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가문 본가라...”심하온은 단어를 되뇌었다. 한 음절 한 음절이 마치 얼음 창고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정윤재를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당황도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끝을 알 수 없는 차가움만이 가라앉아 있었다.“그러니까, 이게 정씨 가문이 내게 준비한 ‘깜짝 선물’이라는 거야?”정윤재의 턱선이 팽팽하게 굳었다. 막 입을 열려던 순간, 다급하고 무거운 발소리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텅 빈 복도에 울려 퍼졌다.심기찬이 뛰어 들어왔다. 몹시 급하게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몸에 걸친 양복은 비뚤어져 있었고, 넥타이도 목에 느슨하게 걸려 있었다. 평소 심씨 가문의 가주답던 체면은 온데간데없었다.병상 위에 거의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붕대를 감고, 오른손까지 지지대에 고정된 심하온을 본 순간,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는 거의 비틀거리듯 침대 곁으로 달려들었다.“하온아! 우리 하온이...”심기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심하온에게 그 울음 섞인 목소리는 서툰 연기처럼 들릴 뿐이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심하온의 얼굴을 만지려는 순간, 허공에서 차갑기 또 다른 손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정윤재의 힘은 강했다.심기찬은 자신의 손목뼈에서 미세하게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심기찬 씨, 하온이는 쉬어야 합니다.”정윤재의 목소리에는 어떤 높낮이도 없었지만,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위압감이 배어 있었다.심하온은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그녀는 눈앞의 이 늙은 남자를 보았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 이마에 맺힌 식은땀, ‘아버지로서의 걱정’을 가득 써 붙인 듯한 얼굴이었다.예전이었다면 그녀는 어쩌면 크게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화학 공장의 그 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당세혁이 폐허에 파묻히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으며, 오른손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진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은 얼어붙은 바위처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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