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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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그런데 그때, 강재혁이 문채아의 손을 잡으며 그녀를 제지했다. 그러고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강지유 말이 맞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어머니 방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랐어요. 어머니에게 아버지라는 인간이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강의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니야. 나는 그런 뜻으로 수연이 방을 남겨둔 게...”“강의준 씨.”강재혁은 강의준의 말을 단호하게 잘라버리며 한층 더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당신이 그간 어머니 영혼을 이 방에 가둬두려고 스님부터 무당까지 안 부른 사람이 없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당신의 자기만족 때문이지 어머니를 위하는 일은 아니었어요. 당신 곁이 싫다고 자살까지 한 어머니를 억지로 곁에 두는 건 사랑이 아니라 고문이죠. 당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억지로 보게 한 셈이니까.”그래서 강재혁은 할 수만 있다면 이수연의 방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 그래야 어머니가 자유로워질 테니까.“당신의 같잖은 감성팔이와 후회로 우리 엄마 윤회길 막는 짓, 그만둬. 역겹고 토만 나오니까.”강의준은 강재혁의 말에 휘청거리다 벽에 쿵 하고 부딪혔다. 다행히 친척들이 바로 곁에 있어 쓰러지지는 않게 막을 수 있었다.강의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새치가 유독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았다.강재혁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시선을 돌려 아까부터 줄곧 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던 도우미를 바라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줌마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압니다. 보나 마나 이 중에 있는 누군가에게 약점이라도 잡혀버린 거겠죠. 그래서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짐을 싸서 이 제원시를 떠나세요. 그리고 오늘부로 다른 입주 도우미들도 전부 해고할 겁니다.”도우미는 변명의 기회조차 안 주는 강재혁의 말에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얼굴로 털썩 주저앉았다.강재혁의 말처럼 양현주는 실제로 도우미의 약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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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그리고 박도윤은 안색을 확 바꾸며 얼른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강재혁 씨, 미쳤습니까?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죠!”두 그룹의 협력은 서로에게 이득밖에 없었기에 굳이 계약을 파기할 이유가 없었다.물론 처음에는 강지유의 일방적인 권유로 진행해 왔던 프로젝트고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박도윤의 노력으로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되기도 했고 이미 절반이나 진행됐다.그러니 지금에 와서 계약을 파기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두 회사에 큰 타격이 가는 일이기도 하고 또 박도윤의 지난 1년간의 노력을 전부 다 수포로 돌리는 일이기도 했으니까.박도윤은 재호 그룹과의 프로젝트 때문에 몇 번이나 속 쓰림에 시달려야 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었다.그런데 그렇게도 공을 들였던 프로젝트를 강재혁이 고작 문채아 하나 때문에 전부 다 엎겠다고 들었다.‘지금 나더러 그 말에 납득하라고!?’박도윤이 주먹을 꽉 말아쥐며 말했다.“채아 일 때문에 화난 거 압니다. 하지만 재호 그룹의 대표씩이나 되는 분이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려야 어디 되겠습니까?”“왜 안 되지?”강재혁이 덤덤한 눈빛으로 박도윤을 바라보았다.“내 사람이, 그것도 내 아내가 괴롭힘당했는데 내가 이 정도도 안 할 줄 알았어?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나는.”“...”너무나도 당당한 말에 박도윤은 이를 꽉 깨물었고 강지유는 화병 나기 일보 직전인 사람처럼 이마를 턱 짚었다.강재혁이 없는 틈을 타 문채아에게 제대로 복수할 생각이었는데 그 결과, 양현주는 도우미를 잃게 되는 벌을 받게 되었고 박도윤은 공들였던 프로젝트를 전부 잃게 생겼다.강지유는 더는 못 참겠던지 강재혁을 바라보며 외쳤다.“야, 네가 회사 대표인 건 맞지만 회사 주인이 너인 건 아니지. 회장은 아빠니까 아빠가...”“참, 너는 병원으로 돌아갈 필요 없어. 강씨 가문의 산하 병원에 너를 블랙리스트에 넣으라는 통보를 내릴 거니까.”강재혁은 아주 가볍게 강지유를 제압한 후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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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아무리 강씨 가문이 제원시에서 제일 큰 가문이라고 해도, 아무리 강재혁이 재호 그룹의 실질적 총수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버리면 재호 그룹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그리고 해정 그룹도 분명 가만히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을 테고 말이다.박도윤은 겉모습만 신사지 안 해본 더러운 짓이 없는 사람이었다.그래서 문채아는 자신 때문에 강재혁이 행여라도 불필요한 손해를 보게 될까 봐 걱정됐다. 일이 그렇게 흘러가게 내버려두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하지만 강재혁은 그녀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한 채 운전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아무도 없는 골목으로 차를 돌렸다.이에 문채아가 어리둥절해하며 어디로 갈 거냐고 물으려는데 차를 세운 강재혁이 물어볼 틈도 주지 않고 곧장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뜨겁고 커다란 손이 익숙하게 자리를 잡으며 문채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꼭 이대로 그녀의 몸을 전부 녹여버릴 듯한 열기였다.문채아는 강재혁에게 안긴 것이 처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안기는 것처럼 머리가 하얘지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강재혁을 밀어내려는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 방에서는 어떻게 탈출한 거야?”강재혁은 양현주와 강지유의 태도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들이 문채아를 그 방에 가둬 놓았다는 것을.하지만 문을 열었을 때 그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했다.그렇다는 건 문채아가 그가 알면 완전히 이성을 놓아버릴 만한 행동을 했다는 뜻이었다.문채아는 강재혁에게 숨길 생각 따위 없었기에 안긴 채로 순순히 답해주었다.“재혁 씨 어머님 방 베란다에서 나와 벽을 타고 바로 옆방인 화장실로 도망갔어요.”당시 도우미에 의해 방에 갇혀버린 문채아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곧장 베란다로 향했다. 그러고는 사람들이 올라오는 시간을 이용해 천천히 벽을 타고 화장실에 도착했다.강재혁은 자신의 추측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그녀의 말에 머리가 다 지끈해 났다.“만약 발을 헛디뎌서 떨어지기라고 했으면 너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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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강재혁의 인생은 순탄치 않은 편이었다. 어린 나이에 납치당해 기억을 잃은 것도 모자라 가문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어머니가 죽었다는 소식부터 듣게 됐으니까.그래서 그는 고생 끝에 얻은 달콤한 사탕 같은 문채아를 잃을 수 없었다. 만약 그녀까지 잃어버리면 그때는 정말 완전히 미쳐버릴지도 몰랐다.문채아는 강재혁의 눈동자에 가득 어린 연약함을 보며 깊이 반성했다. 감정적으로 이렇게까지 세게 흔들리는 강재혁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미안해요... 앞으로는 재혁 씨 곤란하게 만드는 일 없게 할게요. 더 조심할게요. 그러니까 이만 화 풀어줘요.”강재혁이 멈칫했다.“내가 지금 너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겪게 돼서 화를 내는 거라고 생각해?”“재혁 씨는 주변 사람이 다치는 걸 원치 않는 아주 좋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렇게 화내는 거잖아요.”문채아는 자신이 강재혁을 위해 망설임 없이 베란다로 향한 것처럼 강재혁 역시 그녀를 향해 똑같은 마음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다.계약 결혼이라는 배에 함께 올라탄 파트너를 위하는 그런 마음 말이다.강재혁은 문채아를 빤히 바라본 채 한참을 침묵하다 뭔가가 마음에 안 드는 듯 혀를 한번 찼다. 그러고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런 거로 해. 앞으로는 내가 곤란해하지 않게 위험한 일 하지 마.”“네, 그럴게요.”문채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재혁 씨... 뭐가 됐든 어머님 방에 들어가 버린 건 맞는데, 정말 괜찮아요?”“그 인간 앞에서 했던 말 다 진심이야. 그리고 애초에 어머니의 영혼이 계속 그 방에 머물러있다는 걸 믿지도 않았고.”그래서 강재혁은 본가로 돌아가야만 하는 일이 생겼을 때도 이수연의 방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무당까지 청해 이수연의 영혼을 곁에 묶어두려 했던 강의준과 달리 그는 어머니가 하루라도 빨리 윤회해서 다음 생에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강재혁은 문채아의 머리를 귀 뒤로 넘겨준 후 다시금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아예 얼굴 전체를 문채아의 목 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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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혹시 내가 재혁 씨 트라우마를 건드려버린 거예요?”문채아는 그제야 이수연이 몸을 던진 곳이 바로 그 베란다였다는 것을 떠올렸다.그러니 아무리 그녀가 죽을 생각 따위 없었고 또 무사히 화장실로 잘 넘어갔다고 해도 강재혁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덮어두고 있던 상처가 후벼 파지는 기분이었을 테니까.강재혁은 그녀의 질문에 시선을 내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머니가 투신했을 때 그 자리에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꿈속에서 몇 번이나 그 상황을 멋대로 떠올려 봤었어.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본 적도 없는 장면을 마치 정말 본 것처럼 되어버리더라.”“나, 나는 정말 재혁 씨 마음 아프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문채아가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죄책감이 마구 솟구쳤다.“다음부터는 그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도 절대 위험한 짓 하지 않을게요. 최대한 안전하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게요! 오늘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까 벌로 내 손바닥 한 대 쳐요.”어릴 때, 잘못을 저지르면 늘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았었기에 문채아는 진지하게 말하며 두 손을 내밀었다.때리라고 내밀기는 했지만 진짜로 맞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강재혁이 그녀를 때릴 리가 없었으니까.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강재혁이 정말 때리려는 듯 손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이었다.“사, 살살 때려줘요.”깜짝 놀란 문채아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정말 맞게 될 줄은 몰랐지만 그녀를 한 대 때리는 거로 강재혁의 기분이 풀린다면 그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통증이 찾아오지 않았다. 그저 새끼손가락이 살짝 당겨지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안전하게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으면 그때는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반드시 네 곁으로 갈 테니까.”강재혁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때리는 건 안 해. 대신 네가 정 사과하고 싶다면 약속해. 내 말대로 하겠다고.”약속이라는 건 생각보다 힘이 강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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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대표님, 밖에 박도윤이라는 분이 찾아오셨어요.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시는데 안으로 들일까요?”그때 심영자가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애매하게 달아올랐던 공기가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문채아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는 얼른 강재혁의 손을 뿌리쳤다.‘진짜 죽는 줄 알았네...’그녀는 조금 전, 이대로 심장이 고장 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정말 말 그대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으니까.만약 심영자가 아니었으면 그녀는 아마 분위기에 휩쓸린 채 정말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간신히 평정심을 되찾은 문채아와 달리 강재혁의 얼굴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텅 비어버린 자신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참 뒤에야 다시 고개를 들며 물었다.“내가 박도윤을 집으로 들였으면 좋겠어?”강재혁은 박도윤이 그가 아닌 문채아를 보러 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하지만 문채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프로젝트가 취소된 것 때문에 왔을 거예요. 회사 일이니까 박도윤을 들일지 말지는 재혁 씨가 알아서 결정해요. 어차피 나는 박도윤이 안으로 들어오면 작업실로 가 있을 거니까.”강재혁은 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문채아를 빤히 바라보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 다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표정을 조금 풀었다.“일 때문인 거면 따로 미팅을 잡으라 하고 회사에 볼 거야. 우리 집에 불필요한 사람을 들이고 싶지 않아.”“그렇게 해요.”문채아도 웃으며 동의했다.‘거짓 증언을 해서 나를 몰아세운 벌은 받아야지.’심영자는 강재혁의 지시를 받은 후 얼른 밖으로 나가 박도윤에게 말을 전했다. 그러고는 이만 가보라며 거의 쫓아내듯 그를 돌려보냈다.다시 둘만 남게 된 후, 강재혁은 소파에 앉은 채 또다시 문채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똘망한 눈도 그렇고 예쁘게 올라간 입꼬리도 그렇고, 문채아는 어디 한 곳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그래서일까, 강재혁은 다시금 문채아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채아야, 너 아직 내 질문에 대답 안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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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문채아가 속으로 양현주를 욕하고 있을 때, 강재혁은 아무 말 없이 다시금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잠시 후.박도윤을 내쫓은 지 30분도 안 돼, 또다시 벨 소리가 울리고 손님이 찾아왔다.다만 이번에는 불청객이 아닌 주연우와 이무현이었다.약속하고 함께 찾아온 것은 아니었고 우연히 같은 시간에 왔다가 문 앞에서 마주친 것이었다.그 증거로 두 사람은 심영자의 안내를 받고 들어왔을 때 서로를 투명 인간 취급하며 거리도 필요 이상으로 두고 있었다.아마 부부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물론 강재혁과 문채아는 두 사람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연우야, 마당 구경 안 할래? 그네도 있어.”문채아는 거실을 강재혁과 이무현에게 양보할 생각으로 그렇게 말하며 주연우의 손을 잡았다. 마침 주연우도 이무현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기에 흔쾌히 알겠다고 하며 문채아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하지만 예쁜 마당과 그네를 보고도 주연우는 별다른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야 지금은 감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주연우는 문채아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며 물었다.“채아 너, 괜찮아? 오늘 강씨 가문 본가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들었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지만.”이무현도 이것 때문에 강재혁을 찾아왔을 게 분명했다.주연우와 이무현은 서로에 대한 감정 면에서는 서툴고 좀처럼 맞는 구석이 없었지만 친구를 걱정하는 일에서만큼은 생각하는 게 똑같았다. 바로 행동에 옮기는 것도 똑같았고 말이다.문채아는 그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난 괜찮아. 다행히 무사히 일이 잘 해결됐어. 한 방 먹여주기도 했고.”“진짜야? 그럼 다행이고.”주연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이내 장난기 가득 어린 표정을 지었다.“하긴, 강재혁 씨가 곁에 딱 붙어서 지켜주는데 감히 누가 너를 건드릴 수 있겠어?”“...”맞는 말이긴 했지만 문채아는 평소처럼 웃어넘길 수 없었다. 간신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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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다정이가 2년 동안 힘들게 살았더니 성격이 많이 변했어. 지난 2년간 내가 해외로 찾아가 자주 만났다는 말도 거짓말이고 애초에 헤어진 적 없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야. 다정이와는 헤어진 뒤로 한 번도 만난 적 없었어. 연락도 주고받은 적 없었고. 이번에 함께 귀국한 건 출장지에서 다정이를 우연히 만났기 때문이야. 몸이 안 좋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여기로 데리고 왔어.”“다정이가 쓸데없는 말로 네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거 알아. 그것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는 것도 알고. 그 일에 관해서는 내가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확실히 얘기해 뒀어. 그러니까 이만 용서해 줬으면 해.”“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나는 다정이를 모른 척할 수 없어. 형이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혼사는 차남인 나한테 넘어오게 됐고 그것 때문에 다정이는 억지로 해외로 가야만 했어. 부모님이 강제로 보내버렸거든. 그래서 마음의 병이 더 커졌나 봐. 하긴, 아무런 친인척도 없는 땅에서 혼자 있으려니 외롭고 또 쓸쓸했겠지. 나는 다정이가 그런 일을 겪은 게 다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적어도 다정이의 병이 완전히 다 나을 때까지는 내가 곁에서 보살펴 주고 싶어. 그래야 마음이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아.”2년 전의 정략결혼에는 주연우의 책임도 존재했다.그래서 이무현이 하는 말이 주연우에게는 ‘너도 양심이 있으면 다정이가 실수한 건 이만 덮어두고 없었던 일로 해.’라고 들렸다.주연우는 5시간을 기다린 끝에 듣게 된 답변이 이런 것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그렇게도 죄책감이 큰 거면 그냥 나랑 이혼하고 연다정을 평생 보살피면서 살지 그래? 마음이 편해지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이무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다정이와 나는 이미 2년 전에 끝난 사이야. 다시 함께 할 일 없어. 그리고 정략결혼이 애들 장난은 아니잖아. 두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나는 이혼 안 해. 물론 너도 마찬가지겠지만.”이무현의 말에 주연우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남편이 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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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아무리 그녀가 연상이라고 해도 일방적으로 포용하고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문채아는 주연우의 단호한 태도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하지 마. 그리고 어쨌거나 대화한 건 잘했어. 적어도 이무현과 연다정 사이가 완전히 끊어졌다는 건 알아냈잖아. 연다정이 너희 사이에 낄 일은 없을 테니까 이혼 얘기는 다시 제대로 고민해 본 뒤에 결정하는 거로 해. 급할 거 없으니까.”“응, 두 사람이 다시 눈이 맞지 않는 한 이혼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주연우는 하늘을 빤히 바라보다가 갑자기 쓰게 웃으며 다시금 입을 열었다.“채아야, 이럴 때는 솔직히 네가 부러워. 너랑 강재혁 씨는 이런 감정적인 문제로 불편해질 일 없잖아.”“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아...”문채아는 기어갈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이내 큰 결심을 한 듯 주연우에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이건 너한테만 하는 얘긴데, 나 요즘 자꾸 재혁 씨한테 설레... 물론 나도 알아! 이러면 안 된다는 거. 내 입으로 더 이상 사랑 같은 거 안 하겠다고, 꿈에만 집중하겠다 해놓고 이런 말이나 꺼내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웃기고 그래. 그리고 박도윤이랑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이기도 하고.”문채아는 박도윤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이무현 때문에 축 늘어져 있던 주연우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벌떡 일어나며 눈을 반짝였다. 자신이 밀고 있던 두 남녀에게 드디어 불씨가 싹 튼 것 같았으니까.“채아야, 그건 잘된 일이지!”주연우는 문채아의 손을 잡으며 아래위로 힘껏 흔들었다.“너랑 강재혁 씨는 지금 부부야. 법이 인정한 부부라고. 아내가 남편에게 설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왜 혼란스러워해! 그리고 헤어진 지 얼마 안 되면 설레지 말아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 이상한 거에 휘둘리지 말고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강재혁 씨는 박도윤이랑 달리 널 있는 그대로 봐주고 네 꿈도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며. 그럼 네가 원래 나아가려 했던 길에서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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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그 시각 거실 안.이무현은 마치 신기한 동물을 관찰하듯 강재혁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형, 오늘 본가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하던데 괜찮은 거지? 형이 그 사람들한테 순순히 당해줄 리는 없으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는데... 왜 안색이 안 좋지? 꼭 엄청 괴로운 일을 혼자 다 쥐고 있는 것 같아. 왜 그래? 설마 진짜 본가 사람들한테 당한 거야?”이무현은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듯한 강재혁의 표정에 집으로 들어오기 전 주연우와 있었던 불쾌한 일도 잠깐 잊었다.주연우와 싸우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강재혁이 이런 표정을 짓는 건 매우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까.그러니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강재혁은 이무현을 보지 않고도 그가 지금 얼마나 흥미진진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마음 한구석에 계속 담고 있어서는 일이 해결되지 않기에 일단 털어놓기로 했다.“아까 채아한테 내 마음을 고백하기까지 딱 한 걸음 남았는데 너희 전에 온 손님 때문에 대화가 끊어져 버렸어. 그래서 손님을 돌려보내고 다시 그 말을 꺼냈는데 채아가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얼굴로 화제를 돌려버렸어.”강재혁은 문채아가 쑥스러워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싫어서 그런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래서 아까부터 줄곧 고민에 고민을 더해가고 있었다.이무현은 강재혁의 말을 듣더니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혼인 신고한 지 얼마나 됐다고, 왜 이렇게 빨리 고백하려고 해? 언제는 천천히 다가가겠다며? 갑자기 생각을 바꾼 이유가 뭐야?”“천천히 다가갔다가는 너랑 주연우처럼 될까 봐. 나는 결혼 생활을 엉망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 없거든.”강재혁은 덤덤한 얼굴로 대뜸 이무현에게 공격을 날렸다.갑작스러운 공격에 이무현은 벙찐 채 가만히 있다가 한참 뒤에야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나랑 주연우 사이가 안 좋은 건 맞지만 적어도 우리는 3년만 살고 금방 헤어질 시한폭탄 부부는 아니야.”“확실해?”강재혁이 차를 따르며 물었다.“너랑 주연우도 곧 3년이 다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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