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남자 친구?예전 같았으면 변도영은 신지아가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려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어제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터졌다.그제야 그는 깨달았다.자신이 신지아를 제대로 몰랐다는 사실을.그녀가 언제 진심으로 이혼을 결심했는지, 언제부터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고 다른 남자를 마음에 들였는지.변도영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했다.그는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신지아와 멀어지는 것도, 그녀가 자신을 보지 못하는 눈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도,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곧, 어제 하민재가 한 말이 떠올랐고 어쩌면 이것 또한 신지아가 자신을 붙잡기 위한 또 다른 덫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엔 그 ‘덫’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변도영은 분노를 삼키며 낮게 말했다.“좋아, 네 말 다 맞다고 하자. 오늘 내가 여기 온 건 부성 그룹의 지분 때문도... 할머니 유언 때문도 아니야.”“그럼 뭐 때문에 오셨어요?”신지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이미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그런 얘기들 말고는 남은 게 없었으니까.변도영은 대답 대신 문을 밀어 열려 했고 신지아는 재빨리 발로 문을 막았다.단호한 거절이었다.“안에 누가 있어?”신지아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꾸했다.“있든 없든,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죠. 잊지 마세요. 우린 이미 이혼했어요. 당신이랑 나는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나는 이혼하기 싫어. 한 달 전 그 교통사고, 그 일로 아이는 목숨을 잃었고 네가 병원에서 쫓겨난 일까지 다 알고 있어. 그 일 때문에 나한테서 도망치고 싶었다면 미안하다고 할게. 그만큼의 보상도 하겠어.”변도영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결혼은 둘이 하는 거야. 그런데 이혼은 혼자서 결정했다고? 난 동의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아.”신지아는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좋아요. 그럼 당신한테 보상할 기회를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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