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381 - Chapter 390

471 Chapters

제381화

원래 서현주는 이 시기에 어떻게든 강혜인과 나민석을 자신과 함께 창업할 멤버로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그녀가 만들고 싶은 건 짧은 영상 플랫폼과 비슷한 소프트웨어였다.서현주는 환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몇 년 안에 전 세계를 휩쓸 정도로 짧은 영상 플랫폼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그중 가장 유명한 플랫폼은 돈을 쓸어 담으며 한순간에 인터넷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걸 안다.지금은 2017년 4월 3일이고 그 플랫폼이 출시되기까지 아직 거의 1년이나 남아 있다. 즉 그녀에게는 선점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다.이번 생에서 서현주는 미리 준비할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도, 아직 태어나지 못한 두 번째 인생의 딸을 위해서도.물론 그녀는 이렇게 하는 게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빼앗아 앞질러 버리는 셈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미안해해도 어쩔 수가 없다. 환생한 사람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서현주는 지금부터 앞으로 몇 년 동안 인터넷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고 기회와 경쟁이 공존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만약 그들이 성공한다면 신분 상승도 허황된 꿈이 아니다. 그래서 서현주는 환생한 순간부터 목표가 분명했다. 바로 인터넷 산업에 뛰어들 것.그래서 이미 대학교 전공도 컴퓨터 관련 학과로 쓸 생각이었다. 그녀가 진도원에게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 이유도 ‘외할머니를 돌봐야 해서’ 같은 듣기 좋은 핑계 때문이 아니었다.사실 서현주의 외할머니는 아주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강혜인의 외할머니는 강혜인이 직접 돌보고 있다. 필요하면 돌봄 인력을 부르면 되지, 서현주가 직접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그녀가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진짜 이유는 단 하나, 지금 이 귀한 시간을 창업에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창업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 아니, 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조금만 늦어져도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다. 서현주는 그런 가능성을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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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카페에 들어서자 역시나 요즘의 핫 플레이스답게 안이 꽉 들어차 있었다. 벽마다 예쁜 조명을 설치한 포토존 앞에서 꾸며 입은 남녀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빈 테이블이 하나도 없었다. 앉을 자리를 찾을 생각은 꿈도 못 꾸었다.나민석이 미리 와서 자리를 잡지 않았으면 아마 강혜인과 서현주는 서서 이야기해야 했을 거다.강혜인은 서현주의 손목을 덥석 잡고 끌고 가서 나민석의 맞은편에 앉았다. 서현주는 노골적으로 나민석을 위아래로 훑었다.나민석은 둥근 얼굴에 선이 매끄럽고 피부도 희어서 외모만 놓고 보면 은근 잘생긴 편이라 쳐줄 수 있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굽은 자세였다. 그는 늘 어깨를 말고 허리를 굽힌 채 다녔고 사람의 눈도 잘 안 마주치며 목소리도 작고 웅얼거리듯 해서 어두운 이미지였다. 분위기가 외톨이 같으니 잘생긴 얼굴도 빛을 못 보는 것 같았다.나민석은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강혜인에게 인사하려다가 서현주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숙여 버렸다. 그러고는 귀여운 사슴 그림이 그려진 라떼 한 잔을 강혜인 앞으로 밀어냈다.“서현주 씨도 오는 줄 몰라서 두 잔만 시켰어요.”“괜찮아요. 마시고 싶으면 제가 알아서 시킬게요.”서현주는 손을 들어 직원을 불러와 요즘 유행이라는 메뉴를 하나 주문했다.그 사이 나민석이 재빠르게 서현주를 흘깃 보았다가 바로 시선을 피했다. 그걸 발견한 서현주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나민석은 입술을 달싹이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강혜인의 인상이 팍 찌푸려졌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해요. 자꾸 말을 더듬거리지 말고.”나민석은 움찔하더니 조심스럽게 강혜인의 눈치를 보면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화났어요? 왜 또 화났어요?”“또?”강혜인은 기가 막혀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내가 또 화났냐고요? ‘또’가 뭐예요? 말 좀 해봐요. 내가 또 화났다는 게 무슨 뜻인데요?”나민석은 바로 고개를 푹 떨어뜨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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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강혜인은 뒤늦게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자기 쪽으로 향해 있는 걸 느끼고는 곧장 나민석을 노려봤다.‘다 나민석 씨 때문이야!’아쉽게도 나민석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그녀의 시선을 느끼지도 못했다.서현주 역시 나민석이 유이영과 어떤 관계인지 궁금했다. 이건 그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였다.전생에서 나민석이 유이영을 좋아했던 건 비밀도 아니었다. 주변 사람들 다 알고 있었고 강혜인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다.하지만 서현주는 전생에 강혜인이 어렵게 키운 회사가 연지훈에게 인수될 때, 나민석이 그 과정에 연관돼 있었는지는 몰랐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나민석이 유이영을 좋아한 나머지 연지훈 쪽으로 넘어가 강혜인의 회사가 인수되는 데에 힘을 보탠 건 아닌지 말이다.그건 서현주가 늘 궁금해하던 지점이었다.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나민석을 바라보며 물었다.“나랑 유이영 씨는 아는 사이는 맞아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를 보고 나한테 묻는 거예요?”나민석은 고개를 들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유이영 씨가 우울 증세가 있다고 해서요.”강혜인은 어이없다는 듯 미간을 팍 찌푸렸다.“그 여자가 우울하든 말든 나민석 씨랑 무슨 상관인데요? 남 걱정할 여유도 있어요?”나민석은 당황해서 입을 열었다 닫았다 하다가 결국 한마디도 못 하고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억울한 벙어리처럼.‘진짜 답답하네.’서현주는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나도 잘 몰라요. 궁금하면 나민석 씨가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요.”그리고 나민석의 표정을 똑바로 관찰했다.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실망스러운 기색이 스쳤다.나민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연락처 없어요.”서현주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관심은 꽤 있어 보이네요? 나한테 연락처 있어요. 궁금하면 대신 물어봐줄까요?”그 순간 나민석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항상 잿빛이던 눈동자가 잠깐 밝아졌다가 다시 가라앉았다.“됐어요. 그 사람은 저를 몰라요. 물어보면 괜히 폐만 끼치는 거죠, 뭐.”강혜인은 그 이상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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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나민석은 눈이 커지며 허둥지둥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에요! 오해예요. 그런 거 전혀 아니에요...”“얼굴이 이런데도 아니에요?”강혜인은 손가락으로 나민석의 볼을 꾹 누르며 따졌다.“아닌데 왜 얼굴이 빨개요? 아닌데 왜 유이영 씨가 우울증인지 아닌지 신경 쓰냐고요?”강혜인은 배신감에 몸서리치고 있었다.“진짜 유이영 씨를 좋아하는 거 아니죠?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요? 모르면 내가 알려줄까요? 유이영 그 여자가...”“아, 아니에요!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요...”나민석은 더 빨개진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작은 목소리로 애원했다.하지만 강혜인은 쉽게 포기할 타입이 아니었다. 그녀가 빡쳐서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자 나민석은 결국 서현주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서현주는 턱을 괴고 살짝 웃었다.“그런데 나도 궁금하긴 해요. 나민석 씨랑 유이영 씨는 도대체 무슨 사이예요?”나민석은 초조하게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허리를 거의 반으로 접었다.“두 분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그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목이 약간 막힌 듯 답답하게 들렸다.“제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요.”서현주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나민석은 용기 내서 고개를 들고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진짜예요. 전에 유이영 씨가 나를 도와준 적이 있어요. 그래서 계속 마음에 걸렸던 거예요.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 했거든요... 그래서 궁금했던 거지, 두 분이 말하는 그런 감정이 전혀 아니에요. 저 같은 놈이 어떻게 그 사람을 좋아해요.”서현주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고 강혜인은 여전히 의심 가득한 얼굴이었다.“진짜예요? 그럼 왜 얼굴이 빨개졌어요?”나민석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사람들이 놀리면 저는 너무 부끄러워요. 부끄러우면 얼굴이 빨개지고요. 전에 혜인 씨가 사람들이 많은 데서 저를 내쫓았을 때도 얼굴이 완전 빨개졌어요. 혜인 씨가 못 봐서 그렇지...”‘내쫓았다’는 말이 나오자 강혜인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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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그들의 얘기를 듣고 나서 나민석은 눈을 깜빡이더니 되물었다.“서현주 씨도 배우려고요?”서현주는 턱을 괴고 웃으며 말했다.“어차피 혜인이한테 가르칠 시간이 있는데 나까지 묶어서 같이 가르쳐주면 좋잖아요. 게다가 나는 시장가 그대로 과외비를 지급할 건데, 혹시 싫어요?”나민석은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고 뭔가 양심에 걸리는 표정으로 우물우물 말했다.“서현주 씨도 알겠지만 저는 지방대 출신이고 성적도 막 뛰어난 편이 아니에요. 그리고 전에 혜인 씨가 그러던데...”나민석은 불쌍한 눈빛으로 서현주를 보며 덧붙였다.“서현주 씨는 공부를 엄청 잘해서 나중에 청아대 갈 거라던데요? 게다가 수능 만점을 노린다고 하던데, 그런 사람을 제가 어떻게 가르쳐요. 그러니까 그냥 다른 과외를 찾는 게 낫지 않을까요?”그가 말을 마치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 몇몇이 기가 막히게 귀가 밝아서 ‘수능 만점’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홱 돌렸다. 그들은 수능 만점자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렸다.“...”서현주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나민석에게 말했다.“목소리를 좀 낮춰요. 제발.”그녀는 대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익명게시판에 조롱글로 등판하고 싶지 않았다.나민석은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결국 강혜인을 바라봤다. ‘나 좀 도와줘요’ 하는 눈빛으로.그리고 말했다.“아무래도 전문 과외 선생님이 더 잘할 거예요. 그분들은 실력도 있고 서현주 씨를 잘 가르쳐주실 거고요. 필요하면 제가 몇 분 소개해 드릴게요.”강혜인은 눈살을 확 찌푸리며 테이블을 쳐버릴 기세였다.“왜 이렇게 자신을 못 믿어요? 현주가 민석 씨한테 배우겠다잖아요. 그럼 민석 씨는 그냥 가르쳐주면 돼요. 괜히 김 빠지는 소리 하지 마요.”나민석은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서현주는 나민석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내향적이고 조용하며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타입이었다. 그래도 미래에 함께 일할 가능성도 있는 사람인지라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민석 씨는 일자리를 구해서 경연시에 온 거라고 했죠?”나민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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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서현주는 경연시 외곽 순환도로 근처에 있는 집을 하나 구해 엄진경, 강혜인과 함께 지내고 있다.그곳은 달동네라 집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데 지은 지 꽤 오래된 듯 벽지가 바래고 갈라져 있고 옆집과의 간격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2미터도 채 안 됐다.그래도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일하러 온 직장인들이고 웬만해서는 거리를 두며 지내는 분위기라 동네가 복잡하지만 의외로 조용했다. 가끔 아이 울음소리나 옆집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빼면.서현주의 집은 방 세 개에 거실이 하나 있고 30평도 안 되는 크기였지만 기본 가전과 가구는 다 갖춰져 있고 월세도 원래 살던 도시와 비슷해서 그녀는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다만 강혜인은 외할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병원에서 지내는 날이 많아 집에 자주 오지는 못했다.월세는 서현주가 냈는데 강혜인이 내겠다고 우기긴 했지만 서현주가 거절했다. 그러자 강혜인은 나중에 갚겠다고 했고 만약 서현주가 끝까지 거절하면 바로 짐 싸서 나가버릴 기세라 서현주는 울며 겨자 먹기로 허락했다.서현주가 집에 돌아와 보니 엄진경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녀는 별생각 없이 가방만 내려놓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아까 나민석이 가르쳐준 내용은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어서 서현주는 잠깐 복습한 뒤 바로 고등학교 문제집을 꺼냈다.비록 그녀는 올해의 수능 문제를 다 알고 있긴 하지만 환생한 이후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 엇나갔기에 남은 기간 무슨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늘 철저하게 대비해 두는 게 맞았다.그런데 서현주가 오늘 계획한 분량의 모의고사 문제를 다 풀어도 엄진경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엄진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엄마, 어디예요? 집에 와서 밥 드실 거예요? 저 배달 시키려던 참이에요.]엄진경은 금방 답장을 보냈다.[금방 집 도착해. 배달 시키지 마. 엄마가 장 봐왔으니까. 먼저 밥만 해놔.][알겠어요.]서현주는 슬리퍼를 신고 주방으로 갔다.이 집에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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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이 건물은 5층짜리였고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좁디좁은 계단에 각종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고 먼지까지 소복하게 내려앉아 더욱 비좁아 보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만 해도 꽉 찬 느낌이라 서현주는 자연스레 엄진경의 뒤에서 걸었다.얼마 전에 갈아 끼운 복도의 전등은 지금 환하게 켜져 있었고 희뿌연 불빛 아래서 서현주는 엄진경의 어깨가 굳는 걸 똑똑히 봤다. 엄진경은 괜히 성난 척하면서 말했다.“너 때문에 진짜 깜짝 놀랐잖아. 난 네 엄마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소리를 해? 이따가 난 밥 안 해줄 거니까 밤에 굶든가.”아무래도 더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서현주는 더 캐묻지 않고 알겠다고만 대답한 뒤 엄진경보다 먼저 걸어가 집 문을 열었다.건물은 오래됐고 문도 수년 전에 달아놓은 철문이라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었고 열리는 순간 특유의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그런데 이때 등 뒤에서도 삐걱 소리가 들렸다. 이 건물은 한 층에 딱 두 세대만 있고 각 집마다 사람이 들어 있었다.그들이 몇 주 전에 막 이사 왔을 때 서현주는 맞은편의 집이 조금 신경 쓰였었다. 집주인의 말로는 외지에서 온, 막 대학교를 졸업한 남자가 혼자 산다고 했다. 새벽에 나가고 밤늦게 들어와서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했다.그래서인지 서현주가 들락날락하면서 위층과 아래층 사람들의 얼굴은 이제 거의 다 외웠는데 정작 맞은편의 남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고 방 안에서 나는 인기척도 들은 적이 없어 아예 집에 안 돌아오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며칠 만에 맞은편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서현주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2층 복도의 전구는 오래전에 갈아놓았는지 어둡고 칙칙했는데 그녀는 먼저 문고리를 잡은 채 문을 살짝 밀고 있는 희고 길쭉한 손만 보았다.서현주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손이 꽤 예쁜데?’문틈이 더 벌어지고 안에 있던 사람이 완전히 복도 쪽으로 나왔다. 키가 훤칠하다 못해 복도가 갑자기 좁아진 것 같았다. 순간 서현주는 저러다 머리가 천장에 닿는 거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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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게다가 남자의 거칠고 묵직한 숨소리까지 들렸다.이때 서현주의 머릿속 비상벨이 울려댔고 심장 박동과 혈압이 치솟았다. 숨이 잘 안 쉬어질 만큼 긴장한 그녀는 이를 악물고 전력을 다해 월세집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서현주는 뛰면서도 머릿속에서 계속 ‘누구지’라는 생각이 굴러갔다. 그녀에게 복수를 할 만한 사람은 연씨 가문과 유씨 가문의 사람들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멀리까지 도망쳐 왔는데 그 두 집안에서 여기까지 쫓아올 리가 없었다.이때 뒤에서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바로 뒤까지 들이닥친 느낌이었다.서현주는 이를 악물었다. 이곳은 집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는 달동네라 조금만 크게 소리쳐도 주변 사람들이 다 들을 터였다. 벽도 얇아서 복도에서 재채기만 해도 들리는 수준이다.그래서 서현주는 소리를 지르려고 입을 크게 벌렸다.“도와주...”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들리던 헐떡이는 소리가 멈췄고 서현주의 눈이 번쩍 커졌다. 어디선가 갑자기 쑥 뻗어온 창백한 손이 숨 돌릴 틈도 없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읍!”다음 순간 강철 같은 팔이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마치 쇠사슬처럼 단단한 힘이 서현주를 확 끌어당겼고 바로 뒤에서 뜨거운 몸이 그녀의 등에 밀착됐다. 무서우리만치 강한 기세가 서현주의 온몸을 눌러 덮었고 그녀의 비명은 그 큰 손바닥에 봉인됐다.서현주는 눈을 크게 뜨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녀는 두 팔을 굽혀 남자의 가슴팍을 마구 찍었다.퍽. 퍽...가까이 있다 보니 그 둔탁한 소리도, 남자의 신음도 또렷하게 들렸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서현주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녀는 미꾸라지처럼 온몸을 비틀었지만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입과 코가 완전히 틀어막힌 서현주는 숨을 쉬지 못해 금세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고 폐에 공기가 부족해지며 곧 죽을 것 같은 위기감이 느껴졌다.“읍! 읍!”남자의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어졌고 곧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너...”서현주는 그 목소리를 단 한 번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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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서현주는 손이 벽에 세게 부딪히자 숨을 삼켰다. 그리고 얼굴을 찌푸린 채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손도 못 대게 하면 어떻게 병원에 데리고 가요? 그쪽은 지금 혼자 서지도 못 하잖아요.”남자는 대꾸하지 않고 그녀의 어깨에 기대고 있던 이마를 천천히 떼어냈다. 그리고 휘청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신경 쓸 필요 없어.”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택시 불러. 빨리.”서현주는 그의 손아귀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자마자 언짢은 표정으로 팔꿈치를 주물렀다.그녀는 어두운 골목 불빛 아래에서 남자를 노려보았다.‘매너라고는 티끌도 없는 인간.’남자는 서현주가 한참 동안 답이 없자 조급해져서 재촉했다.“빨리.”서현주는 차가운 눈길로 그를 쳐다보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참느라 답답하지? 그냥 숨막혀서 쓰러졌으면 좋겠네, 진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사람을 몰아붙여? 매너 없어!’경연시는 택시비가 비싼 걸로 유명했다. 물론 서현주가 못 낼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무례한 남자 때문에 그 돈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못 되게 말했다.“나중에 택시비를 줄 거죠?”남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말싸움할 여유가 있는지 코웃음을 쳤다.“궁상은.”서현주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그리고 이따가 치료비도 낼 거잖아요. 절대 먹튀할 생각하지 말라고요.”남자는 거칠게 숨을 몰아쉰 뒤 낮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서현주는 그를 스쳐 지나가며 툴툴댔다.“가요. 똑바로 걸어요. 넘어져도 안 잡아줄 거예요.”“네 도움 필요 없으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서현주가 가로등 아래로 걸어가자 남자도 뒤에서 터덜터덜 따라붙었다. 그녀는 갑자기 뒤돌아 서서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아까부터 어디서 본 사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자 서현주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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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남자는 아까 서현주더러 손도 못 대게 밀쳐냈던 체면 때문인지, 지금은 혼자 못 걸어도 그녀에게 기대기 싫은 모양이었다.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서현주는 팔짱을 낀 채 구경꾼처럼 서 있었다.운전석에서 기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아가씨, 일단 친구분을 좀 부축해 주겠어요? 다음 예약 건 때문에 저는 빨리 가야 해서요.”서현주는 사실 이 남자를 부축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아까 그녀를 벽에다 밀쳐서 팔꿈치가 욱씬거릴 정도로 아프게 해 놓고는 갑자기 도와달라니? 다친 팔꿈치를 보지 않았지만 멍이 들었을 게 뻔했다.하지만 기사가 곤란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서현주는 마지못해 다가가 양손으로 남자의 팔을 잡고 힘을 줬다.“일어나요, 우리 귀하신 도련님.”그런데 그녀의 손이 남자의 팔에 닿은 순간, 남자의 숨결이 갑자기 더 거칠어졌다.그는 서현주를 바라보았는데 금방이라도 달려들어 하얗고 가느다란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기세였다.서현주의 손에 닿은 그의 팔은 놀랄 만큼 뜨거웠다. 너무 뜨겁다 못해 화상 입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의 팔을 놓지 않았다.“여기서 발정 나지 말고 빨리 병원에 들어가요.”서현주는 힘을 더 주어 남자의 상반신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남자는 눈을 감고 입술을 세게 깨물며 한참 버티다가 서현주의 힘을 따라 천천히 차 밖으로 나왔다.그런데 그가 땅을 딛는 순간, 서현주는 이를 악물고 숨을 들이켰다. 이 남자의 몸무게가 그녀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뜨거운 대형 보온병을 끌어안은 기분이랄까.‘아니, 이 남자는 대체 몸무게가 몇 킬로야?’서현주는 이를 꽉 물고 겨우 버티며 말했다.“똑바로 서요. 난 그쪽을 못 받쳐줘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머리가 갑자기 서현주의 목덜미로 파고들었다.그의 뜨거운 이마가 그녀의 피부에 착 달라붙었고 뜨겁게 뿜어지는 숨결이 그녀의 하얀 목에 스쳤다.얇은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고 남자의 팔까지 제멋대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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