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지설은 싸늘한 얼굴로 돌아섰다.그 뒷모습을 영민은 끝내 붙잡지 않았다. 다만 힘껏 쥔 주먹이 허공에서 파르르 떨릴 뿐이었다.‘방이섭 같은 인간은 절대 가만있지 않지. 분명 지설을 은밀히 괴롭히려 들 거야.’‘그래, 어디 두고 보자.’‘지설이 버티다 못해 무너져 나한테 손 내미는 순간이 올 테니까.’잠시 후, 유연이 복도로 나왔다.“오빠, 여기 있었네? 다 같이 안에서 먹자. 디저트 식겠다.”영민은 얼굴에 드리운 날 선 기색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지금 가.”유연은 영민의 팔을 가볍게 끌더니, 갑자기 근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근데... 방이섭 선생님이 지설 언니한테 앙금이 좀 있으신 것 같아. 괜히 언니가 괴롭힘당하면 어쩌지?”“오빠가 박성우 씨한테 좋은 의사라도 붙여 주면, 회복이 빨라질 거고... 그러면 선생님도 언니한테 화 푸시지 않을까 해서.”영민은 순간 눈빛이 싸늘해졌다.성우가 지설에게 했던 짓을 떠올리면, 다시는 그 인간이 발붙이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유연이 간절하게 부탁하는 눈빛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고개를 저을 수는 없었다.“알았어. 내가 알아서 해볼게.”...그날 저녁, 영민은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방성우한테 K시 최고 의료진 붙여. 돈은 아끼지 말고.”리정은 주저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박성우 씨가 회복하면, 소나리스트로 다시 복귀할 겁니다. 그럼 사모님은 또 괴롭힘당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괜찮으세요?]영민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그 말이 가슴에 쿡 박혔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그 정도는 겪어야 알지. 그리고 지금의 심지설... 그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을 거야.”...두 달 뒤, 결국 성우는 다시 악단으로 돌아왔다.하지만 예전의 성우는 아니었다. 하반신 부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탓인지, 그의 눈빛은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사람들은 대놓고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 성우의 불운을 알고 있었다.그래서인지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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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지설은 몸을 일으켜 달아나고 싶었다.하지만 성우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성우가 다가와 지설의 부러진 왼손 위를 발로 짓밟았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울렸다.거대한 공포와 고통이 한꺼번에 밀려와 지설의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성우는 잔인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지설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아프냐? 내가 당했을 때는 네가 겪는 것보다 천 배는 더 아팠어! 너 피아노 치는 거 좋아했지? 이제 다시는 못 치게 해주지.”‘이대로는 끝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벗어나야 해.’지설은 이를 악물고,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담요를 움켜쥐어 성우의 다리를 세차게 당겼다.쿵!성우가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지설은 가까이에 있던 의자를 붙잡고 비틀거리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그 의자를 힘껏 밀어 성우 위에 던졌다.‘지금이야, 나가야 해!’지설은 절뚝이며 빠른 걸음으로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복도는 이미 적막에 잠겨 있었고,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성우가 또 뒤쫓아올까 두려움이 밀려왔다.지설은 숨을 몰아쉬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달려갔다.딱!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지설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 1층 버튼을 눌렀다.문이 닫히려던 순간, 갑자기 다시 벌어지더니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설마... 방성우?’지설의 심장이 턱까지 치솟았다.하지만 얼굴을 확인한 순간,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부영민이었다.영민은 몰골이 엉망인 지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안으로 들어왔다.“무슨 일이야? 어디 아픈 거야? ...아, 혹시 유연 못 봤어? 유연이 리허설 때문에 방송국에 온다고 했는데, 몸이 안 좋다더라고. 내가 K시에서 급히 날아왔는데도 못 찾았어. 혹시 어디 있는지 알아?”지설은 온몸이 욱신거리고 힘이 빠져,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방금... 방성우가 미쳤어. 지금 당장 112에 신고해서 잡게 해. 그리고... 나도 너무 아파. 119도 불러 줘.”그때, 영민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그가 전화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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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영민은 지설의 싸늘한 태도에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았다.성우가 이렇게까지 비열한 짓을 할 거라곤,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내가 제일 좋은 의사를 붙여 줄게. 당신의 손도... 금방 나을 거야.”그러나 지설은 그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차갑게 등을 돌린 채 단 한 마디만 던졌다.“꺼져.”영민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그럼에도 그는 자리를 뜨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물컵을 채워 지설 쪽에 두며 애써 다정하게 말했다.“내가 옆에서 돌볼게. 인제 그만 화 좀 풀어.”지설은 끝내 영민을 외면했다....병실 문 밖, 유연은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여자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사실, 승무의 핸드폰을 성우에게 훔쳐다 준 건 다름 아닌 유연이었다.성우가 그걸 발판 삼아 확실하게 지설을 끝장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하지만... 그놈은 결국 또 실패했다.‘쓸모없는 놈. 그렇게도 못 해?’화를 주체하지 못한 유연은 성우를 찾아가 독설을 퍼부었는데, 오히려 성우가 돌연 미친 듯이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그 순간 유연은 필사적으로 발길질을 날려 간신히 몸을 빼냈다.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와중에도 그녀는 급히 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다행히도 영민은 이미 약속대로 K시에 와 있었고, 결국 자신을 구해낼 수 있었다.만약 그렇지 않았다면...‘지금쯤 나도 심지설 꼴이 됐을 거야. 아니, 더 처참했겠지.’유연의 눈동자에 증오가 스쳤다.‘방성우 같은 찌꺼기도 못 믿고... 저년은 왜 그렇게 질긴 거야.’‘왜 안 없어지는 거지? 지설, 넌 그냥 사라져야 했어.’병실 안을 향해, 유연은 눈빛을 더욱 차갑게 좁혔다.영민은 병실을 나와 곧장 담당 의사인 김태형 교수를 찾아갔다.그는 곧바로 지설의 상태를 물었다.김태형 교수는 진단서를 꺼내 보여주며 차분히 말했다.“환자의 손뼈는 경미한 골절입니다. 보통 3개월 내로 회복 가능할 수 있고, 재활 훈련을 병행하면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그 말을 들은 영민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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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승무에게서 지설이 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도진의 가슴은 무언가에 세차게 조여 오는 듯 답답해져 숨조차 가빠졌다.그는 곧바로 C시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지설은 승무의 훈련에 지장이 갈까 걱정하며 도진에게 간병인을 부탁했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간병인이 지설을 부축해 검사받으러 병원 복도를 걸어가던 때였다.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한 남자의 모습이 급히 다가왔다.도진이었다.C시는 K시보다 기온이 10도 이상 낮았지만, 도진은 얇은 바람막이 하나만 걸친 채였다.지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변호사님... 어떻게 여기까지 오신 거예요?”도진의 시선이 지설의 창백한 얼굴과 붕대로 감긴 손에 머물렀다. 가슴 깊은 곳이 날카롭게 찔린 듯 저렸다.그는 망설임 없이 다가가 지설을 끌어안았다.차가운 공기가 그의 몸을 타고 전해져와, 지설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상처... 아직 많이 아파요?”도진은 혹여 자신의 냉기를 전할까 금세 품에서 풀어주었다.지설은 애써 마음을 다잡았건만, 남자의 따뜻한 물음이 귓가를 스치자 결국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도진은 말없이 눈물을 닦아주었다.지설이 이미 충분히 괴로워하고 있음을 읽어낸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렇게 그는 지설과 함께 검사받았다.돌아오는 길, 지설이 낮게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더는 피아노를 못 칠 거라고 했어요.”순간 도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곧 지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런 일, 내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그날 밤, 도진은 지설이 깊이 잠든 걸 확인한 후에야 조용히 형 도환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최고의 정형외과 의사를 부탁했다....다음 날 아침.지설이 눈을 떴을 때 도진은 이미 전원 수속을 마쳐 두고 있었다.“우린 봄비병원으로 갈 거야.”봄비병원은 기씨 가문이 투자한 병원으로, C시에도 분원이 있었다.그곳의 검사 장비는 해외 최고 수준이었고, 현재 병원보다 훨씬 나았다.지설은 도진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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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이미 영민에게 입막음을 당한 김태형 교수는 감히 영민의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그는 입술만 달싹거리며 아무 말도 못 하자 지설은 비웃듯 말했다.“좋아요. 그렇게 입이 무겁다면, 제가 직접 병원장님께 찾아가서 여쭤보죠.”지설이 곧장 일어나려 하자, 김태형 교수가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말하겠습니다! 제발 병원장님께만은 말씀하지 마세요.”그는 어렵게 얻은 정교수 자리였다. 돈 몇 푼 때문에 모든 걸 잃고 싶지는 않았다.‘처음부터 탐내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는 결국 고개를 숙이고 중얼거렸다.“부... 부영민 대표님이 시킨 겁니다.”그 이름을 듣자, 지설의 눈빛이 서늘하게 흔들렸다.‘역시... 부영민.’그녀는 이미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확실한 증거가 생긴 건 처음이었다.지설은 곧장 영민을 차단 해제하고 전화를 걸었다.마침 지설이 전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해하던 영민은, 전화가 오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지설아! 어디 있었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그러나 들려온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부영민, 우리 만나서 얘기해.”[그래. 좋아.]망설임도 없이 영민은 곧장 대답했다....병원 근처 카페.잠시 후 도착한 영민은 지설의 붕대 감긴 손을 보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이렇게 다친 몸으로 또 돌아다니면 어떡해. 상처 더 악화되면 어쩌려고 그래.”지설은 차갑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내 담당 의사 매수한 거, 맞지? 김태형 교수님 시켜서 내 손은 절대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하게 한 거.”영민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맞아. 내가 했어.”지설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왜?”영민은 이를 악물고 낮게 답했다.“당신을 위해서였어.”“날 위해서?”지설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렸다.“그 진단 듣고 내가 하루 종일 울었던 거 알아? 내 세상이 다 무너진 줄 알았다고! 부영민,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내 병을 조작해?”순간 영민은 움찔했지만, 곧 자신이 내세울 ‘명분’을 붙잡았다.남자의 얼굴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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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소나리스트 악단은 분명 지설에게 음악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무대였다.하지만 그곳의 책임자 중 한 명이 방이섭이라는 사실은, 지설의 앞날을 암울하게 만들었다.그가 있는 한, 악단에 남아 있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지설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소은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잘 생각해 봐. 아, 나 이번에 따로 나와서 창업할 생각이거든. 지설, 너도 같이 해 보는 건 어때?”은화의 제안은 지설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손이 완전히 회복되려면 아직 몇 달은 걸릴 터였다. 피아노를 당장 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은화와 함께 시작한다면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몰랐다.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에 서지훈에게서 배울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어떻게 해야 하지?’“생각 좀 해볼게요.”지설의 대답에 은화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웃었다.“알았어. 연락 기다릴게.”...얼마 후, 승무도 병실을 찾아왔다.그는 성우가 5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요즘 방이섭 선생님이 기분이 안 좋아서 자꾸 우리한테 화풀이해. 지설 씨는 당분간 푹 쉬어요. 서지훈 선생님만 돌아오시면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요.”지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마움을 전했다.“제가 다쳤을 때 승무 씨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승무는 오히려 머쓱해하며 고개를 숙였다.“아니에요. 제 핸드폰을 방성우가 훔쳐 가지 않았더라면, 지설 씨도 다치지 않았을 거예요. 다 제 부주의 때문이에요.”지설은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방성우의 잘못은 방성우 혼자만의 거예요. 승무 씨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그 말에 승무의 어깨가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승무가 떠나고 잠시 뒤, 도진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는 직접 준비한 저녁을 들고 왔다. 지설이 며칠간 죽과 미음 같은 음식만 먹은 걸 알고, 오늘은 일부러 다른 맛을 준비한 것이었다. 주메뉴는 따끈한 파스타였다.“지설 씨 손이 불편하잖아요. 제가 먹여 드릴게요.”뜻밖의 제안에 지설은 얼굴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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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지설은 곧장 핸드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했다.잠시 후 출동한 경찰들이 방이섭을 제압해 끌고 갔다.지설은 곧장 피투성이가 된 도진을 부축해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응급 처치가 끝난 뒤, 의사들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여러 검사를 더 했다.지설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도진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도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전 괜찮아요. 오히려 지설 씨가 놀란 게 걱정인데요?”지설의 가슴이 뭉클하게 저려왔다.‘이렇게 다친 사람이 오히려 날 걱정하다니...’다행히 도진의 상처는 큰 문제는 아니었다. 입원할 필요도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도진의 차량은 크게 망가져 견인차를 불러야 했다.결국 둘은 함께 택시를 타고 돌아왔다.지설은 도진의 머리 쪽 상처가 마음에 걸려 조심스레 말했다.“오늘 밤 혹시라도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꼭 저한테 전화해요.”도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근데 정말 괜찮습니다.”그러나 지설은 불안함을 지울 수 없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결국 도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뚜렷이 들렸다.[왜요?]지설은 그가 평소 일에 몰두하는 걸 알면서도, 차마 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지금은 몸부터 챙겨야 해요. 제발 좀 쉬어요.”그 말에 도진의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정말 괜찮다니까요. 그런데, 많이 걱정됐어요?]지설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네. 많이 걱정됐어요.”순간 도진은 키보드를 치던 손을 멈췄다. 몸이 저절로 의자에 기댔다.창밖으로 바라본 맞은편 건물의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가슴 어딘가가 알 수 없는 따스함으로 채워졌다.[그럼... 스피커폰 켜 두세요.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지설 씨가 제일 먼저 알 수 있게.]지설은 망설이다가 결국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좋아요.”그날 밤, 두 사람은 각자 할 일을 하면서도 핸드폰을 켜 둔 채 연결된 상태로 있었다.도진은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오는 작은 생활 소음에 귀를 기울였다.남자의 눈빛엔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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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지설이 잔을 겨우 비우자 속이 불편해졌다.그 모습을 본 이병철 대표가 비죽 웃으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더니 지설의 뺨을 슬쩍 스쳤다.“심지설 씨, 술 잘 못하시죠? 반 잔도 못 버티고 힘들어하시네. 좀 쉬실래요?”은화는 순간 얼굴빛이 굳었다.지설이 술자리에 서툰 걸 누구보다 잘 알았고, 이병철의 태도가 노골적이라는 것도 단번에 느꼈다.“우리 지설 씨는 술을 잘 못해요. 대표님께서 양해해 주세요.”은화는 잔을 내려놓으며 지설에게 눈짓했다.“지설 씨, 화장실 가서 얼굴 좀 씻고 와요.”지설은 잠시 은화를 걱정스레 바라봤다.‘나 혼자 나가면 은화 언니만 남게 되잖아...’하지만 은화는 강하게 등을 밀었다.“괜찮아요. 얼른 다녀와요.”결국 지설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그 순간, 맞은편 문이 열리며 낯익은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기도환이었다.지설은 놀라 잠시 멈췄다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도환도 눈인사를 받으며 곧 시선을 은화 쪽으로 흘겼다.그는 복도 끝으로 걸어가 핸드폰을 꺼냈다.“도진아, 나 지금 사랑채인데... 방금 지설 씨를 봤다. 근데 지금 기업 대표들이랑 술자리 중인 것 같은데, 와서 한번 보는 게 어때?”전화를 받은 도진의 미간이 즉시 좁혀졌다.그는 곧장 우란에게 연락을 넣었다.[은화 씨랑 지설 씨가 창업 준비 중인데, 자금이 모자라서 투자자 만나는 것 같아요.]우란은 솔직하게 상황을 전했고, 도진은 이제야 지설이 왜 이런 술자리에 있는지 이해했다.그는 도환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자리에 누가 왔는지 사진 좀 찍어 줘.]도환은 은화의 방을 스치듯 지나가며 몰래 사진을 찍어 도진에게 보냈다.사진을 확인한 도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중 한 명, 천희만 대표는 도진과 꽤 친분이 있는 인물이었다.도진은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대표님, 소은화 씨 투자 건 받아 주세요. 대신 대표님 소송 건, 제가 맡겠습니다.]천희만은 처음엔 술기운에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발신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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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은화 역시 눈에 의문이 스쳤다.예전에 유연이 뮤직앤조이에 다닐 때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던 인물.하지만 지설에게서 ‘부영민이 바로 내 불륜 전 남편’이라는 사실을 듣고 난 뒤로, 은화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영민은 태연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창업하신다고 들었어요. 공교롭게도 저도 투자에 관심이 많습니다. 유학렬 대표님께서 이번 기회를 저한테 양보하셨거든요. 갑작스럽게 투자자가 바뀌는 게... 두 분 괜찮으시죠?”지설과 은화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았다.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은화는 투자자가 누군지는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지설의 마음은 달랐다.은화는 작은 목소리로 지설에게 물었다.“지설, 네 생각은 어때? 난 네가 결정하는 대로 따를게.”함께 창업을 준비하는 사이에 괜한 균열이 생기는 건 피해야 했다.지설은 곧장 영민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녀의 눈빛은 서늘했고, 마음속은 이미 결론에 닿아 있었다.‘투자라는 이름으로 또 나를 옭아매려는 거지.’‘하지만 이혼한 이상, 다시 얽히고 싶지 않아.’‘돈은 다시 구하면 돼. 영민의 돈은 절대 받지 않아.’지설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그럼 유학렬 대표님과의 계약은 저희가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선배님, 우리 가요.”은화도 고개를 끄덕이며 지설을 따라 일어났다.영민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그는 곧장 앞으로 다가와 지설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정말 그렇게까지 나와 엮이기 싫어?”지설은 힘껏 손을 뿌리치며 단호히 내뱉었다.“그래. 단 한 순간도 원하지 않아.”지설은 머뭇거림 없이 회의실을 나섰다.영민은 곧장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비서 오리정이 급히 앞을 막았다.“대표님, 주유연 씨가 방금 연락하셨습니다. 교통사고로 차가 추돌당했다고... 지금 바로 와 달라고...”그러나 영민은 단 한 순간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그는 리정을 밀쳐내고 멀어져 가는 지설의 뒷모습만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리정은 눈을 크게 뜨며 그 화면을 바라봤다.‘대표님이 주유연 씨가 아닌,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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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영민은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뒤,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순간이 잦아졌다.그리고 가장 많이 상처 입은 사람은 다름 아닌 지설이었다.그는 매번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일이었다.‘또다시 상처를 주고 말았어...’스스로도 두려웠다.그렇게 지난 3년 동안 영민은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꾸준히 심리 치료를 받아왔다....다음 날 오전 10시.영민은 민태상 원장의 개인 병원을 찾았다.영민의 이야기를 한참 들은 민 원장은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부 대표님, 혹시 이런 가능성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부 대표님이 사실은 사모님을 사랑하고 있다는 거요.”영민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그럴 리 없습니다.”민 원장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지난 3년간 주유연 씨에 대해선 점점 덜 말씀하셨습니다. 반대로 사모님 이야기는 가장 많이 하셨죠.”“주유연 씨에게 느끼는 건 ‘집착과 미련’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모님에 대한 건 사랑이에요.만약 지금 이 사실을 외면하고 계속 상처를 준다면, 부 대표님은 영영 사모님을 잃게 될 겁니다.그때 가서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영민은 멍한 얼굴로 병원을 나섰다.복도에서 기다리던 리정이 다가와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아까도 주유연 씨가 열 번 넘게 전화하셨습니다. 정말 안 가보실 겁니까?]영민은 핸드폰을 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유연의 이름으로 찍힌 수십 통의 기록.순간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주저 없이 통화 차단 버튼을 눌렀다.리정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대... 대표님?]영민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유연이 FH그룹에 찾아와도, 내가 바쁘다고 전해. 난 볼 시간 없어.”그때 리정의 핸드폰은 여전히 유연과 연결된 상태였다.수화기 너머로 영민의 말이 그대로 들렸다.유연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더니, 결국 핸드폰을 바닥에 내던졌다.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절대 지지 않아!!”...지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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