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설은 싸늘한 얼굴로 돌아섰다.그 뒷모습을 영민은 끝내 붙잡지 않았다. 다만 힘껏 쥔 주먹이 허공에서 파르르 떨릴 뿐이었다.‘방이섭 같은 인간은 절대 가만있지 않지. 분명 지설을 은밀히 괴롭히려 들 거야.’‘그래, 어디 두고 보자.’‘지설이 버티다 못해 무너져 나한테 손 내미는 순간이 올 테니까.’잠시 후, 유연이 복도로 나왔다.“오빠, 여기 있었네? 다 같이 안에서 먹자. 디저트 식겠다.”영민은 얼굴에 드리운 날 선 기색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지금 가.”유연은 영민의 팔을 가볍게 끌더니, 갑자기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근데... 방이섭 선생님이 지설 언니한테 앙금이 좀 있으신 것 같아. 괜히 언니가 괴롭힘당하면 어쩌지?”“오빠가 박성우 씨한테 좋은 의사라도 붙여 주면, 회복이 빨라질 거고... 그러면 선생님도 언니한테 화 푸시지 않을까 해서.”영민은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다.성우가 지설에게 했던 짓을 떠올리면, 다시는 그 인간이 발붙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유연이 간절하게 부탁하는 눈빛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고개를 저을 수는 없었다.“알았어. 내가 알아서 해볼게.”...그날 저녁, 영민은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방성우한테 K시 최고 의료진 붙여. 돈은 아끼지 말고.”리정은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박성우 씨가 회복하면, 소나리스트로 다시 복귀할 겁니다. 그럼 사모님은 또 괴롭힘당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으세요?]영민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그 말이 가슴에 쿡 박혔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 정도는 겪어야 알지. 그리고 지금의 심지설... 그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을 거야.”...두 달 뒤, 결국 성우는 다시 악단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예전의 성우는 아니었다. 하반신 부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탓인지, 그의 눈빛은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성우의 불운을 알고 있었다.그래서인지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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