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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1화

신씨 가문.신하나는 주방 창가에 서서 유리창 너머 소파에 앉은 몸집이 불어난 오 대표를 바라보며 혐오감을 숨기지 못했다.잠시 후 그녀는 임문영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아빠 정말 신지아를 저 사람한테 넘기려는 거예요?”신하나는 신지아가 안쓰러워서 묻는 것이 아니었다.만약 신지아가 저런 남자와 결혼하게 되면 언젠가 자신과 신지아의 관계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체면에도 금이 갈 것으로 생각했다.임문영은 콧노래를 부르며 과일을 깎고 있었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신씨 가문이 이렇게 된 건 다 신지아 때문이야. 윤재혁한테 보복받아서 이런 꼴이 된 거지. 이제 또 변도영이랑 이혼하려 한다니 신해 그룹의 손실은 당연히 신지아가 메워야 하지 않겠어?”물론 그것은 여러 이유 중 하나에 불과했고 더 큰 이유는 오 대표가 신지아를 직접 지목하며 자신과 결혼하지 않으면 신씨 가문과의 협력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지난번 오 대표는 신지아와 관련된 일로 크게 분노하며 신씨 가문과의 협력을 끊었다. 그 결과 신씨 가문은 오 대표의 지원이 중단되면서 2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고 그들은 이 손실을 메우기 위해 신규 프로젝트 자금에서 돈을 빼돌릴 수밖에 없었다.결국 신규 프로젝트는 자금 부족으로 문제가 생겨 실행 단계에서 실패로 돌아갔다.부성 그룹이 투자한 수십억 원은 허공으로 사라졌다.다행히 부성 그룹은 그 돈에 크게 개의치 않았고 별다른 타격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신씨 가문은 든든한 후원자였던 부성 그룹을 잃은 이상 앞으로를 대비할 방안을 마련해야 했다.이런 일들은 그녀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 신영호가 신경 써야 할 일이었다.신영호가 신하나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녀는 굳이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어차피 신지아는 임문영의 친딸도 아니었고 누구와 결혼하든 임문영이 신경 쓸 이유도 없었다.신하나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다.“신지아가 요즘 윤형우 씨랑 엄청 가깝게 지내잖아요?”오 대표 쪽은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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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2화

아래층에서 신영호는 공손하게 오 대표에게 차를 따르고 있었다.오 대표는 그를 곁눈질하며 비웃듯이 말했다.“신 대표님,정말 신지아 씨가 순순히 저를 따라가게 할 방법이 있는 거 맞아요?”“당연하죠.”신영호가 웃으며 답했다.“제가 아무리 그래도 지아의 아버지인데 제 말을 들어야죠. 정말 듣지 않더라도 필요한 수단은 있어요.”신영호의 말을 듣자 오 대표는 눈을 가늘게 뜨며 기분이 좋아졌다.지난번 신지아의 맛을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변도영 일당에게 두들겨 맞기까지 해서 두려움과 동시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신지아 생각뿐이었다.신지아의 매끄럽고 하얀 등, 날씬하고 균형 잡힌 몸매, 순수하면서도 요염한 얼굴을 본 오 대표는 넋을 잃고 오랫동안 상실감에 빠져 있었다.이제는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포기하려던 찰나 업계 사람들이 신지아와 변도영이 이혼했다는 소식을 퍼뜨리는 것을 들었다.이혼은 그가 다시 무슨 짓을 하든 변도영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였다.그는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오 대표는 입술을 핥았다.바로 그때 문 앞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문밖에는 신지아가 서 있었다.윤형우는 옆에서 그녀의 손을 애지중지하며 만지작거리고 있었다.지난번 윤재혁이 자기가 신지아에게 홀려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을 때 그는 조금 믿기지 않았지만 지금 보니 어느 정도 그런 것 같았다.적어도 깨끗하고 가늘며 하얀 이 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특히 이 손에는 그가 선물한 다이아몬드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아는 사람은 그녀 어머니의 유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이미 약혼한 사이인 줄 알 것이다.하지만 사실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그 자신도 가끔 멍해질 때가 있었다.신지아는 그를 믿고 그에게 키스하고 그의 스킨십을 받아들이며 마치 그의 소유물인 것처럼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사랑하는 것 같았다.신지아의 눈을 보고 그녀의 눈동자를 통해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었다.신지아도 그와 마찬가지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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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3화

신영호가 문을 열었을 때 문 앞에서 희미하게 대화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정확히 듣지 못했다.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고 윤형우를 보자 어리둥절해했다.‘윤형우? 윤형우가 왜 여기에 왔지?’지난번 생신 잔치에서 윤형우가 신지아와 사귀는 사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그는 윤형우가 옷 갈아입듯 여자를 바꾸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이 오래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더욱이 신지아가 정말로 윤형우를 신씨 가문에 데려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신지아는 그의 의아함을 알아차렸지만 별다른 말 없이 말했다.“사진은요? 사진 가지러 왔어요.”신영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우리가 부녀로서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만나자마자 아버지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니?”신지아가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방 안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튀어나왔다.“지아 씨, 오셨군요.”느글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신지아는 뚱뚱하고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그는 콩알처럼 작은 눈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신지아는 몸이 굳어졌다.“당신은...?”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그날 윤씨 가문의 자선 파티에서 그녀의 술잔에 약을 탔던 남자였다.그 말을 들은 신영호는 웃으며 말했다.“알고 보니 너는 오 대표를 아는구나. 그럼 더 이상 소개할 필요가 없겠네.”신영호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신지아는 그의 눈빛에서 희미한 죄책감을 보았다.그날 밤의 일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그날 밤 오 대표가 그녀를 찾아온 것도 그나 임문영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지아 씨가 저를 기억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오 대표의 얼굴이 더욱 활짝 웃자 신지아는 온몸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신영호의 의도를 바로 짐작했다.사실 그녀는 오기 전부터 신영호가 그녀를 돌아오라고 한 것은 그녀와 변도영의 이혼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신지아는 신영호가 그녀에게 선을 보라고 하고 결혼을 재촉하며 엄마를 생각해서 신씨 가문을 다시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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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4화

오 대표는 옆에서 웃으며 말했다.“지아 씨, 이러시면 안 되죠. 신 대표님은 그래도 지아 씨의 아버지인데 그렇게 말하면 마음이 아프실 거예요. 빨리 사과하세요.”그러면서 그는 설득하는 척하며 뚱뚱한 손을 뻗어 신지아의 팔을 잡으려 했다.하지만 그의 손이 닿기도 전에 더 빠른 윤형우의 손이 오 대표의 팔을 꽉 잡았다.“말은 말일 뿐이고 오 대표님은 손을 쓰시면 안 되죠.”우아하고 고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오 대표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팔을 잡은 손은 쇠집게처럼 힘을 주어 뒤로 비틀었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는 팔이 거의 부러질 것 같았고 몸도 비틀리는 방향으로 숙이며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 아파. 아파.”윤형우는 그를 놓아주고 물티슈로 손가락을 꼼꼼히 닦은 뒤 다시 신지아의 손을 잡았다.그는 비웃는 목소리로 말했다.“오 대표님은 이 정도 고통도 참지 못하면서 남들처럼 여자 꼬시려고 하는 거예요?”“너, 이 자식이 누구야?”오 대표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윤형우를 알아차렸다.아까는 온통 신지아에게 정신이 팔려 신지아 옆에 남자가 한 명 더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윤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신영호가 옆에서 허둥지둥 소개했다.“오 대표님, 이분은 윤형우 씨입니다. 지아의... 친구예요.”‘친구?’그 말을 들은 오 대표는 윤형우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지만 별다른 관심은 주지 않았다.오 대표는 냉소를 지으며 무시하듯 말했다.“무슨 친구죠? 제 눈에는 그냥 돈 많은 여자나 쫓아다니는 남자 같아 보이는데...”그 말을 들은 신영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황급히 말했다.“윤형우 씨는... 윤 씨입니다...”“나는 네가 무슨 성 씨인지 신경 안 써. 지금 당장 즉시 무릎 꿇고 사과해.”신영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는 오 대표와 윤씨 가문이 같은 계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오 대표 같은 사람은 윤씨 가문의 인물을 알 자격도 없고 당연히 그가 윤씨 가문의 사람이라고는 상상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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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5화

몇몇 사람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변도영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다가왔다. 표정은 무심했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는 맹렬했다.변도영을 본 오 대표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변도영과 신지아는 이미 이혼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왜 또 신씨 가문에 있는 거지?’신영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긴장된 채 얼굴의 땀을 닦았다. 머리가 터질 듯 아팠다.오 대표와 윤형우 사이 일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는데 변도영까지 온 이유가 의문스러웠다.예전에는 신지아가 변도영을 신씨 가문에 데려오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저녁 식사를 핑계로 변도영에게 부탁하면 신씨 가문을 위해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나중에 신씨 가문은 부성 그룹의 여러 프로젝트를 망쳤다.신지아와 변도영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긴장됐고 신영호는 변도영을 점점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호는 예의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그는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도... 변 도련님, 오늘 어쩐 일이십니까?”“구경 좀 하려고 왔어요.”변도영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그러세요? 표정이 안 좋으시네요. 환영하지 않으시는 건가요?”신영호는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아니... 아니에요.”변도영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천천히 시선을 옮겨 신지아를 바라보았다.윤형우는 지금 그녀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있었고 두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신지아는 손을 빼려 하지 않았다.변도영의 검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가라앉았고 주먹이 저절로 쥐어졌다.그는 신지아가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었는지조차 몰랐다.아까 신영호와 신지아의 대화를 모두 들은 변도영은 오 대표를 보고 신영호의 의도까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그래서 그의 이혼 소식이 아직 퍼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몰래 윤형우라는 남자 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심지어 신영호는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넘기려는 속셈까지 가지고 있었다.변도영은 시선을 옮겨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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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만약 다른 프로젝트에서 자금을 강제로 빼간다면 신씨 가문은 그 순간 완전히 문을 닫게 될 것이다.하지만 오랜 세월 상업계에서 쌓은 경험이 그를 버티게 했고 그는 억지로 웃으며 변도영에게 말했다.“변 도련님, 그래도 저희가 사위와 장인 사이인 걸 생각해 주셔야죠...”“사위와 장인?”변도영은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비웃었다.“제가 알기로 신지아 씨는 이미 신씨 가문과 인연을 끊은 걸로 아는데 우리가 무슨 사위와 장인 사이라는 거죠?”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냉소 어린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게다가 저는 사위의 아내를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는 장인은 본 적이 없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변도영의 시선이 멀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그곳엔 눈치껏 자리를 피하려던 오 대표가 있었다.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 틈을 타 조용히 빠져나가려던 그는 변도영의 한마디에 몸이 굳었다.순간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고 오 대표는 다리가 풀려 허둥지둥 도망쳤다.예전에 신지아에게 손을 댔다가 얻어맞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 있었기에 더 머물 용기가 나지 않았다.아무도 그를 쫓지 않았다.다만 변도영은 오 대표가 달아나는 방향을 잠시 바라보다가 옆의 양준명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다.오랫동안 그를 보좌해온 양준명은 그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오 대표 정도의 작은 회사를 부성 그룹이 마음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문 닫게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그와 동시에 윤형우는 날카로운 감각으로 상황을 포착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신지아는 그의 곁에 서서 분위기의 변화를 감지했다.겉으로는 여전히 점잖고 온화했지만 그가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는 걸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그 분노의 이유가 오 대표와 관련된 것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저런 사람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리고 저는 당신 같은 스타일을 아주 좋아해요.”신지아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췄다.하지만 마침 그때 변도영은 막 양준명에게 지시를 끝냈고 신영호도 아무 말이 없었다.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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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7화

결혼 5년 신지아의 몸에는 이미 그의 흔적이 가득했다.다른 남자들은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변도영은 점점 창백해지는 신지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신지아도 마찬가지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의 손가락은 꽉 쥐어져 있었고 심장은 가늘고 촘촘한 바늘로 찌르는 듯 아프진 않았지만 답답하게 뛰고 있었다.비록 그녀는 변도영이 하는 말이 진실임을 알고 있었고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윤형우가 어쩌면 자신을 싫어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그 말이 나오자 그녀는 수치심과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한때 신지아는 온 마음을 다해 변도영을 사랑했고 변도영이 주는 온갖 굴욕을 참았다.그와 이나은을 떼어놓은 것 외에는 변도영에게 미안한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그가 이나은을 사랑했음을 확인한 후 그녀는 이혼을 선택하고 그와 이나은이 다시 만날 기회를 주었다.신지아는 그와 평화롭게 이혼하고 싶었고 그동안 그의 분노를 계속 참아왔다.변도영이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까지 자신을 모욕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한때 온 마음을 다해 바쳤던 사랑은 이제 부메랑처럼 그녀에게 되돌아왔다.신지아는 입술을 깨물고 손가락을 점점 더 꽉 쥐었다.그때 부드럽지만 힘 있는 손이 그녀의 주먹을 잡아 천천히 펴게 했다.윤형우는 그녀의 손바닥에서 손톱자국처럼 남은 약간 뚜렷한 초승달 모양을 보고 안타까운 듯 가볍게 혀를 찼다.변도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단정한 어조로 말했다.“어떻게 더럽다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제가 보기엔 온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몸이든 영혼이든 순수 무구한 거예요.”“저도 좋아해요.”윤형우는 나지막이 말을 마치고 눈을 들어 변도영을 바라보았다.“오히려 어떤 사람들은 함께 있을 때는 바람을 피우다가 헤어진 후에는 상대를 짓밟으려고 하죠. 그런 사람이 가장 더러운 거 아닙니까, 변 대표님.”오랫동안 침묵하던 신영호는 느닷없이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왜 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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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신지아는 그가 아까 윤형우를 바라보던 눈빛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다.변도영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영호가 방에서 걸어 나왔고 손에는 앨범이 들려 있었다.그는 지금 후회와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오 대표 쪽도 제대로 비위를 맞추지 못했고 아까는 하마터면 변도영과 윤형우에게도 큰 죄를 지을 뻔했다.지금 부성 그룹 프로젝트의 손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조차 몰랐다.신영호는 앨범을 신지아에게 건네며 비굴한 어조로 말했다.“지아야, 네가 도영이에게 좋게 말해줘서 도영이가 너무 몰아세우지 않도록 해줘. 우리 신씨 가문은 지금 운이 안 좋을 뿐이지 조만간 다시 일어설 날이 있을 거야.”신지아는 눈을 들어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신영호는 예전보다 늙어 보였고 원래 검던 머리카락에는 귓가에 흰머리가 섞여 있었다.‘참 좋네. 저 사람은 천천히 늙어갈 수 있고...’하지만 오로지 신씨 가문만을 위해 애쓰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어머니를 속이고 외도를 저지르며 신씨 가문의 재산을 탕진한 그가 왜 천천히 늙어갈 수 있는지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신지아는 깊은숨을 내쉬고 차갑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신 대표님.”그녀는 신영호를 ‘아버지’가 아닌 ‘신 대표님’이라고 불렀다.신영호는 순간 당황했다.신지아는 말을 이어갔다.“대표님은 잊으셨을지 모르지만 저는 곧 부성 그룹의 주주 중 한 명이 될 겁니다. 제가 나서서 설득하면 대표님은 예전에 손실을 본 모든 프로젝트의 자금을 배상해야 할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두 배만 배상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너...”신영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러니 저에게 헛된 희망은 품지 마세요.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그동안 대표님이 귀여워하시던 막내딸에게 부탁하시죠.”신지아는 문 안쪽을 힐끗 바라보았다.거실에서 몰래 엿듣고 있던 그림자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못 본 척하며 윤형우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려 떠났다.신영호는 그 자리에 서서 곧게 뻗은 신지아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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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9화

“왜 그래요?”신지아가 그의 행동을 보고 물었다.윤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통이 조금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개를 저었다.눈의 옛 상처는 가끔 씩 통증을 일으켰지만 그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잠시 후 그는 눈을 비볐고 눈앞이 다시 맑아지자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아마 눈을 너무 많이 써서 그런가 봐요.”윤형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신지아는 그의 눈에 핏줄이 서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고 전에 윤형우가 그의 눈을 다쳤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그때 그는 농담이라고 했지만 지금 보니 단순하게 눈을 많이 써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바로 그때 신지아는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잠깐만 기다려요.”그러면서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어 차에서 내렸다.신씨 가문 근처에는 약국이 하나 있었는데 어렸을 때 그녀가 장난으로 나무에 오르다가 실수로 떨어져 눈이 충혈되었던 적이 있었다.당시 어머니는 이 약국에서 약을 사 왔고 일주일도 안 되어 눈이 나았다.신지아는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약을 산 후 돌아왔다.윤형우는 그녀가 기분이 좋은 듯 돌아오는 것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디 갔다 왔어요? 뭘 그렇게 숨겨요?”신지아는 손에 든 안약을 흔들었다.“이거 효과가 정말 좋아요. 조금이라도 나아질 거예요.”그러면서 신지아는 다시 차에 타서 안약 뚜껑을 열고 그의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금빛 석양이 그녀의 뒤에서 쏟아져 내려 그녀의 머리 위에 비스듬히 떨어졌고 그녀의 얼굴은 따뜻한 빛에 비쳐 정교한 이목구비가 더욱 아름다웠으며 갈색 눈동자도 반짝반짝 빛났다.윤형우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 가까워 숨소리까지 서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몸을 좀 낮추고, 고개를 들고 뒤로 젖혀요.”신지아는 한 손에는 안약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윤형우는 키가 너무 컸다.다리가 긴 건 그렇다 쳐도 상체도 약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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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0화

예전에 윤형우는 웃으며 장난스럽게 그녀를 ‘미녀’, ‘아름다운 사람’이라 부르거나 혹은 매우 정중하게 ‘신 아가씨’, ‘신지아 씨’라고 불렀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이름을 부른 것은 드물었다.신지아는 잠시 멍해졌다.윤형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아까 안약 일은 제가 거짓말을 한 거예요. 하지만 신씨 가문에서 했던 말은 전부 진심이에요.”그는 신지아를 좋아하는 것도 진심이었고 그녀가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진심이었다.신지아는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그 뜻을 깨닫자 왠지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하지만... 왜?”신지아는 무심코 물었다.그녀는 말을 내뱉고 나서야 자신이 잘못된 질문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 질문은 너무 포괄적이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윤형우 씨는 왜 나를 속였을까? 왜 아까 그렇게 다정했을까? 대체 무슨 이유로 나에게 함께하자고 한 걸까?’...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묻고 싶은지조차 알지 못했고 그 답을 끝까지 파헤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와 윤형우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할 뿐 감정은 그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다.하지만 오늘 변도영이 윤형우를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나자 그녀는 이상하게도 그 감정이라는 것을 조금은 신경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놀랍게도 그런 생각을 정리하고 나자 신지아의 마음은 점점 평온해졌다.윤형우는 그녀의 마음속을 꿰뚫어 본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아 씨가 저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는 걸 알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오늘 밤 우리 게임을 하나 해보는 게 어때요?”...변도영은 신씨 가문을 떠난 후 차에 탔다.“변 대표님, 이미 지시를 내려뒀습니다. 오 대표님의 회사는 기반이 약하고 수익도 장부상으로만 그럴듯하게 꾸며놓은 수준이라 이번 주를 넘기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들은 바로는 윤씨 가문 쪽에서도 방금 움직임이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를 돕고 있는 듯합니다. 예상대로라면 3일 안에 오 대표님의 회사는 완전히 무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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