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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381 - Chapter 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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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1화

연지훈의 말투가 차갑기 그지없었다.“할 거야, 말 거야?”그의 태도에 연채린이 결국 폭발했다. 입술을 깨물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주먹을 꽉 쥔 채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해. 내가 왜 그 여자를 도와줘야 하는데? 절대 안 도와줘.”연동욱이 이미 며칠 전에 하경시로 떠난 터라 VIP 라운지에 연지훈, 연채린, 연승재, 그리고 연유준뿐이었다.지난밤 떼를 쓰느라 늦게 잠든 연유준이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은 채 소파에서 흐트러진 자세로 곯아떨어져 있었다. 연채린이 고함을 질러대는 와중에도 연유준은 세상 모르게 잤다.연채린의 옆에 앉아 있던 연승재가 연지훈과 연채린을 번갈아 보며 입술만 달싹였다. 그녀가 격앙된 반응을 보여도 연지훈은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했다.“내 말을 거역하면 결과가 어떨지 잘 알 텐데.”내일 아침 메뉴를 정하는 것처럼 덤덤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 경고의 뜻이 담겨 있다는 걸 누구라도 알아챌 수 있었다.연채린의 눈시울이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눈동자가 급격하게 떨렸다.연승재 역시 안절부절못했다. 서현주를 향한 혐오감이 두 눈에 스쳤지만 겉으로는 뭐라 하지 않았다.연채린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고집을 꺾지 않았다.“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싫어요. 서현주가 그렇게 잘났으면 알아서 해결할 것이지, 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난리인데요? 우리가 사이가 좋은 것도 아닌데.”그때 연유준이 몸을 뒤척이며 깨어내려 했다. 보다 못한 연승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맞아요, 형. 서현주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잘 모르면서...”연지훈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의 말을 가로챘다.“현주가 뭘 어쨌는데?”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연승재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연지훈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가 고개를 숙였다.연채린이 물러서지 않고 턱을 치켜든 채 악을 썼다.“오빠, 난 절대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명절이면 뭐 어때서요? 축복이 어린이집에 있는 게 제일 안전해요. 거기서 전문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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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2화

연유준이 소파에서 내려오더니 연채린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고모, 왜 그래요?”아이를 내려다보던 연채린이 연유준의 손목을 잡고 끌어당겼다.“오빠, 나뿐만 아니라 유준이도 축복이를 싫어해요. 축복이를 보낸 것도 다 유준이를 위해서라고요. 내가 며칠 돌보는 동안 유준이가 계속 우울해해서 오빠한테 보냈던 거예요.”연채린이 아주 그럴듯하게 둘러댔다.아무튼 황축복을 잘 돌보겠다고 큰소리를 쳐놓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돌려보낸 무책임한 행동은 결코 그녀의 탓이 아니며 전부 황축복의 잘못이라는 뜻이었다.연채린이 연유준을 내려다보면서 물었다.“유준아, 고모 말이 맞지?”이제 막 잠에서 깨어 정신이 얼떨떨했던 연유준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연채린이 바로 연지훈을 쳐다보며 말했다.“거봐요. 내가 무책임한 게 아니라 그 애한테 문제가 있는 거라니까요.”연지훈의 차가운 시선이 연유준에게 향했다.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연유준이 연채린의 뒤로 몸을 숨겼다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연지훈의 눈치를 살폈다.연지훈이 더는 말을 섞기 귀찮다는 듯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미르국 지사로 가서 1년 동안 경험을 쌓고 올래, 아니면 지금 당장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현주가 축복이를 데려가는 걸 동의한다고 말할래?”그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9시까지 이제 3분 남짓 남아 있었다.그의 말에 연채린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고 눈시울도 붉어졌다.고작 서현주 때문에 연지훈이 이런 말을 할 줄은, 그녀를 미르국에 1년이나 보내려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연채린의 호흡이 거칠어졌고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심호흡한 뒤 억지로 눈물을 삼키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정말 이해가 안 돼요.”“네가 지금 해야 하는 건 이해가 아니라 선택이야.”연채린이 말을 잇지 못했다.연지훈의 진지한 태도에 발끝에서부터 두려움이 서서히 밀려와 심장을 조였고 누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숨을 쉬기 힘들었다.그녀가 두려움과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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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3화

황축복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전 괜찮아요. 언니한테 방해가 될까 봐 안 했어요.”서현주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방해라니, 절대 아니야.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번호를 알려준 거야.”황축복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기억할게요.”그녀는 아이와 얘기를 몇 마디 더 나눈 뒤 어린이집 교사에게 말했다.“선생님, 그동안 축복이가 말썽 피우진 않았죠?”교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축복이가 워낙 철이 든 애라 속을 썩이지 않아요.”서현주가 다시 한번 황축복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때 황축복이 서현주의 손을 흔들면서 앙증맞은 목소리로 물었다.“언니, 오늘은 무슨 일로 왔어요?”서현주가 허리를 숙여 아이와 눈을 맞추며 다정하게 말했다.“곧 설이잖아. 그래서 축복이 얼굴 보러 왔지. 언니가 방해된 건 아니지?”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 언니가 와서 정말 기뻐요.”옆에서 지켜보던 교사의 얼굴에도 따스한 미소가 번졌다.서현주가 황축복에게 물었다.“만약 언니 집에 가서 함께 설을 보내자고 하면 언니랑 같이 갈 거야?”교사가 흠칫했다가 하려던 말을 삼켰다. 황축복 역시 많이 놀랐는지 서현주를 멍하니 쳐다봤다.서현주가 황축복의 팔을 흔들면서 웃어 보였다.“왜 그렇게 멍하니 봐? 싫어?”황축복이 잠시 고민에 잠겼다. 당연히 가고 싶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걸렸다.“언니, 그냥 가족들이랑 설을 보내요. 전 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기서도 선생님들이 잘 챙겨주시니까 괜찮아요.”교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때 서현주가 또 물었다.“언니가 꼭 데려가겠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서현주가 짐짓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언니도 가족이 별로 없어. 가족이라곤 엄마밖에 안 계시거든. 축복이가 같이 안 가면 언니 너무 속상할 것 같아. 언니가 이렇게 말해도 같이 안 갈 거야?”황축복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언니...”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여 따뜻함과 속상함이 섞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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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4화

연채린이 전화를 끊자마자 몹시 불쾌한 기색으로 연지훈을 노려보며 손에 쥔 휴대폰을 흔들었다.“이제 됐죠?”“응.”연지훈의 대답이 어찌나 무미건조한지 누가 들으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오해할 정도였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연채린은 휴대폰을 뒷좌석 빈자리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리고는 팔짱을 끼고 등받이에 몸을 기대 눈을 감아버렸다.평소 제멋대로인 연유준조차 연채린의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 화가 난 연채린과 무표정한 얼굴의 연지훈을 번갈아 살폈다.연유준이 제자리에서 한참을 주저하다가 연승재를 돌아봤다.이 자리에서 그나마 다가가기 편한 연승재에게 조용히 걸어갔다. 아이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챈 연승재가 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한동안 속으로 분을 삭이던 연채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연지훈의 움직임을 살폈다.연지훈이 긴 다리를 무심하게 꼰 채 휴대폰을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몇 번 터치했다.그가 고개를 들자 날카로운 눈매와 서늘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 각도에서 보든 완벽한 얼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연채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때 연지훈의 입가에 미소가 아주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대체 누구랑 연락하는 거야? 설마 서현주?’그녀가 짜증을 내면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녀의 예상대로 연지훈이 서현주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었다.[선물 가져가는 거 잊지 마.]한편 서현주는 교사와 대화를 나누느라 그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했다. 교사가 웃으면서 휴대폰을 넣었다.“이 전화만 있으면 돼요. 이제 축복이를 데려가셔도 됩니다.”서현주가 황축복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동안 잘 돌봐주셔서 정말 고마워요.”그러고는 아이의 어깨를 살짝 밀었다.“축복아, 선생님이랑 가서 짐 챙겨올래? 언니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황축복이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교사가 아이의 손을 잡고 서현주에게 말했다.“서현주 씨도 같이 들어가도 돼요.”그 말에 서현주도 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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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5화

서현주가 대답했다.“네, 알았어요. 운전해야 해서 이만 끊을게요.”통화를 마친 서현주가 뒷좌석의 황축복을 돌아보며 다정하게 일렀다.“축복아, 이따가 언니 엄마를 만나게 될 거야. 무서워하지 말고 아줌마라고 부르면 돼. 우리 엄마 성격도 좋고 아이들을 엄청 예뻐하시거든.”황축복이 긴장한 듯 안전벨트를 꽉 쥐고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알았어요.”집에 도착하니 벌써 밤 10시가 다 되어갔다.서현주가 황축복의 손을 잡고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거실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던 엄진경이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사람을 보기도 전에 엄진경이 웃으면서 말했다.“어서 와. 얼른 들어와 앉아.”엄진경이 거실에서 걸어 나왔을 때 마침 황축복이 현관 신발장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서현주만 본 엄진경이 의아해하던 참에 서현주가 한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걸 보고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그녀의 시선이 귀엽고 앙증맞은 아이에게로 향했다.아이가 수줍음과 두려움을 꾹 참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아줌마, 안녕하세요. 실례했습니다.”엄진경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현주를 올려다보았다.“현주야, 이 아이는...”서현주가 황축복을 집 안으로 들인 뒤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에서 황축복의 발 사이즈에 맞는 슬리퍼를 꺼내 아이 앞에 놓아주었다.“자, 신발 갈아 신어.”엄진경이 슬리퍼를 갈아 신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갑자기 어디서 애를 데려온 거니?”서현주가 집에서 신던 슬리퍼를 신고 나간 바람에 바닥이 지저분해졌다. 허리를 숙여 다른 슬리퍼로 갈아 신으면서 말했다.“아까 전화로 말했던 친구가 바로 얘예요.”슬리퍼를 갈아 신은 뒤 허리를 곧게 펴고 황축복을 앞으로 밀었다.“이름은 황축복이고 설 기간 우리랑 함께 지낼 거예요.”엄진경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우리랑 함께 지낸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말 그대로예요.”말을 마치고는 다시 한번 황축복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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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6화

서현주가 고개를 숙이고 냄비 안의 맛있는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점점 더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았다.배를 어루만지던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엄진경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뭐가 아니라는 거예요?”엄진경이 못마땅한 기색으로 다가와 서현주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엄마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그녀가 이마를 잡고 물었다.“무슨 거짓말요?”엄진경이 턱으로 거실 쪽을 가리키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아이 말이야. 여섯 살인 거 확실해? 나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지?”서현주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나이 가지고 거짓말하겠어요? 아이 생일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몰라도 여섯 살인 건 확실해요.”엄진경이 다시 한번 서현주의 이마를 찌르며 핀잔을 줬다.“못살아, 정말. 갑자기 애를 데려와서 난 또 네가 몰래 낳은 애인 줄 알았잖아. 성이 황 씨인 남자랑 말이야.”그 말에 서현주가 억울함을 감추지 못했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세요? 내가 임신한 모습을 본 적도 없잖아요. 다른 집 애예요.”엄진경이 퉁명스럽게 말했다.“아니면 다행이고. 아까는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어.”서현주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다 물어보셨죠? 나 이제 나가볼게요.”그녀가 서현주를 불러세웠다.“잠깐만. 아직 채 못 물어봤어.”서현주가 턱을 치켜들었다.“그럼 빨리 물어봐요. 배고파 죽겠어요.”엄진경이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저 아이는 왜 부모랑 설을 안 보내고 여기로 온 거야?”그 내막을 상세히 설명하기 쉽지 않았다. 서현주가 황태민에게 납치당했었던 일도 엄진경은 모르고 있었다.그녀가 턱을 만지면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내가 아이 부모랑 아는 사이인데 둘 다 너무 바빠서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어 어린이집에 맡겼더라고요. 저 어린애가 홀로 어린이집에서 설을 보내는 게 얼마나 안쓰러워요. 마침 엄마도 아이를 예뻐하니까 그냥 내가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을 같이 보내면 더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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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7화

엄진경이 더 물으려 하자 서현주가 돌아서서 그녀의 어깨를 밀었다.“됐어요. 그만 물어봐요. 일단 밥부터 먹어요. 배고파 죽겠단 말이에요.”그녀가 두 눈을 부릅떴다.“엄마가 몇 마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벌써 귀찮아하는 거야?”웃으며 거실로 도망친 서현주가 황축복의 옆에 앉았다.황축복이 다가오는 그녀를 조용히 쳐다봤다. 서현주가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아직 채널이 바뀌지 않은 TV를 힐끗 봤다.“채널 왜 안 돌렸어?”그러고는 엄진경이 아까 쥐여준 사탕을 내려다봤다. 손도 대지 않았다.“사탕도 안 먹었네?”서현주가 황축복의 어깨를 토닥였다.“너희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안하게 있어. 너무 긴장하지 마.”그러자 황축복이 오히려 더 조심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서현주가 그런 아이를 한참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됐어. 처음 왔는데 어색한 건 당연하지. 며칠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황축복이 입술만 살짝 달싹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현주가 아이 손에 들린 사탕들을 모두 걷어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안 먹어도 돼. 어차피 곧 저녁 먹을 거야.”아이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언니.”“응? 왜?”황축복이 눈을 깜빡였다.“저녁은 이미 어린이집에서 먹었어요.”설을 앞둔 시기라 그런지 오늘 어린이집 반찬이 평소보다 훨씬 푸짐했다. 저녁을 꽤 많이 먹어서 아직도 배가 부른 상태였다.아이가 미안해하며 입술을 깨물었다.“언니, 배가 불러서 못 먹을 것 같아요. 죄송해요.”서현주가 웃음을 터뜨렸다.“그게 뭐가 죄송해? 언니가 미처 생각을 못 한 건데.”그녀가 손을 들어 황축복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그럼 여기서 TV 보고 있어. 언니 밥 먹고 올게.”그러고는 거실 한쪽에 놓인 식탁을 가리켰다.“저기서 먹을 거니까 이따가 배고프면 와서 먹어.”“네.”서현주가 황축복이 들고 있던 리모컨을 받아 어린이 채널로 돌렸다. 마침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많은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있었다.황축복이 금세 화면에 집중하자 서현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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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8화

저녁을 먹고 난 뒤 서현주가 황축복을 게스트룸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짐가방에서 아이의 옷을 하나씩 꺼내 옷장에 걸어주었다.정리를 마치고 나서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안 곳곳을 설명해줬다.“게스트룸에 화장실이 따로 없어. 볼일 보거나 씻을 때 거실 옆에 있는 화장실을 쓰면 돼.”“냉장고에 과일이랑 케이크가 있고 거실에 과자랑 사탕이 있어. 간식장에 있는 것도 마음대로 먹어도 돼. 그런데 먹기 전에 유통기한이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성분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 먹어.”서현주가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황축복에게 물었다.“축복아, 혹시 알레르기 있는 음식이 있어? 내가 적어둘게.”황축복이 눈을 깜빡이며 생각했다.“잘 모르겠는데 없는 것 같아요. 아빠가 말해준 적이 없어요.”“그래. 알았어.”설명을 마친 뒤 조금 전 황축복에게 주려고 산 면 잠옷을 꺼냈다.“늦었으니까 이제 씻고 자자. 화장실에 필요한 건 다 있어. 파란 수건이 네 거고 칫솔은 세면대 위에 놔뒀어.”서현주가 빠뜨린 게 있나 잠시 더 생각해봤지만 딱히 없는 것 같았다.황축복이 그녀가 건네준 잠옷을 꼭 안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했다.“감사합니다.”말투가 어린애답지 않게 아주 정중했고 눈빛 또한 진지했다. 앳된 얼굴로 진지하고 엄숙한 표정을 지으니 더욱 귀여웠다.서현주가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오히려 내가 고마워. 네가 와서 우리 집이 훨씬 북적거려졌거든.”그 말에 황축복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이더니 수줍게 입술을 깨물었다. 올라간 눈꼬리에 기쁜 기색이 가득 묻어났다.서현주가 다정하게 말했다.“가서 씻어.”서현주도 예전에 남의 집에 얹혀산 적이 있었다. 이런 감정은 직접 겪어본 사람만 안다.그래서 더 세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황축복만큼은 그녀가 예전에 느꼈던 그 기분을 느끼지 않았으면 했다.지금까지는 그래도 제법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았다.황축복이 잠옷을 품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그때 주방에서 나온 엄진경에게서 맛있는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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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9화

“이 녀석...”엄진경이 중얼거리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서현주가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켰다. 그리고 브라우저에 경연 정신병원과 담당의 정경록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검색 결과 대부분이 병원의 진료 범위와 정경록의 이력 소개였다.정경록이 수능 고득점으로 국내 최상위권 의대에 입학했고 졸업 후 해외 유학 프로그램에 선발돼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한 곳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서른이 넘어서 귀국한 뒤에는 병원에서 차근차근 승진했고 현재는 정신과 과장 자리까지 올라갔다.서현주가 자료를 꼼꼼히 훑어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하지만 정경록이 연채린에게 정신질환 진단서를 끊어준 이상 아무 문제도 없을 리는 없었다.서현주는 우선 정경록부터 파고들기로 했다. 그녀는 사람을 시켜 정경록의 개인 정보와 가족관계까지 전부 조사하게 했다.조사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에도 멈추지 않고 정경록이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을 찾아봤다.논문 제목만 봐도 그의 연구 분야가 대부분 정신질환 관련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정경록이 발표한 논문이 총 서른두 편이었다. 그중 제1 저자로 참여한 논문이 열일곱 편, 제2 저자와 제3 저자로 이름을 올린 논문이 열다섯 편이었다.지극히 정상적인 비율이었다.서현주는 논문마다 함께 이름이 올라간 저자들의 이력과 소개도 하나하나 확인했다. 대부분 의대와 해외 유학 당시의 교수와 동기들이었고 나머지는 현재 병원 동료들이었다.이쪽에서도 별다른 의심스러운 부분이 없었다.지금은 빅데이터 시대였다. 누군가의 개인 정보나 가족 배경을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현주가 부탁한 조사 자료가 메일로 도착했다.정경록이 대도시 출신이었다. 부모 둘 다 국영기업 직원으로 오래 근무해 중간 관리직까지 올라갔다. 하여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체면이 서는 사람들이었다.그는 다른 형제 없이 외동아들이었고 부모 역시 각각 외동이었다. 조부모 세대도 안정적으로 연금을 받고 있었고 양가 가족이 모두 힘을 모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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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0화

어릴 적 기억은 이제 많이 흐릿해졌다. 그래도 엄진경이 말한 것처럼 그렇게 유난스러운 아이였다는 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서현주가 필사적으로 부정했다.“말도 안 돼요. 믿을 수 없어요...”“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엄진경이 황축복을 불렀다.“축복아, 배 안 고파? 이리 와서 야식 먹어.”황축복이 고분고분 리모컨을 내려놓고 식탁 쪽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에 엄진경이 서둘러 말했다.“천천히 와. 뛰지 말고.”아이가 곧바로 속도를 늦추더니 조심조심 식탁 앞까지 다가와 수줍게 웃었다.엄진경이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고 다정하게 물었다.“배고파?”황축복이 배 위에 손을 얹고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살짝 붉어져 있었다.원래는 전혀 배고프지 않았는데 씻고 나오니 슬슬 허기가 졌다.엄진경이 흐뭇하게 웃으며 아이를 자리에 앉혔다.“잘됐네. 호박죽 끓여놨어. 따뜻할 때 얼른 먹고 들어가서 자.”황축복이 서현주를 힐끗 쳐다봤다. 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안심한 듯 의자 위로 올라가 앉았다.엄진경이 그릇과 수저를 두 세트만 꺼냈다. 그녀는 먹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서현주가 손을 내저었다.“난 지금 말고 씻고 먹을게요.”그러자 엄진경이 파리를 쫓는 것처럼 손을 휘저었다.“그럼 얼른 가서 씻어.”그 말을 끝으로 서현주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황축복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호박죽을 듬뿍 떠서 아이의 그릇에 담아줬다.“긴장하지 말고 먹고 싶은 만큼 먹어. 모자라면 더 먹고.”황축복이 숟가락을 들고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엄진경은 보면 볼수록 이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동시에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천천히 먹어. 아줌마는 잠깐 다른 거 좀 하고 있을게. 다 먹고 더 먹고 싶으면 알아서 퍼먹어. 여기 네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황축복이 맑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대답했다.“네, 고맙습니다, 아줌마.”그 말에 엄진경이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고맙긴.”서현주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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