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버림받은 아내의 화려한 귀환: Bab 711 - Bab 720

755 Bab

제711화

서하의 얼굴이 금세 뜨겁게 달아올랐다.요즘 은혁은 서하와 단둘만 있을 때마다 유난히 짓궂었다.평소의 은혁이라면 좀처럼 하지 않을 말들을 태연하게 꺼내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장난도 서슴지 않았다.그러면서 서하에게 자꾸만 ‘여보’라든가, 더 민망한 호칭까지 입에 올렸다.정말이지 평소의 은혁과는 전혀 딴사람 같았다.“안 불러?”은혁이 낮게 물었다.서하는 얼른 그의 손을 붙잡았다.정말 더는 못 견디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당신은 안 힘들어?”서하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사람들이 그러잖아. 남자는 스물다섯 넘으면 내리막이라고...”은혁이 피식 웃었다.“내가 어떤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그러고는 짓궂게 덧붙였다.“아니면 또 확인해 볼래?”서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됐어, 됐어.”서하는 급히 은혁 목을 끌어안았다.“당신 대단해. 정말 대단해. 됐지?”“그래서 뭐라고 부를 건데?”서하는 더 버틸 여유가 없었다.“여보, 오빠... 됐지?”은혁은 낮게 웃었다. 웃음이 가슴 깊은 데서 울렸다.은혁은 서하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귀여워. 내가 잘해줄게.”서하는 알고 있었다.이럴 때의 은혁은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 부드럽게 달래는 쪽이 훨씬 잘 통했다.그래서 서하는 은혁을 꼭 안고 조심스럽게 말했다.“내일은 안 될까? 다음에... 오늘은 진짜 너무 힘들어.”말끝이 저절로 누그러졌다. 평소의 단정하고 차분한 서하와는 전혀 다른, 힘 빠진 목소리였다.은혁은 그런 서하에게 금세 약해졌다. 마음은 이미 다 풀려 버린 듯했다.게다가 이미 오후에 너무 무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은혁은 서하 이마에 입을 맞췄다.“알겠어. 다음으로 미루자.”그러고는 물었다.“안 졸리면 영화 볼래?”서하가 눈을 깜빡였다.“영화?”“밖에 나가는 거 아니고 집에서.”은혁이 웃으며 덧붙였다.“당신 지금 바로 일어나서 걸을 수는 있겠어?”서하가 바로 은혁을 한 대 툭 쳤다.“누구 때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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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민석이가 잘생기긴 했지.”은혁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잘생긴 게 민석이 잘못은 아니잖아.”서하는 웃으며 말했다.“당신도 잘생겼어. 그런데 당신은 보기만 해도 좀 차갑고, 여자들한테 쉽게 다가가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유민석 씨는 달라. 눈빛부터가 사람 홀리는 느낌이 있어.”민석은 실제로도 꽤 잘생긴 편이었다. 눈매도 부드럽게 휘어져 있어서 더 그렇게 보였다.그래도 서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자, 은혁은 괜히 속이 쓰렸다.“민석이 칭찬하지 마.”서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당신 정말...”그러다 은혁이 문득 물었다.“우리 떨어져 있던 그 삼 년 동안, 외국에서 너한테 들이대는 사람 많았어?”서하는 고개를 저었다.“의외로 없었어. 나 일하는 거 당신도 알잖아. 거의 맨날 연구실에 있었는데, 사람을 만날 일이 얼마나 있었겠어?”“게다가 이한이 데리고 다녔으니까 다들 내가 유부녀인 줄 알았지.”은혁이 낮게 말했다.“그때 내가 거기 가야 했는데.”서하는 그를 보며 되물었다.“당신은?”“뭐가?”“당신 말이야.”서하가 말했다.“우리 떨어져 있던 그 삼 년 동안, 당신한테 들이댄 사람은 없었어?”은혁은 망설이지 않았다.“없었어.”“그럼 마음이 움직인 사람도 없었고?”은혁이 서하를 바라봤다.“당신이 보기엔 그랬을 것 같아?”그러고는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다른 여자한테 마음이 갔으면, 내가 다시 당신을 찾았겠어?”서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일부러 꼬았다.“아, 그러니까 마음 가는 사람이 없어서 다시 나한테 온 거구나?”은혁은 바로 억울해했다.“또 그렇게 말한다.”은혁 목소리가 급해졌다.“내 마음에 당신밖에 없으니까, 다른 여자한테 마음이 안 간 거지.”서하가 빤히 보며 물었다.“진짜야?”“당연하지.”은혁은 서하에게 가볍게 입을 맞췄다.“나는 당신한테 거짓말 안 해.”서하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나중에 당신이 나 속인 거 알게 되면...”서하가 작게 코웃음을 쳤다.“그땐 진짜 절대 안 봐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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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은혁은 말했다.“내가 이미 말했잖아. 나는 다 괜찮다고.”어차피 가족이 함께 살게 되면 집은 단독주택으로 들어가야 했다.둘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기는 어렵겠지만, 단독주택은 넓고 방도 많았다. 문만 닫으면 서로를 방해할 일도 거의 없었다.그래서 은혁은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서하는 원래 결혼을 서두르지 않았다. 조금 더 연애하는 기분을 오래 누리고 싶었다.그런데 구나린과 엄선호가 따로 지내는 모습을 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 급해졌다.서하는 어머니도 안쓰럽고, 엄선호도 안쓰러웠다.두 사람 다 이 나이에 어렵게 다시 만난 건데, 결혼까지 하고도 함께 살지 못한다면 엄선호의 마음이 얼마나 허전하겠는가?그렇다고 이제 와서 결혼 날짜를 앞당길 수도 없었다.은혁은 이미 결혼식 준비를 거의 다 잡아 둔 상태였고, 날짜도 9월로 정해져 있었다.무엇보다 솔직히 말하면, 서하도 결혼을 앞당기고 싶지는 않았다.나중에 서하는 자신을 설득했다.‘석 달 정도만 더 기다리면 되잖아.’그때가 되면 대가족이 한집에서 지낼 수 있을 테고,구나린과 엄선호도 더는 따로 지낼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6월이 되자, 은혁은 해외로 출장 가게 됐다.은혁은 한동안 출장을 거의 가지 않았다. 외국이든 지방이든 처리할 일이 생기면 대개 다른 사람을 보냈다.출장은 곧 아내와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은혁은 그게 정말 싫었다.서하가 매일 밤 자기 집에서 자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쯤은 품에 안을 수 있었다.그런데 출장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하물며 외국이었고, 처리해야 할 일도 까다로웠다. 며칠 만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예전에 3년 동안 떨어져 지냈을 때도 물론 괴로웠다.그래도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았다.이제는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이 속을 후벼 팠다. 밤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을 만큼.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었다.은혁의 어깨에는 그룹 전체를 책임져야 하는 무게가 올라가 있었고, 어떤 일에는 은혁이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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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엄마 친구라고 해서 내가 꼭 좋아해야 해?”이한은 아직 세 살을 조금 넘긴 아이였지만, 말하는 방식이 또렷했고 생각의 흐름도 분명했다. 또래 아이들과는 확실히 다른 구석이 있었다.구나린은 가끔 어린 외손자가 천재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서하는 그저 웃고 넘겼다.무슨 천재까지는 아니고, 그저 또래보다 조금 더 발달이 빠른 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누구를 꼭 좋아해야 한다고 정해 놓은 사람은 없어.”서하가 이한에게 차분히 말했다.“그런데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걸 바로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돼.”이한이 고개를 기울였다.“엄마한테도 안 돼?”“엄마한테는 말해도 돼.”서하가 말했다.“하지만 그 사람한테 직접 말하면 안 돼. 좋아하면 더 자주 보고 더 친하게 지내면 되고, 좋아하지 않으면 예의만 지키면 돼.”이한은 금세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이한은 꽤 똑 부러지는 아이였다. 이유를 알아듣게 설명해 주면 괜히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그러고 보니 서하는 아직 한 번도 이한이 다른 아이들처럼 바닥에 드러눕거나 울며 버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구나린은 늘 그게 다 서하가 아이를 잘 키운 덕이라고 했다.은혁도 비슷한 말을 자주 했다.하지만 서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가 특별히 아이를 엄하게 가르쳤다기보다, 그냥 평소 서하가 생활하는 모습을 아이가 보고 따라온 쪽에 더 가까웠다.아무리 말을 많이 해도, 부모가 직접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 주는 것만 못했다.이한은 늘 속 깊고 의젓했다. 그래서 오늘처럼 채아를 두고 싫다고 말한 일이 서하에게는 더 낯설었다.겉으로는 별말 하지 않았고, 해야 할 이야기도 다 해 줬다.그런데 마음 한쪽이 살짝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밤이 되어 아이가 잠든 뒤, 서하는 그 이야기를 구나린에게 꺼냈다.구나린이 먼저 물었다.“그 친구는 사람 됨됨이가 어때?”서하가 곧바로 말했다.“엄마, 왜 그렇게 물으세요? 제 친구면 당연히 괜찮은 사람이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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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또 한편으로는 아예 말하지 않고 몰래 가서 은혁을 놀라게 해 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구나린은 항공편 허가를 내서 전용기로 보내 줄 수도 있다고 했다.하지만 서하는 그게 더 번거롭게 느껴졌다. 차라리 직접 공항으로 가는 편이 나았다.서하는 핸드폰으로 항공편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때 핸드폰이 한 번 울렸다.화면을 바꿔 보니 채아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음성 파일 하나였다.서하는 별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그리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파일 길이는 길지 않았다. 스무 초 남짓이었다.재생이 끝난 뒤, 방 안은 고요했다.그런데 서하 귀 안쪽에서는 천둥이 연달아 치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릴 만큼.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서하 자신도 몰랐다.정신을 차리고 내려다보니, 핸드폰이 어느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서하는 그것을 주워들었다.채아가 그사이에 메시지를 몇 개 더 보내 놓은 상태였다.[서하야, 이거 내가 어떤 단톡방에서 우연히 본 거야. 누가 올린 건지는 모르겠어.][남자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그런데, 혹시 배 대표 아니야?][이런 건 대체... 어떻게 밖으로 도는 거지?][네가 한번 들어 봐. 배 대표 맞아?]채아의 메시지는 거기서 끝이었다.서하 가슴 한가운데를 누가 바늘로 찌른 것 같았다.그 목소리는 은혁이었다.자기 남자 목소리를... 서하가 어떻게 못 알아듣겠는가?문제는 은혁이 내뱉은 말들과 거친 숨소리였다.분명 누군가와 가장 가까운 때에 나오는 목소리였다.은혁이 자기 위로 몸을 기울일 때 들리던 바로 그 소리.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하 귓가에 닿았던, 너무도 익숙한 숨결이었다.그런데 지금 그 소리... 채아가 보내 온 메시지 안에 들어 있었다.단톡방? 어떤 단톡방에서 저런 파일이 돌고 있단 말인가?게다가 은혁과의 사적인 시간이 담긴 소리가, 어떻게 다른 사람 손에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가능한 건 하나뿐이었다.은혁이 다른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녹음된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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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서하는 세수하고 나왔다.그런데 나오자마자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서하는 화면을 한참 내려다봤다. 몇 초쯤 아무 말 없이 보고 있다가 그제야 전화받았다.[서하야, 그 음성 들었어? 네가 답장이 없어서 좀 걱정됐어. 내가 배 대표를 몇 번 본 적은 있는데, 확신은 안 서서... 그거 진짜 배 대표 목소리 맞아?]서하가 바로 물었다.“그런 걸 왜 단톡방에서 보게 된 거야? 무슨 단톡방인데? 누가 올린 거야?”채아가 서둘러 설명했다.[예전에 내가 술집 갔다가 들어가게 된 단톡방이 있어. 거기 진짜 별사람 다 있거든. 사람도 사오백 명쯤 되고, 나는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오늘 그냥 심심해서 보다 보니까 그 음성이 올라와 있길래 눌러 본 거야. 저장하자마자 상대가 바로 지워 버렸어...]서하는 멍하니 중얼거렸다.“어떻게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가 있지?”채아도 답답한 듯 말했다.[나도 모르겠다니까. 그래서... 그 사람 진짜 배 대표야? 정말 맞아? 그런데 너희 둘 사이에서 나온 그런 소리가, 어떻게 밖으로 돌 수가 있어?]서하는 한참 있다가 겨우 말했다.“그 음성 너도 지워 줘. 더 퍼지면 안 돼. 부탁할게.”채아가 곧바로 대답했다.[절대 안 퍼뜨려. 나도 이미 지웠어. 사실 어떤 남자들은 그런 영상이나 파일 남기는 거 좋아한다는 얘기 들은 적은 있는데, 나는 설마...]서하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건...”하지만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자.”채아도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알겠어. 그래도 너무 화내지 말고.]서하는 힘없이 말했다.“안 그래. 별일 없으면 나 먼저 끊을게.”전화를 끊고 나서도, 서하는 핸드폰을 손에 쥔 채 한참 움직이지 못했다.녹음 파일 하나만 가지고 은혁에게 바로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어쩌면 너무 성급한 일일 수도 있었다.그런데 그 목소리는 분명히 은혁이었다.백 번을 들어도 헷갈릴 수 없는 목소리였다.서하는 얼마나 멍하니 있었는지도 몰랐다.한참 뒤, 채아가 보낸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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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아직 안 잤어? 나... 나 변호사님한테 좀 여쭤볼 게 있어서. 동료 일인데, 상담 좀 하려고.]소진은 별생각 없이 말했다.“아, 그래서 그랬구나. 근데 목소리 왜 그래? 꼭 울다가 전화한 사람 같아.”서하는 재빨리 코를 훌쩍였다.[아니야. 요 며칠 비염이 심해져서 그래.]“그래? 알겠어. 그럼 선우랑 얘기해.”소진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선우가 핸드폰을 넘겨받고 물었다.“서하 씨, 무슨 일이세요?”서하는 곧장 말했다.[적당한 핑계 하나 대고 안방에서 나와 주세요. 변호사님께 따로 드릴 말씀이 있어요.]선우는 바로 뜻을 알아들었다.“알겠습니다. 우선 동료분은 남자분인가요, 여자분인가요?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도 먼저 말씀해 주세요.”그러고는 소진을 돌아봤다.“서재 좀 다녀올게. 적어 둘 게 있어서.”소진은 선우의 평소 습관을 잘 알기에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가.”선우가 서재로 들어간 뒤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서하 씨, 무슨 일입니까?”서하는 천천히 말했다.[친구한테 음성 파일 하나를 받았어요.]서하는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설명했다.마지막에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그 목소리는 분명 은혁 씨 목소리예요. 그리고 저도 확실히 알아요. 저하고 은혁 씨가 같이 있을 때는 녹음 같은 거 한 적 없어요.]선우는 잠깐 정리하듯 침묵하다가 말했다.“배 대표님은 바람을 피웠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은데, 저런 음성이 있으니 정확히 무슨 일인지 확인해 달라는 말씀이죠?”[네.]서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부탁드릴게요.]선우는 곧바로 실무적인 질문으로 넘어갔다.[그 친구분 연락처부터 보내 주세요. 그리고 최근에 그분을 만난 날짜, 장소, 그때 있었던 일도 최대한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서하는 조금 의아했다.[제 친구랑은 상관없는 거 아닌가요?]선우는 담담하게 답했다.[직업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하 씨가 저한테 이 일을 확인해 달라고 맡기신 이상, 관련된 사람은 전부 가능성을 열어 두고 봐야 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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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사실 이런 이야기는 전에 이미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그래도 서하가 다시 묻는다면, 구나린이 마다할 리 없었다.“네 아빠는 정말 다정한 사람이었어. 아주 많이.”서하가 조용히 물었다.“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차갑다고 했잖아요.”구나린은 옅게 웃었다.“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나한테만 다정했던 것 같아.”구나린의 목소리는 천천히 지난 시간을 더듬어 갔다.“그때는 참 좋았어.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아무것도 안 해도 좋았어.”구나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말했다.“서하야, 지금 나는 엄 시장이랑 함께 있고, 그 사람도 나를 아껴 줘.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네 아빠랑 함께 있던 그 시절의 두근거림까지 다시 돌아오진 않더라.”구나린은 멀리 있는 무언가를 바라보듯 중얼거렸다.“그 나이였으니까 가능했던 거겠지. 그렇게 젊고 눈부시고 뜨거웠던 그 시절의 열기와 반짝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아 있어.”구나린은 오래도록 말을 이었다.그 남자 이야기가 나오면, 늘 할 말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했다.서하는 차마 물을 수 없었다.남자라는 존재는 결국 누구든 한 번쯤은 다른 데로 흔들릴 수 있는 건지.엄마에게는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없었다.구나린이 겪어 온 건, 적어도 서하 눈에는 아름다운 기억들이었다.서하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에 없었지만, 지금은 엄선호가 구나린을 아끼고 있었다.게다가 이 나이까지 돌고 돌아 어렵게 만난 사이였다. 엄선호가 다른 데로 눈을 돌릴 거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서하는 구나린이 들려주는 지난날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안에 남아 있는 행복을 느꼈다.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건, 참 귀한 일이었다.그런데 자신은...자신에게는 그런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 걸까?선우에게서 언제 연락이 올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분명한 답이 나오기 전까지, 서하는 불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은혁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눈앞에 놓인 사실이 자꾸만 서하의 생각을 자꾸 이상한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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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서하가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이 알게 된 지도 벌써 오 년이 거의 다 되어 갔다.서하는 연구원에서 일할 때, 원래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에 끼는 성격도 아니었고, 먼저 다가가 말을 붙이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꽤 오래 다녔는데도 쉽게 가까워진 사람은 없었다.무엇보다 연구원에는 여자가 많지 않았다.나중에 먼저 다가온 쪽은 채아였다. 같이 밥도 먹고, 같이 일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관계도 차츰 가까워졌다.서하는 겉으로는 늘 차가워 보였지만, 속은 아주 진심인 사람이었다.한번 자기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면, 그다음부터는 상대에게 정말 잘했다.누가 자기한테 하나를 베풀면, 서하는 열을 갚아 주고 싶어 하는 쪽이었다.게다가 그 무렵 채아도 서하에게는 정말 잘했다.밥은 챙겨 먹었는지 묻고, 작은 간식도 챙겨 주고, 은혁과 레나 문제로는 자기 일처럼 분해하기도 했다.예전 일을 하나하나 떠올릴수록, 서하는 더 알 수 없었다.채아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그때 서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내려다보니 선우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짧은 메시지도 함께였다.[강채아 씨 연락처 목록입니다. 혹시 아는 이름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두 사람에게는 겹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연구원 동료였다.서하는 사진을 열어,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그러다가 한 이름에서 손이 멈췄다.여기 있으면 안 되는 이름이었다.레나.‘민레나?’서하는 눈을 가늘게 떴다.‘채아가 민레나를 안다고?’물론 채아는 레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을 서하가 직접 말한 적이 있었으니까.하지만 그 정도와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는 사이라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두 사람은 원래 모르는 사이여야 했다.‘그런데 왜 연락처 목록에 레나가 들어가 있지?’하지만 서하도 이 일에 레나가 얽혀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묘하게 이어지기 시작했다.서하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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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뭐?”채아는 그 자리에서 크게 흔들렸다.“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나 진짜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서하는 더는 감정도 섞지 않았다.“그만해.”서하는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이제 와서 모르는 척하지 마. 그냥 하나만 알고 싶어. 왜 그랬어?”채아는 입술만 달싹였다.“나는 안 그랬...”서하가 말을 잘랐다.“증거를 네 눈앞에 다 꺼내 줘야 해?”서하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인터넷으로 도청 장비 산 기록도 있고, 네가 그 장비를 내 가방에 넣는 장면 찍힌 CCTV도 있어. 원하면 지금 보여 줄 수도 있어.”채아의 얼굴이 한순간에 하얗게 질렸다.서하가 말했다.“그래도 말 안 하면, 그다음은 경찰한테 넘길 수밖에 없어.”“안 돼!”채아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목소리가 이미 갈라져 있었다.“서하야, 안 돼. 나는, 나는...”서하는 여전히 서두르지 않았다.“시간은 있어. 천천히 말해.”서하가 채아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러니까 말해봐. 왜 그런 짓을 했는지.”채아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서하가 씁쓸하게 웃었다.“적어도 내가 너한테는 잘했다고 생각했어. 연구원에 있을 때도 그랬고. 네가 맡은 일 감당 못 하면 내가 대신 마무리해 줬고, 네가 마음에 든다고 한 물건 있으면 그냥 주기도 했어.”서하는 말을 이었다.“넌 늘 우리를 친구라고 했지. 그런데 친구한테 그렇게 해?”채아 눈가에 물기가 차올랐다.“그런 거 아니야...”그러더니 갑자기 쏟아 내듯 말했다.“진짜 나를 친구로 생각한 적 있어?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아래로 내려다봤어.”서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내가 언제 너를 내려다봤는데?”채아는 붉어진 눈으로 서하를 노려봤다.“네가 언제 나를 제대로 본 적은 있었어? 너는 나를 친구로 둔 게 아니라, 그냥 만만한 사람 하나 옆에 두고 있었던 거야.”서하는 더 어이가 없었다.채아가 거칠게 말을 이었다.“내가 못 끝낸 일들 있잖아. 그건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였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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