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251 - Chapter 260

278 Chapters

제251화

크라운 호텔.차성열은 방에서 설은희를 기다렸다.원래는 공항으로 마중을 가려던 참이었는데 가는 길에 호텔에서 기다리라는 설은희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별다른 의심 없이 곧장 호텔로 향했다.호텔 룸.차성열이 말했다.“엄마, 안북에는 갑자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이곳의 기후가 익숙지 않아 안북에 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설은희가 차성열을 흘겨봤다.“아들이 보고 싶은데 아들은 엄마 보러 집에 오지도 않고. 난들 별수가 있겠어?”차성열이 그녀의 어깨를 잡고 소파에 앉히고는 마사지해주면서 말했다.“일이 바빠서 그랬어요. 좀 한가해지면 엄마 아빠 뵈러 갈게요.”“퍽이나 그러겠다.”“아 참, 엄마. 아빠 출장 가셨어요? 전화기가 꺼져 있던데.”“네 아빠는 찾지도 마. 널 도와주기로 한 그 일, 해결해주지 못할 테니까.”그 말에 차성열이 흠칫했다. 뭔가 생각난 듯 소파 뒤를 돌아 설은희의 앞에 앉았다.“정말 저 보러 안북에 오신 거 맞아요?”설은희는 그를 보며 말없이 웃었다. 차성열이 이어 말했다.“혹시 주영도가 아빠를 찾아갔어요?”“너도 그리 어리석은 녀석은 아니구나.”확답을 얻은 순간 차성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엄마...”그가 말하려던 그때 설은희가 말을 가로챘다.“강루인 씨는 주씨 가문의 며느리야. 부부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든 외부인인 네가 끼어들어선 안 돼”“두 사람 곧 이혼해요.”설은희는 그를 차분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성열아, 지금 널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알아? 남의 가정을 망친 제삼자 같아.”“전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강루인 씨를 좋아하잖아.”차성열이 아무 말이 없자 설은희가 이어 말했다.“솔직하게 얘기할게. 루인 씨가 이혼하든 안 하든 너랑은 절대 안 돼. 나랑 네 아빠가 허락하지 않을 거거든.”“루인이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야.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 잘 알아. 안 그러면 너도 좋아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왜 어울리지 않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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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설은희가 이렇게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는데 강루인이 알아듣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진작 모든 걸 알고 있었던 주영도는 그녀가 날뛰는 모습을 뒤에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다.그녀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짓밟히고 사람들에게 모욕당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던 것일까?강루인은 처음으로 주영도에게 증오심이 생겼다. 시선을 거두고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런데 몇 걸음 옮기자마자 주영도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강루인은 손을 돌려 그의 뺨을 후려쳤다. 찰진 따귀 소리가 짝하고 주변에 울려 퍼졌다.강루인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이를 악물고 말했다.“영도 씨는 인간도 아니야.”주영도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난 분명 너한테 기회를 줬어. 네가 잡지 못한 거지.”어젯밤 주영도가 떠보던 모습이 떠오른 강루인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두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봤다.“잘 들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무조건 영도 씨랑 이혼할 거야.”강루인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또다시 주영도에게 붙잡혔다. 평정심을 잃은 강루인은 체면도 잊고 발길질까지 해댔다.“꺼져! 내 몸에 손대지 마.”두 사람의 실랑이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거렸다.남녀의 힘 차이가 큰 바람에 강루인은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지나가던 한 행인이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저기요, 도움이 필요하세요?”강루인이 얼굴이 빨개진 채로 소리쳤다.“경찰에 신고해주세요. 이 사람 인신매매범이에요.”행인이 정말로 휴대폰을 꺼내 신고하려던 찰나 주영도가 서늘한 눈빛으로 행인을 째려봤다. 그 눈빛에 행인이 움찔한 사이 주영도는 틈을 놓치지 않고 강루인을 어깨에 둘러메고는 차에 태운 다음 커피숍을 떠났다.뒷좌석, 강루인은 철장에 갇힌 짐승처럼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주영도는 그녀의 두 손을 단단히 잡고 덤덤하게 말했다.“네 할머니가 어떻게 되든 정말 아무렇지 않은 모양이구나?”그 말에 강루인이 멈칫하더니 잃었던 이성이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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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결국은 그냥 자업자득이었다.강루인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대체 어떻게 해야 이혼해줄 건데?”주영도가 답했다.“아이를 낳아줘.”그녀는 잠깐 말문이 막혔다가 입을 열었다.“영도 씨가 손가락만 까딱해도 나보다 똑똑하고 예쁜 여자들이 얼마든지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할 텐데.”“내가 좀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면이 있어.”그 말에 강루인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미련? 미련이 아니라 자기가 쥐고 흔들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거역하는 게 익숙지 않아서 그런 거겠지.”강루인이 무력해하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 보니 차성열의 전화였다.설은희의 당부가 떠올라 받을지 말지 고민했다. 그래도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다시 만나지 못할 수 있으니까.그런데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주영도가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차 밖으로 던져버렸다.“폰 돌려...”강루인이 다시 빼앗으려 했을 땐 이미 늦었다.“미쳤어?”그녀는 운전석의 노윤환에게 소리치며 차 문을 열려 했다.“차 세워요!”그녀의 명령을 들을 리 없었던 노윤환은 시종일관 모른 척했다.주영도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그 역시 할 말을 잃었다.여자를 살살 달래도 모자랄 판에 주영도는 계속 세게 몰아붙였다. 이러다가 정말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주영도는 강루인을 앞으로 끌어당긴 후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봤다.“뭐가 그렇게 급해? 그 사람 목소리를 못 들어서? 아니면 그 사람이 널 버릴까 봐 불안해서?”강루인의 호흡이 거칠어졌다.“영도 씨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차성열이 널 도와줄 거란 기대 따위 하지도 마. 안북은 차씨 가문의 구역이 아니고 차씨 가문에서도 차성열이 남의 부부 일에 끼어드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네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도와주겠어? 차성열은 낯가죽이 두꺼워서 체면을 잃어도 상관없겠지만 차씨 가문은 아니야.”그 말에 강루인의 얼굴이 핏기없이 창백해졌다.차성열의 낯가죽이 두껍다고 하긴 했지만 사실은 강루인을 욕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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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주영도가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고 입을 열었다.“출발해.”노윤환이 잠시 멈칫했다.“집으로 안 가십니까?”주영도가 흘겨본 순간 노윤환은 자신이 또 쓸데없는 소리를 했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는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차성열은 강루인과 연락이 닿지 않자 선샤인 빌리지로 찾아왔다.차 두 대가 도로에서 스쳐 지나갔다. 마침 창밖을 내다보던 주영도의 두 눈에 익숙한 옆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리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차 돌려.”흠칫 놀란 노윤환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어디로요?”주영도가 답했다.“집.”노윤환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장난하는 건 아니겠지?’하지만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교차로에서 차를 돌렸다.‘내가 한 말을 듣고 돌아가려는 거야?’...차성열은 차를 선샤인 빌리지 앞에 세운 다음 차에서 내려 문을 두드렸다.잠시 후 진경자가 문을 열러 나왔다. 전에 차성열을 본 적이 있었다.“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차성열이 물었다.“루인이 집에 있나요?”“사모님 안에 계세요.”그 말을 듣고서야 차성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대폰이 갑자기 꺼져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했었다.“죄송한데 루인이 좀 불러주시겠어요? 할 얘기가 있어서요.”“잠시만요.”진경자는 그를 집 안으로 들이지 않고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엔진 소리가 들린 후 한참이 지나도 주영도가 위층으로 올라오지 않은 걸 보고는 그가 떠났음을 확신했다.강루인은 침실 베란다의 의자에 앉아 먼 곳을 바라봤다. 지금 어찌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쓸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썼는데도 주영도를 떼어내지 못했다.그때 뒤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진경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모님, 차성열 씨가 오셨어요.”그 소리에 강루인의 두 눈이 파르르 떨렸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선배.”강루인의 표정이 평소처럼 차분했다.“미안해. 우리 엄마가 널 찾아올 줄은 몰랐어.”강루인이 웃으며 말했다.“미안하긴요. 오히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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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두 사람 모두 훈련을 받은 실력이었다. 그런데 주영도의 실력이 차성열보다 한 수 위였다.주먹이 몇 번 오가자 차성열이 금세 밀리기 시작했다. 주영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차성열의 입가에 피가 배어 나오는 걸 본 순간 강루인의 안색이 급변했다. 차성열이 주영도에게 맞고 있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었다.강루인이 노윤환에게 말했다.“성열 선배 일반 사람이 아니에요.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주씨 가문에도 좋을 게 없어요.”노윤환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주영도의 기세가 어찌나 맹렬한지 정말 죽을 때까지 때릴 기세였다.주영도가 사과하려고 다시 돌아온 줄 알았는데 싸우러 온 것일 줄이야.‘미쳐버리겠네, 정말.’강루인은 노윤환이 방심한 틈을 타 그를 밀치고 두 사람을 말리러 갔다.“그만해!”갑자기 뛰어든 강루인을 본 차성열이 재빨리 주먹을 거두었다.“조심해.”하지만 주영도는 뻗은 다리를 미처 거두지 못했다. 힘을 절반쯤 거두긴 했으나 그래도 강루인의 복부를 정확히 걷어차고 말았다.가녀린 그녀가 주영도의 킥을 감당할 리 없었다.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더니 배를 움켜쥐었다.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고 너무 아픈 나머지 경련 증상까지 보였다.차성열이 황급히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고 걱정스럽게 물었다.“괜찮아? 병원 가자.”그 모습에 주영도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차성열을 거칠게 떼어내고 강루인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그렇게 끼어들면 어떡해?”강루인은 고통에 식은땀을 흘렸고 말할 힘조차 없었다.주영도는 그녀를 안아 들고 차에 태운 다음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병원.검사 결과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고 찰과상 정도였다.괜찮다는 의사의 말에도 주영도의 안색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함께 따라온 차성열을 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꺼져!”두 사람 모두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었지만 초라한 기색은커녕 오히려 그들의 사나운 모습만 더욱 두드러졌다.차성열도 물러서지 않고 차갑게 되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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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강루인이 눈을 부릅뜨고 주영도를 노려봤다.“여기 있을 필요 없어. 아프면 가서 의사한테 진찰 좀 받아봐.”주영도는 그녀를 싸늘하게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차성열을 꽤 신경 쓰는구나.”강루인이 그의 손을 쳐냈다.“내가 영도 씨 인간관계에 간섭할 수 없는 것처럼 영도 씨도 내 인간관계에 간섭할 수 없어.”“너랑 난 달라.”그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했다.“넌 내가 돈 주고 사 온 아내야.”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강루인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주영도의 입에서 또다시 매정한 말이 흘러나왔다.“네 주제를 명확히 알아야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차성열이랑 거리를 두도록 해.”주영도가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날 거역하면 너한테 좋을 게 없어.”강루인이 이불 속에서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몸이 심하게 떨려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영도 씨 눈에 난 대체 뭐야?”‘함부로 짓밟고 던져버려도 되는 장난감이야? 난 그저 영도 씨랑 결혼했을 뿐이지, 영도 씨의 가족한테 해를 입히거나 그러지 않았어. 아무 원한도 없는데 왜 나한테 이토록 잔인한 건데?’주영도가 다정하게 이불을 덮어주었다.“내 법적 아내지.”강루인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독사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를 건드렸다는 것을. 주영도가 숨을 내뱉을 때마다 독을 품은 혀를 그녀에게 날름거리는 듯했고 언제든지 물어버릴 것 같았다.정적에 잠긴 병실에 날카로운 벨 소리가 울렸다. 주영도의 휴대폰이었다.강루인은 화면에 구아정의 이름이 뜬 걸 정확하게 봤다.주영도는 평소처럼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버린 다음 무음 모드로 돌렸다. 그러고는 상냥하게 말했다.“앞으로 네 앞에서는 아정이랑 연락하지 않을게.”강루인은 그의 쓸데없는 세심함이 가소롭게 느껴졌다.‘현실을 외면하고 자기 기만하면 나를 존중하는 거라고 생각하나? 그게 아닌데. 오히려 날 더 우스꽝스럽게 만든다고.’“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푹 쉬어.”주영도는 샤워를 마치고 강루인의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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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분명히 말해두는데 꿈 깨! 차성열의 어머니가 나한테까지 전화했어. 며느리 단속 좀 잘하라고.”박정금은 지금까지 이런 망신을 당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평소 얕잡아보던 며느리 때문에 당한 망신이라니.강루인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온몸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처음으로 입이 있어도 말을 못 한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깨달았다.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강루인 대신 해명했다.“루인이랑 차성열은 그냥 직장 동료예요.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라고요.”강루인은 앞을 막아서는 주영도를 쳐다봤다. 두 눈에 원망과 조롱이 섞여 있었다.‘이제 와서 날 위해 나서봤자 무슨 소용이야? 재미있어? 지금 내가 영도 씨 때문에 이런 모욕을 당하고 있다는 걸 몰라?”그녀는 그의 뒤에서 걸어 나와 박정금과 정면으로 마주 섰다. 과거 공손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오직 냉랭함만 감돌았다.“맞아요. 저 헤픈 여자예요. 그러니까 얼른 어머님 아들한테 이혼하라고 하세요. 안 그러면 제가 언제 다른 남자가 생겨서 영도 씨를 차버릴지 몰라요. 이 바닥 사람들이 영도 씨가 여자한테 차였다고 놀림당하는 건 바라지 않으시겠죠?”“강루인!”박정금과 주영도가 거의 동시에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주영도는 강루인의 팔을 잡고 뒤로 거칠게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무서운 눈빛으로 경고했다.“입 다물어.”강루인도 지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봤다.옆에 있던 박정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며느리가 그녀에게 대드는 것도 불쾌한데 막말까지 내뱉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너 미쳤어?”강루인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더 이상 참지 않고 모든 감정을 쏟아냈다.“네, 미쳤어요. 어머님 아들이 절 미치게 만들었어요. 이혼 안 해주면 하루도 편한 날이 없을 겁니다. 손주를 원한다고 했죠? 꿈도 꾸지 말아요. 이 집안의 대가 끊기게 만들어버릴 수도...”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주영도가 호통쳤다.“닥쳐!”주영도는 무서울 정도로 어두운 눈빛으로 강루인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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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아래층에 있던 박정금이 위층의 소란을 듣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내려오는 주영도를 보자마자 그의 손등에 새로 생긴 상처를 발견했다. 박정금의 두 눈에 불만이 가득했다.“쟤 평소에도 집에서 저래?”‘우리 영도를 잘 돌보라고 이 집에 들인 건데 저렇게 미쳐 날뛰면 어떡해? 지금 저 정신 상태라면 손주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나 있겠어?’주영도는 소파에 앉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눌렀다.“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어머니는 이만 돌아가세요.”박정금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이 말만 했다.“이혼해. 당장 이혼하라고.”수시로 망신을 주는 며느리를 원치 않았다.주영도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전 이혼 안 하니까 앞으로 그 얘기 다시는 꺼내지 마세요.”박정금이 미간을 찌푸렸다.“왜? 너 설마 루인이를 좋아해?”그 이유 말고는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주영도는 덤덤하게 이 한마디만 했다.“루인이가 내 아내로 어울려요.”“어울리는 여자가 널리고 널렸어. 너한테 어울리는 상대를 다시 골라줄게.”주영도가 덤덤하게 말했다.“몇 년씩 시간을 들이면서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고 적응할 여유가 없어요.”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새로운 사람과 맞춰나갈 심적 여유가 없었다.그 말에 박정금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계속 설득하려 했다.“다음에 만나는 여자는 네가 좋아하는 여자일 수도 있잖아.”“더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박정금이 말을 잇지 못했다.세상과 단절한 듯한 아들의 태도에 더 뭐라 했다간 자극받아 출가라도 할까 봐 겁이 났다.강루인과 이렇게 싸우는 게 두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박정금은 정말 너무나도 지쳤다.‘뭐야, 이게. 매일 싸우기만 해도. 이러고 어떻게 같이 살아?’“내가 네 고집을 꺾을 수는 없지만 우린 쟤처럼 집안 망신시키는 며느리를 계속 집에 둘 수 없어.”박정금은 설은희의 전화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렸다.“강루인이 밖에서 남자한테 꼬리 치는 것도 모자라 그 사실을 그 남자의 어머니까지 알게 됐어. 소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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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그 말에 강루인이 멈칫했다.“저 처음 와보는데요?”직원의 미소가 굳어지더니 당황해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매니저가 재빨리 상황을 수습했다.“죄송합니다. 새로 온 직원이라 사람을 잘못 봤어요.”강루인은 여전히 차분하기만 했다. 주영도가 이 식당에 자주 데리고 올 정도의 여자라면 구아정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주영도의 표정도 매우 덤덤했다.“메뉴판 여기 두고 다들 나가세요.”매니저는 알겠다고 대답한 후 직원과 함께 재빨리 나갔다.주영도가 메뉴판을 강루인의 앞에 내려놓았다.“먹고 싶은 게 있는지 봐봐.”강루인이 메뉴판을 넘기던 그때 주영도가 뭔가 생각난 듯 말을 꺼냈다.“아정이랑 같이 온 건...”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가로챘다.“밥 먹기 전에는 얘기하지 마. 밥맛 떨어지니까.”그 말에 주영도는 입을 다물었다.식사하는 내내 무음 모드라도 켜놓은 것처럼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분위기가 낯선 사람들끼리 식사하는 것보다 더 어색했다.식사를 마친 후 주영도가 계산하러 간 사이 강루인은 화장실에 들렀다. 볼일을 보고 나오는데 밖에서 종업원이 그녀에 대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주 대표님이랑 아까 그 여자 무슨 사이인 것 같아요?”강루인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문 앞에 서서 엿들었다.“커플?”“그건 아닌 것 같아요. 예전에 자주 오던 여자보다는 가까워 보이지 않았어요.”“아까 내가 음식을 가져다줄 때 보니까 모르는 사람끼리 합석이라도 한 것처럼 아무 말도 안 하더라고요. 예전에 같이 왔던 그 여자랑 훨씬 더 가까워 보여요. 그때는 말도 하고 웃으면서 음식까지 집어주던데. 대표님이 그 여자한테 게를 까주는 것까지 봤어요. 오늘 온 여자랑은 분위기가 완전 달라요.”“혹시 와이프랑 내연녀 아닐까요?”“그럼 누가 와이프고 누가 내연녀 같아요?”“당연히 오늘 온 여자가 와이프죠. 얼굴이나 분위기를 보면 꽤 잘 어울리던데. 산해진미만 먹다가 이젠 담백한 게 당기나 보죠.”“그럴 수도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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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주영도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더니 또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듯한 눈빛으로 강루인을 쳐다봤다.“우린 방금 밥만 먹었어.”강루인은 모든 감정을 감추려고 시선을 늘어뜨렸다. 그녀도 지금 이러는 자신이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주제도 모르고 영도 씨의 첫사랑이랑 비교하다니. 비교가 된다고 생각한 거야? 내가 뭔데?’두 사람은 식당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주영도는 선샤인 빌리지로 가지 않고 그녀가 일하는 작업실로 향했다.익숙한 작업실을 본 강루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해졌다.그는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이따금 두드리면서 느긋하게 말했다. 하지만 말투에는 강한 압박감이 실려 있었다.“가서 그만두겠다고 해.”그제야 주영도가 강루인을 이곳에 데려온 목적을 알아챘다. 두 눈에 굴욕감이 스쳤다.“싫어.”고개를 돌려 강루인을 쳐다보는 주영도의 표정은 차분했지만 말투는 매정하기 그지없었다.“결과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기꺼이 경험하게 해줄게.”강루인은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주먹을 꽉 쥐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만약 구연정이 싫다고 하면 억지로 강요할 거야?”주영도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가 이내 대답했다.“비교할 걸 비교해.”‘이 말은 내가 구연정이랑 비교될 자격조차 없다는 뜻이야?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강요하지 않는다는 뜻이야?’그녀는 더 이상 굴욕을 자초하지 않고 문을 열고 내렸다.작업실 직원들이 강루인을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이곳은 그녀의 두 번째 직장이자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웠던 곳이었다. 주선 그룹에 다닐 때의 스트레스도, 복잡한 암투도 없었고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강루인은 인사팀으로 가서 사직 의사를 밝혔다.담당자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왜 갑자기 그만두세요? 대표님은 아세요?”강루인은 차성열이 직접 데려온 사람이었다. 차성열에게서 그녀가 그만두려 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했다.“알고 있어요.”그 말에 담당자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해는 안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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