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공기는 폭풍 전야의 바다처럼 뒤틀렸다.문채아와 강재혁의 혼인이 기정사실로 되자 누군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강의준 곁에 서 있던 양현주가 마치 집안의 앞날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채아 씨, 재혁이가 그렇게 두둔해 주니 기분 좋은 건 알겠어요. 하지만 친부자 사이가 채아 씨 때문에 갈라지는 걸 보면서도 그렇게 웃고 있으니... 참 안타깝네요. 옛말에도 있잖아요. 며느리를 잘 들여야 한다고... 강씨 가문에 들어온 지 이제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집안을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어요?”양현주는 겉으로는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말끝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결국 그녀의 말은 ‘문채아는 현모양처와는 거리가 먼 여자, 집안을 들쑤시는 문제투성이’라는 비난이나 다름없었다.기다렸다는 듯 강지유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눈빛에서 독기가 번뜩였다.오늘 기자회견이 뒤집히는 동안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문채아에게 쏠렸고 정작 그녀는 아무 이득도 못 본 채 망신만 당했다. 속이 뒤집히지 않을 리 없었다.아버지가 나서서 문채아를 몰아낼 줄 알았을 때만 해도, 이제야 판을 뒤집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불과 몇 초도 안 돼 늘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던 강재혁이 단호하게 문채아 편에 서서 그녀를 지켜냈다.‘강재혁이? 해가 서쪽에서 뜬 것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감정적으로 움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강재혁이 놀라울 정도로 멋져 보였다. 그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존재라는 사실과는 별개였다.그러나 문채아가 조금이라도 웃는 모습을 보는 것조차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양현주가 나서서 문채아를 몰아세우자, 강지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래, 엄마, 잘하고 있어요! 문채아를 우리 집안을 어지럽히는 고약한 여자로 몰고 가요! 문채아! 아빠를 넘어섰다고 해도 엄마라는 벽은 절대로 못 넘을 거다. 새언니 자리? 웃기지 마.’강지유의 시선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문채아가 무너질 차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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