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채아가 박씨 가문을 나온 건 강지유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강재혁과의 선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발표회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박도윤과 강지유가 움직이기 전에 서둘러 세부적인 계획을 맞춰야 했다.그녀는 심호흡을 하고 마스크를 단단히 쓴 뒤 약속 장소인 카페의 룸으로 향했다.문채아를 둘러싼 소문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으니,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려면 되도록 정면으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안전했다.그러나 거리는 뜻밖에도 사람들로 붐볐다.신호등 앞에 멈춰 섰을 때, 곁에서 장난치며 떠드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요란하게 번졌다.혹여 부딪힐까 싶어 문채아가 몸을 빼는 순간, 화려하게 꾸민 젊은 여자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그 여자의 팔찌가 마스크 끈에 걸리며 마스크가 단번에 벗겨졌다.“뭐야, 앞도 안 보고 다니네? 어? 이 얼굴, 낯이 익은데... 설마 문, 문채아 씨 아이에요?”상대의 실수라고 억지를 부리려던 여자는 문채아의 얼굴을 똑바로 확인하자 비명을 질렀다. 그 말은 곧장 옆의 친구들에게도 전해졌다.“문채아? 그 사람 맞아? 강지유랑 박도윤 사이에 끼어든 불륜녀!”“맞네! 전에 박도윤이 기자들 앞에서 문채아가 강지유 괴롭혔다고 하면서 사진까지 뿌렸잖아? 그 사진이랑 똑같아! 예쁘긴 하네, 너무 예뻐서 정말 인형인 줄 알았어.”“진짜네! 근데 그렇게 예쁜 얼굴로 왜 불륜을 저질러? 예쁘면 뭐 해, 여자로서 체면 다 구겼어!”“그러니까! 강지유가 공금 횡령한 건 잘못이지만, 문채아 너 같은 인간은 더더욱 역겨워! 어떻게 얼굴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어?”눈 깜짝할 사이에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비난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조롱은 모욕으로, 모욕은 끝내 수치로 변해갔다.마치 여자로서의 존엄을 송두리째 짓밟듯, ‘창녀’ 취급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 온라인에서 번지던 혐오가 고스란히 현실로 옮겨진 순간이었다.문채아는 이를 악물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박도윤이 조작해 낸 거대한 여론 앞에서 몇 마디 반박은 기름을 붓는 꼴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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