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Bab 741 - Bab 750

789 Bab

제741화

강혜인이 말했다.“연씨 가문이랑 유씨 가문 양쪽 다 아직 유이영의 사망 소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어. 소문도 거의 안 돌고 있고. 내가 들은 바로는 유이영의 유골은 성동 묘지에 안장됐대. 유씨 가문의 조상들 대부분이 그쪽에 묻혀 있거든. 장례식도 크게 치르지 않았고 참석한 사람도 많지 않았대. 일부러 조용히 진행한 것 같아. 아마 유이영이랑 공우성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는 걸 막으려는 의도겠지.”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게다가 유이영의 어머니가 장례식에서 두 번이나 실신했다더라.”서현주는 그 말을 듣고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안요한이 그녀의 미묘한 기색을 알아차리고 물었다.“그래도 의심돼?”서현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전부 제 추측일 뿐이에요. 증거는 없어요.”그 뒤로 아무도 말을 잇지 않았고 서현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돌아가자.”몇 차례의 교통사고 운전자와 납치범에 대해 조사한 건 경찰뿐만이 아니었다. 서현주와 안요한도 각자의 방식으로 알아보고 있었다.서현주는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평소처럼 출근했다. 다만 예전처럼 야근을 하지는 않았고 매일 정시에 퇴근해 몸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사흘이 지난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마침 서현주가 회의 중일 때였다.처음에 그녀는 이 전화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최근 며칠 동안 경찰서에서 수시로 연락이 와 추가 질문을 하곤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연락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이 회의는 상당히 중요한 회의였다. 게임 토끼단이 정식 출시된 이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유저가 몰려들었고 목표로 잡았던 수치를 초과 달성했다. 동시 접속자 수는 급증했고 결제 금액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하지만 동시에 테스트 단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일부 버그들이 실제 플레이 중에 터져 나왔고 그 외에도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유저들의 게임 체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일부 유저들은 이미 게임 공식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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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회의는 거의 막바지에 이른 상태라 서현주는 회의를 끝까지 마친 뒤 전화를 받기로 마음먹었다.서현주는 비서에게 여행하는 토끼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관련 책임자와 즉시 소통하라고 지시했고 홍보팀에는 최대한 빠르게 공식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라고 당부했다.회의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각자 맡은 업무를 처리하러 흩어졌고 그제야 서현주는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곧바로 연결되었다.“서현주 씨, 경찰서입니다.”서현주가 말했다.“네, 죄송해요. 방금 회의 중이라 전화를 못 받았어요. 무슨 일인가요?”경찰의 말투는 단호했다.“그동안 서현주 씨와 김민준 씨에게 발생했던 여러 사건과 관련해 자수한 사람이 있습니다.”그 말에 서현주는 멈칫했다.“누구예요?”경찰이 대답했다.“진용준 씨입니다. 진성민 씨의 아들이죠. 서현주 씨도 알고 계신 그 진성민 씨의 아들입니다. 진용준 씨가 자수했고 이번 일들이 전부 본인이 사람을 시켜 벌인 일이라고 진술했습니다.”서현주의 눈동자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고 이내 그녀의 미간이 깊게 좁혀졌다.그녀는 머릿속에서 진용준이라는 이름을 곱씹다 천천히 떠올렸다. 진용준은 진성민이 가장 아끼던 아들이었고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진성민의 유산 대부분을 물려받을 인물이었다.그런데 진용준은 왜 그랬을까.경찰이 말했다.“경찰서로 한 번 와 주시겠어요? 직접 설명드리겠습니다.”“알겠습니다.”서현주는 전화를 끊으려다가 다시 다급히 말했다.“잠깐만요.”“네?”서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김민준 씨 쪽에는... 이미 연락하셨나요?”경찰은 숨김없이 말했다.“네, 동료가 이미 연락했습니다. 이따가 김민준 씨도 경찰서로 오실 겁니다.”서현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그녀가 전화를 끊자 곁에 있는 안요한과 강혜인이 동시에 그녀를 바라봤다. 서현주는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강혜인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정말 중요한 일이네. 다녀와. 회사 일은 내가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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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진용준 씨가 자수했습니다. 두 차례의 교통사고와 서현주 씨 납치 사건 모두 본인이 지시했다고 진술했어요. 먼저 은행에서 거액의 현금을 인출한 뒤 두 명의 사고 운전자와 납치범에게 직접 현금으로 건네면서 일부러 사고를 내고 서현주 씨를 납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들이 상당히 조심스러워서 돈을 받자마자 은행에 입금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계좌를 추적해도 바로 단서를 찾지 못했던 겁니다.”“동시에 관련 증거도 함께 제출했고요. 실제로 진용준 씨의 진술에 따라 사고 운전자 두 명의 자택에서 거액의 현금을 발견했습니다. 두 납치범은 돈을 다른 지역에 숨겨 둔 상태라 그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그리고 저희가 진용준 씨의 계좌도 조사했는데 사고가 발생하기 며칠 전 대규모 현금 인출 기록이 확인됐습니다. 진용준 씨가 말한 오프라인 거래 장소도 특정돼서 경찰이 CCTV를 확보했고 진술 내용이 전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온라인 대화 기록 역시 진용준 씨가 청부를 했다는 걸 입증했어요.”“진용준 씨가 자수한 이후 사고 운전자들과 납치범들도 다 자수했고 범행 경위 역시 모두 상세하게 진술했습니다.”증거는 완벽했고 그걸 다 듣자 서현주는 마음이 무거워졌다.“그럼 그 사람은 진성민 씨 사건 때문에 그런 건가요?”경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맞아요. 진용준 씨의 진술에 따르면 진성민 씨가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본인은 가업을 물려받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답니다. 하지만 진성민 씨가 구속된 뒤 형제들에게 회사에서 쫓겨났고 상속권도 박탈당했으며 대부분의 계좌가 동결됐다고 해요. 진용준 씨는 본인 인생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느끼자 서현주 씨에게 깊은 원한을 품게 됐고 오랜 시간 돈을 모아 청부 살인을 시도한 거고요.”서현주는 그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진성민이 구속된 뒤 진씨 가문은 한동안 난장판이 되었고 회사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그 틈을 타 진용혁이 권력을 장악해 형제들과 친척들을 몰아내고 중심에 섰다.이런 일들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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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그 말에 안요한의 얼굴이 더 굳어 버렸고 경찰은 몇 번이나 그를 힐끗거렸다.진용준의 진술과 실제 정황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서현주는 공우성 사건 때문에 몇 차례 김민준에게 일부러 접근했던 게 생각났다. 만약 정말 그게 이유였다면 김민준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경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자수 시점에 대해서도 물어봤지만 진용준 씨의 말로는 자수는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거라고 하더군요.”진용준의 태도를 떠올리자 경찰의 말투에 불쾌함이 묻어 났다.“진용준 씨의 정확한 표현은 이거였습니다. 경찰이 자기를 잡으려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는 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줬고 이제 충분히 구경했으니 자수하겠다고요. 어차피 언젠가는 경찰이 자기를 잡으러 올 텐데 그렇게 붙잡히느니 차라리 자기가 먼저 나와서 자수하고 형량 감경을 노리겠다면서요.”논리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경찰은 이어서 말했다.“현재로서는 증거가 모두 확보됐고 윗선에서도 사건을 종결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서현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경찰은 김민준을 바라보며 물었다.“김민준 씨, 혹시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신가요?”그제야 서현주는 정면으로 김민준을 바라볼 수 있었다.김민준은 양쪽 볼이 눈에 띄게 꺼졌고 정리되지 않은 거뭇한 수염이 얼굴을 둘러싸고 있었다. 예전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사라지고 그의 온몸에서 음울한 기운이 배어 나왔다.그 모습에 서현주의 심장이 확 움켜쥐어지는 듯했고 동시에 깊은 무력감이 밀려왔다.김민준은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있었다.서현주는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숙였다.경찰은 그들을 문밖까지 배웅했고 서현주는 차에 타려는 김민준을 문 앞에서 불러 세웠다. 김민준은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비켜 주세요.”서현주는 안요한에게 눈짓을 보냈고 안요한은 마지못해 십 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걸어가서 팔짱을 낀 채 그들을 지켜봤다.서현주는 김민준 앞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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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김민준의 눈빛에 깊은 후회와 고통이 겹겹이 서려 있었고 그 사이로 쉽게 가라앉지 않는 갈등과 방황이 어른거렸다. 그가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바라볼 때 그의 눈동자에 선명하게 핏발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난 현주 씨가 고맙다고 말해 주길 바란 적도 없고 미안하단 말도 듣고 싶지 않아요. 그쪽 얼굴만 보면 이영이가 죽기 전에 내가 이영이의 편을 안 들어줬다는 사실이 계속 떠올라요. 이영이가 죽을 때 나를 미워했을까요? 원망했을까요? 이영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모르겠어요. 요 며칠 내내 그 생각만 하느라 너무 괴로웠어요.”김민준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난 심지어 공우성을 만나러 간 것 자체를 후회해요. 내가 그렇게 이영이를 사랑했으면서, 평생 지켜 주겠다고 말해 놓고...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요.”서현주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고 눈빛이 한층 어두워졌다. 두 사람 사이에 길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잠시 후 김민준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충혈된 눈으로 서현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는데 지나치게 수척해진 얼굴 때문에 그는 예전보다 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으니 나도 서현주 씨를 탓하지 않으려고 해 봤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게 잘 안 돼요. 그쪽이 이 일에서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서현주는 자신의 마음이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꼈다.김민준이 말했다.“이제 그만하죠. 다시는 날 찾아오지 말고 메시지도 보내지 마요. 난 시간이 필요해요. 우리 앞으로 만나지 맙시다.”김민준이 차에 타기 직전에 서현주가 마지막으로 말했다.“제가 한 말은 언제든 유효해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와요.”김민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서현주는 차가 멀어져 가는 걸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떨궜다. 그때 안요한이 뒤에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이제 돌아가자.”서현주의 마음속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복잡했고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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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서현주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때 머리 위로 갑자기 묵직한 게 내려앉았는데 안요한이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는 것이었다.서현주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안요한은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살짝 붙잡고 몇 번 꽉 쥐었다 풀었다.서현주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자 안요한은 곧바로 손을 놓았다.“그만 생각해.”그의 목소리는 맑은 샘물이 흐르는 소리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웠다.“네 자신을 좀 놓아줘. 당분간은 제대로 쉬고.”서현주는 안요한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향해 살짝 웃었고 햇살이 비추자 그의 눈매는 유난히도 예뻐 보였다.서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하지만 지금은 안요한의 말처럼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토끼단 공식 계정이 빠르게 표절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오히려 표절 논란은 점점 커졌고 더 많은 네티즌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조사 결과, 문제로 지목된 부분은 게임 내 한 벌의 스킨이었고 여행하는 토끼의 특정 스킨과 전체적인 콘셉트가 다소 비슷하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특히 토끼단 측은 소재 라이브러리에서 구매한 자료를 디자인 테마로 삼아 해당 스킨을 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여행하는 토끼 역시 비슷한 콘셉트를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원칙적으로는 토끼단이 해당 소재의 사용권을 정식으로 구매했기 때문에 표절이나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아야 했다.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디자인팀이 소재 라이브러리 측에 연락하자 담당자는 사과를 하며 해당 소재의 출처가 불분명했고 내부 직원의 실수로 시스템에 잘못 등록되었다고 설명했다.겉으로는 미안하다는 태도였지만 그들의 속내는 분명했다. 구매 비용은 환불해 줄 수 있지만 표절 문제는 자신들과 무관하니 알아서 해결하라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 책임은 전부 토끼단 쪽이라는 이야기였다.서현주는 그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이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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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서현주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같이 가는 건 괜찮은데 연지훈 씨랑 싸워도 안 되고, 손대도 안 되고, 괜히 기분 상해서 성질내는 것도 금지예요.”안요한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분별없는 사람처럼 보여?”서현주는 태연하게 덧붙였다.“어쨌든 이번에는 우리가 부탁하러 가는 입장이잖아요. 최대한 공손해야 해요.”안요한은 억울하다는 듯 강조했다.“나 생각보다 되게 어른스럽거든. 그 정도는 믿어줘야지.”“그러길 바랄게요.”서현주는 일부러 한마디를 얹었다.“그러길 바란다는 건 무슨 뜻이야?”...이번 약속 장소는 서현주의 비서가 예약했고 평소 서현주가 중요한 고객들을 접대할 때 자주 이용하던 레스토랑이었다. 이곳은 분위기가 조용하고 품격 있으며 음식도 훌륭했고 룸 내부 역시 단정하고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어 귀한 손님을 모시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서현주와 안요한이 도착했을 때 연지훈은 아직 오지 않아 두 사람은 먼저 메뉴를 주문했다.서현주는 메뉴를 고르면서 의도적으로 단맛이 강한 요리들은 모두 피해 갔다. 옆에서 그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던 안요한이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연 대표님이 단 음식을 안 먹어?”서현주는 멈칫하다가 안요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요한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몇 년이나 지났는데 그런 건 잘 기억하네.”서현주는 메뉴판을 내려놓으며 한숨 섞인 말투로 말했다.“오기 전에 내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요?”안요한은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현주는 메뉴판을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이번에는 연지훈 씨가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라이선스만 잘 받으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돼요.”안요한은 시무룩해져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알겠어.”그때 연지훈이 도착했다.서현주가 연지훈을 다시 마주하는 건 며칠 만이었고 사실상 유이영이 세상을 떠난 이후 처음이었다.연지훈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머리, 몸에 딱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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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연지훈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별일은 아니야. 그냥... 어디 좀 함께 가줬으면 해.”그 말을 듣자 안요한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고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서현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혹시 다른 조건을 제시해 주실 수 있어요? 최대한 맞춰드릴게요.”그러나 연지훈은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내 요구는 이거 하나뿐이야.”서현주는 연지훈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망설이는 건 당연했고 무엇보다 그녀는 업무 외의 이유로 연지훈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서현주가 조금이라도 조건을 바꿔보려던 찰나, 연지훈이 덧붙였다.“정말로 그냥 어디 좀 같이 가달라는 거뿐이야. 다른 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게. 안심해도 돼.”서현주가 물었다.“그게 어디인지 물어봐도 될까요?”연지훈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 하지만 위험한 곳은 아니야. 가는 데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해.”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런 요구를 하는 꼴이니, 연지훈은 인간적으로 참 별로였다.안요한의 속에서 화가 확 치밀어 올랐고 그는 서현주를 흘겨봤다. 두 사람은 몇 년을 함께 지내온 사이라 안요한은 그녀가 이미 마음속으로는 연지훈의 요구를 수락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안요한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서현주가 일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기에 이런 문제로 그녀를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잠시 후 서현주가 결정을 내렸다.“알겠습니다.”연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오전 열 시에 하유 그룹으로 데리러 갈게.”안요한은 숨을 들이마셔 속에 쌓인 울분을 누르고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말했다.“그럼 연 대표님, 저도 같이 가도 됩니까?”연지훈은 안요한을 흘끗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서현주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안요한은 속으로 거의 외치다시피 했다.‘저게 지금 무슨 눈빛이야?’서현주는 상황을 바로 이해하고 안요한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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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차 안에 있는 연지훈은 그 말을 다 듣고 있었고 서현주는 두피가 서늘해질 정도로 긴장돼서 손을 뻗어 안요한의 입을 막고 싶을 지경이었다.“알겠으니까 이제 돌아가요.”서현주가 차 문을 닫기 직전에 안요한은 무심코 뒷좌석의 반대편을 힐끗 바라봤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연지훈은 널찍한 뒷좌석에 다리를 꼰 채 기대 앉아 있었고 태도는 지나치게 느긋해 보였다.안요한의 시선을 느낀 듯 연지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깊고 차가운 눈빛으로.안요한도 아름다운 눈동자에 남아 있던 온기가 서서히 식어가며 마치 얇은 얼음이 덮인 듯 눈빛이 차가워졌다.만약 이 순간 서현주가 고개를 들어 그 눈빛을 봤다면 분명 놀랐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안요한이 이런 눈빛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오해가 있었던 시절에도 안요한은 이런 눈빛을 보인 적은 없었다.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히며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었다. 서현주가 알아차리기 전에 안요한이 먼저 시선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찍 돌아와.”서현주는 짧게 ‘네’ 하고 대답한 뒤 차 문을 닫았다.차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며 안요한은 주먹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그때 옆에서 조대성이 다가왔고 안요한의 냉랭한 표정을 보고는 마음이 살짝 불안해졌다.“요한 형.”“말해.”조대성은 목소리를 낮췄다.“확인했는데 황태민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 마스크랑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함께 움직였다고 해요. 얼굴은 못 봤지만 키는 유이영 씨랑 비슷해 보였어요.”안요한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키가 비슷하다고?”조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부러 신원을 안 드러내려고 그런 건지, 옷도 헐렁한 걸 입어서 체형이 안 보이고 허리도 굽히고 걸어서 정확한 키는 측정이 안 됩니다.”“계속 추적해.”“네.”조대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진용준 쪽도 다시 확인했는데요, 은행 계좌나 개인 자산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경찰이 진용준의 일기장도 확보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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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고지현 사건에서 서현주는 얼마나 억울했던가. 유이영이 그녀에게 진 빚은 고작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서현주는 연지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늘 저를 따로 부른 이유가 그 사람 대신 사과하시려고 그런 거예요?”연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아니, 이영이와는 상관없는 일이야.”연지훈은 지나치게 침착해 보였다. 유이영의 이름을 꺼내도 감정의 파동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서현주는 점점 더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차마 직접 묻지는 못했다.혹시 연지훈이 슬픔을 꾹 참고 있는 거라면 괜히 건드렸다가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꼴이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쪽은 오히려 그녀 자신일 것이다.그때 연지훈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이영이 묘 앞에 있는 흰 국화꽃, 네가 놓고 간 거야?”서현주는 멈칫했다가 말했다.“네,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아까 들렀다가 관리사무소에 물어봤어.”“잠깐 들른 것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서현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가면 안 되는 건가요?”연지훈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깊은 시선이 그녀의 얼굴 위에 머물렀고 그의 말투는 여전히 담담했다.“그럴 리가. 가고 싶으면 가도 돼.”서현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점점 더 이상했다. 연지훈의 말투와 표정은 아내를 잃은 사람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잘 지내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연지훈은 그녀를 흘끗 바라봤다가 잠시 후 낮은 목소리로 ‘응’ 하고 대답했다.서현주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지만 여전히 아무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게다가 허점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차 안에 잠시 정적이 흘렀고 서현주는 창밖의 뒤로 휙휙 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다가 물었다.“저희 어디로 가는 건가요?”어젯밤까지만 해도 말을 아꼈던 연지훈은 오늘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월영만으로 갈 거야.”그 이름을 듣자 서현주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몸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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