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 재혼에 눈물 쏟는 전남편: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도환은 마지막 프로젝트 서류에 서명을 끝내고, 책상 위에 놓인 액자를 들어 올렸다.사진 속 아내의 환한 미소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도와주지. 어떻게 안 도와. 어머니도 그렇고, 네 형수도 늘 네 장가가 걱정인데, 내가 안 나설 수 있겠냐. 다만...]도환은 잠시 말을 끊고 동생을 바라봤다.[너는 왜 이렇게 빙빙 도는 스타일이냐? 지설 씨를 위해 그렇게 많은 걸 해주면서 정작 본인한테는 말도 안 하고. 그럼 지설 씨가 알겠냐?]도환 자신은 아내를 쫓을 때 세상 다 알 정도로 티를 냈다.그런데 도진은 그와 정반대였다.“형은 신경 안 써도 돼.”도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지설 씨는 형수님 같은 성격이 아니야. 너무 티 내면 오히려 부담만 줄 거니까.”도환은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치켜올렸다.[지설 씨를 꽤 잘 아는구나. 알았다. 어쨌든 전원주택 건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그 정도는 간단하지.]...일요일, 지설은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를 찾아갔다.복도에서 영민을 마주친 순간, 지설의 미간이 곧바로 좁혀졌다.“여기까지 또 왜 온 거야?”차가운 얼굴에도 영민은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다가와 그녀의 손에 들린 짐을 받아서 들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침 먹었어? 내가 김밥 두 줄 샀는데, 당신이 좋아하던 참치김밥이야. 하나 먹어볼래?”지설은 건네진 김밥을 밀어냈다.“됐어. 배 안 고파.”영민은 곧바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밀었다.“그럼 커피라도 마셔. 따뜻하게 사 왔어.”지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아메리카노 좋아하지도 않고, 참치김밥도 안 좋아해요. 앞으로 사 올 필요 없어요.”“그럴 리가 없잖아. 당신이 제일 좋아했잖아.”지설은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를 지었다.“그건 내가 좋아한 게 아니라, 당신이 좋아한 거였어. 식탁엔 항상 당신 입맛에 맞는 음식만 올라왔고, 커피도 당신 취향대로만 타야 했으니까.”영민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럼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는 왜 한 번도 얘기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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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그리고, 딸. 이혼이 무슨 해결책이 되니? 부 서방이랑 잘 얘기해야지. 내가 보기엔 부 서방, 아직 너한테 마음 있어.”“아니면 왜 이렇게 자주 병원에 들러서 나랑 있어 주겠어? 게다가 부 서방 조건이 얼마나 좋아. 너 부 서방이랑 헤어지고 나면 이런 사람 다시 만나기 힘들 거야. 아직 부 서방이 널 좋아할 때, 얼른 다시 합쳐.”지설은 엄마의 기억이 제멋대로 뒤섞여 있다는 걸 알았다.그래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단호하게 말했다.“나랑 부영민은 정말 끝났어. 엄마, 우리 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앞으로 부영민 오면, 그냥 돌려보내.”딸의 고집에 예연숙도 결국 언성을 높였다.예연숙은 평생을 전통적인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여자였다.예연숙의 눈에는 남편이 큰 잘못만 저지르지 않았다면 웬만한 건 다 참아야 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혼은 집안 망신이었다. 그 수치를 자신이 떠안을 수는 없었다.“네가 부 서방이랑 다시 합치 안 하면, 난 더 이상 네 엄마 아니다. 네 맘대로 해라.”지설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아픈 사람 상대로 무슨 말을 한들 통하겠어...’병색 짙은 얼굴로 억지를 부리는 어머니 앞에서, 지설은 그저 답답하고 무력할 뿐이었다.그때, 전화를 마친 영민이 병실로 들어왔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말했다.“장모님, 의사 선생님께 여쭤봤는데요, 요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하시네요. 잠깐 집에 가서 지내셔도 된답니다. 집에 가고 싶으시죠?”예연숙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그럼 좋지! 나도 답답해서 집에 가고 싶었어.”그러고는 곧장 지설을 돌아보며 말했다.“엄마 말 들어. 부 서방이랑 잘 얘기해. 무슨 일인들 못 풀겠니.”지설의 눈빛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엄마, 나 이 사람이랑 이미 따로 살고 있어. 협의이혼 확인서도 나왔어. 다시는 그 집으로 안 돌아가.”하지만 예연숙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엄마는 알아. 네가 잠깐 욱해서 그러는 거야. 졸업하자마자 시집간 게 다 부 서방을 사랑해서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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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주순심의 말은 지설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다. 지설에게 영민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였다.그녀는 곧장 어머니의 방으로 향했다.그곳에서 영민이 대야를 들고 와 예연숙의 발을 씻겨드리고 있었다.지설은 무심히 코웃음을 흘렸다.지난 3년 동안, 영민의 발을 씻기며 살아온 건 바로 자신이었다. 오늘처럼 영민이 예연숙의 발을 한 번 씻겨 준다고 해서, 지설은 전혀 감동하지 않았다.오히려 예연숙은 그 사소한 행동에 금세 마음을 빼앗긴 듯 보였다.‘역시 부영민, 아주 계산적이네.’‘엄마를 자기편으로 세워 날 억지로 잡아두려는 거잖아.’‘근데 저런 수는 오히려 나를 더 질리게 만든다는 걸 모르는 걸까.’비록 집에 들어와 살게 되었지만, 지설은 안방에 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다행히 방이 넉넉했기에 손님방 중 하나를 택해 들어갔다.잠시 후, 예연숙이 따라 들어와 불만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너는 왜 이렇게 고집이 세니. 부 서방이랑 별것도 아닌 걸로 다투는 거잖아. 얘기하면 다 풀릴 일을 이렇게까지 하면, 나중에 네가 더 후회한다.”지설은 그런 엄마의 모습에 깊은 피로감을 느꼈다.결국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엄마, 부영민 첫사랑 얘기 알아? 몸은 몰라도, 마음은 이미 바람피웠던 거야.”그러나 예연숙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그거? 부 서방이 나한테 다 얘기했어. 그냥 어릴 때부터 친했던 친구라더라. 남녀 사이 감정 같은 건 없다고. 네가 싫어한다니까 앞으로는 거리를 두겠다고 약속도 했어.”지설은 입꼬리를 비틀며 냉소했다.“참 거짓말은 잘했어.”그녀는 영민과 유연 사이에 ‘아무 일 없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영민이 두 다리를 회복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G국까지 날아가 유연을 찾아간 것이었으니까.예연숙은 여전히 딸을 설득하려 했다.“설령 예전에 그런 게 있었다 쳐도, 누가 젊을 때 첫사랑 하나쯤 없니. 이제 다 지나간 일이잖아. 그만 잊어버려. 엄마 말대로 그냥 부 서방이랑 잘 살아.”더 이상 영민을 감싸는 말을 듣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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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영민은 알고 있었다.지설은 유연과 달랐다.지설은 결코 지금의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렇지 않았다면, 지설이 그렇게 매정하게 떠났을 리 없었다.‘그렇다면, 내가 변하는 수밖에 없지.’‘여자가 반드시 좋아할 만한 완벽한 남편으로.’‘일단 마음을 되돌려 놓고, 다시는 빠져나가지 못하게 묶어서 두면 돼.’...다음 날 아침.지설이 거실로 나오자, 식탁 위엔 가지런히 차려진 여러 종류의 아침 식사가 놓여 있었다.주순심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대표님께서 사모님 드시라고 이것저것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마음에 드는 걸로 드세요.”곧 예연숙도 방에서 나와, 흐뭇하게 눈을 좁혔다.“부 서방, 참 세심하네. 딸, 이런 좋은 남편은 어디 가도 찾기 힘들다.”지설의 위장은 오히려 더 막히는 듯했다.‘이 집에선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어젯밤도 거의 한숨도 못 잤잖아.’‘엄마만 아니면 벌써 나가버렸을 텐데...’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이모님, 저는 괜찮아요. 배 안 고파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그리고 마침 현관으로 나가려던 순간, 2층에서 영민이 내려왔다.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아침 안 먹고 나가면 건강에 안 좋아. 조금이라도 먹고 가지?”지설은 대꾸조차 하지 않고, 곧장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영민은 예연숙이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기에, 일부러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 모습에 예연숙은 금세 마음이 약해져, 안쓰럽다는 듯 영민을 다독였다.“부 서방, 너무 속상해하지 마. 내가 지설 잘 타일러 볼게. 애가 원래 좀 철이 없어서 그래.”영민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장모님, 지설한테 뭐라 하지 마세요. 아직 저한테 많이 화가 나 있는 걸요. 제가 부족했던 거 알아요. 천천히 고쳐 나가면서, 제 진심 보여주면 언젠간 지설도 알아주겠죠.”예연숙은 그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부 서방은 하나도 잘못 없어. 다 우리 지설 탓이지. 내가 괜히 버릇없이 키웠어.”...그 시각, 집을 나온 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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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도환이 미간을 찌푸린 동생을 보며 물었다.“정말 지설 씨한텐 안 알릴 거야?”도진은 날카로운 눈길을 던지며 단호히 잘랐다.“괜히 입 놀리지 마.”도환은 아쉽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문득 생각난 듯 덧붙였다.“맞다, 어젯밤 네 형수랑 영상 통화했는데, 예린이 국내에 들어왔대. 이미 네가 K시에 있는 거 알았다더라. 분명 찾아올 거야. 예린이 네 껌딱지인 건 너도 알잖아. 조심해라.”구예린의 이름이 나오자, 도진의 눈썹이 절로 좁혀졌다.예린의 어머니와 도진의 어머니는 오랜 친구였고, 두 집안은 가족처럼 가까웠다.그래서인지 예린은 어릴 적부터 도진을 집요하게 따라다녔다.‘다시 돌아온다고? 골치 아프군.’2년 전, 예린의 어머니가 심장병 치료를 위해 해외로 나가면서 예린도 함께 출국했다.그 덕에 도진의 곁은 잠시 조용해졌다.하지만 이제 다시 돌아왔다면, 분명 평온을 깨뜨릴 존재가 될 터였다.도환은 동생의 얼굴에 드러난 피곤한 기색을 보고는 크게 웃어넘겼다.“그러니까 네가 지설 씨 좀 빨리 잡아야지. 결혼까지 해버리면 예린도 꼼짝 못 할 거 아냐. 힘내라, 우리 막내!”...그날 밤, 지설은 늦게서야 영민의 집으로 들어섰다.거실에는 예연숙과 영민이 앉아 지설을 기다리고 있었다.영민은 주순심에게 반찬을 다시 데우라 시킨 뒤, 지설을 향해 다정한 척 웃어 보였다.“장모님께 들었어.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게 소금구이 새우랑 조개볶음이라면서? 오늘 그 두 가지는 내가 직접 만들었어. 한번 먹어봐.”예연숙도 거들었다.“부 서방이 널 위해 일부러 일찍 퇴근해서 준비했다. 넌 남편이 이렇게까지 애써도 고마운 줄 모르는 거냐, 늦게까지 어디 돌아다니다 이제 왔니?”지설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배 안 고파. 엄마가 드셔.”영민은 억지 미소를 띠며 지설의 손목을 붙잡았다.“밥은 안 먹더라도 반찬은 좀 먹어. 장모님도 당신을 기다리셨잖아.”억눌린 듯한 태도.마치 자신이 끝까지 참아내고 있다는 듯한 표정.지설의 속은 오히려 더 답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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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지설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필요 없어.”문을 닫으려 하자, 영민의 손이 가로막았다.아직 회복되지 않은 손목, 게다가 남자와의 힘 차이는 분명했다.결국 지설은 영민을 막아낼 수 없었다.영민은 아무렇지 않게 담요를 지설 어깨에 걸쳐주었다.그제야 흡족하다는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 색깔, 당신 피부에 잘 어울린다.”분노가 서린 얼굴을 보면서도, 영민은 부드러운 어조를 잃지 않았다.“잘 자, 여보.”‘여보라니. 웃기지 마. 내가 언제 이 사람의 여보였다고.’지설의 손가락이 떨렸다. 당장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그러나 영민은 이미 돌아서고 있었다.그 한 대는 끝내 허공에 멈추고 말았다.문이 닫히자마자 지설은 어깨 위 담요를 벗어 던졌다. 쓰레기통 안으로 무심히 던져 넣고, 숨을 고르듯 문에 등을 기댔다....다음 날 아침 9시.지설이 핸드폰을 켜자 은화가 보낸 메시지가 여러 통 와 있었다.학원 상가 임대와 관련해 이야기하자는 약속이었다.지설은 머리를 헝클이며 답장을 보낸 뒤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거실로 나오자, 예연숙이 창가에 서서 해당화를 다듬고 있었다. 딸을 보자마자 곱지 않은 눈빛으로 말했다.“왜 일찍 안 일어나서 부 서방이랑 같이 아침을 안 먹니?”지설은 대꾸하지 않았다.그저 부엌으로 가서 찜기에 데워둔 옥수수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영민이 없는 아침이라 한결 숨이 편했다.지설은 그저 영민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예연숙이 콩국 한 잔을 따라주며 물었다.“오늘 어디 나가니?”“응. 선배님이랑 창업 얘기하기로 했어.”예연숙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쓸데없이 창업은 무슨 창업이니. 여자애는 집안에 중심을 두고, 힘 안 드는 일자리 구하면 되는 거야.”지설은 콩국을 한 모금 마시며 시선을 돌렸다.어머니의 말은 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아버지는 성실하고 경제력도 있었다.그래서 어머니는 한 번도 밖에서 일할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집안은 무너졌다.어머니는 병들고, 집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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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지설은 문득 그동안 도진이 자신에게 보여 준 세심한 배려들을 떠올렸다.‘아무리 생각해도, 기 변호사님은 나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아...’‘하지만 기 변호사님이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물을 순 없지.’‘게다가... 난 이제 막 이혼한 사람인데, 어떻게 먼저 다가가겠어?’지설은 슬쩍 화제를 돌렸다.“근데, 그 빌딩 위치가 워낙 좋아서... 한 층을 통째로 빌리면 엄청 비싸지 않아?”법무법인 도진이 들어선 빌딩은 K시에서도 손꼽히는 오피스 빌딩이었다. 웬만한 학원은 꿈도 꾸기 힘든 자리였다.은화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우란 말로는 기도진 변호사님이 건물주 대표님이랑 아는 사이라고 하더라. 덕분에 임대료를 꽤 깎아 줄 수 있다나 봐. 사실 우란이 나 대신 부탁했는데, 변호사님이 흔쾌히 승낙했대.”지설은 순간 멍해졌다.‘역시... 또 기 변호사님 덕을 보게 되네.’은화는 못 말린다는 듯 장난스레 덧붙였다.“우란이도 그러더라. 자기 체면이 그렇게 큰 건 아닌데, 기 변호사님이 도와주신 건 아무래도 네 일이니까 그런 거 같다고.”지설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오늘 꼭 제대로 감사해야겠네. 선배님, 점심 예약해 두셨어요?”“당연하지. 벌써 해놨지.”...점심 무렵, 은화는 우란에게서 연락받고 지설과 함께 법무법인 도진으로 향했다.로펌 사무실 앞에 도착한 지설은 잠시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렸다. 불과 다섯 분쯤 지났을까, 문이 열리며 우란과 도진이 나란히 걸어 나왔다.도진은 전화를 받고 있었는데, 복도 끝에서 지설을 발견하자 곧바로 목소리를 낮추며 통화를 정리했다.“네, 그건 오후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도진은 시선을 돌려 지설과 눈을 마주쳤다. 잠깐이었지만, 눈빛이 묘하게 깊었다.지설이 먼저 인사했다.“변호사님, 안녕하세요.”도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가시죠. 같이 가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을 울렸다.‘같이 가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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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도진의 입술이 살짝 올라갔다.“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셋은 예약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은화는 미리 우란에게서 도진이 해물 요리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해물이 유명한 집으로 예약해 둔 터였다.직원이 따뜻한 차와 함께 그릇과 젓가락을 놓고 갔다.도진은 아무렇지 않게 지설 앞에 놓인 그릇과 젓가락을 들어 정성스레 소독해 건네주었다.은화와 우란은 눈을 마주치더니, 괜히 방해꾼이 된 것 같아 피식 웃었다.은화는 결국 참지 못하고 농담을 던졌다.“기 변호사님, 이렇게 바쁜 와중에 직접 시간 내서 같이 사무실까지 봐주신 거... 설마 우리 지설이 마음에 드신 거예요?”마침 차를 마시던 지설은 은화의 느닷없는 말에 놀라, 차가 목에 걸려 연달아 기침했다.“콜록, 콜록...”도진은 자연스레 손을 뻗어 지설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려 주었다.그제야 은화의 질문에 도진이 담담히 대답했다.“옆집 사는 이웃인데, 서로 돕는 건 당연하죠.”직접적인 대답은 피했지만, 조금 전 지설을 향한 무심한 듯 다정한 행동이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켰다.은화는 눈을 반짝이며 다시 웃었다.“기 변호사님 같은 이웃이면 저도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데요?”지설은 얼굴이 달아올라 은화가 더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잘린 수박 조각을 집어 은화 입에 쏙 넣어 버렸다.“선배님, 이 수박 진짜 달아요. 한번 드셔 보세요.”은화는 지설의 속마음을 아는 듯 웃으며 수박을 받아먹고 더는 장난을 치지 않았다.잠시 후, 해물찜과 탕 요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지설이 젓가락을 들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전화를 건 사람은 어머니 예연숙이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영민이었다.[오늘 오후에 휴가 내서 장모님이랑 마트 다녀왔어. 여보, 먹고 싶은 반찬 있어? 다 사놨으니까 저녁에 순심 이모한테 해 달라고 할게.]지설의 이마가 저절로 찌푸려졌다.‘평소엔 회사 일 핑계 대고 집에도 잘 안 오던 사람이...’‘오늘은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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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지설의 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뭘 두려워하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했다.도진을 이렇게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지설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진을 따라갔다.그리고 남자의 소매를 붙잡았다.도진이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설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겨우 입을 열었다.“저... 저랑 부영민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 다시 같이 살 생각 전혀 없어요. 그냥... 엄마 때문에...”도진의 눈빛이 차갑게 스쳤다.그는 곧장 물었다.“그럼 언제 나올 겁니까?”지설은 대답하지 못했다.예연숙을 아직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조금만... 시간 주세요.”그러나 도진의 표정은 더 얼어붙었다.“심지설 씨, 괜히 제 착각이었던 것 같네요.”도진은 지설의 손을 뿌리치고,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지설은 본능적으로 뒤를 따라가고 싶었다.‘제발 오해하지 마...’그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화면에 뜬 이름은 또다시 ‘엄마’.지설은 이를 악물며 통화를 받았다.이번엔 예연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만이 가득 묻어 있었다.[너 왜 아까 부 서방 전화 끊었어? 부 서방이 얼마나 바쁜데, 시간 내서 나랑 장도 보고, 네 먹을 것도 사다 주는데... 너, 왜 그렇게 못되게 구니?]지설은 단번에 지쳐버렸다.“엄마...!”진심을 다 털어놓고 싶었다.영민은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좋은 사위가 아니라고.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막막했다.예연숙의 병은 불편하고 힘든 기억을 스스로 지워버린다.만약 지금 진실을 말한다 해도, 엄마는 당장은 상처받고, 내일이면 또 다 잊어버릴 것이다.결국 지설은 힘없이 말했다.“집에 가서 얘기할게. 엄마, 피곤하면 먼저 쉬어.”전화를 끊은 지설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도진을 찾아야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차장 쪽에서 도진의 차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지설이 황급히 뛰어가기도 전에, 차는 그대로 속도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지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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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도대체 지설 씨를 어쩌면 좋지...’도진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변호사로서 수많은 사건을 풀어왔지만, 지설 문제 앞에서는 그 어떤 해답도 떠오르지 않았다....지설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영민의 집 문을 열었다.현관에 들어서자, 앞치마를 두른 영민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왔다.그 얼굴에는 한없이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여보, 오늘은 좀 일찍 들어왔네. 순심 이모님한테 삼계탕 끓이는 법 배우고 있어. 조금만 있으면 다 된다.”지설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구두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뒤이어 부엌에서 예연숙이 나왔다.“지설아, 너 왜 부 서방한테 그렇게 냉정하게 구니? 어서 가서 도와드려.”지설은 단 한 순간도 영민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예연숙은 강제로 지설의 등을 밀어 부엌으로 떠밀었다.“엄마...”지설의 속은 이미 천근만근 무거웠다.주순심은 재빨리 상황을 읽고, 손에 수건을 들며 말했다.“저는 밖에 가서 상 좀 닦고 밥상 차릴게요.”그러고는 눈치껏 자리를 비웠다....부엌엔 영민과 지설, 두 사람만 남았다.뚝뚝 끓어오르는 삼계탕 냄새가 공기 중에 퍼졌다.영민은 냄비 뚜껑을 열어 김을 한 번 훅 내보내더니, 마치 무심한 대화인 듯 던졌다.“오늘 기도진이랑 밥 먹었어?”지설은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천천히 고개를 들어 영민을 바라봤다.눈동자가 놀람으로 크게 흔들렸다.“당신... 누굴 붙여서 날 미행한 거야?”영민은 천천히 냄비 뚜껑을 닫았다. 고개를 돌려 지설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미소가 없었다.남은 건 싸늘한 위압감과 검은 그림자 같은 기운뿐이었다.“알잖아. 내가 성격이 좀 안 좋은 거. 이번엔 넘어가. 하지만 다음에 또 기도진이랑 데이트하면... 그땐 내가 뭘 할지 장담 못 해.”지설의 눈썹이 매섭게 찌푸려졌다.“우린 이미 이혼했어. 당신이 날 간섭할 권리는 없어.”“그래?”영민은 한 발짝, 또 한 발짝 다가왔다.차가운 벽에 몰린 지설은 숨이 막힐 듯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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