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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hat ng Kabanata ng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Kabanata 391 - Kabanata 400

465 Kabanata

제391화

안요한.남자의 이름이었다. 그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이름도 그와 잘 어울리게 듣기 좋았다.서현주는 남자의 신분증을 주머니에 넣고 굳게 닫힌 병실 문을 바라봤다.그녀는 안요한이 잘생긴 건 인정하는데 말버릇은 참 더러웠다. 예의라고는 1도 없었다.지금 안요한은 링거를 꽂은 채 병실 안에서 자고 있었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안에서 그의 상태를 체크하고 있었다.안요한은 옷차림도 그렇고, 생활습관도 그렇고 딱히 여유 있어 보이지 않았다. 특히 며칠 전에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그의 집 문 앞에 놓인 쓰레기봉투 안에는 배달 용기와 컵라면만 잔뜩 있었다. 누가 봐도 백수인 것 같았다.백수라 돈이 없을 테니까 서현주는 그에게 다인실을 잡아줬다. 진료비도, 입원비도 크게 안 나오는 쪽으로.그리고 내일 아침에 안요한이 눈 뜨면 바로 돈을 이체하라고 할 생각이었다.병실 문 앞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던 서현주는 안에서 들려오는 의료진이 움직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등을 보이고 있던 의사가 뒤돌아보며 손짓했다.서현주는 다가가 의사가 말하는 주의사항을 들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시선은 안요한의 얼굴로 향했다.“잘 살펴보세요. 남자 친구분의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누르셔야 해요. 오늘 밤에 문제 없으면 내일 아침에 퇴원해도 됩니다.”‘남자 친구? 뭐, 안요한 씨가 잘생기긴 했지.’그는 아까 약 기운이 올라왔을 때처럼 붉은 혈색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창백한 얼굴이 오히려 더 잘 어울렸다. 약해 보이고, 순해 보이고, 괜히 챙겨주고 싶게 만드는 얼굴이었다.잠깐 동안 옆에 있는 두 간호사는 번갈아가며 안요한의 얼굴을 훔쳐봤고 괜히 부끄러운 듯 볼이 빨개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하지만 서현주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과거에 겪었던 더럽고 지겨운 일들이 많아서인지,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봐도 별 느낌이 없었다.그녀는 처음에 의사의 말에 집중했지만 시간이 길어지자 멍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일 뿐, 무슨 말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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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서현주는 눈을 감은 채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친구가 아파서 병원에 데려왔어요. 이따가 들어갈게요. 걱정하지 마요. 아까 바빠서 폰을 못 봤어요.”그 말을 듣자마자 엄진경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 친구 많이 아픈 건 아니지? 엄마가 내일 가서 봐줄까?”“아니에요, 엄마. 별일 아니에요. 내일이면 퇴원할 거예요.”“그래, 그럼 너도 너무 늦지 말고 빨리 와.”“네, 얼른 주무세요.”전화를 끊은 서현주는 한 손으로 뒷목을 누르며 고개를 몇 번 돌렸다. 그러다 무심코 날카로운 한 쌍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서현주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언제 깼어요?”안요한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잘생긴 눈매에 분노가 가득했고 입술도 꽉 다물린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얼굴은 약 기운 때문에 약간 창백한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억울하게 괴롭힘이라도 당한 착한 청년 같아 보였다.서현주는 황당해서 말했다.“진짜 어이가 없네요. 내가 힘겹게 그쪽을 병원까지 데려왔는데 또 뭐가 불만이에요?”하지만 안요한은 여전히 그녀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러더니 천천히 얼굴에 홍조가 올랐다.서현주는 몇 번이나 흘끗 봤다가 그의 귀까지 붉어진 걸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또 약 기운이 올라오는 거예요? 어디 불편해요? 의사를 부를까요?”안요한은 그래도 말이 없었고 계속 노려봤다.그러자 서현주는 고개를 저으며 일어섰다.“망했네요. 진짜 멍청해졌네요. 약이 그렇게 쎘어요?”그러면서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누르려고 손을 뻗자 안요한이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뭐 하는...”그런데 그는 서현주의 손몸을 아주 잠깐 잡았다가 마치 더러운 걸 만진 사람처럼 다시 그녀의 손목을 던져버렸다.서현주는 멍해진 채 그를 바라봤다. 안요한은 여전히 분노로 눈이 불타고 있었다.서현주는 손목을 거두고 그의 앞에 섰다.“뭐 하는 거예요? 왜 또 미친 척이에요?”‘아까 골목에서도 내 손을 던지더니 또 이러네? 나는 뭐 성질이 없는 줄 아나.’안요한은 여전히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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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서현주는 이상할 만큼 차분한 표정으로 안요한을 바라보다가 결론을 내렸다.“안요한 씨, 그쪽 진짜 머리에 문제 있어요.”안요한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지금 내가 너를 거절했다고 내 머리에 문제 있다고 하는 거야?”‘아니,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언제?’안요한은 진짜로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돌리더니 이불을 끌어안고 등을 보이며 씩씩거렸다.“나가!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아!”서현주도 진심으로 나가고 싶었다.하지만 병실은 조용했고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 둘의 대화를 똑똑히 듣고 있었다. 게다가 전부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들은 안쓰러워하면서도 비웃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서현주가 고백했다고 차인 줄 알고 안쓰러워했지만 그녀가 차인 이유에 대해 안요한의 머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비웃었다.서현주는 병실에서 나가려다가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녀의 이미지와 명예가 걸린 문제이니 해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녀는 침대 옆으로 다가가 안요한의 이불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다 오해예요.”안요한은 이를 갈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그러면서도 이불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꼭 누가 자기를 덮치기라도 할 것처럼.서현주는 간신히 화를 참으며 말했다.“진짜 오해라고요.”안요한은 목을 바짝 세우고 고집스럽게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오해 없어! 얼른 나가!”서현주는 말을 꺼내려다가 문득 깨달았다.‘그런데 안요한 씨는 왜 이런 오해를 하는 거지? 나도 모르겠는데?’그녀는 그의 등짝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나는 안요한 씨한테 고백한 적이 없는데 왜 이러는 거예요?”그 순간 안요한의 귀가 그냥 빨간 단계를 넘어서 거의 잘 익은 사과 같았다.“여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뻔뻔하게 그걸 네 입으로 말해? 넌 부끄럽지도 않아? 넌 몰라도 난 체면이란 게 있다고!”서현주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그러니까 내 말은...”안요한은 또 그녀의 말을 끊었다.“난 절대 너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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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월세방 건물의 1층 철문은 오래돼서 군데군데 녹까지 슬어 있었고 문을 미는 순간 ‘끼이익’ 하는 소리가 울려 어둠 속에서 괜히 더 소름 돋게 만들었다.서현주는 철문 앞에 서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2층 복도에 서 있는 안요한을 바로 발견했다.안요한은 어제와 달리 검은색 후드티로 갈아입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그는 문을 열고 있는지 돌아선 채 한 손을 반쯤 든 자세였다.문 소리가 들렸는지 그가 고개를 돌렸는데 표정이 차갑고 타고난 중2스러움, 건들거림, 쿨병이 묻어 있었다. 마치 ‘잘 안 보이는데 넌 누구야’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늦게 중2병 걸린 성인 같다고 할까.그런데 상대가 서현주라는 걸 알아본 순간 안요한의 표정은 더 차가워졌고 짜증 섞인 눈빛을 드러냈다.그러고는 곧바로 시선을 돌리고 더 빠른 손놀림으로 열쇠를 구멍에 쑤셔 넣어 문을 열었다.서현주는 철문을 닫고 그를 향해 짧게 외쳤다.“저기요.”문은 이미 열렸고 안요한은 발 한쪽을 현관 안에 걸친 채 마지못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굳은 얼굴로 말했다.“뭐? 할 말 있으면 빨리 해.”서현주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주민등록증에 스물두 살이라고 찍혀 있던데, 나보다 네 살이나 많은데 어떻게 나보다 더 애 같냐.’서현주는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뒤적였다. 딱딱하고 얇은 플라스틱 조각이 그녀의 손끝에 잡힌 순간, 안요한이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할 말 없으면 들어간다.”“잠깐만요.”서현주는 손에 든 걸 살짝 흔들며 말했다.“이게 뭔지 볼래요?”안요한은 몸을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 들여다봤지만 그게 뭔지 모르는 눈빛이었다. 그의 표정이 더 구겨졌다.“지금 내 시간을 낭비하는 거야?”말과 동시에 그는 진짜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서현주는 손을 내리며 느긋하게 말했다.“주민등록증 필요 없어요?”그 말에 안요한은 움직임을 멈췄다.그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자 서현주는 그가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말했다.“내 말 안 들려요? 이거 그쪽 주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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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서현주는 더 이상 돌려 말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내 말은 그쪽이 아직 내...”안요한이 갑자기 발을 구르려 하며 얼굴을 딱 굳히더니 말했다.“너 착각하지 마. 내가 너한테 몸으로 보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해야. 물론 네가 나를 도와서 병원에 데려간 건 고맙고 내가 너한테 신세를 진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 주민등록증을 훔쳐가면 안 돼. 내가 원치 않는 일에 내 신분증을 쓰면 더 안 되고.”‘아니, 내가 뭘 어떻게 한다고? 왜 내가 모르는 얘기를 본인은 다 아는 것처럼 말해?’서현주는 답답해서 속으로 절규했다.‘그쪽의 신분증을 가져간 건 병원비를 결제하려고 그런 거였다고! 뭘 생각한 거야, 대체!’안요한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이리저리 맴돌았다. 그러다가 그는 고개를 돌리고 딱딱하게 말했다.“네가 예쁜 건 인정하는데 그렇다고 네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건 아니야. 네가 나를 구해줬다고 해서 갑자기 네가 좋아지고 그런 거 아니거든. 이상한 부탁을 받아줄 생각도 없고.”‘지금 내가 웃어야 하나?’서현주는 입꼬리가 경련하듯 살짝 올라갔다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그 ‘이상한 부탁’이라는 게 뭔데요? 그쪽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안요한은 그녀를 노려봤다.“너는 알고 있을 거 아니야?”‘내 신분증을 들고 있으면서 모른 척해?’안요한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흥, 절대 너랑 모텔 같은 데 안 가.’“내가 병원비는 갚을 거야. 두 배로.”안요한이 찌푸린 얼굴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그러니까 내 신분증을 돌려줘.”안요한의 대사 한 줄 한 줄이 벼락처럼 서현주의 머릿속에 떨어져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안요한이 병원비를 갚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신분증을 내밀었다.서현주는 그의 손바닥 위에 신분증을 올려놓으면서 자신의 손끝이 그의 손바닥을 스치고 지나간 것도, 그 순간 안요한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찔한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빨리 갚아요. 난 이제 말을 길게 못 하겠어요.”그녀는 힘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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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그래, 그냥 포기하자.’“무슨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바로 그때 안요한이 굳은 얼굴로 집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 노란 지폐 몇 장이 꽉 쥐어져 있었다.임정화는 그를 보자마자 바로 목표를 갈아타더니 안요한 앞에 서서 투덜거렸다.“아니, 남자가 말이에요.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매몰차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요. 아가씨 체면도 좀 세워주고 그래야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알아요?”그 순간 서현주의 머릿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강렬한 예감이 그녀에게 말해줬다. 임정화의 다음 멘트는 서현주를 사회적 매장 시킬 것이다.서현주가 급히 끼어들었다.“아주머니, 그게 아니고...”하지만 임정화는 이미 시동이 걸렸고 호들갑 떨며 계속 떠들었다.“이거 좀 봐요, 아가씨가 얼마나 속상했으면 벽에다 머리를 박고 있었겠어요. 앞으로는 그러면 안 돼요. 여자들은 체면이 제일 중요해요. 남자가 좀 배려해 줘야지...”서현주는 벽에 기대 선 채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임정화의 말을 들은 안요한은 굳은 표정을 유지하려 했지만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서현주를 힐끔 보는데 진짜로 좀 후회하는지, 죄책감이 생긴 듯한 게 느껴졌다.서현주는 속으로 소리쳤다.‘뭘 후회해? 죄책감은 왜 가져? 당장 그 눈빛을 거두라고!’임정화는 자신이 착한 일을 한 듯해 만족스럽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얘기 잘 해요. 나는 얼른 집에 가봐야 해서 이만.”서현주는 현실을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임정화가 사라지자 복도는 다시 조용해졌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사이로 정적만 길게 늘어졌다.오랫동안 움직임이 없자 복도의 조명이 자동으로 어두워졌다.잠시 후, 안요한이 주춤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진짜 머리를 박았어?”서현주가 모든 걸 다 포기한 듯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내가 안 그랬다고 하면 믿을 거예요?”아무리 봐도 안요한은 그녀의 말을 믿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안요한의 시선이 그녀의 이마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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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채 이마를 짚었다.“엄마, 진짜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전부 오해예요. 저 그 사람한테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저 지금 수능 준비하는데 어떻게 연애할 생각을 해요...”엄진경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눈이 반짝반짝한 채 그 사람을 데리고 병원까지 갔어? 그것도 밤늦게? 어휴, 너 부끄러워서 그러지? 난 네 엄마야. 내 앞에서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수능은 네가 잘 볼 거라고 믿어. 그러니까 연애하고 싶으면 그냥 해. 엄마는 막지 않아.”서현주는 기력이 빠진 목소리로 신음했다.“왜 엄마도 남들처럼 이상한 소리를 해요. 진짜 아니라고요. 이게 말로 설명하기에는 좀 복잡해요. 저 그 사람을 안 좋아한다고요.”“정말 안 좋아해?”“안 좋아해요. 그러니까 제발 추측 좀 하지 마요.”엄진경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그런데 너 아까 그 남자가 너를 거절했다고 머리를 박았잖아. 그건 왜 그랬는데?”서현주는 입을 달싹이며 복잡한 눈빛을 보냈다. 여러모로 상황이 꼬여서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도 몰랐다.그녀는 잠시 고민한 끝에 입을 열려 했다.“괜찮아, 괜찮아.”하지만 엄진경이 마치 큰일을 덮어주듯 부드럽게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뭐. 엄마는 네가 그 남자랑 연애하든 말든 상관 안 해. 다만 네가 그 남자 때문에 이런 식으로 자기한테 상처를 내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엄마 마음을 알겠지? 다시는 머리를 박지 마. 네가 얼마나 똑똑한데.”서현주는 진짜 방법이 없었다. 말할수록 오해가 더 커졌다.이제 엄진경, 안요한, 임정화의 눈에 서현주가 안요한을 짝사랑하는 걸로 보였다. 그게 철석같은 사실이 되어버렸다.엄진경은 뭔가 더 말하려는 눈치였고 서현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엄마, 그만 얘기해요. 저 좀 쉬고 싶어요.”“그래, 그래. 배고프면 말해. 야식 만들어 줄까?”서현주는 배를 한 번 눌러봤다. 분명 아까까지는 배가 고프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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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결국 네티즌들이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루체 피아노 콩쿠르 주최 측도, 장미연도 잘못한 게 없고 서현주 역시 잘못한 게 없다는 것.오히려 도마 위에 오른 건 유이영의 일 처리 방식이었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상하다고 지적할 정도였고 네티즌들은 처음의 폭발적인 화제성과 거대한 온라인 네트워크 안에서 은근히 풍기는 ‘자본’의 냄새를 맡았다.사건의 열기가 정점을 찍고 조금씩 식어가자 그동안 유이영의 편을 들었던 언론과 마케팅 계정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었고 특유의 정 많고 오지랖 넓은 기질 덕분에 이들은 각종 SNS에서 루체 피아노 콩쿠르와 서현주를 위해 직접 나서서 쉴드를 쳐주기 시작했다.그들은 진심으로 감탄했다.[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어떻게 이렇게 단호한 성명문을 쓸 수 있죠? 자본과 정면으로 붙다니, 진짜 멋있어요.]다들 서현주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분위기였다.사실 서현주가 대규모의 악성 댓글 테러를 당했을 때도 진실을 눈치챈 네티즌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너무나도 거대하고 촘촘한 인터넷 프레임이 사람들을 완전히 길을 잃게 만들었을 뿐이었다.그렇게 남들이 하는 말에 휩쓸려 모두가 유이영의 편에 서게 되었던 것이다.하지만 사건의 열기가 가라앉고 서현주의 성명문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마침내 자신들의 눈을 가리고 있던 한 층의 막을 걷어냈고 그 뒤에 숨어 있던 진실의 조각을 보게 됐다.유이영의 팬들은 원래 온라인에서 아주 공격적으로 루머를 퍼뜨리고 욕설을 쏟아냈지만 서현주가 성명문을 내놓은 순간 판도가 바뀌었다.각성한 네티즌들은 유이영의 팬들이 썼던 기괴한 말투를 그대로 되받아쳐 조롱하기 시작했고 유이영의 팬들은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해지고 있다는 걸 빠르게 눈치챘다.그래서 곧바로 여러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사건의 열기를 낮추기 시작했고 유이영의 이미지를 지키려 안간힘을 썼다.서현주가 말한 그대로였다. 루체 피아노 콩쿠르는 원래 아는 사람만 아는 작은 대회였다. 아무리 큰 사건이 터져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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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그런데 추천된 키워드가 하필이면 연지훈과 유이영에 관한 거였다.[연지훈과 유이영, 가족들과 함께 저녁 식사].비록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나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고 아래에 유이영의 팬들이 축하 글을 잔뜩 달았다.서현주는 그 글을 눌러서 보았다. 내용은 별거 아니었다.연지훈, 유이영, 그리고 연씨 가문과 유씨 가문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식사하다가 누군가에게 찍혀 온라인에 사진이 올라온 것이었다. 그리고 온갖 축하 게시물들이 덩달아 나왔다.연지훈은 그동안 늘 저자세였고 인터넷 상에도 그의 사생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 유일하게 그 규칙을 깨는 대상이 유이영이었다.유이영과 함께일 때만큼은 연지훈은 고급 레스토랑이며 행사장이며 가리지 않고 고개를 내밀었다.연지훈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기자들은 그의 허락 없이 그의 사진이나 정보를 함부로 올리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 스캔들은 분명 그의 승인 하에 흘러나온 것일 터였다.서현주는 잠시 생각했다. 연지훈이 이렇게 한 건 아마도 유이영이 온라인에서 자기 이미지를 챙기는 걸 좋아해서일 수도 있고, 혹은 얼마 전 루체 피아노 콩쿠르 사건의 잔열을 덮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었다.서현주는 사진을 클릭해 확대해 봤다. 그 사진은 뒤에서 찍힌 것인데 유이영과 연지훈이 팔짱을 낀 채 어른들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고 서로에게 기대듯 다정한 모습이었다.유이영은 고개를 조금 돌려 연지훈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고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어진 게 아주 행복해 보였다. 연지훈도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서현주는 유이영의 배를 더 확대해 봤다. 유이영은 옆으로 몸을 돌린 채 말하고 있었고 거기에다가 몸에 밀착된 원피스까지 입고 있다 보니 볼록 튀어나온 아랫배가 더 도드라져 보였다.계산해 보면 아이가 이제 4개월이 되었으니 눈에 띄게 배가 나올 시기였다.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서현주는 전생에서 딸 연하나가 죽은 걸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직 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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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서현주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이제는 속도를 좀 더 올려야 할 것 같았다. 지금 그녀와 강혜인은 나민석에게 상당히 좋은 학생이었다. 배우는 속도가 빨라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늘었다.나민석은 요즘 일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까다로운 상사와 동료들까지 상대해야 했고 퇴근한 뒤 집에 가면 다음 날 서현주와 강혜인에게 가르칠 내용을 고민하느라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는 정말 정신없이 살았다.그러나 이런 속도라면 서현주는 아마 수능이 끝나면 강혜인, 나민석과 함께 창업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그날 이후, 서현주는 안요한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맞은편 집에서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안요한은 어느 날 새벽에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는 그날 누군가가 안요한에게 약을 먹였던 걸 떠올렸다.안요한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다. 얼굴을 봐도 그렇고, 또 차갑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봐도 그렇다.위험한 사람이라 가까이하면 안 된다는 게 딱 느껴졌다. 그는 겨우 평온한 일상을 되찾은 서현주에게 절대로 가까이하면 안 되는 존재였다.서현주도 더는 시끄러워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그녀와 안요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서현주는 안요한이 돌려준 현금 뭉치를 책장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 안요한은 이렇게 왔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게 딱 좋았다. 지금처럼 거리를 유지하는 게 맞았다.서현주, 강혜인, 나민석은 보통 카페에 모여 공부했고 대개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서현주는 카페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계속 음료를 추가로 주문했고 그게 반복되다 보니 세 사람의 뱃속에 거의 커피만 들어 있는 수준이었다.이날 서현주가 카페에 도착했을 때 강혜인과 나민석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녀는 늘 하던 대로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보다가 커피 세 잔을 미리 주문했다.서현주는 커피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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