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속의 필체가 유이영의 필체인 건 틀림없었다.유이영은 연유준에게 스스로를 잘 돌보고 가족들, 특히 할아버지와 아빠의 말씀을 잘 들으며 공부도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길게 적었다.편지 끝머리에는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당분간은 돌아갈 수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그저 편지일 뿐인데도 연유준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편지를 다 읽은 뒤 아이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연채린에게 물었다.“고모, 엄마가 바쁘긴 하지만 아주 조금, 정말 조금만 시간을 내서 나랑 영상 통화 하면 안 돼요? 황축복은 그렇게 하잖아요.”연채린이 침대 머리에 걸터앉아 연유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 엄마는 축복이 아빠보다 훨씬 더 바빠. 정말 전화할 틈조차 없어. 이 편지도 엄마가 매일 조금씩 시간을 쪼개서 겨우겨우 쓴 거야. 얼마나 힘들게 썼겠니.”연채린이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렇게 우는 걸 알면 엄마가 걱정하실 거야. 유준이는 착한 아이니까 이제 그만 울자. 엄마 걱정시키면 안 되잖아. 이미 충분히 바쁜데.”연유준이 훌쩍이면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네, 이제... 안 울게요.”연채린이 티슈를 뽑아 아이에게 건넸다.“눈물 닦고 밥 먹자.”아이는 티슈로 눈물과 콧물을 대충 닦아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밥을 먹기 시작했다.연채린은 옆에서 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본 뒤 빈 그릇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식기들은 호텔 직원이 나중에 치울 것이기에 일단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연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 6시, 아직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연지훈이 전화를 받았다.“오빠.”“무슨 일이야?”연채린이 평소보다 조금 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오빠, 바쁜 건 알지만 시간 날 때 유준이 옆에도 좀 있어 줘요. 요즘 유준이 정서가 너무 불안해요. 엄마도 없고 아빠랑 할아버지도 옆에 없으니까 마음 붙일 데가 없나 봐요. 내가 고모라지만 아빠만큼은 못 하잖아요. 자꾸만 엄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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