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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341 - Chapter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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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1화

연지훈의 말에 연유준이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알아들었는지는 둘째치고 일단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연유준이 연지훈에게 기대어 손가락으로 연지훈의 팔을 콕콕 찔러보기도 하고 부드러운 옷감을 만지작거리기도 하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정말 안 돼요? 하지만 이미 그 이모한테 약속했단 말이에요...”연지훈이 곁눈질로 연유준을 쓱 훑었다. 안경에 태블릿 PC의 빛이 반사되어 서늘한 기운을 풍겼다.“왜 그런 약속을 했어?”연유준이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렸다.“그 이모가 나한테 잘해주니까 나도 당연히 잘해줘야죠.”아이가 애교를 부리며 덧붙였다.“아빠, 제발 들어줘요. 너무 높은 자리로 승진시키지 않아도 돼요. 유준이 체면 좀 세워줘요.”연지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지금 이러는 건 문 비서를 곤란하게 만들 뿐이야.”그 말에 연유준이 깜짝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곤란하게 만들다니요? 난 도와주려는 거예요.”“입사하자마자 승진하면 다른 사람들의 질타를 받기 쉬워.”아이가 알아듣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하지만 아빠가 회사에서 제일 높은 대표님이잖아요...”연지훈은 어린아이에게 일일이 설명하기가 귀찮아져 도우미더러 연유준을 데려가 씻기라고 일렀다.연유준이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30분 후 연지훈이 문은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졌다.“대표님.”“무슨 일이야?”문은성이 목소리를 낮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도련님이 혹시 무슨 말씀을 하시지 않았나요?”연지훈의 말투가 하도 덤덤하게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문 비서를 승진시켜 달라고 했어.”그녀가 난처하게 웃었다.“역시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대표님. 저의 뜻은 아니었어요. 도련님이 대표님의 아드님이시라 비서인 제가 대놓고 거절하기가 어려워서 일단 장단을 맞춰드렸어요. 도련님이 하신 말씀은 그냥 한 귀로 흘려들어 주세요. 전 그저 대표님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고 싶을 뿐이지, 엉뚱한 수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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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2화

조금 전 문은성의 승진 문제를 논할 때만 해도 연지훈은 인내심 있게 연유준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연지훈의 태도에 타협의 여지라곤 없었다.“안 돼.”연유준의 어깨가 순식간에 축 늘어졌다.“왜요?”아이가 계속해서 말을 늘어놓았다.“아빠, 예전에는 엄마랑 사이좋았잖아요. 왜 이혼한 거예요? 다시 잘 얘기해봐서...”“유준아.”연지훈이 한층 가라앉은 목소리로 연유준의 말을 가로챘다.연유준이 멍하니 쳐다보자 그가 고개를 돌려 눈을 맞췄다.“너희들이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다 알아. 아빠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깨문 연유준을 보며 연지훈이 이어 말했다.“할아버지를 굴복시키려고 약을 먹고 자살한 척까지 했잖아.”연유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그 일은 따지지 않을게. 대신 너도 아빠 결정에 간섭하지 마. 알았어?”아이가 손을 내렸다. 여전히 가시지 않은 충격에 눈동자가 흔들렸다.“아빠, 어떻게 알았어요?”연지훈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조사하면 다 나와. 너희들이 얕은꾀를 부린 거지.”풀이 죽은 연유준이 고개를 푹 숙이고 가지런히 모은 발끝을 내려다보면서 다시 한번 물었다.“정말 안 되는 거예요? 아빠, 난 아빠랑 엄마의 아들이에요. 내 체면을 봐서라도 다시 합치면 안 돼요? 난 우리 세 식구가 다시 같이 살았으면 좋겠어요...”연지훈이 멈칫하더니 태블릿 PC를 내려놓았다. 이 얘기를 길게 늘어놓고 싶지 않았고 특히 어린 연유준의 앞에서는 더더욱 꺼렸다. 연유준이 어른들의 문제를 감당하기엔 너무 어렸다.하지만 연유준이 어린아이이기에 어떤 건 설명해줘야 했다.“넌 아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인격체야. 어리긴 해도 난 네가 많은 일을 스스로 결정했으면 좋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난 성인이고 결혼 생활은 내가 결정해. 그 누구도 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어. 유준이 너를 포함해서도 말이야.”연유준이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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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3화

연채린의 시선이 연동욱에게 향했다. 연동욱이 1인용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차를 한 모금 천천히 들이켰다.그녀는 연승재와 눈빛을 주고받은 뒤 다시 고개를 숙여 자료를 집어 들었다.이 자리에 동석한 중년 남성은 연동욱이 직접 부른 인물로 이름은 양지명이었다.양지명이 안경을 고쳐 쓰자 안경 렌즈 위로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 그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유이영 씨를 위해 제가 만든 자료입니다.”연채린이 자료를 자세히 살폈다. 상단에 정신질환 검사서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그리고 밑에 유이영의 인적 사항과 상세 정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그녀가 페이지를 빠르게 넘겼다. 대부분 검사 과정이었고 결론 부분에 유이영이 조현병, 조울증, 양극성 장애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연채린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양지명을 올려다보았다.‘이영 언니가 언제부터 이런 병에 걸렸었지?’양지명이 입을 열었다.“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는 형사 책임을 지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짧은 순간 연채린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눈을 크게 뜨고 양지명과 연동욱을 번갈아 봤다가 다시 연승재를 쳐다봤다.연승재 역시 상황을 이해한 듯 호흡이 미세하게 가빠져 있었다.그녀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그러니까... 이제 희망이 있단 말씀이네요...”양지명의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았다.“여러분, 제 말을 꼭 명심하세요. 이 자료는 유이영 씨가 6년 전에 미르국에서 받은 검사 결과예요. 그 때문에 미르국에서 한동안 치료를 받았고 상태가 호전된 뒤 귀국을 결정한 것이죠.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병세가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고 그 불안정한 정신 상태가 결국 이번 사건으로 이어진 겁니다.”“만약 경찰이 묻는다면 반드시 이 시나리오대로 대답해야 합니다. 2심 재판이 열리기 전에 이 자료들을 제출하면 유이영 씨가 풀려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어요.”연채린의 눈이 희망으로 반짝이더니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말씀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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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4화

양지명이 가볍게 고개를 젓더니 소파에서 일어나 호텔 방을 나갔다.그가 나가자마자 연채린이 참지 못하고 연동욱에게 다가갔다. 숨이 가빴고 목소리도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할아버지...”상황이 너무나 급격하게 뒤집혔다. 어제까지만 해도 절망뿐이었고 사실을 바꿀 방법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루 사이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이런 변화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거품처럼 느껴져 믿기지 않았다. 하여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연채린이 자료를 꽉 쥐고 연동욱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할아버지, 이거 정말이에요?”연동욱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자료를 네 눈으로 직접 확인했잖아.”그녀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고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그럼 이 자료만 있으면 이영 언니가 정말 나올 수 있는 거죠?”“아까 그 사람이 충분히 설명한 것 같은데.”연채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믿기지 않아서 그래요. 이런 방법이 있다니...”연동욱이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믿기지 않아도 믿어야 한다. 유이영한테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네 머릿속에 새겨넣어. 남들 앞에서 절대로 말실수해서는 안 되니까.”그녀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할아버지. 며칠 동안 밖에서 이것 때문에 바쁘셨던 거예요?”“응. 유준이는?”연채린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그제야 연유준이 이곳에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유준이는 어젯밤에 지훈 오빠한테 갔어요. 유준이한테도 이 소식을 알려줄까요?”연동욱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알리지 마. 유준이는 아직 어려서 저도 모르게 남들한테 얘기할지도 몰라.”연채린도 그 말에 수긍했다.“알았어요. 말 안 할게요.”그러고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연승재를 돌아봤다. 서서히 상황이 바뀌었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그때 황축복의 모습이 보였다.연채린이 고개를 돌려보니 황축복이 문 앞에 서 있었다. 몸 절반을 벽 뒤에 숨긴 채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조심스러운 눈길로 그들을 쳐다봤다.연채린과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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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5화

연동욱이 탁한 눈동자로 연채린을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빛이 차분한데도 차마 똑바로 마주하기가 힘들었다.연채린이 손바닥이 흥건해져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할아버지, 혹시 태민 오빠 일을 알고 계세요?”그의 말투가 덤덤하기 그지없었다.“서현주를 납치했다가 붙잡힌 거?”연채린도 연동욱이 이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막상 직접 듣고 나니 머리가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태민 오빠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요. 오빠네 집안 사정이 워낙 복잡하잖아요. 아버지는 사생아를 너무 많이 두셨고 어머니는 어느 요양원에 계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축복이를 돌볼 여력이 없어요. 게다가 축복이의 엄마도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어서 제가 잠시 축복이를 돌보고 있는 거예요.”연동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가족이 있는데 왜 굳이 네가 나서? 그냥 돌려보내. 네가 황태민이랑 무슨 사이라고 아이까지 돌봐주는 거야? 황태민이 범죄를 저질러 붙잡힌 마당에 범죄자의 자식을 돌보다니. 남들이 어떻게 볼지 생각해봤어?”그 말에 연채린이 움찔했다.“하지만 태민 오빠는 이영 언니를 도우려다 이렇게 된 거잖아요. 제가 조금 도와주는 게 뭐 어때서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전 신경 안 써요. 축복이가 갈 데 없이 고생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연동욱이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하게 말했다.“넌 신경 쓰지 않아도 우리 가문은 신경 써. 네가 납치범의 딸이랑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우린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연채린이 말을 잇지 못했다. 목구멍에 뭔가가 걸린 것처럼 답답했다.“네가 아직 미혼이라는 사실을 잊었어? 결혼도 안 한 처녀가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앞으로 연애를 어떻게 해? 아 참, 그나저나 그 맞선 상대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연동욱의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을 견디지 못한 연채린이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을 움켜쥔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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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6화

잠시 뒤에야 연채린의 귓가에 연동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방금 한 말 한마디도 듣지 않았구나.”연채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리더니 말까지 더듬었다.“전 그저... 그저...”“됐다.”연동욱이 그녀의 말을 가로채고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봤다.“내가 유이영을 돕는 건 유준이 체면을 생각해서야. 황태민이 누군데? 나랑 상관도 없는 사람을 내가 왜 도와줘? 서현주를 납치한 건 황태민이 결정해서 저지른 일이니 본인이 책임져야지.”“안 그래도 유이영 때문에 자료를 준비하느라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황태민까지 도와주라고? 너는 이 할아버지가 오래 사는 꼴이 보기 싫은 모양이구나.”연채린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들어 반박했다.“아니에요, 할아버지. 할아버지께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여쭤본 거예요. 당연히 거절하셔도 되고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은 아니니까...”옆에 있던 연승재가 거들고 나섰다.“할아버지, 저희는 그저...”연동욱이 그들의 말을 가로채고 어두운 말투로 말했다.“앞으로 다시는 이 얘기를 꺼내지 마.”풀이 죽은 연채린이 고개를 떨구었다.“알겠습니다...”연동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됐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만 나가야겠다.”그녀가 힘없는 목소리로 배웅했다.“다녀오세요.”방 문이 닫혔다. 거실의 난방이 잘되어 있는데도 연채린은 바깥을 한참 헤매다 들어온 것처럼 손발이 차갑기만 했다.연승재가 다가와 연채린의 어깨를 토닥였다. 연채린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이제 이영 언니는 살 길이 생겼는데 태민 오빠는 어떡하죠?”연승재 역시 달리 방법이 없어 한숨을 내쉬었다.“나중에 다시 방법을 찾아보자.”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이영 언니 부모님을 좀 봬야겠어요. 상황을 말씀드려야죠.”연채린이 전화를 걸자마자 귓가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연채린과 연승재가 복잡한 생각에 빠진 나머지 주위의 움직임을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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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7화

연채린이 황축복을 힐끗 쳐다봤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아줌마, 이영 언니 일에 조금 진전이 있어요. 아무래도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백미경이 멈칫했다가 다급하게 캐물었다.“진전이라니? 무슨 일이 생겼어?”“일단 진정하세요. 우리 만나서 자세히 얘기해요. 전화로는 다 설명하기 힘들어서요.”백미경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래. 만나서 얘기하자. 그럼 지금 바로 만날까? 30분 뒤에 우리 예전에 갔던 그 레스토랑에서 보자꾸나. 우리 지금 당장 출발할게.”연채린이 알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황축복에게로 다가갔다.황축복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얌전하게 앉아 있었다.연승재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건넸지만 황축복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연채린이 그들에게 다가가 연승재더러 잠깐 뒤에서 기다리라고 눈짓을 보낸 뒤 황축복의 옆에 앉았다.“축복아...”황축복이 연채린을 올려다봤다. 동그랗고 맑은 눈망울이 조금 전보다 더 발갛게 충혈되었고 눈가에 눈물이 그득히 고여 있었다.“이모...”연채린이 조심스럽게 아이의 어깨를 감싸며 나지막하게 물었다.“축복아, 방금 어디까지 들었어?”아이가 눈을 비비며 입술을 깨물었다.“아빠가 납치를 했다는 것만 들었어요. 누구를 납치했는지는 못 들었고요...”다급해진 황축복이 연채린의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이모, 진짜예요? 우리 아빠가 정말 그런 일을 했어요? TV에서 보니까 납치가 엄청 무서운 일이라고 하던데...”연채린이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황축복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그런 거 아니야. 이모가 그냥 농담한 거야. 네 아빠는 그런 일 안 했어. 그러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황축복이 여전히 믿지 않는 눈치였고 눈시울이 더욱 붉어졌다.“하지만 아까 내가 봤을 땐 농담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엄청 진지하게 말씀하시던데...”아이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고 눈 속에 초조함과 막연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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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8화

전화가 몇 번 울렸다가 이내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차분하고 맑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누구시죠?”순간 긴장된 황축복이 몇 글자를 중얼거렸다. 하지만 내뱉고 나서야 목소리가 너무 낮아 상대가 알아듣지 못했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서현주가 다시 물었다.“뭐라고요?”황축복이 주먹을 꽉 쥐고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냈다.“언니, 저 황축복이에요. 언니가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도 된다고 하셔서...”한동안 침묵이 흘렀다가 서현주가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 축복아. 무슨 일 있어?”황축복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서현주가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다급히 덧붙였다.“네, 네. 있어요.”서현주가 휴대폰을 들고 조용한 장소를 찾아 이동한 뒤 나지막하게 물었다.“말해 봐. 듣고 있어.”황축복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배어 나와 쪽지가 거의 젖어 들어갈 정도였다. 아이가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언니한테 여쭤볼 게 있어요. 우리 아빠에 관한 일이에요...”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던 서현주가 사인할 서류를 들고 있는 비서에게 손짓으로 달라고 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 뭔데?”아이가 불안한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우리 아빠가 지금 어디 계신지 아세요? 아빠가 벌써 한참 동안 저를 보러 오지 않았어요. 어디 계신지도 모르겠고 저한테 알려주지도 않아요. 아빠랑 못 만난 지 엄청 오래됐거든요. 혹시 어디 계신지 아시면 저한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서현주가 잠시 침묵하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축복아, 아빠가 너한테 말하지 않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아빠의 사정은 아빠의 사적인 일이라서 외부인인 내가 참견할 자격이 없어. 그러니 말해줄 수 없어.”아이가 입술을 깨물며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너무 알고 싶어요. 언니, 저 너무 무서워요...”서현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뭐가?”황축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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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9화

“호정 호텔에 있어요.”황축복이 순순히 대답하자 서현주가 이어 말했다.“알았어. 30분 뒤에 도착할 테니까 시간 맞춰서 내려와 줄래?”아이가 알겠다고 답했다.“밖이 추우니까 나올 때 겉옷 꼭 챙겨 입고.”아이는 전화를 끊자마자 시키는 대로 방으로 달려가 패딩을 꺼내 입었다. 그러고는 거실 소파에 얌전히 앉아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마음속으로 시간을 세기 시작했다. 서현주가 휴대폰을 내려놓고 비서가 건넨 서류를 받아 훑어본 뒤 하단에 사인하고는 비서에게 물었다.“뒤에 남은 일정이 뭐가 있죠?”“30분 뒤에 연말 실적 보고대회가 있습니다. 회사 임원들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고 강 대표님도 오실 겁니다.”다행히 그리 중요한 회의가 아니었다.“내일 오전으로 미뤄요.”비서가 알겠다고 답했다.“잠시 나갔다 올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요.”“네. 운전기사를 대기시킬까요?”“아니요. 내가 직접 운전하려고요.”30분 뒤 서현주가 시간을 맞춰 호정 호텔 정문 앞에 도착했다. 멀리서도 호텔 입구에 서 있는 조그만 아이가 보였다. 찬바람을 맞은 바람에 아이의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그녀가 황축복의 앞에 차를 세우고 조수석 창문을 내렸다.“축복아.”유리창이 내려가기 전까지 황축복은 검은 유리창 너머의 사람을 그저 멍하니 쳐다봤다.그러다가 잠시 후 운전석에 앉은 서현주의 얼굴을 똑똑히 확인한 순간 아이의 눈에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눈빛을 보면 서현주를 무척이나 의지하는 듯했다.서현주가 말했다.“뒤에 타.”황축복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텔 도어맨이 차 문을 열어주자 황축복이 나지막하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차에 올랐다.아이가 안전벨트를 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서현주가 차를 출발시켰다.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황축복을 보며 말했다.“축복아, 우리 다른 데 가서 앉아서 얘기할까?”황축복이 조심스럽게 서현주의 눈치를 살피며 낮게 대답했다.“언니 말씀대로 할게요.”“점심시간이 다 되는데 밥은 먹었어?”황축복이 말없이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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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0화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번 생에 연하나를 다시 만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서현주는 백령사에서 간절히 기도했었다. 연하나가 다음 생에는 부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길, 큰 부귀영화는 바라지 않으니 그저 평안하고 순탄하게, 천수를 누리며 살게 해달라고.황축복을 볼 때마다 연하나의 모습이 떠올라 황축복에게 이토록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기꺼이 돕고자 하는 마음도 거기서 비롯되었다.황축복이 물을 다 마시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쳐다봤다.“언니...”서현주가 다정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응.”아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아빠가 어디 계신지 아세요?”그녀의 눈빛이 한없이 다정했다.“알아.”황축복의 눈이 반짝였다.“하지만...”서현주의 말투가 신중하게 바뀌었다.“축복아, 정말로 알고 싶어?”황축복이 다급히 대답하려던 그때 서현주가 말을 가로챘다.“잘 생각해야 해. 네 아빠가 너한테 숨기려 하는 일이야. 아빠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듣고 싶어?”아이가 잠시 망설였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알고 싶어요. 계속 모르는 건 싫어요. 아빠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알고 싶고요...”서현주가 황축복의 뜻을 존중했다. 비록 어린아이지만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었다.그녀가 알겠다고 하자 황축복이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언니, 아빠가 진짜로 일이 바빠서 못 오시는 게 맞나요?”서현주가 부드러운 눈길로 아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황축복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푹 떨궜다.“축복아, 미리 말해두지만 아빠의 상황을 알게 되면 네가 많이 속상할 수도 있어.”아이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멍하니 응시했다.“그래도 알고 싶어?”서현주의 질문에 황축복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고 싶어요.”“알았어. 그럼 알려줄게.”“고마워요, 언니.”“일단 밥부터 먹을까? 밥 먹고 얘기해줄게.”황축복은 서현주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랐다.두 사람은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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