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도는 정말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다. 몸이 쇠약한 노인까지 가만두지 않다니. 아무리 그래도 몇 년이나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어찌 이리 매정할 수 있단 말인가?강루인은 목구멍에 차오른 씁쓸한 감정을 삼키고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요즘 제가 너무 바빠서요. 다음부터는 자주 찾아뵐게요.”이수희가 강루인의 손을 잡았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다 알 수 있었다.주영도가 과일 접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할머니, 과일 좀 드세요. 비타민 보충하셔야죠.”이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주영도의 시선이 강루인에게 향했다.“할머니랑 얘기 편하게 나눠. 난 밖에서 기다릴게.”강루인은 입을 꾹 다물고 차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주영도가 시선을 거두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푹 쉬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병실에 할머니와 손녀 둘만 남게 되자 이수희는 더 이상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강루인의 손등을 어루만졌다.“우리 루인이 많이 힘들었지?”가족의 따뜻한 사랑 앞에서는 쉽게 울컥하게 된다. 강루인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강루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할머니, 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정말이에요.”이수희는 기미가 가득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결정해. 네 아버지 일 때문에 주씨 가문에 부탁도 하지 말고. 잘못한 게 있다면 벌을 받고 억울하다면 경찰도 함부로 잡지 않을 거야. 우린 법을 믿어야 해.”할머니의 손바닥이 건조하지만 따뜻했다. 강루인은 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꽉 잡았다.할머니의 흰 머리와 며칠 못 본 사이에 또 늘어난 주름과 기미를 보자 강루인은 가슴이 먹먹했으나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위로했다.“네. 할머니 말씀대로 할게요.”‘하지만 할머니, 법이 늘 공평한 건 아니에요. 어떤 사람들한테는 법이 먹히지 않더라고요.”강루인은 이수희가 잠들 때까지 옆을 지키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섰다.병원 밖.주영도가 문 앞에 서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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