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재도 체념한 듯했다.“그렇게 하자, 그럼.”황축복이 굽혔던 허리를 펴자마자 연승재의 말에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고마워요, 삼촌. 고마워요, 이모.”연채린은 그 꼴이 보기 싫다는 듯 탁자 위에 놓인 차 키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빨리 나와. 시간 없어.”황축복이 가방끈을 꼭 쥐고 신난 얼굴로 연채린의 뒤를 따랐다.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내내 차 안에 침묵만 감돌았다. 연채린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가속 페달을 거칠게 밟았다. 평소라면 족히 30분은 걸릴 거리를 단 15분 만에 주파했다.차가 어린이집 정문 앞에 멈춰 선 후 황축복이 옆자리에 두었던 책가방을 멨다. 나지막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차 문을 열려던 찰나 연채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황축복이 고개를 돌렸다. 백미러로 아이를 보는 연채린의 두 눈에 짜증과 차가움이 가득했다.“편지 한 통 써. 네가 스스로 원해서 떠나는 거라고,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네 아빠한테 보여줄 거니까 지금 당장 써.”황축복이 군말 없이 가방을 내려놓고 그 안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그리고 차 시트에 엎드려 조용히 글씨를 써 내려갔다.몇 분 뒤 황축복이 편지를 연채린에게 건넸다.연채린이 내용을 훑어보았다. 글씨가 삐뚤빼뚤하고 문장도 서툴렀지만 내용은 알아볼 수 있었다. 삼촌과 이모가 잘 돌봐줬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그녀가 편지를 수납함에 대충 쑤셔 넣었다.“됐어. 내려. 경비 아저씨더러 선생님께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시라고 해.”황축복이 알겠다고 답한 뒤 차 문을 열고 재빨리 차에서 내렸다. 문을 닫기 전 황축복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돌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삼촌이랑 이모 모두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빌게요.”연채린과 연승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황축복도 그들이 대답하기를 기대하지 않았다.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차 문을 닫아버렸다.차 문이 닫히기 무섭게 연채린이 가속 페달을 밟고 홱 가버렸다.황축복은 아빠가 가르쳐준 대로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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