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211 - Chapter 220

281 Chapters

제211화

구아정은 주영도의 품에 안겨 울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눈물이었다.“오빠, 루인 언니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우리 엄마 아빠도 날 때린 적이 없는데... 흑흑...”주영도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정이한테 사과해.”강루인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쾌감을 억누르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사람을 때렸으면 당연히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야?”“맞을 만 하니까 때렸지.”“너...”주영도는 그녀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사과할 수는 있어. 그런데 조건이 있어. 이혼해주면 사과할게.”그 말에 구아정이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곁눈질로 주영도를 살폈다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 걸 보고는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언니, 적당히 해요. 이혼이라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내뱉을 수 있어요? 영도 오빠의 마음이 어떨지, 주씨 가문의 체면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어요?”그녀의 위선적인 모습에 강루인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역시 연기 하나는 나보다 훨씬 잘한다니까.’구아정은 이내 이해심 많은 동생인 것처럼 말했다.“오빠도 언니를 너무 난처하게 하지 마. 기분이 안 좋아서 날 때렸을 수도 있잖아.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주영도의 시선이 강루인에게 향했다. 구아정의 절반만큼이라도 이해심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눈빛이었다.그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린 강루인은 마음이 식어버렸고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예전에 보여줬던 상냥하고 조신한 모습은 이젠 온데간데없었다.“어디서 자꾸 여우 우는 소리가 나지?”그때 함지율이 나타나더니 여전사처럼 강루인의 곁에 서서 힘이 되어주었다.구아정의 볼에 난 따귀 자국을 본 함지율이 말했다.“얼굴을 때리면 어떡해? 입을 찢어버렸어야지. 말을 못 하게.”그러자 구아정이 겁먹은 듯 주영도의 뒤로 숨어버렸다.함지율을 노려보는 주영도의 눈빛이 싸늘하기만 했다.강루인 역시 그녀에게 맞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다음부터는 그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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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가끔 함께 서 있기만 해도 상대와 맞는지 맞지 않는지 느껴질 때가 있다. 함지율은 처음부터 원효정에 대한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구아정이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리가 있겠어?’구아정의 얼굴에 난 손자국을 본 원효정이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아정아, 누가 널 이렇게 때렸어? 강루인 씨가 때렸어요?”함지율이 한마디 툭 던졌다.“저건 또 어디서 튀어나왔대? 깝죽거리는 꼴 하고는.”원효정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누구한테 깝죽거린다는 거야?”“너 말고 더 있겠어?”원효정이 손가락질하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다시 말해봐.”‘그게 소원이라면 마음씨 착한 내가 들어줘야지.’“깝죽거리지 마. 눈에 거슬리니까.”“너... 너...”원효정은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울음을 터뜨렸다.“절대 가만 안 둘 거야.”함지율과 강루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이상하게 흘러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두 사람은 서로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았다.‘저 여자 머리가 좀 이상한 거 아니야? 내가 뭘 어쨌다고 울어?’‘좀 이상한 것 같긴 해.’예전부터 원효정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싸움 실력이 강루인보다도 형편없었다. 함지율이 아직 제대로 싸우지도 않았는데 벌써 눈물을 보이다니. 멘탈이 약해도 너무 약했다.원효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억울함을 토로했다.“나한테 사과해. 흑흑...”함지율이 피식 웃었다. 진심으로 어이가 없어서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어디서 이런 황당한 인간이 튀어나왔어? 별일을 다 보겠네.’강루인 역시 원효정이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다.“웃어? 지금 날 비웃는 거야?”원효정이 울음을 터뜨린 바람에 구아정이 울음을 멈췄다. 함께 맞장구를 쳐야 할지, 아니면 가만히 있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구아정은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조차 몰랐다.먼 친척 오빠인 주영도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예상치 못했다.그때 작업실에서 나온 차성열이 원효정의 의지할 구석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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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함지율은 일부러 주영도를 약 올리려는 듯 흘끗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했다.“루인아, 이제 이혼하면 진짜 남자가 뭔지 경험하게 해줄게.”주영도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워지더니 눈도 깜빡이지 않고 강루인을 빤히 쳐다봤다.“이리 와. 집에 가자.”함지율이 강루인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자, 루인아.”주영도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강루인!”강루인이 발걸음을 멈추긴 했으나 뒤돌아보지는 않았다.주영도가 그녀를 잡으러 다가가던 그때 구아정은 그의 눈에서 소유욕이 번뜩이는 걸 보았다. 눈빛이 흔들리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주영도의 손을 잡았다.“오빠, 나 심장이 아파...”그 말에 주영도가 걸음을 멈췄다. 구아정의 안색이 창백한 걸 보고는 더는 쫓아가지 않았다.“병원에 데려다줄게.”강루인의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지어졌고 함지율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침을 뱉었다.‘퉤! 빌어먹을 연놈들.’차에 탄 후 함지율이 물었다.“이혼하겠다고 했던 건 어떻게 됐어?”강루인이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앞을 응시하며 말했다.“그 사람이 바람을 피운 증거가 있어.”“공개하려고?”그녀가 솔직하게 답했다.“그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그 전제는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저녁, 주영도가 다시 강루인의 집으로 왔다.강루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끈질기게 문을 두드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참다못한 이웃이 문을 열고 나왔다.“다들 쉬는데 한밤중에 그렇게 문을 두드리면 어떡해요?”주영도가 점잖게 말했다.“제 와이프가 듣지 못한 것 같아서요.”“부부싸움 하겠으면 집에서나 해요. 다른 사람들 쉬는 데 방해하지 말고.”강루인은 집 안에서 주영도를 욕했다.‘어쩜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계속 이곳에서 살아야 했기에 이웃들과 사이가 틀어져서는 절대 안 되었다. 하여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줬다.현관.강루인은 문 앞을 막아선 채 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그의 옆에 놓인 캐리어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대체 뭐 하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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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얘기를 아무리 나눠도 결국에는 제자리걸음이었다.강루인이 말했다.“나한테 영도 씨랑 아정 씨가 같이 호텔에 간 사진이 있어. 주씨 가문에 영향을 미쳐도 상관없다면 계속 그렇게 질질 끌어봐, 어디.”주영도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덤덤하게 쳐다보기만 했다.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강루인이 속으로 비웃었다.‘나한테 증거가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강루인은 즉시 휴대폰을 뒤져 그와 구아정이 찍은 사진을 들이밀었다.시선이 휴대폰 화면에 닿은 순간 여태 태연했던 주영도의 표정이 마침내 흔들렸고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도 있어.”강루인의 눈에 고통이 어렸다. 이건 그녀가 이것들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었다.“진실성은 의심할 필요 없어. 왜냐하면 영도 씨의 착한 여동생인 구아정 씨가 직접 보낸 거니까.”그들이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낼 때마다 구아정은 그녀에게 자랑했다.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가 무감각해지기까지,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강루인만 알 것이다.“이혼해주지 않으면 이걸 언론에 폭로할 거야.”기업이 클수록 명예를 중요시했다. 주영도는 무서울 게 없을지 몰라도 주세웅은 아니었다.만약 이 일로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면 주영도가 꼭 이혼해줄 거라고 생각했다.설령 주영도가 거절한다고 해도 박정금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주영도가 말했다.“이거 전부 가짜야. 아정이랑 이런 짓을 한 적이 없어.”그가 계속 거짓말하자 강루인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사진을 전문가한테 맡겨서 물어봤는데 합성이 아니래. 내가 이걸 폭로하면 주씨 가문의 이미지가 나빠지는 건 물론이고 구아정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거야.”주영도가 휴대폰을 빼앗아가더니 사진을 전부 삭제해버렸다. 강루인은 막지 않았다.‘구아정이 비난받을까 봐 그렇게 걱정돼?’강루인이 피식 비웃었다.“삭제해도 소용없어. 백업 본이 많아.”그때 바깥의 날씨가 강루인의 심정을 대변하듯 갑자기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이면서 폭우가 쏟아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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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주영도의 눈빛이 어찌나 다급하고 위험한지 구아정을 해칠 수 있다고 더 말했다간 강루인이 먼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구아정의 전화에 주영도의 표정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오빠, 천둥소리가 커서 너무 무서워... 으악...”비명과 함께 천둥소리가 울렸다.주영도가 구아정을 달랬다.“무서워하지 마. 지금 바로 갈게.”그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강루인의 집을 나섰다.그 모습에 강루인은 자신을 비웃었다.‘역시 구아정의 말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니까.’강루인은 주영도가 두고 간 캐리어를 가차 없이 집 밖으로 던져버렸다.주영도는 빗속을 뚫고 구아정네 아파트로 향했다. 차에서 내린 후 곧장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집으로 올라갔다.문이 열리자마자 구아정이 주영도의 품에 와락 안겼다.“흑흑... 오빠, 너무 무서워.”주영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히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자 구아정이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그는 맞은편에 앉아 구아정을 가만히 쳐다봤다. 그의 시선에 불편해진 구아정이 물었다.“오빠, 왜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 묻었어?”주영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강루인 말이야, 어떻게 생각해?”구아정은 멈칫했다가 이내 대답했다.“루인 언니? 참 좋은 사람이지.”그녀와 잡담을 나누듯 주영도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그가 질문을 건넨 순간 구아정의 표정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루인이한테 보낸 침대 사진들 언제 찍은 거야?”그 말에 구아정의 눈빛이 급격하게 흔들렸고 얼굴에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주영도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루인이 말이 사실인가 보네.’구아정이 컵을 꽉 움켜쥐었다. 변명거리를 찾기도 전에 주영도가 계속 말했다.“내가 왜 널 챙겨주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그녀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알아. 난 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그랬어. 오빠랑 언니 사이가 얼마나 좋았는데. 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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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오빠, 정말 우리 언니를 잊었어? 두 사람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데...”구아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영도가 말을 가로챘다.“네 언니 이젠 이 세상에 없어. 살아있는 사람은 앞을 보면서 나아가야지.”차마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목구멍에 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감정을 다잡고 억지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다시는 그런 바보 같은 짓 안 할게.”그러고는 현명한 모습을 자랑하듯 한마디 덧붙였다.“루인 언니한테 사과할까? 전부 다 가짜라고 설명할게.”주영도가 말했다.“이번 일은 네가 좀 심했어. 가서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아.”구아정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저 형식적으로 던진 말이었고 주영도가 예전처럼 그냥 넘어가 줄 거라 생각했다.“알았어. 내일 가서 사과하면서 제대로 설명할게. 시간도 늦었고 비도 오니까 여기서 자고 가. 게스트룸 치워줄게.”주영도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단칼에 거절했다.“괜찮아. 여기서 자고 갈 생각 없어.”그러고는 구아정을 내려다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앞으로는 네 몸이나 잘 챙겨. 연정이의 마음을 저버리지 말고.”구아정이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오빠. 내가 알아서 잘 챙길게.”주영도가 떠난 후 구아정은 더는 웃음을 유지하지 못했다. 티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들을 바닥에 전부 엎어버렸다.‘강루인이 뭔데? 무슨 자격으로 영도 오빠를 독차지해? 오빠는 내 거야. 우리 언니 대신 평생 오빠를 지켜줄 거라고!’...강루인은 주영도가 구아정을 데리고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커피숍, 세 사람이 한 테이블에 둘러앉았다.구아정은 강루인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진심 어린 태도로 말했다.“언니, 다 내 잘못이에요. 영도 오빠랑은 아무 일도 없었고 오빠는 언니를 배신하지 않았어요. 내가 질투심 때문에 일부러 그런 사진들을 보내서 언니를 화나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오빠한테 화내지 말아요. 아직 화가 안 풀렸다면 어제처럼 날 때려요.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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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주영도는 늘 순종적이고 착한 구아정이 순간적인 충동으로 실수한 거로 생각했지만 강루인의 생각은 달랐다. 같은 여자로서 서로의 속마음을 가장 잘 꿰뚫어 봤다.주영도가 구아정을 좋아하는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구아정이 그를 좋아하는 건 누가 봐도 사실이었다.구아정에게 대체 뭐라 했기에 직접 사과하러 왔는지 강루인은 알지 못했다.주영도의 눈빛이 어둡기 그지없었다.“내가 뭐 진열대에 놓인 상품이야?”물건을 고르듯 하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아정아, 너 먼저 돌아가.”구아정은 내키지 않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순순히 따랐다.주영도가 말했다.“네가 말했던 그 증거들 이젠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그건 언론이 알아서 판단할 거야.”사진이 진짜라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밀어붙인다면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주영도의 얼굴이 굳어졌다.“난 널 배신하지 않았어. 우린 예전처럼 살면 돼. 아정이 존재를 무시하면 되는데 왜 굳이 이혼하겠다는 거야?”강루인은 대답 대신 질문을 건넸다.“앞으로 아정 씨랑 연락 안 할 자신 있어?”주영도는 침묵을 택했다. 무언의 대답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강루인의 얼굴에 조롱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본인도 그럴 자신이 없으면서 내가 왜 영도 씨 말을 들어야 하는데?”그의 시선이 그녀에게 고정되었다.“루인이 너 예전엔 이러지 않았잖아.”“영도 씨 말대로 그건 예전이야. 사람은 언젠가 변하기 마련이라고. 게다가 영도 씨 예전에는 목숨이 위험한 날 버리고 그 여자한테 간 적이 없었어.”주영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잘못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그런 일 다시는 없을 거야. 그동안 미안한 거 다 보상해줄게.”“보상해주고 싶다면 내가 원하는 걸 들어줘.”주영도가 단칼에 거절했다.“그 생각은 접어둬. 절대 안 돼.”“왜?”‘대체 왜 이혼 안 해주는 건데?’“넌 내 아내야. 우리 집에 시집온 이상 널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어.”책임이라는 단어가 강루인에게는 그저 웃음거리에 불과했다.그의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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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그런데 내가 뒤에서 무슨 짓을 꾸미는지 뻔히 알면서도 오빠가 날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구아정의 얼굴에 악독한 표정이 떠올랐다.사실 강루인도 궁금하긴 했다.그녀가 알기로 주영도는 그를 해치려고 계략을 꾸미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구아정의 행동은 그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구아정이 가슴팍을 만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 심장 때문이야. 나 심장 이식 수술했다는 건 알고 있지? 이 심장이 누구 건지 알아?”강루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오르자마자 구아정이 그 추측을 확인시켜줬다.“우리 언니 거야. 영도 오빠는 널 좋아하지 않아. 우리 언니를 사랑하고 있지. 언니가 세상을 떠나서 이 세상에 남겨진 언니의 마지막 심장을 지켜주려고 그러는 거라고.”구아정이 가슴에 손을 얹고 말을 이었다.“내 심장이 뛰는 한 너랑 나 사이에서 오빠는 항상 날 선택할 거야.”강루인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는데도 안색이 핏기없이 창백해졌다.구아정은 그 모습을 아주 만족스럽게 지켜봤다.‘나만 당할 수는 없지.’강루인은 그제야 지금까지 죽은 사람과 다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구아정이 입꼬리를 올리며 악랄하게 말했다.“그리고 오빠가 왜 너한테 보석을 자주 선물하는지 알아?”그녀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주먹을 꽉 쥐고 온몸이 굳은 채 소리를 질렀다.“그만해!”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을 구아정이 아니었다.“우리 언니가 보석을 좋아했거든. 죽기 전에 보석 디자이너였어. 영도 오빠가 나한테 이런 얘기를 했었어. 언니가 디자인한 보석이 얼마나 훌륭한지 세상 사람들이 알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니는 운이 없었어. 그리고 그 자리를 네가 가로챘지. 영도 오빠가 너한테 선물한 보석 중에 우리 언니가 살아생전에 만든 유작이 있다는 걸 알아? 네가 아주 좋은 모델이라고 영도 오빠가 그랬어.”강루인은 온몸의 피가 다 빠져나간 듯 얼굴에 핏기 한 점 없었다.그 순간 자신이 너무나 보잘것없고 가소로운 존재처럼 느껴졌다. 과거 주영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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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연정아, 아정이가 나한테 네가 죽었다고 했어. 난 믿을 수 없어. 거짓말이야, 이건...][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널 잃어버렸어...][나 결혼했어. 좋아하지 않는 여자랑.][예전에 우리 아이 둘을 낳자고 했었잖아. 네가 이루지 못한 꿈 내가 대신 이뤄줄게.]강루인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너무 보고 싶어...]강루인은 더 이상 읽을 수가 없어 일기장을 덮어버렸다.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렸고 커다란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져 순식간에 카펫 속으로 스며들었다.소리 없이 울던 그녀는 다시 바닥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 안의 모든 것이 세심하게 꾸며져 있는 것만 봐도 주영도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문득 선샤인 빌리지가 떠올랐다. 말이 신혼집이지 사실은 그녀 혼자만의 희망찬 꿈이 담긴 집이었다. 주영도에게는 그저 장기 투숙하는 호텔에 불과했다.선샤인 빌리지를 꾸밀 때 강루인은 주영도에게 원하는 요구가 있냐고 물었었다. 그때 주영도는 편안하기만 하면 된다고 했었다.이 얼마나 단순한 요구인가?그에게 생각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들의 신혼집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것뿐이었다.주영도가 직접 일기장에 적지 않았던가. 강루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주선 그룹.노윤환이 회의실로 뛰어 들어오더니 주영도의 귓가에 속삭였다.“대표님, 명서동 집에 불이 났어요.”주영도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곧장 밖으로 달려나갔다.조급해하는 그의 모습에 구아정의 두 눈에 어두운 빛이 스치더니 이내 따라나섰다.불길이 아주 거셌다. 주영도가 도착했을 때 집이 벌써 절반가량 타버렸다. 안에 있는 물건들이 타버릴까 봐 주영도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뛰어들려 했다.노윤환이 그 모습을 보고 그를 잡아끌었다.“대표님, 소방관들이 불을 끄고 있어요. 제발 진정하세요.”불길이 너무 세서 안으로 들어가면 죽을 수도 있었다.주영도가 노윤환을 뿌리치려 했다.“이거 놔.”노윤환이 끈질기게 붙잡았고 관리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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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노윤환은 목이 졸려 질식하기 일보 직전인 강루인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주영도가 이성을 잃고 사람이라도 죽일까 봐 두려웠다.“대표님, 그 손 놓으세요. 사모님 숨을 못 쉬어요.”노윤환은 얻어맞을 각오까지 하고 끼어들었다.주영도는 쓰레기 버리듯 강루인을 던져버렸다. 그 순간 강루인은 줄이 끊어진 연처럼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정말 보기만 해도 너무 아플 것 같았다.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심하게 기침했고 목이 새빨개졌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이곳을 알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그러고는 구아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에 구아정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강루인이 이어 말했다.“영도 씨 착한 동생이 알려줬어. 아정 씨가 아니었더라면 영도 씨한테 이런 비밀스러운 곳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을 거고 찾아오지도 못했을 거야.”그녀는 다시 고맙다는 표정으로 구아정을 쳐다봤다.“알려줘서 고마워요, 아정 씨.”구아정의 속셈을 그녀는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녀를 이용하여 눈엣가시를 제거하려 했다. 강루인이 대신 없애주긴 했지만 혼자 책임질 생각은 없었다.주영도의 눈빛이 섬뜩할 정도로 어두웠다. 구아정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면서 연신 고개를 저었다.“오빠, 언니 말 듣지 마. 내가 알려준 거 아니야. 이곳이 오빠한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아는데 왜 루인 언니한테 알려주겠어? 다 거짓말이야. 오빠를 미행해서 여기까지 찾아온 게 분명해.”강루인은 눈앞의 광경을 보며 피식 웃었다.‘계속 그렇게 서로를 물고 뜯도록 해.’그녀 혼자만 괴로울 수 없었다. 그들도 함께 고통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자욱한 연기에 목구멍이 타는 듯하여 또 한바탕 기침했다.거대한 불길이 마침내 진압되었고 별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렸다. 눈앞의 광경에 주영도는 이를 악물었다. 그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지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강루인은 주영도가 슬퍼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현장을 정리하는 동안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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