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주가 안요한에게 어떻게 된 거냐는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안요한이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호박죽만 떠먹었다.서현주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오늘 안요한이 어딘가 이상했다. 하지만 엄진경과 황축복이 옆에 있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나도 기대할게요.”호박죽을 다 먹고 난 뒤 서현주가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빈 냄비에 그릇을 차곡차곡 담았다.“엄마, 씻고 쉬세요. 설거지는 내가 할게요.”엄진경이 저녁 내내 정신없이 바삐 움직인 바람에 아직 씻지도 못한 상태였다. 시간이 늦어 서현주의 말대로 씻으러 들어갔다.서현주가 제법 묵직한 냄비를 안은 채 황축복을 내려다봤다.“축복아, 가서 만화 봐. 대신 30분 뒤엔 방에 들어가서 자야 해.”그 말에 황축복이 갑자기 안요한을 힐끔 올려다봤다. 서현주도 자연스럽게 시선을 따라갔다.안요한이 의자에 앉은 채 긴 다리를 어정쩡하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그녀를 바라보는 얼굴이 덤덤하기만 했다.황축복이 아직 어린아이이긴 해도 눈칫밥을 오래 먹어서인지 또래보다 훨씬 예민했다.안요한이 별다른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기분이 지금 좋지 않다는 것을.왠지 조금 무서웠다.황축복이 슬그머니 서현주의 뒤로 몸을 숨기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언니, 나 조금 졸린데 먼저 방에 들어가도 돼요?”서현주는 사실 안요한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황축복이 뒤에서 물어 일단 돌아서서 황축복에게 다정하게 말했다.“그런 건 언니한테 허락 안 받아도 돼. 그 방은 축복이 방이니까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가. 졸리면 얼른 자. 잘 자.”그 말에 황축복의 눈이 서서히 반짝였다. 아이가 눈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고마워요, 언니.”그러고는 서현주가 들고 있는 냄비를 보면서 가볍게 말했다.“언니, 내가 설거지 도와줄게요.”서현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아플 정도로 아이가 철이 너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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