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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331 - Chapter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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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1화

연채린과 연승재가 몇 번이나 달래보았지만 연유준이 이불 속에 웅크린 채 밥을 먹으러 나오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황축복까지 나서서 설득해보았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영문을 몰랐던 연채린은 어쩔 수 없이 저녁밥을 챙겨 연유준의 침대 머리맡으로 가져가 밥을 먹으라고 재촉했다.그런데 연유준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달래면 달랠수록 연채린의 마음속에 짜증과 답답함이 차올랐다. 고개를 돌려보니 황축복이 이미 저녁을 다 먹고 거실에 앉아 조용히 만화를 보고 있었다.연채린이 말을 잘 듣는 황축복과 고집스럽게 심술을 부리는 연유준을 번갈아 봤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신경질적으로 연유준의 이불을 잡아당기며 쏘아붙였다.“연유준, 말해. 대체 왜 이러는 거야?”연지훈과 연동욱이 옆에 없는 걸 알고 연유준은 벌써 여러 번이나 멋대로 굴었다.그간 참아온 인내심이 바닥난 연채린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연유준의 이불을 힘껏 잡아당기며 소리쳤다.“연유준, 당장 일어나!”연유준이 이불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연채린의 힘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하마터면 이불과 함께 들릴 뻔했다.아이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연채린의 분노가 더욱 거세졌다. 그녀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계속 밥 안 먹고 버티면 지금 당장 집으로 돌려보낼 거야. 다신 여기 오지 마.”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유준이 이불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눈시울도 붉어져 있었다.“돌아가기 싫어요. 아직 엄마도 못 만났는데. 돌아가기 싫단 말이에요.”연채린이 화를 참으며 말했다.“그럼 일어나서 밥 먹어. 요즘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건지, 참. 쩍하면 심술이나 부리고.”연유준은 대답 대신 입을 삐죽거리며 연채린을 빤히 쳐다보더니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어릴 때부터 봐온 조카였기에 아이의 눈물에 연채린은 마음이 약해졌다. 무력감이 덮쳐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갑자기 화가 났는데?”연유준이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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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편지 속의 필체가 유이영의 필체인 건 틀림없었다.유이영은 연유준에게 스스로를 잘 돌보고 가족들, 특히 할아버지와 아빠의 말씀을 잘 들으며 공부도 열심히 하라는 당부를 길게 적었다.편지 끝머리에는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당분간은 돌아갈 수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그저 편지일 뿐인데도 연유준에게는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편지를 다 읽은 뒤 아이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연채린에게 물었다.“고모, 엄마가 바쁘긴 하지만 아주 조금, 정말 조금만 시간을 내서 나랑 영상 통화 하면 안 돼요? 황축복은 그렇게 하잖아요.”연채린이 침대 머리에 걸터앉아 연유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네 엄마는 축복이 아빠보다 훨씬 더 바빠. 정말 전화할 틈조차 없어. 이 편지도 엄마가 매일 조금씩 시간을 쪼개서 겨우겨우 쓴 거야. 얼마나 힘들게 썼겠니.”연채린이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렇게 우는 걸 알면 엄마가 걱정하실 거야. 유준이는 착한 아이니까 이제 그만 울자. 엄마 걱정시키면 안 되잖아. 이미 충분히 바쁜데.”연유준이 훌쩍이면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네, 이제... 안 울게요.”연채린이 티슈를 뽑아 아이에게 건넸다.“눈물 닦고 밥 먹자.”아이는 티슈로 눈물과 콧물을 대충 닦아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밥을 먹기 시작했다.연채린은 옆에서 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본 뒤 빈 그릇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식기들은 호텔 직원이 나중에 치울 것이기에 일단 테이블 위에 놓았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연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저녁 6시, 아직 그리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연지훈이 전화를 받았다.“오빠.”“무슨 일이야?”연채린이 평소보다 조금 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오빠, 바쁜 건 알지만 시간 날 때 유준이 옆에도 좀 있어 줘요. 요즘 유준이 정서가 너무 불안해요. 엄마도 없고 아빠랑 할아버지도 옆에 없으니까 마음 붙일 데가 없나 봐요. 내가 고모라지만 아빠만큼은 못 하잖아요. 자꾸만 엄마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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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연유준이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달싹이다가 이내 다물어버렸다. 말하기 무척 어려운지 아이의 눈빛에 깊은 근심이 서려 있었다.연채린이 다정한 목소리로 다독였다.“대체 왜 그래? 할 말이 있으면 숨기지 말고 해봐.”아이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시선을 피했다. 부자연스러운 손짓으로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우물쭈물했다.“내... 내가 가고 나면...”연유준이 하던 말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연채린의 눈치를 살폈다.“대체 뭔데?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는 거야?”아이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내가 가고 나면 다들...”“다들 뭐?”연유준이 입을 삐죽거렸다.“고모랑 할아버지가 우리 엄마 찾는 걸 그만둘까 봐 걱정돼서요...”그러고는 턱을 치켜들며 덧붙였다.“그래서 내가 여기 남아서 감시하려고요.”연채린의 표정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정말 그렇게 생각한 거야?”연유준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연채린의 표정을 보더니 이내 기가 죽어 시선을 피했다. 아이가 옷자락을 꼭 쥐고 낮은 목소리로 웅얼거렸다.“그냥 걱정이 돼서 그런 거예요... 고모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정말이에요.”어이가 없었던 연채린이 실소를 터뜨렸다. 그녀가 연유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유준아, 고모 말 잘 들어.”연유준이 꾸중을 들을까 봐 어깨를 잔뜩 움츠렸고 연채린을 감히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네 고모이기도 하지만 사실 네 엄마하고는 둘도 없는 친구야. 내가 네 엄마를 찾으려는 건 너 때문이 아니라 내가 찾고 싶어서야. 알겠니?”연유준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자 연채린이 숨을 고르며 다시금 강조했다.“설령 네가 없더라도 고모는 똑같이 행동했을 거야. 경연까지 와서 네 엄마를 찾았을 거라고. 그러니까 여기서 우리를 감시할 필요 같은 건 전혀 없어. 고모 말 이해했어?”그제야 연유준의 눈이 반짝이더니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해했어요.”“뭘 이해했는데?”연유준이 쑥스러운 듯 옷자락을 움켜쥐면서 기쁨을 감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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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검은색 코트를 걸치고 있었는데 훤칠한 키에 청초한 인상이었다.연채린이 연유준과 함께 다가갔다가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당신은...”문은성이 다가와 두 사람에게 정중히 인사했다.“연채린 씨, 도련님, 안녕하세요. 연 대표님의 비서 문은성이라고 합니다.”그 이름을 들은 순간 연채린의 두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가 바로 어린 시절 연지훈을 구해준 그 문은성이었다.연채린이 저도 모르게 문은성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이목구비가 깔끔하긴 했지만 아주 빼어난 미인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저 분위기가 조금 남다를 뿐이었다.‘이영 언니만큼은 예쁘지 않네.’연채린이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유이영이 비록 연지훈과 이혼하고 감옥에 갇힌 처지라 해도 연채린은 늘 연지훈과 유이영의 관계가 마음에 걸렸다.연지훈이 유이영을 그토록 특별하게 대하고 편애했던 건 유이영이 그를 구해주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연지훈이 과거 유이영에게 그랬듯 문은성에게 빠져들까 봐 은근히 걱정했다.하지만 다행히 문은성의 외모가 너무 출중하지 않았다. 문은성에 대해 느꼈던 경계심이 한풀 꺾였다.연채린이 연유준의 책가방을 벗겨 문은성에게 건네자 문은성이 가방을 받아 들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그녀가 연유준을 차 쪽으로 밀며 말했다.“유준아, 아빠 비서니까 이 사람 따라가면 돼. 어서 타.”연유준이 고분고분 대답했다.“네.”문은성이 조심스럽게 아이를 차에 태웠다. 차에 타자마자 연유준이 재촉했다.“빨리 가요, 빨리.”문은성이 다정하게 웃었다.“네, 도련님. 우선 안전벨트부터 매주세요.”그 말에 연유준이 잔뜩 설렌 표정으로 서둘러 안전벨트를 맸다.문은성이 문을 닫고 연채린에게 살짝 웃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연채린 씨. 도련님을 대표님께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연채린이 팔짱을 낀 채 문은성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한참을 빤히 봤는데도 문은성은 동요하는 기색 없이 시종일관 담담했다. 그녀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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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문은성이 연유준의 눈빛을 알아채고 다정하게 타일렀다.“도련님, 그렇게 계시면 위험해요. 일단 자리에 앉으실까요?”문은성의 태도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했기에 연유준도 떼를 쓰지 않았고 심지어 아주 고분고분 다시 자리에 앉았다.연유준이 두 손으로 안전벨트를 꼭 쥐고 턱을 한껏 치켜든 채 의기양양하게 말했다.“아까 거기에 어떤 애가 있는데 난 걔가 정말 싫어요.”아이는 비밀을 공유하듯 목소리를 낮췄다.“걔는 자기 아빠를 못 만나지만 나는 만날 수 있어요.”문은성이 의아한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다시 한번 백미러로 연유준을 살폈다.원하는 반응이 즉각 돌아오지 않자 연유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강조했다.“그 애가 아빠를 못 만나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몰라요. 맨날 울어도 결국에는 아빠 얼굴을 못 보거든요. 그런데 난 달라요. 난 언제든지 아빠를 볼 수 있어요.”문은성이 핸들을 잡은 손을 움직이며 연유준의 말 속에 담긴 뜻을 파악하려 했다.마침 신호가 걸려 차가 멈추자 미소를 머금고 대견하다는 눈빛으로 연유준을 돌아봤다.“그랬군요. 도련님은 정말 대단하세요.”연유준이 의기양양해하며 콧방귀를 뀌었다. 마음 같아서는 양손을 허리에 얹어 폼을 잡고 싶었다.칭찬을 받은 연유준은 문은성이 확실한 아군이라고 판단했는지 더욱 거리낌 없이 황축복에 대한 뒷담화를 쏟아내기 시작했다.“아니, 걔 정말 엄청 불쌍하게 울었어요. 그래도 아빠를 못 보고 영상 통화만 한다니까요...”“내가 걔를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배려해주고 있어요. 아빠랑 영상 통화할 때 방해 안 하고 통화 다 마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줬거든요. 난 이렇게 착한데 걔는 아니에요. 아빠 못 본다고 고모랑 삼촌까지 뺏어 가려고 하는 거 있죠?”문은성이 연유준이 하는 얘기를 조용히 듣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을 던졌다.“방금 도련님을 데려다준 분이 고모님인가요?”“네, 맞아요. 우리 고모 예쁘죠?”문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정말 아름다우시더라고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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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연유준의 속내를 읽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지금까지 연지훈의 아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아이도 연지훈을 닮아 매사에 침착하고 냉정하여 여느 아이들처럼 소란스럽지 않을 것이라 짐작했다.그런데 직접 마주하고 보니 연지훈의 자식이라 해도 결국은 어린애에 불과했다.문은성은 문득 흥미가 많이 가셨다.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다정한 미소를 잃지 않으며 연유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괜찮아요, 도련님. 전 언제나 도련님 편이에요.”그녀는 연유준이 이 말을 무척 좋아할 것임을 확신했다.아니나 다를까 연유준이 크게 감동한 듯했다. 심지어 그렁그렁한 눈으로 문은성을 바라보았는데 평생 만나기 힘든 친구라도 만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연유준이 차오르는 눈물을 참으면서 말했다.“이 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문은성이 다정하게 말했다.“도련님이 기쁘시다면 저도 좋아요.”“난 아주 기뻐요. 이모 이름이 뭐예요? 왜 한 번도 못 봤죠?”“전 연 대표님의 새 비서예요. 지난달에 입사해서 저를 못 보신 거예요. 하지만 이제 알게 됐으니 친하게 지낼까요?”그러고는 백미러로 다시 한번 연유준을 살폈다.연유준이 그녀의 이름을 꼭 알고 싶었는지 다시 물었다.“이름이 뭐라고요? 한 글자씩 천천히 말해줘야 내가 알아들어요.”“문은성이에요. 문, 은, 성.”이제 대여섯 살밖에 안 된 아이라 아는 글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아이가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에 문은성의 이름을 정성껏 적어 내려갔다. 마지막 글자가 조금 어려웠는지 한 번 더 묻자 문은성이 인내심 있게 알려줬다.마침내 손바닥에 이름을 다 적은 연유준이 고개를 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됐다. 이제 이모 이름 알아요. 문은성. 이모는 참 똑똑한 것 같아요. 내가 아빠한테 말해서 월급도 올려주고 승진도 시켜주라고 할게요.”그러고는 문은성을 빤히 쳐다봤다.문은성은 아이가 어떤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아이는 주변의 모든 사람이 떠받들어 주기를 원했다.그녀가 연유준의 비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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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마침 신호가 붉은색으로 바뀌어 문은성이 차를 세웠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두 눈에 적절한 놀라움과 기쁨이 서려 있었다.“고마워요, 도련님. 도련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앞으로 회사 생활이 아주 순탄할 것 같네요.”연유준이 우쭐거리며 턱을 까딱거렸다.문은성이 다시 앞을 보고 차를 출발시켰다. 동시에 입가에 머물던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핸들을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차 안에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아빠와 할아버지, 고모와 삼촌의 제약이 사라지고 아빠의 부하 직원만 옆에 있자 연유준이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했다.아이가 앞 좌석 시트를 붙잡고 말했다.“핸드폰 좀 줘요. 게임 할래요.”휴대폰에 담긴 정보들 때문에 문은성은 절대 휴대폰을 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부드럽게 타일렀다.“도련님, 제가 지금 휴대폰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드릴 수가 없어요.”연유준의 얼굴이 눈에 띄게 일그러지자 문은성이 서둘러 아이를 달랬다.“도련님, 대신 만화를 틀어드릴까요?”아이는 탐탁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만한 자세를 취했다.“빨리 틀어줘요, 그럼.”문은성은 알겠다고 답한 뒤 잠시 차를 갓길에 세워 연유준에게 만화를 틀어주었다. 남은 길을 가는 동안 연유준이 만화에 푹 빠진 덕분에 더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연지훈이 경연시의 고급 주택에 머물렀다. 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문은성이 연유준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에 타고서야 연유준이 뒤늦게 긴장한 기색을 내비쳤다.아이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머리와 옷깃을 매만졌고 등에 멘 책가방의 끈을 다시 고쳐 잡았다.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눈빛이었다.연유준이 문은성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나 어때요? 더 정리해야 할 데 있어요?”문은성이 허리를 숙여 아이와 눈을 맞췄다. 표정이 다정하면서도 아주 진지했다.아이가 옷을 만지작거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긴장하지 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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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수고했어. 그만 가봐.”연유준에게 보여줬던 모습과 달리 지금의 문은성은 흐트러짐 없이 신중했다. 다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비서 본연의 모습이었다.문은성이 왼손에 든 서류를 건네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대표님, 급히 결재해야 할 서류가 있어서 가져왔습니다.”그녀가 열린 문틈 사이로 집 안을 슬쩍 살폈다.“혹시 괜찮으시다면 안에서 기다려도 될까요?”연지훈의 시선이 문은성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매달려 있는 연유준을 떼어내지 않고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문을 조금 더 넓게 열었다.“들어와.”“실례하겠습니다.”연지훈이 연유준을 데리고 들어오자 도우미가 다가와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내 두 사람 앞에 놓아주었다.새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상황 파악이 덜 된 도우미는 세 사람을 조심스럽게 살피고는 나름의 판단을 내린 듯 이렇게 말했다.“사모님, 도련님. 어서 오세요.”앞서 걷던 연지훈이 고개를 돌려 뭐라 하기도 전에 연유준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불렀어요? 이 이모는 우리 아빠 와이프가 아니에요. 우리 엄마가 아니라고요. 난 엄마가 따로 있어요. 이 이모가 아니에요.”당황한 도우미가 뒷걸음질 치며 세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연지훈의 얼굴이 평소처럼 차가웠고 연유준이 입을 삐죽거리며 노려봤다.문은성이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며 수습에 나섰다.“아주머니, 오해하셨어요. 전 대표님의 비서예요.”도우미가 당황해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례를 범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이곳은 문은성이 함부로 나서서 뭐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조용히 시선을 늘어뜨리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연유준이 기분이 몹시 나쁜지 입을 삐죽 내밀고 계속 씩씩거렸다.도우미는 더욱 어쩔 줄 몰라 하며 자리에 서서 머리와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큰 오해를 했네요. 제 잘못입니다...”결국 연지훈이 상황을 정리했다.“물 떠오세요.”도우미가 서둘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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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연유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류를 유심히 살피더니 입을 삐죽거렸다.“모르겠어요. 아빠가 설명해주면 안 돼요?”연지훈이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공부 열심히 해. 그러면 나중엔 알아볼 수 있어.”마치 후계자 수업의 신호처럼 들리기도 했다.문은성이 기척을 죽인 채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연유준이 입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나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데.”그 모습을 지켜보던 문은성이 웃음을 터뜨렸다. 연유준이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쏘아붙였다.“왜 웃어요?”연지훈이 무심하게 고개를 들어 문은성을 쳐다봤다. 그 눈빛이 깊고도 서늘했다.문은성이 허벅지 위에 놓인 손을 미세하게 움츠렸다. 거리감을 좁히려고 최대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것처럼 말했다.“도련님을 웃은 게 아니에요. 도련님이 워낙 영리하고 똑똑해서 나중에 이 서류들을 다 이해할 날이 오겠구나 싶어 기특해서 웃은 거예요.”연유준이 팔짱을 낀 채 연지훈을 보며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아빠, 이모가 어떻게 말하는지 좀 들어봐요.’연지훈이 문은성을 힐끗 쳐다봤다. 두 눈에 날카로운 탐색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문은성이 빈틈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서류 검토를 마친 연지훈이 밑에 사인한 뒤 문은성에게 건넸다. 서류를 받아 든 문은성이 인사를 건넸다.“그럼 전 이만 방해하지 않고 가보겠습니다.”연지훈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문은성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연유준에게 손을 흔들었다.“도련님, 저 갈게요.”연유준이 연지훈의 팔에 매달려 문은성에게 대충 손을 휘저었다.그녀가 떠나자마자 연유준이 소파에서 방방 뛰며 연지훈의 주위를 맴돌았다.“아빠, 오늘은 아빠랑 같이 잘래요.”연지훈이 단칼에 거절했다.“안 돼. 혼자 자.” 연유준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졌다.“왜요? 우리 며칠 만에 만난 거잖아요.”딱히 이유는 없었다. 연지훈은 그저 혼자 자는 게 습관 됐을 뿐이었다. 그가 더 설명하지 않고 짧게 못 박았다.“안 된다면 안 되는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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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태어날 때부터 연씨 가문의 유일한 아이라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랐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아이에게 빼앗기게 되자 연유준은 이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연유준이 속상해하며 연지훈의 팔을 잡았다.“아빠, 만약에 고모랑 삼촌이 계속 황축복이랑 같이 살면 나 거기 안 갈래요. 아빠랑 여기서 살 거예요. 옆에 다른 아이가 있는 걸 용납할 수 없어요.”연채린과 연승재가 왜 황축복을 돌보기로 했는지 연지훈은 대충 짐작이 갔다.황축복이 엄마 없이 황태민의 손에 자랐고 황태민이 현재 구치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는 상황이니 아이를 돌볼 처지가 못 되었다.여러 관계를 동원해 황태민이 아이를 연채린과 연승재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컸다.연씨 가문의 재력이라면 아이 하나 키우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 특별한 사안인 만큼 연지훈은 이 일이 가문에 불필요한 구설을 낳지 않기를 바랐다.연유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 나 아빠랑 같이 살아도 돼요?”그가 손을 들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럼. 네가 선택해.”연유준이 즉각 대답했다.“그럼 난 아빠요.”“그래.”연지훈은 짧게 대답하고는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유준이 혼자 심각해져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고모랑 삼촌처럼 갑자기 어디서 다른 애를 데려오고 그러면 안 돼요. 알았죠? 난 아빠의 유일한 아이가 되고 싶단 말이에요.”연지훈의 말투가 차가웠지만 대답은 단호했다.“그럴 일 없어.”그제야 연유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더니 연지훈의 팔을 꼭 껴안았다.“알았어요. 그럼 난 아빠랑 살래요.”두 부자 사이에 잠시 평화로운 정적이 흘렀다. 중간에 도우미가 들어와 깎아 놓은 과일을 티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연유준이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아작아작 씹으며 웅얼거렸다.“아빠,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나름 의리가 있었던 연유준이 문은성에게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연지훈이 물었다.“무슨 부탁?”연유준이 입안의 사과를 꿀꺽 삼키고 진지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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