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全部章節:第 581 章 - 第 590 章

629 章節

제581화

갑자기 나타난 구연정을 본 주영도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갔다.“여긴 어쩐 일이야?”말하면서 구연정을 뒤채로 돌려보내려 했다. 사실 주영도는 지금 이 두 여자가 마주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하지만 구연정이 주영도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고집을 부리면서 강루인에게 삿대질하며 쏘아붙였다.“날 버리고 저 여자랑 데이트하러 나간다며? 저 여자 대체 누구야? 왜 쟤랑 데이트하러 가는 건데?”구연정의 눈빛에 서운함과 독기가 서려 있었다.주영도가 강루인을 돌아보았다. 강루인은 이 사실을 구연정에게 말한 사람이 그녀가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그가 미간을 찌푸린 채 시선을 거두고 구연정을 달랬다.“그런 거 아니야. 데이트가 아니라 볼일이 있어서 나가는 거야.”“나도 데려가. 며칠째 나 한 번도 안 데리고 나갔잖아. 집에만 있는 거 싫어.”“놀러 나가는 게 아니라고.”“아니긴 뭐가 아니야. 쟤가 다 말했어.”구연정이 가리킨 쟤가 바로 강루인이었다.주영도가 뭐라 하기 전에 강루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네 남자친구가 너랑 다니기 창피한가 봐. 그래서 너랑 나가기 싫어하는 것 같은데?”전에는 그래도 연정 씨라고 부르더니 이젠 그렇게 부르기도 귀찮았다. 강루인의 노골적인 도발에 구연정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서러움이 폭발했다.“저 말이 다 사실이야? 정말 내가 아파서 창피한 거야?”“아니야, 그런 거.”‘연정이를 자극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거야?’구연정이 훌쩍이며 말했다.“아니긴. 맞잖아.”강루인이 옆에서 거들었다.“맞아. 영도 씨는 널 싫어해.”주영도가 강루인을 서늘하게 노려보며 제발 좀 그만하라는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강루인이 아니었다. 오히려 옆에서 계속 부채질했다.“네가 사랑하는 주영도가 이젠 널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구연정이 주영도의 손을 뿌리치더니 씩씩거리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주영도가 굳은 표정으로 곧장 뒤를 쫓았다.강루인은 나란히 나가는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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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2화

구연정이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려 주영도는 강루인과는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 나갈 생각이었다.그런데 강루인이 구연정을 데려가지 않으면 그녀를 두들겨 패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로도 구연정이 강루인에게 맞아 자지러지게 울어대기 일쑤였다.달리 방법이 없었던 주영도는 결국 두 사람을 같이 데리고 나왔다.애초에 두 사람을 한집에 머물게 한 게 후회되기 시작했다. 보살펴주고 지켜주기 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매일같이 벌어지는 난장판을 수습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구연정이 주영도의 팔을 잡고 원망 섞인 눈으로 강루인을 째려보며 고자질했다.“나 저 여자 싫어. 당장 내쫓아버려.”강루인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씩 웃었다.“또 맞고 싶어?”그녀의 서슬 퍼런 눈빛에 겁을 먹은 구연정이 몸을 움츠리면서 가여운 표정을 지었다.“영도야, 강루인이 자꾸 날 괴롭혀. 때린 곳도 너무 아프고...”강루인이 괴롭히기로 작정한 듯 주영도를 사이에 두고 구연정을 때리려 했다.“으악...”구연정이 머리를 감싸 안고 주영도의 옆으로 숨은 그때 주영도가 강루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그만 좀 해.”강루인이 주영도에게 붙잡힌 손목을 거칠게 빼냈다.“사랑의 매라는 말 몰라? 나 지금 당신 여자친구랑 친해지는 중이잖아.”운전대를 잡고 있던 노윤환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오래 살다 보니 별걸 다 보는구나. 대표님 옆에만 있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볼 수 있다니까?’전처와 전 여자친구를 양옆에 끼고 연회에 참석하는 모습은 정말 상상도 못 한 광경이었다.주영도가 가운데서 막고 있어 강루인은 더 이상 구연정을 괴롭히지 못했다. 차가 연회장에 무사히 도착했다.연회장의 분위기가 시끌벅적했고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예전에 주영도를 따라 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던 강루인을 알아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사람들은 주영도가 전처 강루인과 함께 나타난 것에 호기심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뭐라 하지 않고 예를 갖추어 강루인에게 인사를 건넸다.밖에 도는 소문이 어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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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강루인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말을 이었다.“요즘 내가 좀 바빠서 병문안도 못 가봤네요. 뭐라 해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 가봤어야 했는데.”양정모는 오늘 강루인을 처음 봤다. 주영도 일행보다 열 살 넘게 많은 그는 사업적으로 그들과 만나는 외에 평소에는 왕래가 잦지 않았다.예전에 주씨 가문에서 액막이 신부를 들였다는 소문을 듣긴 했지만 강루인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비춘 적이 거의 없어 잘 알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는 게 전혀 없었다.그런데 오늘 직접 보니 강루인이 제멋대로인 데다 앞뒤 가리지 않는 무모한 여자인 것 같았다.양정모의 두 눈에 어둠이 스쳤다.‘영도가 평생 지켜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혼까지 해서 이제 주씨 가문과 아무 상관도 없는 여자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우리 양씨 가문이랑 맞서는 거야?’양정모가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당장 화를 내지는 않았지만 대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동운이가 병원에서 루인 씨를 기다리고 있어요. 가고 싶다면 이따가 같이 가요.”강루인이 뭐라 하기 전에 주영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나중에 시간이 되면 내가 루인이랑 같이 갈게요.”주영도가 강루인 대신 완곡하게 거절했다. 말이 나중이지 가지 않겠다는 뜻이었다.양정모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너 이 여자한테 마음을 많이 쓰는구나.”‘마음을 쓴다고? 어딜 봐서?’강루인이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양정모의 시선이 옆에 서 있는 구연정에게로 옮겨가더니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물었다.“그쪽이 구연정 씨인가요?”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구연정이 본능적으로 주영도의 뒤에 몸을 숨겼다. 전에 양정모를 본 적이 없었다.구연정이 기억하는 양동운은 주영도의 절친한 친구이자 아주 다정한 사람이었다. 예전에 자주 만나기도 했었다.그런데 양동운의 형이라는 이 사람은 그녀에게 적대심이 있는 것 같았고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양정모가 구연정을 곱게 봐줄 리 만무했다. 주영도의 옆에 있는 두 여자를 쳐다보는 그의 두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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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4화

그 소리에 강루인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박정금이 준비해준 휴대폰을 서둘러 챙겨 넣고 태연하게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씻었다.한참이 지나도 강루인이 아무 대답이 없자 문밖에서 기다리던 주영도의 눈동자에 걱정이 어렸다. 노크 소리가 한층 다급해지더니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 했다. 바로 그때 문이 안에서 벌컥 열렸다.그 바람에 주영도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강루인이 나온 걸 보고서야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강루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화장실 가는 것까지 시간 재면서 감시해?”“그게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지.”이 자리에 양씨 가문 사람들까지 올 줄 알았다면 애초에 강루인을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물론 강루인은 주영도의 그런 속마음 따위 알 리 없었고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저 빨리 접선자와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사실 오늘 이곳에 오기 전에 강루인은 구연정과 남몰래 모종의 거래를 했다.그녀가 구연정에게 요구한 건 딱 하나였다.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주영도의 곁에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강루인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달라고 했다.구연정도 강루인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며칠 전 강루인이 제안한 거래가 그녀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처음에는 구연정도 어안이 벙벙했다. 강루인이 먼저 주영도를 떠나겠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당시 구연정이 얼떨결에 이렇게 묻기까지 했다.“이젠 영도를 안 좋아하는 거야?”그때 차갑게 얼어붙었던 강루인의 얼굴, 주영도를 향한 지독한 혐오와 증오로 이글거리던 두 눈이 아직도 생생했다.“증오해, 그 사람.”그 대답을 들었을 때 구연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린 뒤 그녀가 사라졌던 5년 사이에 주영도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들은 순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엄청난 슬픔에 빠졌었다.그런데 강루인이 더 이상 주영도의 곁에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 구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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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주영도는 강루인을 찾는 동시에 구연정이 인파에 휩쓸리지 않도록 감싸 안았다. 그 바람에 강루인을 찾는 움직임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다.“대표님.”때마침 노윤환이 두 사람을 찾아냈다.주영도가 노윤환에게 구연정을 맡기면서 다급하게 외쳤다.“먼저 연정이 데리고 나가.”“싫어!”구연정이 주영도의 옷을 꽉 잡으면서 한사코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너랑 헤어지지 않을 거야. 나 혼자 두고 가지 마. 무서워...”주영도가 구연정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내며 달랬다.“말 들어. 난 절대 널 버리지 않아.”바로 그때 구연정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런데 손을 놓지 않고 여전히 옷을 꽉 잡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주영도가 얼른 구연정을 부축한 뒤 노윤환에게 말했다.“어서 데리고 나가.”노윤환이 다가가 구연정을 부축하려 했으나 구연정이 주영도의 옷자락을 놓지 않아 떼어낼 수가 없었다.상황을 파악한 노윤환이 결단력 있게 말했다.“제가 강루인 씨를 찾을 테니 대표님이 데리고 나가세요.”그 방법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그 시각 강루인은 접선자를 따라 인파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었다. 연회장을 완전히 벗어난 두 사람이 밖을 향해 달렸다.오직 도망치는 데만 온 신경을 쏟고 있던 그때 양정모가 강루인을 발견했다.양정모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대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강루인의 대피 경로와 겹친 것이었다.양정모의 눈빛이 매섭게 빛나더니 곧바로 곁에 있던 부하에게 지시했다.“저 여자 뒤를 쫓아.”강루인의 곁에 주영도가 없다는 걸 포착한 것이었다. 절호의 기회를 양정모가 놓칠 리 없었다.지시를 받은 부하가 망설임 없이 강루인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한편 호텔 밖으로 빠져나온 강루인이 골목길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접선자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강루인이 하얀 연기와 함께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구연정이 시간을 많이 끌어줘야 할 텐데.’다행히도 구연정이 강루인의 바람대로 주영도를 꽉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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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사람들과 함께 대피했던 양정모가 주영도 일행이 강루인을 찾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그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않고 차에 올라타 현장을 떠났다.인파가 흩어지고 노윤환이 다시 한번 홀로 돌아왔다. 주영도와 눈이 마주친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루인 씨 이 틈에 도망친 거 아니야?’하지만 그 생각을 감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 지금의 주영도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주영도가 말했다.“양정모는?”노윤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양정모한테 사람을 붙여서 감시해.”“양정모가 데려갔다고 의심하시는 겁니까?”주영도는 누구나 다 의심스러웠다. 양정모가 등잔 밑이 어두운 게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건지, 아니면 강루인이 이 틈에 도망친 건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주영도의 머릿속에는 빨리 강루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강루인은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곁에 얌전히 있으라고 그렇게 일렀건만 기어이 멋대로 돌아다녔다.그의 명령에 노윤환이 즉시 움직였다.주영도가 호텔 CCTV도 확인하라고 지시했으나 공교롭게도 CCTV가 고장 난 상태라 강루인이 어떻게 사라졌는지조차 알 길이 없었다.주영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게 다 우연이라고? 그는 우연 같은 건 믿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우연이란 철저히 계획된 각본일 뿐이었다.갑자기 호텔에 ‘화재’가 나고 또 갑자기 CCTV가 ‘고장’이 나다니. 누가 봐도 계획적인 움직임이었다.그의 얼굴에 서린 다급함과 초조함을 본 구연정이 입술을 깨물더니 눈빛이 복잡해졌다.‘지금 이거 옳은 선택이긴 한 거야?”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구연정이 결심을 내렸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이젠 물러설 곳이 없었다.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는 틈을 타 구연정이 또다시 병이 도진 척 연기하기 시작했다. 주영도의 시선이 금세 구연정에게 향했다.조금 전까지 강루인을 찾는 데 집중하던 인력 중 몇몇이 구연정을 병원으로 이송했다.그 시각 주영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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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7화

강루인이 뭐라 하려던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따귀를 가차 없이 내리쳤다. 힘이 어찌나 센지 따귀 한 대에 머리가 다 윙 했고 볼이 순식간에 빨개졌으며 귀에 이명까지 들렸다.그러고는 강루인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차에 거칠게 밀어 넣었다.강루인은 이들이 주영도가 보낸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혼자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영도의 부하라면 그녀를 때릴 리가 없었다.그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강루인이었다. 목표물을 확보한 무리는 지체 없이 바로 철수했다.무자비하게 폭행당한 운전기사가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입가에 피가 흘러나왔고 핏발이 선 두 눈으로 강루인이 끌려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운전기사가 한참을 누워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비틀거리면서 휴대폰을 찾은 뒤 연락처를 뒤졌다. 강루인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데려다주지 못한 이 상황을 꼭 보고해야 했다.같은 시각 박정금도 잠을 자지 않고 강루인의 소식을 기다렸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물었다.“잘 데려다줬어?”“큰일 났습니다.”운전기사가 조금 전에 벌어진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상세히 보고했다.강루인이 잡혀갔다는 말을 듣자마자 박정금이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 역시 주영도였다.‘이렇게나 빨리 루인이를 찾아냈다고?’그러다가 폭행당했다는 소리를 들은 뒤에는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박정금도 강루인과 같은 생각을 했다. 만약 주영도가 보낸 사람들이라면 강루인에게 손을 댈 리가 절대 없었다.‘이상해. 뭔가 잘못됐어. 그렇다면 영도가 아닌 다른 사람한테 잡혀갔다는 소리인데. 대체 누구지?’박정금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일을 영도한테 알려야 하나? 애초에 루인이를 보내려 했던 목적이 두 사람을 영영 갈라놓기 위함이잖아. 지금 누군가 나 대신 해준 셈인데 그냥 모른 척 넘어가야 하나? 루인이가 이대로... 영영 사라지게 놔둘까?’박정금의 마음속에 망설임과 갈등이 소용돌이쳤다....한편 주영도가 사람들을 동원해 밤새 찾았으나 끝내 강루인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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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주영도의 시선에 뜨끔한 박정금이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한없이 태연한 척했다.“왜 그래? 왜 그렇게 봐?”현재 주영도는 주변의 모든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머니, 혹시 저 몰래 저한테 미안할 일을 하신 건 아니죠?”박정금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맞받아쳤다.“그게 무슨 소리야? 루인이 사라진 게 내 탓이란 말이야?”주영도가 박정금의 표정을 면밀히 살폈으나 박정금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이 세상에서 네가 행복해지길 나보다 더 바라는 사람이 없어. 네가 루인이한테 마음 쓰고 있다는 거 잘 알아. 비록 그 애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네 기분을 상하게 하는 짓은 하지 않아.”박정금의 흔들림 없는 태도에 주영도는 그녀를 믿기로 했다.박정금이 항상 아들을 먼저 생각한다는 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어머니가 아니면 누구지? 연정이? 그건 더더욱 말이 안 되잖아.’바로 그때 노윤환이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대표님.”주영도는 노윤환의 표정만 보고도 새로운 진전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그런데 그의 보고를 받기도 전에 구연정 쪽에서 먼저 소란이 일었다.구신원이 사색이 된 얼굴로 다급하게 뛰어왔다.“영도야, 연정이가 널 찾고 난리가 났어. 내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어. 빨리 가서 연정이 좀 달래줘.”그 말에 주영도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의사 선생님한테 봐달라고 하세요.”“의사 말도 듣지 않아.”급기야 주영도의 팔까지 덥석 잡고 잡아당겼다.“빨리. 빨리 가자.”하지만 주영도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눈가에 짜증 어린 기색이 스쳤다. 그때 박정금이 나서서 난처해하는 주영도를 도와줬다.“넌 먼저 가서 루인이 일부터 처리해. 연정이한테는 내가 가볼게.”주영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구신원이 잡고 있는 손을 빼냈다. 그러고는 바로 노윤환과 함께 선샤인 빌리지를 나섰다.구신원이 주영도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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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9화

주영도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강루인이 너한테만 연락했어?”웨이터가 답했다.“그건 저도 몰라요. 그 여자 말고는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주영도가 자리를 떠나려 하자 웨이터가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저기 제 병원비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주영도의 매섭고 서늘한 눈빛이 비수처럼 내리꽂혔다.그 눈빛에 웨이터는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고는 목을 움츠리며 잔뜩 겁먹은 눈길로 그를 살피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주기 싫으면 안 주면 되지, 왜 겁을 주고 난리야?’노윤환 역시 속으로 혀를 찼다.‘루인 씨는 대체 어디서 이런 눈치 없는 인간을 구한 거야? 이런 사람한테 일을 맡기다니.’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이해는 되었다. 급하게 임시로 구한 사람이라 일 처리에 허점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병원 밖 차 안.주영도가 웨이터가 준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다. 화면에 강루인이 누군가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과정 전체가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었다.강루인이 따귀를 얻어맞는 걸 본 순간 주영도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주영도가 낮게 읊조렸다.“이 차량들 전부 다 조사해.”한편 병실에 혼자 남게 된 웨이터가 박정금에게 연락하여 모든 사실을 주영도에게 털어놓았다고 보고했다.휴대폰 너머로 박정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고했어. 병원비는 약속한 돈과 함께 네 계좌로 입금할게.”“수고는요. 앞으로도 이런 쏠쏠한 일 있으면 또 연락 주세요. 그때는 단골 할인이라도 해드릴게요.”박정금은 어이가 없었다.‘저번에 봤을 땐 제법 신중해 보이던데 지금은 왜 이렇게 방정맞지? 얻어맞아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전화를 끊자마자 웨이터의 연락처를 지워버렸다.그녀는 강루인을 멀리 치워버리고 싶었을 뿐 죽기를 바란 건 아니었다. 강루인을 납치해 간 자들이 누구인지는 그녀도 몰랐다. 최소한 귀한 손님 대접을 하려고 데려간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좋든 싫든 몇 년 동안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지낸 사이였다. 비록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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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0화

강루인은 그녀가 이 컴컴한 곳에 얼마나 오래 갇혀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방에 작은 환풍구 하나만 뚫려 있었고 그곳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이 밤이 가고 아침이 밝았음을 알려줬다.굳게 닫힌 철문이 여태껏 딱 한 번 열렸다. 누군가 문 앞에 물 한 그릇만 덩그러니 놓아두고 나갔다. 물 외에 먹을 것은 일절 주지 않았다.사지가 꽁꽁 묶인 강루인이 물을 마시고 살아남으려면 바닥을 기어가 개처럼 엎드려 핥아먹어야만 했다. 그녀에게 치욕을 안겨주려는 얄팍한 속셈인 게 너무나 뻔했다.하룻밤이 지나자 얼굴의 화끈거림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입 안의 상처는 여전했다. 다행히 피는 멎었으나 그래도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강루인이 몸을 움직여 바닥에서 상체를 일으킨 뒤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얼룩덜룩하고 지저분한 벽면을 응시하며 그녀를 이곳으로 끌고 온 자가 대체 누구일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해봤다.사실 용의 선상이 꽤 명확했다. 평소 그녀의 자유를 억압하고 통제하려 드는 주영도를 제외한다면 남은 건 그녀에게 앙심을 품고 복수하려는 양씨 가문뿐이었다.전자의 경우 억지로 차에 태울 때 이미 배제했다. 눈을 뜨고 창고 같은 허름한 곳에 있는 걸 확인한 순간 강루인의 마음속에는 이미 확고한 답이 내려져 있었다.의심할 여지 없이 양씨 가문 형제들의 짓이었다.오랜 시간을 벼르고 벼르다 마침내 기회를 잡은 모양이었다.아쉬운 건 어제 그 절호의 탈출 기회가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는 점이었다. 주영도의 눈을 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양정모에게 꼬리를 밟히고 말았다.누구의 짓인지 알아챈 뒤 강루인은 더 이상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지 않았다. 양동운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 일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지금 강루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양동운이 그녀를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강루인이 고개를 돌려 비좁은 환풍구를 올려다보았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어두컴컴한 방 안까지 빛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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