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진은 겨우 놓았던 마음을 다시 졸이며 안절부절못했다.“이게 그냥 이혼 절차 마치고 증명서 하나 받는 일이니? 안 돼. 그래도 누군가는 같이 가는 게 좋아.”하희민은 큰누나의 표정을 살폈다. 이미 결심이 확고한 얼굴이었다.하도연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한번 결정한 일은 쉽게 바꾸는 법이 없었다.자신과 하지훈은 그저 누나 뒤를 따라 명령에 복종하면 됐다.하도연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하희민이 어머니를 바라봤다.“엄마, 누나 말도 맞아요. 게다가 구씨 집안에서도 누나를 난처하게 하진 못해요.”그 말을 들은 강미진은 미간을 꽉 찌푸린 채 하도연을 한참 바라봤다.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까지 맺혔다.“너는 정말...”이런 딸을 둔 것이 예전엔 그저 자랑스럽고 든든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 보여 가슴이 아팠다.다음 날, 경성 날씨는 흐렸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했다.하도연은 짙은 색 캐시미어 코트 안에 검은 터틀넥 니트를 입고, 머리를 낮게 틀어 올렸다.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차림이었다.신호등 앞에서 서진은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고 백미러로 뒷좌석의 하도연을 바라봤다.“큰아가씨, 해성 가정법원에는 아마 10시 반쯤 도착할 것 같아요. 시간은 넉넉합니다.”하도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블릿을 꺼내 일을 보려던 순간,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화면에 뜬 발신자는 구정훈이었다.그녀는 화면을 흘끗 보고 전화를 받았다. 먼저 말하지 않고 상대가 입을 열기만 기다렸다.“도연아, 이쪽에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오늘 오전에는 해성으로 못 돌아갈 것 같아.”전화 너머로 희미한 말소리와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무척 바쁜 상황인 듯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어젯밤 거래처 한 곳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겼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됐어. 지금은 아무래도 시간 맞춰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 우리 날짜를 다시 잡으면 안 될까? 너는 괜찮아?”하도연은 뒷좌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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