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บทที่ 591 - บทที่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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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매서운 손바닥이 하지훈의 뺨을 그대로 내리쳤다!말끔한 뺨 위로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붉게 피어올랐다.하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터진 입가에서 배어 나온 피를 혀끝으로 훑어냈다. 그리고 눈앞의 하선호를 무미건조하게 바라보았다. 아버지를 본다기보다 낯선 타인을 대하는 듯한 시선이었다.하도연은 흠칫 놀랐으나 이내 하지훈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하지훈의 상처를 확인한 하도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평소 냉정하기만 하던 그녀가 하선호를 매섭게 노려보며 쏘아붙였다.“할아버지께서도 지훈이한테는 손끝 하나 대지 않으셨어요!”어린 시절, 그들 중 할아버지에게 벌을 받지 않은 이는 없었다. 할아버지는 하지훈이 너무 까불거린다며 혀를 차시면서도 매를 들지는 않았다. 하아린을 제외하면 하지훈을 가장 아끼셨으니 말이다.“할아버지를 팔아 나를 누르려 드는 거야?”하선호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지훈이 입에서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니? 동생한테 저따위로 말하는 놈이 어디 있어!”하선호는 자식들이 그저 하예원이 친자 확인 결과를 조작한 일로 소란을 피우는 줄로만 알았다.“동생?”하지훈은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차갑게 내뱉었다.“제 기억이 맞다면 우리 엄마가 낳아준 여동생은 막둥이 하나뿐인데요.”“하예원이 무슨 수로 내 동생이 됩니까? 아버지 숨겨둔 딸이라도 돼요?”하지훈은 붉게 부어오른 얼굴로 거침없이 빈정거렸다.“우린 그런 동생 인정 못 합니다.”“망할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하선호는 길길이 뛰며 다시 한번 오른손을 높이 쳐들었다.“지훈이 한 번만 더 건드리면 이혼이에요!”문가에서 강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희민이 휠체어를 밀어 강미진을 데리고 올라온 것이었다.강미진은 막내아들의 얼굴에 남은 상처를 보며 온몸이 떨리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어차피 당신 눈엔 내가 낳은 자식들은 보이지도 않죠.”두 살배기 막둥이가 하예원 때문에 길을 잃었을 때도 하선호는 화가 난 척만 했을 뿐 결국 흐지부지 일을 덮었었다.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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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강미진에게 그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심각한 일이었다. 하지만 하선호의 눈에는 그저 눈 한번 딱 감고 넘어가 줄 수 있는 대수롭지 않은 작은 실수일 뿐이었다. 강미진은 한참 동안 하선호를 바라보았다. 눈시울이 시릴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았지만 끝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깊은 실망감만이 남았을 뿐이다.하지훈이 무언가 말을 보태려 하자 하도연은 그를 눌러 제지했다. 하도연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아버지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저희가 더 무슨 말을 하겠어요.”말해봐야 입만 아픈 일이었다. 애초에 하선호에게 제대로 된 처분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진작 알아야 했다. 다행히 그녀는 처음부터 이 아버지라는 존재를 온전히 믿지 않았다.하예원은 이번에도 예전처럼 하씨 남매들이 자신을 어쩌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그녀는 기세를 몰아 하선호에게 넌지시 물었다.“아빠. 저녁에 열리는 자선 파티에 저도 가도 될까요?”“당연히 가야지.”이번에는 하도연이 하선호보다 더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보내주지 않았다간 아버지께서 지훈이 뺨을 또 한 대 치시지 않겠어?”평소 늘 침착하고 효성 지극하던 하도연의 입에서 계속해서 삐딱한 소리가 나오자 하선호는 어쩔 수 없이 체념한 듯 말했다. “됐어. 네가 예원이를 보내기 싫다면 안 보내는 거로 하마.”하예원이 동의할 리 없었다. 막 항변하려는데 하도연이 살짝 웃어 보였다.“가든 말든 마음대로 해.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하예원의 눈에는 이 모습이 정말 자신을 어쩌지 못해 포기한 것처럼 보였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벽 하나를 사이에 둔 심서정이 떠오른 하예원은 조심스레 떠보았다. “그럼 심서정은 어떻게 처분하실 생각이에요?”심서정을 너무 몰아붙였다가 도리어 자기를 물고 늘어질까 걱정된 하예원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는 척 연기를 했다.하희민이 무미건조하게 말을 가로챘다.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그 시각, 주씨 가문은 잔치 분위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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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주율천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그가 안으로 들어섰을 때, 성유준은 창가에 서서 창밖의 거리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주율천은 소파 근처에서 걸음을 멈췄다.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그 목소리에 성유준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칠흑 같은 눈동자 속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한참 동안 주율천을 바라보다가 입을 뗐다.“채아를 처음 만났을 때 기억해?”오는 길에 주율천은 성유준을 만난 뒤 나눌 대화나 상황을 수없이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질문은 예상 밖이었다.주율천은 잠시 멍해졌다.온채아를 처음 만난 날이라...오래전 그 교통사고 때를 제외하면 사실 주율천은 정확히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그 당시 그에게 온채아는 그저 친구네 집 여동생일 뿐이었다. 딱히 무언가를 신경 써 기억할 대상이 아니었다.다만 만날 때마다 생긋 웃으며 자신을 율천 오빠라고 불렀던 것만은 기억났다. 눈이 휘어지게 웃으면 입가 양옆으로 깊게 패던 보조개가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 아이.주율천은 정신을 차리고 담담하게 대꾸했다.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야?”“내 친구 중에서 채아가 가장 믿었던 사람이 바로 너야.”성유준은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 한 개비를 손가락 끝으로 짓이겼다.“처음 봤을 때부터 너를 율천 오빠라며 졸졸 따랐지.”“나중에 성씨 가문을 떠나고 싶어 했을 때, 안식처로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도 너였어.”성유준이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사모님이 중독됐을 때도 채아는 너를 믿었어.”그 말에 주율천이 잠시 멈칫 했지만 곧 평온을 되찾고 입을 열었다.“유준아, 이건 너답지 않아.”“뭐가?”“감정에 호소하는 거 네 스타일 아니잖아.”주율천은 단번에 핵심을 짚으며 눈매에 서늘함을 띄웠다.성유준은 손에 든 담배를 툭 꺾어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차갑게 웃었다.“채아가 너의 이런 추악한 면을 알게 되길 바라는 거야?”“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사람이 가장 아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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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은성 그룹 안에서는 주율천의 말이 곧 법이었으나 그곳을 한 걸음만 벗어나면 성씨 가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율천은 영리한 사람이었기에 이것이 성유준의 뜻임을 단번에 알아챘다. 단지 아랫사람의 입을 빌려 전달했을 뿐이라는 사실도.주율천은 짧은 몇 초간 평정심을 되찾으려 애쓰더니 금고로 다가가 해독제를 꺼내 성유준에게 집어 던지며 비아냥거렸다.“채아가 알까? 자기가 그렇게 믿고 따르는 정의로운 오빠가 노인네 목숨줄 가지고 협박이나 하는 잔인한 인간이라는 걸?”성유준은 한 손으로 약병을 낚아챘다. 눈가에는 냉담함이 서려 있었다.“너도 만만치 않지.”말을 마친 성유준은 더 이상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사람들을 데리고 성큼성큼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이 해독제를 병원으로 가져가는 것이었다. 그래야 온채아가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을 테니까.주율천은 멀어지는 성유준의 뒷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응시했다. 해독제 병을 쥐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렸다.비서가 조심스레 물었다. “항구 쪽 준비는 계속 진행할까요?”“해서 뭐 하게?”주율천의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가 스쳤다. “나 혼자 어디 멀리 도망이라도 가서 안 보며 살라고?”해독제가 사라진 마당에 온채아가 그를 따라올 리 없었다. 주율천은 아이까지 가진 온채아에게 정말로 모진 짓을 할 배짱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유준 같은 무서운 인간에게 그녀의 남은 생을 온전히 맡기는 것도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러니 이젠 다른 기회를 엿봐야 한다.그는 지체하지 않고 남은 해독제를 들고 주씨 본가로 향했다.마침 예물 정리를 마친 민은하가 다시 돌아온 주율천을 보고 환한 얼굴로 물었다.“이제야 마음을 정했어? 나랑 같이 하씨 가문에 가서 정식으로 청혼할 거지?”주율천은 민은하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무거운 표정으로 물었다. “할머니는요?”“할머니?”민은하는 다급한 주율천의 모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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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최해경의 안색이 어둡게 가라앉으며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럼 너는? 채아를 사지로 몰아넣어야 비로소 만족하겠어?”사지로 몰아넣는다고? 주율천이 어떻게 온채아를 그렇게 만들 수 있겠는가.주율천은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다. “전 결코 그런 생각을 한 적이...”주율천은 온채아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저 둘 사이에 단 한 번의 기회가 더 생기길 바랐을 뿐이다. 그녀가 하늘의 별이라도 원한다면 기꺼이 따다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럼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최해경은 답답함에 가슴을 치며 주율천을 바라보았다. “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지금쯤 지팡이로 네 놈을 매질하셨을 거야!”“도저히 깨닫지 못하겠다면 사당에 가서 무릎 꿇고 앉아 있어! 정신이 번뜩 들 때까지 나오지 마!”수많은 세월 동안, 최해경은 세상을 떠난 장손 주석현보다 살아있는 주율천을 더 애틋하게 여겨왔다. 그런데 평소 영리하고 사리 분별이 밝던 주율천이 사랑 문제에서만큼은 이토록 미련하게 굴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상대가 온채아가 아니었다면 최해경 역시 눈 한번 딱 감고 주율천의 욕심을 방관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최해경은 온채아를 안다. 온채아가 얼마나 예의 바르고 속이 깊은지, 그리고 주율천과의 결혼 생활이 왜 파경에 이르렀는지 곁에서 똑똑히 지켜보았다. 이 일은 온채아의 잘못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주씨 가문이 온채아에게 빚을 진 셈이었다. 그러니 어찌 냉정하게 구경만 할 수 있겠는가.최해경이 주율천에게 이토록 불 같이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 주율천은 순간 정신이 아득해져 말문이 막혀버렸다. 최해경은 그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집안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정 집사, 율천이를 사당으로 데려가게. 자네가 직접 감시해!”주율천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앞마당 쪽을 한 번 바라보며 물었다. “어머니가 하씨 가문에 청혼하러 가신 일은...”“걱정하지 마라.”최해경은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며 확답을 주었다. “네가 원하지 않는 한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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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전화기에서 기계적인 여성 목소리가 상대의 전화기가 꺼져있음을 알렸다.강태무는 불안해졌다. “주 대표님께 연락한 건가요?”“네.”성유준의 심장이 조여들었다. 그는 드물게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휴대폰을 끄고 여승운을 바라보며 말했다.“채아가 사고를 당했을지도 몰라요. 당장 찾으러 가야겠어요. 여기 경호원 몇 명 남겨둘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그래, 그래.”여승운도 급한 나머지 바로 말을 끊었다.“여기 일은 걱정하지 말고 얼른 채아 찾으러 가.”아이를 임신한 상태라 무슨 일이 생겨서는 안 됐다.여승운은 이미 후회하기 시작했다. 아까 온채아가 가는 걸 막아야 했다.강태무가 성유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같이 갈게요. 사람은 많을수록 좋잖아요.”“인원이 부족한 건 아닙니다.”성유준이 재빨리 거절했다.“그쪽은 여기서 선생님과 함께 해독약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성유준은 성일을 데리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병실을 나온 성유준의 기세가 더욱 날카로워지며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물었다.“주율천의 행방은 파악했어?”“조사 중입니다.”성일도 머리카락이 곤두섰다.겨우 1, 2분밖에 안 지났는데 아무리 효율이 높아도 그렇게 빨리 할 수는 없었다.하지만 그 역시 온채아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조마조마했다.일행은 온채아가 자라는 모습을 전부 지켜봤기에 그녀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어릴 적, 온채아를 안은 채 달래주거나 등하교에 동행하는 건 일상이었다.병실은 3층에 있었다. 성유준은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않고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 보안실로 직행했다.보안실에서 빈둥대고 있던 경비원의 눈앞이 어두워졌다. 고개를 들자 얼굴이 어두운 성유준이 보여 사고 회로가 정지된 채 벌떡 일어나 비틀거리며 말했다.“성, 성 대표님?”성일이 모니터 화면을 향해 턱을 쳐들었다.“30분 전 입원 병동 입구 카메라 영상 띄워요.”말을 듣자마자 경비원은 서둘러 화면을 불러왔다.성유준의 날카로운 시선이 화면에 고정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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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언뜻 들었을 때는 매우 평온했다.오랫동안 성유준 곁을 지켜온 성일만이 이상함을 알아챘다.고고한 도련님 입에서 언제 이런 불안에 찬 말이 나온 적이 있던가.그의 눈에 비친 성유준은 언제나 단호하고, 번개처럼 신속한 인물이었다.성일은 마음이 무거워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말하고 싶었다. 온채아는 어릴 때부터 영리하고 재주가 있어 성씨 가문 어르신의 손아귀에서도 무사했으니 이번에도 분명 순조롭게 탈출할 수 있을 거라고.하지만 지금 그는 온채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그녀의 휴대폰이 계속 꺼진 상태인 걸 보아 이미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운전석에 있던 성이는 핸들을 꽉 쥐고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은 채 차량 틈을 질주하고 있었다.1초라도 더 일찍 도착하면 온채아가 무사히 돌아올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주씨 가문 본가에 도착했을 때 도우미가 문을 열어주었다. 얼굴이 차갑게 굳은 성유준을 보고 상대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성 대표님, 누구를 찾으러...”성유준의 검은 눈동자가 마당 안을 스쳤다. “주율천 안에 있습니까?”“있어요.”성유준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언제 돌아왔죠?”도우미가 잠시 생각했다. “아마 최소 30분은 됐을 거예요.”도우미가 말하며 뒤로 물러섰다. “들어오세요. 둘째 도련님 뵙고 싶으시면 먼저 어르신께 말씀드려야 해요.”말을 마치자마자 이미 거실로 들어선 도우미는 서둘러 계단을 오르려 했다.성유준이 그런 그녀를 불러 세웠다.“어르신 허락 없이는 만나지 못한다는 말인가요?”“...만나지 못할 거예요.”도우미는 얼버무렸다. “둘째 도련님은 돌아오신 후 줄곧 사당에 계셨어요.”이번에는 성유준이 그녀를 내버려두는데 문득 최해경이 위층에서 모습을 드러냈다.주율천에게서 해독제를 그렇게 쉽게 받아낼 수 있었던 건 최해경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성유준도 문득 깨달았다. 주씨 가문이 경성에서 지금의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건 최해경의 공이 컸다는 것을.하지만 지금 온채아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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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말이 여기까지 나오니 최해경도 더 이상 막을 수 없었다.게다가 성유준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조급함을 알아차렸다. 해독제를 구해준 걸 생각해서 사당으로 바로 달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배려였다.최해경은 도우미에게 지시했다.“성 대표를 사당으로 모시거라.”그 말을 듣고 성유준의 눈가에 의외라는 기색이 스쳤다.사당 같은 곳은 평소에 외부인을 들여보내지 않는다.하지만 사정이 급해 그는 망설임 없이 곧장 사당 쪽으로 걸어갔다.사당 밖을 지키고 있던 정병규가 성유준의 살벌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도우미의 설명을 듣고는 재빨리 말했다.“지금 당장 도련님 부르러 가겠습니다...”“괜찮습니다.”말을 마치자마자 성유준은 발걸음을 옮겨 사당 안으로 들어섰다.정병규가 막으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고 도우미가 재빨리 덧붙였다.“어르신께서 허락하셨어요.”정병규의 발걸음이 멈췄다. 안에서는 아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는 여전히 땀을 뻘뻘 흘렸다.상대는 만만치 않게 성가신 사람이었다.만약 온채아가 정말로 주율천에게 끌려갔다면 사태를 수습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주율천은 사당 앞에 무릎 꿇고 있다가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정병규인 줄 알았다.“집사님, 할머니 몰래 나를 데리고 나갈 필요는...”“채아 어디 있어?”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갑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말을 가로챘다.주율천의 등이 뻣뻣해지며 돌아보니 성유준이 음침한 얼굴로 서 있었다.성유준이 최해경과 함께 해독제를 빼돌린 일로 이미 화가 난 상태였기에 그 말을 듣고는 퉁명스럽게 대꾸했다.“걔가 어디 있는지 왜 나한테 물어?”이혼한 후로 온채아의 행방을 알았던 적이 없었고 하물며 온채아가 성유준과 함께한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성유준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상대를 관찰했다.“4, 50분 전에 네 전화 받고 나가서 네 차를 탔는데, 아무것도 모른다고?”주율천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온채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다!그는 벌떡 일어나다가 무릎 꿇고 있던 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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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온채아의 마음이 순간 바닥으로 가라앉았다.심서정이 보낸 사람이라면 무사히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상대는 성유준을 노리고 달려든 것이었다.그리고 온채아는 상대가 성유준을 협박할 수 있는 약점이었다.하지만 배후가 누구인지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지금은 아직 경성에 있으니 성유준과 연락만 닿으면 그가 분명 방법을 찾을 것이다.경성을 벗어나면 수세에 몰릴 뿐이라 온채아는 소리 없이 숨을 들이쉬며 자신을 진정시켰다.“그 사람을 노린 거라면 우선 그 사람에게 연락해야 하지 않겠어? 당신들이 나를 놓아주면 내가 거짓말로 속여서 데려올 수 있어.”안경남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 비웃음을 터뜨렸다.“우리를 도와 그놈을 속이려는 거야, 아니면 우리를 속이려는 거야? 너랑 성유준은 20년도 넘게 본 사이잖아.”그는 온채아의 태가 나는 배를 바라보았다.“그 자식 아이까지 임신했는데 이렇게 매정하게 배신한다고?”“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지.”온채아는 꽉 쥐고 있던 손바닥을 풀고 천천히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아이는 그 사람 아이가 아니야.”안경남은 마치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들은 듯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젠장, 성유준 몰래 바람피운 거야? 설마... 주율천 아이는 아니지?”그 생각을 하자 남자가 온채아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오히려 감탄이 스쳤다.곁에는 성유준, 바로 뒤에는 성유준과 감히 맞설 상대인 주율천이라 어느 쪽이든 손해 볼 게 없었다.온채아는 남자가 거의 믿는 것 같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였다.“그러니까 날 풀어주기만 한다면 뭐든지 협조할 수 있어.”안경남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거짓말 같지 않다는 걸 확인하고는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어 그녀에게 던지려 했다.“성유준에게 전화해서...”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차 안에서 갑자기 다급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바로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이었다.남자는 표정을 굳히며 바로 전화받았다.“형님, 곧 고속도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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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운전기사는 긴장했지만 핸들을 매우 날렵하게 돌렸다.그들에게 다가오려던 경찰은 옆에 있던 사람에게 불려 갔다.그 모습을 본 온채아는 초조해졌다.이건 그녀가 탈출할 수 있고 성유준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가장 좋은 기회였다.창문은 이미 잠겨 있어 내릴 수 없었다. 두피의 통증을 무릅쓰고 창문 쪽으로 다가가 필사적으로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쾅쾅쾅!하지만 고작 2초 만에 그녀의 머리 위로 가해진 힘이 힘껏 뒤로 잡아당겼다.아프다!온채아는 뒤로 기울며 좌석 등받이에 부딪혔고 아파서 눈물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경성을 벗어나지 못하면 성유준이 찾아오는 건 시간문제야. 그럼 당신들 모두 끝장이야. 차라리 지금 당장 날 보내 줘!”안경남은 당연히 온채아가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그들이 제일 먼저 경성을 떠나려 한 것도 성유준의 경성 내 세력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경성에서 성유준을 처리하는 건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성유준이 죽지 않으면 죽는 건 그들이었다.“지금 널 보내주면 우리도 끝장이지.”안경남은 경찰의 시야에서 벗어난 걸 확인하고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결국 같은 운명이라면 차라리 도박 한번 해보는 게 낫지 않아?”온채아가 입을 열려는 순간 안경남이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후려쳤다.저항할 틈도 없이 눈앞이 캄캄해지며 의식을 잃었다.한빛 그룹 최상층.주율천이 자리를 오가며 성유준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냥 앉아서 기다리겠다는 거야?”성유준은 우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가끔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쳐다볼 뿐이었다.주율천은 차분하게 행동할 수 없어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채아를 많이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사고가 났는데도 이렇게...”그 말이 성유준의 억눌러온 감정을 건드린 듯 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고 두 눈에는 어두운 기운이 가득했다.“네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서 납치당한 거잖아.”주율천은 그 말에 멍해졌다.그렇다.이 일은 결국 그의 책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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