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บทที่ 611 - บทที่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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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한겨울의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온채아는 온몸을 가늘게 떨었다.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다가올 무언가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불안한 예감이 가시기도 전, 멀리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도로 끝에서 갑자기 환한 불빛이 번쩍였다. 여러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무서운 속도로 접근해 왔다. 그중 선두에 선 차량은 온채아에게 너무나 익숙한 것이었다.성유준이 왔다.온채아는 박시훈의 계획이 떠올라 급히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으나 안경 쓴 남자에게 어깨를 짓눌려 다시 주저앉았다. 남자는 온채아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순순히 협조하기로 하지 않았나? 원종 형님이 거칠게 굴지 말라고는 했지만 만약 허튼짓이라도 했다간 뱃속의 아이까지 한꺼번에 죽여버릴 줄 알아.”죽음이라는 단어를 뱉는 그의 목소리는 경고를 넘어선 오싹함 그 자체였다.온채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성유준이 온 걸 보고 조금 당황해서 그래요.”“당황은 무슨.”남자는 가소롭다는 듯 손을 놓으며 비아냥거렸다.“품고 있는 아이가 제 자식도 아닌데 참 진심으로 연기하는군. 역시 여자들은 하나같이 배우라니까.”온채아는 그의 모욕적인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마당 입구에 멈춰 서는 차들을 응시했다. 익숙한 뒷좌석 문이 열리고 검은색 코트 차림의 성유준이 서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내렸다.놀라운 것은 성유준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의 뒤를 이어 주율천이 내렸고 뒤따라오던 차들에서는 성구 일행뿐만 아니라 하지훈, 심지어 하도연과 하희민까지 모습을 드러냈다.온채아뿐만 아니라 소식을 듣고 밖으로 나온 박시훈 역시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등장에 의아한 기색이 스쳤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성 대표, 소문으론 경성에서 성 대표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들 하던데, 생각보다 별거 아닌데?”박시훈의 도발은 노골적이었다. “온 선생이 점심때 사라졌는데 이제야 찾아오다니.”하지만 성유준은 그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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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박시훈의 목소리가 뚜렷하게 울려 퍼졌고 위층 테라스에 있던 온채아의 귀에도 한 자 한 자 빠짐없이 박혔다. 온채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박시훈은 그저 농담을 던지거나 허세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된 상태라는 것을. 또한 자신의 생사가 박시훈의 일념 하나에 달려 있기에 누구든 그녀를 구하려면 박시훈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하지만 온채아는 성유준을 살리고 싶었다. 성유준과 자신, 그리고 아이까지 모두 무사히 이곳을 걸어 나가야만 했다.마당 앞의 강렬한 조명이 성유준의 얼굴을 선명하게 비추었다. 온채아는 성유준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았다. 성유준은 온채아의 시선을 느낀 듯 이내 초점을 다시 또렷이 맞추었다. 이번에 온채아는 어떤 말도, 몸짓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성유준의 시선과 마주했을 뿐이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율천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오히려 하지훈이 혀로 볼 안쪽을 밀어내며 박시훈을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유준이의 목숨을 노리는 놈들은 세상에 널리고 널렸어. 너까진 차례도 안 돌아온다고. 오늘 네가 유준이를 건드리든 온채아를 건드리든, 난 너를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게 할 수 있어.” 그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건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이라면 그 정도 수단은 충분히 가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 상황은 박시훈의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아직 서강진은 온채아를 하씨 가문에 데려가 친자 확인을 시키지 않았다. 하씨 남매 셋이 모두 따라와 이 진흙탕 싸움에 끼어든 것을 보면 이미 온채아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만약 하씨 가문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면 일을 처리하고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목적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온전히 물러서기란 불가능해졌다. 하씨 가문이 그냥 넘길 리 없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온채아를 손에 쥐고 있는 박시훈은 당황하지 않았다. “하씨 가문의 권세가 대단하긴 하군. 하지만 난 잃을 게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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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이번에는 안경남이 확실히 움찔하며 망설였다.온채아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그녀가 지금 여기서 죽기라도 한다면 그건 단순히 일이 꼬이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그야말로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성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두 대표가 모두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온채아라는 인질이 사라진다면 이들 중 그 누구도 이 저택을 살아서 나갈 생각은 버려야 했다.안경남은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의술 꽤 뛰어나다며? 필요한 약이나 물건이 있으면 말해. 사람 시켜서 사 올 테니까.”온채아에 대한 감시를 늦출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였다.온채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따뜻한 물 한 잔이랑 겉옷 한 벌.”안경남은 미간을 찌푸렸다. “요구사항 참 많네.”“어쩔 수 없잖아. 추워서.”온채아는 텅 빈 주변을 한 번 훑고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안 추워?”한겨울 밤, 여기서 찬바람을 맞고 서 있는데 춥지 않을 리가 없었다.안경남은 잠시 주춤했다.뜨거운 물이야 어떻게든 해결하겠지만 옷은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이 별장은 버려진 지 오래되어 옷은커녕 카펫조차 다 삭아버린 상태였다.그는 복도에서 망을 보던 부하에게 눈짓을 보냈다. “가서 뜨거운 물 한 잔 떠 와.”그러고는 차가운 눈으로 온채아를 보았다. “겉옷은 없어. 귀한 집 아가씨가 내가 입던 걸 벗어준다고 해서 입을 리도...”“제 걸 주죠.”안경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복도 쪽에서 차분하고 당당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채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시훈의 부하들이 가로막는데도 개의치 않고 테라스 쪽으로 걸어오는 하도연이었다. “옷 한 벌 뿐인데 문제없겠죠?”하도연은 상대가 경계심을 가질 정도로 다가가지는 않았다. 테라스 입구쯤에서 걸음을 멈춘 그녀는 입고 있던 패딩 코트를 벗어 안경남에게 내밀었다.안경남은 짜증스럽게 혀를 찼다. 하지만 아래층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에 누가 죽고 살지 알 수 없는 마당에 굳이 옷 한 벌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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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온채아의 목소리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몸을 둥글게 만 채 괴로워하는 모습은 도저히 연기라고 볼 수 없었다.안경남이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자 온채아는 기선을 제압하듯 먼저 쏘아붙였다. “내가 마신 물에 독이라도 탄 거야?”말하는 와중에도 코끝에는 통증으로 인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안경남은 즉시 부인했다.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미쳤어?” 하지만 만약 이 임산부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 후과는 감당할 수 없을만큼 무거울 것이다.온채아는 미심쩍은 눈으로 그를 보며 통증이 몰려올 때마다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가만히 있지 말고 좀 도와주지? 박시훈이 아직 아무런 지시도 안 내렸는데 나한테 문제 생기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안경남은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맸다. 그렇다고 온채아에게 손을 댈 수도 없었다. “어떻게 도와주라고? 119를 부를 수도 없잖아. 형이 허락 안 할 거야.”온채아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직접 치료할 수 있어. 하지만 은침이 하나 필요해.”안경남은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내가 갑자기 은침을 어디서 구해?”이 버려진 빌라 단지는 경성 외곽에서도 가장 외딴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람도 거의 살지 않아 주변에 병원은커녕 약국조차 없었다. 먼 곳까지 다녀오려면 왕복 30분은 족히 걸릴 텐데 온채아의 상태가 그때까지 버텨줄지 장담할 수 없었다.잠시 침묵하던 온채아가 말했다. “성유준 차에 아마 있을 거야. 밑에 내려가서 달라고 해.”안경남은 망설이며 그녀를 살폈다. 여전히 의심이 가시지 않은 눈치였다.온채아는 배를 꽉 움켜쥐고 고통을 참아내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를 떼어놓으려는 수작인 것 같으면 부하를 시키면 되잖아! 좀 빨리 움직이면 안 돼?”그제야 안경남은 의구심을 거두고 복도를 지키던 부하를 쳐다보며 비꼬듯 말했다. “멍하니 서서 뭐 해? 가서 성 대표님한테 은침 받아와. 은침 없으면 아빠가 될 기쁨도 못 누리게 될지 모른다고 전하고.”온채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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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하도연의 목소리는 서늘했다. “채아의 몸놀림이 좋은 게 아니라 나쁜 인간들이 쓰는 밑바닥 수법을 너무 많이 봐온 것뿐이죠.”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소원희. 미성년자에게 손을 대는 성윤혁.질척하게 얽히고설킨 시동생과 새언니까지...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자신을 지키는 법을 배워야만 했다.성유준의 눈은 여전히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한마디 대꾸도 없이 곧장 계단 쪽으로 향했다.박시훈은 비웃음을 흘렸다. “호텔로 아나? 마음대로 드나들게?”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시훈의 부하들이 성유준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지만 성유준은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둘러 상대를 날려버렸다.성유준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며 말했다. “원한다면 네 화장터로 만들어 줄 수도 있어.”박시훈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태도였다.마당에 대기하고 있던 성씨 가문과 하씨 가문의 사람들도 안쪽의 소란을 듣고 일제히 안으로 들이닥쳤다.양측의 전력 차이는 이미 극명했다. 인질을 놓친 이상 승산은 전혀 없다는 것을 박시훈도 잘 알고 있었다.승리자처럼 위풍당당하게 올라가는 성유준의 뒷모습을 보던 박시훈은 피식 웃더니 주율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 대표는 참으로 배려심이 깊으시네. 자기 마누라와 자식까지 통째로 다른 남자에게 갖다 바치는 것도 모자라 그 남자를 도와 온채아를 구하러 오기까지 하다니.”누가 들어도 이간질하려는 속셈이었다. 주율천을 돌아서게 만들 수만 있다면 이 막다른 상황을 해결할 수도 있을 터였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주율천은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층계 위쪽만 뚫어지게 응시했다.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조금 전 위층에서 큰 소리가 났을 때 그는 온몸을 미세하게 떨었다.임신 중인 온채아가 어떤 위험에라도 처한다면 그 신체적 리스크는 평소보다 훨씬 클 것이다. 그리고 주율천은 사실상 그 범죄의 조력자나 다름없었다.하지만 온채아는 영리했다. 그녀는 언제나 영리했다.다행히 다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똑똑.”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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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하지훈은 경성에 수년째 뿌리를 내리고 있었기에 자신의 세력만으로도 이 일을 흔적 없이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하씨 가문의 명성에 흠이 가거나 하도연의 정치 인생에 영향을 줄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성유준의 말 한마디면 굳이 자기 손을 더럽힐 필요도 없으니 한결 수월한 셈이었다. 성유준은 성일에게 눈짓을 보내 하지훈과 함께 뒷수습을 하도록 남겨두었다. 반면 성이는 성유준의 뒤를 묵묵히 따르며 함께 자리를 떴다. 그야말로 박시훈의 구역을 제집 드나들듯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박시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성유준이 대문을 나서려는 찰나 돌연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 서.”성유준은 못 들은 척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박시훈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한 걸음만 더 움직여 봐. 그때부턴 임산부와 아이 둘 다 목숨을 보장 못 하니까.”성유준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어깨와 등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더니 그는 순식간에 몸을 돌려 온채아를 향하던 붉은 레이저 조준점을 자신의 몸으로 막아섰다.상황 파악이 채 되지 않은 온채아와 달리 하도연, 하지훈, 주율천은 일제히 경악하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어안이 벙벙해진 온채아가 고개를 돌려 확인하려 하자 성유준은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뒤돌아보지 마.”“돌아보지 마요!”하도연 역시 거의 동시에 소리쳤다. 두 사람의 얼굴에 동시에 이토록 긴박한 표정이 떠오른 건 그야말로 처음이었다.박시훈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손뼉을 쳤다. “피도 눈물도 없다던 성 대표께서 여자 하나 때문에 자기 목숨까지 내걸 줄이야. 몰라봤군.”“못말리는 사랑꾼이야.”그제야 온채아는 상황을 깨달았고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성유준이 몸을 돌린 것은 언제든 그녀 대신 총알을 맞기 위해서였다. 박시훈은 온채아를 납치한 것도 모자라 뒤에 저격수까지 숨겨둔 것이었다! 총이 밖에서 버티고 있는 이상 그녀가 안경남을 쓰러뜨렸든 아니든 오늘 밤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온채아는 성유준의 품에서 내려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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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사실 성유준은 박명하가 DK 그룹 배후 인물이라는 점을 100% 확신하지는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온채아가 도망치는 바람에 속수무책이었던 박시훈이 이렇게나 빨리 전세를 역전시키며 밖에 총까지 배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누군가 그를 도우러 온 것이다.그런 총을 동원할 수 있는 인물은 박명하 정도 되는 급의 노련한 마약왕뿐이었다.성유준에게 모든 것이 너무나 쉽게 들키자 박시훈의 눈에는 복잡한 심경이 가득 찼다.성유준을 저평가한 박시훈의 실수였다.패배가 확정되자 박시훈은 아예 양손을 내저으며 물었다. “상황을 다 알면서 아까 왜 몸을 돌려막아선 거지?”“그때는 확신이 없었거든.” 성유준은 차갑게 웃었다. “이제는 확신이 드네.”하도연은 성씨 가문과 박명하 사이의 악연을 잘 몰랐으나 하지훈과 주율천은 내막을 알고 있었기에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오늘만큼은 박시훈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저 총구에서 정말로 탄환이 튀어나올지 아닐지를 두고 도박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하지훈은 성유준과 눈빛을 교환한 뒤 박시훈에게 차갑게 말했다. “됐어. 적당히 하고 끝내지. 이미 저격수의 위치를 추적하라고 사람을 보냈으니까 지금 당장 안 나가면 다신 나갈 기회 없을 줄 알아.”분명 박시훈이 주도권을 쥐고 치밀하게 준비한 판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꼬리를 내리고 도망치는 쪽은 본인이 되었다.박시훈은 이를 갈았지만 어리석은 자는 아니었기에 여기서 더 버티는 것이 이득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는 태연하게 일어나 정장 재킷을 매만지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철수해.”일행은 신속하게 빠져나갔다.하지만 차는 별장 단지를 채 벗어나기도 전에 가로막혔다. 상대 차량의 창문이 내려감과 동시에 그 안의 인물을 확인한 박시훈의 몸이 굳어졌다. “회장님.”서강진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타.”“예.”박시훈은 망설임 없이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차가 다시 도로로 합류하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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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하지훈은 자신의 감정이 그렇게나 명확하게 드러났을 줄은 몰랐는지 쑥스러운 듯 코끝을 만지작거렸다. “내가 그랬나?”“못났어.” 성유준은 하지훈을 한심하다는 듯 곁눈질하고는 더 지체하지 않았다. “채아 데리고 먼저 갈게. 박시훈 쪽은 성구가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따라붙었으니까 알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연락해 봐.””원래 성유준은 박시훈을 이곳에서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박명하가 직접 손을 쓴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만약 박시훈을 미끼 삼아 박명하의 행방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하지훈은 성유준이 이미 계획을 해두었음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하도연은 여전히 온채아가 걱정되는지 차 안까지 배웅하며 성유준에게 제안했다.“박시훈 일이 꽤 까다로울 텐데 채아를 돌볼 시간이 나겠어? 정 안 되면 며칠 뒤에 내가 우리 집으로 데려가서 돌봐줄게.”아직 관계를 명확히 밝힌 상태가 아니었기에 하도연 역시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는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실제로 온채아의 곁을 지킨 것은 성유준이었으니까.성유준은 눈썹을 움찔하더니 즉시 정중히 거절했다. “시간 낼 수 있어. 내가 책임지고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마.”어쩔 수 없이 하도연은 온채아에게 몇 마디 더 당부를 건넸다. 차 문을 닫으려던 찰나, 온채아가 입을 열었다. “도연 언니, 고마워요.”하도연의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내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걸요.”그러고는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얼른 가요. 내일 시간 나면 보러 갈게요.”온채아가 대답하자 하도연은 문을 닫았다.차가 멀어지는 동안 온채아는 백미러를 통해 하도연의 가냘픈 뒷모습을 지켜보며 묘하게 가슴 한구석이 아릿해지는 것을 느꼈다.성유준이 그녀의 손을 살짝 쥐었다. “왜 도연 누나한테만 고맙다고 해? 나는?”온채아가 답했다. “내가 남자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도연 언니가 준 은침 덕분이었거든.”하도연이 테라스로 가져왔던 패딩 코트 소매 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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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온채아는 팽팽했던 신경이 이완되며 순식간에 졸음이 밀려왔다.온채아는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잠을 잤다. 월강 레지던스에 도착했을 때 거실에는 이미숙뿐만 아니라 정다슬까지 와 있었다.벤틀리가 마당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자마자 안절부절못하던 정다슬이 달려 나와 뒷좌석 문을 열었다. 온채아를 확인한 뒤에야 잔뜩 경직되었던 그녀의 표정이 풀렸다.“너 때문에 심장 떨어질 뻔했잖아!” 정다슬은 온채아를 부축해 내리고는 앞뒤로 꼼꼼히 살폈다. “비행기 내리자마자 네 납치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어때? 다친 데나 불편한 데는 없어?”그동안 정다슬은 수많은 업무와 잦은 출장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늘 비행기에서 내려 온채아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자 강태무에게 연락했고 납치 사실을 알게 된 후 너무나 걱정되는 마음에 아예 월강 레지던스에서 이미숙과 함께 소식을 기다린 것이었다.온채아는 푹 자고 일어난 덕분에 몸이 한결 편안해진 상태였다. 눈 밑까지 내려온 정다슬의 다크서크를 본 온채아는 안쓰러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난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네 꼴이 말이 아니네. 또 밤샌 거야?”성유준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길어질 것을 예감하고 끼어들었다.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마침 식사 준비도 다 됐으니까.”온채아도 배가 고팠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유준의 시선이 그녀의 몸으로 향했다. 분명 안아 들려는 기색이었다.온채아는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 “이제 괜찮아. 천천히 걸어가면 돼.”그 말에 정다슬은 온채아가 자신을 안심시키려 거짓말을 했다는 걸 눈치챘지만 굳이 캐묻지 않고 조심스레 부축했다. “그래. 아주 천천히 걸어야 해. 내 조카가 어서 커서 나한테 이모라고 불러줘야 하니까.”현관 앞까지 마중 나와 있던 이미숙은 온채아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얼른 반대쪽 팔을 부축하며 성유준을 나무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세상 사람들은 너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더라? 말도 안 되는 소리! 자기 사람 하나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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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양부모의 죽음이 소원희 때문이라는 것만 말했고 박명하라는 사람은 한 번도 언급한 적 없었다.성유준은 여자의 질문에도 전혀 놀란 기색도 없이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어가 앉더니 이불을 여며주고 나서야 대답했다.“그 사람의 존재만 아는 게 아니야.”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온채아의 의아한 시선 속에서 흩어진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넘겨주며 덧붙였다.“할머니가 복수하기 위해 네 양부모님을 죽였다는 것도 알아. 박명하가 감옥에 가기 전에 남겨둔 세력을 이용해 그 일을 저질렀다는 것도.”온채아는 당황했다.성유준이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박명하는 얼마 전 출소한 뒤 줄곧 행방을 숨기고 있어. 아마도 조용히 움직이려는 모양이야. 당분간 우리와 정면으로 충돌할 일은 없을 것 같아.”온채아가 계속해서 물었다.“그러니까 오늘 밤 이 기회에 박명하의 행방을 알아낸다는 거지?”“응.”성유준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박명하가 지금 그들과 대놓고 맞서지 않는 건 아마도 감옥에 갇혀 있던 세월 동안 세력이 너무 많이 약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그에게 세력을 재건할 충분한 시간을 준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몰랐다.박명하는 분명 소원희가 권력을 쟁취하는 걸 도울 테니까.온채아도 더 말하지 않았다.이 사람을 반드시 서둘러 찾아내야 했다.온채아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럼... 오빠가 위험하지 않을까?”오늘 일을 겪고 난 뒤 성유준은 두 번 다시 남들에게 온채아를 해칠 빈틈을 주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정작 본인은 위험을 무릅써야 할 수도 있었다.지난 몇 년간, 그는 늘 이런 식으로 움직였다.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며 그 속에서 살아남았다.성유준이 온채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그럴 일 없어.”“정말?”성유준은 온채아의 얼굴에 드러난 걱정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성일 일행이 그녀에게 지난 몇 년간 벌어졌던 일들에 대해 말했을 거란 것도 알고 있었다.당시 성유준은 하루빨리 권력을 손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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