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apítulo 791 - Capítulo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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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정다슬은 고개를 숙이고 신발을 갈아 신고 있었다. 그 말을 듣자 그녀는 옆에 선 남자를 한번 흘겨보고는 조금 어색하게 대답했다.“난 안 데리러 와도 된다고 했어. 그런데 굳이 오겠다고 고집부리잖아.”말만 들으면 투덜거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신발을 다 갈아 신은 뒤에는 자연스럽게 옆으로 반걸음 비켜 하지훈이 설 자리를 만들어 줬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기색도 없었다.온채아는 속으로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더 묻지 않았다.“잘 왔어. 할머니도 방금까지 왜 아직 안 오냐고 하셨거든.”그녀는 정다슬의 팔을 끼면서 하지훈을 바라봤다.“지훈 오빠, 오빠는 위층 서재에 있어요. 오빠가 오면 올라오라고 했어요. 할 얘기가 있나 봐요.”그 말을 듣자 하지훈도 성유준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했다.서강진 얘기일 게 뻔했다.그 남자의 배경은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조사하기가 까다로웠다.하지훈은 정다슬에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럼 잠깐 올라갔다 올게.”하지훈의 모습이 계단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야 정다슬이 온채아의 배를 살며시 쓰다듬었다.“우리 딸은 어때? 너 오늘 한의원에도 출근했다며? 저녁에는 또 이렇게 사람들을 잔뜩 불렀는데 안 힘들어?”“안 힘들어.”온채아는 정다슬을 잡아끌며 안쪽으로 들어갔다.“난 말만 좀 했지. 실제로 준비한 건 할머니랑 이모야.”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온채아는 정다슬에게 차를 한 잔 건네고 얼굴빛을 살폈다. 그녀의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걸 확인한 뒤에야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모님이 아까 전화했어. 오는 길이라니까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야.”말을 마친 뒤 온채아는 잠시 뜸을 들이며 다시 정다슬의 얼굴을 바라봤다.“걱정하지 마.”정다슬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태연하게 말했다.“내가 그분들이 와도 상관없다고 했으면 정말 상관없는 거야.”이 자리를 마련하기 전, 온채아는 정다슬에게 전화를 걸어 강미진 일행도 함께 불러도 괜찮은지 물었다.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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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구민호는 평소에도 하씨 가문 사람들과 왕래가 잦았기 때문에 온채아가 그의 이름을 들어 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하희민은 손에 든 선물을 가정부에게 하나씩 건넸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만은 온채아에게 직접 내밀며 웃었다.“이건 유준 형 생일 선물이에요. 채아 씨가 먼저 받아 줄래요?”“네. 오빠, 고마워요.”온채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 그러자 눈꼬리마저 휘어졌다.“사실 그냥 다 같이 모일 핑계를 만든 거예요. 굳이 선물까지 챙길 필요는 없었어요.”하희민은 무심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 하지만 손이 머리에 닿기 직전 다시 거둬들였다.“생일인데 선물은 당연히 있어야죠. 채아 씨에게 줄 것도 가져왔어요.”“나도 있어요?”온채아는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웃었다.“내 생일은 아직 멀었어요.”하희민은 피식 웃으며 어린아이처럼 얌전한 동생을 바라보며 더욱 다정한 표정으로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꼭 생일이어야만 선물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하씨 가문 사람들이 도착했을 때, 정다슬은 이미 주방으로 가 유경애를 돕고 있었다.그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이미 익숙한 듯 별 반응이 없었다.구민호만 조금 놀란 눈치였다.하희민은 겉보기에는 온화해 보여도 실제로는 누구보다 선을 긋고 차가운 사람이었다. 그와 깊은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았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마음 써서 챙기는 모습은 더더욱 보기 힘들었다.그런데 온채아는 성유준과 곧 아이까지 있는 세 식구가 될 사람이 아니던가.하도연이 고개를 돌렸다가 마침 구민호의 조금 놀란 표정을 봤다.그의 시선을 따라 하희민과 온채아를 바라본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굳이 설명해 주지는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승운과 손정원도 도착했고, 뒤이어 임지연도 왔다.온채아는 모두를 자연스럽게 맞이했다.처음에는 모임을 나눠서 할 생각이었다.하씨 가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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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임지연이 가볍게 웃었다.“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 다음에 또 좋은 게 들어오면 보내 드릴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 있던 하씨 가문 사람들과 여승운 부부에게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 오늘 밤, 그녀는 성유준의 비서가 아닌 임 씨 가문의 딸로서 참석한 것이었다.많은 사람과 교류하는 것은 앞으로 그녀가 가업을 이어받는 데 도움이 될 것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저녁 식사가 시작됐고, 모두 차례로 자리에 앉았다.손정원이 감탄하듯 말했다.“이렇게 북적이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아들은 멀리 바다 건너에 있었고, 여승운은 권세를 좇아 붙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그래서 그와 아내 손정원은 평소 조용하게 지냈지만, 손정원은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꽤 좋아했다.이미숙이 웃으며 말을 받았다.“그럼 앞으로 자주 오세요. 언제든 환영이에요.”“선생님, 사모님. 이 술은 제가 두 분께 올리겠습니다.”성유준은 앞에 놓인 술잔을 들고 먼저 여승운과 손정원을 바라봤다. 평소와 달리 목소리가 무척 진지했다.“채아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전부 두 분이 지켜 주신 덕분입니다. 의술만 가르쳐 주신 게 아니라 가족이 되어 주셨죠. 그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잔에 든 술을 단숨에 비우려 했다.술잔이 막 입술에 닿으려는 순간, 옆에서 손 하나가 뻗어 와 그의 손목을 가볍게 눌렀다.성유준이 옆을 보자 하지훈이 눈썹을 찌푸린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너는 술 마시지 마. 채아랑 같이 주스나 마셔. 밤에 채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챙겨야 하잖아.”성유준은 술잔을 든 채 멈칫했다. 하지훈은 그의 손에서 술잔을 건네받았다.“걱정하지 마. 여 선생님 술 상대는 내가 제대로 해 드릴 테니까.”그 말에 식탁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여승운도 손을 내저으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지훈이 말이 맞아. 넌 마시지 마. 난 이제 너와 채아의 결혼식 술이나 기다리고 있을 테니.”성유준은 곁에 앉은 온채아를 내려다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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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이미숙은 말주변이 좋았다.그녀는 여승운에게 찻잔을 건네며 쉽게 화제를 열었다.“여 선생님, 우리 나이쯤 되면 평소 몸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자기 전문 분야 이야기가 나오자 여승운의 말문도 금세 트였다.그는 식생활부터 생활 습관까지, 계절에 따른 관리법부터 체질별 차이까지 하나하나 조리 있게 설명했다.이미숙과 강미진도 귀 기울여 들으며 중간중간 궁금한 점을 물었다.다실에는 은은한 차향이 피어올랐다. 어른들이 웃으며 대화하는 소리가 반쯤 열린 미닫이문 너머로 거실까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하지훈이 맥주병 하나를 들고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자자, 어른들은 저쪽에서 이야기하고 계시니까 우리끼리 게임이나 좀 하자.”그는 소파 팔걸이를 툭툭 두드리며 사람들을 한 바퀴 훑어봤다.성유준이 눈썹을 올렸다.“무슨 게임?”“진실게임.”하지훈이 말했다.온채아는 당연히 제일 먼저 찬성했다. 임신 중이라 오래 앉아 있을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다 같이 모인 것도 오랜만이었다.그녀도 모두가 실컷 즐겼으면 했다.옆에 앉아 있던 정다슬이 눈을 굴렸다.“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게임을 하세요?”“나이가 무슨 상관이야.”하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왜, 겁나?”온채아가 정다슬의 팔꿈치를 살짝 밀며 웃었다.“조금만 놀아요. 딱 30분만요.”정다슬이 결국 허락했다.“게임 하나가 뭐라고. 누가 겁난대?”하희민은 소파에 앉아 따뜻한 차를 들고 있었다. 처음부터 참여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너희끼리 해. 난 여기서 보기만 할게.”온채아 옆에 앉은 임지연도 웃으며 말했다.“나도 안 할래요. 구경만 할게요.”“안 돼요.”온채아가 임지연의 손목을 붙잡았다.“지연 언니는 해야죠. 다 같이 해야 재밌어요. 정 못하겠으면 언니 차례에 내가 대신 해 줄게요.”그 억지스러운 말에 임지연이 웃었다.“알았어. 그럼 두 바퀴만.”구민호는 소파 반대편에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원래 이런 게임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하도연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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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있어요.”그 대답은 지나치게 간결하고 명쾌했다.하지훈뿐 아니라 속으로 이미 사정을 조금 알고 있던 온채아까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구민호와 하도연 사이에는 나이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도연이 그의 형과 한때 부부였다는 관계까지 얽혀 있었다.온채아는 하도연을 한번 바라봤다. 그녀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처럼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는 모양이었다.하지훈은 온채아처럼 속으로만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누나, 들었어? 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대.”구민호의 등이 순간 뻣뻣해졌다. 긴장할 틈도 없이 하도연이 고개조차 들지 않은 채 대답했다.“들었어. 민호도 벌써 20살이 넘었는데 좋아하는 여자 하나쯤 있는 게 뭐가 어때서?”‘에라, 관둬.’하지훈은 더 말하지 않았다.그저 구민호가 선택한 이 길 앞에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한 차례 게임이 끝나고 다시 온채아의 차례가 돌아왔다.아까 하지훈이 던진 질문을 기점으로, 질문 수위도 이제야 진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맥주병이 데구루루 몇 바퀴 돌았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점점 속도가 느려지더니 마지막에는 하지훈을 정확히 가리켰다.하지훈은 다리를 꼰 채 소파에 깊숙이 기대앉아 있었다. 병이 자신을 가리키는 걸 보고도 피하지 않고 제 동생을 바라봤다.“나도 진실게임.”그는 오늘 밤 술을 꽤 많이 마셨다. 이성을 잃을 정도의 만취는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훨씬 느슨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온채아가 그를 바라보다 살짝 웃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폭탄이나 다름없는 질문을 던졌다.“다슬이랑 헤어진 뒤에 다른 여자를 좋아한 적 있어요?”분위기가 잠시 조용해졌다.온채아 옆에 앉아 견과류 껍질을 까던 정다슬의 몸도 그 질문을 듣는 순간 그대로 굳었다.하지훈은 고개를 들어 먼저 온채아를 바라봤다. 이어 정다슬 쪽을 빠르게 한번 훑어본 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선을 거뒀다.“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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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사람들이 점점 더 흥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성유준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아쉬운 듯 온채아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인제 그만. 너 쉬어야 해.”온채아는 아직 아쉬움이 남았지만 반박할 틈도 없이 여승운과 손정원이 나란히 다실에서 나왔다.“채아야, 우리는 먼저 갈게.”여승운은 젊은 사람들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이가 드니 밤을 새우기가 힘들구나. 너희 젊은 사람들은 계속 놀아.”온채아는 얼른 일어나 손정원의 팔짱을 끼며 살갑게 말했다.“사모님, 제가 배웅해 드릴게요.”마침 이미숙도 강미진과 함께 나오다가 그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강미진의 얼굴에 스친 부러운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이미숙은 강미진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채아는 참 마음이 착한 아이야. 누가 자신에게 잘해주면 그 사람에게 더 잘해주려고 하지. 어릴 때부터 여 선생님 부부가 돌봐 주셨으니 정이 깊은 게 당연해. 그래도 결국 친엄마를 대신할 사람은 없어.”이미숙이 이런 말을 꺼낸 건 하씨 가문에서 어떻게든 온채아에게 진 빚을 갚으려고 애쓰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만약 하씨 가문이 앞뒤 분간도 못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온채아의 성격상 친엄마는 물론이고 친할머니가 온다고 해도 소용없었을 것이다.강미진은 눈시울에 차오르는 시큼함을 애써 누르며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채아가 사모님과 사이가 좋은 건 당연하죠. 전 그냥 그 아이 인생에서 제가 빠져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온채아는 손정원의 팔을 꼭 끼고 천천히 현관 쪽으로 걸었다. 손정원은 살짝 붉어진 온채아의 뺨을 바라보며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무척 신났구나. 전혀 피곤해 보이지 않는데?”“선생님이랑 사모님이 저 보러 오셨는데 어떻게 피곤해요.”온채아가 부드럽게 대답했다.어릴 때부터 늘 선생님과 사모님 곁을 따라다녀서인지, 이제는 아이까지 가진 몸인데도 두 사람이 곁에 있기만 하면 자신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처럼 느껴졌다.손정원이 뒤를 돌아 여승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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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하도연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온채아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희민이 오기를 기다렸다.하희민은 내일 해외로 프로젝트 시찰을 떠나기 때문에 그룹의 일들을 미리 하지훈에게 일러두어야 했다.온채아도 덩달아 두 형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때 문득 복도에 서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임지연이었다. 그녀는 기둥에 몸을 기대고 한 손을 배 근처에 가볍게 얹고 있었다. 현관등 아래 드러난 얼굴이 조금 창백했다.온채아는 하도연에게 한마디 하고 곧장 임지연에게 다가갔다.“어디 불편하세요?”임지연은 온채아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고개를 들 때는 이미 불편한 기색을 감춰버리고 온채아를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니야.”임지연은 화제를 돌렸다.“나도 이제 가 봐야겠어. 너희도 일찍 쉬어.”하지만 온채아는 이미 그녀가 배를 누르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 하얗게 질린 것을 보았다.“혹시 위가 아파요?”임지연이 입을 열었다. 괜찮다고 말하려 했지만, 부드러우면서도 유난히 진지한 온채아의 눈빛을 마주하자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오래된 병이야.”그녀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요즘 식사가 불규칙해서 그런 것 같아. 심한 건 아니고.”온채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제가 사람을 불러서 집까지 모셔 줄게요.”“그럴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수 있어.”“잠깐만 기다려 주세요.”온채아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기사를 부르려 했다.그런데 한 걸음 내딛자마자 뒤에서 침착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한 사람이 그녀를 지나 임지연 앞에 섰다.하희민은 임지연의 창백한 안색을 잠시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물었다.“차 몰고 왔죠?”임지연이 살짝 굳었다. 막 대답하려던 순간, 갑작스러운 둔통이 예고도 없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배를 누르던 손에 더 힘을 줬다.하희민이 마침 그 모습을 보았다.기척을 들은 강미진이 차창을 내렸다.“왜 그래? 누가 어디 아파?”“아무것도 아니에요.”하희민은 짧게 대답하고 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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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월강 레지던스.이미숙은 나이가 있는지라 젊은 사람들만큼 기운이 넘치지 못했다. 손님들을 보내고 온채아에게 몇 마디 당부한 뒤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성유준은 온채아의 허리를 감싸고 방으로 들어섰다. 그 순간 하희민이 병풍 옆의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정다슬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온채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정다슬을 먼저 보며 물었다.“다슬아, 오늘은 그냥 객실에서 자고 가.”“아니야.”정다슬은 고개를 들고 가방을 챙겨 일어나 온채아 곁으로 왔다.“차도 이미 불러 놨어. 네가 손님들 배웅하고 들어오면 말하고 가려고 기다린 거야.”“알겠어.”온채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럼 조심해서 가고, 집 도착하면 연락해.”정다슬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성유준에게도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은 뒤 나갔다.그동안 줄곧 자신에게 꽂혀 있던 시선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그제야 온채아는 하지훈이 술을 마셔 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지훈 오빠.”온채아가 적당한 타이밍에 말을 꺼냈다.“아니면 오늘은 객실에서...”“됐어. 넌 얼른 올라가서 쉬어.”하지훈은 허리를 숙여 테이블 위의 차 키를 집어 들고 성유준을 흘겨본 뒤 한마디를 던졌다.“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그러고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온채아는 무심결에 당부했다.“오빠 술 마셨잖아요.”“됐어.”성유준이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을 끊었다.“지훈이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정다슬이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오후에는 내가 널 데리러 갔고, 지금은 내가 운전 못하니까 이번엔 네가 나 좀 데려다줘.”뒤에서 느긋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다슬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차 키를 내밀었다.정다슬은 고개를 들어 제법 취기가 오른 하지훈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가요.”그녀는 차 키를 받아 곧장 검은색 롤스로이스 컬리넌으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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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위층으로 올라가 씻은 뒤, 성유준은 아직 잠이 오지 않는 온채아를 끌어안고 침대에 누웠다.“아직 안 졸려?”“네.”온채아는 옆으로 누워 그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아직 욕실에서 묻혀 나온 듯한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다.“기쁘기도 하고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 아무튼 너무너무 행복해요.”너무 행복해서 오히려 잠드는 게 아까울 정도였다.예전에는 늘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선명하게 느끼고 있었다.성유준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눈동자에서는 다정함이 넘쳐흐를 듯했다.“나도 행복해.”그녀가 곁에 있기만 하면 그는 행복했다.그 행복은 그 어떤 일도, 그 어떤 사람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온채아가 갑자기 바짝 다가와 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내가 당신과 함께 보낸 첫 번째 생일에 무슨 선물을 줬는지 기억해요?”성유준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당연히 기억했다.그해 온채아는 이미 성유준의 곁에 있었지만, 소원희는 성유준이 해외 유학을 간 틈을 타 예절을 모른다는 이유로 그녀를 사당에 가두고 하루 종일 무릎 꿇게 했다.성유준이 찾아냈을 때 어린 온채아의 무릎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그런데도 그를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주머니에서 녹아 눅눅해진 레몬 사탕 두 알을 꺼내 내밀었다.“오빠, 생일 축하해요.”예전에 빈소에서 그에게 건넸던 두 알의 사탕과 똑같았다.그리고 성유준이 평생 받아 본 생일 선물 가운데 가장 초라한 선물이기도 했다.온채아는 그가 말이 없자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고 입을 열려 했다. 그보다 먼저 성유준의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레몬 사탕.”온채아는 잠깐 놀랐다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기억하고 있었네요.”“너에 관한 일을 내가 언제 잊은 적 있어?”온채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들고 더 가까이 다가가 그의 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부드러운 감촉은 닿자마자 곧 떨어졌다.온채아가 물러나려는 순간, 성유준은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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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하지만 어쩌면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정다슬의 손가락이 움츠러들었다.그녀는 고개를 살포시 숙인 채 차 문밖에 서서 차 안의 남자를 조용히 바라보았다.한순간, 머릿속에 과거 두 사람이 뜨겁게 사랑했던 장면과 헤어지던 장면이 동시에 떠올랐다.그사이에는 사실상 아무런 완충 지대도 없었다.가장 가까웠던 시절, 경성대학교 근처에 있던 하지훈의 아파트 곳곳에는 두 사람이 사랑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그녀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예민했지만 하지훈은 솔직하고 뜨거운 사람이었다.그런 사람 앞에서 정다슬은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가장 깊이 빠져 있던 순간, 하씨 가문에서 내민 수표 한 장이 두 사람 사이에 너무나 선명한 경계선을 그었다.정다슬은 잘 알고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달려도 자신은 하지훈의 출발점에조차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을.게다가 그녀에게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남동생까지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어렵지 않게 이별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정말 힘들었던 건 헤어진 뒤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것이다.“그때는 우리 집에서 잘못했어.”하지훈은 좌석에 기대 고개를 살짝 돌린 채 그녀의 옆에 늘어뜨린 손가락을 바라보았다.“그래도 우리가 꼭 이렇게 계속 시간만 질질 끌 수는 없어.”정다슬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그녀는 한참 그를 바라보다가 평소보다 훨씬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못 넘어가요.”정다슬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을 돌렸다.“그리고 당신 집에서 동의하든 안 하든, 그건 제가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니에요.”하지훈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뭘 신경 쓰는데?”“내가 신경 쓰는 건...”정다슬은 잠시 말을 멈췄다.“언젠가 당신이 나 때문에 꿈을 향한 길이 막혔다고 생각할까봐요.”그녀는 마침내 고개를 들고 그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 보았다.“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지훈 씨가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거예요.”하지훈은 말이 없었다.그는 그녀가 한 말들을 하나하나 곱씹는 듯 시선이 점점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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