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드디어 내 손에 들어온 너: Chapter 71 - Chapter 80

100 Chapters

제71화

강지유는 방금 들은 말을 잘못 들은 걸로 치부하고는 곧 다시 눈웃음을 지었다.병원에서 박도윤이 링거를 다 맞을 때까지 곁에 딱 붙어 있었고 집까지 따라붙어 다정한 연인을 자처하며 그의 팔에 매달렸다.집에 도착했을 때 마침 계단을 내려오던 문채아와 마주치자, 강지유는 마치 ‘정실부인’이라도 된 듯 뻔뻔스레 태도를 바꾸며 오만하게 외쳤다.“채아 씨, 도윤이가 아픈 거 알고 일부러 달려온 거죠? 하지만 헛꿈 꾸지 마세요. 도윤이가 원하는 건 오직 제 보살핌뿐이에요. 그러니까 분위기 깨지 말고 꺼져요. 알콩달콩 우리 사이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말고요!”문채아는 순간 어이가 없어 굳어 섰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바짝 붙어 있는 모습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무심하게 비켜나갔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박씨 가문을 벗어났다.강지유는 그 모습을 보고 문채아가 드디어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착각하며 더욱 기세등등하게 박도윤의 품에 기대어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박도윤의 옅은 눈동자는 서서히 어두워졌고 그는 방으로 돌아가 눕겠다며 김중원에게 강지유를 배웅하라고 지시했다.강지유는 더 머물고 싶었지만 박도윤이 위를 누르며 지친 기색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순순히 따랐다.그녀는 박씨 가문을 나서면서 스스로를 달랬다.‘어차피 곧 박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텐데, 도윤이랑 함께할 시간은 앞으로도 많아.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되잖아.’강지유는 그런 계산을 품은 채, 김중원의 배웅을 받아 차에 올라타 집으로 돌아갔다.꿀물을 들고 다시 병실로 들어온 김중원은 뜻밖의 장면을 보았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침대에 누워 있던 박도윤이 어느새 창가에 서 있었고 손에는 정교하게 빚어진 작은 도자기 인형이 들려 있었다. 그 눈매와 생김새가 어딘가 낯익었다. 자세히 보니 박도윤을 닮은 인형이었다.박도윤은 김중원이 방으로 들어서는 걸 느끼자, 인형을 손에 꼭 쥔 채 물었다.“김 집사님, 채아는 돌아왔나요? 방금 지유가 달라붙는 걸 보고 혹시 화가 나 보이진 않았습니까?”김중원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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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문채아가 박씨 가문을 나온 건 강지유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강재혁과의 선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발표회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박도윤과 강지유가 움직이기 전에 서둘러 세부적인 계획을 맞춰야 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마스크를 단단히 쓴 뒤 약속 장소인 카페의 룸으로 향했다.문채아를 둘러싼 소문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으니,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면 되도록 정면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안전했다.그러나 거리는 뜻밖에도 사람들로 붐볐다.신호등 앞에 멈춰 섰을 때, 곁에서 장난치며 떠드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번졌다.혹여 부딪힐까 싶어 문채아가 몸을 빼는 순간, 화려하게 꾸민 젊은 여자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그 여자의 팔찌가 마스크 끈에 걸리며 마스크가 단번에 벗겨졌다.“뭐야, 앞도 안 보고 다니네? 어? 이 얼굴, 낯이 익은데... 설마 문, 문채아 씨 아이에요?”상대의 실수라고 억지를 부리려던 여자는 문채아의 얼굴을 똑바로 확인하자 비명을 질렀다. 그 말은 곧장 옆의 친구들에게도 전해졌다.“문채아? 그 사람 맞아? 강지유랑 박도윤 사이에 끼어든 불륜녀!”“맞네! 전에 박도윤이 기자들 앞에서 문채아가 강지유 괴롭혔다고 하면서 사진까지 뿌렸잖아? 그 사진이랑 똑같아! 예쁘긴 하네, 너무 예뻐서 정말 인형인 줄 알았어.”“진짜네! 근데 그렇게 예쁜 얼굴로 왜 불륜을 저질러? 예쁘면 뭐 해, 여자로서 체면 다 구겼어!”“그러니까! 강지유가 공금 횡령한 건 잘못이지만, 문채아 너 같은 인간은 더더욱 역겨워! 어떻게 얼굴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어?”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비난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조롱은 모욕으로, 모욕은 끝내 수치로 변해갔다.마치 여자로서의 존엄을 송두리째 짓밟듯, ‘창녀’ 취급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번지던 혐오가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진 순간이었다.문채아는 이를 악물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박도윤이 조작해 낸 거대한 여론 앞에서 몇 마디 반박은 기름을 붓는 꼴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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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따뜻한 조명 아래, 강재혁의 얼굴에서 조금 전의 차가움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남은 건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상처를 확인하는 초조한 눈빛뿐이었다.“어디 다친 데 없어? 미안하다. 널 혼자 오게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직접 데리러 갔어야 했어.”문채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놀람과 긴장 때문에 한동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그녀를 도왔지만,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손을 놓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평소라면 불편했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그 손을 놓고 싶지 않다는 충동이 머릿속을 스쳤다.그러나 끝내는 이성을 붙잡았다. 그녀는 겨우 입술을 열어 더듬거리듯 말했다.“저... 다치진 않았어요. 그리고 재혁 씨가 사과할 일도 아니에요. 오히려 직접 데리러 오셨다면 더 위험했을 거예요. 박씨 가문에서 눈치챘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재혁 씨 잘못이 아니에요.”곰곰이 생각해 보면 애초에 박도윤이 소문을 퍼뜨리고 사진까지 흘리지 않았다면 이런 봉변을 당할 일도 없었다.오늘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박도윤에게 있었다. 강재혁에게 돌릴 잘못은 조금도 없었다.그녀의 말에 강재혁은 잠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실으며 움켜쥐었다.그 뜨거운 온기가 문채아에게는 마치 자신이 그의 손바닥 안에서 서서히 녹아내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왔다.“재혁 씨... 이제 손 좀... 놓으셔야죠.”그녀가 조심스레 몸을 틀자, 강재혁은 손을 놓아주며 낮게 중얼거렸다.“내가 다른데 정신이 팔려서 그만... 혹시 아팠어?”목소리에는 약간의 거친 숨결이 섞여 있었다.“아니에요.”문채아는 애써 웃음을 지어 분위기를 풀려 했다.“근데... 재혁 씨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절 찾으신 거예요? 거리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았는데...”“어려운 일 아니야. 아무리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난 단번에 널 찾아낼 수 있으니까.”강재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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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신, 신혼집이요?”강재혁의 말에 문채아는 놀라움에 말을 더듬었다.그는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난 예전부터 강씨 가문 집에 사는 게 싫었어.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이기도 하고... 차갑고 적막한 분위기는 나한테 트라우마처럼 남았거든. 그래서 늘 글로리 호텔에서 지냈지. 하지만 이제는 호텔에서 나와 집에서 지내고 싶어. 우리 둘은 결혼했고 나에게도 지켜야 할 가정이 생겼으니까. 그래서 괜찮은 단지를 사 뒀고 그동안 인테리어하느라 정신이 없었어. 곧 완공될 거야. 하루빨리 너랑 들어가 같이 살고 싶어.”그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알아. 여자라면 누구나 자기 집을 직접 꾸미고 싶다는 걸. 그래서 마감재나 가구, 소품은 전부 네가 고르면 돼. 내가 붙여둔 팀은 네 말만 들을 거니까 다른 사람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마. 네가 원하는 대로 꾸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단호하게 덧붙였다.“그 집 안에 네 전용 작업실을 만들어뒀다는 거야.”“작업실이요?”문채아의 눈이 크게 떠졌다.그는 담담히 설명을 이어갔다.“네가 조각을 좋아한다고 들었어. 필요한 도구는 다 갖췄고 브랜드별 점토도 다양하게 준비해 뒀어. 그리고 작품을 건조할 공간도 따로 마련했어. 온도와 습도까지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해놨으니까, 마음껏 작업해도 돼.”다시 말해, 이제 문채아는 원하는 만큼 조각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네겐 제대로 된 작품이 없다’고 비웃을 사람은 없을 터였다.문채아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긴 침묵이 흘렀고 십여 초가 지나서야 겨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제... 제가 조각을 해서 집을 지저분하게 만들면 어떡하시려고요?”박씨 가문에 있을 때, 박도윤은 언제나 그녀의 작업을 못마땅해했다. 흙먼지가 묻는다며 불쾌해했고 여자애가 예술을 한다는 것 자체를 비웃었다.강재혁은 그 말을 듣자 커피잔을 내려놓고 곧장 문채아를 지긋이 바라봤다. 눈빛에는 아무런 숨김이 없었다.“채아야, 내가 늘 말했잖아. 난 박도윤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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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그들의 속내는 뻔했다. 문채아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질수록, 강지유의 순수함이 더 빛날 거라 믿은 것이었다.문영란은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몇 번이고 딸을 흘끔거렸지만, 끝내 박진성의 팔에 기대어 자리를 떠났다.반면 박도윤은 냉정하기 그지없었다.단 한 번도 문채아를 돌아보지 않은 채, 오직 강지유와 다정하게 통화를 이어가다 곧장 차에 올라 그녀에게 보낼 드레스를 가지러 갔다.마치 세상 누구보다 아낀다는 듯, 과할 만큼의 애정을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는 문채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슬픈 감정조차 낭비라 여겨 더 이상 감정조차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하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생각만큼은 없었다.박씨 가문 식구들이 떠나자마자 주연우가 조용히 다가왔다.주연우는 곧장 문채아를 뒷문으로 데리고 나가 자신의 사무실로 데려갔고 말없이 소매를 걷어붙였다.“강지유 그 삐뚤어진 얼굴로 네 들러리를 세운다고? 거울은 본 적 있대? 말도 안 돼! 채아야, 넌 민낯으로도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아. 저 사람들이 널 집에 두고 숍에 갔다 해도 문제없어. 네 절친인 내가 있잖아! 전시장도 반짝이게 꾸미는 내가, 너 하나 못 빛내주겠어?”주연우는 자신만만하게 메이크업 도구가 든 박스를 열더니 문채아의 얼굴에 직접 화장을 얹기 시작했다.전시장에서 다져온 감각은 확실히 남달랐다.한 시간이 지나 거울을 마주한 문채아는 자신도 모르게 넋을 잃었다.그리고 주연우가 정교한 드레스를 꺼내 드는 순간, 그녀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이 드레스는... 연우야, 이걸 어떻게 구한 거야?”그 드레스는 돈이 있어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진귀한 명품이었다. 박도윤이 강지유에게 선물했던 드레스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주연우는 숨김없이 털어놓았다.“나도 너한테 엄청난 드레스를 준비해 주고 싶었어. 하지만 이 드레스는 내 힘만으로는 구하지 못한다는 거 알지? 강재혁 씨가 준비해 준 거야.”그리고 덧붙였다.“재혁 씨가 그러시더라. 오늘 발표회, 어차피 이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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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지유야, 밖에 모여 있는 수십 명... 네가 부른 거야?”대기 구역에서 본무대로 돌아온 박도윤은 화려하게 단장한 강지유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는 원래 열 명 남짓한 팬들만 불러 분위기만 살짝 띄우라고 지시했을 뿐이었다.그런데 지금 호텔 문 앞에는 무려 오십 명 가까운 팬들이 모여 있었다.하나같이 살벌한 기세에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롭고 품은 수상쩍게 불룩해 있었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터뜨릴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분명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자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는 사람은 강지유밖에 없었다.강지유는 드레스를 정리하며 태연하게 말했다.“맞아. 다 내가 부른 사람들이야. 내가 SNS에 일상을 올릴 때마다 늘 나를 치켜세우고 응원해 온 오래된 팬들이야. 잠시 후 문채아가 무대에 올라 나한테 사과하는 순간, 내 팬들이 확실하게 분위기를 뒤집어줄 거야.”박도윤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 있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하지만 난 저분들이 앉을 자리를 준비하지 못했어. 만약 이대로 다 들어오면 좌석 배치가 엉망이 될 거고 진행이 어수선해질 거야.”강지유는 코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문제 될 것 없어. 글로리 호텔이 얼마나 큰데. 준비한 좌석이 모자라면 직원 시켜서 통로에 의자 몇 개 더 갖다 놓으면 그만이야.”강지유는 비웃듯 속삭였다.“강재혁은 지금쯤 꿈에도 모르겠지? 문채아를 위해 호텔을 빌려줬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나를 위한 쇼가 열리는 거라는 걸 알게 되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실제로 이번 기자회견은 문채아의 이름을 내세워 글로리 호텔에서 열리게 된 것이었다. ‘강재혁은 문채아에게 빚을 갚는다는 생각에, 박씨 가문이 무엇을 꾸미는지 묻지도 않고 그저 도움이 될 거라 여긴 채 호텔을 내어줬겠지...’강지유의 눈가에 섬뜩한 웃음이 번졌다.‘하지만 오늘 글로리 호텔에서 지옥에 떨어질 사람은 바로 문채아야.’그녀는 속으로 이를 악물며 되뇌었다.‘사실이 드러나면 강재혁은 분명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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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그날 상류층 여성들의 모임 자리에서 문영란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얼굴은 이미 굳어 있었고 입술 끝은 어색하게 떨리고 있었다.출신이 변변치 못했던 탓에, 양현주를 비롯한 몇몇 사모님들이 자신을 업신여긴다는 걸 문영란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두 집안이 곧 혼인을 맺을 예정이었기에, 박진성의 아내로서 그녀는 남편을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했다.“사모님, 이제 우리도 꽤 익숙해졌으니 그냥 ‘현주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오늘 의상이 참 우아하시네요. 아이들도 서로 댁에 인사하러 다녀왔으니, 이제 두 가문이 함께 정식으로 식사 자리를 가져야겠죠.”문영란이 정중하게 말을 건네자, 양현주는 억지 미소를 지은 채 싸늘하게 받아쳤다.“저는 낯선 사람이 제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그냥 사모님이라고 불러주세요. 식사는 물론 해야죠. 다만 장소는 제가 정해야겠네요. 제가 위가 약해서 말이에요. 들리는 소문에 박씨 가문 사모님은 길거리 음식을 자주 드셨다던데... 저는 첨가물 범벅인 음식은 도저히 못 먹겠더라고요.”말끝마다 비수가 숨어 있었다.양현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찔러댔다.“제가 오늘 특별히 돋보이는 건 지유랑 제가 해외 A 브랜드의 맞춤 하이엔드 브랜드 드레스를 입었기 때문이죠. 듣자 하니 박 사모님은 예전에 쇼핑몰 옷 가게 판매원 출신이셨다면서요? 실적이 좋아 박 대표님을 만났다던데... A 브랜드도 물론 잘 아시겠네요?”겉보기에는 이웃집 사모님들끼리의 가벼운 담소 같았지만, 내용은 먹는 것에서 입는 것, 과거 이력까지 줄줄이 끌어내며 문영란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문영란은 자신이 베푼 친절이 되레 가혹한 조롱으로 돌아온 현실에 숨이 막혔다.본능적으로 남편 박진성을 바라보았다.‘사랑하는 남편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나를 지켜줄 거야.’그렇게 믿었지만 박진성은 바로 옆에 서 있었음에도 끝내 아내를 쳐다보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한 표정으로 강의준과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차갑게 얼어붙은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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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문채아가 모습을 드러내자 강지유의 의기양양한 기세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난 듯 사라졌다.그 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스쳤다.평소 딸을 얕잡아보던 문영란조차 눈을 크게 뜨며 생전 처음 딸의 눈부신 모습에 눌린 듯 숨을 삼켰다.그러나 바로 그때 박도윤이 성큼 앞으로 나서더니 문채아 앞을 가로막았다.“이 드레스는 뭐야? 누가 이런 꼴로 나오라 했어!”그는 곧장 손을 뻗어 문채아를 무대 뒤로 끌고 가려 했다. 사람들의 시선을 막으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하지만 문채아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담담히 한발 물러서 그의 손길을 피했다.“박도윤, 내가 어떻게 입을지는 누구 허락을 받을 일이 아니야. 네가 참견할 필요도, 큰소리칠 이유도 없어.”“허락이 필요 없다고?”이번에는 강지유가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달려들었다.“이 요망한 여우 같은 년! 오늘 기자회견의 주인공이 누군지 뻔히 알면서 감히 이런 꼴로 나타나? 도윤이가 뭐라 했든 넌 반박할 여지 없어!”문채아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강지유는 행사장의 별, 가장 빛나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녀가 나타나자 모든 시선은 순식간에 문채아에게 쏠렸다.몇몇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세상에, 저렇게 눈부신 여자를 두고도 강지유를 택했다고? 박도윤 대표 제정신이야? 눈이 멀었나 봐...”그중에서도 강지유의 가슴을 가장 세차게 후벼 판 건 이런 말이었다.“강지유가 입은 고가 브랜드 드레스가 문채아가 입은 드레스의 한 올 비단실만 못해 보여.”“옷 보는 눈이 곧 남자 보는 눈이지. 강지유가 박도윤을 택한 걸 보면 그 안목도 그 수준일 뿐이야.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은 없는...”이런 말들이 이어질수록 강지유는 얼굴빛이 굳어가며 분노에 휩싸여 갔다.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강지유는 박도윤의 팔을 힘껏 끌어안으며 예의를 차릴 것도 없이 독기를 쏟아냈다.“문채아, 네가 치마 하나 걸쳤다고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웃기지 마! 그건 그냥 천 조각일 뿐이야. 네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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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강지유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정작 반박할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문채아가 한 말은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지금 그녀 앞에 선 문채아는 과거 그녀가 알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박씨 가문에서 처음 문채아를 마주했을 때, 그녀는 마치 먼지를 뒤덮인 진주 같았다. 빛을 잃고 지친 기색이 역력해 기운이 없어 보였다.그러나 지금의 문채아는 모든 먼지를 털어내고 빛을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마치 오랜 세월 풍성한 영양을 흡수한 듯 더욱 눈부신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듯했다.그러니 강지유는 더욱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성을 놓아버린 그녀는 끝내 이를 악물고 문채아에게 달려들었다.“이 천한 년! 내가 입은 옷이 얼마나 귀한 건데 너 따위가 감히 평가해? 좋아, 지금 당장 이 옷을 찢어 벗겨서 기자들 앞에서 네 정체를 까발려줄게!”‘어차피 오늘 기자회견은 문채아를 완전히 망가뜨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야. 그렇다면 차라리 그녀가 더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만들어 보자고!’바로 그때, 박도윤이 손을 뻗어 강지유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으나 터져 나올 듯한 분노를 억누른 위압이 서려 있었다.“지유야, 진정해. 오늘 기자회견은 네 이미지를 바로 세우고 명예를 회복하는 자리야. 네가 이따위로 행동하면 오히려 문채아에게 동정표가 쏠릴 거야. 그건 네게 불리해. 도리어 문채아만 돕게 되는 거라고!”“안 돼! 난 죽어도 문채아한테 도움 되는 짓은 못 해!”강지유는 날카롭게 고함쳤다. 그러나 박도윤의 말이 뇌리에 박히자, 잠시나마 제정신을 되찾은 듯 그의 품에 기대며 말했다.“도윤아... 넌 언제나 날 위해 생각해 주네. 문채아한테 기회가 넘어가지 않게 내 옆을 지켜줘서 고마워.”“그건... 네 약혼자인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박도윤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눌렀다. 겉으로는 담담히 답했지만, 심장은 무겁게 요동치고 있었다.그는 강지유를 데리고 물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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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강지유는 문채아를 의혹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녀가 무슨 속셈을 품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그러나 오래 생각할 틈도 없이 양현주가 다가와 기자회견 준비가 시작된다고 재촉했다.정신을 차린 강지유는 치맛자락을 들어 무대 쪽으로 향했고 손등의 핏줄이 불끈 솟은 박도윤도 억지로 그녀의 곁에 섰다.두 사람이 사라지자 문영란이 창백한 얼굴로 문채아 앞에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채아야, 준비됐지? 제발 엄마 원망하지 마. 이 모든 건 대의를 위한 거야. 네가 이번 한 번만 참아주면 앞으로 네 인생은 다 잘 풀릴 거다. 강지유를 돕는 건 곧 박씨 가문을 돕는 거고... 아저씨도 엄마 체면은 봐주실 거야. 설령 네게 손가락질과 비난이 쏟아져도 절대 남처럼 모른 척 외면하진 않으실 거다.”문영란은 문채아가 엄마를 위해, 박씨 가문을 위해 끝내 인내할 거라고 믿었다.그러나 문채아는 한 번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손에 쥔 합의서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곧장 무대 뒤편으로 향했다.무시당한 문영란은 잠시 굳어 있다가 눈가를 훔치며 남편 곁으로 물러났다....5분 뒤, 모두가 기다리던 기자회견이 드디어 막을 올렸다. 기자들은 일제히 생중계 버튼을 눌렀고 대기 구역에 있던 팬들도 입장해 자리를 메웠다.문채아가 무대 위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 ‘퍽!’ 하고 날달걀 하나가 날아와 그녀 발끝에 터졌다.“문채아! 넌 가정교육도 못 받았냐? 이 파렴치한 불륜녀야! 남의 남자를 훔치고도 뻔뻔스럽게 여기에 나타나? 이 더러운 년! 넌 썩은 달걀처럼 역겨워!”한 여자가 괴성을 지르며 욕설을 퍼붓고 나서 곧장 강지유 쪽을 흘깃 바라봤다.강지유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고 박도윤 역시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그 순간, 문채아는 이 모든 게 박도윤이 강지유를 위해 마련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강지유를 위해서라면 박도윤은 정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문채아는 조롱 어린 시선으로 박도윤을 바라봤다.그 의미를 읽어낸 듯, 박도윤의 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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