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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1391 - Chapter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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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1화

휴대폰 너머로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보고 싶었어요.”안요한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역시 보고 싶었을 줄 알았어.”서현주가 가볍게 웃던 그때 안요한이 갑자기 말했다.“문 열어줘.”그녀가 순간 멈칫했다.“네?”안요한이 다시 한번 말했다.“문 열어줘. 지금 너의 집 앞이야.”화들짝 놀란 서현주가 벌떡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휴대폰 너머로 안요한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천천히 걸어. 그러다 넘어지겠어.”그녀가 젖은 머리 그대로 거실로 나왔다. 걸음걸이가 조금 급했다. 그 모습을 본 엄진경이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머리 왜 안 말렸어? 지금 몇 도인 줄 알아?”서현주가 바삐 걸어가면서 엄진경을 힐끗 돌아봤다.“엄마, 요한 씨가 왔어요.”엄진경이 순간 멈칫하더니 곧바로 시간을 확인했다.“지금 10시 반인데? 회사에서 야근 중이라며?”서현주도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몰랐다. 재빨리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안요한이 벽에 기댄 채 밖에 서 있었다. 말끔한 정장 차림에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겼고 몸에서 술 냄새가 은은하게 풍겼다. 방금 술자리나 파티에 참석했다가 빠져나온 사람처럼 보였다.서현주가 조금 전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다.“여긴 어떻게 왔어요?”안요한이 손을 들어 그녀의 젖은 머리를 부드럽게 만졌다.“머리는 왜 안 말리고 나왔어?”“문 열어주러 나왔죠. 이따 들어가서 말리면 돼요.”그가 서현주의 손을 잡고 눈썹을 치켜세웠다. 또렷한 목소리였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안으로 들어가도 될까?”그러고는 엄진경에게 정중히 인사했다.“아줌마, 늦은 시간에 실례했습니다.”엄진경이 반가운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실례는 무슨. 밥은 먹었니? 마침 호박죽 끓여놨는데.”서현주가 안요한의 손을 잡고 몸을 비켜 안으로 들어가라고 했다.안요한이 배를 만지면서 웃었다.“사실 좀 배고파요.”그러자 엄진경이 바로 손짓했다.“잘됐네. 이리 와서 좀 먹어.”그가 문을 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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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2화

서현주가 안요한의 그릇과 수저를 가져온 뒤 호박죽을 한가득 퍼 담아 건넸다.“일단 먹고 있어요. 난 머리 좀 말리고 나올게요.”안요한이 그녀가 건네는 그릇을 받아들다가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다는 걸 발견했다.원래라면 그 자리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어야 했다.안요한의 마음이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도 한층 더 깊어졌다.그가 수저를 받아 들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 왠지 그늘이 져 있는 것 같았다.“응. 얼른 말리고 와.”서현주가 엄진경의 팔을 툭 쳤다.“엄마, 이제 좀 앉아 쉬어요. 주방 정리는 내가 할게요.”엄진경이 그녀의 젖은 머리를 힐끗 쳐다봤다.“이미 다 했어. 얼른 머리부터 말려. 나중에 늙어서 두통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서현주가 걸어가며 말했다.“알았어요. 지금 말리러 간다니까요.”그러고는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엄진경이 손을 닦으면서 달리 방법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 녀석...”그녀가 안요한과 황축복의 가운데 앉아 두 사람을 챙겼다.“얼른 먹어. 부족하면 더 가져다줄게. 주방에 있어.”황축복이 고개를 들고 입가를 핥은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 아줌마.”엄진경이 흐뭇한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봤다. 정말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 아이였다.먹을 때도 얌전했고 달그락거리는 소리 한번 내지 않았으며 예의도 발랐다.엄진경이 안요한에게 말을 건넸다.“요한아, 많이 먹어. 평소 일하느라 많이 힘들 텐데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많이 챙겨 먹어야 해.”안요한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박죽을 어두운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머릿속엔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았던 서현주의 손가락만 계속 맴돌았다.엄진경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두 눈에 담겼던 어두운 빛이 서서히 가셨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적절한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전 원래 뭐든지 사양하지 않잖아요.”엄진경이 웃음을 터뜨렸다. 볼수록 마음에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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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3화

서현주가 안요한에게 어떻게 된 거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안요한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호박죽만 떠먹었다.서현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오늘 안요한이 어딘가 이상했다. 하지만 엄진경과 황축복이 옆에 있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나도 기대할게요.”호박죽을 다 먹고 난 뒤 서현주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빈 냄비에 그릇을 차곡차곡 담았다.“엄마, 씻고 쉬세요. 설거지는 내가 할게요.”엄진경이 저녁 내내 정신없이 바삐 움직인 바람에 아직 씻지도 못한 상태였다. 시간이 늦어 서현주의 말대로 씻으러 들어갔다.서현주가 제법 묵직한 냄비를 안은 채 황축복을 내려다봤다.“축복아, 가서 만화 봐. 대신 30분 뒤엔 방에 들어가서 자야 해.”그 말에 황축복이 갑자기 안요한을 힐끔 올려다봤다. 서현주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따라갔다.안요한이 의자에 앉은 채 긴 다리를 어정쩡하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는 얼굴이 덤덤하기만 했다.황축복이 아직 어린아이이긴 해도 눈칫밥을 오래 먹어서인지 또래보다 훨씬 예민했다.안요한이 별다른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기분이 지금 좋지 않다는 것을.왠지 조금 무서웠다.황축복이 슬그머니 서현주의 뒤로 몸을 숨기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언니, 나 조금 졸린데 먼저 방에 들어가도 돼요?”서현주는 사실 안요한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황축복이 뒤에서 물어 일단 돌아서서 황축복에게 다정하게 말했다.“그런 건 언니한테 허락 안 받아도 돼. 그 방은 축복이 방이니까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가. 졸리면 얼른 자. 잘 자.”그 말에 황축복의 눈이 서서히 반짝였다. 아이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고마워요, 언니.”그러고는 서현주가 들고 있는 냄비를 보면서 가볍게 말했다.“언니, 내가 설거지 도와줄게요.”서현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아이가 철이 너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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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4화

안요한이 고개를 숙이고 휴지로 손등에 묻은 물기를 천천히 닦아냈다.서현주가 안요한의 움직임을 한동안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자 답답함을 참지 못한 서현주가 결국 그를 재촉했다.“말 좀 해봐요.”안요한이 휴지를 뭉쳐 쓰레기통에 던진 다음 고개를 들었다. 무표정한 얼굴만큼이나 말투도 무미건조했다.“반지 왜 뺐어?”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요한은 대답을 기다릴 생각도 없다는 듯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서현주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이었다.그녀는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그의 질문을 깨닫고 손을 내려다보았다. 하얀 손가락에 아무것도 없었다.엄진경이 보고 이것저것 캐물을까 봐 빼두었던 것이었는데 안요한이 오해하고 말았다.서현주가 서둘러 안요한을 뒤따라 나갔다.안요한이 1인용 소파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었다. TV도, 서현주도 보지 않고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평소 투정을 부릴 때의 뾰로통한 표정이 아니라 이번엔 정말 화가 난 기색이었다.그녀가 한숨을 내쉬고 안요한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그런데 입을 열기도 전에 안요한이 먼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왜 나한테 설명 안 해?”서현주가 잠시 멈칫했다가 손을 안요한의 손등 위에 살며시 얹었다.“지금 설명할게요. 그러니까 화내지 말아요.”안요한이 거부하지 않자 서현주가 그의 손을 양손으로 꼭 감싸 쥐었다. 그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다.“말해봐. 듣고 있으니까.”서현주가 엄진경의 방 쪽을 힐끗 쳐다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가 볼까 봐 뺀 거예요.”이 말을 뱉자마자 아차 싶었다. 오해하기 딱 좋은 표현이었다. 서둘러 말을 덧붙이려 했지만 안요한의 얼굴이 이미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뭐? 엄마가 보면 뭐 어때? 설마 후회하고 있어? 내 프러포즈를 받아들인 거 후회하고 있냐고.”안요한의 질문이 속사포처럼 쏟아졌다. 서현주가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정신을 가다듬으며 안요한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제발 내 말 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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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5화

안요한은 이 사실을 그냥 넘기기가 어려웠다. 그가 프러포즈한 사실을 서현주가 어머니에게 아직은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워낙 서둘러 했던 프러포즈라 서현주가 마음을 바꿔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안요한은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다행히 서현주가 후회하는 게 아니라며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하지만 안요한은 마음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안요한이 서둘러 서현주의 손을 잡았다. 그의 수려한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건 네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야.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이지. 걱정하지 마. 우리 집 쪽 일은 내가 다 책임질게. 절대 널 서운하게 하지 않아.”서현주가 다정한 목소리로 답했다.“알아요. 요한 씨가 잘 해결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더 부담 주기 싫은 거예요. 요한 씨도 내 마음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그가 말을 잇지 못했다.서현주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여자처럼 느껴졌고 심장 깊숙이 넣어두어도 부족할 만큼 소중했다.안요한이 서현주를 품에 꼭 끌어안은 다음 두 손바닥에 힘을 주어 가슴팍으로 밀착시켰다. 그러고는 서현주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미안해. 널 의심하는 게 아니었는데. 사과할게. 어떻게 하면 네 마음이 풀릴까?”“괜찮아요. 이렇게 오해를 풀었으면 됐어요.”안요한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서현주를 품에 안은 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뭐라도 하게 해줘. 내가 뭘 해주면 돼?”그녀가 시선을 늘어뜨리고 환하게 웃었다.“그럼 벌로...”서현주가 말꼬리를 늘어뜨리자 안요한의 호기심이 발동했다.“무슨 벌을 줄 건데?”안요한을 살짝 밀어내며 손가락으로 그의 팔을 콕 찔렀다.“빨리 집에 가서 쉬어요. 늦게까지 일했으니까 딴생각 말고 푹 자요.”그가 웃으면서 서현주의 손을 잡았다.“겨우 그거야?”서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안요한이 품 안의 서현주를 내려다보았다. 눈동자에 서린 빛이 어느덧 부드러운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그가 고개를 숙여 서현주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서현주가 멈칫하는 사이 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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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6화

황축복이 제자리에 멈춰 서서 멍한 눈으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상황 파악이 채 되지 않은 듯한 얼굴이었다.밀려오는 민망함에 서현주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아무래도 황축복이 조금 전의 광경을 다 본 모양이었다.서현주는 고개를 돌려 안요한을 노려보고는 황축복에게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며 아이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축복아, 무슨 일이야? 언니한테 할 말 있어?”황축복이 안요한의 눈치를 조심스레 살피더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답했다.“잠이 안 와서요.”서현주가 잠시 고민했다.“그럼 만화를 조금 더 볼래? 아니면 언니가 이야기 해줄까?”그 말에 황축복의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그래도 돼요?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듣고 싶어요.”“당연하지. 일단 방에 들어가 있어. 언니가 오빠 배웅만 하고 금방 갈게.”황축복이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알았어요.”“오빠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아이가 안요한을 올려다보며 앳된 목소리로 인사했다.“오빠, 안녕히 가세요.”안요한이 입가에 미소를 띠고 답했다.“그래. 축복이 잘 자.”서현주가 안요한을 문밖까지 배웅했다. 안요한의 집이 바로 맞은편이었다.그녀가 그를 잡고 말했다.“축복이 일 아직 요한 씨한테 설명 못 했어요.”안요한이 멈춰 서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서현주가 황축복에 관한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사실 서현주가 말하지 않아도 안요한이 내막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그녀가 워낙 마음이 여린 사람이니까.황축복이 황태민이 아니기에 안요한 역시 아이에게까지 화풀이할 생각은 없었다.큰 문제가 될 일도 아니었고 서현주가 원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지지할 생각이었다.설명을 마친 뒤 서현주가 안요한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 게 있어요.”안요한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계속 말하라고 했다.“내가 축복이를 데려가는 걸 연채린이 허락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연지훈 씨한테 도움을 좀 받았어요. 그 사람이 말하니까 연채린이 축복이를 데려가게 하더라고요.”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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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7화

서현주가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황축복의 이마를 어루만지며 미소를 지었다.“자겠다며? 눈 감아야지.”그 말에 황축복이 고분고분 눈을 감았다. 서현주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몇 가지 더 들려주었다.어느덧 황축복의 숨소리가 서서히 고르게 변해갔다. 서현주도 목소리를 조금씩 낮추다가 입을 다물었다.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황축복이 이불을 턱까지 덮고 있었다. 동글동글한 얼굴,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꼭 인형처럼 귀여웠다.잠든 모습조차 무척이나 얌전했다.연하나와 황축복이 정말 많이 닮아 있었다.일찍 철이 든 점도, 귀여운 모습도, 그리고 처지까지도 닮았다.지난 생의 기억대로라면 지금쯤 연하나는 다섯 살이 되었을 터. 황축복보다 딱 한 살 어렸다.만약 황축복과 연하나가 서로 알게 되었다면 분명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하나 지금쯤 어디서 다시 태어났을까? 잘 지내고는 있나?’서현주는 지난 생의 그녀보다 훨씬 좋은 부모를 만나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랐다.씁쓸함이 서린 시선을 늘어뜨리며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서현주가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러고는 황축복의 곁으로 다가가 흐트러진 이불자락을 꼼꼼히 여며주었다.그런데 일어서려던 그때 황축복이 잠결에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아이가 잠에서 깨어 말을 거는 줄 알고 다시 고개를 숙여 황축복의 얼굴을 살폈다.하지만 황축복이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방금 들린 소리가 잠꼬대인 게 확실했다.서현주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방을 나서려는데 황축복이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들었다.“언니...”그녀가 다시 황축복을 내려다봤다.황축복이 눈을 감은 채 입을 살짝 벌리고 불안해하면서 가냘픈 목소리로 속삭였다.“언니가 우리 엄마 해주면 안 돼요? “그 말에 서현주가 흠칫 놀랐다.잠꼬대를 마친 뒤 황축복이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는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한참 동안 아이를 내려다보던 서현주는 마음이 약해졌다.아빠와 단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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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8화

‘아쉽네.’1분쯤 지났을까, 서현주가 귀걸이를 빼서 벨벳 상자에 가지런히 담은 뒤 서랍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연지훈과의 약속은 이미 지켰다. 앞으로 다시는 이 귀걸이를 끼지 않을 것이다.“귀찮아 죽겠어, 정말.”한편 연씨 가문 본가.연채린이 캐리어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팔짱을 낀 채 침대 끝에 털썩 주저앉았다. 잔뜩 일그러진 안색이 그녀의 기분을 말해줬다.연승재가 다가가 연채린의 캐리어를 똑바로 세우고 다정한 목소리로 달랬다.“진정해. 어차피 축복이를 데려가는 게 우리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잖아. 번거로운 짐 하나 덜었다고 생각해.”연채린이 분노를 터뜨리며 침대를 거칠게 내리쳤다.“단순히 축복이 때문이 아니라고요. 축복이 때문이었으면 이렇게까지 화나지도 않았어요.”“그럼 왜 이러는 건데?”연승재의 질문에 연채린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걸 보면 여간 화가 난 게 아니었다.“오빠 아까 못 봤어요?”그녀는 화가 났지만 감히 소리를 지르진 못하고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지훈 오빠가 서현주의 편에 서서 나를 괴롭혔잖아요. 그게 말이 돼요? 동생은 난데 어떻게 남의 편을 들 수가 있냐는 말이에요.”연채린이 이를 악물었다.“심지어 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지훈 오빠가 나를 해외 지사로 내쫓아버리겠다고까지 했다고요. 서현주 때문에 여동생인 나를 그렇게 몰아세우다니. 이거 정말 너무한 거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연승재도 침묵에 잠겼다.억울함에 연채린은 눈시울까지 붉어졌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연씨 가문에서 연지훈의 권위가 절대적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연동욱이 그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으나 최근 가문 내부의 권력 구도가 급격히 바뀌면서 연동욱조차 연지훈을 어쩌지 못했다.그조차도 연지훈의 결정을 바꾸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연씨 가문의 수많은 자손 중 뛰어난 인물이 많았지만 연지훈은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였다.항렬이 높은 어른들조차 연지훈 앞에서는 감히 뭐라 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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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9화

메시지가 아주 짧았다. 굳이 음성으로 듣지 않아도 서현주가 어떤 표정으로 이 메시지를 썼을지 눈앞에 훤히 그려졌다.연지훈이 휴대폰을 보다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가 없어서 나오는 헛웃음이었지만 눈가에 다정함이 약간 배어 있었다.그는 서현주의 속내를 단번에 캐치했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내가 적어도 한 번은 착용해야 한다고 하니까 정말 딱 한 번만 착용한 거야? 사진을 보내자마자 귀걸이를 다시 빼버렸겠지.’연지훈은 서현주의 얕은 꼼수가 얄미우면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서현주의 뜻대로 넘어가 주는 수밖에.서현주가 일찍 잠자리에 든 바람에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연지훈의 답장을 확인했다.[잘 간직해. 또 다른 사람 주지 말고.]서현주가 메시지를 보자마자 고개를 갸우뚱했다.‘또라니? 내가 언제 선물을 남한테 준 적이 있었나?’기억을 더듬어보니 예전에 연지훈이 준 선물을 비서에게 줬던 적이 있었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이미 깔끔하게 잊어버렸다.서현주가 메시지만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오늘 예정된 일정이 있어 서둘러 씻고 방을 나섰다.아침 9시, 평소 일찍 일어나는 엄진경이 이미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서현주는 엄진경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 황축복의 방 앞으로 향했다. 아이가 깼는지 확인하기 위해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나가요.”방 안에서 앳된 목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타닥거리는 발소리가 이어졌다.방 문이 열리자 서현주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하룻밤 사이에 새 잠옷이 잔뜩 구겨져 있었고 깃이 비뚤어졌으며 옷자락 한쪽이 바지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게다가 부드럽던 머리카락도 까치집처럼 엉망으로 헝클어졌다.황축복이 졸린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언니.”서현주가 웃음을 참으며 손으로 아이의 머리카락을 빗어 넘겨주었다.“일어났으면 세수하러 가야지. 세면도구는 다 준비해뒀으니까 씻고 나와서 아침 먹어. 혼자서 할 수 있겠어? 도와줄까?”황축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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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0화

안요한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특유의 무심한 태도로 인사를 건넸다.“새해 복 많이 받아.”서현주는 전혀 놀라지 않고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요한 씨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얼른 들어와요.”안요한이 제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슬리퍼를 갈아 신고 주방으로 향했다. 곧이어 주방 안쪽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줌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리하고 계실 줄 알았어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건 없나요?”엄진경의 목소리만 들어도 입이 귀에 걸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아니야. 손님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차려줄게.”안요한이 엄진경의 앞에서는 유독 싹싹하게 굴며 너스레를 떨었다.“우리가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아직도 절 손님으로 생각하세요? 전 아들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이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안 그래요?”그 말에 서현주는 낯간지러워 더는 들을 수가 없었다.엄진경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더욱 짙어졌다.“요한이는 어쩜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니? 그래. 내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 우리 요한이가 아들이나 다름없지...”그가 웃으며 물었다.“그럼 제가 좀 도와드려도 될까요?”그런데 엄진경이 말머리를 돌렸다.“아니, 그래도 그건 안 돼. 넌 저기 가서 현주랑 놀고 있어. 정말 금방 끝나니까 안 도와줘도 돼.”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안요한이 주방에 눌러앉아 엄진경에게 일등 사윗감의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다.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황축복이 서현주의 곁으로 다가갔다. 서현주가 아이를 옆에 앉히며 다정하게 말했다.“여기 앉아. 아침 금방 준비될 거야.”황축복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서현주가 TV 리모컨을 아이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보고 싶은 거 있으면 봐.”하지만 황축복은 리모컨을 쥐기만 할 뿐 누르지 않고 주방 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그 모습에 서현주가 아이의 뒷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여기 네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도 돼.”말을 내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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