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윤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채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회장님, 채아는 아마 방이 너무 예뻐서 한번 구경하려다가 들어간 걸 겁니다. 그래도 빨리 나온 것 같으니 용서해 주세요.”박도윤은 문채아을 대신해 용서를 빌고 있었다.하지만 그 말로 인해 사람들은 강지유가 한 말이 맞다고, 문채아가 금기의 방에 발을 들인 게 맞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문채아는 박도윤의 말을 들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한기가 점차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그래, 네가 쉽게 바뀔 사람이 아니지. 애초에 여기로 온 것도 강지유를 도와 이딴 증언이나 하려고 온 것일 거고.’문채아는 이제야 박도윤과 마주쳤을 때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그녀가 도우미 때문에 억지로 방에 들어가게 된 걸 박도윤이 가만히 보고 있었던 이유는 이미 강지유의 계획을 알고 있었기 때문임이 분명했다.문채아는 박도윤에게 배신당한 것이 이제는 놀랍지도 않았다.박도윤은 조롱 섞인 얼굴이었다가 점차 표정을 지워가는 문채아를 바라보며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피라도 볼 생각인 사람처럼 힘을 미친 듯이 세게 쥐었다.반대로 양현주는 매우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도우미와 강지유, 그리고 이제는 박도윤까지 나서서 문채아가 방에 들어간 것을 봤다고 증언했으니까.“채아야, 방이 예뻐서 구경하고 싶었던 건 이해해. 하지만 허락도 없이 들어가면 안 되지. 너, 여기가 누구 방인 줄 알아? 재혁이, 즉, 네 남편의 어머니가 썼던 방이야. 수연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된 뒤로 이 방에는 네 시아버지밖에 들어간 적이 없어. 왜인 줄 알아? 수연이의 숨결이 담긴 이 방을 있는 그대로 보존해 두고 싶었으니까. 수연이가 이 방에서 안락함을 느꼈으면 했으니까. 그래서 아줌마 손도 빌리지 않고 매번 직접 청소하셨어. 그런데 그런 방에 네가 들어가 버린 거야.”양현주는 짙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너 때문에 깜짝 놀란 수연이가 이 집을 떠나버리기라도 했으면... 하아, 오늘 같은 날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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