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쏠렸다.윤형우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큰 키에 여유로운 발걸음, 그리고 입가에는 예의 바른 미소가 살짝 걸려 있었다.“어르신, 장수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그는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고개를 들어 이나은을 잠시 바라봤다.말 한마디 없이.그 한 번의 시선만으로도 이나은은 마치 숨이 막히는 듯 입을 다물었다.얼마 전 윤형우에게 논리적으로 완전히 눌려 말을 잃은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났기 때문이다.이 자리에서 감히 더 말해봤자 자신에게 불리할 게 뻔했다.하지만 곧, 이나은의 눈빛이 은근히 빛났다.‘이건 뜻밖의 행운이야.’신지아의 영상, 그 남자의 정체, 윤씨 가문의 윤형우.이제 명백해졌다.윤씨 가문의 남자라면 이 일은 변씨 가문에도 치명적이다.감정이든, 체면이든 이혼은 피할 수 없었다.이나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고 멀리서 하민재와 시선을 맞추며 미묘하게 웃었다.하민재는 가슴을 툭툭 치며 ‘OK’ 사인을 보냈다.변도영이 결단을 못 내리면 신지아를 무너뜨리는 건 가장 친한 본인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그의 계산은 명확했다.신지아의 이름이 더럽혀진 이상 박수미가 아무리 감싸려 해도 변씨 가문의 어른들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결국 이혼은 확정이니 신지아가 자리를 비우면 이나은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하민재는 잔을 들어 올리며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끝났어.’그러나 정작 변도영은 조금도 그 ‘승리’를 즐기지 못했다.이제야 그는 깨달았다.며칠 전부터 변도영을 짓눌러오던 이상한 불안감의 정체를.그건 바로, 이날 이 자리에서 터질 일.그는 윤씨 가문이 뭔가 꾸미고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이렇게 신지아를 겨냥해 올 줄은 몰랐다.변도영의 시선이 윤형우에게로 향했다.그러나 이상하게도 분노보단 냉기가 돌았다.고우빈이 아니라 윤형우라서일까, 의외로 그는 차분해졌다.“신지아.”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오늘은 할머니의 생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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