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았다.병실 안은 죽음과도 같은 가라앉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서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그녀가 막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연지훈의 낮고 서글픈 목소리가 뒤편에서 흘러나왔다. 건드리면 이내 터져버릴 비눗방울처럼 가냘픈 음성이었다.“약속할게.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마침내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다.서현주가 문을 밀어 열자 병원 특유의 하얗고 차가운 불빛이 그녀의 온몸 위로 쏟아졌다.그것은 단순한 조명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토록 갈망해 마지않던 새로운 앞날의 서광이었다.그녀는 찰나의 아득함을 느꼈다.‘정말로 끝이 나는구나. 정말 끝났구나.'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업보가 한순간에 사라지자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는 해방감이 밀려왔다.서현주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문을 닫았다.자신을 향해 있던 연지훈의 마지막 시선을 그렇게 완전히 차단해 버렸다.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안요한의 병실로 향했다. 한 걸음씩 내딛는 발끝이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요한은 이미 깨어나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 있었다. 다만 미간을 찌푸린 채 뾰로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서현주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안요한은 서현주의 입가에 걸린 홀가분한 미소를 포착하고는 멈칫하더니 이내 더 구겨진 표정으로 말했다.“뭐야? 연지훈 방에서 나오는데 왜 그렇게 표정이 좋아? 네 남자 친구는 여기 누워 있는데!”서현주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옆에 있던 엄진경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눈치껏 자리를 피해 주었다.“난 축복이 보러 다녀올게.”서현주는 침대 곁 의자에 앉아 안요한을 바라보며 말했다.“별일 아니에요. 확실하게 정리하고 왔어요.”구체적인 내막까지 일일이 털어놓지는 않았다.하지만 안요한은 그녀의 맑아진 얼굴을 가만히 살피다 이내 그 의미를 정확히 짚어냈다.순식간에 안요한의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마치 세상의 모든 먹구름을 단숨에 걷어내는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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