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371 - Chapter 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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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1화

서현주는 진도원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가 고등학교 교장이라고 해도 이런 학생이 찾아오면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래서 진도원이 자기 제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보기로 했다.그녀가 한 걸음 다가가자 진도원을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나가. 안 나가면 부모님 부를 거니까.”부모님을 부른다는 것은 많은 학생에게 제일 잘 먹히는 방법이었다. 진도원은 그동안 이 방법을 많이 써봤는데 늘 효과가 괜찮았다.그런데 서현주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교장 선생님, 오늘 저희 엄마랑 같이 와서 밖에 계신 데 한번 만나보실래요?”“나가라고.”진도원은 손을 휘저으면서 짜증 난 표정으로 말했다.“안 나가면 경비 아저씨 부를 거야.”“그전에 제 얘기를 들어보세요.”진도원은 눈앞에 있는 서현주를 보며 자기가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뭘 말할지 궁금해하고 있다니.’“들어올 때 보니까 학생들이 월간 고사를 보고 있던데 저도 같이 보면 안 될까요? 만약에 제가 1등 하면 학생으로 받아주시고, 1등을 하지 못하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 어때요? 학교 입장에서도 좋은 제안이 아닐까요? 돈도 안 들이고 시험지랑 답안지만 주시면 되는 거잖아요.”진도원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설득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은 수능까지 고작 두세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상적인 고3 학생이라면 자퇴하거나 전학 가지도 않고, 학교에서도 이런 중요한 시점에 학생을 퇴학시키지 않을 거였다.아마 그 학생이 정말 너무 큰 잘못을 해서 참다못해 퇴학시켰거나 눈앞에 있는 이 학생이 정말 자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로 생각했다.더군다나 성적이 정말 좋고, 1등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학생이라면 굳이 퇴학시킬 이유가 없었다. 학교 입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그런 학생을 어떻게든 붙잡아두려고 했을 것이다.이 학생이 확실히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퇴학시킨 거라면 이 학생은 분명 말썽꾸러기에 통제 불능이라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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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진도원은 다가가 고개 숙여 서현주가 써 내려가는 답안 풀이 과정을 쳐다보았다.서현주가 써 내려가는 마지막 두 번째 문제는 이 시험지의 핵심으로 난이도가 최상이라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당황한 문제였다.‘이렇게 쉽게 풀었다고? 논리적이고 정확한데다 깔끔하잖아. 마치 마음속에 답안을 정해둔 것처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어.’진도원은 그렇게 표준답안보다 더 정확한 답안을 적어 내려가는 서현주를 보면서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그는 서현주가 마지막에 정답과 똑같은 답을 써 내려가는 걸 지켜보았다.그는 심지어 서현주가 이번 모의고사 답안을 미리 봐서 이렇게 빨리 적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선생님들끼리 모여도 정답과 똑같은 풀이 과정을 쓸 수 있을 뿐이다.게다가 경연 시 모의고사라 철저히 비밀로 해서 미리 답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전례조차 없었다.서현주의 풀이 과정은 표준정답과는 달라도 훨씬 논리정연하고 수준도 높았다. 그리고 더 간략하기도 해서 정답과 딱 맞아떨어졌다.진도원은 그녀에게 어떻게 풀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서현주가 고개 들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걸 보고 결국 입을 다물었다.그는 애써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빨리 써. 날 보면 정답이라도 나와?”서현주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문제를 풀어나갔다.진도원은 서현주가 평온한 표정으로 마지막 문제까지 매끄럽게 풀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전히 표준답안보다 논리가 더 명확하고 간결했으며 정답과 똑같은 답이었다.진도원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다른 문제들도 확인했는데 거의 다 정답이었다.즉 만점 받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뜻이었다.그는 겨우 침착한 표정으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서현주를 바라보았다.서현주는 구석진 곳에 그가 임시로 다른 교실에서 옮겨온 책상과 의자에 앉아 조용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속으로 생각했다.‘수학이 제일 먼저 선택한 과목인 것을 보니 분명 가장 잘하는 과목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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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그 선생님이 떠나고 나서 진도원은 다른 도시락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너희 엄마 돌아갔어. 밥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일단 좀 먹고 계속해. 밥 먹는 시간은 시험 시간에 포함되지 않을 거야.”서현주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흔들었다.“국어를 먼저 끝내고요. 곧 끝나가요.”진도원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고 음식을 삼키면서 서현주의 행동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오후에 다른 학생들이 한국사를 보기 시작할 때 서현주도 따라서 한국사를 보기 시작했다.진도원은 서현주가 빠르게 답을 써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충격에 휩싸였지만 점점 차분해지고 익숙해졌다.서현주는 여전히 시험지를 일찍 제출했고, 마지막 영어 시험지도 가장 빨리 바쳤다.서현주는 마지막 답까지 적고 펜을 내려놓은 뒤 뻐근한 손목과 어깨를 주물렀다.엉덩이도 쑤시고 손가락도 글씨 쓰느라 가죽이 다 벗겨질 지경이었다.진도원은 다가와 그녀의 영어 시험지와 답안지를 대충 훑어보며 말했다.“일단 돌아가. 점수가 나오면 다시 알려줄게.”그는 서현주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이름이랑 연락처 남겨봐.”서현주는 건네받은 종이에 깔끔하게 개인 정보를 남겼다.“그러면 교장 선생님,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서현주는 바로 뒤돌아서느라 진도원의 복잡미묘한 표정을 확인하지 못했다.‘이게 뭐야. 진짜 숨은 보석을 찾아낸 건가? 전교 1등도 큰돈을 들여서 데려온 건데 갑자기 나타낸 애가 이렇게 쉽게 1등 할 리 없잖아. 아니. 어떤 학교가 이렇게 대단한 학생을 놓친 거야.’서현주는 이틀 동안 기다렸다. 예전처럼 긴장하거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조마조마해 하지도 않고 아주 편하게 지냈다.그녀는 강혜인과 엄진경이랑 한가할 때 경연 시의 여러 명소를 찾아다니며 아주 자유롭게 지냈다. 진도원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거의 잊을 뻔했다.서현주의 연락처에는 진도원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 않아서 진도원한테서 연락이 왔을 때 휴대폰 화면에는 전혀 모르는 번호가 떴다.전에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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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진도원을 얼굴을 찌푸린 채 다리를 꼬고 있는 서현주를 노려보며 말했다.“똑바로 앉아서 말해.”“네.”서현주는 다리를 내리긴 했지만 구멍이 숭숭 뚫린 신발과 왼쪽 발목에 감긴 하얀 붕대가 눈에 띄었다.진도원은 그녀의 발목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어쩌다 다친 거야.”서현주는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얼마 전에 골절됐는데 아직 낫지 않았을 뿐이에요.”경연 시에 오자마자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받았는데 회복이 잘됐다며 석고를 떼고 붕대만 감으면 된다고 했다.골절 때문에 요금 계속 슬리퍼만 신고 다녔다.진도원은 듣고서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서현주의 답안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서 말했다.“직접 봐봐.”대충 확인해보니 수학은 두 문제가 틀려서 2점이 깎였고, 다른 과목에서는 22점이 깎여서 총 24점이 깎였다.전체적으로 괜찮은 점수였지만 서현주는 수학 점수에 여전히 만족하지 못했다.수학은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라 사실 만점을 노렸지만 그녀가 틀린 객관식 문제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난도가 낮은 문제 중 하나였다.절대 틀릴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답안지를 들여다보니 확실히 틀린 것이 맞았다.이 문제는 틀린 답을 제외하고 맞는 것을 고르는 거라 정답이 B였는데 A, C, D를 제외하고도 답안지에 D라고 적어둔 것이다.‘그럼 뭐 어쩌겠어. 고칠 수도 없는데. 그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서현주는 답안지를 내려놓고 진도원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래서 1등 점수가 얼만데요?”진도원은 뭐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번 모의고사에서 네가 확실히 전교 1등은 맞아. 2등과 무려 20몇 점이나 차이나.”서현주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그래서요?”그녀는 방 안에 있는 선생님들이 자기한테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진도원은 옆에 있던 선생님을 힐끔 보면서 말했다.“그런데 다른 선생님들이 네 성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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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회색 셔츠를 입은 남자 선생님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확인해보니 너의 수학 성적이 이번 모의고사에서 최고점수더라고. 경연 시 1등을 하던 학생도 너보다 5점이 낮더라고.”그는 잠시 침묵하면서 다른 선생님들한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서현주는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계속 말씀해 주세요.”회색 셔츠를 입은 남자 선생님은 서현주의 얼굴을 보더니 잠깐 멈칫하면서 말했다.“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아?”서현주는 웃기만 했다.“듣고 있으니까 계속 말씀해보세요.”그는 멈칫도 잠시 방금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즉 이번 모의고사에서 네가 최고점수를 받았다는 거지. 우리 선생님들도 이 수학 시험지를 풀어봤는데 모두 난도가 높다고 생각했어. 다들 잘못 볼 거라 예상했었어. 그런데 네 점수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높았어.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도 난도가 낮지 않았어. 그런데 너는 이번 모의고사에서 최고점수를 따낸 학생보다 4점이 낮아서 2등을 했더라고.”서현주는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모의고사 시험지랑 답안을 미리 받아서 준비해온 거 아니냐고, 부정행위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시는 거예요?”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제가 1등을 따냈어도 학교에 들여보낼 생각이 없으시다는 거예요?”회색 셔츠를 입은 선생님은 바로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물론 정말 네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의 성적이 정말 놀랍긴 해... 널 의심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오늘 몇 문제 더 낼 테니까 정답을 맞히면 우리 학교에 들어오는 걸 허락할게. 괜찮아?”솔직히 억울한 사람에겐 의심받는다는 건 정말 기분 나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서현주도 마찬가지였다.비록 듣기 좋게 말했지만 그저 겉치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부정행위를 한 것이 의심되어서 이렇게 다 같이 한곳에 모인 거였다.하지만 서현주도 수능 1등을 하겠다고, 이 학교에 들어오겠다고 한 학생이 갑자기 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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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이건 우리 과목 선생님들이 직접 낸 문제들이야. 시중 문제집이나 기출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문제들이고 정답도 우리 선생님들만 알고 있어. 시간제한은 없으니까 일단 풀어. 수업 끝나고 우리가 와서 채점해 볼 테니까. 점수 보고 네가 학교에 들어올 수 있는지 결정할 거야.”서현주가 담담히 말했다.“네.”“어... 어?”회색 셔츠 입은 선생님은 얼떨결에 당황한 소리를 냈다. 서현주가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서현주가 오기 전에 그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해놨다.‘아니, 왜 제가 커닝을 했다고 의심하세요?’ 같은 말로 물고 늘어질 거라고, 억울해서 따질 거라고, 심하면 울컥해서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게다가 사실 그들도 학생이 커닝했다는 실질적인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교장이 직접 시험을 감독했는데 교장도 아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부정행위를 했냐고 물었다가 그게 소문이라도 나면 교직 생활이 끝장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변명도 여러 가지를 준비해 둔 상태였다. 혹시 서현주가 따지고 들면 교장을 끌어오려고까지 했다. 애초에 이 학생이 찾아온 것도 과목 선생이 아니라 교장이었으니까.그런데 예상과 달리 서현주는 한마디도 안 따지고 이유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화도 내지 않고 그냥 고개 끄덕이며 문제지를 받았다. 덕분에 회색 셔츠 옷차림의 선생님은 속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서현주가 문제지를 챙기자 그는 얼른 인사를 남기고 나가버렸다.“그럼... 난 수업 들어가 봐야 해서.”나머지 선생님들은 전부 구경꾼처럼 몰려들었다.이 학교는 원래 성적이 좋지 못했고 매년 일반 대학 합격률이 5%도 안 됐다.제일 잘하는 학생도 사실 학교가 스카우트해온 학생이었고 대부분은 3년 동안 대충 놀다 가는 분위기였다.애들이 공부라고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진짜 수능이 몇 달 앞두고서야 조금 정신 차리는 정도였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이제는 성적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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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서현주는 아주 쿨하게 아까 했던 말을 한 번 더 반복해 줬다.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진도원이 말했다.“아, 아니야! 기다릴 필요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수학부터 채점할게. 다른 과목은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 끝나야 와서 채점할 구 있어. 곧 종 칠 시간이라 오래 안 걸릴 거야.”서현주는 팔꿈치를 책상에 대고 턱을 괴며 진도원이 빨간 펜을 들고 하나하나 체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두 개의 큰 문제, 그리고 그 안의 작은 문항들까지 전부 다 동그라미 표시,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서현주는 이미 예상한 일이어서 놀라지도 않았다.진도원은 완벽하게 적힌 풀이와 답안을 보면서 그제야 서현주가 진짜 실력으로 이 점수를 냈다는 확신이 들었다.수학은 자신 있지만 다른 과목은 잘 모르는데도 다른 교과 답안을 훑어보는 순간 왠지 그것들도 전부 맞아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러자 그의 마음속에서 기쁨이 올라왔고 서현주를 보는 눈빛도 점점 더 밝아졌다.‘세상에, 진짜 이런 학생이 나타나다니.’그들은 그저 앉아 있기만 했는데 성적 좋은 학생을 하나 공짜로 얻었다. 심지어 학교에서 돈 써가며 데려온 학생보다도 더 성적이 좋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만약 서현주가 학교를 대표해 대회라도 나가면 학교의 대학 입시 실적에 엄청난 한 줄이 더해질 것이다. 잘하면 올해 수능 최상위권도 이 학교에서 나올지 모른다.하지만 진도원은 이런 기쁨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억눌렀다. 학생이 바로 앞에 있는데 들뜬 얼굴을 하고 있으면 선생님 체면이 뭐가 되겠나.서현주가 보기엔 진도원의 표정이 잠깐 흥분했다가 곧 다시 진지해지고 또 다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이내 억누르다가 결국 터져나온 것처럼 보였다. 마치 얼굴 근육이 경련이라도 난 사람처럼.‘뭐지?’진도원의 입꼬리가 몇 번이나 파르르 떨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지켜보던 서현주는 결국 입을 열었다.“선생님, 혹시... 얼굴 경련 오셨어요?”진도원은 얼굴이 딱 굳어지며 서현주를 흘겨봤다.“무슨 소리야?”서현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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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서류를 받으려던 진도원의 손이 공중에서 그대로 멈췄다.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서현주를 바라보며 자기가 들은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말했다.“너... 뭐라고 했니?”주변 선생님들도 순간 놀라서 모두 고개를 돌렸다. 서현주를 바라보는 표정은 놀람, 황당함, 이상함이 뒤섞여 있었다.서현주는 미소를 띠고 아주 차분하게 말했다.“입학은 하겠지만 학교에 등교하지 않고 밖에서 혼자 공부하면 좋겠어요.”진도원은 이번엔 제대로 이해했고 정신을 차리자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아까까지 그윽하게 보던 눈빛은 온데간데없고 바로 담임이 문제학생을 볼 때의 표정으로 바뀌었다.그의 눈에는 지금의 서현주가 마치 성적 좀 나온다고 설치는 문제아 같아 보였다. 아니면, 원래 모범생이던 애가 갑자기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길로 빠지는 것처럼 보였달까.“서현주, 네가 성적이 좋은 건 알고 공부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알아. 하지만 너무 자만하면 안 돼. 공부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하는 게 정석이야.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하고 겸손하게 배워야 해. 그리고 이번 모의고사도 1등이 아니라 2등이었잖아. 1등과의 격차도 분명히 있었고. 그럼 더 열심히 해서 수능 때는 그 학생을 넘어서야지.”진도원은 잔소리를 쏟아냈고 옆에 서 있는 다른 선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눈빛이었다. 지금 당장 서현주 팔을 붙잡고 교실로 끌고 가서 책을 펴게 하고 싶은 표정들이었다.만약 전생의 서현주였다면 이 말들을 정말 가슴 깊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서현주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지난 생에서 그녀는 연지훈의 아이를 임신한 탓에 그해 수능을 아예 치르지 못했고 그 후로는 다시 기회조차 없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해의 수능은 집착이자 악몽이었다.그해 수능이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연지훈의 딸을 품에 안았지만 그녀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수능 당일 연동욱이 사람을 시켜 그녀를 막아섰던 그 모습도.연동욱은 단 한 마디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지위를 가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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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그래서 이런 때는 ‘오스카 모드’를 켤 필요가 있다. ‘오스카 모드’란 곧 서현주식 연기법칙을 뜻한다.진도원은 눈앞의 ‘길을 잘못 든 모범생’이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또르륵 흘릴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고 그걸 보고 공포까지 느꼈다.“아... 아니...”진도원의 목소리가 확 작아졌다.“내가 뭐, 그렇게 심하게 말하진 않았잖아? 왜 울어?”서현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손등으로 눈가를 꾹꾹 문지르기 시작했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어깨까지 자잘하게 흔들렸다.주변 선생님들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진도원을 향해 ‘뭘 한 거냐’하는 듯한 멍한 눈빛을 보냈다.‘나 억울해!’진도원은 평소 말을 안 듣는 학생들은 훨씬 더 심하게 혼냈다. 부모까지 불러서 혼낼 정도로.반면에 서현주에게는 ‘천사 모드’에 가까웠다. 게다가 성적 좋은 학생이라 더 부드럽게 말한 건데...‘도대체 왜 울지?’진도원은 주변을 멀뚱멀뚱 둘러보다가 책상 위의 휴지 한 통을 들어 조심스럽게 내밀었다.“내가 그렇게 심한 말 안 했잖아? 왜 울어?”서현주는 휴지를 받고 눈가를 꾹꾹 누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교장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사실은 저희 외할머니가 아프세요. 그런데 집에 저랑 외할머니밖에 없어서 제가 돌봐야 해요. 그래서 학교에 나올 시간이 없어요...”“제가 이번에 경연시에 온 것도 여기 병원에만 외할머니의 병을 봐줄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예요. 전 학교도 그만두고 왔어요. 저는 정말 학교에 나올 상황이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순간 진도원과 선생님들의 얼굴에 바로 안타까워하는 기색이 스멀스멀 번졌다. 성적이 좋지만 상황은 불행한 학생은 늘 교사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했다.진도원은 방금 자기 입에서 나왔던 말을 생각하자 스스로 뺨을 때리고 싶었다.‘아,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야...’서현주가 훌쩍이며 울고 있으니 그는 말문이 막혔다. 한참 후, 그는 조심스럽게 서현주의 어깨를 두드렸다.“그랬구나. 음... 그렇다면 학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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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잠시 고민한 끝에 진도원은 결국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그럼 학교에 하루 건너 오면 어떻겠니?”서현주는 훌쩍이며 고개를 들었고 또 눈물이 후두둑 떨어질 것 같았다.당황한 진도원은 급히 말을 고쳤다.“그럼 이틀 건너 나올래?”서현주의 눈에 바로 또 눈물이 맺혔다.“그럼 사흘 건너는 어때? 나흘 건너? 닷새?”진도원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지만 서현주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서현주는 결국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진도원은 옆에서 구경하듯 조용히 지켜보는 선생님들에게 도움 요청을 보냈지만 선생님들은 괜히 천장을 보거나 문 쪽을 보고 창밖을 보며 시선을 피하기 바쁘다.결국 진도원은 표정이 복잡해지더니 한참 고민하다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어. 그럼 네 말대로 해. 다음 모의고사에서 1등 못 하면 바로 학교로 복귀하는 거다?”그리고 단호하게 경고했다.“그리고 말이야, 다음부터는 이렇게 울면서 말해도 절대 안 봐 줄 거야.”그러자 서현주는 눈물을 멈추고 환하게 웃었다.“네, 알겠습니다.”입학 절차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맡긴 뒤, 서현주는 눈물을 쓱 닦으며 기분 좋게 교문을 나섰다.마침 강혜인이 도착했고 서현주의 빨간 눈을 보자마자 화단에서 벌떡 일어나 심각하게 물었다.“누가 널 괴롭혔어?”서현주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아니야.”그리고 방금 있었던 일을 쭉 설명하자 강혜인은 표정이 풀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와, 그 사람들 오늘 참 재수 없네. 너한테 걸리다니.”‘그 사람들’이란 진도원과 다른 선생님들을 뜻했다.“가자.”서현주는 강혜인의 팔을 잡고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을 향해 걸었다.강혜인이 성큼성큼 따라붙으며 물었다.“그런데 너 진짜 괜찮겠어? 너 수능을 봐야 하는데 학교에 안 나갔다가 혹시 떨어지지면 어떡해?”“걱정하지 마.”서현주가 눈썹을 올렸다.“나 확신 있어.”강혜인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몇 번이나 서현주를 훑어보더니 혀를 찼다.“네가 그렇다면, 뭐. 그래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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