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Bab 451 - Bab 460

523 Bab

제451화

출혈로 창백해졌던 주영도의 얼굴에서 마지막 핏기마저 사라졌다. 주영도가 이를 악물고 눈을 감았다. 다시 떴을 때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고 핏발이 섰다.최지호가 주영도의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를 건넸다.이 상황에서 ‘아이는 다시 생길 수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들의 관계가 ‘다시’를 기약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했으니까.주영도가 이불을 젖히더니 최지호의 만류에도 강루인에게 가려 했다.함지율이 눈을 부릅뜨고 주영도를 노려봤다. 만약 살인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면 강루인이 손을 쓰기 전에 그녀가 먼저 손을 썼을지도 모른다.주영도가 침대에서 고요히 자고 있는 강루인을 바라봤다. 광기 어리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가슴이 오르내리지 않았더라면 죽은 건 아닌지 의심했을 것이다.그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강루인의 여윈 볼을 어루만지려 했다. 그런데 손이 닿기도 전에 함지율이 그의 손을 찰싹 쳐냈다.그러고는 주영도를 밀쳐내고 굶주린 늑대가 먹을 것을 지키듯 강루인의 앞을 막아선 채 이를 갈면서 죽일 듯이 노려봤다. 강루인의 분노와 절망을 대신 쏟아내는 듯했다.“손대지 마.”함지율이 원한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일이 터진 다음에 걱정하는 척해봤자 무슨 쓸모가 있어? 루인이가 당신을 필요로 했을 땐 어디에 있었는데?”주영도가 창백한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죄책감에 아무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함지율이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쳐다보며 비웃었다.“루인이가 차가운 영안실에서 할머니의 시신을 지킬 때 당신은 구아정 그년이랑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행복하게 점심을 먹었지.”주영도가 변명했다.“그런 거 아니에요.”행복하게 먹은 게 아니라 구아정과의 마지막 작별 인사라고 얘기하고 싶었다.그의 변명에 함지율이 코웃음을 쳤다.“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좋으면서 왜 계속 루인이한테 달라붙는 건데? 왜 자꾸 루인이 인생을 망가뜨리냔 말이야. 당신 때문에 루인이 인생이 다 망가졌다는 거 알아? 루인이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왜 놓아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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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둘이 평생 붙어서 살아. 서로 놓아주지 말고.’“꺼져! 루인이랑 이혼했으니까 이젠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또 몰아붙인다면 우리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함지율은 주영도를 병실 밖으로 내쫓고는 병실에 멍하니 서 있는 최지호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너도 나가.”이 상황에서 최지호도 함지율의 심기를 감히 건드릴 수 없어 꼬리를 내리고 물러났다.병실 문이 닫힌 뒤 상처투성이가 된 강루인을 보던 함지율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눈물을 닦아내고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병실 밖.주영도가 넋이 나간 얼굴로 서 있었다. 머릿속에 자궁 외 임신이라는 말만 계속 맴돌았다.그는 함지율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구아정과는 아무 사이도 아니고 좋아하지도 않으며 그저 옛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챙겨줬을 뿐이지, 뭘 하려 했던 게 아니라고 말이다.넋이 나간 주영도를 본 최지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저 자업자득일 뿐이었다. 지금 이 사태는 오롯이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최지호가 본론을 꺼냈다.“루인 씨 할머니의 죽음이 루인 씨한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될 거야. 구아정이 범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내 감으론 루인 씨가 아무 근거 없이 미친 듯이 날뛸 사람이 아니야.”구아정을 죽이려 했다는 건 무슨 짓을 하긴 했다는 뜻이었다.하지만 큰일 앞에서 절대 실수해선 안 되었다. 구아정이 강루인의 할머니를 납치한 범인이 맞든 아니든 반드시 잡아야 했다.최지호의 말에 주영도의 관심이 마침내 다른 곳으로 쏠렸다.구아정이 범인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아니라면 배후를 찾아낼 것이다. 이수희가 헛되이 죽게 둘 수는 없었다....사람은 죽으면 끝이다. 강루인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할머니를 편히 보내드려야 했다.장례식장.강루인이 상복을 입고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강씨 가문 사람들이 조문객을 맞느라 바삐 움직였다.“루인아.”머리 위에서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강루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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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주영도의 손등이 향불에 데고 말았다. 그런데 그 불이 손이 아니라 그의 심장을 태우는 것처럼 뜨겁고 쓰라렸다.주영도가 강루인을 보며 말했다.“그냥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싶었을 뿐이야.”요즘 야위어 더 커진 강루인의 눈이 까맣게 빛났다. 그녀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당신은 그럴 자격 없어.”강루인이 왜 이러는지 알 리가 없었던 강규덕이 호통쳤다.“강루인, 뭐 하는 거야? 비켜.”‘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데 시끄럽게 굴면 어떡해? 창피해서 원.’강규덕이 새 향을 꺼내 주영도에게 건네려 했다. 그런데 주영도가 받기도 전에 강루인이 향을 바닥으로 내던지고 그를 노려보았다.“꺼져!”강루인은 할머니가 조용히 떠나길 바랐다. 마지막 가는 길마저 소란스럽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주영도의 손등이 붉어진 걸 본 강규덕이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강루인, 미쳤어? 제발 인간답게 굴어. 네 할머니 장례식에서 이게 무슨 짓이야? 이러면 할머니가 편히 가실 수 있겠어?”‘사적인 자리라면 몰라도 사람들이 가득한 자리에서는 체면 좀 차릴 수 없는 거야? 네 체면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강씨 가문이 망신을 당하게 내버려 둘 순 없어.’양딸에 대한 강규덕의 불만이 점점 더 커졌다.강루인의 새까만 눈동자가 서늘하게 번뜩였다.“당신 어머니, 그러니까 우리 할머니가 저 사람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살인범이 할머니께 인사를 드린다고요? 할머니 편히 가시지 못하게 만들 작정이에요?”강규덕이 무슨 속셈인지 강루인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녀의 말에 강규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이수희의 죽음이 너무 큰 충격이라 강루인이 정신이 나간 건 아닌지 의심했다.“무슨 헛소리야, 그게?”‘영도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왜? 이유가 없는데.’강루인이 이어 말했다.“난 이미 주영도랑 이혼했어요. 그러니까 자기 것이 아닌 것에 미련을 갖지 말아요. 이 사람 지금 당신 어머니를 죽인 원수예요. 조금이라도 자존심이 있다면 비겁하게 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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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갑작스러운 소란에 강루인도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얼굴에 특별한 감정의 동요는 없었다.무릎 꿇고 있던 방석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가더니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입을 열자마자 거절의 뜻이 선명하게 묻어났다.“할아버지, 이만 돌아가 주세요. 할머니가 시끄러운 건 딱 질색하셔서요.”그 말에 강규덕의 얼굴이 다시 굳어졌다.‘이년은 꼭 나랑 맞서야 속이 후련한 거야? 손님을 모셔도 시원찮을 판에 내쫓아? 주씨 가문이 우리 가문에 가져다줄 부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몰라서 이래?’강루인은 강규덕의 생각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주영도든 주씨 가문 사람이든 그 누구도 할머니를 조문하러 오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들에게도 똑같이 분노를 터뜨렸다. 만약 그들이 주영도를 제대로 통제해서 강루인을 놔줬더라면 할머니는 구아정의 손에 죽지 않았을 것이다.체면을 중요시하는 주씨 가문 사람들이라 강루인이 내쫓자 더는 머물지 않았다. 남아서 미움을 살 이유가 없었다.강규덕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으나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루인이 이년은 역시 나랑 안 맞아.’강루인이 무례한 건 무례한 거고 강규덕마저 그럴 수는 없었다. 아주 예의 바르게 주씨 가문 사람들을 배웅했다.그들이 떠난 후 강루인에게 무시당한 주영도 역시 낙담한 채 자리를 떠났다.주씨 가문의 차가 아직 떠나지 않고 주영도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여름이라 옷이 얇아 주영도의 상처가 가려지지 않고 선명하게 보였다. 박정금이 붕대를 감은 그의 손을 보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어쩌다 다친 거야?”강루인이 칼을 휘두른 사건을 주영도가 덮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들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주영도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주세웅과 김옥순을 불렀다.차 안에 있던 주세웅이 그를 무심하게 쳐다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오늘 강루인이 보여준 증오심을 주세웅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주영도 때문에 궁지에 몰렸을 때도 증오하긴 했지만 절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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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일이 마무리되면 루인이한테 잘 설명하고 사과할 거예요.”주영도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주세웅이 어두운 눈으로 그를 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루인이한테 설명하는 게 아니라 너 자신한테 설명하는 거겠지.”주영도가 내놓을 조사 결과 따위는 강루인에게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었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결과가 어떻든 중요한 건 주영도의 선택과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스스로 깨닫는 것이었다.주세웅이 말을 이었다.“두 사람 이미 이혼했어. 그러니까 앞으론 루인이 그만 괴롭혀.”주영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세웅이 그의 상처와 핏기없는 얼굴을 훑어봤다.“난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을 한 번 겪어봤어.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주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그들 사이에 벌어진 폭동을 모를지 몰라도 주세웅은 다 알고 있었다. 칼에 찔려 병원까지 실려 갔는데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주세웅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건 강루인의 처지가 너무나 비참했기 때문이었다. 안 그러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주영도가 계속 입을 꾹 다물자 주세웅도 더는 이 주제를 꺼내지 않았다. 고집이 센 녀석이니 설득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직접 겪어봐야만 무엇이 옳은 길인지 깨달을 것이다.“갈 거야?”주영도가 답했다.“먼저 가세요.”주세웅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창문을 올린 뒤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고 했다.박정금도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차에 올랐다.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할 수 있는 것도, 할 말도 없었다.강루인의 유산이 그녀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다.손주가 한꺼번에 왔다가 한꺼번에 다 사라졌다.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이 비극적인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그저 손주 하나 보고 싶었을 뿐인데 그 소박한 바람조차 왜 이토록 이루기 어려울까?...강루인이 빈소에서 며칠 밤을 지새우는 동안 주영도 역시 밖에서 밤새 지켰다. 강규덕이 주영도더러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지만 주영도가 매번 거절했다.그의 가식적인 태도에 함지율이 비웃었다.‘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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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강루인은 미동도 없었다가 한참 후에 움직였다.며칠간 이어진 정신적, 육체적 소모에 몸이 한계치에 다다랐는지 갑자기 현기증이 밀려오면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차성열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재빨리 강루인을 부축했다. 함지율도 달려와 도왔다.“루인아...”하지만 강루인은 이미 탈진하여 의식을 잃은 뒤였다.차성열이 우산을 함지율에게 건네주고 강루인을 등에 업었다. 한 사람은 업고 한 사람은 우산을 받쳐 든 채 강루인을 아래로 옮겼다.그러다가 추모공원 입구에서 주영도와 마주쳤다. 강루인을 본 주영도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업을게요.”함지율이 팔꿈치로 주영도를 가격하고 눈을 흘겼다.“비켜.”‘너 따위 필요 없어.’복부를 가격당한 바람에 주영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면서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빗소리에 묻히긴 했지만 설령 들었다 해도 함지율 일행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노윤환이 그 모습을 보고 주영도의 복부 상처가 다시 벌어졌음을 단번에 알아챘다.“대표님,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주영도는 차성열이 강루인을 차에 태워 추모공원을 빠져나가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복부의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 나가더니 마지막엔 심장을 짓눌렀다.시선을 거두고 새로 세운 묘비를 보며 주영도가 말했다.“꽃 가져와.”노윤환이 미리 준비해둔 국화꽃을 차에서 꺼내 주영도와 함께 묘비 앞으로 향했다.빗줄기가 굵어져 안개처럼 자욱했다. 촘촘히 쏟아지는 빗줄기가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구아정이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던 그때 전화기 너머로 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영도 쪽 사람들이 나를 찾고 있어요.”구아정이 창밖으로 손을 뻗었다. 굵은 빗방울이 손바닥에 떨어져 따끔거렸고 차갑기도 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유진 씨를 절대 찾지 못할 테니까.”유진은 사실 후회하고 있었다. 강루인이 의식을 잃던 그 순간부터 후회했다.구아정이 그녀의 일을 망치는 것보다 주영도와 적이 되는 게 유진에게 타격이 훨씬 더 컸다.그녀가 번호를 가족에게 알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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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비 내리던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비릿한 냄새가 진동하는 작은 어촌 마을에 또 한 무리의 낯선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주영도가 보낸 사람들이었다.그들이 유진이 숨어있던 집 앞에 도착해 녹슨 문을 밀고 들어갔지만 한발 늦었다. 집 안이 이미 텅 비어 있었다.유진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즉시 주영도에게 알렸다.주영도가 침대에 기대어 기침했다. 가뜩이나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이 더 달아올랐다.추모공원을 떠난 뒤부터 열이 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기에 아무리 단단한 몸이라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칼까지 맞았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기침이 멎은 후 주영도가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옷 가져와.”노윤환이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주영도가 환자복을 벗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병원을 나섰다.구아정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강루인이 구아정의 목숨을 앗아가진 못했지만 확실히 상처를 입히긴 했다. 구아정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다.주영도가 도착했을 때 구아정이 막 약을 갈아붙인 참이었다. 그를 보자 구아정의 눈이 다 반짝였고 입꼬리를 올리며 다정하게 불렀다.“오빠.”그러다 뭔가 생각났는지 금세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몸은 좀 어때? 나 보러 안 와도 되는데. 이제 괜찮아. 오빠가 나보다 더 심하게 다쳤는데 이렇게 돌아다니면 어떡해?”주영도는 그녀의 걱정을 무시하고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그 시선에 구아정의 미소가 점점 굳어지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왜 그렇게 봐? 지금 내 꼴이 그렇게 흉해?”주영도의 목소리에 감정 기복이 없이 평온했고 표정만 봐서는 기쁜 건지 화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너야?”그 말에 구아정이 멈칫했다.“뭐가?”그는 빙빙 돌리지 않았다.“루인이 할머니 죽음 말이야.”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오빠, 날 못 믿어? 강루인 말은 믿고 내 말은 안 믿는 거야?”주영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구아정을 쳐다봤다.“유진 씨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의심하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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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구아정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이불 아래 감춘 손을 남몰래 꽉 쥐었다.‘뭘 눈치챘나?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뒤처리를 완벽하게 끝내서 괜찮을 거야.’병원 앞 차 안.노윤환이 백미러로 주영도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대표님, 구아정 씨 맞나요?”‘정말 구아정이 범인이라면 그동안 너무 얕봤단 소리네? 예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너무 끔찍하잖아.’주영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람 붙여서 감시해. 유진도 계속 찾고.”노윤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상태가 좋지 않은 주영도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병원으로 모실까요?”주영도가 고개를 내저었다.“루인이한테 데려다줘.”노윤환이 속으로 생각했다.‘지금 가봤자 좋을 게 없을 텐데. 괜히 사모님의 심기만 불편해질 수 있어.’하지만 그의 의견 같은 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강루인은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전히 탈진한 상태였다.잠시 일을 보러 나간 함지율 대신 차성열이 병실을 지켰다.차성열이 주영도를 병실 안으로 들이지 않자 주영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차갑게 말했다.“비켜.”차성열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그를 가로막았다.“주영도 씨가 보러 갈 사람은 구아정이지, 전처가 아니에요.”전처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했다.주영도의 두 눈에 순식간에 살기가 서렸다.“꺼져!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마.”그러고는 차성열의 손을 쳐내려 했다. 그런데 그때 차성열이 주영도의 복부를 강타했다.주영도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신음과 함께 몸을 웅크리고 뒷걸음질 쳤다.차성열의 점잖은 얼굴에 서늘한 냉기가 흘렀다.“주영도, 무슨 낯짝으로 루인이 앞에 나타나?”지난번에 이수희의 장례식만 아니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패버렸을 것이다.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뺏어갔으면 제대로 지켜줬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강루인만 고통을 받았다.그는 주영도가 아니었고 증거도 필요 없었다. 강루인이 구아정의 짓이라고 하면 무조건 구아정의 짓이었다.‘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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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주영도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상실감에 젖었고 차성열은 숨길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강루인이 차성열의 손을 잡고 병실 쪽으로 발걸음을 돌리자 뒤에서 주영도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강루인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병실 문을 닫아버렸다.병실 안으로 들어온 두 사람은 밖에서 들려오는 주영도의 외침을 공기처럼 여기며 철저히 무시했다.문밖에서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바닥에 넘어지는 소리가 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주영도가 바닥에 쓰러진 걸 보고 노윤환이 재빨리 다가갔다. 피가 흘러나오는 복부를 본 순간 머리가 지끈거렸다.‘또 터졌어. 이러다 아물지 않는 거 아니야?’노윤환이 문을 두드리며 주영도를 대신해 소리쳤다.“사모님, 대표님 또 피를 흘리세요.”그의 다급한 외침이 먹혔는지 강루인이 반응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랭하고 매몰차기 그지없었다.“죽었으면 장례식을 치르고 살았으면 당장 꺼지라고 해요.”노윤환이 말을 잇지 못했다.강루인이 완전히 마음을 접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강루인과 같은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주영도의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대표님, 가시죠.”노윤환이 있는 힘껏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강루인이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해도 노윤환은 그가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이대로 상처가 계속 터지면 감염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옷이 붉게 물들었다.노윤환이 주영도를 강제로 끌고 의사에게 가려 했다. 주영도는 반항하려 했지만 병약해질 대로 병약해진 몸으로는 노윤환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그가 명령했다.“놔.”노윤환이 주영도의 명령을 무시한 채 끙끙대며 그를 끌고 갔다.“대표님, 동정심 유발하려고 이러시는 건 알겠는데 몸을 이렇게까지 망쳐가면서 하실 필요는 없잖아요.”‘피를 많이 흘렸다는 걸 모르시나? 정말 쇠로 만들어진 몸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노윤환은 아직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돈을 더 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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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사실 박정금은 전부터 묻고 싶었다. 주영도가 아무 말이 없자 노윤환에게 시선을 돌렸다.“노 비서가 대답해 봐.”노윤환이 주영도의 눈치를 힐끗 봤다가 역시나 시치미를 뗐다.“전 잘 모릅니다.”만약 며느리, 아니, 전 며느리가 아들을 칼로 찔러 죽이려 했다는 걸 박정금이 알게 된다면 강루인에게 덤벼들 게 뻔했다.본래부터 잘못한 쪽이 그들이라 일을 더 키우게 할 필요는 없었다.박정금이 눈을 부릅뜨며 위협했지만 노윤환은 끝까지 모르는 척했다. 주영도가 입을 열지 않는 이상 그도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다. 박정금을 부른 건 주영도를 감시하기 위해서지, 노윤환을 감시하라고 부른 게 아니었다.노윤환이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대표님,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사모님, 그럼 대표님 좀 잘 부탁드릴게요.”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서 가버렸다.박정금이 침대 앞에 앉아 지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말 안 해도 대충 짐작은 가. 분명 루인이랑 관련이 있겠지.”손주를 잃은 충격 때문에 며칠 밤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겨우 잠들면 꿈속에서 하얗고 통통한 아기가 그녀를 향해 달려오며 할머니라고 부르곤 했다.두 팔을 벌려 안으려 하면 예상했던 귀여운 아기가 아닌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핏덩어리를 끌어안았다. 그때마다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그 바람에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며칠간 쉰 한숨의 양이 평생 쉰 한숨보다 많았다.‘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린 거지?’주영도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정금 역시 더는 아들을 설득하지 않았다. 주세웅도 설득하지 못한 일을 그녀라고 무슨 별수가 있겠는가? 지금은 몸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였다.그날 이후 박정금은 선샤인 빌리지에 묵었고 주영도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밤이 되어 주영도가 방으로 들어갔다. 나가기 전과 똑같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사건 이후 며칠 동안 비어 있던 방이었지만 공기 중에 여전히 강루인의 냄새가 맴돌았다. 아직 떠나지 않은 것처럼.시선이 침대 머리맡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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