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에 강루인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박정금이 준비해준 휴대폰을 서둘러 챙겨 넣고 태연하게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씻었다.한참이 지나도 강루인이 아무 대답이 없자 문밖에서 기다리던 주영도의 눈동자에 걱정이 어렸다. 노크 소리가 한층 다급해지더니 다짜고짜 문을 박차고 들어가려 했다. 바로 그때 문이 안에서 벌컥 열렸다.그 바람에 주영도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강루인이 나온 걸 보고서야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불러도 대답도 안 하고.”강루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꾸했다.“화장실 가는 것까지 시간 재면서 감시해?”“그게 아니라 걱정돼서 그러지.”이 자리에 양씨 가문 사람들까지 올 줄 알았다면 애초에 강루인을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물론 강루인은 주영도의 그런 속마음 따위 알 리 없었고 알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저 빨리 접선자와 만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사실 오늘 이곳에 오기 전에 강루인은 구연정과 남몰래 모종의 거래를 했다.그녀가 구연정에게 요구한 건 딱 하나였다.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지든 주영도의 곁에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강루인이 도망칠 시간을 벌어달라고 했다.구연정도 강루인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며칠 전 강루인이 제안한 거래가 그녀가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었다.처음에는 구연정도 어안이 벙벙했다. 강루인이 먼저 주영도를 떠나겠다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당시 구연정이 얼떨결에 이렇게 묻기까지 했다.“이젠 영도를 안 좋아하는 거야?”그때 차갑게 얼어붙었던 강루인의 얼굴, 주영도를 향한 지독한 혐오와 증오로 이글거리던 두 눈이 아직도 생생했다.“증오해, 그 사람.”그 대답을 들었을 때 구연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을 차린 뒤 그녀가 사라졌던 5년 사이에 주영도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들은 순간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엄청난 슬픔에 빠졌었다.그런데 강루인이 더 이상 주영도의 곁에 머물지 않겠다고 했다. 구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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