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231 - Chapter 240

278 Chapters

제231화

주영도는 정말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었다. 몸이 쇠약한 노인까지 가만두지 않다니. 아무리 그래도 몇 년이나 할머니라고 불렀는데 어찌 이리 매정할 수 있단 말인가?강루인은 목구멍에 차오른 씁쓸한 감정을 삼키고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요즘 제가 너무 바빠서요. 다음부터는 자주 찾아뵐게요.”이수희가 강루인의 손을 잡았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다 알 수 있었다.주영도가 과일 접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할머니, 과일 좀 드세요. 비타민 보충하셔야죠.”이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주영도의 시선이 강루인에게 향했다.“할머니랑 얘기 편하게 나눠. 난 밖에서 기다릴게.”강루인은 입을 꾹 다물고 차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주영도가 시선을 거두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머니, 푹 쉬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병실에 할머니와 손녀 둘만 남게 되자 이수희는 더 이상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강루인의 손등을 어루만졌다.“우리 루인이 많이 힘들었지?”가족의 따뜻한 사랑 앞에서는 쉽게 울컥하게 된다. 강루인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강루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할머니, 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정말이에요.”이수희는 기미가 가득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결정해. 네 아버지 일 때문에 주씨 가문에 부탁도 하지 말고. 잘못한 게 있다면 벌을 받고 억울하다면 경찰도 함부로 잡지 않을 거야. 우린 법을 믿어야 해.”할머니의 손바닥이 건조하지만 따뜻했다. 강루인은 할머니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꽉 잡았다.할머니의 흰 머리와 며칠 못 본 사이에 또 늘어난 주름과 기미를 보자 강루인은 가슴이 먹먹했으나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위로했다.“네. 할머니 말씀대로 할게요.”‘하지만 할머니, 법이 늘 공평한 건 아니에요. 어떤 사람들한테는 법이 먹히지 않더라고요.”강루인은 이수희가 잠들 때까지 옆을 지키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병실을 나섰다.병원 밖.주영도가 문 앞에 서서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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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주영도의 눈빛에 서린 싸늘함을 본 강루인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강아지를 키워도 5년이면 정이 생길 텐데 주영도는 어찌 이토록 매정할 수 있단 말인가?강루인이 말했다.“영도 씨가 아버지를 무너뜨리든 말든 난 신경 안 써. 잘못했다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만약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거라면 영도 씨가 장인한테 어떤 비열한 짓을 했는지 사람들한테 알릴 거야.”그가 매정하게 군다면 그녀도 똑같게 하면 될 일이었다.‘그때 가서 명예가 훼손되면 내 탓이라고 하지 마.’“너도 무서운 사람이라는 걸 오늘 알았어.”주영도는 몸을 숙여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혔다.“그럼 누가 누구를 휘어잡을지 두고 보자.”...병원 앞에서 서로의 입장을 분명히 한 후 주영도는 강루인을 억지로 끌고 가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다.강루인은 결국 이수희에게 이혼 생각을 밝혔다. 할머니의 바람은 오로지 손녀의 행복이었다.주영도와 결혼하든 이혼하든 강루인만 행복하면 이수희는 지지해줄 것이다.이수희에게 솔직하게 얘기한 이유는 이수희를 잠시 퇴원시키기 위해서였다. 연상미가 언제 또 와서 이수희를 자극할지 모르니까.강루인이 말했다.“아버지 일은 제가 알아볼 테니까 할머니는 걱정하지 마시고 건강에만 신경 쓰세요. 다른 건 제가 처리할 수 있어요.”연상미의 분노를 강루인이 혼자 감당하게 될까 봐 이수희는 퇴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루인의 태도는 단호했다.이수희를 그녀의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연상미가 찾지 못하도록 다른 집을 구했다.그러고는 함지율을 찾아갔다. 변호사인 함지율의 도움을 받아 강규덕을 만날 생각이었다. 그런데 주영도 쪽에서 손을 쓴 바람에 면회가 불가능했다.경찰서 입구.두 사람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주영도의 비열한 처사에 혐오감을 느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권력으로 짓누르고 있는데 어떻게 맞서겠는가?강루인이 말했다.“아버지네 회사 좀 가봐야겠어.”두 사람은 경찰서 앞에서 헤어져 각자 갈 길을 갔다.현재 회사를 이끄는 대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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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잘 들어. 영도는 네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남자야. 걔랑 이혼하면 다시는 더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해.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당장 가서 네 아버지 좀 꺼내 달라고 빌어.”강루인은 더 이상 이 논쟁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아버지 일은 제가 방법을 찾아 해결할게요. 그리고 제 이혼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럴 자격 없으니까.”연상미가 강규덕의 아내일 뿐이지, 강루인에게는 아무 존재도 아니었다.그녀는 더는 말을 섞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났다....주선 그룹.노윤환이 강루인의 최근 움직임을 주영도에게 보고했다.“사모님 지금 변호사를 통해 강규덕의 형량을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주영도가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연상미한테 전해. 강규덕이 안에서 괴롭힘까지 당해서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그 말에 노윤환은 잠시 멈칫했다.‘연상미를 부추겨서 사모님께 압박을 가하게 하려는 뜻인 거야?’그는 조심스럽게 책상 뒤 주영도를 힐끗 쳐다보았다.‘사모님이 반항심에 폭발해버리면 어쩌려고.’주영도가 고개를 들었다.“왜? 할 얘기 있어? 있으면 해.”노윤환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꺼냈다.“너무 심하게 하시면 사모님께서 대표님을 원망할 수도 있어요.”주영도가 씩 웃었다.“그래서?”원망도 일종의 감정이었다. 그가 원하는 건 오직 강루인의 순종이었다.노윤환은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입만 삐죽거렸다. 당사자도 신경 쓰지 않는데 외부인인 그가 나서서 걱정해서 뭐 하겠는가?노윤환이 화제를 돌렸다.“구아정 씨는 무사히 섬에 도착했습니다. 의료팀도 보냈고 도우미도 모두 배치했습니다.”주영도가 고개를 끄덕였다.“문제 생기면 바로 알리고. 그리고 실수 없이 아정이를 잘 보살피라고 전해.”노윤환이 고개를 끄덕였다.보고를 마치고 막 떠나려는데 주영도가 다시 그를 불렀다.“루인이 할머니가 있는 곳을 연상미한테 알려줘.”노윤환은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말해 외부인인 노윤환이 보기에도 주영도가 강루인에게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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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강루인이 도착했을 때 집안은 이미 연상미 때문에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바닥에 그녀가 던진 물건들이 가득 널려 있었다.이수희가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간병인이 그녀 앞에 서서 막아주고 있었다.강루인은 연상미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거칠게 잡아당겼다.“깽판 치고 싶으면 나가서 쳐요.”연상미는 비틀거리다가 겨우 균형을 잡았다. 강루인을 본 후에도 분노의 불길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이수희에게 소리를 질렀다.“잘 보세요. 루인이는 어머님이랑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이고 규덕 씨랑 혜미야말로 어머님의 친아들이고 친손녀예요.”연상미가 강루인에게 손가락질했다.“지금 아무 상관도 없는 애가 어머님의 유일한 핏줄을 죽이려 하는데 여기 숨어서 모르는 척하면 어떡해요? 어머님 아들이 곧 죽게 생겼다고요. 어떻게 이렇게 속 편하게 지낼 수 있어요? 친어머니 맞아요?”이수희의 얼굴에 핏기라곤 전혀 없이 창백한 걸 본 강루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입 다물어요!”연상미가 그녀를 노려보았다.“사람을 숨겨놓으면 일이 해결돼? 네가 해결하겠다며? 해결했어? 규덕 씨가 들어간 지 며칠밖에 안 됐는데 벌써 치료를 받고 있대. 네가 해결할 때까지 기다렸다간 거기서 죽어버리겠어.”이수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규덕이 어떻게 됐는데?”‘평소 몸 관리를 잘하는 애라 별문제 없었는데 어떻게 며칠 만에 치료를 받을 지경이 돼?’연상미가 말했다.“안에서 편지가 왔는데 갑자기 쓰러졌대요. 이번에는 의사가 살려놨지만 다음번에는요?”그 말에 이수희의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아들이 아무리 못났어도 그녀의 아들, 유일한 혈육이었다. 당연히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연상미가 강루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너 정말 강씨 가문의 골칫덩이고 재앙 덩어리야. 어렸을 땐 양어머니를 죽음으로 몰더니 이젠 네 양아버지까지 죽이려 해?”강루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이를 악물어 양 볼의 근육이 팽팽해졌고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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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강루인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혼할 겁니다.”“그런데 영도는 이혼을 원치 않아.”“영도 씨는 구아정 씨가 네티즌의 비난을 받을까 봐 전용기를 띄워 휴양 섬으로 보냈고 의료팀과 도우미팀까지 함께 보냈어요. 할아버지가 보시기에 영도 씨는 저랑 구아정 씨 중에 누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으세요?”구아정이 ‘좋은 마음’으로 주영도가 한 짓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주영도에게 이토록 세심한 면이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강루인은 죽일 듯이 몰아세우면서 구아정에게는 한없이 다정했다.그가 이혼을 원치 않는 건 강루인을 아껴서가 아니라 강루인이 그의 결정을 거역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애완동물이 주인의 명령을 거역하면 벌을 주는 것처럼 강루인에게도 벌을 줬다.하지만 강루인이 고분고분 따라야 할 이유가 없었다.주세웅이 말했다.“너랑 잘살아 보려고 구아정을 보낸 거야.”강루인이 코웃음을 쳤다.“할아버지는 그 말을 믿으세요?”주세웅이 믿든 안 믿든 상관없었다. 그녀만 믿으면 되었지만 그녀는 믿지 않았다. 이젠 쉽게 속는 사람이 아니었다.강루인도 주세웅의 속셈을 대충 짐작했다. 그의 방식은 일단 조용히 덮고 큰일은 작게, 작은 일은 없었던 일로 만드는 것이었다. 최대한 주씨 가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게 처리했다.“아버지를 빼내 주시고 영도 씨와의 이혼을 허락해주신다면 기자들한테 주씨 가문의 추문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게요.”주씨 가문에서 5년을 살았다. 집안의 내막을 전부 알지는 못해도 몇 가지는 알고 있었다. 그중에는 사생활뿐만 아니라 주씨 가문이 윗선과 맺고 있는 이해관계도 포함되어 있었다.누구 하나 떳떳할 게 없는 존재들이었다.명문가에서는 체면을 가장 중요시했다. 이미지가 훼손되는 일,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면 주세웅은 절대 직접 나서지 않았다.주세웅의 차분했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강루인,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강루인이 자세를 낮추고 부정했다.“그럴 리가요. 살 길을 달라고 부탁하는 겁니다. 다른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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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강루인의 시선이 성큼성큼 들어오는 주영도에게 닿았다. 처음으로 그가 참 끈질기게 달라붙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김옥순이 타이르듯 말했다.“영도야, 부부는 마음이 맞아야 하는 거야. 더는 함께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서로 놓아주는 것도 답이야.”주영도가 말을 이었다.“할머니, 절 결혼시킬 때는 왜 그런 생각 하지 않으셨다가 이혼 얘기가 나오니까 생각이 바뀌신 건데요?”김옥순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그건...”액막이라는 세 글자를 결국 내뱉지는 못했다.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었으니까.그런데 뜻밖에도 주영도가 먼저 그 말을 꺼냈다.“알아요. 액막이 때문에 결혼시킨 거라는 걸요.”그러고는 강루인을 보면서 차갑고 매정한 말투로 말했다.“액막이하려고 돈 주고 사 온 사람이라면 제 사람이에요. 이혼은 루인이는 물론이고 가족들한테도 결정권이 없어요.”강루인은 주영도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마주했다. 그에게 그녀는 단지 돈으로 산 물건에 불과했고 선택권은 없었다.김옥순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 듯했다.“영도야.”“제가 틀린 말 했나요, 할머니?”주세웅이 미간을 찌푸렸다.“할머니한테 무슨 태도야, 그게?”“다들 지금 제 가정을 박살 내려고 하는데 화 좀 내면 안 돼요? 남들은 이혼 얘기를 함부로 꺼내서는 안 된다면서 이혼을 극구 말리던데 왜 우리 가족들은 이혼시키지 못해서 안달인 건데요?”주세웅이 말했다.“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아직도 모르겠어?”주영도는 그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몰랐다.“제가 뭘 잘못했는데요? 바람을 피우기라도 했어요? 전 조용히 잘 살고 싶었다고요.”강루인은 주영도가 얼마나 뻔뻔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느꼈다. 뻔뻔한 인간은 정말 끝까지 뻔뻔했다.사람은 가끔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이 터지게 된다. 강루인이 지금 딱 그런 상황이다.“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어?”강루인이 피식 웃었다.“영도 씨가 말한 잘 살고 싶었다는 게 아정 씨가 더는 여론의 뭇매를 맞지 않도록 외딴 섬에 보내고 장인어른을 감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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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영상 속 사람은 주씨 가문의 추악한 비밀을 세상에 폭로하려고 강루인이 찾았던 기자였다.주영도의 사람들이 기자를 찾아가 카메라를 부쉈고 팔까지 부러뜨렸다. 그리고 피가 흘러 옷이 다 뻘겋게 물들었다.강루인은 악마를 쳐다보듯 주영도를 봤고 많이 놀랐는지 얼굴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그런데 주영도는 태연하기만 했다. 그가 한 일이 아닌 것처럼 느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참 문제야. 우리 집안일인데 외부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어떡해? 우리끼리 해결해야지.”그 말에 강루인은 온몸에 한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주영도가 마음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 계산적인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잔혹함이 이토록 적나라하게 드러난 걸 눈앞에서 목격하니 저도 모르게 겁이 덜컥 났다.‘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잔인한 사람이었어.’주영도는 주세웅을 보며 덤덤하게 말했다.“밖의 기자들은 제가 전부 다 정리했어요. 할아버지께서 걱정하시는 일들도 이미 사람을 시켜서 처리해뒀으니 앞으로 아무도 우리 주씨 가문과 맞서지 못할 겁니다.”마지막 한마디를 주세웅에게 하긴 했지만 사실은 강루인에게 한 말이었다.그녀가 가진 패가 이젠 휴짓조각이 됐고 이 판의 판돈도 그가 쥐고 있다는 뜻이었다.강루인의 안색이 핏기없이 창백해졌다.주세웅에게 거짓말하지 않았고 확실히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주세웅의 속내를 꿰뚫어 보긴 했지만 주영도의 잔혹함과 결단력까진 계산하지 못했다.주영도를 쳐다보는 주세웅의 눈빛에 감탄과 함께 동시에 씁쓸함도 담겨 있었다.‘능력만큼은 계속 안정적으로 발전하는데 결혼은 왜 이 모양이야? 아무리 어려운 회삿일도 완벽하게 처리하면서 와이프 하나 달래지 못하다니. 역시 완벽한 사람이 없어.’강루인은 마지막 희망을 담아 주세웅을 보면서 다급하게 말했다.“할아버지, 방금 저 이혼시켜주시겠다고 하셨잖아요.”주세웅은 강루인과 주영도를 번갈아 봤다가 시선을 거두었다.“나도 이젠 나이를 먹었으니 너희들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결해. 영도야,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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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강루인은 온 힘을 다해 그 한 방을 날렸다.주영도의 볼이 눈에 띄게 빨개졌고 얼얼해진 볼을 혀로 만져봤다. 고개를 돌렸는데 뜻밖에도 화난 기색이 없이 차분하게 물었다.“이제 좀 시원해?”강루인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주영도를 노려봤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 꽉 쥐고 있던 손가락을 펴준 다음 붉어진 손바닥을 내려다봤다.“이렇게까지 세게 때릴 필요는 없잖아. 안 아파?”주영도의 가식적인 걱정에 강루인은 소름이 돋아 손을 확 뿌리치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영도 씨 참 역겨운 사람인 거 알아?”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녀의 인생을 제멋대로 휘두르고 통제하려는 것뿐인데.마치 어떤 지배자들이 아래 계층의 사람들이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쳐도 결국 헛수고에 그치는 꼴을 즐기듯이 말이다.주영도는 강루인이 이성을 잃어가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다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외부 지원을 부른 건 반칙이야.”‘영도 씨가 권력으로 남을 누르는 건 괜찮고 내가 이득을 취하려고 방법을 쓰는 건 안 된다는 말이야?’주영도가 이어 말했다.“넌 아직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어. 난 할아버지 할머니와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이야.”강루인의 눈빛에 허탈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말이 맞았다. 몇 년간 쌓인 정이 있으니 그들이 이번 한 번쯤은 그녀 편을 들어줄 거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남일 뿐인데.강루인은 날카로운 말로 그의 한계에 도전했다.“영도 씨는 오래전에 죽은 전 여친을 너무 사랑해서 그 여자가 남긴 심장까지 사랑하고 있잖아. 그런데 나랑 아이를 낳겠다고? 이러다 죽은 전 여친이 벌떡 일어나겠어.”주영도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감정이 스쳤으나 강루인이 예상했던 분노는 터지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하게 말했다.“연정이는 착한 사람이었어. 내가 잘 살길 바랄 거야.”전 여자 친구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들은 강루인은 문득 그가 취했던 어느 날 밤에 강루인을 껴안고 ‘정아’라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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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화들짝 놀란 노윤환은 황급히 시선을 거두면서 가림막을 올렸다. 더는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주영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날 때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게다가 이건 두 번째 따귀였다.강루인은 그를 무시하고 고개를 돌려 유리창 밖을 내다봤다.다른 사람이 냉랭하게 구는 걸 싫어했던 주영도는 그녀의 허리를 잡아 그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그러고는 그녀의 허리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내일 동운이 생일이야. 너도 같이 가자.”강루인이 말없이 저항하자 주영도는 허리를 꼬집었다.“대답해.”“안 가.”“예전에는 이런 자리에 가는 걸 좋아했잖아.”사실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었다. 예전에 갔던 건 단지 그의 취향을 더 잘 알고 친구들에게 잘 보여 그들의 세상, 그의 마음에 들어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강루인은 여전히 같은 말만 반복했다.“안 가.”그러나 그녀의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기에 주영도가 대신 결정해버렸다.“내일 저녁 7시야. 같이 가.”선샤인 빌리지.강루인이 돌아온 걸 본 진경자는 매우 기뻐했다.“사모님.”진경자에게 차마 차갑게 대할 수 없어 강루인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진경자는 무척이나 기뻤지만 거실에 앉아 있는 박정금 생각에 얼굴에 나타났던 웃음이 저도 모르게 조금 어색해졌다.“대표님, 큰 사모님께서 오셨어요.”게다가 ‘좋은 것들’도 많이 가져왔다.“네.”주영도가 짧게 대답했다. 강루인은 곧 전 시어머니가 될 사람에게 인사할 기분이 아니었다.그때 박정금도 소리를 듣고 거실에서 나왔다.“영도야, 엄마가 너한테 어울리는 집안의 딸들을 몇 명 골라봤는데...”그러다가 강루인을 본 순간 미소가 싹 사라지더니 콧방귀를 뀌었다.“무슨 낯짝으로 집에 들어와?”강루인은 예전처럼 아부하지 않고 덤덤하면서도 날카로운 말로 받아쳤다.“뻔뻔한 건 어머님 아들이죠. 절 강제로 끌고 왔거든요.”동시에 시선이 박정금이 들고 있는 사진에 향했다. 모두 젊은 여자들의 사진이었다.강루인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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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잠긴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도 강루인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주영도가 그녀에게 약을 내밀었다.“등에 난 상처에 약 갈아야 해.”강루인의 얼굴에 더는 주영도를 향한 걱정이 없었고 목소리가 싸늘하기만 했다.“나랑 무슨 상관이지?”“네가 언론에 가짜 외도 정보를 흘리지 않았다면 할아버지가 나한테 손을 댈 일도 없었어.”강루인은 씩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영도 씨가 외도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외도하고 싶은 상대가 이 세상에 없어서겠지.”이 말을 하고는 이내 다시 말을 고쳤다.“아니다. 그 여자가 살아있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도 않았을 거야. 영도 씨가 의식을 되찾은 순간 망설임 없이 나랑 이혼했을 테니까.”주영도는 흠칫 놀랐다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넌 그냥 지금이든 앞으로든 영원히 내 아내라는 사실만 명심하면 돼.”찰나의 순간 그의 눈빛에 스친 감정을 강루인은 놓치지 않았다.‘내 말이 맞았나 보네. 전 여친의 운이 나빴다고 할지, 내 운이 좋았다고 할지... 이토록 지독한 순정파를 만났으니 말이야.’강루인이 말했다.“영도 씨가 베풀어주는 동정 따위 필요 없어. 당신 아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한테 되라고 해. 난 관심 없어.”주영도는 그녀가 아무리 비아냥거려도 개의치 않고 약을 억지로 그녀의 손에 쥐여준 뒤 옷을 벗어 붕대를 감은 등을 드러냈다.강루인이 약을 던지려던 그 순간 주영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약 발라주지 않으면 네 아버지가 다치는 수가 있어.”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들어 올린 손이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고 숨이 멎는 듯했다. 약을 어찌나 꽉 쥐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다 새하얘졌다.한편 주영도는 상의를 벗은 채 침대에 앉아 있었다.강루인이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언제쯤 아버지를 풀어줄 건데?”주영도가 입을 열었다.“먼저 와서 약부터 발라.”그녀는 약을 쥔 채 어금니를 꽉 물었다가 마지못해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남자의 손끝과 여자의 손끝이 확연하게 달랐다. 의사가 발라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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