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제 와서 빌어? 나 임신했어!: Capítulo 801 - Capítulo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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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화

조용한 지하 주차장에는 두 사람의 콩닥거리는 심장 소리만 들릴 뿐이다.그 입맞춤에는 거의 거칠다고 할 만큼 고집스러운 집착이 묻어 있었다.하지훈은 정다슬의 턱을 가볍게 잡았다. 힘은 세지 않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려 피하기 어렵게 만들 만큼 정확했다.하지훈이 먼저 물러났을 때, 정다슬의 입술은 무언가에 데인 듯 은근히 뜨거워져 있었다.그녀는 손등으로 입가를 쓱 닦으며 그를 노려보았다.그녀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미쳤어요?”“안 미쳤어.”하지훈의 숨결에는 아직 술 냄새가 배어 있었지만 말투는 진지했다.“말했잖아. 많이 마셨지만 정신은 멀쩡하다고.”정다슬은 욕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미련 없이 몸을 돌려 가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두 발은 바닥에 못 박힌 것처럼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었다.“하지훈 씨.”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듯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지금 무슨 짓 하는지 알아요?”“당연히 알지.”하지훈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아까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걱정된다고 했지? 그럼 내가 예전에 가장 후회한 일이 뭔지는 알아?”정다슬은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하지훈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것을 보았다. 쉽게 꺼내기 힘든 말을 억지로 삼켰다가 용기 내어 다시 말하는 듯했다.“내가 가장 후회한 건, 그때 네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끝까지 이유를 캐묻지 않은 거야.”하지훈의 목소리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았다.“네가 끝내자고 하니까 정말 놔줬어. 젠장, 난 네 뜻대로 놓아주는 게 너한테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어.”그의 목소리에 자조적인 기색이 살짝 스쳤다가 금세 사라졌다.“내가 왜 한화 그룹으로 돌아갔는지 알고 싶다고 했지? 지금 말해 줄게. 가족이 억지로 시켜서도 아니고, 빌어먹을 집안 책임 같은 것 때문도 아니야.”그는 불타는 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솔직히 너 때문이야. 하지만 이건 절대 충동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야.”정다슬의 속눈썹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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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다음 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깨지 못한 정다슬은 몽롱한 정신으로 알람을 껐다. 그러자 또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그녀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눈을 가늘게 뜬 채 화면을 흘끗 확인했다.하지훈이 보낸 문자는 단 두 글자였다.[깼어?]정다슬은 휴대폰을 뒤집어 베개 위에 엎어 놓고 다시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미 잠은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흐릿하던 정신도 조금씩 또렷해졌다.어젯밤 지하 주차장에서 나눈 그 키스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에 돌아온 뒤 정다슬은 욕실 거울 앞에 서서 붉어진 입술 끝을 바라보며 한참이나 움직이지 못했다.하지훈이 했던 말은 정확히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을 파고들었다.심지어 그녀는 그의 말을 듣는 그 순간 마음속 방어선이 거의 무너질 뻔했다는 사실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일단 지금 이 순간만 즐겨 버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정다슬은 몸을 뒤척이다 다시 휴대폰을 집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7시 33분.그녀는 두 글자를 입력했다가 지웠다.그렇게 두 번이나 반복한 끝에, 결국 한 글자만 답했다.[네.]하지훈의 답장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날아왔다.[오늘 점심, 시간 돼? 같이 밥 먹자.]정다슬은 잠시 생각한 뒤 답했다.[점심엔 상담할 사건이 하나 있어요. 저녁에 다시 봐요.]문자를 보낸 뒤 잠시 화면을 바라보며 답장을 기다리던 그녀는 문득 제 행동이 조금 우습게 느껴져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 버렸다.약 30초쯤 지나자 휴대폰이 다시 한번 진동했다.하지훈의 답장이 도착했다.[그럼 저녁에 데리러 갈게.]어디에서 일하는지도, 몇 시에 끝나는지도 묻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정다슬은 더 답하지 않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바꾼 뒤 자리에서 일어나 씻었다.오전 9시. 법률사무소에 도착해 막 자리에 앉자 비서가 서류 한 무더기를 안고 들어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정 변호사님, 요즘 안색이 좋아 보이는데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정다슬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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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서진은 더 묻지 않고 대답한 뒤 밖으로 나갔다.하도연은 손에 든 서류를 모두 검토한 뒤 펜을 내려놓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한 달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지나갔다.저녁 무렵, 그녀는 모처럼 일찍 그린 빌라로 돌아왔다.거실에 앉아 손 글씨가 빼곡한 노트를 들여다보고 있던 강미진이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웬일로 일찍 왔네.”“오늘은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하도연은 실내용 슬리퍼를 갈아 신으며 코트와 핸드백을 가정부에게 건넨 뒤, 천천히 강미진 곁으로 가 앉았다.그녀는 강미진이 들고 있는 노트를 내려다봤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글씨로 적힌 각종 배합 비율과 주의 사항이 있었고, 몇몇 부분은 여러 번 지웠다가 다시 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얼마나 공들여 고민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이게 뭐예요?”“막내 주려고 준비하는 거야.”강미진은 손끝으로 종잇장을 가볍게 쓸었다.“이제 곧 출산이잖아. 유준이랑 사모님께서 워낙 세심하게 잘 챙겨 주니 내가 달리 도와줄 것도 없고. 그래서 산후조리 할 때 마실 차라도 좀 준비해 주려고. 처방은 여 선생님께 부탁해서 전부 봐 달라고 했어. 막내가 출산하고 마시기에 아주 좋다더라.”노트에는 여러 종류의 산후조리 차 처방이 적혀 있었고, 각각 출산 후 언제부터 마셔야 하는지와 효능까지 꼼꼼하게 표시돼 있었다.하도연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보고서 쓰실 때보다 더 진지하신데요?”“막내 일인데 대충 할 수 있겠어?”강미진은 짐짓 핀잔을 주면서도 미소를 지었다.“막내는 환자 일이라면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챙기면서, 정작 자기 일은 누구보다 덤벙거려.”결국 아직 젊어서 제 몸 아끼는 법을 모른다는 말이었다.“며칠 안에 명안 한의원에 가서 약재도 다 맞춰 올 생각이야. 날짜별로 나눠서 준비해 두면 막내한테 바로 보내 줄 수 있으니까.”“엄마는 가지 마세요. 제가 서진한테 다녀오라고 할게요. 다리도 아직 완전히 낫지 않으셨잖아요. 막내가 보면 오히려 엄마를 챙기느라 바쁠 거예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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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4화

강미진은 겨우 놓았던 마음을 다시 졸이며 안절부절못했다.“이게 그냥 이혼 절차 마치고 증명서 하나 받는 일이니? 안 돼. 그래도 누군가는 같이 가는 게 좋아.”하희민은 큰누나의 표정을 살폈다. 이미 결심이 확고한 얼굴이었다.하도연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한번 결정한 일은 쉽게 바꾸는 법이 없었다.자신과 하지훈은 그저 누나 뒤를 따라 명령에 복종하면 됐다.하도연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하희민이 어머니를 바라봤다.“엄마, 누나 말도 맞아요. 게다가 구씨 집안에서도 누나를 난처하게 하진 못해요.”그 말을 들은 강미진은 미간을 꽉 찌푸린 채 하도연을 한참 바라봤다.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까지 맺혔다.“너는 정말...”이런 딸을 둔 것이 예전엔 그저 자랑스럽고 든든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워 보여 가슴이 아팠다.다음 날, 경성 날씨는 흐렸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했다.하도연은 짙은 색 캐시미어 코트 안에 검은 터틀넥 니트를 입고, 머리를 낮게 틀어 올렸다. 단정하면서도 깔끔한 차림이었다.신호등 앞에서 서진은 천천히 브레이크를 밟고 백미러로 뒷좌석의 하도연을 바라봤다.“큰아가씨, 해성 가정법원에는 아마 10시 반쯤 도착할 것 같아요. 시간은 넉넉합니다.”하도연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블릿을 꺼내 일을 보려던 순간,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화면에 뜬 발신자는 구정훈이었다.그녀는 화면을 흘끗 보고 전화를 받았다. 먼저 말하지 않고 상대가 입을 열기만 기다렸다.“도연아, 이쪽에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 오늘 오전에는 해성으로 못 돌아갈 것 같아.”전화 너머로 희미한 말소리와 종이를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무척 바쁜 상황인 듯했고,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미안함이 묻어 있었다.“어젯밤 거래처 한 곳에 갑작스러운 문제가 생겼는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됐어. 지금은 아무래도 시간 맞춰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 우리 날짜를 다시 잡으면 안 될까? 너는 괜찮아?”하도연은 뒷좌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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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5화

하도연은 한화 그룹에서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화 그룹 임원진은 물론 해성 전체에서, 진짜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전화기 너머의 법무부 책임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이유조차 묻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네.”하도연은 짧게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서진은 눈치를 살피며 말없이 속도를 유지했다.정적이 흐르던 차 안에서 잠시 후 하도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서진아.”“네, 큰아가씨.”“회사에서 구온 그룹과 진행 중인 공동 개발 사업이 모두 몇 개지?”두 집안은 예전부터 사이가 좋은 편이었다. 하도연과 구정훈이 정략결혼을 한 뒤로는 사업상 협력도 더 긴밀해졌다.원래 하도연은 구씨 집안이 최소한의 체면만 지킨다면, 이혼 때문에 두 집안 관계까지 뒤흔들 생각은 없었다.그런 이유로 두 집안은 지금도 여러 이해관계로 얽혀 있었다.“현재 추진 단계에 있는 게 세 건이고, 환경영향평가까지 통과해서 계약만 남은 구도심 재개발 사업이 하나 더 있어요. 이 사업까지 멈추면 구씨 집안은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겁니다.”서진은 거의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하나씩 읊은 뒤 덧붙였다.“아, 그리고 구온 그룹이 해성 신에너지 공급망 사업에 참여할 자격도 사실상 저희 쪽 역량을 빌려 쓴 덕분이지요.”비록 하도연은 그런 시시콜콜한 것까진 몰랐지만 하씨 가문의 권세가 워낙 높은 탓에 굳이 그녀가 직접 말하지 않아도 밑의 사람들이 알아서 분위기에 따라 처리했다.하도연은 핵심만 짚었다.“신에너지 사업 담당자는 누구야?”“시청의 변해성입니다. 회장님의 옛 부하가 키운 사람이라 저희 쪽에 꽤 우호적이에요.”하도연은 두어 초 침묵한 뒤 말했다.“하씨 집안과 구씨 집안이 협력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그쪽에 조금 흘려.”서진은 곧바로 뜻을 알아차리고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제가 처리할게요.”하도연은 더 말하지 않고, 차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구정훈이 전화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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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6화

차가 아직 경성시에 들어서기도 전, 하도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그녀는 손끝으로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았다.“희민아?”“누나, 이혼 절차는 마무리했어?”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하희민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느긋하고 차분했다.하도연이 가볍게 웃었다.“소식 한번 빠르네.”“법무팀에서 누나가 구온 그룹과의 협력을 전부 중단시켰다고 연락이 왔어. 그래서 오늘 이혼 절차가 순조롭지 않았나 싶었지.”“순조롭지 않은 정도가 아니야.”하도연은 비웃듯 말했다.“아예 못 받았어.”“구정훈이 핑계 대면서 시간 끌었어?”“응. 거래처에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못 돌아온다더라.”“정말 못 돌아오는 거야, 아니면 애초에 갈 생각이 없었던 거야?”하희민의 목소리에 드물게 냉기가 섞였다.“그 사람 어제 오후만 해도 해성에 돌아와 업계 연회에 참석했어. 사진도 언론에 다 올라왔고.”하도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지만,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다.“일을 핑계로 시간 끄는 걸 보면, 누나가 고작 이혼 절차 하나 때문에 일을 크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계산한 건가?”하도연이 입꼬리를 비틀었다.“아쉽게도 계산을 잘못했지.”하희민은 그녀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묻지 않았다. 바로 본론만 꺼냈다.“내가 나서야 할 일 있어?”“아직은 없어.”하도연은 창밖을 흘끗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일단 소문이 좀 돌게 놔둬. 저쪽이 못 버티게 되면 알아서 나를 찾아올 테니까.”“알겠어.”하희민은 짧게 대답했다. 전화를 끊으려는 듯했다.그러다 마지막으로 생각난 듯 한마디를 덧붙였다.“아, 그리고 신에너지 사업 말인데. 변해성 쪽에는 내가 이미 사람 시켜서 얘기해 뒀어.”하도연은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눈에 알아챘다는 듯한 미소를 띠었다.이 동생은 원래 이런 성격이었다. 말은 많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하도연의 목소리가 모처럼 한결 가벼워졌다.“응, 알았어. 끊을게.”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가운데 팔걸이에 내려놓기도 전에 화면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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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7화

구정훈의 사무실 안은 숨이 막힐 만큼 분위기가 무거웠다.책상 위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댔지만 그는 듣지 못했다는 듯 먹구름 낀 창밖만 응시했다.강준태가 서둘러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조심스레 알렸다.강준태가 휴대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구 대표님, 아버님 전화입니다.”구정훈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 그는 아버지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런 때 걸려 온 전화가 좋은 소식일 리 없었다.그는 휴대폰을 건네받아 잠시 망설이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막 귀에 가져다 대는 순간, 전화 너머에서 분노를 억누른 구강우의 고함이 터졌다.“너 지금 집으로 돌아 와. 당장!”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스피커폰도 아니었는데 구정훈은 저도 모르게 휴대폰을 귀에서 조금 떼었다.“아버지, 저 아직 이쪽 일이 안 끝나서...”“프로젝트가 죄다 중단됐는데 네가 더 바쁠 게 뭐가 있어?”구강우는 그의 말을 거칠게 끊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휴대폰을 폭발할 듯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지금 해성 전체에 소문이 다 퍼졌어. 네가 뭘 하고 있든 난 상관없어. 지금 당장 집으로 와. 안 오면 앞으로 영원히 구씨 집안에 발 들일 생각도 하지 마.”구강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구정훈은 수화기 너머의 뚜뚜 거리는 연결 종료음을 들으며 얼굴이 점점 굳어 갔다.그는 눈을 감고 치밀어 오르는 짜증과 초조함을 누르려 했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구정훈은 의자 등받이에 걸쳐 둔 코트를 낚아채고 사무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고속도로를 달리는 내내 그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아버지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하씨 가문에서 직접 압박을 넣은 건지 아니면 업계에 소문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퍼진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겨울이라 해가 짧았다. 차가 구씨네 본가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구정훈이 현관을 막 지나자 거실에서 도자기가 산산이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무릎 꿇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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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8화

구씨 집안과 하씨 가문의 인연은 구진택이 어렵게 이어 온 것이었다.일이 이 지경까지 왔으니, 그 어르신이 알게 되는 순간 구정훈에게 좋은 결말이 있을 리 없었다.지금은 마침 구진택이 안수안과 함께 처가에 가서 임종을 앞둔 처남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본가에서 구정훈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구강우 한 명뿐이 아니었을 것이다.구정훈은 차가운 바닥 타일 위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뺨에는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고, 평소와 달리 초라해 보였다.구강우는 그런 아들을 보며 치솟는 울화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세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결국 다시 손을 대지는 않았다.“됐어. 내가 한 말만 똑똑히 기억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민호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구민호는 냉담한 표정으로 눈앞의 상황을 못 본 사람처럼 지나쳐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거기 서.”구정훈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잠겨 있었고, 억눌린 분노가 묻어났다.“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구민호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시선에는 희미한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뭐가 일부러라는 건데?”“하필 이때 돌아와서 내가 망신당하는 꼴 구경하려고 한 거잖아.”구정훈은 바닥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래 꿇고 있던 탓에 무릎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배다른 동생을 뚫어지게 응시했다.“내 이 꼴을 보니까 만족스러워?”구민호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별다른 감정도 없었다.“형이 하나 잘못 알고 있는 게 있어.”“뭐가?”“내가 오늘 집에 왔든 안 왔든, 형이 여기 무릎 꿇고 있었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어.”구민호는 짙은 남색 코트를 벗어 뒤에 있던 가정부에게 건네는 대신 한쪽 팔에 걸친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형이 선택한 길이야. 그 책임을 나한테 떠넘기지 마.”구정훈의 목줄기에 핏대가 섰다.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억누르느라 애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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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9화

문자를 보내자 하도연의 답장은 구정훈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왔다. 다만 아주 짧았다.[그래.]더 이상의 질문도, 설명도 없었다.구정훈은 그 문자를 바라보다 문득 뭐라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어쩌면 그들의 결혼은 진작부터 어긋나 있었는지도 몰랐다.신혼 때조차 그는 아내인 하도연에게서 그다지 따뜻한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대부분은 마치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그는 휴대폰을 뒤집어 책상 위에 엎어 놓고 다시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머릿속에는 아주 오래전, 두 사람이 아직 대학에 다니던 시절 하씨 가문 본가에서 우연히 하도연을 마주쳤던 일이 떠올랐다.그날 그녀는 연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낮게 묶은 채, 외국어책을 들고 마당에 앉아 있었다.그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한번 바라보고는 살짝 웃었다.아주 짧은 미소였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그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한때 자신을 향해 웃어 주던 그 소녀는 그에게 눈길 하나 더 주는 것조차 싫어했다....다음 날, 경성.하도연은 간결하고 깔끔한 캐주얼 복장으로 갈아입었고, 머리는 여전히 낮게 뒤로 묶여 있었다.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강미진은 거실에서 건강 서적을 읽고 있었다.하도연이 또 해성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 강미진은 책을 옆으로 치우며 물었다. “정훈이가 마음 정리한 거야?”“네.”하도연은 가정부가 건넨 따뜻한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10시로 약속했어요.”강미진은 아무런 파동도 없는 딸의 얼굴을 바라보다 가슴 한구석이 괜히 시큰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그럼 일찍 다녀와.”“네.”하도연은 서두르지 않고 강미진과 함께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집을 나섰다.며칠째 흐린 날씨가 이어지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보슬비까지 내렸다.서진은 이미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도연이 나오자 서진은 뒷좌석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구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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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하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서진을 바라봤다.“무슨 일인데?”서진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자극적인 뉴스 하나가 떠 있었다.[하씨 가문의 이혼 내막. 하도연, 시동생 구민호와 수상한 관계.]기사 내용은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었고 사진까지 여러 장 첨부돼 있었다.한 장은 하도연과 구민호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뒷모습이었다. 사진 구도 때문에 두 사람은 유난히 다정해 보였다.또 한 장은 지난번 금용 그룹에서 하도연이 넘어질 뻔했을 때 구민호가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 순간을 찍은 사진이었다....하도연은 사진들을 빠르게 훑어보았고, 그녀의 눈빛은 이미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옆에 서 있던 구정훈의 눈에도 아주 잠깐, 알아차리기 힘든 파문이 스쳤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분노와 의문이 적당히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이 사진들은 뭐야? 어디서 나온 거지?”하도연은 그를 보지 않고 서진에게 고개를 돌렸다.“언제 터진 거야?”“한 시간 전입니다.”서진이 목소리를 낮췄다.“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매체에서 처음 올렸는데 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요. 벌써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고요.”“알았어.”하도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즉시 지시했다.“당장 사람 보내서 내려.”말을 마친 그녀는 접수 창구에 앉아 서류를 제출하기 시작했다.구정훈이 움직이지 않자 그녀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주민등록증이랑 가족관계 증명서.”구정훈은 잠깐 멈칫했다.“이 여론부터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혼 서류는 언제든 준비할 수 있잖아. 이게 네 할아버지 귀에 들어가면...”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하도연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벨 소리는 왠지 모르게 불안하게 느껴졌다.하도연이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자마자 문자 알림도 몇 개 연이어 떠올랐다.하희민이 보낸 문자였다.[누나, 내가 사람 시켜서 처리 중이야.]하지훈의 문자도 도착했다.[누나, 시간 좀 줘. 이 자식 내가 무조건 찾아낼게.]...하도연은 전부 확인하지 않은 채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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