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apítulo 781 - Capítulo 790

817 Capítulos

제781화

하도연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맡긴 채 동생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느긋해진 눈빛이었다.그녀는 책상 위의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구정훈이 접촉하고 있는 사람들은 해성에서 예전에 아버지를 따랐던 옛 부하직원들이야. 아버지가 해외로 나가면서, 그 틈을 타서 그가 비집고 들어온 거지.”하지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 사람들을 포섭해서 뭘 하려는 거지? 구씨 가문을 견제하려는 거야? 아니면 그들의 인맥을 이용해 하씨 가문에 훼방을 놓으려는 거야?”“둘 다.”하도연이 상황을 꿰뚫어 보며 말했다.“하지만 첫 번째가 더 큰 이유겠지. 지금 그 사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 구씨 가문에서도 불만을 품고 있고, 금씨 가문에서 나서서 두둔해 줄 리도 없지. 손에 쥔 카드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그가 유일하게 쓸 수 있는 카드가 ‘하씨 가문의 사위’라는 옛 신분뿐이야. 우리가 이미 이혼 협의를 끝냈지만, 아직 정식으로 이혼증명서를 받지 않은 이상 바깥사람들은 여전히 그 신분을 인정하니까.”하지훈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무심한 듯 무릎을 두드렸다.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러니까 이혼 숙려 기간이 끝나기 전에 그 신분을 이용해 미리 인맥을 포섭해 두려는 거네. 나중에 진짜로 이혼하더라도, 미리 자신의 입지를 다져놓겠다는 계산인 거지.”하도연은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하지훈이 낮게 혀를 찼다.“계산이 정말 야무지네.”하도연이 갑자기 화제를 돌리며, 목소리에 차가운 기운을 실었다.“하지만, 그가 하나 빠트린 게 있어.”하지훈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옛 부하직원들은 아버지가 해성을 떠난 후에 내가 대부분 이미 만나봤어.”하도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들이 구정훈과 어울리는 건, 기껏해야 겉으로만 체면을 맞춰주는 수준일 뿐이야. 진심으로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사람들은 아니지.”하지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미소 지었다. 눈에는 진심 어린 감탄이 어렸다.“뭐야,
Ler mais

제782화

하지훈의 일 처리 속도는 하도연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이튿날,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에 불이 켜지기 시작할 무렵, 그녀가 막 그린 빌라에 도착하자마자 하지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도연은 전화받으며 조금 놀랐다.“무슨 일 있어?”해성에서 구씨 가문의 세력이 결코 작지 않다. 구정훈이 하지훈이 해성에 왔다는 소식을 미리 알고 계획을 바꿀 가능성도 있었다.“해결했어.”하지훈이 엉뚱한 소리를 툭 던졌다.하도연은 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무의식중에 시간을 확인했다.“확실해?”저녁 여섯 시가 막 지났을 뿐인데, 그 사람들이 아직 백송정 특실 문턱도 못 밟았을 시간이다.하지훈은 방금 막장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사람처럼, 목소리에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확실하지. 근데 내가 한 건 아니고, 구민호가 한 거야.”자기가 한 게 아니니, 굳이 공을 내세울 필요도 없다는 식이었다.하도연이 미간을 찌푸렸다.“민호가 북영시에 있지 않았어? 해성에 돌아온 거야?”“응.”하지훈은 멀지 않은 곳에 굳게 닫힌 특실 문을 힐끗 뒤돌아보았다.“어쨌든 오 분 전에 구민호가 여기 나타나, 누나 아버지의 옛 부하직원들을 문밖에서 전부 막아섰거든. 구정훈은 그 사람들과 말 한마디 제대로 못 섞었어.”목소리가 한껏 높아지며, 남의 불행을 즐기는 듯한 뉘앙스가 물씬 풍겼다.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전직 매형의 얼굴에서 그렇게 다채로운 표정을 본 적이 처음이었다.방금 그 광경을 곱씹어 즐기는 듯한 하지훈의 말투에 약간의 희롱이 섞여 있었다.“누나가 못 봐서 그래. 구정훈 얼굴이 먹물을 끼얹은 것처럼 새까맣게 변해 있었는데, 옛 부하직원들 앞에서 구민호한테 뭐라 하지도 못하더라. 먼저 화내면, 앞으로 그 옛 부하직원들이 다시는 자기를 상대해 주지 않을 테니까.”하도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물었다.“구민호 지금 어디 있어?”“아직 백송정에 있어. 구정훈하고 할 말이 남은 모양이야.”하지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아마 그냥 물러날 생각은 아닌 것 같아.”
Ler mais

제783화

“남 하나 기 살려주겠다고 여기서 이러고 있나. 정말 멍청하긴.”룸 안의 공기가 2초간 정적에 휩싸였다.구정훈은 생각할수록 기가 찼다.“구민호, 그 여자가 널 동생 취급 좀 해준다고 진짜 친동생이라도 된 줄 알아? 너랑 나, 우리가 피 섞인 친형제야...”“내 일에 신경 쓰지 마.”구민호가 그의 말을 바로 끊어버렸다. 평소 서늘하고 냉담하던 눈동자에 문득 아주 옅은 강단이 서렸다.그의 말투는 나른하고 가벼웠지만, 한 치의 여지도 없었다.“괴롭혔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지.”“네가 그 여자를 아끼지 않으면, 아껴줄 사람은 줄을 섰어.”말끝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룸 문이 밖에서 열렸다.문가에 서 있는 하지훈을 발견한 그가 말을 뚝 끊었다. 하지훈은 문간에 서서 대치 중인 형제를 훑어보더니, 이내 구민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가요.”구민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 옷매무새를 다듬고는 문밖으로 향했다. 구정훈 곁을 지날 때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고,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하지훈은 몸을 비켜 길을 내주었고, 구민호가 곁에 서자 그제야 구정훈을 향해 덤덤하게 내뱉었다.“매형, 아니 전 매형. 식사 맛있게 하세요. 저희는 먼저 가보겠습니다.”하지훈과 구민호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백송정을 빠져나왔다.하지훈의 검은색 SUV에 올라탄 뒤에야 구민호가 입을 열었다.“형, 여긴 어쩐 일이에요? 누나가 한 번 보고 오라 했어요.”하지훈은 차를 출발시키며 무심하게 덧붙였다.“움직임이 생각보다 빠르네.”그는 고개를 돌려 옆을 훑었다.“해성엔 언제 들어왔어?”“오늘 오후요.”구민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오는 길에 들러서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일은 다 끝났고?”하지훈은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물었다.“난 이제 경성으로 가야 하는데, 같이 갈 거야, 아니면 해성에 더 있을 거야?”“다 끝났어요. 형이랑 같이 경성 갈게요. 여사님 뵌 지도 꽤 됐으니까.”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 후로 두 사람은
Ler mais

제784화

하지훈은 내색하지 않고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시선은 전방 도로에 고정했지만, 귀는 온통 옆자리에 쏠려 있었다.수화기 너머도 이 말에 막혔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그럼 뭘 원하는데? 엄마한테 말해봐.”구민호는 몇 초간 조용히 있다가 옆에 있는 하지훈을 힐끗 보고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켰다.“...됐어요. 끊을게요.”그는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뒤집어 무릎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응시할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훈은 백미러로 그를 흘끗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에어컨 온도를 한 단계 올렸다.차는 밤길을 달려 경성에 들어섰을 땐 이미 밤 8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하지훈은 자신의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그린 빌라로 직행했다.차를 대문 앞에 세우고 시동을 끈 하지훈이 조수석을 돌아보며 말했다.“도착했다. 들어가자.”안전벨트를 풀던 구민호의 손길이 멈칫했다.“제가 같이 들어가요?”“그럼? 호텔에 떨궈주고 돌아가라고?”하지훈은 이미 차에서 내려 차 지붕을 툭툭 쳤다.“가자. 누나한테 할 말도 있고, 들어가서 따뜻한 차나 한잔하고 가.”빌라 안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하도연은 소파에 앉아 서류를 검토 중이었고, 가정부가 마침 차를 내려놓는 참이었다.현관 쪽 소리에 하도연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은 먼저 하지훈에게 머물렀고, 뒤이어 그 뒤에 선 구민호에게 향했다.하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누나.”구민호는 그녀의 시선을 받자 걸음을 멈추고 인사했다.“누나.”목소리는 맑고 다정했다. 백송정에서 보여주었던 그 서늘하고 날카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하도연은 펜을 내려놓았다.“밥은 먹었어?”“대충 때웠어.”하지훈은 소파 곁에 앉아 백송정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분위기는 한결 여유로웠다. 그때 가정부가 과자 접시를 내왔다.하도연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려는 찰나, 저 멀리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늦은 시간에 손님이 있네요?”부드럽고 여유로운 말투였다. 하
Ler mais

제785화

최윤서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때를 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시간이 늦었네요. 먼저 호텔로 들어가 봐야겠어요.”그는 다시 구민호를 향해 상냥하게 물었다.“같이 나갈까요? 태워다 줄게요.”구민호의 동작이 아주 잠깐 멈췄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하도연을 바라보았다.“누나, 저 오늘 밤 여기서 자고 가도 될까요?”하도연은 뜻밖이라는 듯 살짝 놀랐지만, 이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물론이지. 지훈아, 가서 아줌마들한테 민호 방 좀 준비하라고 해. 나는 최윤서 씨 배웅 좀 하고 올게.”“알았어.”하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구민호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유경애를 찾으러 갔다.하도연과 최윤서는 나란히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마당 입구에 다다랐을 때, 최윤서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물었다.“구씨 집안 그 아이, 전남편 동생이죠?”“네.”최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도연 씨랑 사이가 꽤 좋아 보이네요.”하도연이 가볍게 웃었다.“어릴 때부터 봐온 사이라 반쯤은 친동생이나 다름없어요.”최윤서는 더는 묻지 않고 가볍게 웃어 보였다.“그럼 먼저 가볼게요. 나중에 시간 날 때 같이 식사해요.”그는 길가에 세워둔 차로 걸어가 운전석에 올라타더니 창문을 내리고 그녀에게 먼저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낸 뒤 차를 몰고 사라졌다.거실 안, 하지훈은 앞마당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구민호를 훑어보며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우리 누나 예쁘지?”“예쁘죠...”구민호는 무심결에 대답하다가 아차 싶어 말을 멈췄다. 그는 자연스러운 척 시선을 거두었지만, 귓바퀴가 터질 듯 붉어져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 그가 덧붙였다.“누나는 항상 예쁘셨어요.”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훈은 아직 그를 추궁할 생각이 없었다. 지금은 때가 아니었으니 말이다.“그래, 이혼 서류 도장도 아직 안 찍었는데 벌써 누나를 쫓는 남자가 줄을 섰지 뭐야.”그는 웃으며 말을 마친 뒤, 차 키를 챙겨 자리에서 일
Ler mais

제786화

구민호는 문을 닫으려다 잠시 멈칫했다. 하도연이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무의식중에 그녀를 다시 불렀다.“누나.”하도연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장녀 특유의 차분하고 인내심 깊은 눈빛이었다.“왜? 뭐 필요한 거 있어?”하도연은 구민호가 뭘 빠뜨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가정부들이 새 옷이랑 세면도구도 다 챙겨뒀을 거야.”구민호는 목울대를 울리며 짐짓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최윤서 씨... 누나를 쫓아다니는 거예요?”너무나 돌직구 같은 질문에 복도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도연은 문틀에 기대어, 그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물어볼 줄 몰랐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래.”그녀는 부정하는 대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너는 그 사람 어때 보여?”구민호는 그 맑은 눈망울을 보며,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의 의견을 묻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신뢰감에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려오면서도, 비밀스러운 환희가 차올랐다.“최윤서 씨... 참 좋아 보여요. 성격도 좋고, 교양도 있어 보이고요.”말할 때, 그의 시선은 하도연의 어깨 한쪽에 고정되어 마치 사실을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어진 다음 말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추었다.“단지 누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뿐이에요.”하도연은 잠시 멈칫하다가 그의 대답에 흥미를 느낀 듯 물었다.“어디가 안 어울린다는 거야?”구민호는 하도연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시기가요. 시기가 안 맞아요.”그것이 그의 진심이었다. 최윤서는 하도연이 막 이혼하려 하고, 숨 돌릴 틈도 없었을 때 나타났다.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오히려 하도연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그녀는 모든 감정을 혼자 소화하는 데 익숙했고, 갑자기 누군가 그 짐을 덜어주려고 하면 오히려 한 발짝 물러설 것이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진정으로 앞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되었을 때까지 기다리라 마음먹었다.하도연은 분명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듯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가볍게 웃었다.“나도 그렇게 생각해.
Ler mais

제787화

다음 날, 구민호는 늦잠을 잤지만 시간은 아직 일렀다. 내려갈 때 그는 흰색 터틀넥 스웨터와 짙은 색 캐주얼 바지를 입고 있어 산뜻해 보였다. 유일하게 보기 좋지 않은 것은 그의 눈 아래 희미하게 드리워진 두 개의 푸른 기운이었다.강미진이 가장 먼저 그를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며 그녀가 살짝 멈칫했다.“민호야, 어젯밤 잠 못 잤니?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래?”“아니에요. 여사님.”구민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하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어제 일 때문에 늦게 잤어요.”그는 구정훈의 전화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일도 중요하지만 몸이 더 중요하지.”강미진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하며, 그가 부축해 주는 대로 식탁에 앉았다. 그러고는 위층을 향해 소리쳤다.“희민아, 도연아. 내려와서 아침 먹자. 손님 기다리게 하면 안 되지.”계단 쪽에서 곧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희민은 어젯밤 출장에서 돌아와 새벽 한두 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다. 이때 그는 다림질이 잘 된 옅은 푸른색 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정신은 꽤 말끔해 보였다. 다만 그의 눈 밑에도 약간의 피로감이 엿보였다.그는 식탁으로 걸어와 앉으며 구민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아침.”“형님, 좋은 아침입니다.”구민호는 편안한 말투로 자연스럽게 불렀다.하도연이 그 뒤를 따라 내려왔다. 그는 흰색 니트 가디건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낮게 틀어 올려 뒤로 묶었다. 평소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편안하고 가정적인 분위기가 더해졌다.“어젯밤 잠은 잘 잤어?”“푹 잤어요.”구민호는 태연하게 대답했다.하도연이 그의 맞은편에 앉자 가정부가 이미 죽과 반찬들을 내왔다. 강미진은 스스로 미숫가루 죽을 한 그릇 퍼 담고는, 구민호에게 구운 만두를 하나 집어주었다.“먹어봐. 주방 이모가 한 건데, 도연이 어릴 때 제일 좋아하던 거야.”“네.”구민호는 고개를 숙여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밑바닥이 입안에서 부서지며, 신선하고 뜨거운 속이 입안 가득 퍼졌다. 정말 맛있었다. 옆에 놓
Ler mais

제788화

하도연은 어머니의 말에 담긴 속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녀를 억지로 떠밀지는 않지만, 내심 그녀가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그녀는 죽 그릇을 든 채 조용히 대답했다. 마치 그 말을 가슴 깊이 새겨듣는 듯했다.대각선 맞은편에 앉아있던 구민호는 고개를 숙인 채 죽을 먹다 말고, 숟가락 끝을 입술에 갖다 대고 잠시 멈칫했다.하지만 이내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소처럼 행동했다. 그는 구운 만두를 하나 더 집어 먹었지만, 이번 것은 앞선 것만큼 맛있지 않았다. 입안은 마치 왁스를 씹는 듯 텁텁했고, 삼킬 때마다 목구멍이 아려왔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우유를 한 모금 들이켰다.시선은 자연스럽게 하도연을 훑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 답장을 입력 중이었다. 최윤서에게 보내는 메시지일 터였다. 그는 서둘러 시선을 돌려 자기 앞의 반쯤 남은 죽그릇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입맛이 뚝 떨어졌다.바로 그때, 하도연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하도연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채아야, 이렇게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온채아의 웃음 섞인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도연 언니,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요? 성유준 생일이라 다 같이 모여서 파티 좀 하려고요. 아, 여사님이랑 오빠들도 다 올 수 있죠? 유경애 씨한테 음식 많이 준비하라고 했거든요.”하도연의 눈가에 다정한 기색이 서렸다.“당연히 갈 수 있지. 네가 직접 전화까지 했는데 우리가 다 가야지.”“와, 다행이다! 그럼 저녁에 집에서 기다릴게요. 일 다 끝나면 얼른 와요.”“그래, 이따가 지훈이한테도 말해둘게.”전화를 끊자마자 하도연이 입을 떼기도 전에 강미진이 웃으며 물었다.“온채아한테 온 전화야? 뭐라고 하든?”비록 하도연이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지만, 강미진은 단번에 채아의 전화임을 짐작했다. 자신의 이 큰딸이, 온채아를 대할 때는 저렇게나 표정이 밝아졌으니 말이다.
Ler mais

제789화

하늘에서는 가랑비가 흩날리고, 스산한 한기가 온몸을 파고들었다.온채아는 처마 아래로 걸어 나온 뒤에야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서 회장님, 오시기 전에 전화라도 한 통 주시지 그랬어요? 제가 오늘 진료를 안 했으면 헛걸음하실 뻔했잖아요.”“미리 인터넷으로 확인했어요. 오늘 오전에 진료가 있는 걸 알고 왔거든요. 게다가 요즘은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설령 헛걸음했어도 괜찮아요.”서강진은 자연스럽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친숙한 듯 말을 이었다.“마침 온 선생님이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보고 싶었고요. 배 속 아기는 괜찮아요?”그 말을 하며 그의 시선이 온채아의 볼록한 배에 머물렀다. 온화하고 걱정스러운 미소까지, 꼭 아랫사람을 살뜰히 챙기는 어른 같았다.온채아는 아무렇지 않은 척 옆으로 반걸음 물러섰다. 그녀는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해요. 밖은 추워요.”서강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를 따라 한의원 안으로 들어갔다.한의원 안은 난방이 충분히 돌아 따뜻했다. 아직 시간이 일러 환자 호출을 시작하기 전이었다.온채아는 서강진을 곧장 진료실로 데려갔다. 코트를 벗어 의자 등받이에 걸고는 진료 책상 맞은편에 앉으라는 듯 눈짓했다.“요즘 기침은 어때요?”묻는 동시에 맥진용 받침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전보다 좀 나아졌어요. 그래도 밤에는 한두 번씩 기침 때문에 깨나곤 해요.”서강진은 자연스럽게 손목을 받침 위에 올렸다.“온 선생님 실력이야 내가 믿죠.”온채아는 고개를 숙이고 맥을 짚었다. 얇은 받침 너머로 느껴지는 그의 맥박에 정신을 집중했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진료실 안은 조용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내는 자잘한 소리만 희미하게 들릴 뿐이다.서강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온채아의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는 별 뜻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니 온 선생님, 예정일이 언제였죠? 배를 보니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네요.”
Ler mais

제790화

성유준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 낮게 웃었다.“부러우면 다음 네 생일에 내가 직접 한 번 차려 줄게.”“너 진짜...”하지훈은 말문이 막혔다가 욕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됐거든. 누가 네가 챙겨 주는 걸 바란대?”그렇게 말해 놓고도 그는 잠시 침묵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을 떠올린 듯 이내 진지하게 물었다.“그나저나 서강진 회장님 쪽은 아직도 별 진전이 없어?”그 이야기가 나오자 성유준의 목소리도 조금 가라앉았다.“성일이 계속 조사 중이야. 서 회장님은 M국에서의 과거가 너무 깨끗해. 오히려 그렇게까지 깨끗한 게 이상할 정도야. 자세한 건 네가 저녁에 오면 이야기하지. 그리고 오늘 갑자기 한의원으로 채아를 찾아갔어.”“서강진이 채아를 왜 찾아가?”하지훈의 목소리가 곧장 진지해졌다.“무슨 수작을 부리려고?”“아직은 모르겠어.”성유준이 손끝으로 책상을 한번 가볍게 두드렸다.“다만 오늘 채아한테 출산 예정일을 물었대.”전화기 너머로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내 하지훈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설마 채아가 애 낳기 전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만약 그가 정말 박명하라면, 온채아의 양부모와 얽힌 원한을 생각했을 때 이 아이가 태어나는 걸 순순히 두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그럴 수도 있어.”성유준은 부정하지 않았다.“이미 경호 인력을 더 붙였어. 누구도 월강 레지던스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게 할 거야.”“그럼 됐어.”하지훈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아무렇지 않은 척 슬쩍 물었다.“오늘 저녁에 정다슬도 와?”성유준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면 오나 안 오나 알 수 있잖아.”“너 진짜 내 친구 맞아?”“온채아가 어젯밤부터 정다슬도 온다고 했어.”성유준도 양심이 아주 없지는 않았는지 한마디를 더 얹었다.“네가 데리러 갈 수 있을지는 네 능력에 달렸고.”“그래도 사람 구실은 하네.”못마땅한 척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서 기쁜 기색이 묻어났다.곧이어 전화가 끊겼다.성유준은 어두워진 화면을 바라보다
Ler mais
ANTERIOR
1
...
777879808182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