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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Kabanata 1371 - Kabanata 1380

1458 Kabanata

제1371화

휴대폰 너머로 잠시 침묵이 흘렀다.“아니신가요? 죄송합니다. 축복이 책가방 안에서 이 번호를 찾았거든요. 저도 어쩔 수 없어서 이 번호로 연락드린 거예요. 어린이집에 등록된 보호자 번호로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도통 연결이 안 되고 다른 사람 휴대폰으로 걸어봐도 마찬가지여서요. 축복이한테 물어봐도 그냥 여기 있겠다는 말만 하고...”“하지만 축복이는 아직 어린애잖아요. 보호자 의사가 가장 중요하죠. 곧 설 연휴라 아이들 귀가 현황을 다 파악해야 하거든요. 보호자가 도저히 연락이 닿질 않아서 몰래 가방을 뒤져봤더니 이 번호가 나왔어요. 저는 당연히 보호자인 줄 알고 전화했는데... 실례 많았습니다.”선생님이 갑자기 말머리를 돌리면서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저 혹시 축복이의 보호자와 아는 사이신가요? 연락이 되면 축복이를 어떻게 할 건지 좀 물어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미안함이 듬뿍 묻어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황축복과 관련된 일이라 서현주도 모른 척할 수 없었다.“제가 축복이 보호자 연락처를 알고 있어요. 물어보고 다시 연락드릴게요.”선생님이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연락처에 기재해둬도 괜찮을까요?”서현주가 짧게 대답했다.“서현주입니다.”두 사람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통화할 때 강혜인이 옆에서 턱을 괴고 듣고 있었다. 뭐라 묻기도 전에 서현주가 길가에 차를 세우더니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 목록을 뒤지기 시작했다.강혜인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쑥 내밀었다.“뭘 찾아?”“연채린.”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현주가 연채린의 연락처를 누른 뒤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상대가 전화를 받기 전에 강혜인이 물었다.“걔한테는 왜? 무슨 일 있어?”서현주가 강혜인을 돌아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따가 설명해 줄게.”그런데 말하는 사이 상대가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이미 예상한 서현주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또다시 수신 거부였다.서현주가 달리 방법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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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황축복을 볼 때마다 서현주는 자꾸만 연하나가 떠올랐다. 하여 연하나에게 가졌던 애틋한 마음이 자연스레 황축복을 향한 연민으로 흘러들었다.과거 남의 집에서 얹혀살았던 서현주였기에 연채린과 연승재에게 잠시 맡겨졌던 황축복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눈칫밥을 먹으며 산다는 건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지난번 백령사에서 연채린이 황축복을 잃어버렸을 때부터 짐작은 하고 있었다. 연채린과 연승재가 아이에게 그리 정성을 쏟지 않는다는 것을.냄비처럼 금방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리는 연채린의 성격상 황축복을 맡기로 한 결정 역시 그저 순간적인 충동이나 오기였을 게 틀림없었다.충동적이었던 그 시간이 지나가면 더는 황축복을 돌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친부모가 아니고서야 남의 아이에게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하물며 금지옥엽으로 귀하게만 자란 연채린이야 오죽할까?오늘 밤 어린이집 선생님에게서 걸려 온 전화가 그 우려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내일이 섣달그믐인데 연채린과 연승재는 어떻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방치해둘 수 있단 말인가?이건 단순한 부주의라고 할 수 없었다. 그냥 황축복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뜻이었다.황축복의 근황을 알아갈수록 서현주의 마음이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런 일까지 잊을 정도라면 연채린의 곁에서 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지낼지 대충 짐작이 갔다.서현주는 일단 차를 세우고 연채린의 답장을 기다리기로 했다.조금 전에 전화 두 통을 모두 빠르게 끊어버린 걸 보면 분명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다는 뜻이라 메시지를 못 봤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몇 분이 지났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서현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메시지를 보낼 무렵 연채린은 경연시의 해양 테마파크에서 연유준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황축복이 옆에 있을 때 다 같이 놀러 가자고 논의했던 곳이었다.거대한 통유리 앞에 선 연유준이 신난 얼굴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구경했다. 아이의 두 눈이 다 반짝였고 가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신난 나머지 한시도 가만히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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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서현주에게 황축복이 엄마 없이 아빠 황태민과 단둘이 사는 한부모 가정의 아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은 뒤부터 강혜인은 아이에게 일말의 연민이 생겼다.황태민이 교도소에 수감되면 아이가 홀로 어떻게 살아갈지 은근히 걱정되었다.강혜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황태민 그 사람도 정말 이해가 안 가. 집에 돌봐야 할 어린 자식이 있는데 대체 왜 그런 일을 저지른 거야? 연애에 눈이 멀어도 정도가 있지, 자기 자식까지 뒷전으로 두면 어떡해? 잡혀들어갈 거란 생각은 못 했나? 아이의 앞날은 누가 책임져?”그 말에 서현주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여 연채린과의 채팅창을 내려다보았다.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없었다. 회사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 결국 어쩔 수 없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회사로 향했다.아직 퇴근하려면 두세 시간이 남았다. 서현주는 업무를 처리하면서도 틈날 때마다 연채린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연채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저녁 6시, 경연시의 겨울밤이 일찍 찾아와 세상이 금세 어둑해졌다.하유 그룹의 직원들 대부분이 정리하고 퇴근하며 본격적인 설 연휴의 시작을 알렸다.하늘에 흩날리던 눈송이들이 도로 위에 얇게 내려앉았다. 내일이 섣달그믐날이라 거리의 가게마다 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서현주도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모두 마무리하고 의자에 앉아 얼굴을 찌푸린 채 휴대폰을 응시했다.시계가 벌써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연채린은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서현주는 그제야 연채린이 일부러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 고민하다가 어린이집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얼마 가지 않아 연결되었고 휴대폰 너머로 교사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서현주 씨.”서현주가 연채린이 황축복을 데리러 왔는지 물으려던 찰나 어린이집 교사가 먼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혹시 축복이의 보호자와 연락이 닿았나요? 지금 벌써 일곱 시가 다 되어가는데 아직 데리러 오지 않았어요.”그 말을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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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연유준은 화난 와중에도 최대한 억울하고 가련해 보이려 애쓰며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설은 당연히 엄마 아빠랑 보내야 하는 거잖아요. 걔네 부모님이랑 보내라고 해요. 왜 우리 집에 와야 하는데요? 난 정말 싫어요. 고모, 제발 데려오지 말아요. 네?”연유준이 연지훈의 집에 머무는 동안 황축복 때문에 연채린과 연승재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오늘 연채린과 놀러 나온 뒤에야 황축복이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쁜 소식이었다.‘그 귀찮은 애가 드디어 갔구나.’너무 기쁜 나머지 눈발이 날리는 한겨울 날씨인데도 연유준의 이마와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정신없이 뛰어놀았다.그런데 얼마 즐기지도 못했는데 연채린이 다시 황축복의 얘기를 꺼냈다.연유준으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황축복을 다시 데려와서는 안 되었다.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다시는 그 아이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연유준이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그 방해꾼이 영영 사라져서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아이가 가여운 표정으로 연채린의 옷소매를 붙잡고 흔들었다.“고모, 제발 부탁이에요. 걔 데려오지 마세요. 데려오면 나 진짜 슬플 것 같아요.”연채린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원하는 답을 들은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그녀가 연유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휴대폰을 가방에 집어넣었다.“그래, 우리 유준이 말대로 데려오지 않을게. 유준이가 설을 신나게 보내는 게 중요하지. 안 그래?”연유준이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우와, 신난다. 고모 최고.”연채린이 웃으면서 아이를 바라봤다. 서현주가 보낸 메시지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야들야들하게 익은 소고기 한 점을 집어 연유준의 그릇에 놓아주었다.한편 서현주는 사무실에서 연채린의 답장을 30분이나 기다렸다. 연락이 끝내 오지 않았고 대신 같이 퇴근하기로 한 강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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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짧은 틈을 타 서현주가 안요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밤 시간이 날 때 꼭 전화를 달라는 내용이었다.하지만 메시지를 보내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안요한에게서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뒤 강혜인이 서현주의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요한 씨랑 설을 어떻게 보낼지 얘기해봤어?”서현주가 다시 한번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조용했다. 결국 체념한 듯 휴대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어떻게 보내긴. 각자 집에서 가족들이랑 보내야지.”강혜인이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그래. 내일이랑 모레까지는 가족들이랑 보내고 글피쯤 너희 집으로 갈게.”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어머니 엄진경과 단둘이 경연시에서 지냈다. 가깝게 지내는 이웃 몇몇을 제외하면 딱히 찾아갈 친척도 없었다.연휴가 시작되면 시간이 아주 많았기에 강혜인이 언제 오든 환영이었다.두 사람은 주차장에서 짧은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내일이 섣달그믐날이라 그런지 거리 곳곳에 명절 분위기가 완연했다. 다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차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지방에서 경연시로 일하러 온 젊은이들이 일제히 귀성길에 오른 바람에 자동차 후미등 불빛이 붉은 바다처럼 끝없이 이어졌다.정체가 심해 평소 20분이면 충분했을 거리를 40분이 넘게 걸려서야 겨우 도착했다.서현주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다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연채린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안요한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는데 회의 중이라 밤 10시는 넘어야 시간이 날 것 같다고 했다.서현주는 서두를 필요 없다고 답장을 보낸 다음 연채린과의 대화창을 다시 한번 살폈다. 역시나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휴대폰을 집어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엄진경이 며칠 전부터 설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거실 탁자 위에 과일과 견과류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설에 먹을 식재료들이 냉장고에 가득했다.서현주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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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여기 있지 말고 거실에 가 있어. 도와줄 거 없어.”엄진경에게 밀려 주방 밖으로 나온 서현주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도와주겠다는데도 싫어요?”그러자 엄진경이 두 눈을 부릅떴다.“응, 싫어. 하루 종일 일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좀 쉬어. 이제 요리 두 가지만 더하면 끝이니까 얼른 나가.”엄진경의 태도가 어찌나 단호한지 서현주가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갔다간 정말로 국자를 휘두르며 쫓아낼 기세였다.서현주가 두 손을 들고 항복하는 시늉을 하며 고분고분 거실로 물러났다.시계를 보니 어느덧 8시 10분이었다. 연채린에게서 계속 답장이 없어 결국 다시 어린이집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생님, 혹시 축복이를 데리러 온 사람이 있나요?”휴대폰 너머로 교사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아니요.”서현주가 얼굴을 찌푸렸다.“아직도 축복이 보호자랑 연락이 안 되나요?”“축복이 보호자 연락처가 두 개인데 첫 번째 번호는 얼마 전까지 계속 연결이 잘 되다가 갑자기 연결이 안 되더라고요. 두 번째 번호는 아예 받질 않아요. 저희도 이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서현주는 마음이 무거워졌다.첫 번째 번호는 황태민의 번호일 것이다. 구치소에 들어갔으니 연락을 받을 리 만무했다.두 번째 번호는 분명 연채린이나 연승재의 번호일 터.서현주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그때 교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서현주 씨, 이제 곧 9시예요. 그때까지도 아무도 안 오면 설 기간 축복이가 어린이집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를 올릴게요.”그녀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지금 어린이집에 사람이 얼마나 남았죠? 축복이를 잘 돌볼 수 있나요?”교사가 친절하게 설명했다.“네. 돌보는 건 문제 없어요. 어린이집에 선생님 세 분이랑 경비원 두 분이 계시거든요.”“다른 아이들은요?”“다른 아이들은 벌써 며칠 전에 다 집에 돌아갔고 지금은 축복이 혼자뿐이에요.”교사가 말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축복이 혼자 있으면 많이 외로울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든 설 기간 만큼은 보호자한테 보내고 싶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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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그때 서현주가 입을 열었다.“선생님, 제가 축복이를 데리러 가도 될까요?”그 말에 교사가 멈칫했다.“서현주 씨가요? 보호자분께 데려다주시는 건가요?”“아니요. 보호자한테 데려다주는 게 아니라 제가 데리고 있으려고요. 저도 아이를 잘 알고 아이도 저를 잘 따라요. 설에 아무도 아이를 데려가지 않는다면 제가 잠시 돌보다가 설이 지나면 다시 어린이집에 보낼게요. 그렇게 해도 될까요?”교사가 잠깐 망설이다가 말했다.“서현주 씨가 축복이 보호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으셔서 규정상 안 돼요. 축복이를 보낼 수 없습니다.”서현주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축복이를 데려올 수 있나요?”“보호자만 동의하면 데려가실 수 있어요.”서현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구치소에 있는 황태민과는 연락조차 닿지 않을뿐더러 설령 연락이 닿는다 해도 그가 순순히 아이를 맡길 리 없었다.그렇다면 남은 건 연채린뿐이었다. 메시지도 읽지 않고 전화도 피하는 연채린이 동의해줄 리 만무했다.“방법이 그것뿐인가요? 축복이가 저를 따라가겠다고 해도 안 돼요?”“죄송합니다. 저희는 아이와 보호자한테 책임을 져야 해서요. 반드시 보호자의 허락이 있어야만 아이를 데려갈 수 있어요.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이러는 것이니 부디 이해해 주세요.”한때 아이를 품었던 엄마였기에 서현주도 당연히 이해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텅 빈 어린이집에서 황축복이 홀로 외롭게 설을 보내게 둘 수가 없었다.“네, 알겠습니다.”교사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건넨 뒤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서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패딩을 입으면서 연채린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답장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방법이 없었다. 이것이 황축복을 데려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네가 안 데려갈 거라면 내가 데려가게 해줘.]서현주가 서둘러 차 키를 챙겨 들고 현관문을 열었다.“엄마, 나 급한 일이 생겨서 잠깐 나갔다 올게요. 금방 올 거예요.”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엄진경이 주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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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같은 시각 연채린이 연유준을 데리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기고 있었다.내일이 설 전날이라 설을 보내러 하경시로 돌아갈 계획이었다.재벌가 아가씨인 연채린은 당연하다는 듯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연승재가 짐을 챙기는 걸 지켜봤다.연유준이 난방이 따뜻한 거실 바닥에 앉아 TV 속 만화를 집중해서 봤다.서현주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연채린이 코웃음을 쳤다.‘서현주, 네까짓 게 뭔데 나한테 부탁을 해? 우리 관계가 이토록 파탄 난 마당에 머리로 생각하지 않아도 내가 이런 요구를 들어줄 리 없다는 걸 알 텐데. 그리고 축복이를 내가 왜 신경 써야 하는데? 은혜도 모르는 아이라고. 가엽게 생각할 필요도 없어. 어린이집에서 혼자 설을 보내는 게 뭐가 어때서?’사실 연채린이 오늘 경찰서에 들러 황태민에게 그럴싸한 변명을 늘어놓고 온 참이었다.연동욱이 황축복을 탐탁지 않아 하고 설에 반드시 본가로 내려가서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어린이집에 맡기게 됐다고 설명했다.그때 황태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침울해졌다.평소의 똑똑한 황태민이었다면 단박에 거짓말임을 눈치챘겠지만 지금의 황태민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처지라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심지어 그동안 아이를 돌봐줘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덧붙였다.경찰서를 나온 뒤 연채린은 아무런 가책 없이 황축복을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방치했다.이제 연동욱이 완벽하게 조작된 정신질환 진단서까지 손에 넣었으니 더 이상 경연시에 머물 이유가 없었다. 설이 지나면 이번처럼 오랫동안 경연시에 머물 일도 없을 것이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한 번씩 들르면 그만이었다.황축복의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적어도 예전처럼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건 불가능할 듯싶었다.연채린이 서현주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휴대폰을 덮어버린 뒤 TV로 시선을 옮겼다.‘이영 언니한테 진단서가 있다는 소식을 서현주도 전해 듣고 지금 머리가 터질 정도로 고민하고 있을 거야.’연동욱이 진단서가 워낙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아무리 훑어봐도 빈틈을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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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연승재가 연채린을 보며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그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하려 한다는 것을 이미 눈치챈 연채린이 연승재를 곁눈질하며 말했다.“나 설득할 생각 하지 말아요. 내가 그런 말 듣기 싫어한다는 거 오빠도 다 알잖아요.”연승재가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알았어.”그는 정말로 황축복을 이대로 둘 건지 묻고 싶었다. 사실 황축복에게 측은지심이 있었다. 고작 어린아이일 뿐이라 설에 본가로 데려가도 별일은 없었다.하지만 황축복을 대하는 연채린의 태도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결국 입을 다물기로 했다.곧 설인데 중요하지도 않은 일로 연채린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즐거운 설 분위기를 깨고 싶지도 않았다.연승재는 그렇게 방관을 선택했다.서현주의 차가 후미등이 만들어낸 붉은 바다 같은 도로 위를 천천히 달렸다. 연채린에게서 계속 답장이 없자 초조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고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가라앉았다.이젠 연채린이 그녀를 도와줄 리 없다고 완전히 확신했다.8시 50분에 서현주가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어린이집 건물 대부분이 불이 꺼져 어두컴컴했고 본관의 창문 몇 개만 밤공기 속에서 외롭게 빛을 내뿜고 있었다.서현주가 차에서 내려 경비실 쪽을 살폈다. 경비원 두 명이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데 동영상을 어찌나 소리 높게 틀어놨는지 멀리서도 다 들릴 정도였다.매서운 겨울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자 서현주가 옷을 여미며 발을 동동 굴렀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교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지금 어린이집 앞인데 번거로우시겠지만 축복이를 데리고 잠깐만 내려와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 얼굴이라도 좀 보고 싶어서요.”서현주가 아이를 데려가려는 줄 알고 교사가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서현주 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보호자 동의 없이는 아이를 보내드릴 수가 없어요. 규정상 안 돼요...”“네, 알아요. 데려가려는 게 아니라 그냥 얼굴만 보려는 거예요. 선생님 곤란하게 하지 않을 테니 축복이 데리고 잠깐만 내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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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휴대폰 너머로 연지훈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겨울밤의 공기보다도 훨씬 따뜻한 것 같았다.“반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받아. 내가 말했잖아. 두 번째 반지는 네 마음에 꼭 들게 해주겠다고. 디자인이랑 제작 과정이 까다로워서 설은 지나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현주가 꾹 참으며 말했다.“반지 달라고 한 적 없는데요?”“알아.”연지훈은 짧게 대답하고는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서현주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반지를 주겠다는 뜻이었다.그녀는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지금은 연지훈에게 부탁해야 할 처지였기에 무의미한 대화를 빨리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야 했다.서현주가 목소리를 내리깔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주제 전환이 너무 갑작스러웠던 탓인지 연지훈이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는 지금 공한 VIP 라운지에서 연채린, 연유준 등과 함께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서현주가 그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오래 살고 볼 일이네. 네가 나한테 도움을 다 청하고.”장난기 섞인 연지훈의 말에 서현주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헛기침했다.“그래서 도와줄 거예요, 말 거예요?”서현주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연지훈에게 절호의 기회였기에 절대 놓쳐선 안 되었다. 그녀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더는 장난치지 않았다.“도와줄게.”연지훈의 목소리에 신난 기색이 조금 섞여 있었고 눈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말해봐. 내가 뭘 해주면 되는지.”옆에서 조용히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연채린이 연지훈의 목소리가 유난히 다정해지자 의아한 듯 그를 쳐다보았다.서현주가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무슨 일이냐면...”연지훈도 황태민의 일을 알고 있었기에 서현주는 황축복을 데려오고 싶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황축복을 데려가려면 연채린의 동의가 필요했으므로 연지훈에게 연채린을 좀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얘기를 듣던 연지훈이 옆에 앉은 연채린을 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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