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441 - Chapter 450

523 Chapters

제441화

강루인이 멍한 얼굴로 물었다.“사라졌다니요?”그러자 간병인이 다급하게 설명했다.“잠깐 전화 받으러 나간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병동을 샅샅이 뒤져봤는데도 없고 휴대폰도 그대로 두고 가셨어요.”강루인의 머릿속에 이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쳤다.“바람 쐬러 나가신 거 아니에요?”간병인이 바로 부정했다.“지금 산책 시간이 아니에요. 곧 약 드실 시간인데...”이수희가 이 병원에 하도 오래 입원해 있어서 그녀를 모르는 간호사가 없었다. 그런데 언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강루인이 병원의 CCTV까지 확인해봤지만 연기처럼 증발해버리기라도 한듯 할머니의 모습이 어디에도 없었다.패닉에 빠진 강루인이 경찰에 신고한 다음 병원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제한 표시인 걸 본 순간 이 전화가 할머니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스쳤다.“여보세요.”변조된 음성이 휴대폰에서 흘러나왔다.“할머니를 만나고 싶으면 지금 당장 여기로 와.”상대가 주소를 알려줬다.“당신 누구야?”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경찰 데리고 오면 할머니 다시는 못 볼 줄 알아. 한 시간 줄게. 한 시간 내로 나타나지 않으면 오늘이 네 할머니 제삿날이 될 거야.”그러고는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여보세요? 여보세요...”끊긴 휴대폰을 보며 강루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곧이어 띠링 소리와 함께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할머니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진이었다.그 순간 강루인은 온몸의 피가 굳어버리는 것 같았고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아직 상대가 누군지 몰라 할머니의 목숨을 걸고 도박할 수는 없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맥이 넓은 주영도라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신호가 두어 번 가더니 뚝 끊겨버렸다. 다시 걸었을 땐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이 들렸다.강루인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전화하면서 중얼거렸다.“전화 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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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유 선생님? 루인이의 정신과 의사? 얼마 전에 식당에서 구아정이랑 만나던 여자가 바로 선샤인 빌리지에서 마주쳤던 그 정신과 의사였어.’함지율의 안색이 급변했고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루인아!”블루투스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함지율의 목소리에 강루인이 답했다.“왜 그래?”“너 지금 그 정신과 의사 차에 타고 있어?”“응.”함지율이 다급하게 말했다.“내려! 지금 당장!”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강루인이 흠칫 놀랐다.“그 정신과 의사랑 구아정이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어.”이수희의 실종이 구아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함지율의 직업적 직감으로 볼 때 유진이 이 타이밍에 나타난 건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강루인의 두 눈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운전에 집중하고 있는 유진을 돌아봤는데 익숙한 얼굴이 갑자기 어둠에 잠긴 듯 낯설게 느껴졌다.강루인은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애써 태연한 척했다.“선생님, 죄송한데 길가에 세워주세요.”유진도 별로 의심하지 않는 눈치였다.“알았어요. 그런데 여기 세우면 안 되니까 앞쪽에 세울게요.”차가 멈추자마자 강루인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런데 내리려고 손잡이를 잡은 찰나 뒤에서 오싹한 느낌이 전해졌다.강루인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진이 들고 있던 주사기를 강루인의 목에 꽂았다. 따끔함과 서늘함이 동시에 온몸에 퍼졌다.강루인의 시야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기 직전 유진이 나지막하게 미안하다고 읊조리는 걸 들었다. 그 후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루인아, 내 말 들려? 강루인!”함지율은 계속 강루인의 상태를 살폈다. 짧은 신음을 들은 순간 미간을 찌푸리고 끊임없이 외쳤다.유진이 강루인의 몸을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통화 중인 걸 확인하고는 망설임 없이 끊어버린 다음 휴대폰을 밖에 던져버리고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전화가 끊긴 그때 함지율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경찰인 지인에게 상황을 묻자 사실대로 알려줬다.“친구분이 알려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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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쉬어. 이만 가볼게.”주영도가 미련 없이 돌아섰다. 구아정은 그를 붙잡지 않고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병실을 나온 후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강루인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진경자가 말했다.진경자와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노윤환에게서 연락이 왔다.“대표님, 언제 오세요? 피트 측 대표들이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구아정은 정말 성가신 여자야. 몸이 안 좋으면 집에서 얌전히 쉴 것이지, 왜 또 대표님을 찾아오고 난리야? 게다가 대표님 일에 방해되게 걸핏하면 쓰러지기나 하고.’주영도가 말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먼저 대접하고 있어.”전화를 끊자마자 주영도의 휴대폰 배터리가 부족하여 꺼져버리고 말았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고 곧장 회사로 향했다.병원 병동, 구아정은 창가에 서서 주영도의 차가 멀어지는 걸 보고서야 시선을 거두고 병실을 떠났다....함지율은 주영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의 능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강루인의 안전 때문에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전원이 꺼져 있다는 차가운 안내음뿐이었다.답답한 마음에 주선 그룹까지 찾아갔지만 예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영도를 만날 수가 없었다.함지율이 다급하게 말했다.“저 이 회사 대표 와이프의 친구라고요. 대표님한테 볼 일이 있어서 왔어요.”프런트 직원이 업무용 미소를 지었다.“죄송합니다. 예약 없이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사모님의 친구는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들여보냈다간 내가 잘린다고.’함지율은 속이 타들어 가서 미칠 지경이었다. 이 방법도 통하지 않자 최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고 최지호가 장난치기 전에 함지율이 먼저 말했다.“루인이한테 일이 생겼어. 주영도랑 연락도 안 되고 회사에 찾아왔는데도 만나지 못하게 해.”그 말에 최지호가 장난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프런트 직원한테 전화 좀 줘봐.”프런트 직원이 전화를 건네받았다. 최지호인 걸 확인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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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나인 걸 어떻게 알았어?”구아정은 들켰다는 당혹감은커녕 오히려 뻔뻔하고 기고만장했다.유진과 구아정이 아는 사이라는 걸 함지율에게서 들었을 때 강루인은 알아챘다. 할머니를 납치한 사람이 바로 구아정이라는 것을.강루인이 대답하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우리 할머니 어디 있어?”구아정은 대답 대신 제멋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왜 이렇게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거야? 영도 오빠한테서 떨어지는 게 그렇게 어려워? 기회를 줘도 잡을 줄 모르고.”‘매번 나를 자극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이런 일도 없었지.’강루인은 구아정이 뭐라 하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할머니 어디 있냐고!”구아정이 입꼬리를 올리며 위를 가리켰다.“저기 봐봐.”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들자 위에 누군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강루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할머니!”이수희가 괜찮은 척 애써 웃어 보였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강루인의 가슴을 난도질했다.강루인이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구아정을 노려봤다.“대체 원하는 게 뭐야?”구아정이 성큼 다가오더니 강루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따귀 소리가 참으로 찰지고 우렁찼다.“어디서 눈알을 희번덕거려?”오래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따귀였다.“주제도 모르는 년이 감히 내 앞에서 자랑질을 해?”그러고는 또 한 번 강루인의 뺨을 후려갈겼다.“네까짓 게 뭔데 영도 오빠를 빼앗아가?”구아정이 또 내리치더니 독기 서린 눈으로 쏘아붙였다.“빌어먹을 년. 주제도 모르는 년은 그냥 죽는 게 나아.”강루인의 얼굴이 눈에 띄게 부어올랐고 입가에 피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할머니만 풀어준다면 이 정도 수모는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구아정이 손을 거두자 강루인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 주영도랑 이혼했어.”그 말에 구아정이 멈칫했다.“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런 뻔한 거짓말로 날 속여?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아주.”강루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거짓말 아니야. 일주일 전에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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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강루인이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으나 역부족이었다. 마지막 순간 할머니의 머리밖에 받쳐 들지 못했고 몸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그녀는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쏟았다.“할머니...”이수희는 손녀를 안심시키려 애써 목소리를 쥐어짜려 했다. 그런데 입을 열자마자 피를 토해냈다. 피가 강루인의 얼굴을 적셨고 두 눈이 더욱 붉게 물들여졌다.구아정이 뒤에서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그녀의 걸작을 감상하면서 관대한 척했다.“강루인, 난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야. 받긴 받았으니까 풀어줄게. 이제 남은 시간 할머니랑 오붓하게 잘 보내.”구아정은 그 말을 남기고 사람들과 함께 유유히 사라졌다.구아정이 무슨 말을 했는지 강루인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 두 눈에 할머니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피를 흘리는 할머니를 보면서 강루인은 하염없이 울었다.“병원 가요, 할머니. 의사한테 치료해달라고 할게요. 빨리 가요.”이수희가 먼지와 피로 엉망이 된 손으로 강루인의 눈물을 닦아줬다. 두 눈에 손녀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녀가 피를 흘리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울지 마... 할머니 괜찮아...”강루인이 이수희를 부축해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일으키기도 전에 강루인이 먼저 다리에 힘이 풀린 바람에 비틀거리다가 주저앉았다. 이수희도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자책했다.“죄송해요, 할머니. 제가 너무 쓸모없어서...”간신히 이수희를 부축해 문 쪽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이수희가 말했다.“루인아, 할머니는 이제 살 만큼 살았어. 그동안 고생 많았지? 네 잘못이 아니니까 자책하지 말고 울지도 마. 이제부턴 혼자서도 잘 살아가야 해. 쿨럭쿨럭... 할머니는 더는 네 옆에 있어 주지 못할 것 같구나...”“아니에요. 괜찮아질 거예요. 병원 가면 다 나을 수 있어요... 할머니, 저 두고 가지 말아요. 제 옆에 계속 있어 주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약속 어기시면 안 돼요.”“약속 안 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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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함지율 혼자서는 이성을 잃은 강루인을 감당할 수 없어 뒤늦게 도착한 최지호가 함께 도와줬다.“이거 놔. 할머니 구해야 돼. 아직 안에 계신단 말이야.”강루인이 미친 사람처럼 불길 속으로 뛰어들려 하면서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할머니 좀 구해줘. 할머니, 얼른 나와요. 할머니!”거대한 화마에 집어 삼켜진 창고를 보며 모두가 직감했다. 안에 있는 사람이 살아나올 가망이 없다는 것을.함지율이 발버둥 치는 강루인을 꽉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무슨 말로 강루인을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어떤 위로도 그녀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평소 냉정하기로 소문난 최지호조차 눈앞에 벌어진 광경에 가슴 한구석이 아렸다. 그들이 구조대와 함께 도착했기에 구조 작업이 바로 시작되었다.강루인은 어디도 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불길이 잡히고 구조대가 이수희의 시신을 들고 나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해였다. 폭발로 인해 온전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참혹한 시신을 마주한 강루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열했다.“할머니... 거짓말이죠? 일어나세요. 얼른 일어나시란 말이에요... 할머니!”강루인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타버린 시신을 끌어안고 가슴이 찢어져라 통곡했다.“루인아.”그녀가 잔혹한 광경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함지율이 강루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이수희의 시신을 구급차에 실었다. 강루인은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그 뒤를 따랐다.구급차에 탄 순간부터 강루인은 더는 울지 않았다. 대신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쉴 새 없이 할머니를 불렀다.병원 영안실.강규덕이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 처참하게 죽은 어머니를 보자마자 휘청거리더니 벽을 짚고 강루인의 옷을 움켜쥐었다.“어떻게 된 거야? 네 할머니 어쩌다가 이렇게 됐어? 우리 어머니 왜 이렇게 됐냐고!”강규덕이 효심이 깊은 자식은 아니었다. 깊었더라면 이수희가 병원에 오래 있지 않았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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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구아정이 웬일로 친절하게 노윤환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다.“비서실에 물어봤어.”주영도의 표정이 여전히 굳어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그의 일정을 함부로 발설하는 것을 결코 달가워하지 않았다.노윤환이 속으로 생각했다.‘비서실에 대대적인 숙청 바람이 불겠구나. 나지원이 잘렸는데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다들 멍청하기는.’구아정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주영도를 보며 말했다.“오빠, 어제 마지막으로 밥 한 끼 같이 먹기로 한 거 잊지 않았지?”사실 진작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빨리 선샤인 빌리지로 돌아가고 싶지,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구아정이 말을 이었다.“레스토랑 다 예약했어.”그녀의 기대 가득한 눈망울에 주영도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타.”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구아정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더니 바로 따라나섰다.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주영도가 노윤환에게 말했다.“들어가서 쉬어. 내일 출근해.”노윤환이 뒤따라오는 구아정을 힐끗 보며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니까.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병원.사고가 난 지 벌써 하루가 꼬박 지났다. 강루인은 눈 한 번 붙이지 않았고 곡기도 끊었다.그녀가 잘못될까 걱정된 함지율이 곁을 지켰고 최지호도 밖에서 자리를 지켰다.산송장처럼 넋이 나간 강루인을 보며 최지호는 다시 주영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꺼져 있었다.함지율이 물었다.“계속 안 받아?”최지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함지율의 검은 눈동자에 원망이 스쳤다.어제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당사자인 강루인만 알 것이다. 하지만 사고 이후 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바람에 아무도 당시의 정황을 알지 못했다.최지호는 하는 수 없이 노윤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큰일이 터졌으니 주영도에게 무조건 알려야 했다. 또 받지 않을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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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끊긴 전화를 보며 노윤환은 속이 타들어 갔다. 강루인이 찾아올 거라는 사실을 주영도에게 당장 알려야 했다. 그런데 주영도의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게 뒤늦게 떠올랐다.결국 다급히 차를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강루인은 최지호에게 휴대폰을 던져주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루인아, 어디 가?”함지율이 황급히 뒤를 쫓았다.강루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병원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아탄 뒤 따라온 함지율에게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따라오지 마.”그러고는 차 문을 닫아버렸다.함지율은 마음이 급했지만 떠나가는 택시를 그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타.”최지호가 차를 몰고 뒤따라온 걸 본 함지율이 서둘러 조수석에 올라탔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같은 시각, 레스토랑.구아정이 주영도가 평소 즐겨 먹는 요리들만 주문했다.“이렇게 많이 시킬 필요 없어. 배 안 고파.”주영도는 빨리 이 점심 식사를 끝내고 선샤인 빌리지로 돌아가고 싶었다.어제 너무 바빴던 데다 휴대폰까지 꺼져 있어 강루인에게 연락 한 통 남기지 못했다. 그가 집에 들어가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는 무사한지 이런저런 걱정이 앞섰다.구아정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다.“오빠, 그렇게 빨리 가고 싶어?”“비행기에서 먹었어. 시켜봤자 다 못 먹으니까 낭비하지 마.”“난 아직 안 먹었어.”이 식사로 관계를 정리하려 했기에 주영도는 결국 구아정의 뜻대로 푸짐한 점심을 함께했다.구아정이 술잔을 들었다.“오빠, 앞으로 내 앞날이 순탄하길 빌어줘.”“몸도 안 좋은데 술 마시지 마.”“기분이 좋아서 그래. 한 잔 정도는 괜찮아. 오빠가 옆에 있어 주면 되잖아.”주영도는 어쩔 수 없이 잔을 들어 가볍게 부딪혔다.구아정이 고개를 젖히고 술을 들이켰다.그런데 술잔이 입에 닿기도 전에 주영도가 멀리서 다가오는 강루인을 발견했다. 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고 죄책감에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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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피 묻은 칼이 다시 주영도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뒤늦게 밀려오는 고통에 그제야 정신이 들었지만 주영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강루인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말이다.“오빠!”주영도마저 칼에 맞은 것을 본 구아정이 테이블 위의 꽃병을 집어 들어 강루인의 머리를 내리쳤다. 꽃병이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강루인의 머리에서 흐르던 액체가 투명한 빛을 잃고 점차 분홍색으로, 곧이어 붉은 선혈로 바뀌었다. 피가 왼쪽 눈을 타고 흘러내렸다.강루인이 고개를 돌리고 지옥에서 온 귀신처럼 구아정을 뚫어지게 노려봤다.그 눈빛에 놀란 구아정이 파르르 떨더니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루인 언니, 오빠는 언니 남편이에요. 어떻게 남편을 죽이려 들어요? 미쳤어요?”강루인은 대답 대신 다시 칼을 뽑아 들고 구아정에게 칼날을 겨눴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악마가 따로 없었다.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거슬리는 사람은 모두 죽일 기세였다.그때 노윤환과 함지율 일행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차를 세우자마자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이 혼비백산한 얼굴로 뛰쳐나오는 걸 봤다.무슨 일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함지율은 심장이 철렁했다. 누군가 사람을 죽인다는 비명이 들리자 불안감이 극에 달해 재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강루인이 칼로 주영도의 배를 찌르는 모습을 본 순간 함지율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뿐만이 아니라 최지호와 노윤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상황을 전혀 모르던 노윤환은 그 광경을 목격한 후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사모님이 미치셨나?’다가오는 칼날에 겁에 질린 구아정이 뒷걸음질 치다 발을 헛디뎌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강루인이 칼을 치켜들고 그녀의 심장을 향해 내리꽂으려 했다.모두가 그 광경을 목격했고 놀란 나머지 숨이 멎는 듯했다.“강루인, 안 돼!”주영도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칼날이 구아정의 심장에 닿기 직전 주영도가 맨손으로 칼날을 움켜쥐어 더 이상 휘두르지 못하게 막았다.칼날이 주영도의 손바닥을 찔렀고 피가 주먹을 타고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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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그 말에 주영도가 멈칫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충격에 귀가 다 먹먹했다.“뭐라고?”다시 미친 듯이 날뛰는 강루인을 본 순간 심장이 갑자기 너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누가? 누가 그랬어? 왜 아무도 나한테 말 안 해준 건데?”함지율 역시 증오를 담아 구아정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당신 옆에 있는 저년 짓이에요!”주영도의 시선이 구아정에게 향했다. 그러자 구아정이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고개를 저었다.“오빠, 나랑 상관없는 일이야. 무슨 일인지도 모른다고, 난. 나 어제 계속 병원에 있었던 거 오빠도 알잖아. 정말 나 아니야. 난 아무 짓도 안 했어.”주영도가 침을 삼키고 힘겹게 말했다.“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니야?”‘어제 분명 내가 직접 아정이를 병원에 데려다줬는데. 아정이가 사람을 죽였다고?’강루인이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놔.”함지율이 놓아주지 않자 강루인이 이어 말했다.“이제 칼이 없어서 아무도 못 죽여.”그 말을 듣고서야 함지율이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강루인의 검은 눈동자가 주영도에게 향했다. 눈빛이 어찌나 차가운지 온기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차라리 지금 날 죽여. 내가 반격할 기회조차 없게. 내가 죽지 않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구아정을 죽이고 말 거야.”그녀의 얼음장 같은 눈빛에 주영도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바로 그때 경찰이 도착했다. 피가 흥건한 것만 봐도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알 수 있었다.레스토랑 직원이 강루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자 경찰이 그녀를 체포하려 했다.강루인은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그녀를 데려가지 못하게 주영도가 막아섰다.그들이 뭐라 상의하든 강루인은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밑에 붉은 발자국이 찍혔다.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함지율이 강루인의 아래쪽을 살펴봤다. 브라운색 바지가 붉게 물들어 있었는데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흘러나온 피였다.“루인아, 너 피가 나고 있어...”강루인이 멍하니 고개를 떨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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