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번 생에 연하나를 다시 만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서현주는 백령사에서 간절히 기도했었다. 연하나가 다음 생에는 부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길, 큰 부귀영화는 바라지 않으니 그저 평안하고 순탄하게, 천수를 누리며 살게 해달라고.황축복을 볼 때마다 연하나의 모습이 떠올라 황축복에게 이토록 인내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기꺼이 돕고자 하는 마음도 거기서 비롯되었다.황축복이 물을 다 마시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쳐다봤다.“언니...”서현주가 다정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응.”아이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아빠가 어디 계신지 아세요?”그녀의 눈빛이 한없이 다정했다.“알아.”황축복의 눈이 반짝였다.“하지만...”서현주의 말투가 신중하게 바뀌었다.“축복아, 정말로 알고 싶어?”황축복이 다급히 대답하려던 그때 서현주가 말을 가로챘다.“잘 생각해야 해. 네 아빠가 너한테 숨기려 하는 일이야. 아빠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듣고 싶어?”아이가 잠시 망설였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알고 싶어요. 계속 모르는 건 싫어요. 아빠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알고 싶고요...”서현주가 황축복의 뜻을 존중했다. 비록 어린아이지만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었다.그녀가 알겠다고 하자 황축복이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깨물었다.“언니, 아빠가 진짜로 일이 바빠서 못 오시는 게 맞나요?”서현주가 부드러운 눈길로 아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황축복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푹 떨궜다.“축복아, 미리 말해두지만 아빠의 상황을 알게 되면 네가 많이 속상할 수도 있어.”아이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멍하니 응시했다.“그래도 알고 싶어?”서현주의 질문에 황축복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고 싶어요.”“알았어. 그럼 알려줄게.”“고마워요, 언니.”“일단 밥부터 먹을까? 밥 먹고 얘기해줄게.”황축복은 서현주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랐다.두 사람은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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