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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내 남편의 아내: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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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유 비서는 눈썹을 찌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대표님 지시에요?”정윤재의 비서는 모두 엄선된 엘리트들인데 이 여자는 인사팀장이 갑자기 데려온 사람이다.임시 비서도 아니고, 비서 보조도 아닌 바로 정윤재의 정식 비서가 되라고?게다가 그는 최근에 비서를 새로 뽑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뭘 그렇게 캐물어요?.”인사팀장은 그에게 윙크하며 말했다.“어쨌거나 대표님은 절대 반대하지 않으실 거예요. 그거면 됐죠 뭐.”젊은 여자가 그에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반가워요, 유 비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유세진은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는데 나름 예쁘장하게 생겼고, 분위기도 괜찮았다.미소 짓는 얼굴에 자신감까지 엿보였다.문득 유세진의 머릿속에 과감한 생각이 떠올랐다.설마 이분이 바로 대표님 여자친구일까?갑자기 회사에 나타나서 대표님께 서프라이즈를 주려고?인사팀장의 표정을 보자 유세진은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만약 그런 거라면 이 여자는 미래 사모님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다만 유세진은 정윤재를 오랫동안 모셔왔기에,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여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우선 대표님께 여쭤보겠습니다.”어찌 됐든 먼저 정윤재에게 명확히 말해야 한다. 안 그러면 무슨 일 생겼을 때 뒷감당은 본인 몫이니까.“유 비서님.”그가 막 돌아서려는데 여자가 갑자기 불러세웠다.“저도 윤재 오빠 보러 함께 가요.”윤재 오빠?이 호칭 자체가 매우 의미심장했다.하지만 유세진은 여전히 평정심을 유지했다.“그래요.”인사팀장이 살짝 헛기침해댔다.“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인사팀장이 떠난 후, 유 비서는 그 여자와 함께 정윤재의 사무실 문 앞에 다가와 노크했다.“들어와.”정윤재의 허락을 받고서 유세진이 문을 열고 여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정윤재는 한창 이메일을 보느라 그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정...”유세진이 이제 막 이 여자에 대해 말하려 할 때, 여자가 덥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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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녀의 말을 들은 정윤재는 돌연 눈빛이 짙어졌다.‘할아버지...’그가 더 이상 말하지 않자, 반유미는 약간 안심하며 의기양양했다.그녀는 연재덕의 비호를 받고 있으니 정윤재가 아무리 무리하게 굴려고 해도 절대 자신을 내쫓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정윤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모든 독선을 산산조각냈다.“정진 그룹은 네가 경험 쌓는 곳이 아니야.”그는 반유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나가 이만.”반유미는 충격에 휩싸였다.“오빠...”정윤재는 더 이상 그녀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유 비서.”유세진은 바로 알아채고 반유미에게 나가보라는 손짓을 했다.“이만 나가주시죠, 반유미 씨.”반유미는 이곳에 눌러앉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엄두가 안 났다.만약 이곳에 억지로 눌러앉으려 한다면, 정윤재가 분명 사람을 시켜 그녀를 내쫓을 것이다.반유미는 하는 수 없이 돌아섰다.유세진도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이제 막 문밖을 나서려는데 정윤재가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유 비서.”그는 서둘러 몸을 돌렸다.“네, 대표님.”“왜 아무나 내 사무실에 들이는 거지?”정윤재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다음에 또 이런 식이면 비서실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거야.”유세진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대표님!”이럴 줄 알았으면 그 여자를 곧바로 사무실에 들이지 않는 건데!유세진 역시 방심했다. 그 여자가 ‘윤재 오빠’라고 부르니 대표님과 각별한 사이일 거라고 여겼으니까.그래서 결국 망설임 없이 그녀를 정윤재의 사무실로 데려갔다.높은 급여를 받으면서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정말 용납받을 수 없는 일이었다.정윤재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시선을 거두고 업무에 몰두했다.정윤재의 사무실을 나온 뒤, 유세진은 불만 어린 눈길로 반유미를 쳐다봤다.이제 그녀에게 말할 때도 그다지 공손하지 않았다.“반유미 씨! 엘리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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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할아버지, 윤재 오빠가 저를 내쫓았어요.”그녀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내가 보낸 거라고 말 안 했어?”연재덕이 물었다.“말했죠 당연히!”반유미가 곧바로 대답했다.“말했는데 오빠가 나가래요!”연재덕은 약간 화났지만, 반유미에게 뭐라 더 말하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이어서 그는 정윤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외할아버지의 전화를 진작 예상했는지 정윤재가 즉시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윤재야.”연재덕은 이때만 해도 말투가 온화했다.“내가 유미를 정진 그룹에 보내라고 한 거야. 미리 너한테 말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그래도 취지는 유미 그 아이가 네 옆에서 잘 좀 배우길 바라는 거니 그냥 좀 받아주렴.”“죄송합니다, 할아버지.”정윤재가 말했다.“그건 안 될 것 같아요.”연재덕의 분노가 깊어졌다.“할아버지가 언제 너한테 부탁한 적 있니? 이제 겨우 이 작은 일 하나 부탁하는 건데 거절하려고? 비서 한 명 더 두는 것뿐이잖아. 유미가 능력 없는 아이도 아닐 테고...”“걔가 능력이 있든 없든 저랑은 상관없어요. 우리 회사는 사람이 부족하지 않습니다!”“윤재야!”연재덕이 버럭 화냈다.“나 네 외할아버지야.”맞선 상대로 반유미를 소개해준 걸 거부하는 것은 나름 이해가 가지만, 지금은 고작 반유미를 정진 그룹에 취직시키려 할 뿐인데 이 정도의 체면도 안 봐줄 줄이야!정윤재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래요. 외할아버지니까 존경하고 효도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인생을, 특히 저의 감정을 멋대로 좌지우지할 순 없습니다!”연재덕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별안간 할 말을 잃었다.“할아버지께서 지금 이러시는 거 아무 소용 없어요. 그러니 앞으론 헛수고하지 마세요. 하온이는 제 약혼녀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린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말을 마친 정윤재는 묵묵히 연재덕의 대답을 기다렸다.다만 연재덕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콧방귀만 끼고는 전화를 끊었다.통화가 끊어졌지만, 정윤재는 놀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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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네 딴에는 정윤재랑 사이가 좋다고 여겼겠지. 근데 정작 외할아버지가 맞선 상대를 찾아준 것도 얘기하지 않았네? 남자들 다 똑같아. 이리저리 한눈파는 건 정상이라고. 이 점은 누구보다 네가 가장 절실히 알고 있을 거야.]심하온은 무표정한 얼굴로 문자를 다 읽었다.그녀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한편 이 문자에 답장하지 않고 대신 번호를 차단했다.머릿속에 불현듯 강선우와 강다인이 함께 서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남자들은 결국 다 한눈팔게 되어있는 걸까?아니...심하온이 눈을 떴다.그녀는 믿었다. 정윤재는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낯선 이가 보낸 문자 한 통에 정윤재를 의심할 정도로 어리석진 않았다.무슨 일이 있든 정윤재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왜 그래 하온아?”윤보경이 수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다급하게 물었다.심하온은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아니에요, 아무것도. 회사일 때문에 그런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아침 식사를 마친 후, 그녀가 정윤재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갑자기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심하온은 직감적으로 뭔가를 느끼고 잠깐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심하온 양 맞으신가?”“네, 전데요, 누구시죠?”“나 윤재 외할아버지야.”순간 그녀는 심장이 움찔거렸다....한 시간 후, 심하온은 고풍스러운 정원 입구에 차를 세우고 내렸다.이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그녀를 보고, 즉시 앞으로 다가와 공손하게 물었다.“심하온 씨 맞으세요?”심하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이쪽으로 오시죠.”심하온은 집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걸어가면서 고개를 숙여 손에 든 휴대폰을 바라보았다.방금 정윤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아마도 바쁜 모양이다.심하온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어찌 됐든 정윤재의 외할아버지는 웃어른이고, 먼저 만남을 제안했으니 그녀는 거절할 수 없었다.긴 복도를 지나, 심하온은 정자에서 앉아 있는 어르신 한 분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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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두 사람은 침묵에 잠긴 채 말없이 바둑을 두었다.한 판이 거의 끝나갈 무렵, 연재덕이 다시 입을 열었다.“윤재는 효자이고, 정이 많은 아이야. 하온 양이 정말 윤재에게 마음이 있다면 우리 사이에서 윤재가 난처해하는 걸 지켜보고 싶진 않겠지?”심하온이 가볍게 웃었다.“저는 어르신 반대편에 설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요.”연재덕은 눈썹을 치키고 그녀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어르신은 윤재 씨의 외할아버지이자 우리에겐 웃어른입니다. 저는 당연히 어르신 존경하고 효도할 겁니다. 저랑 윤재 씨가 함께하는 걸 탐탁지 않아 하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할 테지만, 저희 두 사람의 감정을 어르신이 좌지우지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 하나만은 명확하게 해둘게요.”“...”연재덕은 바둑돌을 쥔 손에 힘이 쫙 들어갔다.그녀가 한 말은 정윤재와 거의 똑같았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천생연분이었다.그 여자만 아니었어도 연재덕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그러니까 계속 윤재 만나겠다는 거네?”연재덕은 손에 든 바둑돌을 내려놓았다.바둑판이 끝을 향해 달렸다.“네.”심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홀가분함 속에 담긴 단호함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그녀가 웃으며 말했다.“어르신이 이기셨네요.”연재덕도 미소를 지었다.“꼭 그렇다고 할 순 없지.”겉으로 보아 확실히 연재덕이 이겼다.하지만 그는 심하온이 양보했다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그녀의 바둑 실력은 매우 뛰어났다.연재덕은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탄식했다. 만약 그 여자가 이 두 아이를 갈라놓으라고 부탁하지만 않았어도 외손주 며느릿감인 심하온이 아주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어르신, 저는 회사에 볼일 있어서 다른 용건 없으시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연재덕의 마음이 더욱 조여졌다. 그 여자가 눈물로 호소하던 목소리가 뇌리를 스쳤고 이에 연재덕은 본능적으로 입을 열었다.“하온 양, 우리 윤재랑 만나는 거 난 절대 허락 못 해.”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심하온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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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익명의 번호로 문자를 받았거든.”심기찬은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게다가 윤재한테 맞선을 주선하고 그 여자를 정진 그룹에까지 들였다고?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아빠, 일단 진정하세요...”“우리가 정씨 가문 아니면 결혼 못 할 줄 알아? 난 널 이런 굴욕을 겪게 내버려 두지 않아!”심기찬의 눈가에 분노가 어렸다.예전에 심하온이 강선우를 위해 운정에 남겠다고 할 때, 그는 아빠로서 딸아이를 강제로 막지 못했다. 결국 심하온은 모진 고통을 겪게 되었다.이 일은 심기찬이 평생 가장 후회하는 일이다.매일 밤, 그는 침대를 뒤척이며 되뇌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딸아이가 자신을 미워할지언정 반드시 강선우와 떼어놓겠다고 말이다.그러니 이제 더 이상 심하온을 속상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어르신이 아빠한테도 문자를 보내게 시키셨나 보네요.”심하온은 쓴웃음을 지었다.“아빠가 지금 화내시면 어르신 계략에 넘어간 셈이에요.”연재덕은 바로 심기찬을 약 올려서 먼저 이 결혼을 취소하겠다고 말하기만 노리고 있었다.사실 심기찬도 이 점을 간파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저 딸아이가 이미 한번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입어서 또다시 이런 문제에 봉착하니 유독 충동적으로 굴게 됐을 뿐이다.심기찬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너무 속상해하지 마, 하온아.”심하온은 시선을 내리고 미소 지었다.“저 괜찮아요.”전혀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둘 사이를 반대하는 사람이 정윤재의 외할아버지였으니까.게다가 정윤재는 이 일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다.마음 한쪽이 텅 빈 느낌이 들었다.물론 정윤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의심한 적은 없다.또한 그가 연재덕의 말을 듣고 순순히 딴 여자랑 애틋한 사이를 유지할 거란 의심도 해본 적이 없다.하지만...연인 사이에 이런 일은 마땅히 함께 짊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심기찬은 그녀의 안색을 지켜보더니 미간을 구겼다.말로는 괜찮다고 해도 딸아이가 서운해하는 걸 몰라볼 리가 없었다.당장이라도 연재덕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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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심 대표 지금 어디 있죠?”정윤재가 물었다.“방금 일 있다고 나가셨는데 정확히 어디 가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이제 곧 돌아오실 겁니다.”정윤재의 마음속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그는 더 캐묻지 않고 전화를 끊은 후 곧장 서강 그룹으로 향했다.한편 심하온은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무심코 시선을 올렸는데 정윤재가 눈에 띌 줄이야.아주 잠깐, 자신의 착각이 아닌가 의심까지 들 지경이었다.다만 그녀는 곧장 정신을 차리고 어두운 눈길로 정윤재를 쳐다봤다.“이 시간에 여긴 어쩐 일이야?”심하온이 웃으며 물었다.“오늘 회사 안 바빠?”그녀가 웃고 있었지만, 정윤재는 이 여자의 기분이 언짢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그는 심하온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목이 바짝 말랐다.“하온아.”“응?”심하온이 의자를 빼내고 앉았다.“다 알았구나.”정윤재는 질문형이 아닌 진술형으로 말했다.펜을 집어 든 심하온은 잠깐 동작을 멈추다가 이내 유창하게 서류에 사인했다.“응.”정윤재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그녀 곁으로 다가가 손을 꼭 잡았다.“하온아, 너무 걱정 마.”그는 심하온을 응시하며 말했다.“외할아버지 쪽은 내가 반드시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해낼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가 더 이상 반대하지 못하도록 설득할게.”“응.”심하온은 단답형으로 대답하곤 자신의 손을 빼냈다.손바닥이 갑자기 텅 비자, 정윤재의 마음도 마치 함께 비어버린 듯했다.“화났어?”그가 나직이 물었다.심하온은 손에 든 펜을 내려놓고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윤재 씨, 난 윤재 씨한테 어떤 존재야?”정윤재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내 연인이자 약혼녀이고 미래 아내이지.”“그래... 우린 이토록 친밀한 관계인데 왜 이런 일이 생겼어도 아무 얘기가 없었어?”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그게...”정윤재가 설명하려 하자 그녀가 또다시 말을 이었다.“어르신께서 우리 사이를 반대하는 것도 말하지 않았고, 윤재 씨한테 맞선 상대를 소개해주고 심지어 윤재 씨 회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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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한참의 침묵 후, 심하온의 비서가 들어왔다. 그녀는 대표님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괜찮으세요?”방금 정윤재가 나갈 때도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지금 대표님의 모습까지 보니 비서는 얼추 짐작이 갔다.두 분이 아마도 싸운 모양이다.심하온은 정신을 가다듬고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혔지만, 눈빛은 여전히 어두웠다.“응, 괜찮아.”그녀는 남은 서류에 서명을 마치고 비서에게 건네주었다. 이어서 업무에 대한 몇 가지 사항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하자 비서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괜한 생각 했나? 대표님 별 이상 없는데?’비서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심하온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기획안 잘 짰다고 전해줘. 안에 있는 사소한 문제점만 조금 수정하면 될 것 같아.”심하온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들자, 비서가 망설이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대표님, 진짜 괜찮으신 거 맞아요? 아니면 그냥 집에 돌아가서 쉬실래요?”비서가 물었다.“무슨 일 생기면 제가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아니야, 괜찮아.”심하온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가서 일해. 내 걱정 말고.”이에 비서도 더는 뭐라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를 떠났다.심하온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컴퓨터 화면을 빤히 쳐다보며 일에 전념하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정윤재가 떠나가던 뒷모습만 뇌리에 맴돌았다.방금 그건... 다툰 걸까?심하온은 시선을 내리고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잠깐 넋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주소록에서 정윤재의 번호를 찾아놓은 상태였다.손가락은 화면 위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끝내 통화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그녀는 단지 정윤재가 그 모든 일을 자신에게 말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두 사람은 연인이고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이다. 함께 가는 길에 장애물이 있다면 심하온은 고민 없이 그의 손을 맞잡고 극복해나가고 싶었다.하지만 정작 정윤재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정윤재가 맞선 상대와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곤 아예 의심조차 안 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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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송서준이 생각했다.‘이런, 윤재 오늘 기분이 얼마나 바닥 친 거지? 무슨 애들을 이렇게 많이 불렀어?’그는 재빨리 걸음을 옮겨 정윤재 곁으로 다가갔다.정윤재가 또다시 술을 따르려 하자 송서준이 잔을 막으며 말했다.“왜 그래, 윤재야. 무슨 일인데? 뭐길래 이렇게 술로 시름을 달래고 있어?”정윤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별거 아니야.”그는 송서준의 손을 밀어내려 했지만, 송서준이 좀처럼 술잔을 놓지 않았다.“별거 아닌데 이렇게 연거푸 마신다고? 뻥 치지 마. 내가 너 커가는 거 다 지켜본 사람인데, 누가 누굴 숙여?”정윤재는 짙은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그 눈빛에 송서준은 괜히 간담이 서늘해졌다.“뭔데 그러냐고? 말을 해야 알지.”송서준은 그의 옆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혹시 하온이랑 싸웠니?”정윤재는 침묵했다.“정말인가 보네.”송서준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만약 틀렸다면 정윤재가 즉시 부정했을 테니까.“무슨 일이야? 말해봐.”송서준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뭐 물론 나도 연애 경험이 풍부한 건 아니지만 너 혼자 이렇게 끙끙 앓기보단 낫겠지?”정윤재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송서준은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더 다그치지 않고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그때,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열어보니 나현아한테서 온 메시지였다.그녀는 사진 한 장 전송했는데 아기자기한 케이크가 가득했다.[제가 직접 구운 케이크예요. 내일 회사 갖고 갈 테니 한번 맛보세요. 설탕 많이 안 넣어서 달지는 않은데 향이 좋아요. 서준 씨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송서준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벌써 어떤 맛일지 기대되는데?][좋아하면 앞으로 자주 만들어드릴게요.]송서준의 미소가 점점 더 크게 번졌지만, 문득 침울해하는 정윤재가 생각나 마른기침을 해댔다.‘자제해야지. 눈치 챙겨 송서준!’그는 스스로 단속한 후 계속해서 나현아에게 물었다.[그 남자는 더 귀찮게 안 굴었지?][네. 걱정 말아요. 이번 일은 너무 고마웠어요, 서준 씨.]송서준이 눈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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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내가 딴 여자랑 썸씽이 있을 거라 의심해? 나도 결국 강선우랑 같은 존재였어?’정윤재는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옥죄이는 가슴을 부여잡았다.아무리 차분하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슬프고 억울할 때가 있는 법이다.더구나 그는 심하온을 진심으로 사랑한다.“윤재야, 표정 왜 이래? 많이 속상한가 보네.”송서준이 속절없이 고개를 저었다.“뭘 또 이렇게까지 굴어? 어차피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잖아. 먼저 가서 사과하면 좀 어때? 내가 볼 때 하온이도 지금 엄청 힘들어할걸?”정윤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주위 사람들은 여전히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는 주의를 돌리고 싶어 이 사람들을 불러모았는데 정작 지금은 그들 때문에 마음이 더 심란해졌다.관자놀이를 문지르다가 자리에서 일어난 정윤재.“너희들끼리 놀아. 나는 먼저 갈게.”“그래.”송서준도 뭐라 더 말하지 않았다. 비록 정윤재의 절친이지만 감정에 관한 문제는 너무 깊게 간섭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클럽에서 나오자 그의 심복 허도영이 어느새 문 앞에 차를 대기시키고 있었다.허도영은 정윤재를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이제 막 올라타려는데 누군가가 불쑥 앞으로 다가왔다.“윤재 오빠!”한 여자가 정윤재를 부르며 그의 팔짱까지 꼈다.정윤재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가차 없이 그녀를 뿌리쳤다.옷소매를 사이에 두고도 불쾌함이 마구 차올랐다.여자는 걸음을 휘청거리다가 겨우 자세를 다잡고 머리를 들었다. 곧이어 잔뜩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정윤재에게 말했다.“오빠 때문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잖아요.”그녀는 바로 반유미였다.여기까지 찾아올 줄이야.굳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연재덕이 주소를 알려준 거겠지.정윤재의 행적을 알아내는 것쯤이야 연재덕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오빠, 기분 나쁜 일 있어요?”반유미는 조심스럽게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빠...”“경고하는데!”별안간 정윤재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다신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 마.”말을 마친 그는 몸을 숙여 차에 올랐다.한편 반유미는 포기하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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