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이를 잃은 날, 남편은 다른 여자 촛불 앞에: Chapter 561 - Chapter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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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강루인이 애초에 멀리 가지 않았기에 이쪽의 소란을 금세 알아차렸다. 채정화가 칼을 휘두르면서 구연정을 찌르려 하는 걸 본 순간 마음속에 잔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만약 저 칼이 그대로...’그러나 강루인이 기대한 ‘만약’은 일어나지 않았다.주영도가 구연정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었다. 그가 입은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연약한 그녀가 피를 보고 놀랄까 봐 걱정했다.역시 주영도가 아끼는 사람이라면 늘 완벽하게 지켜줬고 남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그들의 애틋한 모습이 역겹게만 느껴졌던 강루인은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시선을 거두고 자리를 떠났다.주영도의 신경이 구연정에게만 쏠려 있었다. 그 때문에 주영도에게 걷어차여 넘어졌던 채정화가 언제 다시 일어났는지,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채정화의 움직임을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옆에 있던 노윤환이었다. 혹시 채정화가 다른 일행을 매복시켰을까 봐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가 그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칼을 든 채 강루인에게 달려가고 있었다.노윤환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크게 소리쳤다.“강루인 씨, 조심하세요.”주영도 역시 뒤늦게 발견했다.“루인아!”두 사람의 목소리가 한데 섞여 공중에 흩어졌다. 주영도의 목소리가 들리자 강루인은 대꾸하기조차 귀찮아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강루인이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건 급하게 다가오는 발소리 때문이었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본 순간 미친 듯이 달려드는 채정화와 눈이 마주쳤다. 상대의 목적을 깨닫자마자 강루인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고 몸이 굳어버렸다.그 몇 초간의 머뭇거림 때문에 채정화가 쥐고 있던 칼이 이미 강루인의 심장을 겨누고 있었다. 강루인이 저항하려 했을 땐 칼날이 옷자락에 닿았다.끔찍한 고통을 각오하며 눈을 감았으나 예상했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타나 채정화의 팔을 쳐내더니 뒤이어 발로 걷어차 버렸다.채정화가 바닥에 고꾸라졌다. 허리에 가해진 충격 때문에 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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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이 말을 내뱉을 때 주영도의 눈에 채정화를 향한 강렬한 살기와 증오가 서려 있었다.구아정이 독사처럼 잔인했던 건 역시 채정화를 닮아서였다. 두 모녀가 소름 끼칠 정도로 똑같았다.주영도가 강루인더러 채정화를 무시하라고 했고 그녀는 주영도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주영도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조금 전 그녀를 구해준 남자에게 몸을 돌렸다.그 남자는 이미 현장을 벗어나 인파를 가로질러 공항 밖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루인이 다급히 그를 쫓았다.“잠시만요.”그녀가 뒤쫓으며 크게 소리쳤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거의 뛰다시피 해서야 겨우 남자를 붙잡을 수 있었다. 강루인의 앞에 멈춰 선 이는 체격이 건장하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젊은 남자였다.강루인이 남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방금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그가 제때 나서주지 않았다면 채정화의 칼날이 급소를 피했을지언정 지금처럼 멀쩡하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칼날이 강루인의 심장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으니까.남자가 짧게 대답했다.“별말씀을요.”그때 강루인의 시선이 남자의 팔뚝에 머물렀다. 겉옷 소매가 찢겨 있었고 그 틈으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여기 다치셨어요.”남자가 강루인의 시선을 따라 팔을 훑어보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덤덤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심하게 다친 거 아니에요.”“제가 병원까지 모셔다드릴게요.”그녀를 구하려다 다친 것이니 당연히 책임져야 했다.“정말 괜찮아요...”“아니요. 꼭 가야 해요.”목숨을 구해준 은혜인데 어찌 가볍게 넘길 수 있겠는가?바로 그때 주영도가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대화에 끼어들었다.“가셔야 합니다. 루인이를 구해주셨으니 병원에 모시는 건 당연한 도리죠. 이 은혜는 제가 꼭 기억해 두겠습니다.”남자의 시선이 주영도에게 향했다. 주영도가 강루인의 남편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별다른 반응이 없는 남자와 달리 강루인이 주영도의 이런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주영도가 제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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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그 손 당장 놔.”주영도의 말에 강루인이 거두절미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주민등록증부터 줘.”구연정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울며 소리를 지르면서도 강루인에게 감히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맞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지난 몇 년간 뼛속 깊이 새겨진 두려움이었다.주영도가 미간을 찌푸리며 주민등록증을 건네자 강루인이 구연정을 그의 품으로 거칠게 밀어버렸다.“당신 사람 데리고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주영도가 품에 넘어진 구연정을 부축했다. 강루인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구연정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움츠러들었다.강루인은 그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민등록증을 챙겨 수납 창구로 향했다.수납을 마친 강루인이 소염제가 든 약 봉투를 들고 돌아왔다.“구교빈 씨...”바로 그때 강루인은 생명의 은인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주영도를 발견했다.‘아직도 안 꺼졌어?’강루인의 얼굴에 머물렀던 미소가 잠깐 사라졌으나 이내 다시 웃으면서 구교빈에게 다가가 약 봉투를 건넸다.“의사가 처방해 준 약들이에요.”구교빈이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였다.“고맙습니다.”“고맙다는 말은 제가 해야죠.”강루인이 휴대폰을 꺼냈다.“실례가 안 된다면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혹시 나중에라도 몸이 안 좋으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구교빈이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주영도가 대신 거절했다.“이분 연락처는 내가 이미 받았어. 문제 생기면 내가 처리할게.”강루인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싸늘하게 굳더니 늘어뜨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구교빈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정중하게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가벼운 상처라고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강루인 씨.”그러고는 손에 든 약 봉투를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성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 그럼 이만 방해하지 않고 먼저 가볼게요.”말을 마친 구교빈은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고는 짐을 챙겨 먼저 자리를 떠났다.강루인도 더는 구교빈에게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 다만 구교빈이 떠나자마자 그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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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4화

주영도가 강루인을 차 안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 시트 위로 내동댕이쳐진 강루인이 즉시 반대편 문을 열고 도망치려 했지만 눈치 빠른 주영도가 그녀의 발목을 잡고 끌어당겼다.강루인이 다른 쪽 다리를 들어 주영도의 얼굴을 걷어차려 하자 그녀의 발목을 잡고 제압하더니 아예 몸 위로 올라타 체중으로 짓눌렀다.그녀가 발버둥 친 바람에 머리가 다 헝클어졌고 얼굴도 시뻘게졌다.“비켜. 내 몸에 손대지 마.”강루인을 내려다보던 그의 검은 눈동자에 애처로운 빛이 서렸다. 그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루인아, 제발 그만 좀 날을 세우면 안 될까?”주영도는 그녀의 이런 날 선 태도가 싫었고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주영도의 몸이 거대한 산 같아 강루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밀어낼 수 없었다.“꺼져.”강루인이 적대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는 못 본 척 무시하고 계속 하고 싶은 말만 했다.“집이 네가 떠났을 때 모습 그대로야. 당분간 거기서 지내. 양동운도 거기까진 쳐들어오지 못할 거야.”강루인은 구연정만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었다.“내가 죽든 말든 당신이랑 상관없다고 했잖아. 상관하지 말고 꺼져.”하지만 주영도는 그녀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이번엔 절대로 네가 다치게 두지 않아. 어디도 가지 말고 선샤인 빌리지에 있어. 다른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다시는 네 몸에 손끝 하나 못 대게 할 거야.”강루인은 벽을 보고 소리치는 듯한 기분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때릴 수도, 밀어낼 수도 없는 상황에 머릿속이 윙윙 울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주영도가 그녀의 볼을 조심스레 어루만졌다. 익숙한 감촉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걱정하지 마.”강루인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이마에 핏대가 튀어나왔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주영도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확신이 점점 들었다. 게다가 아주 중증이었다.운전석의 노윤환이 비행기라도 몰듯 차를 거칠게 몰았다. 덕분에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시간 만에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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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5화

이번에는 주영도가 한발 빨랐다. 강루인이 구연정을 붙잡아 주영도를 협박하려던 그때 주영도가 그녀를 잽싸게 제압했다.강루인이 주영도의 구속을 벗어나려 발악했으나 역부족이었다.그 사이 구연정이 주영도의 뒤로 숨어버렸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과 공포, 그리고 강루인을 향한 두려움이 얼굴에 가득했다.구연정은 눈앞의 이 여자가 예전의 그 사람들처럼 그녀를 때리고 무섭게 굴까 봐 두려웠다.주영도를 다룰 유일한 패를 놓치고 말았다. 강루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날 여기에 가둬두겠다는 거야?”주영도가 질문의 핵심을 비껴갔다.“여기가 너한테 가장 안전한 곳이야.”‘안전 같은 소리 하네.’강루인에게 주영도의 곁만큼 위험하고 지옥 같은 곳이 없었다.“무슨 낯짝으로 그런 소리를 해?”‘내가 겪은 모든 불행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벌써 잊었어?’주영도의 뻔뻔함이 하늘을 찔렀다.“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야.”강루인이 그를 싸늘하게 쳐다봤다.“난 지금 당신이랑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야.”과거에는 법적으로 부부였으니 가정불화라 치부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그가 하는 짓은 명백한 불법 감금이었다.주영도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제 할 말만 했다.“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다 너의 안전을 위해서야.”강루인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제정신이 아닌 사람이랑 대화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답답해서 미치겠어.’강루인이 아무리 날뛰어도 주영도는 도를 닦는 승려처럼 차분하게 그녀를 다독였다. 이런 비정상적인 주영도의 앞에서 강루인은 자신이 미쳐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라 생각했다.심지어 그는 구연정까지 선샤인 빌리지에 함께 머물게 했다. 그녀가 정신적으로 아픈 상태라 주영도와 너무 멀리 떨어지면 불안해하고 병이 발작한다는 핑계로 말이다.구연정이 별채에 머물러 공간이 분리되긴 했지만 강루인에게는 그 존재 자체가 끔찍하게 거슬리고 혐오스러웠다.‘사랑꾼’ 주영도는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업무를 처리하고 첫사랑을 돌봐야 할 뿐만 아니라 전처까지 신경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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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알코올 때문에 이성을 잃을 뻔했던 주영도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입술을 적시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나...”강루인에게 무슨 짓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다만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주영도가 어떻게든 사과하려 했지만 강루인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침대 옆 서랍에 놓인 물컵을 집어 들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주영도의 머리를 내리쳤다.퍽.주영도의 머리가 단단한 것인지, 아니면 물컵이 약했던 것인지 컵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사과하려던 주영도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를 멍하니 쳐다봤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그가 넋을 잃은 사이 강루인이 아까 차 안에서 당했던 걸 그대로 돌려줬다. 주영도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자 주영도가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그러고는 더럽다는 듯 침대 시트에 발을 쓱쓱 닦았다.강루인의 발길질 한 번에 바닥에 넘어진 주영도가 죽은 것처럼 일어나지 못했다.그 모습에 강루인이 침대에서 내려와 그의 몸을 발로 툭툭 건드려 보았다. 그런데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강루인의 표정이 확 싸늘해졌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나와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주영도의 다리를 잡은 채 질질 끌고 나갔다.끌려가는 동안 주영도의 몸이 침대 다리에, 탁자 모서리에, 심지어 문틀에까지 수차례 부딪혔다.쿵 하는 소리와 함께 전등이 켜졌다. 강루인이 여전히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주영도를 끌어내어 던져버리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매끄러웠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잠을 청했다.진경자가 해장국을 끓이던 참이라 처음에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적을 깨뜨리는 쿵 소리가 반복되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처음엔 두 사람이 다투는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언성이 높아지지 않았고 둔탁한 충격음만 이어졌다. 진경자가 주저하다가 결국 위층을 올려다봤다.그러다가 피를 흘리고 있는 주영도를 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의 시선이 닫힌 방 문으로 향했다.‘방에 들어가기도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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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7화

길이 익숙했던 강루인은 담벼락 구석으로 가 망설임 없이 담을 넘기 시작했다.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단 1초의 지체도 없이 최선을 다해 담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런데 끝까지 올라갔다가 아래로 뛰어내리려던 찰나 담 아래에 서 있던 경호원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강루인이 말을 잇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경호원이 부동자세로 서서 딱딱한 말투로 물었다.“사모님, 또 몽유병이 도지신 겁니까?”강루인은 도망치려던 계획이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결국 체격이 건장한 두 남자에게 붙들려 다시 집으로 끌려 들어갔다.‘대체 이 근처에 경호원을 얼마나 많이 배치해둔 거야?’혈압이 치솟을 정도로 화가 난 강루인은 집안의 모든 것이 다 거슬렸다. 한밤중에 주영도의 골프채를 집어 들어 거실의 물건들을 죄다 박살 내버렸다.경호원들은 그 광경을 보고도 말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영도가 강루인의 신변 보호만 맡겼기 때문이었다. 그 외의 일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마음껏 분풀이를 마친 강루인은 강도라도 든 것처럼 엉망이 된 선샤인 빌리지를 뒤로한 채 잠을 자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밤새 별로 뒤척이지도 않고 이튿날 아침까지 아주 푹 잤다.다음 날 잠에서 깬 강루인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밤사이 난장판이 되었던 집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어젯밤에 그녀가 박살 냈던 게 꿈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일어났어?”주영도가 이마에 붕대를 감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얼굴에 상처가 없었더라면 그를 때린 것조차 꿈이라고 의심했을 것이다.다행히 꿈이 아니라 진짜였다.주영도와 말도 섞고 싶지 않았던 강루인이 시선을 거두었다. 그는 개의치 않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아주머니가 아침 차렸어. 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이야.”강루인은 주영도가 말하기도 전에 알아서 식당으로 향했다. 주영도도 강루인의 뒤를 따랐다. 그녀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던 것이었다.진경자가 재빨리 상을 차렸다.오랜만에 봤지만 진경자는 강루인에게 그리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강루인이 주영도와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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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8화

“미안해.”주영도의 진심 어린 사과에도 강루인이 차갑게 대꾸했다.“정말 미안하다면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게 해줘.”역시나 그녀의 예상대로 허락하지 않았다.“바깥이 아직 안전하지 않아.”주영도의 위선적인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강루인이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날 지켜준다는 핑계로 강제로 가두는 건 날 걱정해서가 아니라 그저 당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서야. 말로는 양씨 가문 사람들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돼서 이러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양씨 가문의 분노를 잠재우려면 당신이 손해를 봐서잖아. 당신은 그 손해를 보기 싫은 거고.”강루인이 잠깐 멈칫했다가 입꼬리를 올리면서 비웃었다.“날 끔찍이 아끼는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이렇게 걱정하는 척하며 가증스럽게 굴어?”주씨 가문에서 5년을 산 강루인은 그들의 일 처리 방식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잘못을 저지르면 돈으로 해결하고 돈으로 안 되면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그들의 일관된 수법이었다.지금 주영도는 강루인의 안위를 걱정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를 이곳에 감금했다. 그 말인즉슨 양씨 가문에 어떠한 압박도 넣지 않았고 그들을 회유하려 들지도 않았다는 뜻이었다.오랜 사업 파트너이긴 하지만 먼저 잘못을 저지른 쪽은 양동운이었다. 주영도가 정말로 강루인을 지키고자 했다면 이렇게 숨어지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구아정이 가장 좋은 예였다. 구연정의 소식을 알아내기 위해 살인범조차 빼돌렸던 주영도였다.결국 주영도는 강루인을 위해 인맥을 동원하거나 이익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강루인을 몹시 아끼는 척 가식적인 모습을 보였다.주영도는 이 연기가 힘들지 않을지 몰라도 지켜보는 강루인은 역겨울 따름이었다.그가 입을 열었다.“왜 나를 그런 비열한 놈으로만 봐? 나에 대한 믿음이 이 정도밖에 안 돼? 5년이나 부부로 함께 살았는데 난 너한테 그저 매정하기 짝이 없는 놈이었던 거야? 우리가 보낸 시간과 감정이 다 가짜였단 말이야?”그 말에 강루인이 비웃음을 터뜨리더니 질문에 답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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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9화

“영도야...”두 사람의 대치가 이어지던 그때 구신원이 찾아왔다.구연정이 돌아온 후 주영도가 구신원에게도 소식을 알렸고 현재 구신원은 큰딸 구연정과 함께 별장 뒤채에 머물렀다.부녀가 재회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구신원이라는 가족이 있다는 걸 빨리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 주영도가 계속 옆에 있어 준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으니까.구신원이 주영도의 눈치를 살피며 비굴한 말투로 말했다.“네가 없으니까 연정이가 약을 먹으려 하지 않아. 가서 연정이 좀 달래주면 안 될까?”주영도도 거절하지 않았다. 구연정이 빨리 회복되길 바랐던 터라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구신원을 따라나섰다.강루인이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주영도의 태도는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지만 구신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주영도 때문에 작은딸이 죽었고 아내도 경찰에 잡혀갔다. 그런데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계속 태연하게 만났다.원래 이렇게 태평한 사람인 건지, 아니면 마음이 차가운 건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확실한 건 구신원 역시 철저히 이익을 좇는 인간이라는 것이었다.구신원이 구아정의 죽음이나 아내가 잡혀간 것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주영도가 구연정을 끔찍이 아끼는 걸 확인하자 욕망이 다시금 꿈틀거렸다.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했다. 더군다나 구아정이 잘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구연정이 죽었다고 거짓말한 것도 모자라 빛도 들지 않는 곳에 가두어 수년간 고통받게 했으니 말이다.하지만 다행히 구연정은 살아있었고 주영도의 마음도 여전해 보였다.구신원이 굽신거리는 태도로 주영도에게 아첨했다.“몇 년이 지났는데도 네가 연정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연정이가 안다면 무조건 감동할 거야.”그러고는 맺히지도 않은 눈물을 닦는 척했다.“우리 딸도 참 박복하지. 아정이가 연정이한테 이렇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어. 우리 모두 아정이한테 제대로 속았어.”“너랑 연정이 예전에 사이가 좋았잖아. 아정이가 그런 짓만 안 했어도 이렇게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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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0화

“다시는 널 못 보는 줄 알았어. 내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 너무 무서웠어...”눈물이 순식간에 주영도의 옷을 적셨고 뜨거운 기운이 가슴팍에 고스란히 전해졌다.주영도가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구연정이 정신을 차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이미 의사에게서 들었다.잠시 머뭇거리던 주영도가 구연정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면서 위로했다.“무서워하지 마. 이제 아무 일 없어.”구연정의 포옹이 낯설게 느껴진 주영도가 화제를 돌렸다.“의사 선생님이 약 먹으라고 했는데 왜 안 먹었어?”그녀는 과거 구아정이 사람을 시켜 억지로 약을 먹였던 기억이 떠올라 본능적으로 거부했다.“나 멀쩡한데 왜 약을 먹어야 해? 싫어. 안 먹어. 저 사람들 보고 약 치우라고 해.”주영도가 다정한 목소리로 설득했다.“너 지금 몸이 아파.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약을 먹어야 빨리 낫지.”그 말에 구연정이 주영도를 거칠게 밀치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안 아프다니까? 약 안 먹어. 너도 구아정이랑 한패지? 틀림없어. 너도 걔랑 똑같아. 다들 날 해치려고만 하고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야. 영도야, 영도 너 어디 있어? 빨리 와서 나 좀 구해줘. 사람들이 날 괴롭혀...”주영도가 다시 발작하기 시작한 구연정을 어두운 눈빛으로 보며 의사에게 눈짓했다.“저리 가. 비켜, 내 몸에 손대지 마. 내 약혼자가 오면 너희들 가만 안 둘 거야.”진정제가 들어가자 구연정이 점점 안정을 찾았고 더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심지어 잠이 들기 전 다시 주영도를 알아보고는 그에게 손을 뻗었다.“영도야, 나 집에 데려다줘...”구연정이 잠들기 직전 주영도가 손을 잡아주었다.“이미 집에 왔어.”확답을 얻은 듯 구연정이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눈을 감았다.주영도가 구연정을 안고 방 침대에 눕힌 뒤 의사에게 물었다.“이 병을 고치려면 얼마 정도 걸려요?”질문을 마쳤다가 말을 바꾸어 다시 질문했다.“언제쯤 정신을 완전히 차릴 수 있나요?”의사가 확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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