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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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새... 새언니?”순간 떠들썩하던 기자회견장은 얼어붙은 듯 고요해졌다.방금까지만 해도 문채아를 향해 독설을 퍼붓고 계란이라도 던질 기세였던 팬들과 기자들조차 멍하니 굳어 버렸다.강지유는 피해자 행세로 무대에 올라 눈물로 여론을 끌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문채아의 폭탄 같은 한마디에 그대로 굳었다.“새언니? 문채아, 너 제정신이야?”강지유는 악에 받친 듯 무대로 뛰어올라 고함쳤다.“우리 오빠가 너랑 결혼했다고? 준혁 오빠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너 같은 애를 좋아해? 지금 우리 오빠가 해외에 있다고 허튼소리 하는 모양인데, 내가 널 가만둘 것 같아?”강지유는 말이 끝나자 곧장 손을 들어 문채아의 뺨을 올려 치려 했다.그러나 문채아는 단번에 강지유의 손목을 낚아채고 그대로 밀쳐냈다.그러고는 차갑게 쏘아붙였다.“강지유, 맞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야! 내가 분명히 네 새언니라고 했지? 강씨 가문에 아들이 강준혁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내 남편은 네 친오빠 강준혁이 아니라 강씨 가문 장손 강재혁 대표야. 우리 재혁 씨야말로 지금 재호 그룹 대표이사잖아.”“...”순간, 회장은 숨조차 멎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문채아가 강재혁의 아내라는 뜻인가? 둘이 결혼했다고?’“문채아, 그만해!”이번에는 박도윤이 단숨에 무대로 올라왔다. 언제나 온화하던 얼굴에 그림자가 검게 드리워져 있었다.“너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았어. 그러니 지유의 새언니도 아니야. 변명하려거든 그럴듯한 이유를 대. 이런 황당한 거짓말로 기자회견을 흔들 수는 없어.”그의 눈에는 태어나 처음으로 분노가 가득했다.박도윤의 말에 강지유도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마치 문채아의 속내를 읽은 듯 비웃었다.‘역시 이 모든 건 카메라 앞에서 모든 걸 떠안기 싫어서 준비한 쇼였어. 약속을 무력화시키고 계속 박씨 가문에 남아 도윤이 곁에 있고 싶어서 저런 말을 꾸며낸 거지.’강지유는 여유롭게 웃더니,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돌연 박도윤의 뺨에 입을 맞췄다.“문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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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문채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도윤의 말이 끝나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고 비단처럼 빛나는 검은 머리카락이 반쯤 얼굴을 덮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박도윤은 그 침묵을 묵인으로 받아들였고 객석에서도 안도 섞인 웃음이 터졌다.“허풍만 치더니 결국 꼬리 내렸네.”“강재혁 대표와 결혼했다고? 그런 말로 회견 망치려다 들통난 거지.”비웃음이 퍼지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그 순간 짧은 한숨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렸다.문채아가 고개를 들었다.하지만 모두가 예상하던 사과는 없었고 오히려 더 차갑고 날 선 조롱이 이어졌다.“박도윤, 넌 어떻게 그렇게 무지하면서도 자신감은 넘칠 수 있는 거야?”문채아의 시선이 곧장 박도윤에게 꽂혔다.“재혁 씨와 내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못 받아들이고 헛소리를 늘어놓은 사람은 너야. 정작 재혁 씨는 항상 내 앞에서 겸손하고 예의 있는 모습만 보였어.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지적질이야? 너랑 나는 사적으로 얘기할 것도 없는 사이야. 넌 그저 우리 엄마와 재혼한 남자의 아들일 뿐이라고. 그리고 난 이미 네 약혼녀의 새언니야. 우리가 따로 만날 이유가 없잖아? 안 그러면 또 자의식 과잉으로 내가 널 좋아한다고 착각, 아니 망상에 빠지면 나만 귀찮아지잖아? 네 한마디에 우리 아가씨는 발작하듯 난리 치면서 내가 널 꼬셨다고 떠들 테니까.문채아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하자, 웅성거리던 소리가 뚝 끊겼다.방금의 침묵은 항복이 아니라 너무 어이가 없어 잠시 말문이 막혔던 것임을 모두가 깨닫기 시작했다.박도윤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는 이를 악문 채 품에 안고 있던 강지유를 밀어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문채아, 곧 들통날 거짓말을 언제까지 이어갈 거야! 좋아,끝까지 간다는 거지? 강재혁 대표와 결혼했다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증거 대봐!”“증거? 당연히 있지.”문채아는 손목의 시계를 고쳐 차더니 양팔을 가볍게 벌렸다.“첫째, 내가 입은 이 인간문화재 명장이 직접 만든 비단 드레스는 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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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그녀는 무대 위에서 손을 뻗어 박도윤과 강지유를 겨냥했다.문채아와 강재혁이 혼인신고를 마친 건 이미 보름 전의 일이었다. 그 시점은 온라인에서 소문이 퍼지기 훨씬 전이었다.문채아의 발언이 끝나자 객석에서 술렁임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 목소리를 높였다.“그러면 보름 전에 이미 새언니였다는 거잖아? 그런데도 박도윤 씨랑 강지유 씨는 뻔히 알면서 온라인에서 헛소리를 퍼뜨렸단 말이지. 그건 문채아만 해치려던 게 아니라, 강재혁 씨까지 끌어내리려는 모략이잖아!”순식간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회장 안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뒤집혔다.제원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강씨 가문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속은 절대 평탄치 않다는 소문을 들어왔다. 특히 새어머니 양현주가 온화한 얼굴 뒤에 다른 속내를 감추고 있다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그 모든 의혹이 눈앞에서 사실처럼 굳어졌다.처음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하던 기자들조차 곧장 무대 위의 강지유와 박도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객석에 있던 양현주는 사방에서 꽂히는 시선을 버티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며 얼굴빛이 순식간에 검푸르게 질려 갔다.그러나 그 모든 시선은 박도윤에게 닿지 않았다.문채아의 목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가 거듭 떠올린 건 ‘혼인신고’ 네 글자가 집요하게 가슴을 후벼파고 있었다.‘거짓말이야! 저건 분명 거짓말이야! 강재혁은 그저 은혜를 갚는 것뿐이고 문채아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나야. 둘이 결혼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야!’분노에 휩싸인 그는 다급히 외쳤다.“지금 당장 인정해! 다 거짓말이라고!”문채아는 차갑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이건 현실이야. 이제 그만 받아들여.”박도윤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됐다.“문채아! 더는 헛소리로 날 자극하지 마!”문채아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자극? 박도윤, 정신 차려! 내가 거짓말로 널 자극해서가 아니라, 네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거겠지.”그 말은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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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강재혁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회장 안을 울렸다.“여기 계신 분들, 모두 잘 들으세요. 문채아 씨는 박씨 가문의 사람도 아니고 강씨 가문의 사람도 아닙니다. 문채아 씨는 오직 제 사람입니다.”그 한마디에 고요해졌던 회장은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강재혁의 등장으로도 끝까지 문채아가 망신당하길 바랐던 이들은 숨조차 내쉴 수 없게 되었다.박도윤의 얼굴은 피기가 사라진 듯 창백해졌다.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문채아를 바라봤다.그러나 다음 순간, 강재혁이 그의 시선을 단호히 끊어냈다.강재혁은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무대 위로 당당히 올라왔다. 그리고 문채아 곁에 서서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맞잡았다.“조금 전에 제 아내가 했던 말들, 저도 문 앞에서 다 들었습니다. 제 아내가 입은 드레스는 내가 특별히 명장을 찾아가 구한 것이고 혼인신고를 하던 날도 제가 직접 운전해 함께 구청에 다녀왔었습니다. 번호표를 뽑아 줄을 서고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에 서명하던 순간들... 제 아내가 잊지 않고 설명했던 것처럼 저 역시 똑같이 기억합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주차장에서 제가 아내에게 반지를 건넸던 장면이네요.”그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이 결혼반지는 제가 직접 만든 겁니다. 아내가 잃어버릴까 봐 지난 보름 동안은 집에 고이 모셔뒀던 이 반지를 제가 챙겨왔습니다. 말이 안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계속 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다시 끼워 줄 필요가 있겠다 싶네요.”말을 마치고 그는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발표회에서 공식적으로 알리기 전까진, 혹시라도 정체가 드러날까 싶어 문채아가 그에게 맡겨 두었던 바로 그 반지였다.강재혁은 이제 공개 석상에서 직접 그녀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었다.문채아는 처음 보는 반지가 아니었음에도 감동은 배로 와 닿았다. 그것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수제 반지이며 강재혁이 직접 손수 만든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문채아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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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오늘의 무대는 애초부터 문채아를 짓밟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강지유를 무너뜨리기 위한 판이 되어버렸다.강지유도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얼굴빛이 잿빛으로 굳었다. 그녀는 손가락에 끼고 있었던 아도라엘 반지를 황급히 등 뒤로 감추며 문채아와 강재혁을 향해 히스테릭하게 반응했다.“거짓말하지 마! 전부 꾸민 거잖아! 이 기자회견 자체가 두 사람이 나를 매장시키려고 짠 함정이잖아! 문채아! 일부러 나를 안심시키고 방심하게 만들더니, 이딴 짓을 꾸몄던 거야? 절대 용서하지 못해!”그녀의 울부짖음은 곧 진실을 드러냈다.문채아는 이미 보름 전 강재혁과 혼인신고를 마쳤다.하지만 단 한 번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결혼반지도 감췄으며 심지어 ‘불륜녀’라 매도당할 때조차 즉시 반박하지 않았다.문채아가 침묵으로 버틴 건 모두 계산된 함정이었다. 강지유가 며칠 동안 떠들어대며 소문을 퍼뜨릴수록 그녀는 오히려 그때를 기다렸다.강지유가 가장 의기양양하고 가장 자만할 때, 단번에 그 얼굴을 짓밟기 위해서였다.그리고 그 한 방은 양현주까지 끌어들였다. 제원시에서 수십 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착한 새엄마’라는 가면은 문채아의 몇 마디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아이러니하게도 이번만큼은 강지유가 문채아의 속셈을 정확히 읽어냈다. 하지만 알아챘다고 해서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이미 모든 판은 문채아가 짜 놓은 흐름대로 굴러가고 있었으니까.그때 박도윤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집착이 서려 있었다.“강 대표님, 이렇게 서둘러 결혼해 버린 게 과연 옳은 판단일까요? 강 대표님은 이용당한 겁니다. 결혼은 인생의 중대한 일인데... 채아가 과거에 누구를 사랑했는지, 어떤 연애를 했는지 그걸 다 알고 계십니까?”순간, 문채아의 눈빛이 얼어붙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박도윤이 강지유 편에 서서 자신을 짓밟기 위해 그렇게까지 발악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역겨움이 치밀었다.그러나 강재혁은 흔들림이 없었다. 깊은 눈동자에는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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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무대 위 공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그때 양현주가 굳은 얼굴로 무대에 올라왔다.“그래요, 채아 씨는 이미 재혁이와 결혼했잖아요. 지난 일은 더 이상 따질 필요가 없죠. 의미 없는 일입니다.”겉으로는 문채아와 강재혁을 감싸는 듯한 말이었지만 그 속내는 분명했다.강지유가 문채아를 모함하려 했던 일이 세상에 드러난 이상, 어머니로서 어떻게든 딸을 보호해야 했다. 그리고 동시에 산산이 부서진 ‘착한 새엄마’의 이미지를 기자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수습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그러나 그녀가 무슨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회장 전체에 위엄이 묻어나는 냉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늘 기자회견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는 강씨 가문의 집안일이니, 모두 나가 주시죠.”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난 강의준 회장은 손짓 하나로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을 불러들였다.기자들과 네티즌들은 아직 더 보고 싶다는 아쉬움에 중얼거렸지만, 강의준 앞에서는 감히 버틸 수 없었다. 결국 모두 휴대폰과 카메라를 거두고 라이브 방송을 끊은 채 줄지어 퇴장했다.잠시 후, 거대한 홀에는 박씨 가문과 강씨 가문 사람들만 남았다.강의준은 무대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구두 굽이 단단한 바닥을 울릴 때마다 공기가 팽팽해졌다.그는 강재혁 앞에 멈춰 서서 낮게 쏘아붙였다.“결혼한 걸 왜 아버지한테 숨겼어?”“알릴 필요가 없었으니까요.”강재혁의 대답은 담담했고 시선조차 흔들리지 않았다.“제 결혼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요.”강의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무슨 상관이냐니. 넌 내 아들이자 재호 그룹의 대표이사다. 네 옆에 서는 여자는 아무나 될 수 없다. 문채아 씨는... 우리 가문과 어울리지 않는다.”그는 원래 사적인 남녀의 애증 같은 문제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직감은 이미 문채아와 박도윤, 강지유 사이에서 수상한 기류를 감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 처음 마주한 이 여자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이제 큰며느리 자리에까지 오르려 한다는 사실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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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본래 썰렁하던 기자회견장은 박씨 가문도, 강씨 가문도 문채아를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더욱 싸늘해졌다.박도윤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강의준을 노려봤다. 분노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끝내 한마디도 뱉지 못했다.‘만약 이 일로 문채아가 강재혁과 이혼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결과일지도...’그 적막을 단숨에 깨뜨린 건 강재혁의 목소리였다.“허. 언제부터 제 결혼을 당신이 좌지우지할 수 있었죠?”얼음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음성이 공기를 베어냈다. 그의 검푸른 눈빛은 한없이 깊고 서늘해 마치 심연처럼 모든 숨을 삼켜버릴 듯했다.“강의준 씨...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제 결혼에 참견합니까? 지금까지 당신이 한 결혼 중에 제대로 된 결혼이 있었나요?”회장 안은 숨조차 함부로 쉴 수 없을 만큼 얼어붙었다. 강의준조차 뭐라고 대꾸할 수 없는 직언 앞에서 아무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문영란은 난처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기대려 몸을 돌렸다.그런데 박진성의 얼굴은 이미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잠깐 누가 눈치챌까 싶어 곧 무표정으로 되돌아왔지만, 그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문영란의 등골은 오싹해졌다.무대 위에서 강의준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는 천천히,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실어 말했다.“강재혁! 내가 하는 말 잘 들어라. 결혼은 집안끼리 레벨이 맞아야 하는 거다.”“레벨이 맞아야 한다? 어떤 레벨 말입니까?”강재혁은 차갑게 응수하며 문채아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서려 있었다.“제 인생 최고의 선택은 채아를 제 아내로 맞은 겁니다. 결혼했으니 끝까지 지켜주고 어떤 상처도 받게 하지 않게 할 겁니다. 절망 속에 버려두지 않는 것, 그게 진짜 결혼입니다. 레벨이 맞는지 아닌지는 당신 같은 사람한테나 중요하겠죠.”그 말에 강의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숨을 삼키며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가 떨렸다.“강재혁, 지금 아버지를 원망하는 거냐?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네 어머니에게 잘못한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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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순간, 공기는 폭풍 전야의 바다처럼 뒤틀렸다.문채아와 강재혁의 혼인이 기정사실로 되자 누군가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강의준 곁에 서 있던 양현주가 마치 집안의 앞날을 누구보다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채아 씨, 재혁이가 그렇게 두둔해 주니 기분 좋은 건 알겠어요. 하지만 친부자 사이가 채아 씨 때문에 갈라지는 걸 보면서도 그렇게 웃고 있으니... 참 안타깝네요. 옛말에도 있잖아요. 며느리를 잘 들여야 한다고... 강씨 가문에 들어온 지 이제 얼마나 됐다고 벌써 집안을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어요?”양현주는 겉으로는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말끝마다 날카로운 가시가 숨겨져 있었다.결국 그녀의 말은 ‘문채아는 현모양처와는 거리가 먼 여자, 집안을 들쑤시는 문제투성이’라는 비난이나 다름없었다.기다렸다는 듯 강지유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 눈빛에서 독기가 번뜩였다.오늘 기자회견이 뒤집히는 동안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문채아에게 쏠렸고 정작 그녀는 아무 이득도 못 본 채 망신만 당했다. 속이 뒤집히지 않을 리 없었다.아버지가 나서서 문채아를 몰아낼 줄 알았을 때만 해도, 이제야 판을 뒤집을 수 있겠다 싶었지만 불과 몇 초도 안 돼 늘 차갑고 냉정하기만 하던 강재혁이 단호하게 문채아 편에 서서 그녀를 지켜냈다.‘강재혁이? 해가 서쪽에서 뜬 것도 아니고... 저렇게까지 감정적으로 움직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인정하기는 싫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강재혁이 놀라울 정도로 멋져 보였다. 그가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존재라는 사실과는 별개였다.그러나 문채아가 조금이라도 웃는 모습을 보는 것조차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양현주가 나서서 문채아를 몰아세우자, 강지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그래, 엄마, 잘하고 있어요! 문채아를 우리 집안을 어지럽히는 고약한 여자로 몰고 가요! 문채아! 아빠를 넘어섰다고 해도 엄마라는 벽은 절대로 못 넘을 거다. 새언니 자리? 웃기지 마.’강지유의 시선은 악의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문채아가 무너질 차례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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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양현주는 속으로 계산을 굴렸다.‘여기서 눈물 몇 방울만 흘리면 문채아를 불효막심한 며느리로 몰아갈 수 있겠지.’하지만 문채아는 고함을 지르지도, 물러서지도 않았다. 오히려 양현주의 방식을 그대로 되받아치듯,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담담히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재혁 씨와 회장님은 친부자 사이가 아닙니까. 아버지와 아들이 대화하다 보면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고 말투가 날카로워질 수도 있죠. 그걸 어떻게 갈등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까? 조금 전에 아주머니께서 갈등이라고 그렇게 단정해 버리셨으니...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회장님과 재혁 씨의 부자 사이가 틀어진 줄 오해하겠네요. 게다가 이런 말이 입이 가벼운 사람들을 통해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강씨 가문을 시기하는 사람들이 ‘부자 갈등’이라는 찌라시를 퍼뜨릴 거고 그야말로 집안의 이미지를 해치는 꼴이 되겠죠.”그 말이 끝나자 회장은 물론 주위의 모든 시선이 단번에 양현주에게 쏠렸다.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혔다.문채아는 고개를 숙이며 이 상황이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 한숨에도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집안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을 오히려 양현주에게 넘기려던 것이었다.게다가 그녀를 입이 가벼워 쓸데없이 말만 옮기는 사람을 언급한 것은 곧장 강지유를 겨냥하고 있었다.강재혁을 향한 악의적인 소문이 제원시에 퍼진 것도 다름 아닌 강지유의 입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강재혁의 입가에 드물게 부드러운 웃음이 번졌다.그동안 그는 양현주의 독설을 힘으로 눌러 왔지만, 문채아의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것이 훨씬 통쾌했다.이제는 누군가가 방패가 되어 자신을 지켜준 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슴 깊숙이 와닿았다.예상치 못한 역습에 양현주의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처음에는 단순히 ‘얼굴만 예쁜 여자애’라 치부했던 문채아가 강재혁을 등에 업고 당당히 맞받아치고 있었다.게다가 강의준과 강재혁 부자 갈등을 만든 건 오히려 양현주라는 사실이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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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강지유는 어릴 적부터 금지옥엽처럼 자라, 하고 싶은 말은 언제든 내뱉었다. 단 한 번도 그걸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문채아가 연거푸 내뱉은 ‘입이 가벼운 사람’이라는 말은 이름을 대지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강지유를 가리키는 말 같았다.강지유 또한 곧장 자기 뺨을 후려치는 모욕 같이 느껴졌다. 참다못한 강지유가 앞으로 뛰쳐나오며 악을 썼다.“문채아, 이제 그만해! 네가 돌려 말하는 거 다 알거든? 우리 엄마가 강재혁을 싫어한 게 뭐 어때서! 새엄마가 꼭 남의 자식을 좋아해 줘야 해? 우리 엄마는 그냥 강재혁이 꼴 보기 싫었던 거야. 그게 죄냐!”문채아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강지유를 바라보다 천천히 미소 지었다.“맞아. 아주머니가 누구를 좋아하든, 미워하든 그건 아주머니 자유야. 나도 충분히 존중해.”그녀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냉소가 섞여 있었다.“다만 말이에요, 아주머니. 재혁 씨가 싫으셨다면 차라리 회장님께 솔직히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괜히 겉으로는‘착한 새엄마’인 척하시면서 뒤로는 재혁 씨를 괴롭히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두 얼굴로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하셨을까요.”양현주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하지만 문채아는 양현주에게 말할 틈을 주지 않고 강재혁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재혁 씨, 정말 고생 많으셨을 거예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벅찼을 텐데...”문채아는 강재혁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듯 말을 이었다.“속은 늘 힘들었을 텐데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견뎌야 했겠죠. 이유도 없이 미움받는 게 얼마나 괴로운지... 저도 잘 압니다.”강재혁은 피식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예상치 못한 위로에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곧 다시 단호한 빛을 띠었다.오늘 문채아는 단순히 양현주의 말을 막아낸 것만이 아니었다. 짧은 몇 마디로 그가 겪어온 세월의 진실을 드러내며 억울함까지 대신 풀어 준 것이었다.그래서 강재혁은 일부러 담담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양현주를 겨냥해 한마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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