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431 - Chapter 440

523 Chapters

제431화

“뭐라고요?”구아정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노윤환을 쳐다봤다. 심지어 잘못 들은 거라고 의심하기까지 했다.노윤환이 그녀를 무시하고 의사에게 말했다.“지금 바로 준비하세요.”이번엔 확실하게 들었다. 구아정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영도 오빠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노윤환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구아정을 쳐다봤다.“대표님의 지시가 없었더라면 제가 여기까지 와서 시간을 낭비했겠어요?”‘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 내가 기꺼이 시간을 허비할 정도로?’그 말에 구아정의 안색이 더욱 하얘지더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말도 안 돼요. 오빠가 나한테 이렇게 잔인할 리 없어요. 아이를 낳는 걸 허락했단 말이에요. 방금 거짓말한 거죠?”노윤환이 구아정의 환상을 가차 없이 부숴버렸다.“착각이 심하네요. 대표님은 구아정 씨가 아이를 낳는 걸 허락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구아정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동운 오빠가 분명 말했어요. 영도 오빠가 허락했다고요.”‘동운 오빠가 영도 오빠를 설득했다고 했어.’노윤환이 피식 웃었다.“혹시 이 아이의 아빠가 양동운 씨인가요?”구아정이 말을 잇지 못했다.‘애 아빠도 아닌데 그 사람의 말이 무슨 소용이야?’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실망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오빠가 어떻게 나한테... 아이 절대 지울 수 없어.’구아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가는 걸 보고도 노윤환은 쫓아가지 않았다. 밖에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지우기 전까지 그녀는 절대로 병원 밖을 빠져나갈 수 없었다.“이거 놔!”복도에 구아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녀는 앞을 막아선 경호원 두 명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하지만 경호원은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무시하고 양쪽에서 잡은 채 끌고 들어갔다.구아정이 행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저기요. 경찰 좀 불러주세요. 이 사람들이 제 아이를 지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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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이 돈 받아두는 게 좋을 거예요. 아정 씨 아버님의 사업이 요즘 어려워졌다고 들었어요. 이 돈이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겁니다.”노윤환은 말을 마친 후 더 머물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채정화가 물었다.“아정아, 대체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입원한 건데?”구아정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아이가 유산됐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채정화의 표정이 급변했다.‘말도 안 돼.’주영도에 대한 구아정의 원한이 극에 달했다.‘예전에는 내가 뭘 하든 항상 감싸줬었는데 왜 이번에는 이렇게 매정하게 구는 거지? 고작 아이 하나를 왜 낳지 못하게 하는 건데? 혹시 강루인도 아이를 가져서? 전에는 나랑 강루인 중에 무조건 날 선택하더니 왜 이번에는 선택 안 해?’채정화가 구아정의 눈물을 닦아줬다.“울지 마. 지금 많이 울면 몸에 안 좋아.”구아정이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쥐어짰다.“이대로 끝낼 수 없어요.”‘나한테 먼저 희망을 준 건 영도 오빠야. 날 빠져들게 해놓고 이제 와서 손을 놓는 건 너무 불공평하잖아.’...병원을 나온 후 노윤환이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보고했다.일이 잘 마무리됐다는 말에 주영도는 안도한 동시에 가슴 한구석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어쨌거나 이 일에 그의 책임도 있었으니 말이다.“보상을 넉넉하게 줘.”노윤환이 조언을 건넸다.“대표님, 이렇게 된 이상 마음을 독하게 먹어요. 병 주고 약 주고 하지 마시고요. 이건 누구한테도 좋지 않아요.”‘이미 사모님 쪽으로 마음이 기운 마당에 또 구아정 씨를 신경 쓰면 구아정 씨가 또 달라붙을 거라고요.’주영도가 짧게 대답했다.“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어찌 됐든 구아정이 구연정의 여동생이라 완전히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그 말에 노윤환이 눈을 희번덕거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조언을 해도 듣지 않으니 별수가 없지, 뭐. 앞으로 다시는 조언 같은 거 안 해.’주영도는 전화를 끊은 후 강루인의 병실로 들어갔다.안에서 진경자가 강루인을 돌보고 있었다. 그는 들어가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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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주영도가 강루인의 손을 잡았다.“내가 있는 한 너랑 아이 아무도 못 건드려.”그의 손은 분명 따뜻했지만 강루인은 얼음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독사 한 마리가 살갗을 스치고 지나간 듯 닿은 부위가 타들어 가면서 따끔거렸다. 그가 뿜어낸 독이 피부에 스며들어 부식되는 것만 같았다.강루인은 독사라도 피하는 것처럼 재빨리 손을 뺐다.사실 주영도가 너무 무서웠다. 그의 강압적이고 잔인하며 편파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는 상대가 누구인지 따위는 상관없이 오로지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었다.강루인은 이제야 깨달았다. 주영도가 사랑하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그가 아끼는 것을 누가 건드리면 그 상대가 누구든 가차 없이 똑같이 갚아줬다.그녀는 몸을 뒤로 젖히면서 거리를 벌렸다.“영도 씨가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야만 내가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어.”강루인의 거부와 혐오가 주영도가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었다. 그의 두 눈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역시 아직도 날 믿지 않는구나.’주영도는 강루인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 줄을 너무 세게 당기면 끊어지기 마련이니까. 지금으로선 숨 쉴 틈을 주는 게 최우선이었다....주영도의 위협 때문에 강루인은 긴장한 나머지 그날 밤에 또 몽유병 증세를 보였다.옆 침대에서 자던 주영도가 어슴푸레 눈을 떴다가 문득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눈을 번쩍 떠보니 강루인이 침대 앞에 서서 그를 뚫어지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몽유병 증상이었다.주영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강루인이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손아귀에 힘이 있었더라면 당장이라도 목을 졸라 죽였을 것이다.그는 흠칫 놀랐다가 강루인의 가느다란 팔뚝을 내려다봤다. 처음으로 꿈을 꾸는 그녀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뭐 하는 거야?”그러나 강루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목을 조르는 자세를 유지했다. 그러다 잠시 후 충분히 졸랐다고 생각했는지 손을 놓고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주영도도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조여졌던 감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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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강루인이 가볍게 대답했다.“응.”‘눈을 떴을 때 영도 씨가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주영도가 물었다.“밤에 악몽 꿨어?”“아니.”악몽은커녕 꿈 자체를 꾸지 않고 해가 뜰 때까지 아주 푹 잤다.그 대답에 주영도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표정도 별로 좋지 않았다. 강루인은 보고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으니까.진경자가 가져온 아침을 먹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진이 병실에 들어왔다.안부를 묻고 난 후 늘 하던 대로 심리 상담을 시작했다. 산후 우울증보다 산전 우울증에 더 신경 써야 했다.“사모님, 요즘 잠은 잘 주무세요?”강루인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네. 잘 자요.”“제가 드린 심신 안정용 향낭은 도움이 되던가요?”“괜찮은 것 같아요.”유진이 새로 만든 향낭 하나를 꺼냈다.“입원하시느라 못 가져왔을 것 같아 새로 만들어왔어요.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강해서 신경이 예민해지기 쉽거든요. 이걸 베개 속에 넣어두면 좀 더 편안해지실 거예요.”말하면서 직접 베개 속에 넣어줬다.향낭의 향이 나쁘지 않았기에 강루인은 거절하지 않고 고맙다고 인사했다.상담이 끝난 후 유진이 병실을 나갔다.강루인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함지율도 병문안을 왔다.유진이 나가고 함지율이 들어오는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 두 사람이 서로 스쳐 지나갔다. 함지율은 유진을 힐끗 봤다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곧장 강루인의 병실로 들어갔다.얼굴이 홀쭉해지고 혈색이 좋지 않은 강루인을 보자마자 함지율의 눈에 안타까움이 스쳤다.‘진짜 하루도 편한 날이 없구나.’함지율이 물었다.“의사 선생님이 뭐래?”강루인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죽진 않아.”그 말에 함지율이 눈을 부릅떴다.“감히 죽었다간 시신도 치워주지 않을 거야.”강루인이 장난스럽게 말했다.“친구 맞아? 시신을 그냥 버려두려고?”함지율이 그녀를 쏘아봤다.“뼈를 갈아서 날려버리겠다고 하지 않은 게 어디야? 그냥 버려두는 것도 우리 사이의 정을 생각해서 그런 거라고.”강루인이 투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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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마. 아이가 상처받아.”주영도가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루인이 천인공노할 말을 한 것처럼.그녀가 되받아쳤다.“내가 힘들어 죽겠다는데?”주영도가 잠깐 주저하다가 다정하게 달랬다.“아이를 위해서 조금만 더 참아줘. 태어나면 내가 제대로 혼낼게.”그가 이렇게 말해도 강루인은 전혀 놀랍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가 양보하고 희생한 게 처음이 아니었으니까. 그저 구아정에서 아이로 바뀌었을 뿐이었다.“영도 오빠.”그들이 병실로 돌아가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강루인이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구아정이 창백한 얼굴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주영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여긴 왜 왔어?”구아정이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가 강루인을 세심하게 감싸는 주영도에게 시선이 멈췄다. 저도 모르게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난 병원에서 죽을 만큼 고통스러운데 지금 여기서 강루인을 보살피고 있어?’이런 특별 대우에 구아정의 질투가 극에 달했다.‘왜 내 아이는 태어나면 안 되고 강루인의 아이는 멀쩡하게 살아있는 건데! 이건 불공평해.’구아정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질투를 억누르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초원이 보러 왔어.”“초원이 괜찮으니까 들어가서 쉬어.”구아정은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천천히 다가가 강루인을 빤히 쳐다봤다.“아이를 잃었어요, 나.”강루인이 물었다.“그래서요?”‘아이를 내가 만든 것도, 내가 지우게 한 것도 아닌데 나한테 말해서 무슨 소용이야? 주영도한테 말해야지.’구아정이 말을 이었다.“경쟁자가 하나 줄어서 좋아요? 이제 언니 아이가 주씨 가문의 유일한 증손이 됐고 영도 오빠의 유일한 핏줄이 됐네요.”강루인이 뭐라 하기 전에 주영도가 먼저 말했다.“구아정, 그만 얘기하고 돌아가.”구아정이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오빠, 어떻게 나한테 이렇게 매정하게 굴 수 있어?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고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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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주영도가 구아정에게 미안한 짓을 한 건 사실이었다.구아정이 말했다.“사과할 필요 없어. 내 아이만 돌려줘.”“잘못된 일은 애초에 계속돼선 안 되는 거야.”“내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데?”그녀가 주영도의 팔을 붙잡고 울먹거렸다.“난 아이가 태어날 날만을 기대했었는데 이젠 다 사라졌어. 정말 받아들이지 못하겠어, 오빠...”주영도가 다정하게 말했다.“앞으로 새 인생을 살아.”구아정이 고개를 저으며 울었다.“내 인생 이젠 끝났어...”너무 심하게 운 나머지 기절하고 말았다. 구아정이 쓰러지기 직전 주영도가 재빨리 받아 안았다.“아정아...”구아정이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로 주영도의 품에 쓰러졌다. 그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안은 채 의사에게 달려갔다.그리고 강루인은 구아정이 쓰러진 순간부터 완전히 잊혔다. 하지만 버림받아도 전혀 속상하지 않았다. 이미 익숙해져 더 이상 개의치 않았기 때문이었다.구아정이 주영도를 데려가면 오히려 조용히 있을 수 있어서 더 좋았다.병실로 돌아와 보니 박정금이 와 있었다.“영도는? 같이 의사 선생님한테 갔던 거 아니었어?”강루인이 솔직하게 말했다.“아정 씨가 쓰러져서 안고 의사 선생님한테 갔어요.”박정금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이 녀석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한 거야? 구아정 따위가 루인이 아이보다 더 중요해?’박정금이 말했다.“영도는 정이 많아서 아픈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강루인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을 듯 말 듯 했다.“정이 많다고요? 영도 씨가 아정 씨의 아이를 지우게 한 바람에 아정 씨가 쓰러졌는데요?”박정금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아정이의 애가 유산됐다고?”강루인이 비아냥거렸다.“네. 영도 씨가 시켰대요. 아드님 정말 정이 많네요.”박정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얼굴이 화끈거릴 뿐이었다.사실 구아정이 아이를 잃어도 별로 아깝지 않았고 가엽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아이를 낳는 것보다 지우는 게 훨씬 나았으니까.본처가 임신했기에 혼외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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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강루인이 진경자가 가져온 저녁을 먹고 있던 그때 주영도가 병실로 들어왔다.‘구아정의 옆에 있지 않고 왜 왔지?’주영도가 강루인의 맞은편에 앉더니 조금 전 그녀를 두고 가버린 것에 대해 미안한 얼굴로 설명했다.“아정이가 갑자기 쓰러져서...”그가 채 설명하기 전에 강루인이 말을 가로챘다.“설명하지 않아도 돼. 설명할 필요도 없고. 우린 이미 이혼한 사이잖아. 영도 씨가 뭘 하든 어딜 가든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남들 눈에 그들은 아직 부부였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솔직히 말해 대리모와 다를 게 없었다. 아이를 낳아주는 입장에서 고용주의 사생활 따위엔 털끝만큼도 관심이 없었다.강루인에게 불똥만 튀지 않는다면 주영도가 무슨 짓을 하든 상관이 없었다.그녀의 말에 주영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덤덤하고 무심한 그녀의 반응을 본 순간 주영도의 표정이 복잡해졌고 하고 싶었던 말들이 목구멍에 막혀 나오지 않았다.강루인은 그런 주영도를 무시하고 계속 저녁을 먹었다. 하지만 주영도가 나타난 후로 입맛이 사라져 깨작거리다가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이젠 그의 존재 자체가 눈에 거슬렸고 밥 먹는 꼴을 보고 있자니 밥맛까지 뚝 떨어졌다.강루인이 별로 먹지 않은 걸 보고 진경자가 걱정스럽게 말했다.“사모님, 좀 더 드세요.”임산부는 영양분을 많이 섭취해서도, 부족해서도 안 되었다. 지금은 너무 말라 아이와 그녀에게 모두 좋지 않았다.강루인이 뼈 있는 말을 내뱉었다.“토할 것 같아서요.”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영도도 따라 일어섰다.“같이 산책하러 가자.”강루인은 매일 저녁 식사 후 가볍게 산책했다. 아직 유산기가 있어 너무 많이 걸어선 안 되었다.거절하려던 찰나 주영도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그를 기다리지 않고 진경자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홀로 남은 주영도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구아정인 걸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구아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빠, 내 옆에 있지 않고 어디 간 거야?”“너희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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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채정화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구아정을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었다....꾸준한 치료와 식이요법 덕에 강루인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이틀 후에 퇴원해도 되었다.주승우에게서 주초원이 해외로 내쫓겼다는 소식을 들었다.‘내 주변에 CCTV라도 설치했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우리 움직임을 속속들이 아는 거지?’주승우가 침대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아 건들거리며 말했다.“앞으로 형수님이라고 부를까요, 루인 씨라고 부를까요?”“그냥 그쪽이라고 불러요.”“그건 안 돼요. 루인 씨한테 대시할 생각이거든요.”강루인이 눈을 흘겼다.“3층으로 가요.”“3층요?”“정신과나 한번 가보라고요.”‘아프면 의사한테서 치료 받아. 여기서 미친 짓 하지 말고.’주승우가 피식 웃었다.“영도 형도 안 갔는데 내가 왜 가요?”“외로우면 둘이 같이 가던지.”“루인 씨도 갈래요? 사람이 많으면 더 북적거리고 재밌잖아요.”“할인마트 가는 줄 알아요?”‘사람 많다고 할인해주냐?’주승우가 비아냥거렸다.“루인 씨 상태가 나보다 훨씬 심각해 보여서 그래요. 이혼한 마당에 임신까지 하다니. 루인 씨는 정말 보살이라니까요?”“난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요?”‘나도 아무것도 없이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만 있다면야.’주승우가 다리를 풀고 팔꿈치를 무릎에 대더니 몸을 앞으로 숙여 유혹하듯 말했다.“내가 도와줄게요.”그의 호의에 강루인이 경계심을 세웠다. 주영도가 못된 인간이라면 주승우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겉으로는 장난기 많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처럼 보여도 진짜 독하게 나올 때는 주영도 못지않았다.주승우가 말했다.“뱃속 아이를 지울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형제들끼리의 암투에 날 끌어들이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난 관심도 없고 끼어들고 싶지도 않아요. 그리고 난 이미 영도 씨랑 이혼했어요.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말고 구아정이나 못살게 굴어요. 영도 씨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은 구아정이니까.”주승우가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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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아들, 누가 왔는지 봐봐. 네 큰아버지야. 자, 큰아버지한테 인사해.”주승우가 아이 목소리를 흉내 냈다.“싫어요. 큰아버지 싫어요.”그러고는 이내 다시 원래 목소리를 냈다.“역시 우리 아들이야. 부자끼리 싫어하는 것도 똑같고 말이야.”주승우의 기상천외한 생각에 강루인은 어이가 없었다.‘정말 괴짜야. 괴짜도 이런 괴짜가 없어.’주영도의 눈빛이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당장이라도 주승우를 베어버릴 기세였다.주승우가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건들거리며 말했다.“왜 그렇게 봐? 우리 부자 사이가 너무 좋아서 질투하는 거야?”강루인은 이 싸움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내가 자리를 비켜줄까요?”그러고는 그들이 대답하기도 전에 병실을 나가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줬다. 그녀가 문을 닫은 동시에 안에서 쨍그랑 하고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강루인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구경할 생각도 없었고 누가 이기든 관심도 없었다.정원으로 내려와 그늘진 벤치에 앉았다. 앉아서 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돈 안 주면 주영도를 찾아갈 거야.”주영도의 이름이 들리자 강루인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말한 이가 젊은 남자였는데 얼굴이 어딘가 낯익었다. 하지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보다 얼굴에 가득 담긴 탐욕이 더 눈에 띄었다.남자의 맞은편에 누군가 서 있었다.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으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알아챘다.구아정의 차가운 목소리가 나무 뒤에서 흘러나왔다.“찾아갔다간 절대 가만 안 둬.”남자가 협박했다.“안 주면 네가 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주영도한테 싹 다 말해버릴 거야. 나중에 누가 더 손해 보는지 보자고.”“감히!”남자는 구아정을 돈 나오는 ATM기라 생각하는 듯했다.‘이렇게 엄청난 돈줄이랑 잤는데 그냥 순순히 물러나선 안 되지.’강루인이 자세가 불편하여 몸을 살짝 돌리려다가 그만 마른 나뭇가지를 밟고 말았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그들의 신경이 곤두섰다.“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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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이건 주영도에게 엄청난 치욕이었다.구아정이 강루인을 노려보며 쏘아붙였다.“헛소리하지 마. 저 남자랑 아무 사이도 아니야.”강루인이 피식 웃었다.“금전 거래까지 하는데 아무 사이가 아니라고?”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구아정의 눈동자에 그늘이 졌다.‘방금 우리가 한 얘기 들은 거야? 어디까지? 아이에 관한 것도 들었나?’강루인은 그저 이 상황이 우스워서 구경만 할 뿐이었다. 구아정이 누구와 뒹굴든 사실 관심이 없었다.‘주영도를 그렇게나 끔찍이 사랑하는 척하더니 결국 이 정도였구나. 주영도,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여동생이 뒤에서는 이런 짓이나 하고 있어.’강루인은 이런 역겨운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태교에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시선을 거두고 자리를 떠났다.구아정이 강루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주영도와 눈곱만큼 닮은 남자의 시선이 강루인에게 닿았다.“저 여자가 주영도의 와이프지? 주영도가 왜 저 여자를 택했는지 알겠네.”그 말에 그녀의 눈빛이 더욱 서늘해졌다. 그녀가 강루인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다.젊은 남자의 얼굴에 두려운 기색이라곤 없었다.“내 씨를 공짜로 준 게 아니라는 것만 명심해. 입막음 비용을 주지 않으면 주영도한테 다 불어버릴 거야.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아이가 유산된 게 아쉬울 뿐이었다.‘아이가 아직 있었더라면 더 뜯어낼 수 있었을 텐데. 진작 알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았어.’“내일 입금해. 난 분명히 경고했어.”남자는 이 말을 던지고 유유히 사라졌다.구아정이 그를 살기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의 뱃속에 있었던 아이가 주영도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대 들켜선 안 되었다....강루인이 병실로 올라가다가 그녀를 찾으러 내려온 주영도와 마주쳤다.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주영도의 얼굴이 엉망이 돼버렸다. 싸울 때 얼굴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 같은 건 없는 모양이었다. 주승우가 작정하고 얼굴만 노린 게 분명했다.그를 보자마자 밖에서 봤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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