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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첫사랑만 구한 남자: Chapter 221 - Chapter 230

255 Chapters

제221화

신지아는 아침부터 내내 집중이 되지 않았다.고이진 쪽에서 온 소식이 마음을 계속 짓눌렀다.머리는 대충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윤형우의 차는 바람을 가르며 질주했다.거센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머리카락을 흩뜨렸다.그녀는 무심코 두 손목을 살펴보다가 가방 속을 뒤적였다.하지만 고무줄이 없었다.그때, 윤형우는 길고 가느다란 손을 느긋하게 신지아 앞으로 내밀었다.그의 손끝에는 부드러운 광택이 도는 실크 스카프가 매달려 있었다.“이걸로 묶어요.”윤형우는 목소리는 여전히 여유로웠다.신지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받아서 들었다.“고마워요.”스카프는 차갑고 매끄러웠다.진짜 실크임이 분명했지만 그녀는 마음 한구석이 살짝 무거워졌다.사실 이미 윤형우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빚지고 있었다.손가락에 낀 이 반지 하나만 해도 지금의 신지아에겐 감당할 수 없는 빚이었다.그러니 이 스카프 하나쯤은 더 이상 빚이라 부를 필요도 없었다.신지아는 스카프 한쪽을 잡고 머리카락을 두어 번 감아 매만졌다.그 모습을 힐끗 바라보던 윤형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름다운 사람이 스카프를 두르니까 스카프마저 예뻐지네요.”신지아는 그 말에 조금 쑥스러워졌다.“고마워요.”윤형우가 그녀의 집을 알고 있는 건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연성시에서 누군가의 정보를 알아내는 건, 특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신지아처럼 유명한 인물의 정보를 알아내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요? 괜히 예의 차릴 필요 없어요. 다음에 변 대표님이 또 귀찮게 굴면 바로 저한테 연락해요. 제가 약속했죠? 당신을 지켜주겠다고.전 약속은 지키는 편이에요.”그의 말투는 장난스러웠지만 그 속엔 묘한 진심이 깃들어 있었다.신지아는 그냥 웃으며 넘겼다.잠시 후, 차는 UME 본사 앞에 멈췄다.윤형우는 그녀의 손을 살짝 잡더니 그 위에 입을 맞췄다.“퇴근 후에 기다리고 계세요. 제가 데리러 올게요.”신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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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오영희는 아직 할 말이 남은 듯 입을 열었다.자신의 잘못은 덜어내고 모든 책임을 신지아에게 돌리려는 눈치였다.하지만 변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신지아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오영희는 순간 멍해졌다.그가 신지아를 두둔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곧 오영희는 무언가 깨달은 듯 눈빛은 의미심장해졌다.‘아, 그래서 요 며칠 이나은 씨의 기분이 그랬던 거구나.’“그건 몰라요, 변 대표님. 돈 앞에서는 누구든 달라지는 법이죠. 예전에 신지아 씨가 대표님 통장 내역까지 조사했잖아요? 그때부터 전 알아봤어요. 이미 변씨 가문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는구나 싶더라고요.”오영희의 말에 변도영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그도 그 사건을 기억하고 있었다.신지아가 변도영의 계좌를 조회했던 일.그때 그는 몹시 화가 났었다.금액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감히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에.하지만 그 일을 제외하면 결혼 내내 신지아는 단 한 번도 돈 문제로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심지어 이혼 협의서조차 그녀는 모든 재산을 포기한 채 빈손으로 나갔다.그 기억이 스치자 그는 앞에 있는 오영희가 왠지 모르게 거슬렸다.그때 오영희가 또 입을 열었다.“변 대표님, 그럼 이렇게 하시죠. 앞으로 회계 장부는 이나은 씨 쪽으로...”“아주머니, 혹시 지금 주제 파악을 못하고 계신다면 제가 알려드릴까요?”그 말에 오영희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신지아는 제 아내이자 이 집 사모님이었습니다. 장부가 신지아 손에 있는 게 뭐가 문제죠? 그 돈을 신지아가 자기 돈처럼 여겼다면 그건 제가 허락한 겁니다.”변도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다시는 이런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그때는 아마 이 집에 계실 자격이 없을 겁니다.”“네, 대표님.”오영희는 고개를 푹 숙였다.예전에 변도영은 늘 신지아를 몰아붙이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그녀는 눈치로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었다.“이제 그만 가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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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신지아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밤은 깊었고 낡은 가로등 불빛이 마치 숨이 넘어가기 직전의 노인처럼 흔들리며 길을 비췄다.이내 하얀 셔츠 위에 검은 조끼만 걸친 변도영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불빛이 그의 어깨를 스치며 비췄고 평소처럼 차가운 기운 대신 어딘가 부드럽고 풀린 분위기가 감돌았다.급히 달려왔는지 변도영의 숨소리는 많이 거칠었다.곧, 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신지아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다가 멈췄다.“무슨 일이에요?”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왜인지 평소보다 조금 부드러웠다.변도영은 신지아 앞에서 걸음을 멈췄고 무슨 말을 하려다 말문이 막힌 듯 침묵했다.그는 자신이 왜 여기까지 온 건지도 몰랐다.허름한 아파트 단지, 깨진 계단, 좁은 창문.평소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이 공간에서 신지아가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그 사실이 머릿속을 스치자 묘한 서늘함과 함께 마음이 아팠다.그녀가 이런 곳에 사는 게 단순히 자기 눈에 띄고 싶어서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제야 알았다.그게 아니었다.신지아는 정말 돈이 없었던 거다.한참의 정적 끝에 변도영이 낮게 말했다.“왜 말 안 했어?”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고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그동안 별장 관리비... 내가 일부러 끊은 게 아니라 그냥 잊었어.”“잊었다고요?”신지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잊을 수도 있죠. 어떤 일은 사람 마음에서 중요하지 않으면 금방 잊히거든요.”그녀의 담담한 말투는 변도영의 귓속에서 오래 맴돌았다.솔직히 너무 답답했다.차라리 신지아가 화라도 내주면 좋겠는데 이런 무심한 평정이 오히려 그를 더 미치게 만들었다.“이런 일 다시는 없을 거야.”변도영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지아야, 나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자.”“집이요?”신지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비웃듯 숨을 내쉬었다.변도영은 진심이었다.“아직 나한테 화 많이 난 거 알아. 하지만 나은이한테 얘기했어. 그리고 오늘 밤 안으로 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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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신지아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그의 눈가가 붉게 물든 걸 보면서도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변도영의 말은 어딘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았다.사실 신지아가 그를 버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모든 건 그가 스스로 걸어 나간 것이었다.이 오랜 세월 동안 그녀가 가장 많이 본 건 변도영이 떠나는 뒷모습이었다.그녀는 이제 그런 이야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변도영 씨도, 변하늘 씨도, 변씨 가문도... 한때 제가 좋아했던 당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 이제는 다 내려놓을 거예요.”신지아의 말에 변도영의 눈가는 서서히 붉어졌다.그 안에는 분노, 후회,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신지아는 순간적으로 한발 물러섰다.그 작은 움직임이 오히려 그를 자극한 듯했다.변도영의 숨은 점점 거칠어지더니 신지아의 머리를 잡고는 키스하기 시작했다.신지아는 그제야 그의 눈빛에 드러난 욕망을 알아차렸다.전에 아무리 빌고 빌어도 가질 수 없던 이런 스킨십.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입술을 가렸지만 변도영은 그런 신지아의 행동에 점점 더 화가 났다.곧, 그는 짜증이 난 듯 거친 손길로 그녀의 손을 치워버렸고 그럴수록 신지아는 저항을 심하게 했다.하지만 남녀의 힘은 동등할 수 없는 법, 신지아는 피하기로 마음먹고 뒤로 점점 물러섰지만 결국 벽에 가로막혀버렸다.뒤로 갈 수는 없어 옆으로 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변도영은 그런 틈도 놓치지 않고 신지아에게 가까이 갔다.얇은 천 사이로 느껴지는 그녀의 온기와 익숙한 느낌, 그리고 지금 거세게 저항하는 신지아의 모습에 변도영은 저도 모르게 그날 밤을 떠올렸다.아까 한 키스는 분노에 인해 저지른 충동적인 것이었지만 지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변도영은 신지아를 벽에 밀어붙이고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들었지만 별로 힘은 주지 않았고 신지아 또한 힘이 빠진 듯 가만히 있었다.“신지아, 넌 지금 또 누구를 위해 이러는 거야?”얼마 후, 변도영은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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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변도영은 그 남자의 말에서 숨은 뜻을 알아차렸다.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들었지만 곧 그가 자신의 신분과 이혼 사실까지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분명 준비된 사람이었다.‘신지아가 나를 막으려고 고용한 건가?’변도영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신지아는 힘껏 몸을 뿌리쳤다.오랫동안 버티느라 숨이 가빴던 탓인지 땅을 딛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졌다.휘청거리는 그녀를 변도영이 반사적으로 잡으려 했지만 신지아는 그 손길을 단호하게 밀어냈다.마치 독을 피하듯 한 걸음 물러서는 그 모습이 변도영의 눈에 선명히 박혔다.그의 손은 허공에서 멈춰버렸고 표정은 잔뜩 굳어버렸다.‘정말 나를 혐오하는 걸까?’신지아는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며 아직 남은 공포를 삼켰다.결혼 5년 동안, 변도영은 오직 필요할 때만 그녀를 찾았다.집 밖에서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대했고 애정 표현은커녕 눈길조차 잘 주지 않았다.그런 그가 오늘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그 사실이 신지아를 더 혼란스럽게 했다.그때 누군가 다가와 신지아를 부드럽게 일으켜 세웠다.너무 놀라 몸을 덜덜 떨었지만 이내 낯선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안녕하세요. 저희는 고 대표님의 지시로 연성시에 머물며 신지아 씨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맡았습니다.”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덧붙였다.“늦어서 죄송합니다.”고우빈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신지아의 가슴속을 짓누르던 공포가 조금씩 가라앉았다.그녀는 그들의 손을 빌려 조심스레 일어섰고 변도영의 시선은 이미 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그 두 남자가 신지아에게 보인 공손함이 모든 걸 설명해 줬다.변도영은 화가 나 주먹을 꽉 쥐었고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채 입을 열었다.“신지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자. 지금 나랑 돌아갈래, 아니면...”“그만 돌아가세요.”신지아는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호하게 대답했다.“이 일이 알려지면 체면도 말이 아닐 테고 부성 그룹 주가도 흔들릴 거예요. 그리고 할머니에게도 상처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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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윤재혁의 말이 끝나자 곁에 서 있던 경호원이 즉시 남자의 머리를 눌렀다.다른 한 명은 그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리고 저항할 틈도 없이 입을 벌렸다.순식간에 칼날이 번뜩이더니 저택을 울리는 처절한 비명이 터졌고 피가 잔디 위로 퍼졌다.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그 장면을 지켜봤다.그들에겐 이런 일조차 ‘일상’이었다.가장 태연한 사람들은 오히려 윤씨 가문의 어른들이었다.한 명은 백발이 성성한 차선화, 또 한 명은 눈빛이 매서운 윤경수였다.그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각각 차를 마시고 뜨개질을 이어갔다.그러자 옆에 서 있던 중년의 여인이 결국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차선화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어머님, 재혁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건 좀...”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차선화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놔둬라.”차선화의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윤해원이 조용히 여자의 팔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고모, 걱정하지 마세요. 재혁 오빠는 늘 계산적인 사람이에요.”윤세은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었지만 윤재혁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그의 얼굴에는 피 한 점 묻지 않았는데 그 눈빛만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잔혹해져 있었다.예전에도 윤재혁은 잔인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그래도 최소한 가문의 체면은 지켰다.그래서 그는 윤씨 가문 후계자로 정해졌지만 윤재혁은 윤씨 가문 사람들 모르게 늘 잔인한 ‘사고’를 많이 일으켰다.오늘이 처음이었다.윤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이런 짓을 벌인 것이.윤해원은 마치 윤세은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려는 듯 낮게 입을 열었다.“고이진 씨, 기억하시죠? 재혁 오빠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여자이자 아내로 맞이하려던 사람 말이에요. 아시잖아요. 고이진 씨가 재혁 오빠한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윤세은은 고개를 끄덕거렸다.애초에 그 일은 크게 소문이 났었다.고이진이 소리 소문 없이 연성시에서 사라진 후, 윤재혁은 미친 듯이 그녀를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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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그 후 이틀은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UME의 신형 로봇 베타 테스트 결과도 꽤 괜찮았다.간혹 사소한 데이터 오류가 생기긴 했지만 곧바로 수정이 가능했다.하지만 일 외의 시간 동안 신지아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그녀는 고우빈과 여러 번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그날 바다로 나간 이후 고이진은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는 말.고씨 가문은 주변 해역에 사람을 투입해 밤낮으로 수색했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기에 결국 수색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기다림은 지독하게 괴로운 일이었다.휴대폰 벨 소리만 울려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잠에 들어도 무슨 소리가 들리면 신지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빨리 소식이 오길 바라면서도 막상 듣게 될까 두려웠다.그런 마음을 알아챘는지 그날 고우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걱정하지 마. 이진이는 무사해.]순간 신지아의 손이 덜덜 떨렸고 혹시 무슨 소식을 들은 걸까 싶어 급히 물었다.[그걸 어떻게 아세요?][이 근처에 점을 잘 보기로 소문난 무당이 있어서 이진이의 생년월일을 가지고 가봤어. 무당이 그러더라. 이진이는 팔자가 험하긴 해도 대부분의 고비를 무사히 넘긴다고. 수명도 길어서 최소 여든까지는 산다더라. 게다가 얼마 전 절에 가서 뽑은 건 엄청 좋은 거였어.]그의 진지한 메시지를 본 신지아는 웃음이 나왔다.[과학을 믿으라던 사람이 이럴 땐 또 미신에 기대네요?][특수 상황엔 특수한 방법이 필요한 법이지.]고우빈의 대답은 단호했다.신지아는 귀신도, 운명도 믿지 않았다.하지만 그 말만큼은 믿고 싶었다.그녀의 마음속을 짓누르던 두려움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네가 더 조심해야 해.]고우빈의 메시지가 이어졌다.사실 이건 윤재혁 때문이라는 걸 신지아도 알고 있었다.그를 떠올리자 문득 의문이 생겼다.그토록 자신을 증오하던 사람이 이번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예전 같았으면 벌써 협박을 하든, 압박을 가하든 했을 텐데 이번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오히려 들려온 소식은 윤재혁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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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신지아는 신영호가 자신을 집으로 부르려는 속내가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이번에는 망설였다.5년 전,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신영호와 임문영은 엄마의 모든 흔적을 싹 지워버렸다.옷, 장신구, 서류는 물론 엄마와 찍은 사진이 담긴 앨범마저 쓰레기와 함께 내다 버렸다.그 이후로 신지아가 가진 엄마의 기억은 오직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은 잔상뿐이었다.그래서 사진을 되찾을 수 있다면 잠깐이나마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잠시 생각 끝에 그녀는 결국 마음을 다잡았다.‘엄마라면 이런 일로 내가 다시 그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걸 바라지 않겠지.’처음엔 몰랐다.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왜 그토록 자신을 변도영에게 시집보내려 했는지.그저 딸의 마음을 들어주려는 것이라 믿었지만 나중에야 깨달았다.엄마는 이미 알고 있었다.신영호가 곧 다른 여자를 맞이할 것이고 그 순간 자신이 신씨 가문에서 얼마나 외로워질지를.재혼한 새어머니와 이복동생에게 밀려 상속은커녕 가문에 남는 것조차 어려워질 거라는 걸.그래서 세상의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지아를 변씨 가문에 시집보냈던 이유는 그곳이라면 적어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박수미 역시 그 마음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이혼 후 그녀에게 변씨 가문의 지분을 넘겨주며 말했다.“이건 네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이야.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말아야 해.”그녀는 그 은혜를 배신할 수 없었다.그래서 다시는 신씨 가문에 끌려다니지 않으리라 다짐했다.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회사로 향하던 길 빌딩 입구에 다다르자 휴대폰 화면이 다시 울렸다.영상통화였다.화면 너머에는 신영호가 있었다.그는 두툼한 사진첩을 들고 있었다.이내 그가 앨범을 펼쳐 보이자 신지아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화면 속에는 신지아와 엄마가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길게 늘어진 머리를 단정히 묶은 채 부드럽게 웃으며 어린 그녀의 손을 닦아주고 있었다.신지아의 작은 손엔 하얀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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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임문영은 끝내 신하나를 다른 집안에 시집보내는 걸 거부했다.신영호에게는 딸이 둘뿐이었기에 결국 다시 신지아에게 모든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그는 얄밉게 웃었다.“지아야, 아빠가 앨범을 봤는데 말이야. 네 엄마랑 네가 같이 찍은 사진이 생각보다 많더라. 너 어렸을 때 사진도 있고. 엄마가 세상 떠난 지 벌써 6년이 넘었지? 젊었을 때 모습... 보고 싶지 않니?”그 웃음은 어쩐지 익숙했다.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가 임문영을 새 아내로 들이겠다고 말하던 바로 그날의 표정과 똑같았다.그때도 신영호는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빠가 널 혼자 키우기엔 힘들어. 새엄마를 들이려고 하는데 네가 싫다면 안 할게.”신지아는 그때 정말 싫었다.하지만 막 어머니를 잃고 상심한 아버지가 또다시 외로이 지내는 걸 보자 그저 이기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과는 지금처럼 비참했다.신지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낮게 물었다.“조건이 뭐예요?”“그건 네가 집에 돌아오면 말해줄게.”신영호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제가 신씨 가문에서 나올 때 아버지가 직접 말했잖아요. 이제 저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라고. 그때부터 전 이미 신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어요.”신지아의 목소리에는 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솔직히 지난 세월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다.그럼에도 신영호는 꾸준히 연락해 왔다.자신들의 사업에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그녀가 변도영의 아내라는 이름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다른 여자들은 친정의 힘을 등에 업지만 신지아는 오히려 자신의 친정에 이용당했다.신영호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갔지만 곧 입가에 억지 미소를 띠었다.“그게 언제 일인데 아직도 그걸 기억하니? 나는 네 친아버지야. 그렇게까지 원망할 필요 있니?”“아버지랑 아줌마가 제가 보고 싶다는 말... 만약 아버지가 저였으면 믿을 수 있어요?”신지아의 물음에 신영호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그간 억눌러왔던 짜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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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신지아는 이번 일의 전말을 윤형우에게 간단히 설명했다.연성시에서 신씨 가문과 그녀의 관계는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쉽게 알아낼 수 있었고 신지아도 굳이 숨길 생각은 없었다.그와 함께 지낸 이 시간 동안 신지아는 윤형우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 알게 되었다.윤형우는 품이 있었고 말투는 단정했지만 입은 독해 사람을 조용히 몰아붙이는 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그리고 상대가 말문을 잃는 순간을 유독 즐겼다.역시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윤형우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응했다.신지아는 윤형우와 시간을 약속한 뒤 회사로 향했다.그 시각, 변씨 저택의 서재.저녁노을이 반쯤 드리운 창가에 앉은 변도영은 양준명의 보고를 듣자마자 탁자 위를 세게 내리쳤다.“신지아가 윤형우 씨를 데리고 신씨 저택에 갔다고?”“네. 제가 확실히 봤습니다.”양준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 한 장을 꺼냈다.책상 위에 내려놓은 사진에는 신씨 가문 대문 앞에 멈춰 선 차 한 대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그 차는 변도영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며칠 전 직접 정비를 맡겼던 신지아의 차였다.그리고 사진 속, 그녀와 나란히 서서 대문을 들어서는 남자.그건 분명 윤형우였다.변도영은 사진 모서리를 꽉 움켜쥔 채 사진 속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문득 심장 언저리가 텅 빈 듯 아렸다.‘이게 뭐지? 또 이런 기분이 드네.’그날, 화를 참지 못하고 집을 나섰을 때부터 이미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확실히 자신이 너무 심했음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나중에 메시지로 사과까지 보냈다.하지만 신지아는 단 한 줄의 답장도 하지 않았다.그때는 그저 바빠서 그럴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그녀는 바빴던 게 아니라 새 남자 친구를 데리고 집에 인사를 다니느라 바빴던 거다.변도영은 사진이 구겨질 만큼 주먹을 꽉 쥐었다.“지난번 말했던 일, 진행은 어디까지 됐어?”변도영이 낮게 묻자 양준명이 황급히 대답했다.“사모님께 전화했었습니다. 변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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