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00 챕터

제41화

유연은 오디션을 준비하던 중, 핸드폰에 뜬 진학경의 이름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마지못해 전화를 받자, 진학경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쏟아졌다.[유연 씨, 저는 유연 씨 일 때문에 직장까지 잃었어요. 제 나이에 새 일자리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시죠? 설령 구해도 월급이 형편없을 텐데... 이건 제 인생을 망치는 일이에요.]유연은 그 속뜻을 단번에 알아채곤 비웃었다.“보상이라도 원해요? 전에도 집 한 채 내줬잖아요. 일 제대로 못 한 건 본인 탓이잖아요, 저는 뭐라 한 적도 없어요.”진학경은 더는 체면 차리지 않고, 벼랑 끝에 몰린 듯 목소리를 높였다.[그렇게 말씀하시면 너무 매정하지 않나요? 제가 기자들한테 다 까발리면, 유연 씨는 악단에 들어가려는 일도 물거품 될 거예요.]유연은 분노가 치밀었지만, 동시에 진학경이 무슨 말을 퍼뜨릴지 몰라 불안했다. 영민 앞에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었다.‘이 인간, 입만 막으면 되는데...’유연은 숨을 깊게 고른 뒤 차갑게 말했다.“1억 줄게요. 대신 우리 오빠 회사에 자리 하나 소개해 줄 거예요. 그 정도면 됐죠? 더 이상 입 열지 마요.”진학경은 대번에 태도가 바뀌어 비굴하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겠습니다.]전화를 끊자마자 유연은 속이 뒤집히듯 물을 들이켰다.‘이번에도 심지설을 완전히 밀어내진 못했지만... 심지설이 나를 이길 리가 없지.’유연은 해외 명문대를 졸업했고, 국제 콩쿠르에서 몇 번이나 상을 거머쥔 실력자였다. 악단의 단 한 자리, 반드시 자기 것이어야 했다.잠시 뒤, 오디션이 시작되었다. 유연은 앞 순서였다. 차례가 되자 무대 위로 올라가, 단정한 태도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곡을 완주하자, 서지훈과 두 명의 심사위원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유연은 칭찬을 들으며, 무심한 얼굴로 앉아 있는 지설을 향해 은근히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지설이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저런 태도... 나를 무시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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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유연은 자신이 2등에 그쳤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오빠... 나 오늘 연주 잘 못했어? 왜 꼭 지설 언니여야 해? 왜 나는 아니야?”영민은 손수건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걱정하지 마. 그 자리는 결국 네 거야. 내가 직접 지설을 설득해서 양보하게 할 거다.”“언니가... 정말 그럴까?”“심지설은 내 아내야. 집 안에 있어야지, 밖에서 공연 무대에 서는 건 어울리지 않아. 내가 직접 말할 거다.”유연은 마음 한쪽으로는 영민이 지설을 집안으로만 묶어두려는 집착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기회를 되돌려주겠다는 말이 더 크게 다가와 결국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한편, 지설은 무대에서 내려온 뒤 도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기쁨이 너무 커서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정말...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도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저녁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축하해야죠.”지설은 아직 가슴이 두근거려 목소리가 떨렸다.“아니에요. 제가 변호사님께 사야죠.”그때, 영민이 걸음을 옮겨와 두 사람 앞에 섰다. 표정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지설아, 유연한테 자리를 양보해라. 유연이 당신보다 훨씬 절실하다. 당신은 그냥 다시 내 아내로 돌아올 사람이잖아. 밖에서 공연하며 고생할 필요 없어. 동의만 해주면, 지금 당장 2억을 계좌로 보내줄게. 그걸 보상이라 생각해.”순간, 지설의 얼굴빛이 차갑게 굳었다.‘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 ‘내가 피땀 흘려 얻은 자리를 당연히 내줄 거라니...’ ‘대체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지?’지설은 영민을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건 내가 실력으로 얻어낸 자리야. 내가 왜 다른 사람한테 양보해야 해? 부영민의 아내라는 자리가 몇억짜리 다이아라도 박혀 있어?”“꼭 돌아가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 그 자리가 그렇게 좋으면, 주유연 씨랑 결혼해. 유연 씨를 당신 아내로 삼으면 되잖아.”“그만해,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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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서지훈은 입가에 엷은 웃음을 띠며 물었다.“부 대표님, 지설 씨와 다시 함께하고 싶다면서요.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기회를 빼앗아버리면, 지설 씨가 과연 다시 마음을 열겠습니까?”영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답했다.“지금 아내가 잠시 화가 나 있는 것뿐입니다. 결국 다시 돌아올 사람입니다. 재결합은 시간문제죠.”서지훈은 그런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지설을 존중하지 않는, 자기 멋대로의 집착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곧장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죄송합니다, 부 대표님. 그 부탁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우리 악단은 투자자 없어도 충분합니다.”간단히 고개만 숙인 뒤, 서지훈은 뒤돌아 발걸음을 옮겼다.잠시 멍하니 서 있던 영민의 표정은 곧 분노로 일그러졌다.‘감히 내 제안을 거절해?’하지만 그는 금세 감정을 눌러 담았다.‘악단의 책임자가 서지훈 혼자는 아니야. 다른 사람을 공략하면 된다.’영민은 곧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악단 운영진 명단 전부 정리해서 보내.”잠시 후, 도착한 자료를 살펴보던 영민의 눈빛이 번뜩였다. 악단 공동 책임자 중 한 명인 방이섭 단장이 최근 골치 아픈 사건에 휘말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아들이 폭행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었던 것.‘이건 이용할 만한 약점이지.’영민은 마침 관할 경찰서 간부와 두터운 교분이 있었다.그는 웬만한 피해자 가족 문제쯤은 돈으로 덮을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그 길로 직접 방이섭을 찾아간 영민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방이섭은 눈물을 글썽이며 거듭 감사를 표했고, 곧장 유연을 합격시키겠다고 약속했다.영민은 더 나아가 지설을 명단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방이섭은 난처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심지설 씨는 서지훈 선생님이 직접 지목한 인재입니다. 게다가... 그분 뒤에는 힘 있는 분이 계십니다. 제 재량으로는 손댈 수 없는 문제예요.”순간, 영민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뭐라고? 지설 뒤에 누가 있다고?’그가 아는 한, 지설의 집안은 이미 몰락했고 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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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유연은 지설을 발견하자 눈빛이 번뜩였다.“어머, 언니도 여기 있었네요? 이렇게 우연이라니.”지설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곧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유연이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가지 말고, 마침 만났는데 같이 놀아요.”억지로 팔을 잡아당기더니, 지설을 자기네가 있는 룸으로 끌고 들어갔다.룸 안에는 영민과 유연의 지인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지설을 보며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영민은 지설이 들어오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가라앉아 있던 기분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왔으니 앉아서 같이 즐기자.”유연은 지설을 옆자리로 밀어 앉혔고, 그 자리는 다름 아닌 조씨 가문의 아들, 조대석의 곁이었다.라희의 SNS에서 여러 번 본 얼굴. 화려한 사교계 소문으로 이미 정평이 난 인물이었다.지설은 불쾌감에 곧장 일어서려 했지만, 대석이 가볍게 손을 뻗어 막았다.“우리 지금 진실게임 하고 있는데, 한 판 같이 해요.”거절은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내 술병이 돌며 게임이 시작됐고, 병의 입구가 지설을 가리켰다.대석은 느긋한 미소를 띤 채 물었다.“진실이에요, 아니면 벌칙?”지설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대답했다.“진실.”대석은 장난스러운 눈빛을 던졌다.“여기 있는 사람 중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대 있어요?”질문이 떨어지자, 방 안의 공기가 묘하게 긴장되었다. 영민의 시선은 본능적으로 지설에게 꽂혔다.그러나 지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없어요.”“오...!!!”순간, 사람들의 입에서 일제히 장난 섞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영민은 가슴이 움켜쥐어진 듯 답답했다. 그는 잔을 들어 술을 단숨에 비워냈다.게임은 계속됐고, 병은 또다시 지설을 가리켰다. 대석은 기분 좋다는 듯 손뼉을 치며 물었다.“좋아요. 이번엔 제가 궁금한 걸로 할게요. 첫 키스, 누구였어요?”사람들의 목소리가 한껏 높아졌다.“얘기해, 얘기해!”유연은 의미심장하게 영민을 바라봤고, 영민의 눈빛은 오직 지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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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대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조씨 가문이 이번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그 열쇠는 도진에게 달려 있었다.속이 문드러질 만큼 억울했지만, 대석은 끝내 반박할 수 없었다.도진은 재킷 안쪽에서 수표장을 꺼내 숫자를 적더니, 대석 앞에 내던졌다.“머리 다친 거, 치료비... 이 사람 대신 제가 드릴게요.”“아, 아닙니다... 감히 받을 수가...”대석은 두 손을 내저으며 뒷걸음질 쳤다.도진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외투를 벗어 지설의 어깨에 걸쳐주고, 여자의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서려 했다.그러자 영민이 음산한 얼굴로 길을 막아섰다.“어디로 데려가는 겁니까?”도진과 영민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서로의 눈빛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부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이죠?”“저는 이 여자 전남편이에요! 제가 당연히 관여할 권리가 있죠!”영민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도진이 코웃음을 쳤다.“전남편이라면서요?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심지설 씨의 자유를 막으시려는 겁니까?”영민이 지설을 노려보며 분노를 터뜨렸다.“정말 이 남자랑 가겠다는 거야? 당신이 양심 없어? 아직도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다른 남자랑 얽히는 거냐고!”지설은 차가운 눈빛으로 영민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남자의 뺨을 후려쳤다.‘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어!’“감... 감히 날 때려?”영민의 눈이 충혈되며 목소리가 떨렸다.“심지설, 내가 너무 당신을 버릇없이 키운 거지?”지설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버릇을 잘못 들여? 내가 방금 다른 남자한테 모욕당할 때, 뭐 했는데? 옆에서 구경만 했잖아!”지설의 말은 칼처럼 영민의 가슴을 파고들었다.영민은 변명하려 했다.“아, 아니야... 그게 아니고, 난 방금...”지설은 그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부영민. 늘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하지. 근데 난 이해가 안 돼. 바람피우고, 폭력적이고, 내가 죽든 살든 상관도 없는 당신 같은 인간을... 내가 왜 사랑해야 하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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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은아는 그 말이 너무 거슬려서 곧장 반박했다.“강희영 선생님, 말 좀 곱게 하시죠!”희영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틀린 말 했어? 소나리스트가 아무나 들어가는 곳이야? 해외 명문에서 유학하고 상도 여러 차례 받은 주유연 실장도 떨어졌는데, 지설 쌤이 덜컥 합격했다? 누가 그걸 곧이곧대로 믿겠냐고.”그 말에 사무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술렁였다.‘혹시 진짜로 뒷배가 있는 건 아닐까?’속으로 수군거리는 눈빛들이 지설에게 쏠렸다.은아가 뭐라고 변명하려 했지만, 지설이 손을 들어서 막았다.“은아 쌤, 됐어요. 제가 직접 말할게요.”지설은 곧장 희영 앞으로 걸어갔다.희영은 턱을 치켜들며 오만하게 웃었다.“왜요? 여기서 이미지 세탁이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아무리 뭐라고 떠들어도 난 안 믿어요.”지설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손이 번개처럼 올라가 희영의 뺨을 두 번이나 후려쳤다.찰싹! 찰싹!순간, 사무실이 얼어붙었다.희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얼굴은 화끈거리고, 귓가에는 따귀 소리가 맴돌았다.“당신이... 감히 날 때려요?”지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차갑게 말했다.“강희영 선생님, 방금 다 녹음했어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 다 법적 책임질 수 있는 문제예요.”“하필 제가 아는 변호사가 소송 잘하기로 유명한 분인데... 법정에서 만나고 싶지 않으시죠?”희영은 순간 온몸이 굳었다.‘설마... 진짜 녹음했단 말이야?’분노에 몸이 떨렸지만, 더 이상 내뱉을 말이 없었다.지설은 코웃음을 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그 옆을 스치며 낮게 경고했다.“입조심하세요. 다시 개소리하면, 또 때릴 겁니다.”희영은 흠칫 몸을 떨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제야 아무 소리도 못 하고 입을 닫았다....지설은 드디어 소나리스트에 들어가 다른 단원들과 함께 연습에 매진했다.다가올 공연을 위해 하루하루가 치열했다.서지훈은 지설의 연주를 마음에 들어 했고, 종종 직접 지도해주었다.그런 모습이 유연의 눈에는 불편하기 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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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리정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자, 영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역시 멍청하긴. 됐다, 나가 봐. 내가 직접 방법을 찾지.”그렇게 혼자 사무실에 남은 영민은 오랫동안 골몰했다.그리고 마침내 지설을 소나리스트에서 내쫓을 수 있는 수를 떠올렸다.영민은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희규 형? 나예요. 나랑 거래 하나 하지 않을래요?”...소나리스트의 두 번째 공연은 토요일로 잡혀 있었다.지설은 며칠째 밤낮으로 연습에 매달렸고, 드물게 서지훈이 단원들에게 조기 퇴근을 허락했다.지설은 곧장 집에 가서 잠을 보충하고 싶었다.그때 도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저녁 같이 드실래요?]지설은 잠시 망설이다가 답장을 보냈다.[좋아요. 오랜만이네요.]연습실을 나서자마자, 하얀 승합차 한 대가 지설 앞에 급히 멈춰 섰다.순식간에 거구의 사내가 뛰어내려 지설을 끌어올렸다.“놔! 살려...”비명은 끝까지 나오지 못했다.사내가 에테르가 묻은 손수건을 지설의 입과 코에 들이대자, 곧 의식이 가물거리며 끊겼다....눈을 떴을 때, 지설은 낡고 어두운 창고 안에 있었다.양손과 두 발이 단단히 묶여 있었고, 꼼짝도 할 수 없었다.앞쪽 테이블에서는 상의도 벗은 건장한 남자 네 명이 모여 앉아 화투를 치고 있었다.‘안 돼... 내일이면 공연인데.’‘빠지면 벌점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단원 자격을 잃을 수도 있어.’‘겨우 얻은 기회인데 이렇게 끝낼 순 없어.’지설은 차분히 숨을 고르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누가 시킨 거예요? 얼마 받았는지 모르지만, 제가 두 배로 드릴게요. 절 풀어주세요.”그때 한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이희규였다.지설이 의외로 눈빛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는 걸 보고, 그는 속으로 감탄했다.“대단한 여자네.”희규는 소리 내어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린 널 해칠 생각 없어. 우릴 시킨 사람 말이, 그냥 하루만 여기 묶어두면 된다고 했거든.”“내일 밤 열 시까지만 버티면 널 풀어줄 거야. 돈? 필요 없어. 우린 돈 밝히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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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시간이 거의 다 되자, 한 남자가 지설 앞으로 다가왔다.“인제 그만 보내줄 거다. 하지만 잘 들어. 경찰에게 신고라도 하면 우린 가만 안 있어. 우리 안에서 썩다 나오면, 그땐 너 진짜 끝장나는 거야. 알겠지?”지설은 가슴이 먹먹해졌다.말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시선을 떨군 채 입을 닫았다.그때, 다른 한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받자마자 얼굴이 변하더니 소리쳤다.“상대방이 돈을 더 주겠대. 1억 더 준다고 했어. 이 여자의 알몸 영상 찍으래. 자, 빨리 벗겨!”남자들이 다가오자, 지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안 돼! 제발... 내가 2억 줄게. 영상만은 찍지 마!”하지만 남자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가만히 있어. 금방 끝날 거야. 우린 돈 받고 일하는 거지, 네 몸에 손대고 싶은 건 아니야. 괜히 버티면 그땐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지설은 눈물이 쏟아졌다.‘이대로 망가지는 건가...’이미 겉옷은 거칠게 찢겨 나가고, 블라우스 단추도 몇 개나 뜯겨 나갔다.그 순간.쾅!창고 문이 강하게 걷어차이며 벌컥 열렸다.도진이 안으로 들어섰다.눈빛은 살기로 가득했고, 주먹은 망설임이 없었다.네 명의 사내들은 순식간에 얻어맞아 바닥에 나동그라졌다.콧등이 터지고,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도진은 곧장 지설에게 다가와 외투를 덮어주었다.지설은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도진을 보는 순간에야 비로소 울음을 삼켰다.“이제 괜찮아요.”도진이 낮게 말했다.“경찰 불러놨으니 곧 올 겁니다. 우선 병원으로 가자. 다친 데 없어요?”그러나 지설은 움직이지 않았다.눈가가 젖은 채, 바닥에 쓰러진 남자들을 노려봤다.그리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누가 시킨 건지... 알아내야겠어요.”도진은 지설의 결심을 읽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그는 쓰러져 신음하던 박정봉의 가슴을 발로 눌러버렸다.“누가 시켰어?”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창고 안에 울렸다.박정봉은 버티려 했지만, 곧 도진의 발끝이 그의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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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박정봉이 덧붙였다.“지금 바로 내 계좌로 보내.”잠시 후, 송금 알림이 울렸다.유연이 실제로 돈을 보낸 것이다.박정봉은 곧장 그 돈을 지설의 계좌로 이체했다.지설은 아무 말 없이 화면을 확인한 뒤, 묵묵히 돈을 받았다.‘내 발목을 잡으려 했으니, 그 대가쯤은 치러야지.’전화기 너머에서 유연이 다급히 소리쳤다.[영상은? 빨리! 지금 당장!]그제야 지설이 입을 열었다.“주유연, 네 간도 크다. 날 이렇게 함정에 빠뜨려? 내가 가만둘 것 같아? 지금 통화 전부 녹음됐어. 넌 곧 끝장이야.”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흐른 뒤, 유연의 숨 가쁜 목소리가 터졌다.[심... 지설? 잠깐만, 그게 아니라...]뚝!지설은 단호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박정봉은 식은땀을 흘리며 애원했다.“일 다 처리됐잖아요. 제발 우릴 풀어주세요.”이미 6억을 순순히 내놓게 한 지설의 기세에, 사내들은 감히 함부로 덤빌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지설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봤다.“너희 안에 갔다 나와서도 날 보복하려는 거 아니야?”도진이 옆에서 비웃듯 말했다.“그럼 내가 더 신경 써서, 너희 형량이 몇 년 더 늘어나게 해주지.”그 눈빛이 매서워지자, 남자들은 허둥대며 손사래 쳤다.“아닙니다, 절대 그런 일 없을 겁니다!”“잘못했어요, 다시는 이런 짓 안 할게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지설은 녹음 파일을 챙기고, 도진과 함께 창고를 빠져나왔다.곧 경찰이 도착해 사내 넷을 전부 체포했다....병원으로 향한 지설은 손목 상처가 심해 치료를 받아야 했다.의사가 소독할 때도, 지설은 이를 악물고 단 한 마디 신음도 내뱉지 않았다.치료가 끝난 뒤, 도진은 지설을 집까지 바래다주었다.그는 혹시나 지설이 혼자 두려워할까 싶어, 호두를 두고 갔다.집에 돌아온 지설은 꺼져 있던 핸드폰을 켰다. 곧장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 알림이 쏟아졌다.도진의 전화가 가장 많았고, 서지훈과 신승무의 번호도 보였다.지설은 서지훈과 신승무에게 간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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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영민은 지설이 어젯밤 일을 겪고 나면 마침내 깨달았을 거라 생각했다.‘부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사는 게...’‘밖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는 걸 이제 알았겠지.’‘오늘은 결국 돌아오겠다고 하러 온 거야.’그렇게 확신하며 미소를 지었다.“사모님, 들여보내.”...FH그룹 건물에 들어선 지설.그녀는 몇 번인가 이곳을 찾았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때마다 영민에게 서류만 전해주고 돌아섰다.영민은 단 한 번도 지설을 자기 사무실로 들인 적이 없었다.회사 사람들 누구도 지설이 영민의 아내라는 사실을 몰랐다.‘나를 숨기고 싶어 했던 거겠지.’‘그 사람이 원치 않으니 나도 필요 없는 발걸음은 하지 않았다.’이번에도 거절당할 거라 짐작했던 지설은 의외로 비서 오리정의 안내를 받아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리정은 조심스레 물었다.“사모님, 커피 드실래요? 원하시는 걸로 내려드리겠습니다.”지설은 담담히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금방 갈 거라서요.”리정은 더 묻지 못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사무실에 들어서자, 영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리정을 내보내고 문을 닫게 했다.그리고 억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무슨 일로 날 찾았어?”지설은 대답 대신 책상 위에 놓인 물컵을 들어 올렸다.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차가운 물이 영민의 얼굴로 쏟아졌다.영민은 전혀 방비하지 못한 채 얼굴 가득 물을 맞았다. 분노로 얼굴빛이 시커멓게 변하며 이를 갈았다.“심지설, 당신 지금 뭐 하는 짓이야?”지설의 입꼬리가 차갑게 휘어졌다.“내가 뭘 하냐고? 차라리 내가 묻고 싶네. 당신이 날 상대로 무슨 짓을 꾸민 건데? 어젯밤 그 조직폭력배들... 당신이 보낸 거 맞지?”영민은 순간적으로 눈을 피했다.“무슨 소리야. 난 전혀 모르는 일이야.”지설은 냉소를 터뜨렸다.“부영민, 정말 어이없다. 이 정도까지 뻔뻔할 줄은 몰랐네. 용기도 없이, 한 짓을 부정해?”더는 숨길 수 없음을 직감한 영민은 억지로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그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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