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Chapter 51 - Chapter 60

100 Chapters

제51화

지설은 수표를 챙기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나가버렸다.방금의 말다툼이 마치 영민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처럼 느껴졌다.영민은 분하고 또 분했지만, 지설을 붙잡을 명분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지설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예전의 영민은 지설이 회사에 오는 게 싫었고, 지설이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도 불편했다. 심지어는 지설의 숨소리조차 거슬렸다.하지만 지금, 지설이 곁에 없다는 것. 더 이상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온전히 일에만 몰두한다는 것. 게다가 다른 남자들이 지설 곁을 맴돈다는 사실이 영민을 더욱 미치게 했다.‘안 돼. 반드시 다시 데려와야 해.’‘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절대 놓치지 않을 거야.’탁!영민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쳤다.그저 자신이 너무 늦게 눈치챘다는 사실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지설은 FH그룹 사옥을 나왔다.유연과 영민에게서 받은 돈 중 2억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기부하기로 했다.택시를 잡아 악단으로 돌아온 지설은 곧장 서지훈의 사무실로 향했다.“어제 일은 다 들었어요. 괜찮습니까?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서지훈은 지설을 보자마자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지설은 자신이 공연을 빠져 악단에 폐를 끼쳤다는 걸 알고 있었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어제 연주에 참여하지 못해서 선생님께 큰 부담을 드린 것 같아요.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제발 저만 내쫓지 마세요.”“그 정도는 아니에요.”서지훈은 부드럽게 달랬다.“솔직히 나한테 압박이 들어오긴 했습니다. 지설 씨를 소나리스트에서 내보내라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지설 씨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고였으니까요. 그래서 내쫓을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1년 동안은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조건,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선생님.”...그 후 며칠 동안, 지설은 악단 안에서 알 수 없는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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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지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연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짝!순식간에 두 대가 연달아 터졌다.유연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얼어붙었다. 반항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그러나 지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짝! 짝! 짝!손바닥이 화끈거릴 정도로 여러 번 뺨을 갈기고 나서야, 지설은 겨우 멈춰 섰다.유연의 얼굴은 이미 퉁퉁 부어올라 벌겋게 달아올랐고, 따가운 통증에 눈물이 맺혔다.지설은 숨을 고르며 물었다.“이거 내가 때린 거라고 떠들고 다니진 않겠지?”유연은 치욕에 치를 떨면서도 겨우 입을 열었다.“내가... 내가 혼자 넘어진 거야.”지설은 유연의 뺨을 가볍게 두드리며 입꼬리를 올렸다.“그거면 됐어.”말을 마친 지설은 미련도 없이 뒤돌아 걸어가 버렸다.유연은 그 뒷모습을 노려보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망할 년... 내 손에 약점만 없었어도...’그러나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유연은 발을 꽝 하고 굴렀다.‘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그날 녹음을 남긴 거야?’‘설마... 납치범들이 협조한 건가? 하지만 난 분명히 입 막았는데...’생각할수록 이해되지 않았지만, 당장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잠시 후, 유연은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꺼내 썼다.그리고 그대로 FH그룹으로 향했다.영민은 지설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 있던 참이라, 유연이 찾아왔을 때도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그러자 유연은 훌쩍거리며 마스크를 벗었다.붉게 부어오른 뺨이 드러나자, 그제야 영민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유연은 흐느끼며 대답했다.“아까 악단에서... 지설 언니가 나 보자마자 갑자기 뺨을 때렸어. 이유도 모르겠어... 오빠, 언니 미친 거 아니야? 흐흐...”영민은 순간 고개를 떨궜다.‘설마... 납치 사건 때문에 화풀이를 한 건가?’지설에게 지은 죄가 떠올라, 차마 나무랄 수도 없었다.결국 영민은 한숨을 내쉬며 유연을 달랬다.“내가 요즘 지설한테 잘못한 게 많아서... 그래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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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승무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납치범들한테... 무슨 일 당한 건 아니죠?”지설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원래라면 누구에게도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사람들 입은 무섭지. 아무 일 없었다 해도, 분명 뒷말이 따라붙겠지.’유연이 일부러 흘린 소문이 분명했다. 그 얄미운 웃음이 떠올라 속이 쓰렸지만, 승무가 곁에 있기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괜찮아요. 경찰이 바로 출동해서 그 사람들은 전부 잡혔어요.”지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승무는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눈빛이었다.“근데... 왜 하필 지설 씨를 납치한 거예요?”지설은 대답하지 않았다.‘부영민 얘기를 꺼내는 순간, 끝없는 추문이 따라오겠지.’‘이제 더 이상 그 이름조차 입에 올리고 싶지 않아.’지설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듣자 하니 소나리스트가 곧 B시에 가서 연주한다면서요? 아쉽네요, 전 앞으로 1년 동안 무대에 설 수가 없으니.”승무는 지설의 마음을 눈치채고 더 묻지 않았다. 오히려 배려하듯 미소를 지었다.“아쉽긴 하죠. 근데 꼭 기회가 없는 건 아닐지도 몰라요. B시 음악당 공연도 있지만, 기씨 가문 자선 만찬에서도 연주가 있어요.”“혹시라도 인원이 부족하면 지설 씨가 무대에 설 수도 있겠죠.”그는 갑자기 장난기 어린 눈빛을 반짝였다.“지설 씨, B시 기씨 가문 알죠? 거긴 B시에서도 손꼽히는 재벌가예요.”“아드님들이 둘인데, 다들 수재에다 잘 생겼다고 난리예요. 서지훈 선생님이랑 기씨 가문 사이도 가깝다던데요.”지설은 지난번 주씨 가문 연회에서 서지훈이 기씨 가문의 장남, 기도환과 함께 들어오는 걸 본 기억이 떠올랐다.‘확실히, 서지훈 선생님의 인맥은 보통이 아니야.’승무는 흥미진진하게 수군거렸다.“예전에도 소나리스트가 기씨 가문 자선 만찬에서 연주했는데, 그때 기도환 대표님이랑 어머님이랑 같이 사진 찍는 일도 있었어요.”“여자 단원들이 다들 부러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물론 기도환 대표님은 이미 결혼했지만요.”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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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병원에 도착하자, 지설이 먼저 입을 열었다.“변호사님,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전 엄마한테 가볼게요.”도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미소 지었다.“네, 다녀오세요.”둘은 병원 로비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지설은 곧장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복도를 막 지나려던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들려왔다.그 소리에 지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이 목소리... 엄마?’지설은 급히 걸음을 재촉해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달려갔다.복도 한쪽, 하희자와 세 명의 간호사가 한 여인의 팔다리를 붙잡고 있었다. 간호사는 진정제를 놓으려 애쓰고 있었고, 여인은 필사적으로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 여인은 다름 아닌 지설의 어머니, 예연숙이었다.‘엄마...!!’지설의 눈에 눈물이 순식간에 고였다. 가슴은 조여 오는 듯 답답했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엄마! 왜 이러는 거예요? 무슨 일이에요?”지설이 다급히 외쳤다.진정제가 들어가자 예연숙은 서서히 힘이 풀리며 의식을 잃었다. 곧 간호사들이 침대에 눕혀 병실로 옮겼고, 의사가 상처를 살피며 치료에 들어갔다.지설은 병실 앞 복도에 서서 안절부절못했다.잠시 후, 하희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팔과 손에는 예연숙에게 할퀴이고 물린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아침에... 젊은 아가씨 한 분이 찾아왔어요. 지설 씨 친구라고 하더군요. 여사님을 뵙겠다고 해서, 제가 잠시 물 뜨러 간 사이에 무슨 얘기를 했는지...”“제가 돌아오니 그 아가씨는 이미 나가고 없었고, 여사님은 갑자기 발작을 일으켰습니다.”지설은 고개를 갸웃했다.“제 친구요?”머릿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떠오르는 얼굴이 없었다. 지설은 대학 졸업 후 바로 영민에게 시집가면서 예전 친구들과는 연락이 거의 끊긴 지 오래였다.‘대체 누가 엄마를 찾아온 거지?’지설은 하희자에게 의사의 치료부터 받으라며 약값은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하희자가 떠난 후, 지설은 곧장 간호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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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지설의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퍼져 나갔다.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 어지러움이 몰려왔고, 이마를 타고 따뜻한 액체가 흘러내렸다.손을 들어 만져보니, 손바닥이 붉게 물들었다.‘피...’의식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끝내 지설은 바닥에 고꾸라지며 정신을 잃었다.영민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손에 쥔 노란색 도로용 고깔이 바닥에 굴러떨어졌다. 영민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두 손은 떨려왔다.유연은 간신히 숨을 고르며 해방된 듯 울음을 터뜨렸다.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알아볼 수조차 없었고, 팔에는 지설의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패여 살점이 들려 있었다. 허리도 바닥에 짓눌려 통증이 심했다.그러나 영민은 그녀를 부축하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쓰러진 지설만 바라보고 있었다.유연은 이를 악물고 스스로 기어가 영민의 다리를 부여잡았다.“오빠... 흑흑... 나 무서워...”흐느낌에 영민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그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응급 전화를 걸었다.곧 의료진이 도착했다. 지설은 머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유연은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영민은 주저 없이 유연을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다.의료진은 쓰러져 있는 지설을 들것에 눕히고 재빨리 이송했다.그때, 마침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오던 도진이 그 모습을 보았다.들것 위의 지설을 본 순간, 그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이분 제 친구입니다. 무슨 일이죠?”도진이 다급히 물었다.간호사가 대답했다.“환자가 머리를 크게 다쳤습니다. 바로 수술해야 합니다. 보호자 대신 연락할 가족이 계십니까?”도진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어머니는 환자, 가족이라곤 아무도 없어...’망설임 없는 결정을 내렸다.“제가 보호자 대신 동의하겠습니다.”“그럼 저희와 함께 오세요.”...지설은 수술실로 들어갔다. 도진은 바깥에서 무겁게 가슴을 쥐어안은 채 대기했다.몇 시간이 흘러, 수술실 불이 꺼지고 문이 열렸다. 지설은 산소마스크를 낀 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수술은 어떻게 됐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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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한동태 교수가 영민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로 그러십니까?”영민은 진지하게 고개를 숙였다.“제 친구가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흉터가 남을지도 몰라서... 교수님께서 직접 진료해 주셨으면 합니다.”그러나 한동태 교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지금은 너무 바쁩니다. 다른 의사를 찾아보시죠.”영민은 포기하지 않았다.“값을 매겨 주세요. 얼마든지 지불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한동태 교수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거듭 말씀드리지만,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차가운 말투와 함께, 한 교수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영민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에서 불쾌감이 치밀어 올랐다.‘뭐야 저 사람... 돈을 내겠다는데도 거절하다니. 그렇게까지 잘난 척해야 해?’곧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희규 형님, 부탁이 있어요. 의사 한 명이 협조를 안 해요. 유연 치료를 맡기려는데, 아무리 얘기해도 거절하네요. 형네 방식으로 압박 좀 할 수 있을까요?”수화기 너머, 이희규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사진 보내요. 곧 좋은 소식 전해줄게요.]...그날 밤, 지설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다.도진은 급히 비서를 불러 한동태 교수를 모셔 오라 지시했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비서가 병원 곳곳을 뒤졌지만, 한동태 교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도진은 곧 이상함을 감지했다.직접 병원 CCTV를 확인하자, 화면 속 한동태 교수가 병원 정문 앞에서 낯선 승합차에 올라타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그 뒤로는 자취가 사라졌다.도진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지체 없이 경찰서 장병엽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장님, 바로 움직여 주셔야겠습니다. 교수님이 납치됐습니다.”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한동태 교수는 병원으로 돌아왔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했다.“방금... 납치를 당했습니다.”한동태 교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동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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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영민은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만약 지설에게 정말 큰일이 생긴다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그는 차마 의사에게 가지도 못한 채 리정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다녀와. 곧 보고해 줘.”리정은 영민이 끝내 진료를 거부하자, 더 말하지 못하고 상사의 뜻을 따랐다....다음 날 아침.지설은 천천히 눈을 떴다. 옆을 보니 도진이 의자에 기대앉아 잠든 채 곁을 지키고 있었다.지설은 목이 바짝 말라 쉰 소리로 불렀다.“변호사님.”그 작은 소리에 도진은 금세 눈을 떴다.“지설 씨! 괜찮아요? 머리는... 아직 아픈가요?”지설은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저보다... 우리 엄마 좀 봐주세요. 걱정돼서...”도진은 곧바로 안심시키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매일 가보고 있어요. 어머님은 무사합니다. 지설 씨 사고 난 건 말씀 안 드렸습니다.”“다행이에요...”지설의 눈빛에 감사가 번졌다.“정말... 고맙습니다.”“이런 말은 나중에 해요. 지금은 푹 쉬는 게 먼저입니다.”“네.” 지설은 나지막이 대답한 뒤, 다시 찾아온 어지럼증에 눈을 감았다....오후가 되자 도진은 직접 예연숙의 병실을 찾아가 안부를 확인했다.그 시각, 지설은 혼자 침대에 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겨 있었다.‘유연이 고소한다고? 겁나지 않아.’‘CCTV만 꺼내면, 엄마를 자극한 게 누군지 다 드러나니까.’‘오히려 곤란해질 쪽은 유연이지.’그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지설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영민이었다.지설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영민은 지설의 이마를 감싼 붕대를 보자 잠시 눈길을 피했다. 죄책감이 스쳤지만 곧 자기합리화가 그 감정을 덮었다.‘어차피 지설이 먼저 유연을 때렸잖아. 난 더 큰 사고 막으려던 거고...’영민은 억지로 평정을 유지하며 지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손을 뻗어 지설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할 때.탁!지설은 단호하게 남자의 손을 쳐냈다.영민의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에 불쾌함이 스쳤다.“괜한 오해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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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영민은 베개를 피하고도 여전히 말끝을 이어가려 했다.바로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도진이 들어왔다.도진은 영민을 보는 순간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여긴 왜 왔어? 또 맞아야 정신 차리겠어?”지설은 도진을 보자마자 한결 안도한 듯 힘주어 말했다.“기 변호사님, 저 인간 좀 내보내 주세요.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아요.”지설의 부탁은 도진에게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도진은 곧장 영민의 옷깃을 움켜쥐며 병실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영민은 분노로 이를 악물고 도진을 노려봤다.“나랑 지설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들어? 기 변호사, 참견 좀 하지 마!”도진은 코웃음을 치며 냉소했다.“당신 진짜 못 봤어? 지설 씨가 당신을 원치 않는다는 걸. 충고 하나 하지. 괜히 지설 씨한테 더 이상 상처 주지 말고, 본인 일이나 잘 챙겨.”영민은 끝까지 말대꾸하려 했지만, 도진은 그를 거칠게 병실 밖으로 밀어냈다.VIP 병실 문이 꽝 하고 닫히는 소리에, 복도에 선 영민의 얼굴은 붉게 일그러졌다.영민은 주먹을 움켜쥐며 문을 부술 듯 두드릴 기세였다.‘안 돼... 지설이랑 저놈을 단둘이 둘 순 없어.’그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 오리정 비서였다.[대표님, 회사에 큰일이 났습니다!]리정의 보고를 들은 영민은 얼굴이 굳어졌다.심상치 않은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영민은 결국 지설과 유연 문제를 뒤로한 채 서둘러 회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병실 안.도진은 지설이 지쳐 있는 것을 보고는 물 한 컵을 따라 건넸다.지설이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누울 수 있도록 조심스레 도와주며 말했다.“힘들면 그냥 눈 붙이고 쉬세요. 나머지 일들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요.”그 따뜻한 배려에 지설의 가슴이 저릿했다.‘부영민은 늘 재결합을 입에 올리면서도 날 다치게만 했어.’‘나랑 주유연이 동시에 위험했을 땐, 날 버리고 유연을 택했지.’‘내가 아직 회복도 안 됐는데 찾아와서는...’‘사과는커녕, 날 더 몰아붙이기만 하고... 그런데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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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유연은 영민의 태도를 떠올리자 괜히 답답한 숨이 가슴에 걸렸다.‘내가 왜 그때 그렇게 살았을까?’‘3년 전만 해도 내가 조금만 조심했더라면...’‘그렇게 놀아나지 말고, 추락한 영민 오빠 곁을 떠나지만 않았더라면...’‘지금쯤 부영민도 여전히 예전처럼 나한테 목숨 걸었을 텐데.’하지만 세상에 후회 약은 없는 법이었다.이미 엎질러진 물, 유연은 이제 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다시 붙잡아야 해. 어떻게든 부영민의 마음을 내 쪽으로 돌려놔야 해.’유연은 억지로 미소 지으며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엄마, 심지설이한테 복수하고 싶으면 하세요. 그건 상관없어. 근데 제발 영민 오빠한테 압박 넣는 건 하지 마. 그러면 우리 사이 끝장이야. 나 진짜 엄마랑 싸울 거야.”남 여사는 딸의 날 선 눈빛을 보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알았다. 엄마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넌 신경 쓰지 마.”병원을 나선 남 여사는 곧장 비서를 불렀다.“그 심지설이라는 애, 뒷조사 좀 해봐.”잠시 후, 비서가 가져온 파일을 넘겨본 남 여사는 코웃음을 쳤다.“돈도, 빽도 없어. 거기다 엄마는 정신질환이라... 하, 이런 잡초 같은 애가 뭐가 대수라고.”남 여사는 즉시 핸드폰을 들어 주씨 가문과 얽힌 언론사 최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최 사장, 특종 하나 줄게. 심지설이라는 애 스캔들, 크게 터뜨려. 일 끝나면 투자금 더 얹어줄 테니까.”그 한마디에 최 사장은 바로 목소리를 낮추며 고개를 끄덕였다.[예, 사모님. 곧 준비하겠습니다.]...저녁, 병실 안.도진은 지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었다.몇 숟가락밖에 못 뜨던 지설이 오늘은 조금이라도 먹는 걸 보고 안도한 그는, 손수 귤을 까서 건넸다.지설은 두 쪽만 먹고는 손을 저었다.“그만 먹을래요.”도진은 강요하지 않고, 남은 귤을 조용히 자신이 먹은 뒤 손을 씻고 와 지설 옆에 앉았다.그는 무심한 듯 핸드폰으로 뉴스를 훑어보다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그러나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히 화면을 꺼, 지설이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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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유연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부계정으로 들어가 심지설을 욕하는 댓글마다 ‘좋아요’를 눌렀다.하지만 잠시 뒤, 그 수많던 댓글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유연은 급히 트위터에서 ‘심지설’을 검색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그제야 눈썹을 찌푸렸다.‘누가... 이걸 막고 있는 거지?’유연은 곧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언론사에 계속 기사 내라고 해줘. 그리고 여론팀에 사람 더 붙여서 댓글 키워. 지금 멈추면 안 돼.”그러나 남승예 여사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카톡을 보내도 읽지 않았다.유연은 화가 나서 어머니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 어디 계세요? 왜 연락이 안 돼요?”비서조차 당황한 목소리였다.[저도 계속 연락을 드렸는데... 받지 않으십니다.]유연은 이를 악물고 전화를 끊었다.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계속 어머니에게 카톡을 보냈지만, 말 그대로 ‘읽씹’조차 되지 않았다.한참을 그러다 결국 지쳐서 다시 트위터를 켰다.그러자 새로운 실시간 검색어가 눈에 들어왔다.이번에는 주씨 가문 관련이었다.유연은 손끝이 떨리며 클릭했다. 순간 눈앞이 새까매졌다.기사 내용은 남승예 여사가 젊은 남성을 ‘스폰’했다는 구체적인 증거였다.또렷한 사진과 동영상까지 포함돼 있었다.원래 재벌가 스캔들은 늘 화제였고, 특히 남승예 여사는 평소 언론에 ‘품격 있는 사모님’으로 자주 노출됐던 터라, 이미지가 무너진 충격은 더 컸다.댓글 수만 이미 수만 개를 넘어섰고, 조롱과 욕설이 줄을 이었다.‘이럴 리가 없어... 엄마 이미지가 이렇게 박살 난다고?’유연은 거의 기절할 듯 비틀거리며 다시 비서에게 전화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사 내려요! 당장 실검에서 지워요!”하지만 비서는 난처하다는 듯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이번 건은 저희 선에서 손 쓸 수가 없습니다.]절망에 빠진 유연은 결국 오빠 주유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다급했다.[유연아, 큰일 났어. 집사님 말로는 아버지가 엄마를 때렸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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