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주는 아주 쿨하게 아까 했던 말을 한 번 더 반복해 줬다.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진도원이 말했다.“아, 아니야! 기다릴 필요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수학부터 채점할게. 다른 과목은 다른 선생님들이 수업 끝나야 와서 채점할 구 있어. 곧 종 칠 시간이라 오래 안 걸릴 거야.”서현주는 팔꿈치를 책상에 대고 턱을 괴며 진도원이 빨간 펜을 들고 하나하나 체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두 개의 큰 문제, 그리고 그 안의 작은 문항들까지 전부 다 동그라미 표시,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서현주는 이미 예상한 일이어서 놀라지도 않았다.진도원은 완벽하게 적힌 풀이와 답안을 보면서 그제야 서현주가 진짜 실력으로 이 점수를 냈다는 확신이 들었다.수학은 자신 있지만 다른 과목은 잘 모르는데도 다른 교과 답안을 훑어보는 순간 왠지 그것들도 전부 맞아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러자 그의 마음속에서 기쁨이 올라왔고 서현주를 보는 눈빛도 점점 더 밝아졌다.‘세상에, 진짜 이런 학생이 나타나다니.’그들은 그저 앉아 있기만 했는데 성적 좋은 학생을 하나 공짜로 얻었다. 심지어 학교에서 돈 써가며 데려온 학생보다도 더 성적이 좋다니,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만약 서현주가 학교를 대표해 대회라도 나가면 학교의 대학 입시 실적에 엄청난 한 줄이 더해질 것이다. 잘하면 올해 수능 최상위권도 이 학교에서 나올지 모른다.하지만 진도원은 이런 기쁨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최대한 억눌렀다. 학생이 바로 앞에 있는데 들뜬 얼굴을 하고 있으면 선생님 체면이 뭐가 되겠나.서현주가 보기엔 진도원의 표정이 잠깐 흥분했다가 곧 다시 진지해지고 또 다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이내 억누르다가 결국 터져나온 것처럼 보였다. 마치 얼굴 근육이 경련이라도 난 사람처럼.‘뭐지?’진도원의 입꼬리가 몇 번이나 파르르 떨리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지켜보던 서현주는 결국 입을 열었다.“선생님, 혹시... 얼굴 경련 오셨어요?”진도원은 얼굴이 딱 굳어지며 서현주를 흘겨봤다.“무슨 소리야?”서현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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