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축복의 말에 서현주는 멈칫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난 신경 안 써. 그렇게 고개 숙이고 있지 마. 척추에 안 좋아.”어린아이를 속이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이었고 황축복이 나쁜 짓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기에 굳이 마음을 쓸 필요는 없었다.하물며 황축복은 이제 서현주를 믿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황축복이 서현주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고마워요, 언니...”“얼른 들어가.”아이가 그제야 차에서 내렸다.서현주의 차가 호텔 문 앞에 세워져 있었다. 황축복이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나서야 차를 출발시켰다.통유리창 너머로 쏟아지는 햇살이 식당 창가 자리에 앉은 손님들을 따스하게 내리쬐고 있었다.“그래, 그래. 잘됐네. 정말 잘됐어.”백미경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얼굴에 오랜만에 미소가 떠올랐고 혈색도 돌았으며 편안한 기색이 역력해졌다.옆에 있던 유태준이 백미경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기쁨에 겨운 나머지 눈가에 주름이 깊게 잡혔고 얼굴에 화색이 만연했다.연채린이 서류를 건네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아저씨, 아줌마, 이 자료들 한번 보세요. 꼭 외우셔야 해요. 나중에 법정에서 증언하실 때 한 점의 오차도 없어야 상대방한테 꼬투리를 잡히지 않거든요.”비록 식당 룸 안에서 나누는 대화였지만 연채린은 혹여 다른 사람이 들을까 걱정되어 시종일관 낮게 말했다.백미경이 서류를 건네받아 꽉 움켜쥐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잘 알고말고. 우리 정말 열심히 외울게. 까먹지 않도록 매일 볼 거야.”유태준도 서류를 받아 들고 꼼꼼히 살폈다. 잠시 후 연신 좋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백미경의 눈시울이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유태준이 엄숙하면서도 격양된 말투로 말했다.“보니까 아주 완벽하고 격식에 맞게 잘 준비했구나. 어르신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이번 일로 신세 진 거 꼭 기억할게.”백미경이 눈물을 훔쳤다.“그래. 어르신께도 고맙고 너랑 승재한테도 너무 고마워. 연씨 가문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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