 눈빛은 지설을 갉아먹었고, ‘혹시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게 했다.하지만 지금, 그 잃었던 자신감이 되살아나고 있었다.‘부영민을 떠난 건 정말 옳은 선택이었어.’구두를 신고 현관문을 열자, 도진이 서 있었다. 그는 정갈한 슈트 차림에 지설이 선물한 넥타이와 커프스를 하고 있었다. 기품 있고 세련된 분위기가 풍겼다.도진의 시선이 잠시 지설의 전신을 스쳤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지설 씨, 오늘 정말 예쁘네요.”지설은 가볍게 웃으며 대꾸했다.“변호사님도 멋지세요.”도진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었고, 그와 나란히 걷는 것만으로도 은근한 자부심이 생겼다....두 사람은 분위기 좋은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은은한 조명과 음악, 잘 차려진 테이블 세팅은 둘만의 시간을 한층 특별하게 만들었다.식사가 절반쯤 지나갈 무렵, 예상치 못한 인물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왔다. 영민과 유연이었다.네 사람의 시선은 금세 엇갈렸지만, 지설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접시에 담긴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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